ISSN : 2288-1638(Online)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의 효과에 관한 사례연구
A Case Study on the Effectiveness of Therapeutic Intervention for Marital Conflict Resolution
Abstract
Ⅰ. 서론
부부갈등은 성장배경과 경험이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여 부부로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과정이나 결과이다. 그것은 부부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생길 수 있으며, 부부에게 내재한 가치관, 사고, 양식, 태도, 지각, 기대 등이 상충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이경희, 1997; 이선미․전귀연, 2001; 이영자․장영애, 2002; 조성경․최연실, 2006; 천혜정․김양호, 2007). 그런데 부부갈등은 각 가정의 부부에 따라 강도에 있어 차이가 클 수 있고(김갑숙, 1991), 부부관계의 악화와 가정분위기에 영향을 주어 자녀로 하여금 자존감 저하, 수동성, 불복종, 자기통제 결여, 정서적 불안정, 사회적 유능성 감소 등의 부정적 요소를 야기할 수 있다(임수진 외, 2008; Patterson & Zill, 1986). 부부갈등이 자녀에게 안정감 결여와 무소속감을 주어 심리적으로 위협을 가함으로써 문제행동이 유발되는 것이다.
부부갈등 상황이 격렬하고 적대감과 공격을 포함하는 경우, 이에 노출된 자녀는 타격을 입게 된다. 부부갈등이 심할수록 모(母)는 자녀를 때리고, 부인을 구타하는 남편이 자녀를 더 많이 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정자․김갑숙, 1992). 부부갈등이 심하면 부모는 삼각관계를 통해 자녀를 희생양으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미분화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자녀에게 투사하여 자녀의 자아분화에 손상을 가하게 된다(Goldenberg & Goldenberg, 2007). 이 때, 자녀는 대처방식으로 품행장애, 공격성, 비행, 반사회적 행동 등과 같은 외현성 문제 그리고 우울증, 불안, 위축 등과 같은 내면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이민식․ 오경자, 2000; Fincham et al., 1994). 부부갈등이 심한 가정의 자녀는 부모로부터 역기능적인 의사소통과 대인관계 및 사회적 기술 등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부부갈등은 부부관계 뿐 아니라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며, 결국 가족관계에까지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처럼 가족관계를 정립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부부관계에 있어서 부부간 의사소통은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장미희․전원희, 2008; Bodenmann et al., 1998; Ledermann et al., 2010). 부부간 기능적인 의사소통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기제가 되며, 부부간에 회피적인 의사소통보다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의 사용이 중요하므로 부부갈등 해소에 있어서 의사소통과 관련한 개입이 필수적이다. 부부의 건강상태를 비롯하여 어떤 위기상황과도 상관없이 부부간 기능적 의사소통이 선재되어야 부부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부부갈등으로 인한 자녀의 문제행동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천혜정․김양호, 2007; 이인정, 2011). 또한 부부갈등은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 수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자아분화 수준이 낮을수록 부부갈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영숙, 2007). 부부는 상호작용하는 체계이며, 한 배우자의 행동이 다른 배우자의 행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부간 긍정적인 행동변화는 또 다른 기능적 행동변화를 강화할 수 있다(최정숙, 1996).
따라서 부부간에 기능적인 의사소통을 사용하도록 하며, 부부의 자아분화 수준을 높이도록 개입하는 것은 부부갈등의 해소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에서는 부부간 의사소통과 자아분화의 영향력을 검증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실천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선언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고 역기능적 의사소통방식을 사용하던 내담자가 어떻게 기능적인 의사소통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내담자의 자아분화 수준을 높일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분석과정에 있어서 학문적인 연구가 미흡하였다. 이러한 면에서 부부갈등 해소를 위하여 개인중심의 치료적 개입을 탈피하여 가족치료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사례연구가 부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갈등관계에 있는 부부에 대하여 MRI(Mental Research Institute)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과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이론적 준거틀로 하여 개입한 과정과 효과를 조명하고 Prochaska의 초이론적 모델에 근거한 가족의 변화과정을 분석하여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실천적 개입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본 연구에서 치료와 분석에 적용된 이론적 준거틀은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 그리고 Prochaska의 초이론적 모델이다. 부부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통합적인 치료전략으로 첫째, 내담자가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했던 역기능적인 해결책으로부터 탈피하여 새로운 해결책 즉 기능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도록 돕는 접근방법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여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 모델을 적용하였다. 둘째,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와 관련하여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적용하였다. 셋째, Prochaska의 초이론적 모델은 가족치료이론에 해당하지 않으나 내담자가 가족치료를 통하여 변화되어가는 단계를 분석하기 위하여 이를 활용하였다.
그런데 본 사례연구에서 다양한 가족치료이론 가운데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과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통합하여 사용한 이론적 근거는 일반체계이론에 있다. 일반체계이론은 Ludwig Von Bertalanffy(1956)에 의해 창시되었으며, 이 이론의 영향으로 치료의 관점이 개인에서 가족으로 변화되었다. 가족체계에 기초가 되는 일반체계이론의 사이버네틱스 개념은 가족이 변화를 원하면서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활용되었고, 개인의 문제행동의 원인을 개인 내적인 요인이나 병리적 관점이 아닌 한 체계 내에서의 부분들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보았다
(이영분 외, 2010).
본 연구에서는 부부갈등이 남편이나 부인의 개인적인 결함이나 문제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며, 가족원들의 피드백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족의 상호연결성과 관계에 주안점을 두고 개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체계를 치료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치료적 접근방법을 사용하였다. 본 사례에 적용된 각각의 모델에 관한 내용과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는 다음과 같다.
1.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
Palo Alto에 위치한 MRI(Mental Research Institute) 집단의 여러 학자들은 의사소통 가족치료의 많은 개념들을 발견하였다. 의사소통이론가들은 가족체계내 관찰할 수 있는 현재의 상호작용(관계)에 초점을 둔다. MRI 집단의 연구자들은 Gregory Bateson을 비롯하여 John Weakland, Jay Haley, William Fry, Don Jackson, Jules Riskin, Paul Watzlawick 등이 있다. Gregory Bateson은 이중구속이론의 개념을 소개하였으며 정신의학자들이 치유 불가능한 신경증으로 간주했던 정신분열증을 의사소통 분석을 통하여 재해석하였다. 그는 의사소통이 가족간의 관계를 규정하며, 규정된 관계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가족 본래의 속성에 의해 확고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Don Jackson은 Palo Alto 집단의 연구에서 사용된 두 가지 주요개념인 이중구속과 가족항상성을 발견하였다. Don Jackson은 Watzlawick 등과 함께 병리적 의사소통이 정신분열증의 발병에 중요한 관계가 있으나, 결코 환자가족의 고유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고 가족 내의 새로운 관계적 균형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오래된 항상성을 깨고자 하였다(Becvar & Becvar, 1988).
Paul Watzlawick의 의사소통이론의 기본적 가정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어떠한 현상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MRI의 단기치료에 관심을 두었는데, 내담자의 현재의 구체적인 문제를 치료하는 것으로 작은 문제의 해결이 가족의 다른 전반적 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에 근거하였다. 그의 치료의 주된 기법은 내담자의 언어, 의사소통 방법의 변화였다. MRI 집단은 내담자가 가진 문제는 어려움에 잘못 대처함으로써 생겨나고 지속된다고 보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해결책’ 자체가 오히려 문제를 유지시키거나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Goldenberg & Goldenberg, 2007).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 온 해결방법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만일 문제를 유지시키는 행동이 적절하게 변화되거나 제거되면 그 문제의 성질, 기원, 기간에 상관없이 그 문제는 해결되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Watzlawick et al., 1974).
본 사례에서는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 모델을 적용하여 문제의 기원을 개인의 정신 내부에 두지 않고 상호작용에 있는 것으로 보고 해결책을 의사소통방식에서 찾고자 하였다.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은 행동의 변화에 초점을 둔 모델이다. MRI 모델에서 치료자의 일차적 역할은 문제를 지속시키는 내담자와 가족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반복되는 특정행동에 초점을 두고 내담자가 지금까지 시도해 온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내담자에게 소개하여 기존의 해결책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본 사례에서 치료자는 내담자 가족에서 그동안 시도된 해결책 즉 유지해온 상호작용의방식(역기능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탐색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며, 기능적인 의사소통의 사용을 증가하여 가족관계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였다. 한편, 부부간 의사소통방식은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송영란, 1989; 장은경, 2001), 부부갈등이 낮을수록 개방형 의사소통을 사용하고 부부갈등이 높을수록 폐쇄적인 의사소통을 사용하였다(김미자, 2010). 그리고 부부갈등은 자녀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모자간 상호작용이 개방적으로 이루어지면 자녀의 외현화 문제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준호, 2012).
