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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17 No.4 pp.63-86
DOI :

지체장애여성의 자녀양육 경험에 관한 연구*

김소진**, 양정빈***
**중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남서울대학교 노인복지학과 조교수

A Study on the Child-Rearing Experiences of Physically Disabled Women

Jung-Bin Yang***, Kim So-Jin**
***Assistant Professor, Dept. of Elderly Welfare, Namseoul University
**Assistant Professor, Dept. of Social Welfare, Joongbu University

Abstract

The purposes of this study were to explore the child-rearing experiences of physically disabledmothers and to suggest appropriate social work interventions for alleviating the difficulties they facein the nurturing process. In-depth interviews with 11 participants were conducted from February toSeptember 2011. The qualitative data that were collected was analyzed based on the groundedtheory of Strauss and Corbin. The analysis of the data resulted in 136 concepts, 32 subcategoriesand 12 categories. A theoretical model of exploring the meaning of child-rearing among physicallydisabled mothers showed six major factors as follows: “withdrawal” as a phenomenon; the“experiencing of limitation in mothering” as a causal condition; “remorse” and “constant worries” aspsychological conditions; “prejudice toward disabled women”, “financial situation”, and “socialsupports” as contextual conditions; “putting forth every ounce of my energy”, “interactions amongfamily members”, and “enhancing the recognition of disability acceptance” as action/interactionstrategies; the “sublimation of disability” and “unsolved restraint” as the consequences ofaction/interaction strategies. Finally, “sublimating disability in an attempt to compensate forremorse” was the core category in the child-rearing experiences of physically disabled women.Based on these results, the authors suggested several social work implications such as enhancementof social recognition toward disabled mothers, the activation of social supports, the development ofchild-rearing support systems based on a life-cycle perspective, and the development ofempowerment programs for women with physical disabilities.

4호3.김소진양정빈.pdf563.7KB

Ⅰ. 서론

 과거에 비해 자녀를 출산해 양육하고 있는 여성장애인의 수는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장애인의 결혼 및 출산율과 관련된 통계에서도 입증되고 있는데, 여성장애인의 평균 출산 연령이 29.2세였으며 특히 지체장애여성의 경우 출산율이 96.1%로 다른 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2010: 46-47). 이를 통해 주양육자로써 자녀의 돌봄 역할을 수행하는 지체장애여성들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여성장애인은 의존적이고, 무성적(asexual)인 존재로 취급되어 여성으로써의 역할 수행으로부터 배제되거나 부적절하다고 인식되어 왔다(Fine and Asch, 1988; Malacrida, 2009). 또한 장애아동을 출산할지도 모른다는 점과 자녀양육 능력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잔재하고 있어(정세연, 2011; Prilleltensky, 2003; Smeltzer, 2007) 여성장애인들은 자녀양육에 있어서도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인에게 '어머니 됨'의 경험은 경이로움과 기쁨을 주고 자신의 장애를 심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김정우, 이미옥, 2000).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녀의 성장을 돕기 위한 보살핌과 지원, 그리고 자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과업은 여성장애인에게 또 다른 한계와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 여성장애인들은 자녀양육 시 부모역할의 어려움, 양육비 및 교육비 등의 경제적 문제 그리고 주변의 편견과 시선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정우, 이미옥 2000; 보건복지가족부, 2009).

 이처럼 양육 경험은 여성장애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과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배우자, 그리고 어머니라는 중첩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장애인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범국가적 통계와 학술적 연구는 아직도 미흡한 상태다. 그런 와중에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부터 결혼과 여성장애인의 삶을 측정하는 지표가 일부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증가하는 여성장애인들의 양육관련 욕구와 문제를 파악하기는 역부족이다. 또한 기존의 여성장애인 양육 관련 연구들도 실태조사를 통해 관련 정책을 제언하는 연구들(윤동주, 2010; 홍승아, 이영미, 2009)과 질적 사례연구(유봉례, 2002), 양육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나응문, 2003; 오순옥, 2011)에 그치고 있어 이들의 양육 문제를 깊이 있게 가늠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여러 장애 유형 가운데 지체장애를 가진 여성장애인에 초점을 두고 근거이론을 이용하여 이들의 양육경험을 심층적으로 조명해봄으로써 향후 지체장애여성들이 건강하게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방안들을 제언하고자 한다.

II. 선행연구고찰

 양육(養育)은 스스로 자립할 능력이 없는 아동의 발달단계에 따른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아동의 자아를 실현하고 성인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이창숙, 2009). 이 과정 속에서 여성들은 정체성의 변화와 다양한 어려움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특히 여성 장애인들은 양육과정 속에서 사회적 배제와 편견을 통해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양육 문제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불과 2000년대에 들어와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여성 장애인들의 양육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여성 장애인들의 양육 경험에 대한 양적연구들이다. 양적연구에서는 대부분이 여성 장애인들의 양육 현황 및 실태조사(이갑숙, 손진현, 2008; 이정선, 2007; 윤동주, 2010; 홍승아, 이영미, 2009)로 진행되었고, 일부 양육 스트레스와 관련된 연구들(나응문, 2003; 오순옥, 2011)과 양육 경험이 여성 장애인들의 심리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김성미, 심인선, 2007; 김정우, 이미옥, 2000)이 주를 이루고 있다.

