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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17 No.4 pp.87-113
DOI :

지역사회복지관의 북한이탈주민가족 사례관리모델구성을 위한 탐색적 연구*

박영희**, 정순둘***, 배진형****
**그리스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성서대학교 사회과학부 사회복지전공, 조교수

Building a Family Case Management Model for North Korean Defectors by Community Welfare Centers: An Exploratory Approach

Soon-Dool Chung***, Park Young-Hee**, Bae Jin-Hyung****
***Professor, Dept. of Social Welfare, Ewha Womans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Dept. of Social Welfare, Korea Christian University, ****Assistant Professor, Dept. of Social Welfare, Korean Bible University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to build a family case management model for North Korean defectors bycommunity welfare centers. To achieve this purpose, literature review and a focus group interviewwith 6 participants were performed. Qualitative data were analyzed with constant comparisonmethods and categorized with open coding method. The results showed that their adjustmentdifficulties were categorized as 8 sub-categories under adjustment difficulties in the shortage anddifferences' category; difficulties related to jobs as the bread winners, difficulties resulting fromindividual adjustment speed or reunion among family members, psychological instability accordingto differences with North Korea, physical illness due to the defection process or excessive work inKorea, the social prejudice of neighbors, community and media, discrimination in the system andpolicy, the lack of educational and financial support for their children, and lastly, initial or seasonaldifficulties as North Korean defectors. Based on the results, a family case management model bycommunity welfare centers that utilizes supervisors, key case managers, and aid workers wassuggested. To implement this model, college professors, specializing in social work, North Korea,and mental health, work as supervisors, social workers for community welfare center work as keycase managers, and assistants for settlement assigned to North Korean defectors are utilized as aidworkers in this case management model. The proposed family case management model for NorthKorean defectors is expected to be utilized in real community welfare centers and to show theresults of development through the implementation.

Ⅰ. 서론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인구가 근래 2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통일부, 2012). 북한을 떠나 낯선 남한 사회로 이주해 온 북한이탈주민들은 경제, 보건, 교육, 심리사회 및 문화적으로 복합적이고 다양한 어려움에 노출되게 된다(김창근, 2011). 북한이탈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복지기관과 NGO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장 실무자들의 경험뿐 아니라, 북한이탈주민들의 욕구 조사를 중심으로 한 많은 연구들(가양 7 종합복지관, 2007; 윤여상 외, 2005; 공릉종합사회복지관, 2006)을 통해 살펴보면, 북한이탈주민들의 보다 나은 한국 사회적응을 위해서는 어느 한 측면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며,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통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김용태·배철효, 2010)만 훨씬 효과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일선의 지역사회복지관에서는 복합적인 서비스를 계획, 연결 및 제공함으로써 향후 자립적 적응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지역사회정착안내, 남한사회적응 지원프로그램, 취업알선 및 진학상담, 그리고, 초기상담을 포함한 지속적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수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남성․성인․단독세대의 소규모 입국을 전제로 한것으로, 2002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여성과 가족동반 북한이탈주민의 입국증가에 따른 다양한 가족들이 가진 욕구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통일부, 2008). 이를 반영하듯이 북한이 탈주민들 자신들도 남한에 온 초기에는 자신의 가족관계에 대하여 긍정적 인식을 가지지만, 남한에 거주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처음에 가졌던 긍정적 예상과의 차이로 인해 가정불화나 가족해체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기본적 사회적응을 포함하여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적응 단계와 생애주기,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복합적 서비스 필요성을 시사해 준다(이기영·성향숙, 2001).

 현재 지역사회복지관에서의 사례관리가 이러한 욕구충족을 목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이탈주민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일시적 혹은 우선적 욕구에 대한 대응 위주이며, 이 또한 소수의 몇 몇 복지관에서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체계적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시되거나, 전문적인 수퍼바이저에 의해 초점화된 지도감독 체계가 없는 상황이므로, 실무자들 역시 자신들의 수행과정에 대하여 잘 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전문적 확신을 가지기 어려움을 토로한다(김선화·김성모, 2008). 현재 북한이탈주민들의 거주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탈주민가족들에 대한 서비스 지원 경험이 없는 지역사회복지관들에서 체계적인 사례관리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한 기본적인 모델개발과 이를 운영해 나가기 위한 사회복지사들의 역할 규명이 절실히 요구된다.

 기존문헌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례관리모델을 초점으로 한 연구로 이만식(1996), 엄명용(1999), 김선화(2007) 등의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90년대 연구들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서비스가 거의 부재하던 시절,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이들 모델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상황의 반영 또한 가족을 단위로 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 상황을 반영해 주는데 한계가 있다. 더불어, 입국 후 거주 기간, 가족 구성, 가족의 발달 주기 등 다양한 맥락에 근거하여 적응에 있어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북한이탈주민가족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사례관리에 대한 최근 연구는 일소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역사회복지관에서 북한이탈주민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문헌연구와 포커스 집단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우리 사회 적응을 위해 필요로 하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사례관리모델을 구성해 보고자 한다. 연구를 통하여 제시되는 모델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용되어져야 할 북한이탈주민 가족을 위한 사례관리모델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II. 선행연구고찰

1. 시기별 북한이탈주민가족의 한국 정착과정과 어려움

 북한이탈주민과 그 가족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을 시기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정착 1주일 이내 기간 - 3개월까지의 기간

 하나원에서 퇴소하는 북한이탈주민은 배정받은 거주지에서 하나센터의 3주간 기본 60 - 70시간 사회적응교육을 받게 되며, 신변인수, 전입신고 및 지역안내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인 정착도우미와 연결되어 기초사회적응에 지원을 받게 된다(통일부, 2010). 이들 정착도우미 활동의 80%는 자유총연맹이나 대한적십자사와 같은 기관들의 봉사조직으로 지원되며, 20%는 지역사회복지관 등 민간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정착 초기 1주일은 가장 분주한 시기로 본인이 배정받고 거주하게 될 아파트 계약을 비롯한 지역 적응에 필요한 사항들을 배우고, 주거와 관련 각종 살림을 장만하며 정착에 관한 행정적인 일들을 처리하는데 집중된다. 최근에는 퇴소 당일 신변보호담당관(경찰서 보안과), 거주지보호담당관, 하나센터 관계자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며 지역사회 초기 전입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1개월동안은 본격적인 경제적 적응을 위해 취업 준비를 계획하며 주변의 다양한 자원을 파악하는 시기로 복지관(정착도우미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아 먼저 입국한 가족 및 친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들과 연락이 되면 이후 관계를 통하여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기도 한다. 취업교육 후 사후지원(교육 및 진학지원, 의료지원, 생계지원 등 1년 간 종합적인 지원), 지역주민 교류 사업에 참여한다(김용태·배철효, 2010). 정착도우미는 하나원 퇴소 이후 초기 며칠간의 정착 도움 외에도 월 1-2회 의무적으로 각 가정을 방문하여 초기 집중관리를 하게 되며, 이후 노약자나 장애인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대상들은 지속적인 관리를 하게 된다(김선화·김성모, 2008).