2.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
Murray Bowen의 가족치료의 목표는 불안 수준을 감소시키고 자아분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가족체계이론에서 문제는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체계에 존재해왔으며, 개인의 변화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변화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본다. 체계를 변화시키고 가족원들의 분화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가 다른 가족을 끌어들이는 삼각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Murray Bowen은 가족을 하나의 정서적 체계로 보고, 한 집안에 사는 핵가족 그리고 함께 살지 않는 확대가족으로 구성된다고 하였다. 그의 가족체계이론의 목적은 가족성원들을 미분화된 가족자아 집합체로부터 분화시켜서 확고한 자아를 수립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가족성원 중 한 사람이 분화될 때, 파급효과가 가족을 통하여 발생된다고 보았다. 자아분화는 가족체계이론의 핵심 개념이다. 그는 정신분석적 개념인 “미분화된 가족자아군”이라는 용어를 체계론적인 개념인 “융합과 분화”의 용어로 대체하였다(Goldenberg & Goldenberg, 2007).
자아분화는 정신내적이고 인간관계적 개념으로 자신과 타인의 구분, 정서과정(feeling process)과 지적과정(intellectual process)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과 확고한 자기(solid self)와 거짓자기(pseudo self)의 구분을 말한다. 확고한 자기는 지적, 합리적이며 대안적 고려를 통해 신념, 의견, 믿음 등의 삶의 원칙을 가진다. 반면, 거짓자기는 감정적 압력에 기반해서 선택하며 결정과 선택에 일관성이 없고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자아분화가 잘 이루어진 사람은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분화되어 있고 가족체계의 정서로부터 분화되어 있으며 가족의 정서적 융합(fusion)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역기능적인 가족일수록 분화(differentiation) 수준이 낮으며, 자아분화가 안 된 경우에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추구형은 너무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 유형을 추구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거리감을 두는 관계 유형을 추구하는 형태이다(박태영․김현경, 2004).
본 연구에서 치료자는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적용하여 자아분화 문제로 인해 야기된 부부갈등과 부부갈등으로 인하여 야기된 자녀의 문제행동을 사정하여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치료적 개입을 하였다. 자녀의 문제행동은 가족체계내 상호작용에 의해 기인된 가족관계의 부산물이며 문제행동을 보이는 자녀는 역기능적인 부부관계와 가족기능에 의해 희생된 가족의 속죄양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행동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부관계를 기능적으로 향상시켜서 가족체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재방법을 적용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 정도가 낮을수록 부부갈등이 높으며, 자아분화 수준이 낮으면 갈등상황에서 부정적이며 감정적인 대처행동을 많이 함으로써 부부갈등을 심화시켜서 자녀의 문제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한영숙, 2007; 이혜경, 2011). 또한 부부관계의 향상과 자녀의 문제행동을 경감시키는 방법으로 개인중심의 치료방법을 탈피하여 가족전체를 개입시키는 가족치료가 요구되므로(김윤희, 1990) 본 사례의 경우에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통한 치료적 개입을 하였다.
3. Prochaska의 초이론적 모델
초이론적 모델은 1970년대 후반에 개발된 모델로 개인의 행동변화 예측이나 설명에 이용되었고 건강 행동 변화를 위한 중재 프로그램 개발이나 연구에 활용되어 왔다. 개인이 어떻게 건강행위를 시작하고 이를 유지하는가에 대한 행위변화의 원칙과 과정을 설명하는 통합적인 모형이다. 이 이론은 300개 이상의 심리치료이론에서 제시되는 주요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통합하여 구성하였기 때문에 초이론적 모형으로 불린다. 주요한 행동 변화와 심리치료 이론들을 비교분석하는 통합적 연구과정을 통해 개발되어서 ‘모든 이론들을 꿰뚫는’ 속성을 내포한다는 의미로 초이론적 모델이라고 하였다(Prochaska, 1979).
Prochaska의 초이론적 변화단계이론(Transtheoretical Model and Stages of Change)은 실제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구현성의 장점을 갖고 있다. Prochaska는 다양한 임상적 문제를 가지고 지역사회 정신건강센터를 찾은 외래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인간의 행동은 일순간에 변화되는 것이 아니며 5단계를 거쳐 변화된다고 보았다. 초이론적 모델은 인간의 행동변화를 설명하는데 적절한 틀을 제공하였는데 이 모델이 제시한 변화의 단계는 문제인식을 못하며 행위의 변화에 대한 의도가 없는 전인식단계, 변화를 고려하지만 구체적 계획이 없는 인식단계,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하는 준비단계, 행위변화를 시도하는 행동단계, 행위변화가 유지 및 정착되는 유지단계이다. 그는 행위의 변화는 성공과 실패의 이분된 범주가 아니라 점차적으로 일어나는 역동적인 과정이며 일련의 단계를 거친다고 보았다(Prochaska &DiClemente, 1983).
본 연구에서는 Prochaska의 초이론적 모델을 적용하여 가족치료를 통한 가족구성원의 변화의 단계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상담 회기별로 나타났던 가족의 주요변화 내용을 초이론적 모델에 따라 전인식단계, 인식단계, 준비단계, 행동단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본 사례에서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을 시작한 이래, 부부는 문제인식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게 되었고 남편과 부인의 인식변화를 계기로 남편, 부인, 자녀의 변화가 나타났고 부부관계뿐 아니라 모자관계, 자녀관계가 개선되어 종국에는 가족기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및 문제력
본 사례연구는 가족치료에 참여한 가족성원들의 상담내용을 중심으로 분석되었고, 연구대상은 남편 (46세), 부인(39세), 아들(11세), 아들(6세)로 구성되었으며, 상담은 2009년 1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총 9회기에 걸쳐서 이루어졌다(1,2회기 부인상담, 3,4회기 남편상담, 5회기 큰 아들상담, 6회기 부부상담, 7회기 모자상담, 8회기 부부상담, 9회기 가족상담). 부인이 호소한 문제는 신혼 초부터 자신이 남편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큰 아들이 자신감이 없고 자기주장이 약하며 주의산만하다는 것이었다. 결혼초에 부인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는 방식을 취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남편이 답답해할 정도로 남편과의 대화를 피해왔고 남편 또한 아내와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내면의 얘기들은 덮어두고 있었다. 부부간에 단순하고 일상적인 대화는 표면적으로 가능했으나 대화가 원활하지 못하고 마음속에는 앙금이 계속적으로 쌓여 솔직한 감정들이 전혀 교류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부인은 남편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큰 아들에게 분풀이를 하는 방식을 보였다. 부인과 큰 아들은 학습문제 등으로 잦은 충돌이 있었는데 부인이 큰 아들에게 표현하는 방식은 거칠고 공격적이어서 자녀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었다. 큰 아들은 엄마를 무서워하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으며,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엄마의 거친 표현을 듣고 울면서 자곤 하였다. 자녀의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하여 엄마가 시도했던 해결책이 오히려 모자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2. 연구문제
첫째, 부부갈등의 내용과 그 결과는 무엇인가?
둘째, 부부갈등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인가?
셋째,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자 개입방법과 효과는 무엇인가?
넷째, 상담회기에 따른 가족구성원의 변화과정은 무엇인가?
3. 분석방법
본 연구는 질적자료분석방법 중 사례연구의 방법을 적용하였다. 사례연구는 사례의 맥락 속에서 다중적 정보원을 포함하는 심층적 자료수집을 통해 경계지어진 체계나 단일 혹은 다중사례를 탐색하는것이다(Creswell, 1998). 또한 본 연구는 단일사례연구로 부부갈등을 유발한 요인과 그로 인해 전체적인 가족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개방코딩을 활용하여 부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시도해왔던 역기능적 의사소통 방식과 이에 영향을 미친 원가족 배경 그리고 가족 간에 발생된 사건을 중심으로 질적 분석을 하였다. 치료적 개입 이후 내담자의 변화과정과 관련하여 초이론적 모델을 분석의 틀로 활용하였고(Prochaska & Norcross, 2002), 질적 데이터를 디스플레이하는 방법으로 가족치료 과정과 치료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하여 매트릭스와 네트워크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Miles &Huberman, 1994).
