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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17 No.2 pp.49-71
DOI :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 민족 정체감, 차별경험, 자아존중감과 문제행동간의 관계

최운선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전임강사

Personal Characteristics, Ethnic Identity, Experience of Discrimination, Self-Esteem, and Problem Behavior of Korean-Japanese Multicultural Adolescents

Woon-Sun Choi
Full-time Lecture, Dept. of Child Welfare, Namseoul University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level of problem behavior exhibited by Korean-Japanese multicultural adolescents, and the causal relationships between the problem behavior and the factors related to through a path model. The data gleaned from replies of 309 Korean-Japanese multicultural adolescents were subjected to an analysis.The results indicate that the level of problem behavior was normal, the score of depression/anxiety was highest, while the score of the aggression subscale was lowest. The level of problem behavior was negatively related to Korean ability and self-esteem, and positively related to the amount of discrimination experience. According to the path model, the positive influence of the perception of a difference in appearance on problem behavior occurred indirectly through ethnic identity and self-esteem. Whereas the negative influence of Korean ability on problem behavior occurred indirectly through ethnic identity. Discrimination experience had an indirect effect on the problem behavior level of multicultural adolescents through ethnic identity and self-esteem, it also showed a positive influence on problem behavior directly. The limitations of this study and the need for follow up studies are also discussed.

Ⅰ. 서론

 결혼이민자가 급속한 속도로 한국사회에 정착하면서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하고있다. 2011년 기준 전국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수는 이미 1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청소년기로 들어섰으며, 한‧일가정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 대부분 종교적 이유로 한국에 결혼이주 해 온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이다. 한‧일가정 자녀들은 외모가 한국인과 비슷하고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라왔기 때문에 학업과 학교생활에서 별다른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역사 시간에 일제강점기에 관한 내용을 공부할 때나 일본과 좋지 않은 정치적 상황에 처할 때, 이들은 기존의 국제결혼가정 자녀들과는 또 다른 심리적 부담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청소년무지개센터, 2008).

 다인종‧다문화사회를 일찍부터 경험한 미국의 경우 서로 다른 민족·인종·국가 간의 이질적 결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다. 초기 연구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심리·사회적으로 주류로부터 배제되기 때문에 주변화 집단을 구성하며(Stonequist, 1937), 이러한 사회적 주변화에 대한 갈등은 다문화가정의 십대들에게 “나는 어디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을 하게끔 한다. 십대들은 사회적 수용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거부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상처받기 쉬우며, 일반적으로 여아들이 남아보다 사회적 수용에 있어서 불안감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며, 정체성 갈등, 학업과 행동상의 문제를 더 많이 갖고 있는 경향이 있다(McRoy & Freeman, 1986; Herring, 1992). 또한 부모가 두 문화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그 자녀들도 정체불명의 존재로 인식되고 주류집단과 소수집단의 또래들로부터 거부를 당한다고 보았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신념체계에서 두 세트의 문화적 가치를 통합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신경증적인 증상을 나타내거나(Vander-Zanden, 1963; Cleveland &Longaker, 1972), 양쪽부모의 민족배경을 하나의 일관된 정체감으로 통합시키는데 실패한다고 주장한다(Benson, 1981; Lyles et al., 1985; Sebring, 1985).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연구자들은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독특한 발달이슈들로 인해 더 어려운 과정을 경험할 수 있지만(Kerwin et al., 1993), 가정·또래·학교 및 사회로부터 지지와 협력을 받게 된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자원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Cauce et al., 1992; Gibbs & Hines, 1992; Wijeyesinghe, 1992; Kerwin et al., 1993). 이것은 다문화적 자원과 배경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청소년들이 사회화 과정에서 차별과 편견 등 부정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수록 사회관계 속에서 고립되고, 비행이나 범죄와 같은 일탈행동에 연루될 위험이 높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동안 단일민족주의와 순혈주의를 고수해왔던 한국사회가 아직도 타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 년기 자녀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한‧일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은 어떠한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간의 인과관계를 경로모형 검증을 통해 밝혀냄으로써,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심리적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입 방안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Ⅱ. 이론적 배경