 이 시기에 겪는 어려움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전우택 외, 1997; 엄명용, 1999; 안혜영, 1999; 윤덕룡, 2000; 김미령, 2005; 유시은 외, 2005; 이기영, 2005; 조정아 외, 2006; 김창권, 2007). 그 중 남한사람들의 편견이나 자립능력의 부족 등에 기인한 취업문제가 가장 대표적인 경제적 어려움이다(전우택 외, 2001; 홍순혜 외, 2003). 또한 직장생활의 경우 꾸준한 직장생활을 통해서 안정을 찾는 이들도 많지만, 상당수가 여러 번의 구직활동에서 실패와 이직 등의 과정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지치며,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북한이탈주민이 경험하는 사회․심리적인 고통은 남한 사회 적응 및 정착에 있어 커다란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전우택 외, 1997; 엄명용, 1999; 김영수, 2004; 김미령, 2005; 이기영, 2005; 김승철, 2006; 조정아 외, 2006; Chung & Seo, 2007; 박영희 외, 2008). 이들은 주로 불안, 우울,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이나 친척에 대한 죄책감(엄명용, 1999; 윤인진, 1999; 한인영, 2001, 권수영·최정헌, 2011), 남한 사람들의 편견, 무관심, 경멸, 사회적 지지의 결여, 상대적 박탈감, 직장생활에서의 갈등과 어려움, 스스로의 신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남한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실망감(김영수, 2004; 채정민·김종남, 2004; 김미령, 2005; 윤인진, 2005; 조정아 외, 2006; 권수영·최정헌, 2011) 등을 보고한다. 그 외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에 따른 혼란과 갈등,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 언어 및 의사소통의 문제도 사회·심리적인 부적응의 원인으로 지적된다(전우택 외, 2003; 김영수, 2004; 김미령, 2005; 김승철, 2006). 최근 연구를 통해서는 북한에서 속고 살았다는 인식과 북한에서의 배고픔, 절망, 황폐화 등의 아픈 기억들 역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초래한다(권수영·최정헌, 2011).

 또한 탈북과정에서의 심리적 외상 경험과 이를 방치하여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지속될 경우 발생하는 정신건강의 어려움도 이 시기에 나타나는 문제이다(이장호, 1997; 엄태완·이기영, 2004; Chung & Seo, 2007, 이재민·황선영, 2008).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장호, 1997; Chung & Seo, 2007),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한 노출 경험과 우울증(엄태완·이기영, 2004; 김연희, 2006; 한인영, 2001), 음주문제(김연희, 2006)등을 들 수 있다. 신체적 건강 문제(전우택 외, 2003; 윤인진, 2005; 유시은 외, 2005; 윤여상, 2006)도 남한사람의 2배 이상 만성질환율 등 심각하다.

2) 3개월부터 1년까지의 기간

 3개월 이후에는 직장생활을 통해 안정을 찾는 시기이면서, 중국과 제3국,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시작되어, 탈북 과정 중 결혼했던 배우자, 혹은 국제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남한으로 초청하기 위한 준비를 착수한다. 가족을 초청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가족동반 입국이 증가하면서 가족구성원 간의 갈등 및 가족관계 안에서의 어려움이 드러나게 되는 시기이다(이기영·성향숙, 2001; 김영수, 2004; 윤인진, 2005; 윤여상, 2006; 조정아 외, 2006; 이재민·황선영, 2008).

 이 시기에 두드러지는 가족갈등과 관계 안에서의 어려움과 욕구 등은 가족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 단독세대는 성인 남성, 여성 각각으로 구성된 세대를 말하는데 상대적으로 여성단독세대의 비율이 높다. 여성세대는 취업 및 직업 훈련, 교육, 법률자문, 결혼, 건강에 대한 욕구가 있으며, 남성세대는 취업 및 직업 훈련, 교육에 대한 욕구가 있다. 중년층의 경우는 건강 및 질병 치료, 심리 안정에 대한 욕구가 크다. 둘째, 한부모 세대는 대체로 여성 세대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취업 및 경제적 욕구가 가장 크고, 자녀교육에 대한 욕구가 크다. 셋째, 부부세대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되거나 부부로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세대로 북에서 결혼한 상태이거나 제3국 등에서 재혼 또는 동거로 형성되며, 조선족과 탈북자간의 혼인상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법적인 혼인을 인정받지 못한 세대가 다수이며, 또한 국제결혼, 사실혼 등의 특성으로 부부갈등 및 가족관계의 개선 등에 대한 욕구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재북 시절 혼인한 상태에서 남한에 온 경우, 남한에서의 새로운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실제 부부로 생활하고 있으나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해 문제가 파생되기도 한다. 이 밖에 결혼과 관련하여 법적인 문제에 연루된 북한이탈주민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재혼, 사실혼, 중혼, 그리고 사기 등의 문제를 둘러싼 법률문제가 심각하다(전우택 외, 1997; 전우택 외, 2003; 윤인진, 2005; 유시은 외 2005). 넷째, 부모 없이 조부모와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세대는 부모가 북한에 있거나 남한에 있어도 부모가 다른 가정을 새롭게 구성하여 살면서 발생되는데, 경제적 문제, 손자녀들 교육문제, 조부모의 건강 및 의료적 욕구, 심리 및 정서 안정에 대한 욕구들이 있다. 다섯째, 형제·자매로 구성된 세대는 20세 이상의 성인 1명이 포함된 동생들과 세대를 이룬 경우이다. 이외, 부모가 없는 20세 미만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정부로부터 주택이 제공되지 않고, 그 대신 공동생활형태로 보호가 이루어지므로 실질적인 세대로 여겨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단독으로 입국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이들은 현재 성인 이탈 주민에게 초점 맞추어진 북한이탈주민 정책 내에서 더욱 지원이 필요하며, 특별히 적응과 자아정체감 형성이라는 발달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정신건강문제 뿐 아니라 학업적응문제, 또래 및 인간관계 형성문제, 진학 및 진로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경험한다(박영희 외, 2008). 북한 이탈주민의 자녀와 관련하여 학교에서의 차별이나 왕따 문제, 낮은 학업성취도, 북한출신임을 밝히지 않거나 거부함, 성장발육부진으로 인해 왜소한 외모로 인해 무시당함, 친구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역시 광범위하게 경험하고 있는 문제들이다(박영희 외, 2008).