4. 타당도 검증 및 윤리적 고려
질적 연구의 신뢰성, 엄격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 이론, 방법론, 자료 등에 대한 다양한 삼각화 방법이 제기되었다(Denzin, 1978; Mathison, 1988; Patton, 2002). 삼각화는 기하학에서 유래된 다면적 방법으로 연구자의 관점과 시간, 공간 등을 다르게 하여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엄격성이란 질적 연구를 통하여 얻어진 결과와 그 해석을 신뢰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Lincoln & Guba, 1985). 본 연구는 상담자와 연구자의 토론,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개인적 편견을 배제하여 연구자의 삼각화를 실시하였다. 또한 다양한 가족치료이론에 근거한 이론의 삼각화와 상담축어록과 상담녹화자료, 상담메모의 사용을 통한 자료의 삼각화를 실행하여 연구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본 연구는 윤리성 확보를 위해 상담내용의 사용에 관한 내담자의 동의를 받았으며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내담자의 사적 정보를 삭제하였다.
Ⅳ. 연구결과
1. 부부갈등의 내용과 결과
1) 부부갈등의 내용
부부갈등은 대화단절, 소원한 관계, 역기능적 의사소통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부부간 의사소통에 있어서 상호작용적인 의사소통보다는 부정적 의사소통 패턴인 요구-철회 의사소통과 상호회피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1) 대화단절
남편은 자신의 원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부인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인은 남편의 원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친척들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알 수 밖에 없었다. 부인도 남편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솔직하게 내어놓지 않아서 남편이 부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인> 저는 남편한테서 새어머니가 어떻구, 아버지가 어떻구, 이런 얘기를 못 들었어요. <치료자> 당연히 못 들으셨겠죠. <부인> 없고, 주변 사람들한테.” (부인-1회기)
“<치료자> 남편 입장에서는 지금 와이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부인> 그렇죠. 말을 안 하니” (부인- 2회기)
“<남편> 서로가 대화는 그렇게 많이 안 해요.” (남편- 3회기)
(2) 소원한 관계
남편과 부인은 표면적으로 부부관계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실질적으로 신혼 초부터 부부 간에 속마음을 교류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여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
“<치료자> 두 분의 부부관계는 어떻다고 보세요? <부인> 모르겠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 거, 겉으로만 그런 것 같구, 서로가 불만은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둘 다 이렇게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부인- 1회기)
“<남편> 부딪치는 거는 옛날보다는... ‘아! 저런 사람이구나!’ 그냥 해가지고, 물론 그 사람도 저에 대해서 그냥 ‘에이! 저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겠죠... <치료자> 그러나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놓고 주거니 받거니... <남편> 네. 말 못하죠.” (남편- 3회기)
(3) 역기능적 의사소통
부인이 남편에게 대화를 시도하면, 남편이 대화를 거부하는 요구-철회 의사소통 방식과 남편과 부인 서로가 의사소통을 회피하는 상호회피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였다. 또한 남편이 부인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역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였다.
① 요구-철회 의사소통
“<부인> 무슨 일이 나면 제가 남편한테 얘기를 좀 하자고 하면 싫어해요. 무조건 싫어해요. 치고 박고 이렇게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호프집 가서 술 한 잔 하자고 그래도 싫어해요. 나랑 말하는 걸 싫어해요.” (부인- 1회기)
② 상호회피 의사소통
“<부인> 그러면 정말 말을 안 해요. 제가 시키기 전까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아마 오래간 게 달로 넘어 간 것도 있을 거에 ... (중략)... 나중에는 너무 너무 화가 나는 거에요. 내가 먼저 말을 하고 그러는 거에 대해서. 그래서 나중에 저도 안해봤어.” (부부- 6회기)
“<남편> ‘아! 이건 내가 이 사람하고는 속깊은 얘기를 할 수가 없구나.’ 그런 생각을 옛날에는 많이 했었죠. 그러니까 자꾸 피하게 되고.” (부부- 6회기)
③ 신체적 폭력
“<남편> ‘이게(부인) 어디 누구한테 뺨을 때려?’ 그러면서 저도 (부인을) 한대 때렸어요.” (남편- 3회기)
2) 부부갈등의 결과
부부갈등의 결과로 나타난 자녀의 문제행동은 주의산만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자기주장이 약한 것이었다. 학습면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졌고 과제수행과 일상 생활습관에 있어서 자기주도적인 행동보다는 수동적인 행동을 보였다.
(1) 주의산만함
“<부인> (아들이) 너무 산만해요.” (부인- 1회기)
(2) 자신감 없음
“<부인> 그러니까 좀 자신감 없어하는 것도 있는 거 같고...” (부인- 1회기)
(3) 자기주장 약함
“<부인> 자기주장을 많이 못 편다고 해야 되나? 그런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고... 학교에서도 그러는 것 같구요.” (부인- 1회기)
(4) 집중력 부족
“<남편> 공부를 시켜보면 집중이 좀 안되는 것 같아요.” (남편- 3회기)
(5) 수동적 행동
“<부인>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해요. 물론 숙제도 그렇고, 생활습관도 그런 것 같아요.” (부인- 1회기)
2. 부부갈등에 영향을 미친 요인
본 사례에서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과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치료와 분석에 적용한 결과, 부부갈등에는 대화단절, 소원한 관계, 역기능적 의사소통이 포함되었는데, 이러한 부부갈등에 영향을 준 요인은 남편과 부인의 원가족에서 부모와의 미해결된 정서와 부부간 역기능적으로 시도된 해결책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요인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편과 부인의 원가족에서 부모와의 미해결된 정서는 부부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남편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은 복잡한 가족관계, 새엄마의 배척, 부(父)의 애정부족, 의사표현부족이었다. 또한 부인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은 부모간 불화, 부(父)의 외도, 모(母)의 비교하는 표현방식이었다. 둘째, 부부간 역기능적으로 시도된 해결책은 감정폭발, 상호회피, 신체적 폭력, 책임전가, 타인비교, 표현억제의 방식이었다.
1) 남편과 부인의 원가족에서 부모와의 미해결된 정서
(1) 남편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
남편은 세 명의 어머니가 있었는데 남편의 첫째 어머니(친모)는 그가 3~4세경에 화재로 사망했고, 두 번째 어머니는 그가 6~7세경 부친이 재혼하여 맞이하게 된 소위 새엄마로 두 번째 어머니는 본처의 자식들에 대해 친자식과 차별대우를 하였고 본처의 자식들을 구박하고 폭력을 휘둘러서 그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남편의 친누나는 두 번째 어머니로 인하여 다른 집에 식모로 보내지기까지 한 경험이 있었다. 남편의 세 번째 어머니는 그가 중학교 2학년 시기에 부친이 또다시 재혼하여 맞게 되었으며, 부친은 세 번째 부인에게 휘둘려 살았었다. 그의 부친은 자식들에게 애정을 표현하지 못하였고, 방어막이 되어주지도 못했으며, 무능력했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자랐고 새엄마들에게 주눅이 들어 생활했기에 가족구성원간에 서로 경청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족문화와 자기의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하여 기능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전혀 학습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경험으로 인하여 남편은 잔소리하고 몰아세우는 부인의 모습 속에서 새엄마들에게 느꼈던 감정을 유사하게 느끼게 되어, 부인과의 속 깊은 대화와 상처를 받을 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거부하고 회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부인은 남편이 자라온 배경을 전혀 모르고 부인의 방식대로 표현을 해왔다.