1.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

 DSM-Ⅳ에 따르면 문제행동이란 ‘유아기, 소아기,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진단되는 장애로 아동이 성장하면서 본인이 처해진 상황이나 환경에서 부적절한 정서적, 행동적 부적응을 포함하는 일체의 행위’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행동은 내재화 혹은 외현화된 부정적 기능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청소년기의 경우 위축, 우울/불안, 비행, 공격성, 신체증상, 사회적 미성숙, 사고의 문제, 주의집중문제, 자해/정체감문제 등 9개 증후군으로 구분하여 문제행동을 측정하고 있다(Achenbach, 199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기에 본인이 처해진 상황이나 환경에서 나타내는 부적절한 정서적, 행동적 부적응 문제로 정의하고자 한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국외의 연구들은 주로 정체성 형성과 발달과정에 경험하게 되는 특정 이슈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Brown, 1990; Herring, 1992; Bowles, 1993), 문제행동을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들은 많지 않다. 또한 대상 아동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어리고, 상당수는 임상전문가에게 의뢰된 소수의 사례를 갖고 이루진 경우가 많다(Sebring, 1985; Gibbs & Moskowitz-Sweet, 1991; Gibbs, 1998). 위 연구들은 다문화가정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정서적 고립감, 수치심, 우울을 자주 경험하며, 낮은 자아존중감, 민족·인종 정체성의 혼돈, 심리적 문제, 그리고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적응상의 문제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 연구들은 대부분 임상표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표집방법과 표본의 크기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임상현장이 아닌 일반 다문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와 다소 상반된 결과들을 발견할 수 있다. Johnson과 Nagoshi(1986)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16-17세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백인 및 소수민족 청소년의 부모들에게 자녀의 적응 수준을 응답하게 한 결과, 비교집단에 비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 개인의 적응 수준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auce와 그의 동료들(1992)도 11-13세 다문화청소년과 단일인종/민족 청소년 44명을 대상으로 사회 적응 수준을 비교한 결과, 불안, 우울, 자아인식, 행동문제 영역에서 두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Field(1996)는 미국 콜로라도주의 덴버시에 거주하는 다문화청소년, 백인 청소년, 흑인 청소년 각 31명을 대상으로 문제행동, 자아개념, 적응에 대해 비교 분석하였다. 문제행동 영역에서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 외현화 문제(싸움, 거짓말하기) 점수가 다른 두 집단에 비해 조금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세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 ‘청소년건강종단연구’의 1997년도 자료를 토대로 Cooney와 Radina(2000)는 층화 무작위 추출을 통해 7-12학년 다문화청소년(284명)과 비교집단인 백인 청소년(1,870명), 소수민족 청소년(534명) 간에 과거 상담경험, 우울, 비행, 물질남용, 학교 적응 수준을 비교하였다. 연구결과, 다문화청소년 남녀 모두 과거에 심리 상담을 받은 경험이 두 비교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남자 청소년의 경우, 학교에서의 유급율과 중퇴율이 백인 청소년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다문화 여자 청소년의 경우, 우울 점수에서는 또래 비교집단과 차이가 없는 반면에, 비행 점수에서는 백인 여자청소년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하지만 남아의 경우, 비행 점수에서 세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Milan과 Keiley(2000)는 미국 청소년의 건강과 복지를 조사한 ‘청소년건강종단연구(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Health)’의 1994-1996년도 자료를 이용하여 다문화 집단, 백인 및 소수민족 집단 청소년의 적응 수준을 비교한 결과, 비교집단인 백인 및 소수민족 집단에 비해 우울, 신체화증상, 품행장애, 학교문제 등에서 전반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아존중감도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임상현장에서 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연구들은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여러 가지 적응상의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지역사회 일반 다문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들은 이와 다소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을 일반 청소년들과 비교하였을 때, 일부 하위영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비교집단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차이가 있음을 수 있다.