3) 1년 이후의 시기

 이 시기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별한 케어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착도우미의 공식적인 도움이 완료되고, 그들을 지원하는 기관(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하나센터, 복지관) 등과도 관계가 다소 소원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활하는 것을 터득하는 경우에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적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또 다른 차원의 도움의 필요성을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1년 정도 지역사회 내 기관들에서 교육이나 프로그램 및 서비스 제공을 받으며 친밀해 지는 경우, 심리적인 어려움과 내면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게 되면서 신뢰가 두터워져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고찰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북한이탈주민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

2. 북한이탈주민사례관리 현황

1) 북한이탈주민 대상 사례관리 현황

 북한이탈주민들의 적응과정에서 취업, 대인관계, 이웃 간 문화, 자녀교육, 실업과 부적응 등을 비롯한 복합적인 어려움은 기관자원 활용과 지역사회의 연계를 통해 통합서비스제공에 기반한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정착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들 중 최근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중인 기관은 지역사회복지관인데(김용태·배철효, 2010: 1), 이들 기관이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사례관리 현황은 다음과 같다. 서울 강서구 가양 7복지관이 1997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북한이 탈주민 지원사업을 실시하였고, 서울의 양천구 한빛종합사회복지관, 노원구 공릉종합사회복지관, 강서구 방화6종합복지관이 대표적으로 북한이탈주민사업을 시행해 왔다. 현재 대략 전국 20여개의 지역사회복지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북한이탈주민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2009년 이후 민간위탁의 지역적응센터인 하나센터가 복지관 내에 설치되고(김용태·배철효, 2010), 통일부의 재정지원을 받게 되면서 보다 진보한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들 복지관들은 2009년 하나센터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정착지원센터를 복지관 자체적으로 설립하여 공모사업 등 외부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나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하나센터는 연간 1억 5천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되며, 전문상담사를 포함하여 전담인력이 5-6명된다. 초기 1년간 적응과 1년 이후 정착지원업무도 하나센터 인력이 그대로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관에 따라서는 초기 1년간 적응은 하나센터가 전담하고, 1년 이후 정착은 정착지원센터가 담당하는 이원체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하나센터 인력들이 복지관 북한이탈주민 업무 모두를 담당하는데, 인력제공이 열악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사례관리나 전문성 지원에 있어서 시스템을 갖추기에 미흡한 실정이다(김선화, 2007).

 북한이탈주민가족사례관리와 관련하여 민간기관인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는 대상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임대아파트 근처 혹은 내부이기 때문에 지역접근성이 우수하고, 거주주민들의 특성과 욕구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파악하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사회복지관은 오랫동안 가족복지사업을 시행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례관리를 중요한 기능으로 하는 역할 전환이 이루어져 북한이탈주민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례관리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지역사회복지관의 기관장들 역시 ‘북한이탈주민지원지역협의회’의 위원으로 지역 내 유관기관 및 보호담당관 등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사례관리를 위한 지역기관들 간 협조체제 형성에도 유리하다(김선화, 2003: 70).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경기 지역 내 대상인구 천 명이상 중 특히 노원구는 공릉종합사회복지관내 새터민정착지원센터를 통하여 8대 영역의 정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장 바탕이 되는 지원체계가 사례관리 서비스이다. 공릉새터민정착지원센터(공릉종합사회복지관, 2006)는 노원구에 전입하여 남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규전입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1년 동안 사례관리를 실시해 왔다. 초기정착자들을 위해 초기상담과 사정을 통해 지역사회소개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며, 이후 건강과 관련된 의료적인 지원, 자녀 및 본인의 교육적인 지원, 취업과 진로설계를 위한 지원 등 단기 및 중장기적인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1년 이후에도 대상자들의 욕구의 문제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외에도 심리적인 외상 경험과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 정신과적 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사례관리, 조손세대, 여성단독세대, 재결합한 가족세대에 대한 관리, 청소년대상 학교적응과 진학(검정고시 준비), 학업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복지관에서의 사례관리는 담당사례가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사례관리가 어렵고, 체계적 검증과정을 거치거나 수퍼바이저에 의한 지도감독 체계가 없는 상태여서 실무자 역시 자신들의 수행과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김선화․김성모, 2008).

 한편, 인력 차원에서 2009년 지역 정착기관으로서 각 지역에 설치되기 시작한 하나센터는 통일부에서 직접관리하고 있으나, 하나센터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인 전문상담사, 정착도우미 관리업무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담당하고 있다(박경남, 2011). 따라서 사례관리 업무와 관련하여 기존의 정착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사회복지사와 정착도우미, 전문상담사, 하나센터 직원들 간의 업무 중첩 및 갈등, 역할구분이 모호한 상태에 있다. 특히 현재 북한이탈주민재단에서 전문상담사 중 심리, 상담, 사회복지 등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 권역별 수퍼바이저를 선발하여 지역 내 전문상담사들에게 수퍼비전을 주고 있으나, 체계적인 교육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기 보다는 개별 수퍼바이저의 역량에 의존하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하나센터 실무자, 하나센터에 상주하는 전문상담사, 지역기관에서 별도로 근무하는 전문상담사(정착도우미 파견 기관, 또는 재단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전문상담사)간의 사례관리에 대한 필요성 공유, 협조, 체계적인 관리 교육 등이 거의 없는 실정으로, 전문성과 만족도가 여타의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여 가장 낮은 등(권수영·최정헌, 2011: 1685) 체계적인 시스템 구성을 통한 운영이 절실하다.

 지역하나센터 사례관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실무자의 과도한 업무, 전문성 부족, 사례관리 전문가 부족과 사례관리 자원의 부족 등에 기인한다. 현재 하나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대상 사례관리는 지역사회로 전입하여 3주간의 지역적응교육을 받는 것으로 시작되고, 교육이 종결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년간의 사례관리가 확실히 평가 및 종결된 후 그 결과에 의거한 필요성에 따라 정착지원센터로 이관되는 기준이나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지관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월 1회 사례관리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러 지역을 한 군데의 지역 하나센터에서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사례관리자의 대상자에 대한 정보나 욕구인식에 한계가 있으며 심지어 북한이탈주민들의 실제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정착도우미가 보다 소상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초기적응교육 종결 후 1년이 되는 시기까지 사회복지사는 초기적응 시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공식방문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1년이 지난 후에는 정착지원센터의 사례로 이관되는데, 역시 과도한 업무와 부족한 전문 인력 때문에 충실한 사례관리가 지속적으로 관리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김선화·김성모, 2008, 2011).

2) 북한이탈주민가족을 위한 사례관리모델 선행연구

 북한이탈주민가족에 대한 사례관리모델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족이 대상은 아니지만,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사례관리모델을 제시한 연구로는 이만식(1996)과 엄명용(1999), 그리고 김선화(2007)(박영희 외, 2008, 재인용)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만식(1996)의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문화습득 훈련 프로그램, 보호관리 기간 중 직업훈련 프로그램, 보호관리 후 사례관리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실시방법이 구조화되지 않아 실제로 사례관리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엄명용(1999)은 심층적 상담과 치료서비스를 한 축으로 하고, 지역사회 자원 및 서비스와 연계의 사례관리를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종합형 사례관리를 제안하고 있다. 특히 이 모델의 경우 북한이탈주민을 초점으로 한 사례관리모형을 제시하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볼 수 있지만, 개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가족을 단위로 한 북한 이탈주민이 늘어나고 있는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상황을 잘 반영해 주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특정한 사례관리모델이라기보다는 현재 언급되고 있는 사례관리를 ‘종합형’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하고 있을 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김선화(2007)(박영희 외, 2008, 재인용)의 연구 역시 북한이탈주민 사례관리의 실제를 주제로 표출된 문제와 대상자 분류에 따른 다양하고 실질적인 서비스 내용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지역사회복지관의 과도한 담당사례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이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역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사례관리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는 정순둘과 고미영(2003)의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재가노인들에 대한 사례관리 담당기관으로 지역사회복지관을 들고, 사회복지사들이 담당해야 할 사례가 많은 경우 준사례관리자를 활용하여 사례관리를 진행하여 효과성을 검증한 바 있다. 그 밖에 최근 많이 제시되고 있는 사례관리모델로는 강점모델을 들 수 있다(정순둘, 2005: 70-72). 강점모델은 사례관리의 진행과정은 모두 일치하지만, 대상자의 강점을 찾아내어 이들을 역량강화시키는 모델이다. 사례관리모델은 서비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델들이 등장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한 가지 모델로는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개입이나 해결에 한계가 있어 몇 가지 모델이 조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례관리의 근본적 특성, 즉 사례관리모델이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다주면서 클라이언트에게 직접적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가에 있다(정순둘, 2005: 77).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가족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한 문헌연구와 포커스집단인터뷰 결과분석에 근거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례관리 모델을 구성해 보고자 한다.