① 복잡한 가족관계
“<치료자> 시어머니는 살아 계세요? <부인> 어느 시어머니요? 두 분은 다 살아 계세요. <치료자> 애아빠 어머니요. <부인> 얘네 아빠가 세살인가 그 때 집에 불이 나서 돌아가셨데요.” (부인- 1회기)
② 새엄마의 배척
“<부인> 눈에 보이는 차별을 많이 하셨나봐요. 친누나 같은 경우에는 두 번째 어머님이 어디다 팔아먹고 그러셨대요. 키우기 싫고, 힘들고 그러니까...” (부인- 1회기)
“<남편> 둘째 어머님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구박 같은 것도 많이 당했던 것 같구요. 편애라고 그러죠? 두 동생하고 나하고 편애가 많이 있었고...” (남편- 3회기)
“<치료자> 그 때 둘째어머니 눈치를 많이 봤나요? <남편> 많이 봤죠...(중략)...저하고 누나가 많이 맞고 자랐죠. 차별대우도 많이 받고. 동생들하고. <치료자> 그러면 그 때 새어머니한테 받은 스트레스가 있었을 거 아닙니까? 그 스트레스를 누구하고 대화를 나누시면서 푸셨었어요? <남편> 그 당시에는 누구하고 풀 저기는 없었어요. <치료자> 누나하고는요? <남편> 누나하고도. 누나는 아는 집에 식모로 보내버렸다니까요. 제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누나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남편- 4회기)
③ 부(父)의 애정부족
“<남편> 아버지와 관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중략)...항상 아버지에 대한 불만은 다 가지고 있죠...(중략)...그러니까 자식들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애정을 쏟았다던가. 많이 돌봐주시지 못한 거에 대한 거죠.” (남편- 4회기)
④ 의사표현부족
“<치료자> 아버님 자체가 원래 말이 없으셨었어요? <남편> 저희 집안 자체가 말들이 좀 없어요. <치료자>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표현도 못하셨겠네요? <남편> 그렇죠. 표현을 잘 안 하죠.” (남편- 4회기)
(2) 부인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
어릴 때부터 부인은 모친에게 인정을 받거나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고 지적만 당하고 오히려 사촌들과 비교를 당했다. 또한 부인의 모친은 시댁과 관련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었으며 부부관계가 좋지 않았고 남편의 외도가 있었다. 부인은 모친으로부터 ‘너는 어디 가서 딱 굶어죽겠다’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많은 상처를 받았었는데, 이는 부인이 자신의 큰 아들에게 사용하고 있는 표현방식, 예를 들면 ‘공부를 안 하면 거지 된다’와 흡사한 방식이었다.
① 부모간 불화
“<치료자> 부모님 부부관계는 어떠셨어요? <부인>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셨던 것 같아요. <치료자> 대화는 되셨나요? <부인> 아니요. 전혀 안되세요.” (부인- 2회기)
“<부인> 그러면서 아빠는 열 받아서 가시고, 엄마는 남아서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오시고. <치료자> 매번 그런 식의 반복이죠? <부인> 매번, 뭐가 됐든. <치료자> 그럼 엄마는 주로 지적을 하네요. 자기 성에 안 차니까 ‘이거 잘못됐다. 이렇게 좀 해라’ 이렇게. <부인> 그렇죠.” (부인- 2회기)
② 부(父)의 외도
“<부인> 그리고 아빠가 한번 외도를 하셨었데요. 다 성장하고 알았어요. <치료자> 언제요? <부인> 제가 초등학교 때인가요? 그랬던 것 같아요. 엄마가 몇 년 전에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한 동네에 계셨었나 봐요. 엄마는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으셨나 봐요. 그 아줌마 딸이 저랑 한 살 차이 났었나 봐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아이랑 같이 놀았죠.” (부인- 2회기)
③ 모(母)의 비교하는 표현방식
“<부인> 제가 어렸을 때 엄마한테 비교를 너무 많이... <치료자> 비교한 사람은요? <부인> 사촌 언니요... 비교를 많이... 엄마가 지금도 많이 그러시거든요. 남하고 비교하는게 정말 싫었거든요.” (부인- 1회기)
“<부인> 엄마가 비교하는 것을 많이 좋아하시니까...(중략)...아이를 키우는 것도 ‘다른 집은 어떻게 하더라. 너도 이렇게 해라. 그리고 니가 지금 키우고 있는 거는...’ 엄마는 항상 칭찬이 부족하신 분이셨어요. <치료자> 남하고 늘 비교하고요? <부인> 엄마 앞에 있으면 제가 잘하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거든요. 엄마가 계속 그러면 은연중에 ‘나는 정말 못하는 가 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을 때도 있고...” (부인- 2회기)
2) 부부간 역기능적으로 시도된 해결책
남편과 부인은 어릴 때부터 [그림 1]의 가계도와 같이 역기능적인 대화패턴을 전수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다. 가정에서 위축되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고 의사표현을 솔직하게 할 수 없는 문화에서 성장하였다. 부인에 따르면, 남편은 자기방어, 회피, 침묵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표현방식은 부부 관계를 결코 향상시켜오지 못했다. 부부는 원가족에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정서적 문제로 인해 결혼 후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특히, 남편은 부인을 통해 두 번째 새엄마의 모습이 상호 대치되면서 부인과 거리감을 더욱 두게 되었다. 부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부간 역기능적으로 시도된 해결책은 첫째, 감정을 누르고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방식, 둘째, 상호회피하는 방식, 셋째, 신체적 폭력을 휘두르는 방식, 넷째, 자기를 옹호하며 상대편을 탓하고 잘못을 추궁하는 책임전가의 방식, 다섯째, 타인과 비교하는 표현방식, 여섯째,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스스로 억제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림 1. 가계도
(1) 감정폭발
“<부인> 제가 이 사람한테 한번 내뱉은 적은 있어요. 자고 있는데 얘기 좀 하자고. 그런데 대답을 안 하는거에요. 얼마나 답답한지 그때 저는 완전히 폭발했어요.” (부인- 1회기)
(2) 상호회피
“<부인> 얘네 아빠랑 대화를 할 때 그런 문제가 생겨서 얘기를 하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그 방식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하면, 이 사람은 들으려고 하지를 않아요. <치료자> 그러겠죠. 회피하는 거죠. <부인> 타협을 하고 협상을 하려고 해도 그런 틈을 주지 않아요.” (부인- 2회기)
“<남편> ‘아! 내가 이 사람하고는 깊은 얘기를 할 수가 없구나.’ 그런 생각을 옛날에는 많이 했었죠. 그러니까 자꾸 회피하 되고.” (부부- 6회기)
(3) 신체적 폭력
“<부인> 모든 상황에 짜증나고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큰 아이한테 온갖 심한 표현을 다했던 것 같아요. 완전 깔아뭉개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그때 못 참았던 거죠. 그래서 저를 때렸어요. <치료자> 그 때 폭력은 처음이었나요? <부인>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그거를 아이들이 봤어요. <치료자> 어느 정도 폭력이었나요? <부인> 되게 심했어요. <치료자> 어느 정도요? <부인> 제 얼굴을 때렸나? 그래서 제가 쓰러졌었어요. <치료자> 주먹으로요? <부인> 네.” (부인- 2회기)
(4) 책임전가
“<부인> 무슨 말을 하면, ‘내가 언제 그랬냐? 니가 잘못해서 그렇지’라는 식으로. <치료자> 방어하죠. <부인> 방어가 정말로 심해요.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이 사람하고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요.” (부인- 1회기)
“<치료자> 부인 탓을 한다면서요? 자기 방어하고. <부인> 그러니까 예전에 다른 데서 상담했을 때도 그 상담사에게나 아니면 내가 옆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고 ‘거봐, 니가 이게 잘못된 거야.’ 거기에서 딱 꼬집어서 내가 잘못됐고... ‘니가 잘못한 거야. 봤지? 너 확인해. 니가 잘못한 거 맞지? 너 인정을 해. 니가 잘못한 거라구.’ 이런 생각을 나한테보다 자기한테 더 심어주는 것 같아요.” (부인- 2회기)
“<남편> 내가 어떤 예를 들어서 나를 좀 포용해줬으면 하는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정 반대로 ‘니가 못났으니까 그렇지.’ <치료자> 그런 메시지를 주셨어요? <남편> 그렇죠.” (부부- 6회기)
(5) 타인비교
“<남편> 빈말이라도 ‘당신 같은 사람 없어. 고마워.’ 그러면 저도 기분이 좋은데 다른 사람들하고 비교를 하는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가사분담이니 뭐니 다른 사람은 더 잘해준다.’ 그래요.” (부부- 6회기)
(6) 표현억제
“<부인> 이 사람은 자기가 힘들고 문제가 있다고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부인- 1회기)
“<남편> 이 사람은 저한테 불만이 있으면 말을 안 해요. 절대. 그러니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또 뭐 먼저 사근사근하게 뭐 어떻다 이런 말은 못해요.” (남편- 3회기)
3. 부부갈등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방법과 효과
부부갈등과 부부갈등으로 야기된 자녀의 문제행동 감소를 위해, 치료자는 개입전략으로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을 적용하여 내담자 가족에서 시도된 해결책을 탐색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적용하여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중재자 역할, 내담자 중심 접근, 재명명, 내담자의 통찰력 강화, 생략된 언어탐색, 변화가능성 탐색, 성공적 경험 탐색을 사용하였다. 치료적 개입의 결과, 부부간에 기능적 의사소통방식을 사용하는 대화가 증가하였고, 부부간에 생략되었던 언어를 발견하여 상호 인식의 폭이 확대되었으며, 가족구성원 개인과 가족관계에 변화가 나타났다.