 한편 국내 다문화가정 청소년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미흡한 실정이다. 주로 이들의 사회적응 실태를 다룬 연구들(금명자 외, 2006; 정하성·우룡, 2007)이 대부분이며, 직접적으로 문제행동 수준을 살펴본 연구들은 많지 않다. 이영주(2009)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외국인 엄마 요인, 학교 요인, 자아정체감 요인, 친구 요인, 개인적 요인, 가족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본 결과, 개인적 요인과 자아정체감 요인의 영향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구체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심각하며, 주변인들이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인정할 때 심리사회적 적응 수준이 낮아진다고 하였다. 반면에 다문화가정 청소년 스스로 인식하는 한국인정체감 유형에 따른 심리사회적 적응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영주(2007)의 연구에서는 다문화가정 아동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보호요인으로 친구관련 요인, 학교관련 요인 및 가족관련 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한편 이덕희(2010)는 다문화가정 아동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특성 요인들을 개인적 특성, 가정적 특성, 또래 관계적 특성, 학교 환경적 특성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으며, 이와 같은 환경적 특성이 긍정적일수록 아동의 위축, 우울, 불안, 비행 등 문제행동 성향이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위 국내 선행연구들은 다문화 청소년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간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2.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요인들을 밝히기 위한 실증적 연구들이 많지는 않지만 구체적으로 언어실력, 외모의 차이, 차별경험, 민족 정체감, 자아존중감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1) 한국어 실력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언어발달 수준이 일반아동에 비해 낮다는 사실이 국내 선행연구들을 통해 꾸준히 지적되고 있으며(정은희, 2004; 오성배, 2005; 박주희·남지숙, 2010; 황상심, 2011), 이는 주로 자녀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낮은 한국어 실력이 자녀의 언어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결국 자녀의 학습능력 저하,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조영달, 2006).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일반아동과의 이러한 언어발달 차이가 사라진다고 하지만(Genesee, et al., 1995), 상당수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여전히 한국어 습득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하성·우룡, 2007). 실제로 청소년의 경우, 한국어 미숙은 학업을 수행하거나 교우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청소년의 사회적 적응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양계민 외, 2009). 따라서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한국어 실력은 학업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적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 외모차이

 피부색, 눈, 얼굴, 머리색 등을 비롯한 신체적 특징이 개인의 정체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관된 주장들이 선행연구에서 제기되고 있다(Gibbs, 1987; Wijeyesinghe, 2001; Root, 2003; Wallace, 2003; Renn, 2004). 특히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외모는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민족집단의 범위를 제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민족 집단을 선택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Stephen & Stephen, 1989).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포함한 소수민족 집단의 아동들은 외모의 차이, 민족적 배경으로 인해 차별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계, 라틴계와 아시아계 소수집단의 아동들은 외모나 민족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이나 협박, 또래집단의 배척 등과 같은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Rumbaut, 1994; Simons et al., 2002). 일반 청소년들과 외모 차이가 많이 날수록 지속적인 차별을 경험하게 되며 (Gaines & Reed, 1995), 결국 민족 정체감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송선진(2007)의 연구에서는 국내 다문화가정 아동의 자아 정체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외모의 차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3) 차별경험

 국내 연구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정의 청소년들보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에 학교 및 사회생활 적응에 더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고된바 있으며, 대체로 연령이 높은 고학년의 청소년들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에 적응상의 어려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정하성·우룡, 2007).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차별경험은 우울 및 불안감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차별을 많이 경험한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우울 및 불안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김혜미 외, 2011). 외국의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차별을 더 많이 경험했던 소수민족 집단의 청소년들일수록 우울증상, 스트레스 수준이 더 높은 반면에 심리적으로 더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Prelow, et al., 2004; Neblett, et al., 2008). 한편 Umaña-Taylor와 Updegraff(2007)가 라틴계 소수민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차별경험이 청소년들의 우울증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자아존중감을 통해 우울증상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차별경험을 많이 하는 청소년들에게서 자아존중감이 낮고 우울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차별경험은 성인보다 또래에 의한 것이 청소년들에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으며(Green, et al., 2006), 또래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청소년들은 다양한 대처전략을 사용하게 되며, 때로는 자신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 시키거나 반대로 사회적 수용을 얻기 위하여 친구들을 과도하게 따르는 경향이 있다(Gibbs, 1987). 이는 청소년들이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따라서 알코올이나 약물남용(Gibbs &Moskowitz-Sweet, 1991), 그리고 비행에 가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킨다(Gibbs, 1987).