III. 연구방법: 포커스집단 인터뷰

1. 연구대상, 자료수집 및 연구질문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북한이탈주민 관련 사업을 가장 대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지역사회복지관 두 곳의 담당 사회복지사들의 추천을 통해 표집되었다. 이들은 지역사회복지관 이용자 중 서비스를 제공 받은 경험이 있는 기존 북한이탈주민 6명으로, 성별은 남성 2명, 여성 4명이었다. 포커스집단인터뷰는 연구자가 선택한 하나 이상의 주제에 주안점을 두고, 사회자의 진행으로 미리 계획된 토론을 집단으로 실시하는 질적연구기법 중 하나이다(Sherman & Reid, 1994; 유태균 외 공역, 2004: 233). 실천현장에서 전문성과 관련된 이슈를 연구하는데 적합하며,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복지프로그램 경험에 대하여 서로의 견해 및 관점들을 함께 나누어 양질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Marshall & Rossman, 1999: 14). 포커스집단 인터뷰는 2008년 8월에 이루어졌으며, 본 연구책임자의 소속대학 내 회의실에서 약 3시간에 걸친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사전에 연구의 목적과 진행계획, 참여에 대한 사례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였고, 대상자들에게 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후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공동저자의 진행에 따라 자유롭게 주제들에 대한 참여자의 의견을 공유하였다. 포커스집단 인터뷰에 참여한 대상자들의 인구사회학적 정보는 아래 <표 2>과 같다.

<표 2> 포커스 집단 인터뷰 대상자들의 인구사회학적 정보

포커스집단 인터뷰를 위한 연구주제는 다음과 같다.
▸ 남한사회 정착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어떤 것인가? 

2. 분석방법

 포커스집단 인터뷰 원 자료는 연구자 중 2인에 의해 정확도 및 빠진 부분이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하여 녹취 후 두 차례씩 더 점검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달성을 위해 개방코딩으로 자료를 분석하여 다양한 상황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였다. 원 자료는 개방코딩에서의 지속적 비교분석을 통하여 개념들, 하위범주, 상위범주의 차례로 범주화되었다. 면밀한 자료검토를 통해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범주화하는 분석작업을 진행하였다(Strauss & Corbin, 1998). 이는 근거이론 방법론의 초기 분석과정으로, 본 연구의 자료들을 세심하게 읽어 내려가면서 의미를 가진 단위정보를 파악하여 개념과 연결하고(Padgett, 2001: 150), 근거이론적 관점에서 개방코딩까지 진행하였다.

 자료는 대부분 참여 대상자가 사용한 그대로의 언어나 문장으로 코딩되었으며, 자료 분석 전 과정을 통하여 도출된 개념들이 원 자료와 일치하는지, 서로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살펴보는 지속적 비교 분석과정을 거쳤다. 더 이상의 새로운 정보들이 나오지 않는 포화상태 이후 연구자가 분석과정에서 떠오르는 관련된 이론적 아이디어들을 기록한 메모(memo), 면접 과정을 관찰하여 각 면접 직후 작성된 현장 노트(field notes)와 더불어 원 자료와 통합되고, 이는 이후 범주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현상에 속하는 개념들을 그룹 짓는 과정인 범주화를 거쳐 하위범주가 형성되고 하위 범주들을 모두 통합하는 범주가 형성되었다. 결과제시에서는 하위범주별로 일치하는 내용을 예시하는 대상자들의 말한 그대로가 인용문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는 개념들과 이에 해당하는 실제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한 독자들의 실질적 연결과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연구의 목적이 대상자들의 남한적응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제안한 서비스 영역을 정리하여 사례관리를 계획하는데 기초자료가 되기 위함이므로, 각 욕구별 세부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분별하기 위해 자료를 전체적으로 펼쳐서 개념들을 최대한 다양화하여 보는 것에 분석의 초점을 두었다.

IV. 포커스집단인터뷰 자료 분석결과 및 사례관리모델 제안

1. 분석결과 주제: 차이와 부족에서 오는 정착의 어려움

 북한이탈주민 가족들이 정착에 있어 만나게 되는 어려움의 범주는 다양하였다. 기본적으로 일반 가족과 차별화된 북한이탈주민으로서의 경제, 심리, 신체적 어려움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내에서 역시 탈북 시기와 추후에 입국하여 재결합하는 등의 경우 구성원별 적응속도차이나 가족을 구성하는 성원의 구조가 다양한 점, 본인의 문제뿐 아니라 재결합이나 해체 등에 기인하여 가족 전체가 문제가 되는 점등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포커스집단 인터뷰 내용에 근거한 다양한 어려움의 내용들은 ‘차이와 부족에서 오는 정착의 어려움’이라는 범주 하에 8가지 하위범주로 <표 3>과 같이 정리되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가장으로서 취업관련 어려움, 구성원별 적응속도나 재결합으로 초래되는 어려움, 북한사회와의 이질감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 탈북과정과 입국 후 긴장감소나 과로로 인한 신체적 발병, 이웃과 지역사회/미디어의 사회적 편견, 정책적인 차별, 손/자녀에 대한 불충분한 교육 및 경제적 지원, 입국 초기나 시기별로 겪는 어려움이었다.

<표 3> 포커스 집단 인터뷰 분석결과

 북한이탈주민 가족들이 경험하는 정착에의 어려움 중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측면은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들의 직업과 관련한 문제였다. 직장을 구하기 원함에도 불구, 적당한 일자리가 없었으며, 정작 들어가서 일을 한다 해도 주인이나 사장의 차별대우, 동료 직원이나 심지어 같은 이주민인 조선족들에 비해서도 급여와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일하면서도 편견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내가 이렇게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 이렇게 일을 했는데, 처음에는 좀 거, 탈북자인걸 몰랐어요. 사업소 업체가 그 팔 만원으로 해 가지고, 일당 팔만원으로 삼일 됐는데, 사일 일하면서 탈북자인걸 알았어요. 삼일 있다가 사일째 만에 칠 만원 주는 거예요. ‘왜 7만원 주는가?’하니, ‘외국인 대우다.’ 하고...(대상자 6)

일부 사람들이 다 식당에 가서 일해도 탈북자라고 안 그래요, 조선족이라고 해요, 자기는 탈북잔데 조선족이라고 해야 취직을 해요. 탈북자라 하면 안 받아주고, 이미 전에 탈북자들이 이미지를 흐려놔서 그런지 안 받아주고, 조선족이라 하면 일 하기가 좀 편해요, 일하는 과정에서도 월급차이부터 나니까 기분이 상해요. 우리는 정말 진실하게 고저 있는 힘껏 다하자 하는데, 사장님이나 같이 일하는 한국 분들이나, 나는 열심히 해도 그저 ‘니 잘한다’ 이식이지..(대상자 5)