1) 치료적 개입방법
(1) 중재자 역할
치료자는 중재자 역할을 통해 남편이 자신과 아내의 원가족 특성과 표현방식을 인식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큰 아들이 엄마에게 원했던 바를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하였고, 부인이 자녀에 대한 자신의 표현방식을 기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남편과 부인은 그동안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었던 해결책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치료자> 그리고 속상하다고 했어요. 애를 변화시키려는 엄마의 방식이 애의 성적을 더 올리게 하기보다는 엄마와의 관계를 더 안 좋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거에요. 친정엄마의 비교하는 방식과 ‘공부 안하면 거지 된다’ 이런 표현방식, 이런 표현을 들으면 애는 속상한 거지요. 자기가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만약에 맞고 이런 표현을 들어보세요. 화가 났는데 엄마의 방식으로 인해 더 화가 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걔는 그걸 더 삭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이 속에 엄마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을거에요. 거기에 걸려있는 거는 엄마와 아빠가 지금 겉은 평화로운데 대화가 원활하게 안 되는 게 딱 걸려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남편의 원가족 문제와 엄마의 원가족 문제가 마음에 안 들었을 때 애들을 변화 시키려고 시도했던 표현 방식이 애의 자존심을 올리기보다는 깔아뭉개는 방식이라는 거죠.” (아들- 5회기)
“<치료자> 표현은 안 하고 속으로 담고 있는데 분명한 거는 와이프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남편이 기분이 안 좋을 때 얼굴 표정이 바뀌고 있다는 거에요. 우리 남편이 뭔가 기분이 안좋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지만 내가 왜 지금 이렇게 꿍얼꿍얼하고 기분이 나쁜가는 표현을 안 하시고 얼굴의 표정에서 ‘내가 뭘?’ 이렇게 나오신단 말이에요. 그러면 와이프는 분명히 저 사람은 표정에 나타나는데 내가 아무리 솔직하게 얘기 해봤자 저쪽에서는 솔직하게 안 나오니까 화나죠. 그렇지 않습니까? 이해되세요? 그게 여기에는 핵심적인 것 같은데요? 양쪽에 원가족의 문제를 달고 오셨다는 거죠.” (남편- 4회기)
“<치료자> 이제 엄마한테 솔직하게 한마디 해드려...(중략)...<아들> 엄마 조금만 좋은 말을 해죠. (울음) <치료자> 조금만 뭐요? <부인> 좋은 말을 해달라고요. 그리고? <아들> 그리고 혼내지 좀 마. (울음) <부인> 그리고 또 있어? 그거면 돼? <치료자> 또 하고 싶은 말 없어? 엄마께서는 아이한테... <부인> 알았 어. 엄마가 노력할게.” (모자- 7회기)
(2) 내담자 중심 접근
치료자는 상담을 진행함에 있어서 큰 아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대화를 하였고 편을 들어주는 방법을 사용하여 큰 아들로 하여금 열린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게 하였다.
“<치료자> 지난번에 아저씨 처음 만났잖아? 아저씨를 만나고 나서 뭐를 느꼈니? 어땠었어? <아들> 계속 만나고 싶었어요. <치료자> 계속 만나고 싶었어? 뭣 때문에 아저씨를 계속만나고 싶었어? <아들>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았어요. <치료자> 풀리는 것 같았어? 아저씨가 니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았어? <아들> 네. <치료자> 니 편들어주고? <아들> 네. <치료자> 그렇지. 그러니까 아저씨를 또 한 번 만나고 싶었지? <아들> 네.” (모자- 7회기)
(3) 재명명
치료자는 남편에게 큰 아들의 행동에 대하여 잘못이 아닌 실수로 다시 정의함으로써 부자관계의 간극을 좁혔다. 또한 남편이 시도했던 해결책 대신에 새로운 해결책 즉 자녀에게 무조건 화를 내는 표현 방식보다는 인내를 가지고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도록 하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치료자> 화내시기 전에 ‘왜 원장에다 바로 볼펜으로 연습했냐?’고 물어보셨어요? <남편> 안 물어봤어요. 나중에 얘기했어요. <치료자> 큰 아이가 원장에 볼펜으로 썼던 거는 아이 입장에서는 실수였다는 거에요. 그런데 아빠는 ‘니가 실수가 아니고 아빠 말을 잘 안 듣고 있다. 아빠가 분명히 이렇게 하라고 얘기를 했는데 너는 잘못했다.’는 거죠. 만약에 아빠가 조금 더 삭히시고 인내를 가지고 변명할 기회를 줬더라면 아이가 ‘나, 사실은 이게 똑같아서 이게 연습장인줄 알고 볼펜으로 적었던 거야.’라고 하면 끝났다는 거죠. 아빠가 ‘아! 애가 내 의견을 무시하거나 공부를 안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실수였다’는 거죠. 그렇죠?” <남편> 네.” (부부- 6회기)
(4) 내담자의 통찰력 강화
큰 아들이 보이는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부인의 시도된 해결책은 공격적이고 모멸감을 주는 표현방식이었다. 치료적 개입을 통해, 부인은 그 표현이 자기의 원가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방식인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러한 통찰력은 부인이 큰 아들에게 새로운 표현방식을 사용하도록 유도하였다. 치료자는 상호작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남편의 원가족 특성을 부인에게 인식시켰고, 남편 또한 부인이 역기능적인 의사소통방식을 사용할 밖에 없었던 원가족 특성을 파악하도록 이끌었다.
“<치료자> 다 애 탓으로 돌리지 않았냐는 거죠. 저는 뭘 보냐면 표현하는 방식이 애를 좀 일으켜 세우는 표현방식보다는 애가 무안해지고, 심지어 비난과 공격을 받고, 모멸감을 느끼는 방식이지 않냐는 거죠. <부인> 네. 그렇게 했어요. 교수님. <치료자> 그 방식을 잡는 거에요. 그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은 표현의 변화입니다. 그런데 그 표현방식 이면에는 시댁식구하고 친정식구의 표현방식을 달고 들어온다는 겁니다.” (아들- 5회기)
“<부인> 근래에 이 상담을 받고, 큰 아들이 어떤 기분을 가지고 어른이 될지를 알겠는 거에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죠. 그랬더니 맞아요. 칭찬에 인색했던 거? 항상 엄마는 시댁문제로 스트레스 받고 있으니까 우리한테 따뜻한 말을 해줄 여유가 없었던 거죠.” (부부- 6회기)
“<치료자>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과연 저하고 대화를 하듯이 가족이 이렇게 얘기를 하고, 경청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화법이라는 거는 전무하지 않았냐 이거에요. <남편> 없었죠. <치료자>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남편> 전무했죠. <치료자> 부인도 가족사를 보면 친정엄마한테 인정을 받지 못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잖아요. 엄마가 워낙 완벽주의에다가 칭찬이 없었고. <부인> 네. <치료자> 그런데 이제 아시겠지만 이 두 분의 가정문화 배경이 솔직하게 말을 주거니 받거니...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서 딱 걸려버리셨거든요. 엄마 아버지 부부관계 안 좋고, 아버지 외도문제가 걸려있고, 그러니까 두 분이 근본적으로 결혼하기 전에 부부가 만나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역기능적이거나 어떻게 보면 부재하지 않았냐 이거에요.” (부부- 8회기)
(5) 생략된 언어 탐색
신혼 초부터 남편과 부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배우자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교류가 없었는데 치료적 개입을 통하여 생략되었던 언어를 탐색하게 됨으로써 배우자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었고 상호 인식의 폭이 확대되었다.