4) 민족 정체감

 다문화 청소년의 민족 정체감과 심리적 적응을 직접적으로 다룬 선행연구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대부분 민족 정체감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심리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Phinney, 1992; Phinney & Alipuria, 1996; Martinez & Dukes, 1997; Bracey et al., 2004; Abu-Rayya, 2006; Ward, 2006).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문화 및 소수민족 집단의 젊은이들 모두 민족 정체감이 높을수록자아존중감이 높으며(Phinney, 1992; Phinney & Alipuria, 1996; Bracey et al., 2004), 삶의 목표와 자신감 또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민족 정체감이 강할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줌과 동시에 부정적 편견과 차별로부터 보호하게 되며, 결국 심리적 적응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Martinez & Dukes, 1997). 한편 다문화 청소년들이 자신이 속한 두 민족 집단에 애착을 적게 갖고 민족 정체감이 낮을수록 자아존중감이 낮을 뿐만 아니라 높은 불안과 우울 성향을 보이는 반면에 (Abu-Rayya, 2006), 민족 정체감이 높을수록 다문화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Ward, 2006).

5) 자아존중감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심리사회적 적응 간의 관계를 다룬 선행연구들은 소수민족 집단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대부분 이루어졌으며, 다문화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문제행동 간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실증적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우선, Kiang 등(2006)의 연구에서는 멕시코와 중국계 소수민족 집단 청소년들의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심리적 안녕 수준은 높은 반면에 불안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수민족 청소년의 자아존중감은 청소년의 우울 증상에 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인임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Umaña-Taylor & Updegraff, 2007; Rivas-Drake, et al., 2008). 따라서 높은 자아존중감은 다문화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반면에 문제행동과 같은 부적응 행동에는 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위 선행연구들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연구문제를 설정하였고, 이론적 연구가설 모형을 [그림 1]과 같이 구성하였다. 

그림 1.이론적 연구모형

연구문제 1.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은 어떠한가?
연구문제 2.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 민족 정체감, 차별경험, 자아존중감과 문제행동간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연구문제 3.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 민족 정체감, 차별경험, 자아존중감과 문제행동간의 경로모형은 어떠한가?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및 자료수집 방법

 2010년 기준 전국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6,438명에 달하며(교육과학기술부, 2011), 이 가운데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3,333명으로, 약 51.7%를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90년대 초반 국내 특정 종교단체가 ‘행복한 가정, 참 가정’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추진한 한‧일간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2세들이다. 현재 한‧일가정 청소년들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이들에 관한 연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 총 3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자 청소년은 46.9%, 여자 청소년이 53.1%로 여자 청소년이 조금 더 많았으며, 만 12-18세의 중고등학생으로서, 평균 연령이 14.19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자들 가운데 중학생이 80.3%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고등학생의 약 4배에 달하였다. 종교는 통일교라고 응답한 청소년이 97.7%로 가장 많았으며, 기독교와 무교는 각각 2.0%와 0.3%에 불과하였다. 이는 본 연구에 참여한 조사대상자의 대부분이 90년대 초반 종교단체를 통해 이루어진 한‧일가정의 2세들이기 때문에 부모의 종교적 성향에 따라 나타난 결과로볼 수 있다.