저녁에 알바가 식당 밖에 없으니까 하고.. 시간 당 3천 원씩 계산해 줬어요. 우리 담당형사가 소개해 줘서 그렇게 했는데도, 그 후에 알고 보니까 결국 시간당 3천원이면 4시간 이면 만 이천 원 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도 저 생각에는 그때 뭐 잘 모르잖아요. 이 땅에서 날 일 시켜주고 그리고 돈 준다는 고것 만해도 고마운 이렇게만 생각을 하고 했는데 지금 와 보면 아 고거 주는 게, 내가 북한여자라고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에...(대상자 1)

6개월 동안은 보호기간이라 해서 기초수급자들 돈을 줘요. 매달 마다. 근데 6개월 이전에 내가 취직되면 이거 바로 짤려요. 짤리고.. 내가 취직하면 80만원을 받아요. 초보라고 80만원 받아가지고 거기서 4대 보험 빠져요. 집세, 이거 뭐 맞지가 않아요. 난 6개월 동안에 기초수급자들은 그냥 주면서 자기가 별도로 일을 한 건 가져라 이렇게 되기만 하면 다 회사에 들어가겠는데, 내가 하나원 나가서 두 달 만이던 하루 만이던 취직을 하게 되면 이걸 짤라 버려요. 그러면 무서워서 기초수급자 이거 뺏기는구나 하고, 맘 먹고 들어가질 않아요. 과감하게 회사 취직해서 거기서 빨리 자리 잡아서 나가야 하는게 맞긴 한데.. 하나원에서 나와서 바로 일 할 만한 사람도...그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질 않아요. (대상자 6)

 북한 말투나 억양, 중국에서 체류하면서 익숙해 진 중국어 때문에 한국말을 못하는 자녀들,1) 자녀나 손주세대가 남한에 와서 부모, 조부모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적응하면서 익혀 사용하는 남한말과 표현 등에 대하여 적절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언어와 의사소통 문제도 심각했다.

1) 오랜 탈북 과정에서 남한으로 입국하는 가족들의 경우, 중국에서 낳은 자녀를 동반한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자녀들은 북한이탈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입국 후 대학 특례 등 탈북자에 대한 특례가 전혀 없다. 학교 내 서비스에도 제한을 받게되므로, 부모들이 일을 하는 동안 방치되는 경우, 적절한 발달과 학습지원에 취약하며 한계를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하여 이에 대한 북한이탈주민 부모들이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데, 부모가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보호해야 할 대상자가 증가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2011. 10. 7. Kim, personal communication).

중국에서 7년 있다가 작년에 와 가지고 아들이 엄마, 아부지 소리도 조선말로 못했어요. 중국말만해서 처음에 얼마나 속상했는지, 내 작년에 되게 울었어요. 여기 학교 가선 ‘엄마, 아이들이 나하고 안 놀려고 해’. 중국말로 그래 말하면, 나는 속이 엄청 상한거죠. (대상자 5)

 오랜 탈북 및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시달림과 입국 후 이질감으로 인한 불안정도 심각했다. 대상자들은 탈북 과정 중 오래 숨어 생활하던 중국에서의 삶에서 오는 이유 없는 불안감, 남한생활 자체에 적응이 잘 안 되는 느낌, 분단 세월 동안 서로를 적대시 하던 것이 익숙해 진 체제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 특별히 혼자 탈북한 경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처절한 외로움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이는 그들 스스로 느끼는 불안정에 기인한 어려움이었다.

항상 마음이 어떻다고 할까? 쉽게 말하면 이건 솔직히 우리말로 말한다면 불안할 때가 많아요. 왜, 익숙하지 않은 이. 데모, 티비에서 데모 모습을 볼 때, 우리같이 정신적으로 아직 안정이 안 되는데 그런 보도 보면 같이 불안하고, 가뜩이나 우리는 진짜 눈치 보는, 지금 상태에서 우리는 눈치 보며 사는 거나 같잖아요. (대상자 4)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니까, 우리는 문화가 완전히 다른 사회에 와 있으니까, 그저 우리가 노력하는 것만큼 잘 살 수 있다. 이거는 확고한데 예상외로 너무나도 자본주의니까, 심리적으로 우리하고 맞질 않아요. 왜냐면 우리는 우리가 힘들면 내가 도와주는 게 진심이에요. 근데 여기는 안 그렇더만요. 조금 타산적이고 이기적인 게 너무도 강하고. (대상자 4)

 이러한 심리, 정서적 문제들은 신체적 고통 역시 수반하기 마련이었다. 오랜 탈주 과정 동안에는 남한으로 오겠다는 기대감과 의지로 버텨 내며 극도의 긴장상태에 있어 아픈 것이 느껴질 여유가 없던 몸이 남한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혹은 남한에서 일하는 과정에서의 또 다른 차원의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질병으로 표출되곤 했다.

지금 우리 사람들이 여기 와서 앓아서 일 못하고, 아픈 사람들이 많아요. 저처럼 먹지 못하고 힘들게 살고 그러면서 병을 좀, 그러니까 그때 당시에는 몰랐고, 그 다음 중국에 와서도 잽히면 북송되는 이런 거 신경 쓰는 거 때문에, 힘들었던 일, 뭐 피해 다니고 이렇게 하면서 살다가 여기와서 중위증이라고 하나요? 맥을 놓는 거예요. 이 나라 국민 되었을 때 이제 잡혀갈 일은 없잖아요. 그니까 그때부터 이제는 병이 다 튀어나오는 거예요. (대상자 3)

한국 나와서 한 주일도 안 되어 가지고 식당일 할 거 밖에 더 있나요? 그래서 마트 칼국수 집에서 일했거든요. 근데 스트레스 엄청 받는 거예요. 거기서 일 년 하고 스트레스성 당뇨로 그 다음에 아파가지고 일 못해 가지고 지금 그저 10개월 정도 이렇게 생계비 받으며 살아요. (대상자 5)

 적응의 어려움은 본인만의 일은 아니었다. 정착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이웃의 남한 가족들과 만나게 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에 참가하면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 태도를 통해 깊은 상처를 받는다. 어렵게 찾게 된 남한 친척들 까지도 자신이 그들을 찾은 본래 의도를 오해하고 ‘무슨 도움만을 바라나’하는 선입견을 가지곤 하여, 몇 차례 초기 만남 이후 연락을 안하곤 했다.