“<남편> 저는 여태까지 와이프한테 얘기 안한 부분을 여기서 말씀드린 거도 많이 있고, 와이프도 여태까지 살면서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에 대한 거를 한 마디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단지 ‘우리 엄마는 우리를 이렇게 키웠다. 애정으로 뭐 해가지고.’ 그런 식으로 저한테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여태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던 거고. <치료자> 와이프께서 남의 이목을 중요시했다는 거는 인정하겠어요. 그런데 남편한테까지 남의 이목을 중요하게 여겨가지고 엄마를 포장할 필요는 없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것까지 포장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그 이면에는 이목을 중요시하는 것도 있지만 남편한테 솔직하게 내놔가지고 이게 혹시 득보다는 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고... 남편이 솔직하게 뭔가 내놔야지 상대편도 내놓습니다.” (남편- 4회기)
“<치료자> 남편께서 장인 장모님이 됐든 어찌됐든 이렇게 다른 사람이 세 사람만 있어도 말을 못하신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부인> 아니요. <치료자> 모르셨죠? <부인> 네. <치료자>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 얘기를 못 하는 건 남들이 봤을 때 아부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알고 계셨어요? <부인> 그거는 상황이 많이 다른 거죠. <치료자> 아부라고 볼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께서는 그게 아부라고 보는 거에요.” (부부- 6회기)
(6) 변화가능성 탐색
치료자는 부인이 큰 아들에게 표현해왔던 방식이 친정모가 자신에게 했던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하여, 부인이 역기능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게 될 때마다 스스로 제어하는 변화가능성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또한 치료자는 부인이 편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새로운 해결책(기능적인 의사소통방식)을 사용하도록 유도하였다.
“<부인> 또 억누르면서 엄마 흉내를 또 내가...그게 계속 생각이 되는 거에요. 제가 행동을 할 때마다 ‘맞어. 이거는 엄마가 나한테 했던 방식이야.’ 이렇게 해서 참고...” (부부- 6회기)
“<치료자> 남편한테도 칭찬하고 싶은 심정은 있으세요? <부인> 그래도 나름 좋은 말 그런 거는 한다고 생각했어요. <치료자> 인정을? <부인> 하지 않았나? <남편> 칭찬은 받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요 근래에요. <치료자> 요 근래에 표현이 변하시긴 변하셨네요.” (부부- 6회기)
(7) 성공적 경험 탐색
치료자는 내담자가 성공적 경험을 성찰하도록 하면서 변화내용을 확인하였고 변화된 행동을 유지하도록 격려하였다. 부인이 큰 아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새로운 해결책(기능적 의사소통방식)을 시도함으로써 모자관계가 호전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큰 아들이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증가되었으며, 내담자는 모자관계와 가족관계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부인> 오늘은 큰 아들이랑 조금 괜찮았어요. 어제 학원에서 얘기를 했었거든요. 긍정적으로 얘기해줬더니 계속 잘한 거에 대해 자랑하고 싶나 봐요. 오늘 받은 전화만도 그동안 저한테 했던 양의 배는 될 정도로 전화했어요. 전에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서 말할 때만 전화를 했었거든요. 어제 저한테 얘기를 하길래 아이아빠도 같이 얘기를 했었거든요. <치료자> 지금 아이가 감정을 엄마한테 털어놓는 게 달라졌네요? <부인> 네.”(부부- 6회기)
“<치료자> 엄마하고 너하고 요즘 사이는 어떤 것 같니? <아들> 엄청 괜찮아진 것 같아요. 엄마가 잘 대해주고요, 어제 학원을 갈 때 뭐 먹고 싶다고 그러면 해줬어요. <부인> 저녁 해달라는 거? 그건 요즘에도 해줬잖아. <아들> 전엔 안 해줬잖아. <치료자> 그리고 또? <아들> 부드럽게 말해요. <치료자> 예를 들면 엄마가 어떻게 말씀을 하시니? <아들> 제가 실수로 학원 차를 놓쳤을 때 살살 말해주셨어요. <치료자> 어떻게 살살 말해주셨어? 옛날 같으면 어떻게 표현하셨었는데? <아들> 그냥 전화를 할 때 막 소리를 질렀어요. <치료자> 그래 가지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뭐라고 하셨어? <아들> 예전 같았으면 때렸는데, 안 때렸어요.” (모자- 7회기)
“<치료자> 요즘은 울면서 안 자? <아들> 네. <치료자> 어떻게 해서 울면서 안 자? <아들> 잘못한 거를 말하면요. 그게 (억울한 감정이) 다 날아가니까 안 우는데요. <치료자> 다 날아가? <아들> 네. 안 혼났으니까.” (모자- 7회기)
2) 치료의 효과
(1) 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의 부부간 대화 증가
역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해왔던 남편과 부인은 점차적으로 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부부간에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의 공감적 표현을 하게 되었고 솔직한 의사소통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남편과 부인 상호간에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하였으며, 경제적 문제, 자녀양육문제, 자녀 진로문제 등에 대하여 부부가 공동으로 상의하여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남편은 이전에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큰 아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지배적이었는데 치료적 개입 이후 부인과 큰 아들의 얘기를 모두 경청하는 변화가 생겼다.
“<부인> 옛날보다 남편한테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남편에게 아이한테 열받은 일이든 그 외의 일이든 거의 말 안했거든요. <치료자> 안 하신 이유는요? <부인> 솔직히 귀찮기도 하고, 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 화나고 속상하고 열 받고 그러다가 그냥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제가 도움도 요청하고. <치료자> 예를 들면요? <부인> 예를 들면 아이의 잘못된 습관에 대해서 아이가 규칙을 어겼을 때 이런 부분은 약속을 해서 못하게 한다고 했을 때 남편한테 양해를 구하죠.” (부부- 8회기)
“<부인> 남편한테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중략)...옛날보다 좋아지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그 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웬만하면 얘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예전보다는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치료자> 남편께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건 어때요? <부인>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이제 많이 받아주고, 이 사람한테 민감한 문제도...(중략)...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면 일단은 같이 해결을 하려고 하는 그런 거가 보여요...(중략)...나한테 그런 거를 옛날보다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거를 공감 표현을 해주니까요.” (부부- 8회기)
“<치료자> 요즘은 많이 도와주시고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미안할 정도로 그러시네요. 그리고 또 그런 표현도 하시고. <부인> 네. <치료자> 부인께서도 표현에 많은 변화를 하셨네요. <남편> 그렇죠. 변한 게 고마우면 고맙다. 저는 또 그런 말을 들으면 신이 나서 다른 것도 하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말 한마디에.” (부부- 8회기)
“<남편> 저도 옛날보다는 많이 변했다는 거를 많이 느껴요. 어떤 때는 운전하다가 부부관계라든가 좋은 음악이 나오면 문자를 보내서 ‘사랑한다’ 라든가 자주는 못해도 그렇게 보내기도 하고...(중략)...이렇게 조금씩 하나하나 하다보면 점점 변해가겠죠. 하나 하면 이게 좋은 거구나 그러면 다르게도 한번 해보구. 그거해서 이 사람이 잘 받아주면 ‘이 사람도 좋아하는구나.’ 하다보면 그 어떤 소통하는 게 어느 정도는 뚫리지 않을까. <치료자> 요즘 두 분의 성관계는 어떠세요? <남편> 요즘은 큰 아이가 동생과 같이 자니까 더 자주 하는 편이에요. <치료자> 지금 어떤 차이를 느끼세요? 댁에서 대화를 하셨을 때하고 오늘 같은 경우는 <부인> 되게 솔직해졌구요. 개선을 위해서 앞으로도 노력을 할 거구, 할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는 거를 느껴요. 지금 생각은 이 사람이 들어서 조금 꺼려할 문제도 한번 얘기를 해볼까 싶고, 얘기를 하면 통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부부- 8회기)
“<남편> 옛날에는 잘됐건 못됐건 아이의 의견이 컸었는데 지금은 이 사람 얘기도 한번 들어보고...” (가족- 9회기)
(2) 생략된 언어의 발견과 인식의 폭 확대
가족치료를 통하여 부부는 생략된 언어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배우자의 가족사를 듣고 이해의 폭을 확장하게 되었다. 남편은 원가족과의 미해결된 정서와 역기능적인 표현방식으로 인하여 부부갈등이 가족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부인은 상담과정을 통해서 남편이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게 된 연유를 남편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큰 아들에 대한 자기의 표현방식이 원가족으로부터 전수되었다는 것 - 다시 말해서 친정모가 자신에게 표현하였던 방식과 유사한 방식을 자신이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 - 을 깨닫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부부관계와 모자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치료자> 남편께서 대화를 할 때 왜 눈을 이상심리학이라는 저 책에 두고 계시는지 전에는 알고 계셨어요? <부인> 아니요. <치료자> 모르셨어요? <부인> 네.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으니까요. <남편>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어요. 여기 와서 교수님한테 한 거고... <치료자> 이런 말씀을 들으시면서 ‘우리 남편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밖에 행동을 할 수 없었구나.’ 라는 것이 이해되세요? <부인> 네. 많이 이해가 되죠.” (부부- 8회기)
(3) 가족구성원 개인과 가족관계의 변화