 한편 출생지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이 79.0%를 차지하였으며, 나머지 21.0%는 일본에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지역의 경우, 309명 가운데 전라도가 26.2%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도 23.9%, 충청도 15.8%, 경상도15.2%, 서울 13.3%, 강원도 3.2%, 무응답 2.2% 순으로 나타났다.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지각하는 외모의 차이를 살펴보면, 한국인과 똑같거나 많이 비슷하다가 242명(78.6%), 보통이다가 63명(20.5%), 조금 다르거나 많이 다르다가 3명(0.9%)이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일반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차이를 크게 지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어 실력을 살펴보면, 매우 잘하거나 대체로 잘한다가 264명(86.6%), 보통 수준이다가 36명(11.8%), 잘 못하거나 매우 못한다가 5명(1.6%)에 불과하였다. 절대 다수의 한·일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1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2. 측정도구

1) 문제행동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측정하기 위하여 한국판 청소년 자기행동 평가척도(K-YSR) 가운데 위축, 우울/불안, 비행, 공격성 등 4개의 하위척도만을 사용하였다. 한국판 청소년 자기행동평가척도(K-YSR)는 Achenbach(1991)의 청소년 자기행동평가척도를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적합하도록 오경자·하은혜·이혜련·홍강의(2001)가 수정 및 표준화한 것이다. 각 문항은 전혀 해당되지 않음(0점), 가끔 그렇다(1점), 자주 그렇다(2점)의 3점 척도로 평가하게 되어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문제행동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본 연구에서 위축, 우울/불안, 비행, 공격성 하위영역별 Cronbach's α값은 각각 .854, .917, .837, .885로 나타났으며, 총 문제행동 척도의 내적 신뢰도는 .949로 나타났다.

2) 자아존중감

 자아존중감은 로젠버그의 자아존중감 척도를 이상균(1999)이 번역한 것을 사용하였다. 로젠버그의 자아존중감 척도는 총 10문항으로 각 문항별로 1점(‘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4점(‘매우 그렇다’)까지 응답하도록 되어 있으며, 부정적인 문항들은 역채점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자아존중감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본 연구에서 척도의 내적 일관성(Cronbach's α값)은 .871로 나타났다.

3) 민족 정체감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민족 정체감을 측정하기 위하여 Phinney(1992)가 여러 집단을 대상으로 개발한 ‘민족 정체감 척도(The Multigroup Ethnic Identity Measure, MEIM)’를 토대로 Roberts et al.(1999)가 청소년에 맞게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민족 정체감 탐색과 민족 정체감 확인이라는 2개의 하위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족 정체감 탐색은 ‘나는 한국의 역사, 전통, 관습 등을 더 잘 알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나는 한국 사람이 모인 조직이나 사회집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등 5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민족 정체감 확인은 ‘나는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과 그것이 나에게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 ‘나는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이 행복하다’ 등 7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한민족에 대한 정체감 수준이 높은 것으로 해석되며, 본 연구에서 척도의 Cronbach's α값은 .879로 나타났다.

4) 차별경험

 차별경험은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또래로부터 경험하는 편견과 차별의 정도를 의미한다. Way(1997)가 개발한 ‘성인과 또래집단 차별척도(Adult and Peer Discrimination Measure)’중 성인을 제외한 또래차별에 해당되는 문항들만 추출하여, 본 연구에 맞게 연구자가 번안하였다. 이 척도는 ‘나의 민족․문화적 배경 때문에 주위 친구들로부터 불공평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국제결혼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위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등 또래로부터 경험한 차별의 정도를 측정하는 7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응답범주는 ‘전혀 그렇지 않다=1’에서 ‘매우 그렇다=10’까지 10점 척도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한‧일가정 청소년들이 경험한 차별 수준이 높음을 나타내며, 본 연구에서 척도의 Crobach's α값은 .946으로 나타났다.

5) 인구사회학적 특성

 그 외에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인구사회학적 특성변인으로 성별, 연령, 출생지, 종교, 거주지역, 외모차이, 한국어 실력 등을 측정하였다.