우리 옆집 할머니는 뭐라그냐, ‘야 옛날에 탈북자, 북한 사람이라 하면 여기다 빨갛게 그리고 이렇게 뿔 있는 줄 알았더니 옆집에 살아보니 그것도 아니네?’ 라고 하고...처음에 내가 이사 가서 솔직히 그 할머니가 내가 나가기만 하면 문 닫고 얼른 자기 집으로 들어가셨어요. 야, 눈물 나더라고요. 난 이거 단신, 홀몸인데, 옆집까지 나를 외면하니 나는 되게 괴롭더라고요. (대상자 4)

국방장관인가 여기서도 그러잖아요? 탈북자들이 관리를 강화하고 이전에 휴대폰도 이거 도청하던 거, 이제는 합법적으로 고저 무조건한다 이러는데, 글쎄 하는 건 그거 하는데, 저번에 간첩사건도 무엇을 보고 터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탈북자를 그렇게 수장, 매장시키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잖아요. (대상자 5)

북한이탈주민 정착에 관한 문제...뭐 이런 회의에 가면 항상 제목은 그래요. 일단 회의에 참가해놓고 보면, 어 북한이탈주민들이 적응을 잘 못한다, 어떤 문제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적응도 잘 못하고 아프다고 일도 잘 안 하고, 하루 들어갔다가 며칠 일하고 그만 둔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탈주민들 자꾸 내리까기만 하니까... 문화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눈치가 되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를 정착을 하라 그러면 오히려 그게 스트레스여요.(대상자 4) 

 북한이탈주민 가족에 대한 정책적인 차별도 토로하였다. 당시 모자가정에 대한 지원에 비하여 아버지와 자녀들만으로 구성된 편부 세대에 대한 지원이 따로 없다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또한 인터뷰 당시인 2008년 당시 주민등록 주소를 초기에 일률적으로 하나원이 있던 안성으로 정해주는 바람에, 북한 이탈주민인 것이 암묵적으로 드러나, 친척이나 지인 방문을 위한 중국 여행을 위하여 비자 발급을 받는 데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속을 태우기도 하였다. 2011년 현재는, 각자 정착지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을 발급받게 바뀌었으며 비자 발급이 몇 주 안에 용이하게 되었다.

남자 애 둘 데리고 여기 왔댔거든요. 근데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제가 일해야 되고, 그니까 애들끼리...운전까지 하는데 나와서 2박 3일 이렇게 애들 혼자 있는 거예요. 제가 남자니까 애들 반찬 이런 거 뭐 이렇게 잘 못해주니까 항상 마음에.. 그니까 제 생각인지는 몰라도 여자가 자식들 데리고 있는 그런 가족만 잘 대해주지 말고 남자들이 혼자 자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좀 우선으로 대해주면 좋겠는데.. 근데 나는 쳐다도 안 보는 거예요. 무슨 구청에서나, 좌우간 그런 일이 많더라고요. (대상자 3)

주민번호가 큰 문제여요. 우리 그 안성이 하나원인데, 하나원 안성에 있는데, 거기로 다 주민번호가 되어 있으니까, 출생지를 거기다 다 만들어놨어요. 탈북자들은 비자를 안 준다느니, 나는 비자안 나와서 돈을 많이 지급해 비자를 했습니다. 그 중국에서 탈북자 주민번호를 어떻게 알까 싶은데 다 알아요. 그래 비자를 안 줘요. 내 주민번호가 알리면 중국에 북한 스파이가 있어서 가만히 잡아가서 또 북송시켜요. 납치해 가지고.. 빨리 이거 대책 세워야 해요. (대상자 6)

 경제적 어려움이 전반적인 문제점이었지만, 대상자들이 인식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갈등은 남한사회에서 손⋅자녀들이 일상생활에서 경제적, 교육적인 다양한 필요들을 채워주지 못하는데서 초래되었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또래들이 입고 다니는 옷이나 신발 등 필요한 물건을 사 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부담감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커가면서 더 힘드네요. 애들 뒷바라지 해 주는 것이, 어렸을 때는 어느 바자회 있으면은 거기 가서 애들 옷이랑 골라가지고 입히고 그랬어요. 그랬는데 이제 크니까 이제는 안 돼, 저네한테 눈이 안 맞아 가지고...(대상자 2)

 뒷바라지에 대한 경제적 여유 없음과 함께 충분히 학습적 지원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나 상황은 높은 장애물이었다. 북한에서 배우지 않았던 영어나, 낯설고 내용이 광범위해 한국 학생들도 쉽기 않은 사회등 특정 과목 학습에 특별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부모의 잦은 직장 이동 때문에 계속되는 전학, 낮시간 동안 자녀들끼리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 일 때문에 꼼꼼히 챙겨 주지 못해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 남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학원이라는 데를 자유롭게 다닐 수 없어 제대로 보충교육을 받지 못하는 점이 어려움이었다.2)

2) 인터뷰 당시인 2008년에 비하여, 근래에는,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이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적응을 잘 해 나가고, 오히려 남한 학생들 보다 학업성취가 뛰어난 경우, 특별히 북한이탈주민 자녀로서의 별도 서비스를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2011년 현재는 각 학급에 북한이탈주민 자녀가 있는 경우, 이들을 위한 학교 내 별도 사업인 교사와의 일대일 멘토링 제도로 그 학생의 학습을 돕도록 규정되어 있다. 학생이 적응을 잘 하고 다른 남한 학생들보다 뛰어나 반장을 하고 있는 한 사례에서는 아이가 공부가 뒤떨어지지 않는데 교사와의 차별적인 도움을 받는데서 오는 낙인감때문에 오히려 강압적이라고 행정체계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2008년 당시 보다 자녀들을 둔 북한이 탈주민 부모들의 인식이 높아 졌음을 알 수 있다. (2011. 10. 7. Kim, personal communication)

애들 지금 다는 아니지만은 그래도 대충 보니까 학원에 다 가잖아요. 애들이 근데 학원에 보낼 형편에 아예 못 되는 거예요. 큰 애가 너무 원해가지고 딱 한번 한 달 보냈어요. 그러고는 아예 짤랐죠. 그 돈을.. 20만원되는 돈을 당할 수가 없어요(대상자 1)

우리 같은 경우에는 애들을 학원에 보내고 이런 경황이 없어서 그저 학교만 왔다가.. 애들이 뒤처지고 그러니까, 뒤처지기 시작하니까 애들이 공부 할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또 제가 첨에 울산을 거주지로 받았다가 그 담에 제주도 받았다가 서울에 올라왔어요. 처음에 좀 적응할까 하다가 또 다른 데로 가서 몇 개월 살다가 올라와 애들이 적응하고 하려면 공부는 영...(대상자 3)

 북한이탈주민 가족들은 남한에 와서 명절을 맞이할 때, 혹은 정착 초기 등 특별히 시기와 관련한 어려움들 역시 경험하고 있었다. 어느 이민생활에서나 마찬가지로 함께 명절을 보내고 마음을 나눌 친인척 등이 없음으로 인하여 상대적 외로움이나 박탈감이 느껴진다. 또한 초기 적응에 있어 기본적인 생활양식을 모름으로 인하여 물건을 사고 교통편을 이용하는 것 등 기본적인 것들이라고 여겨지는 점에 대해서도 모두 새로울 수밖에 없다. 특별히 이들에게 지급되는 정착 지원금을 노린 다단계 사기 판매 등에 현혹되어 한 순간에 큰 목돈을 잃게 되는 상황 역시 초기에 발생되곤 한다.