아내와의 대화를 회피했었던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경청하게 되었고 부부간에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고 공감하며 가정사에 대한 공동의 논의를 하는 등 남편과 부인의 의사소통 방식에 변화가 이뤄졌다. 또한 큰 아들에 대한 부인의 표현방식에 있어서 기능적인 변화(새로운 해결책의 시도)가 나타나면서 큰 아들에게 변화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부인은 큰 아들을 포옹하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도 노력할게. 같이 노력하자!”, “힘내!” 등의 표현을 통해 감정을 전하는 게 눈에 띄게 달라졌고 큰 아들 역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마에게 내어놓는 정도가 점차 늘었다. 큰 아들이 부모와의 관계,동생과의 관계가 개선되었으며, 자신감과 활기에 차있고 자기의 느낌과 주장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변화가 일어났으며 학원에 갈 때도 능동적으로 행동하였다. 마지막 상담회기에서는 큰 아들이 치료자에게 “삶이 재미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치료효과는 부부간 기능적 의사소통이 부부갈등을 해소하며(이인정, 2011), 부부갈등으로 인한 자녀의 문제행동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치료자> 관계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어때요? <부인> 좋아요. <치료자> 나아졌어요? 엄마하고는 어때요? <부인> 저하고도 좋아졌어요. (큰 아들이) 본인의 문제에 대해 말을 많이 하거든요. 주관이 조금 뚜렷해진 것 같아요.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 말을 하고... 오늘 축구를 하다가 배를 공에 맞았데요. 많이 아프냐고 그랬어요. ‘학원은 갈 수 있겠어?’라고 물었어요. <치료자> 그 전 같으면 가라고 하셨을텐데. <부인> 그랬겠죠. 그랬더니 ‘갈 수 있지. 당연히 가야지.’ 그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치료자> 그래요? 아빠께서 보실 때는 엄마하고 아이 사이가 변화가 있다고 보세요? <남편> 조금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보다 말이 많아졌으니까...(중략)...<치료자> 엄마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남편> 옛날 같으면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칠 일도 많이 참는 것 같고... 옛날에는 뭐를 시켜서 잘 안 하면 아이한테 저거 좀 치우라든가, 몇 번 하다가 안 하면 소리가 커진다던가. <치료자> 안하면? <남편> 네. 요즘은 뭐 계속 ‘저것 좀 치우라’고 부드럽게 좀... <치료자> 표현이 부드러워졌다는 거죠? <남편> 그렇죠.” (부부- 8회기)
“<부인> ‘엄마가 야단치면서 엄마가 화 안났다고 하는데 내(큰 아들)가 볼 때 화났다.’고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그랬니? 엄마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아. 엄마가 말로만 화 안냈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애. 미안해. 그런데 엄마도 그때는 너무 너무 속상하고 그렇다.’고 말을 해줬어요. <치료자> 그러니까 뭐래요? 아이의 반응은요? <부인>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치료자> 아이가 ‘엄마는 화 안났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엄마 얼굴은 화났다.’라는 표현을 해본 적이 있나요? <부인> 아니요. 없었어요. <치료자> 지금 자기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을 하네요. <부인> 그런 거는 그 이후로 그 느낌을 말하는 게 몇 번 되요.” (가족- 9회기)
“<남편> (큰 아이가) 얘기를 많이 하고, 그 다음에 활기차졌다고 해야 하나요? <치료자> 또 다른 변화가 있나요? <남편> 요즘은 자기표현을 그래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가족- 9회기)
본 연구의 결과를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의 효과에 관한 네트워크로 분석하여 제시하면 [그림 2]와 같다. 근본적으로 부부갈등을 낳게 된 두 가지 요인은 ‘남편과 부인의 원가족에서 부모와의 미해결된 정서’와 ‘부부간 역기능적으로 시도된 해결책’이었다. 이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첫째, 남편과 부인의 원가족에서 부모와의 미해결된 정서는 부부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남편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은 복잡한 가족관계, 새엄마의 배척, 부의 애정부족, 의사표현부족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인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은 부모간 불화, 부의 외도, 모의 비교하는 표현방식이었다. 둘째, 부부간 역기능적으로 시도된 해결책은 감정폭발, 상호회피, 신체적 폭력, 책임전가, 타인비교, 표현억제의 방식이었다.
위의 두 가지 요인은 대화단절, 소원한 관계, 역기능적 의사소통이라는 부부갈등을 야기시켰는데, 부부는 역기능적 의사소통으로써 요구-철회 의사소통, 상호회피 의사소통, 신체적 폭력을 사용했다. 부부갈등은 결국 자녀의 문제행동을 초래하였는데, 그 내용은 주의산만함, 자신감 없음, 자기주장 약함, 집중력 부족, 수동적 행동이었다. 부부갈등을 해소하고 부부갈등이 낳은 자녀의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하여 치료자는 중재자 역할을 하였고 내담자 중심으로 접근하였으며 재명명을 하였고 내담자의 통찰력을 강화시켰다. 또한 치료자는 내담자와 가족구성원들의 생략된 언어와 변화가능성 및 성공적 경험을 탐색하였다. 이로써 부부간에 기능적인 의사소통 방식의 대화가 증가되었고, 생략된 언어를 발견하여 상호간 인식의 폭이 확대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가족구성원들과 가족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그림 2.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의 효과 네트워크
4. 상담회기에 따른 가족구성원의 변화과정
상담은 총 9회기에 걸쳐서 이루어졌는데, 각 회기별 상담대상과 초이론적 모델 단계에 따른 변화의 단계와 자아분화의 내용, 주요 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인을 대상으로 한 1, 2회기 상담과 남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3회기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전인식단계’로 문제행동 인식에 대한 저항이 나타나는 단계였으며, 변화에 대한 계획과 인식이 부재하거나 부족한 상태였다. 4회기 상담에서 남편이 ‘인식단계’에 들어선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남편은 자신의 표현방식을 이해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내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을 알게 되면서 아내의 표현방식이 도출된 배경을 인지할 수 있었다. 5회기 상담에서 치료자는 큰 아들과의 상담 후 부인에게 큰 아들의 입장에서 중재를 하였고, 부인은 큰 아들에 대한 자신의 역기능적 의사소통방식을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6회기 상담은 부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부인과 큰 아들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부인의 경우, 전에는 남편을 인정하거나 칭찬하는 표현방식이 전혀 없었는데, 남편을 칭찬하고 큰 아들에게 애정 표현과 지지적 표현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엄마를 두려워했었던 큰 아들은 솔직하게 감정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6회기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변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는 ‘준비단계’로, 행동의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단계에 진입하기 전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7회기부터 9회기까지의 상담에서 내담자는 ‘행동단계’를 보였는데, 모자상담을 하였던 7회기에서 부인의 변화와 큰 아들의 변화가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부인은 부드러운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큰 아들을 때리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울면서 잠들곤 했던 큰 아들이 더 이상 울면서 잠드는 경우가 없게 되었다. 8회기는 부부상담으로 진행되었는데, 남편의 변화, 부인의 변화, 자녀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대화단절, 소원한 관계, 역기능적 의사소통이라는 부부갈등을 안고 있었던 부부가 공감을 표현하고 솔직한 의사소통 방식이 증가하였고, 경제적 문제와 자녀양육과 자녀의 진로에 관한 논의사항이 발생하였을 때, 부부가 함께 대화로 풀어가는 변화가 나타났다. 큰 아들의 경우, 자기주장이 약하고 자신감이 없고 수동적이었는데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져서 욕구를 분명하게 표현하였고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엄마에게 얘기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마지막 9회기 가족상담에서는 가족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행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아내의 의견을 경청하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고, 기능적 표현방식이 증가하여 큰 아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부인의 변화가 있었으며, 큰 아들이 말수가 많아졌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었으며 삶에 재미를 느낀다고 하였다. 치료자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부부관계, 모자관계, 자녀관계가 모두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치료의 효과성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1회기에서 3회기까지는 전인식단계, 4회기에서 5회기까지는 인식단계이자 남편과 부인이 미분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부부가 문제인식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서,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면서 변화의 모습들이 6회기부터 차차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부부체계가 점차 강화되었는데, 이는 곧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를 위한 노력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역기능적인 가족일수록 분화수준이 낮은데, 본 사례의 경우 가족원들의 분화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치료자는 부부의 불안수준을 감소시키고, 부부가 다른 가족구성원을 끌어들이는 삼각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1회기에서 9회기에 이르는 전 상담회기에 따른 가족의 변화과정을 집약한 매트릭스는 <표 1>과 같다.