 둘째, 여성 장애인들의 양육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들이다. 질적 연구에서는 여성장애인의 주관적 시각을 통해 어머니 됨과 양육자로서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들(김경화, 2003; 김나영, 2009; 유명화, 엄미선, 2007; 유봉례, 2002; 정세연, 2011; Lipson, 2000; Malacrida, 2007; Parish, Magaña, Cassiman, 2008; Payne & McPherson, 2010; Prilletensky, 2003)이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여성 장애인의 양육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욕구들을 살펴봄으로써 양육 지원 서비스나 정책적 제언들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점들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애유형에 따라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양육의 어려움에는 많은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애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양육 경험을 살펴보아야 한다. 장애의 독특한 특성들을 담아내지 않고 단순히 여성장애인들의 양육 어려움을 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양육문제가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대다수의 연구들이 여성장애인의 초기 양육 경험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장기적인 양육과정 속에서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양육 딜레마들이 포괄적으로 규명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신체적 손상과 제약으로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지체장애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하고자 한다. 또한 이들의 양육 경험을 출산 직후나 유아기가 아닌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까지 확장시켜 고찰해봄으로써 그들의 양육경험을 폭넓게 이해하고자 한다.

III. 연구방법

1. 근거이론 연구방법

 본 연구는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 경험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질적 연구 방법 중 근거이론을 사용하였다. 먼저 본 연구가 질적 연구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여성지체 장애인들의 양육에 대해 피상적으로 규명해 왔던 기존의 양적 연구들과 달리 질적 연구에서는 당사자들의 생생한 경험들을 표출시킴으로써 양육관련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자가 질적 연구 방법 중 근거이론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근거이론 방법이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경험과 관련된 요인들의 상호 역동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근거이론의 방법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규격화되었다는 비판(Griffin, 2004: 60)도 제기되고 있지만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 경험과정의 구조를 살펴보는데 있어서는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2. 연구 참여자 선정방법 및 인구사회학적 특성

 본 연구의 참여자는 D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지체장애여성 11명으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장애 유형 가운데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장애인들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한 이유는 지체장애가 운동 기능에 장애를 갖는 대표적인 신체적 장애로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많은 제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장애유형보다도 양육 역할 수행에 가중된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구참여자 선정은 D광역시의 한 여성 장애인 관련 협회와 이미 인터뷰를 마친 참여자들이 다시 지인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 선정 시 양육역할을 수행해 온 경험이 있고, 심층면접을 통해 자신의 양육 경험의 의미, 과정 등을 표출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이론적 표집(theoretical sampling)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는 근거이론 연구 방법의 대표적 표집방법으로 연구주제와 관련된 깊이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인구·사회적 특성은 다음 <표 1>에서 제시되는 것과 같다.

<표 1> 연구 참여자들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3. 자료수집 및 분석

 심층면접을 통한 자료 수집은 2011년 2월부터 9월까지 약 8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연구자들이 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참여 의사를 물어본 후,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줌으로써 참여자들의 자기의사결정권을 존중하려고 노력하였다. 인터뷰 진행은 연구자들의 학교 연구실 또는 회의실이 겸비되어 있는 카페나 시설을 이용하였고 참여자들 모두 휠체어나 이동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접근성을 고려하여 면담 장소를 정했다.

 심층면담은 참여자 1인당 평균 1회에서 2회, 시간은 1회당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신체적 제약으로 이동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1회 인터뷰를 통해 많은 정보를 이끌어 내려고 하였고 경우에 따라서 추가적 인터뷰가 필요한 경우 인터뷰를 2회 시행하였다. 인터뷰 내용은 참여자 개개인의 동의를 구한 후, 녹음기를 사용하여 녹취하였다. 녹취 내용은 연구 목적 이외로는 사용하지 않고 연구 내용에 참여자의 실명이나 개인적인 신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충분히 하였다. 또한 언제든지 참여자가 원한다면 인터뷰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과 자료의 정확한 의미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전화나 이메일로 다시 연락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자료 분석은 Corbin과 Strauss(2008: 195-228)가 제시한 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다. 먼저 두 명의 연구자는 전체 인터뷰 과정에 모두 참여하여 분석에서 이론적 민감성을 높이고자 노력하였고, 현장에서 참여자의 행동, 표정, 감정 등을 기록한 관찰노트도 함께 병행하여 분석하였다. 이에 개방코딩에서는 원자료의 지속적 비교 방법을 통해 범주를 구성할 수 있었으며, 이를 중심으로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 경험과정을 확인하고자 축코딩과 선택코딩을 시행하였다.