3. 자료분석 방법

본 연구의 연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SPSS Win 18.0과 AMOS 7.0을 사용하였다. 첫째, 조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및 문제행동 수준을 파악하기 위하여 기술통계치들을 산출하였다. 둘째, 문제행동 수준과 관련변인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하여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다. 셋째, 본 연구에서 제안된 이론적 모형을 검증하기 위하여 AMOS 7.0을 활용하여 경로분석을 실시하였다. 

Ⅳ. 분석결과

1.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

 이론적 모형을 검증하기에 앞서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을 살펴본 결과 다음 <표 2>에 제시된 바와 같다. 총 문제행동 수준은 2점 만점에 평균 0.30점으로 대체로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울/불안 영역(M=.62, SD=.45)에서 점수가 가장 높은 반면에, 공격성 영역(M=.20, SD=.26)에서 점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한편 위축(M=.34, SD=.27)과 비행 수준(M=.36,SD=.37)은 총 문제행동의 전체 평균(M=.30, SD=.28)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

2. 전체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문제행동과 관련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표 3>에 제시된 바와 같다. 문제행동 수준은 한국어 실력 및 자아존중감과 부적인 상관관계를 갖는 반면에 차별경험과 정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외모차이와 민족 정체감은 문제행동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자아존중감은 한국어 실력 및 민족 정체감과는 정적인 상관성을 나타냈지만 외모차이, 차별경험과는 부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리고 민족 정체감은 외모차이와 부적인 상관관계를 보였고, 한국어 실력과 외모차이는 부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관관계 분석으로는 변인들 간의 인과관계 및 직·간접
효과를 밝혀내기에는 한계가 있음으로, 구조방정식 모형을 활용하여 경로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3 전체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2. 경로모형 검증 결과

1) 초기모형 분석 결과

 구조방정식 모형을 이용하여 이론적 초기모형을 검증한 결과, 전체 변인들 간의 인과관계는 [그림 2], 적합도 지수는 <표 4>, 경로계수는 <표 5>에 제시된 바와 같다. 우선, 초기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살펴보면, χ2=10.36(p=.110, df=6)이며, NFI=.950, TLI=.918, CFI=.977로 모두 .90이상이며, RMSEA=.049로 .05보다 작게 나타났다. 대체로 이론적 초기모형이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표 4 초기모형의 적합도

 하지만 초기모형의 경로계수를 나타내는 <표 3>를 살펴보면, 연구자가 설정한 경로모형 가운데 차별경험에 대한 외모차이의 표준화 경로계수(β=.062)가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모형의 적합도 지수가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론적 초기모형에 대한 적절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98% 이상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일반 한국인과 차이를 거의 지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모의 차이로 인해 주위 또래들로부터 차별을 경험하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표 1>에서 두 변수간의 상관계수(R=.062)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차별경험에 대한 외모차이의 경로를 제거한 후 수정모형을 재구성하였다.

그림 2.초기모형

표 5 초기모형의 경로계수

2) 모형의 수정 및 최종모형 분석 결과

 간명도가 높은 최적의 모형을 구성하기 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위 1개 경로(차별경험← 외모차이)를 제거한 후 수정모형을 구성하였다. 수정모형에 대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적합도 지수는 <표 6>에 제시된 바와 같이 χ2 =11.55 =.116, df=7)이며, NFI=.944, TLI=.927, CFI=.976로 모두 .90이상이며, RMSEA=.046으로 .05보다 작게 나타났다. 이는 초기모형에 비해 대체로 높은 적합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그림 3]과 같이 수정 이후의 모형을 최종 연구모형으로 선정하였다.