표 1. 상담회기에 따른 가족의 변화과정 매트릭스
Ⅴ. 결론
본 연구는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의 효과에 관한 사례분석을 통하여 부부갈등의 내용과 결과, 부부갈등에 영향을 준 요인과 치료자 개입방법과 효과, 상담회기에 따른 가족구성원의 변화과정을 살펴보았으며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부갈등은 대화단절, 소원한 관계, 역기능적 의사소통으로 나타났고 부부갈등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남편과 부인의 원가족에서 부모와의 미해결된 정서와 부부간의 역기능적으로 시도된 해결책으로 나타났다. 둘째, 문제해결을 위한 가족치료과정에서 치료자는 개입전략으로 중재자 역할, 내담자 중심 접근, 재명명, 내담자의 통찰력 강화, 생략된 언어 탐색, 변화가능성 탐색, 성공적 경험 탐색을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치료과정을 통하여 내담자 가족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기능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의 시도로 부부갈등 완화, 자녀의 문제행동 감소, 가족구성원 개인과 가족관계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셋째, Prochaska의 초이론적 모델에 따른 가족의 변화과정을 분석한 결과, 남편과 부인은 전인식단계에서 행동단계에 이르는 변화추이를 보였고 자아분화에 있어서는 미분화 수준에서 벗어나 분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방법을 부연하면,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을 적용하여 내담자 가족에서 시도된 해결책 즉 유지해온 상호작용의 방식(역기능적인 의사소통방식)을 탐색하였고 새로운 해결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적용하여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중재자 역할, 내담자 중심 접근, 재명명, 내담자의 통찰력 강화, 생략된 언어탐색, 변화가능성 탐색, 성공적 경험 탐색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개입방법들은 부부간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게 하였고, 이로써 자녀에게 문제를 투사하는 모습이 사라지게 하였으며 부부체계를 강화시켰다. 이는 곧 개인의 자아분화 수준이 낮을수록 갈등상황에서 상호간에 감정적이며 부정적인 반응을 많이 하도록 하여 기능적인 관계형성 능력이 결핍되도록 만든다는 것을 반증한다.
치료자가 사용한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과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적 접근의 효과성을 제시하면 첫째,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에 근거한 치료자의 개입을 통해 남편과 부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해결책이 부부의 원가족 특성과 경험으로 인하여 오히려 부부갈등을 악화시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에 근거한 치료자의 개입을 통해 남편과 부인은 자아분화를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개인의 변화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변화를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가족 중 한 사람이 분화될 때, 파급효과가 발생되는데, 이 사례의 경우 부부체계가 강화됨으로써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수준을 높여갈 수 있었다. 부부간 감정적 혼란이 해소되어감에 따라서, 자녀에게 전해지는 스트레스가 경감되고 정서적 안정과 문제행동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었다. 셋째,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과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에 근거한 가족치료 과정을 통해 치료자는 남편과 부인에게 부부갈등과 자녀의 문제행동을 가족구성원 개인의 문제로 인한 결과가 아닌 가족체계적 관점에서 통찰할 수 있도록 개입함으로써 부부간의 인식의 변화를 야기시켰고 부부간 의사소통 방식이 변화되어 부부관계, 모자관계가 변화되면서 가족관계가 점차적으로 향상되었다.
본 연구의 사례는 부정적 의사소통이 부부갈등에 있어서 매개역할을 한다(박영화․고재홍, 2005)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모자간 상호작용이 개방적으로 이루어질 때 자녀의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유준호, 2012) 연구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그 만큼 가족 간 기능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치료자는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에 따라 문제의 기원을 가족구성원중의 한 개인이 아닌 상호작용에 두고 치료적 개입을 통하여 의사소통방식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본 사례에서 부부는 치료자의 개입 이전에 부부 간 대화가 단절되었고 역기능적 의사소통방식을 사용하였는데, 가족치료적 개입 이후에는 기능적 의사소통방식을 통하여 가정의 논의 사항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이는 부부갈등이 높을수록 폐쇄적인 의사소통을 사용하며, 부부갈등이 낮을수록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사용한다는 연구결과와 일치하고 있다(김미자, 2010).
그리고 본 사례연구는 첫째, 부부갈등이 부부관계의 악화와 가정분위기에 영향을 주어 자녀의 수동성과 같은 부정적 요소를 야기하며(임수진 외, 2008; Patterson & Zill, 1986), 둘째, 부부갈등이 심한 부모가 자신들의 미분화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자녀에게 투사하여 자녀의 자아분화에 손상을 가할 때에(Goldenberg & Goldenberg, 2007) 자녀에게 위축과 같은 내면성 문제가 나타난다는(이민식․오경자, 2000; Fincham et al., 1994) 선행연구의 결과와 같이, 부부갈등이 자녀에게 심리적인 위협을 주어 문제행동이 유발된다고 보는 관점에서 부부갈등과 자녀의 문제행동 간의 관련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남편과 부인의 자아분화 정도가 낮을수록 부부갈등이 높고, 자아분화 수준이 낮으면 갈등상황에서 부정적인 대처행동을 많이 하게 되어 부부갈등을 심화시켜서 자녀의 문제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나며(한영숙, 2007; 이혜경, 2011), 또한 부부관계 향상과 자녀의 문제행동 감소를 위해 가족전체를 개입시키는 가족치료가 요구되고(김윤희, 1990), 부부는 상호작용하는 체계이므로 부부간 기능적인 행동변화가 또 다른 기능적 행동변화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최정숙, 1996) 연구결과들과 함께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에 따른 자아분화 문제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과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이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접근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부부갈등과 이로 인한 문제로 가족관계의 위기에 처해있는 유사한 사례를 접하는 상담가, 실천가들에게 실제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부부갈등과 관련하여 상담을 진행하게 될 때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의 이면에 있는 원가족의 특성과 경험, 역기능적인 의사소통방식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해결책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해주고 있다.
끝으로 본 연구는 현대 사회문제인 가족해체 가속화와 밀접하게 잇닿아 있는 부부갈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개입방안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단일 사례를 중심으로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치료적 개입 효과를 분석하였기에 본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결혼기간에 따라 결혼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다를 수 있고(허진자․고재홍, 2008), 어떤 사례의 특성에 따라 부부갈등의 요인이 구별될 수 있으므로 본 연구의 제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연령과 결혼기간 등이 상이한 여러 부부들을 대상으로 다중 사례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접근에 있어서 본 연구의 부부갈등 사례와 접목한 MRI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과 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 이외에 다른 가족치료적 접근방법을 적용한 연구가 후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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