처음에 오자마자 수퍼에 갔었는데 담배 이름도 모르지, 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식당에 가도 밥 묵기는 그 좀 메뉴도 그렇고 방식이 틀리니까 눈치 보면서 찬찬이 따라서 먹을 수 밖에 없잖아요. (대상자 3)

‘다단계라는 게 있다’ 이런 소리는 들었어도 말은 당장 이렇게 큰 돈을 벌 것 같고, 그러면 이런데 모두 빠지게 되는데, 지금 현재 저도 한 두어 번 당했거든요. 대학이라던지 법원 같은데서 나와서 반드시 새로 나온 사람들한테 꼭 강의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 돈 다단계, 핸드폰 다단계, 보험드는 거.. 휴대폰 할부라는 게 몇 개월 동안 어케 써 가지고...그걸 아직 잘 모르고 있어요. 공짜폰이다 하면 공짠 줄 알고 쓰는데 그게 아니니까.. 꼭 다시 구체적으로 한번이나 두 번이나 강의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대상자 4)3)

3) 2011년 현재는 다양한 판매 사기 중 보험 상품 사기가 가장 빈번하다고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쉽게 이러한 사기를 당하게 되는 데에는 배경적 맥락이 있다. 이전 북한 사회에서는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마이크를 들고 연설을 하는 사람은 사회적인 지위가 있고 명망있는 지도자 층에 있는 사람이었었다. 하지만 남한사회의 다단계 사기 판매 등 홍보와 유인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모임에서 역시, 북한에서의 경험으로 인하여, 사기 판매를 하는 사람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되곤 한다. 만약에 사기 판매를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악을 행한다면 당연히 정부에서 나와 잡아갈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이 어느 정도 적응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몇 차례의 사기 예방 교육을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주체 역시 법원이나 대학에서 나온 사람들이라는 공식적 권위를 가진 대상이기 원하는 것도 권위주의적 사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2011. 10. 7. Kim, personal communication)

 지금까지 살펴 본 분석결과는 문헌연구에서 드러난 경제적, 사회심리적, 신체건강적, 자녀교육이나 관계, 남한사회의 편견과 인식부족, 정보 부재, 적응 진행에 따른 가족관계 어려움등과 일치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히 적응 초기에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과 관련하여서는 초기 정보제공과 위험한 사기에 대한 예방차원 교육, 심리적인 안정, 입국 후 발병에 대한 의료적 서비스, 생활안정 등의 경제문제가 강조되어야 하며, 초기 이후 적응해 나가면서 자녀교육, 취업 및 진로에 대한 준비, 지역사회 인식개선 및 참여방안 모색, 가족관계 증진, 소외되거나 독거 가족에 대한 케어 등으로 적응 초기와 차별화되는 개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탈주민가족들이 가진 복잡하고 차별적인 어려움과 서비스제안에 근거한 사례관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즉 초기에는 적응초기에 시급히 요구되는 영역에 대한 초창기 사례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주며, 초기 이후에는 가족의 결합이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고려하여 개별 가족 구성별로 차별화 되며, 북한이탈주민가족 당사자 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의 관계성과 인식을 포함한 다방면의 영역에 대한 집중형 및 일반형 사례관리가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해 준다. 종합해 보면, 북한이탈주민가족의 정착주기에 따른 사례관리가 차별화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복지관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가족 사례관리 모델을 구성해 보고자 한다.

2. 북한이탈주민가족을 위한 사례관리모델 구성

1) 모델의 특성 및 구조

 본 연구에서는 문헌연구와 포커스집단 인터뷰 자료분석을 통해 밝혀진 북한이탈주민가족의 문제를 지역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사회복지관 북한이탈주민가족 사례관리모델(이하 지북사모델)”을 구성하고 제안하였다. 이 모델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탈주민가족의 적응과 자립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둘째, 개별가족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서비스의 지속성과 자원연결, 클라이언트 임파워먼트(Rapp, 1998; 정순둘, 2005) 등 사례관리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선행 연구에서 살펴보았던 강점모델의 특성을 통합하여 비용절감의 효과를 목표로 한다. 강점모델의 활용은 한국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북한이탈주민들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여 이들이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활해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특성이 된다. 셋째, 정착도우미를 준사례관리자로 활용한 팀접근모델을 사용하여 지역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업무량감소를 목표로 한다.

 ‘지북사 모델’의 구조는 〔그림 1〕과 같다. 내용은 첫째, 사례관리자는 주요사례관리자와 준사례관리자로 구성된다. 주요사례관리자는 사회복지관에서 북한이탈주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혹은 하나센터의 전문상담사인 사회복지사로 북한이탈주민 관련 경험 3년 이상인 자로 한다. 이들은 각 가족사례에 대한 총책임을 맡아 사례를 진행시킨다. 둘째, 준사례관리자인 정착도우미는 1인당 할당된 북한이탈주민 가족에 대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한다. 이들의 활동내용은 주요사례관리자에게 보고된다. 셋째, 수퍼비전 체계의 강화를 위해 사회복지학이나 북한학, 정신보건 등의 교수들로 구성된 수퍼바이저가 주요사례관리자에게 수퍼비전을 제공한다. 주요사례관리자도 교수들에게서 받은 수퍼비전을 토대로 준사례관리자에게 정기적인 수퍼비전을 제공한다.

[그림 1] 지역사회복지관 북한이탈주민가족 사례관리모델 모형 구조

2) 대상

 ‘지북사모델’의 대상은 하나원에서 교육받고 지역사회에서 전입하게 된 북한이탈주민가족이며, 아래에 제시한 조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선정된다.

 (1) 탈북 후 남한 거주 기간: 1년 미만
 (2) 거주형태: 1인 이상 가족으로 구성된 가구
 (3) 경제적 조건: 저소득층
 (4) 신체적 조건: 거동이 불편, 신체기능상 어려움이 있는 가구원이 있는 가구
 (5) 심리사회적 적응의 문제를 가진 가구원이 있는 가구

3) 시기별 사례관리 진행 및 서비스 내용

 시기별 사례관리 진행은 〔그림 2〕와 같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단계별, 즉 초창기, 정착1기, 정착2기로 구분하여 이루어지고, 사례관리 서비스의 내용은 <표 4>에 정리되어 있다.