표 6 수정모형의 적합도

 수정모형에서 변인들 간의 경로계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 <표 7>과 같다. 첫째, 외모차이는 민족 정체감(β=-.113)에, 민족 정체감은 자아존중감(β=.300)에, 자아존중감은 문제행동(β=-.424)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즉, 외모차이가 클수록 민족 정체감은 낮아지고, 자아존중감 또한 낮아지는 반면에, 문제행동 수준은 높아지는 것을 나타났다. 둘째, 한국어 실력은 자아존중감(β=.213)에, 자아존중감은 문제행동(β=-.424)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즉, 한국어 실력이 높을수록 자아존중감이 향상되며, 반면에 문제행동 수준은 낮아진다. 셋째, 차별경험은 민족 정체감(β=-.102)에, 민족 정체감은 자아존중감(β=.300)에, 더 나아가 자아존중감은 문제행동 수준(β=-.424)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이것은 차별경험이 많을수록 민족 정체감은 낮아지며, 자아존중감 또한 낮아지는 반면에 문제행동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차별경험은 자아존중감(β=-.248)에, 자아존중감은 다시 문제행동(β=-.424)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차별경험이 자아존중감을 약화시키고, 더 나아가 문제행동 수준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차별행동은 민족 정체감과 자아존중감을 매개로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접 문제행동 수준(β=-.167)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그림 3.수정모형

표 7 수정모형의 경로계수

각 요인들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직·간접효과와 총효과로 구분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표 6>과 같다. 외모차이는 문제행동에 정적인 간접효과(β=.014)를 보였으며, 한국어 실력은 부적인 간접효과(β=-.091)를, 민족 정체감은 부적인 간접효과(β=-.127)를 보였다. 또한 차별경험은 문제행동에 정적인 간접효과(β=.118)를 나타냄과 동시에 정적인 직접효과(β=.167)를 나타냈다. 자아존중감은 문제행동에 부적인 직접효과(β=.424)를 나타냈다. 위의 결과로부터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높은 요인은 자아존중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은 차별경험, 민족 정체감, 한국어 실력, 외모차이 순임을 알 수 있다. 

표 8 수정모형의 직접․간접효과․총효과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변인들간의 인과관계를 경로모형 검증을 통해 밝혀냄으로써,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심리적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입 방안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일 다문화 가정 청소년 총 3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분석결과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총 문제행동 수준은 2점 만점에 평균 0.30점으로, 비록 표준화된 T 점수를 산출하여 규준집단과 비교하지는 못하였지만, 대체로 문제행동 수준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문화가정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정서적 고립감, 수치심, 우울을 자주 경험하며, 낮은 자아존중감, 민족·인종 정체성의 혼돈 및 다양한 적응상의 문제들을 경험하게 된다는 초기의 연구들과 달리, 일반 청소년들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Cauce, et al., 1992; Field, 1996; Cooney & Radina, 2000).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위영역 가운데 우울/불안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에, 공격성 영역은 점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비행, 공격성과 같은 외현화 문제 보다는 우울/불안, 위축을 비롯한 내재화문제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대부분 싸움, 거짓말하기, 비행 등 외현화 문제에서 일반 청소년들보다 일관된 높은 점수를 나타낸 외국의 선행연구들(Field, 1996; Cooney & Radina, 2000)과 비교했을 때, 국내 다문화 청소년의 문제행동이 외현화 문제보다는 내재화 문제와 더 많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둘째, 문제행동 수준은 자아존중감, 차별경험, 한국어 실력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즉, 한국어 실력과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문제행동 수준은 낮아지며, 차별경험이 많을수록 문제행동 수준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차별경험이 다문화가정 자녀의 우울과 불안 수준을 높인다는 김혜미 외(2011)의 연구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자아존중감은 한국어 실력 및 민족 정체감과는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외모차이, 차별경험과는 부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는 한국어 실력이 높을수록, 민족 정체감이 높을수록 자아존중감이 높아지는 반면에, 외모에 대한 차이를 더 많이 인식하고 차별경험이 많을수록 자아존중감은 낮아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민족 정체감은 외모차이와 부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자신의 외모가 일반 한국청소년들과 많이 다르다고 인식할수록 다문화 청소년들의 민족 정체감 수준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어 실력은 자아존중감을 거쳐 문제행동에 부적 영향을 미쳤다. 즉, 한국어 실력이 높을수록 자아존중감이 향상되며, 높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은 결국 문제행동에 연루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 청소년들의 낮은 언어실력이 학업능력 저하 및 학교생활의 부적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조영달, 2006), 더 나아가 자아존중감을 약화시키고 문제행동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외모차이는 민족 정체감과 자아존중감을 통해 문제행동에 간접적으로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의 외모를 일반 청소년들과 다르게 인식할수록 민족 정체감은 약화되며, 이는 다시 자아존중감을 떨어뜨려, 결국 문제행동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게 외모는 자신의 정체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송선진, 2007), 자신의 외모에 대해 개인이 속한 민족집단과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은 결국 민족 정체감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며(Gibbs, 1987; Root, 2003; Renn, 2004), 이것은 낮은 자아존중감을 초래하게 됨으로, 문제행동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경험은 문제행동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자아존중감을 통해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결과는 차별경험이 소수민족 집단 청소년들의 문제행동 중 우울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자아존중감을 통해 우울증상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Umaña-Taylor와 Updegraff(2007)의 연구결과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차별경험은 민족 정체감과 자아존중감을 거쳐 문제행동에 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차별을 많이 경험할수록 청소년들의 민족 정체감은 약화되며, 자아존중감 또한 낮아짐으로써 문제행동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외모의 차이가 차별 경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부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절대 다수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일반 한국인과 차이를 거의 지각하지 못하고 있는 관계로, 외모의 차이로 인해 주위 또래들로부터 차별을 경험하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것은 외국인 부모가 필리핀, 태국, 러시아, 파키스탄 등 출신인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외모로 인해 따돌림이나 차별을 받는 상황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상의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이론적 함의 및 실천적 제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내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관한 연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 시점에서 실증적 연구를 통해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요인들 간의 인과관계를 밝혀냄으로써, 이들의 발달과 성장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 한·일 다문화 청소년의 자아존중감, 민족 정체감과 차별경험은 문제행동 수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자아존중감은 문제행동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서, 다문화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적응 수준을 크게 좌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한국어 실력, 민족 정체감 및 차별경험은 자아존중감을 매개로 문제행동 수준을 예측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는 앞으로 다문화 위기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입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실증적 근거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셋째,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등 일선현장에서 실천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긍정적인 발달과 적응을 돕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다양한 역량강화 프로그램들을 개발 및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어 및 이중언어 교육, 대인관계 기술 향상, 자아존중감 향상 프로그램, 정체성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 및 치료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한편 실천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사업과 프로그램들을 취합하고 관리하는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전국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DB화하고 성공적이라고 추천된 프로그램들을 수록 및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현재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한·일가정의 자녀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회적응 실태는 베일에 가려진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한국어 실력이 비교적 뛰어나고 특정 종교를 대부분 갖고 있으며, 외모 상으로는 한국인과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에 상당수가 이중국적을 소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향후 정부의 다문화 청소년지원 정책은 문화적 다양성과 집단이 갖고 있는 특유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보다 세심한 배려와 구체적인 실천개입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후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본 연구에 포함된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총 309명으로 사례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에만 한정시켰기 때문에, 본 연구결과를 전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 일반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추후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제행동에 관한 경로모형의 검증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K-YSR 척도가 표준화된 한국형 척도임에도 불구하고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에 대해 T점수를 산출하여 규준집단과 비교를 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갖는다. 그리고 문제행동을 위축, 우울/불안, 비행, 공격성 등 4개의 하위영역에만 제한하여 측정하였다는 점과 문제행동의 각 하위영역별로 세분화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관련요인들과의 인과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였다는 점이 연구의 한계점으로 남는다.

셋째, 본 연구는 한·일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문제행동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요인들을 청소년의 개인적 요인 및 심리적 특성에만 초점을 두고 인과관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부모 및 다문화가족의 특성, 그리고 사회적 요인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 될 수 있다. 따라서 후속연구를 통해 연구모형을 좀 더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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