[그림 2] 진행시기별 사례관리

<표 4> 북한이탈주민가족 사례관리 서비스 내용

 이는 초기 사례관리 이후 시기별로 관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경우에 대한 집중형 사례관리와 일반적인 관리만으로 이루어지는 유형인 일반형 사례관리로 구분되어 진다. 먼저 초창기(하나원 퇴소에서 3개월까지)에는 주요사례관리자가 욕구사정을 실시하고 사례관리계획을 세워 초기 사례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준사례관리자인 정착도우미는 지역사회적응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되는 서비스를 모니터링한다. 지역사회진입 후 3개월이 지나 남한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일상생활 적응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면, 정착1기로 진행된다. 이 시기에는 가족구성원별 적응시기가 다르고, 남한에서 여러 가지 차이에 실질적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가족에 대한 집중형 사례관리서비스로 강화한다. 특히 남한에 함께 오지 못한 가족들 간 연락이 시작되어, 가족 재통합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므로 이들 가족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경제적 자립과 생활안정, 기존 및 새로운 가족 관계증진 등이 개입목표가 된다. 정착도우미는 준사례관리자로서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며 모니터링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정착 2기인 1년 이후부터 2년까지는 일반형 사례관리를 실시한다. 이 시기의 목표는 북한이탈주민가족의 역량강화이다. 즉 북한이탈주민가족들이 정착도우미의 도움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자립하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일반형 사례관리에서는 준사례관리자 없이 주요사례관리자가 이들이 자립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한다. 초창기와 정착기의 사례관리 서비스 내용은 아래와 같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목적은 포커스집단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탈주민가족 대상 사례관리모델을 구성하는 것이다. 포커스집단 인터뷰 자료 분석결과, 북한이탈주민 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차이와 부족에서 오는 정착 어려움’이라는 범주로 나타났으며, 가장으로서 취업관련 어려움, 구성원별 적응속도나 재결합으로 초래되는 어려움, 북한사회와의 이질감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 탈북과정과 입국 후 긴장감소나 과로로 인한 신체적 발병, 주변이웃과 지역사회/미디어의 사회적 편견, 정책적인 차별이 있음, 손/자녀에 대한 불충분한 교육적/경제적 지원, 입국 초기나 시기별로 겪는 어려움이라는 8가지 하위 범주로 정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북한이탈주민가족이 남한에 적응하면서 겪게 되는 실업 및 저소득, 사회적 고립, 문화 및 심리적 부적응, 가족이산과 재결합, 구성원 간 갈등, 질병 및 건강문제, 법률 및 정책지원 문제, 자녀양육 및 교육관련 어려움 등으로 제시된 기존의 연구결과(윤인진, 2007; 박영희 외, 2008: 229 재인용)와 영역차원에서 일치하였다. 본 연구를 통하여 새롭게 발견된 하위범주 내 개념들은 조선족에 비해 탈북민에 대한 더 많은 편견가짐, 중국서 나고 자란 자녀가 조선말 못함, 손주세대와 의사소통 어려움, 동네주민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대함, 뉴스나 미디어에서의 북한관련 정보에 대해 이탈주민 전체에 대한 반감표현에서 오는 불편함, 편부세대 지원이 부족함, 비자발급이 어렵고 중국 방문 시 안전하지 않음(2008년 당시), 입국초기 다단계 판매에 사기 당함 등으로 구체적으로 발견되었다. 질적분석결과와 문헌연구를 토대로 하나원 퇴소 후 전입시점에서 3개월까지의 초창기 사례관리, 이후 1년까지의 집중형 사례관리 및 1년 이후 2년까지의 일반형 사례관리로 구성되는 ‘지북사모델’을 구성하였다. 이는 주요사례관리자, 준사례관리자, 수퍼바이저 시스템으로 구조화되어 북한이탈주민가족을 하나의 체계로 보고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사례관리모델과 일반적인 사례관리모델과의 차이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주기, 가족과의 결합유형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례관리를 실시하는 모델이며, 지역사회복지관에서 활용가능한 모델로 제안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전입 초기부터 경험하는 다양한 어려움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함께 이들이 독립적으로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 모델이 현장에서 실천되고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북한이탈주민가족 대상 사례 관리 시행에 있어 이들의 적응 과정과 상황 등 그 가족이 가진 특성을 고려한 대상 가족별 맞춤 서비스 형태로 계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개별가족들의 적응과정과 상황에 대한 파악에 근거한 서비스의 단계별 이전에 대한 관리, 서비스 종결의 시점과 종결대상을 정확하게 선별하여 효율적인 자원의 연결과 동시에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례관리가 시간 투여에 비하여 클라이언트의 자생적 역량을 키워주지 못하면서, 많은 자원들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남으로 인하여 클라이언트를 의존적이게 만들 수 있다(Kalil, Spindel, & Hart, 2008)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상당수의 북한이탈주민가족들은 사회복지서비스를 활용하지 않을 만큼 실제로 생활력이 강하기도 하며, 이용하더라도 각 가족 구성원들이 적응 속도와 자원동원능력 등이 파악된 가족별 개별화한 모니터링으로 적절한 자원연결과 효율적인 사례관리운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본 모델에서는 3개월, 1년, 2년을 시점으로 종결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각각의 시점에서 도움이 더 필요할 경우를 철저히 사정하여 클라이언트와의 합의 하에 도움제공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둘째, 북한이탈주민가족이 북한에서 익숙하던 생활이나 대인관계적 기존 패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서비스의 지속적 제공과 자원연결 과정에 고지된 동의를 통한 주체적 관여, 즉 자발적인 참여가 증진되어야 할 것이다. 본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인 북한이탈주민가족들과의 협조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는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지는데 한계를 가진다(김선화·김성모, 2008, 2011). 일례로 북한이탈주민들이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하여 시간약속을 하고나서 그 약속시간을 잘 지키기 않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실무자들이 토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사회에서처럼 일반적인 관계에서 시간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는 생활패턴에 익숙하지 않으며, 또한 상대방과의 충분한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경계심을 보일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관계형성에 대한 북한이탈주민의 일반적 맥락 파악과 시간을 두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들을 강화해야 한다. 이후 이들이 가진 역량들을 파악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동기부여적 문화역량증진 전략들이 동시에 고민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들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는 곧 사례관리모델의 성공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북한음식 나누기,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에 대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 등, 그 동안의 사업 중 경험적으로 참여율이 높고 동기부여에 효과적인 프로그램들을 강화, 발전시켜 거시적 인식개선과 더불어 미시적 역량증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선화의 연구에서처럼(박영희 외, 2008: 277) 자원봉사단, 운동팀, 부녀회, 여성자조모임 등의 기존 조직화 사례들을 참고로 할 수 있겠다.

 셋째, 북한이탈주민 역량강화를 위한 기존 활용자원 확인 및 강화, 이를 통한 자원의 효율적인 연결 측면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가족, 친지, 하나원 동기, 중국의 가족, 종교기관 도움 등 실질적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기초로 한 자원체계와 조화를 이루는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 불확실하고 어려운 생활여건 하의 북한체제에서의 삶을 통해 강화된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높은 응집력과 적응을 통한 서로간의 보살핌은 대처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바탕이 되는 이들의 강점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모델에서는 준사례관리자의 역할을 통해 여러 가지 지역사회내 자원 연결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계획하고 있지만, 그 동안의 경험 상 현장에서 실제로 파악되기로는 북한이탈주민이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잠재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가족들은 소수에 불과하였다(박영희 외, 2008). 따라서 잠재적 자원을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동기화하려는 노력이 사례관리실천에서 더 구체화 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끝으로 본 연구에서 제안된 사례관리모델의 실질적 실행을 통해 효과성을 입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본 모델은 문헌연구와 포커스집단 인터뷰에 대한 질적분석을 기반으로 구성되었으므로 현장에서의 적용 시 효과성이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 검증이 다음 단계의 과업으로 절실하다. 나아가 적용 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보완을 통한 발전 모색도 수행되어야 할 추후 연구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다양한 가족구성을 가진 북한이탈주민 6명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집단 인터뷰의 결과로 분석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영역들과 새롭게 발견된 영역을 포함한 통합적 사례관리 모델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북한이탈주민가족들이 가진 문화역량과 잠재력을 신뢰하고 그들의 기존 문제해결 방식을 최대한으로 고려 및 연결, 사례관리 모델에서의 다양한 조정, 중재, 옹호의 역할들이 통합적으로 발휘되도록 기여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본 모델은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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