4. 연구의 엄격성

 자료의 엄격성(rigor)은 Lincoln과 Guba(1985: 290)가 제시한 진실성(credibility), 재연가능성(transferability), 확인가능성(confirmability), 감시가능성(audit-ability)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엄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자들은 연구를 수행하기 전 장애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담당자들과 연구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류하여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외에도 학술적/비학술적 문헌검토를 통해 연구자에게 인지된 편견들을 배제하고 객관성 있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자료 결과에 대해 근거이론과 질적 연구의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학과 교수 2명의 자문을 받아 연구의 신뢰성을 검증토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의 진행에 있어 초기에는 비공식적 만남을 통해 라포 형성을 시도하였으며 이것은 연구 참여자와의 신뢰성에 도움이 되어 진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Ⅳ. 연구 결과

1.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 경험에서 나타난 주요 개념의 범주화

 본 연구에서는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경험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심층면접을 필사한 원자료(Raw Data)를 분석하여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136개의 개념을 상정할 수 있었으며 이를 상호독립적인 범주들로 분류하여 32개의 하위범주와 12개의 범주로 구성하였다. 개념들을 범주화시킨 결과는 <표 2>와 같다.

<표 2> 지체장애여성의 양육경험 과정에서 상정된 범주분류

2. 지체장애여성들의 양육 과정에 대한 이론적 모형

 지체장애여성들의 양육경험에 대한 전후맥락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개방코딩에서 범주화된 자료를 토대로 축 코딩(axial coding)을 실시하였다. 축 코딩은 범주나 하위범주들을 일련의 패러다임 모형으로 자료를 조합하는 과정이다(Strauss & Corbin, 1990: 198). 이는 결과에 미치는 일련의 체계적인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 근거이론 방법에서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Strauss와 Corbin(1990)은 축 코딩을 현상 중심으로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로 구성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에서는 맥락적 조건과 중재적 조건의 뚜렷한 기준 없이 사용되고 있어 혼동*을 주고 있고, 기존의 형식화되고 기계적인 패러다임 모형 틀을 고수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Griffin, 2004) 대부분 불명확한 기준을 지속해서 사용해왔다. 이에 본 연구자는 가장 문제시 되었던 맥락적 조건과 중재적 조건의 틀을 다소 수정하여 활용 하였다. 그 결과, 본 연구에서는 축 코딩을 주요현상 중심으로 인과적 조건, 심리내적 조건, 환경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로 배치하였으며 이를 제시하면 <그림 1>과 같다.

* 김수지 외(1996)는 맥락적 조건과 중재적 조건의 차이점을 각각 ‘작용/상호작용 전략을 다루고 조절하는 것’과 ‘조장하고 강요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의미적으로 볼 때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김진숙(2006)은 맥락적 조건을 ‘환경적 조건이면서도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들로, 중재적 조건을 ‘중심현상의 강도를 완화시키거나 변화를 주는 조건으로 작용/상호작용 전략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를 구분하였다. 그러나 맥락적 조건에서의 ‘환경적 조건’이라는 기준이 중재적 조건에도 포함되며, 중재적 조건의 기준인 ‘중심현상의 강도를 완화시키거나 변화를 주는 조건’ 또한 맥락적 조건에서 중첩되기 때문에 모호함이 남아 있다(김소진, 2009).

[그림 1] 지체장애여성의 양육과정에 대한 패러다임 모형

1) 인과적 조건

 인과적 조건(contextual condition)은 현상의 발생 또는 전개를 촉발시키거나 발전시키는 원인이나 조건을 의미한다(Strauss and Corbin, 1990: 100). 본 연구에서의 인과적 조건은 '양육에서의 한계경험'으로 상정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 출산 이후 초반부터 자신의 장애가 자녀양육에 한계가 있음을 경험하였다. 어린 자녀가 위험한 곳에 가려고 하거나 혹은 다쳤을 때 바로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들, 그리고 자녀가 교사나 친구들에게 억울함을 당했을 시에도 장애에 대한 편견들로 인해 대변해주지 못한 상황들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 참여자들은 신체적 불편함으로 운동회와 같은 자녀 학교행사에 함께해주지 못함에 따라 양육과정에서 오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 한계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애가 맞고 와도 쫒아가서 어떤 놈이야 이 소리 한번 못해봤어요 아우 진짜 속상하더라고. (중략) 못 쫒아가. 가면은 내가 할 말을 못할 것 같아 기죽어서.” (참여자10)

2) 현상

 현상(phenomenon)이란 작용/상호작용에 의해 다루어지고 조절되는 중심사건이나 생각으로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의 성격과 종류를 의미한다(Strauss and Corbin, 1990). 이러한 현상은 인과적 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위축’으로 상정하였다. 실제 연구 참여자들은 양육과정에서 한계를 경험함에 따라 위축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예컨대, 자녀에게 일어나는 모든 잘못된 사건들이 자신의 장애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힘겨워 했으며,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특히 자녀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자녀친구 및 교사 등)과의 만남으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타인들과 벽을 쌓으며 위축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장애인이다 보니까 얘가 잘못한 거를 내가 잘못한 거 같아. 죄인인 듯한 그런 느낌 있잖아 애가 잘못한 거를 말을 못하겠는거야”(참여자1)

“아들이 친구들도 데리고 오고 그래요 근데 제가 이제 안움직이는거에요. 가만히 앉아있으면 모르니까” (참여자8)

3) 심리내적 조건

 심리내적 조건은 정신이나 마음의 작용과 관련된 분류로 변용되지 않은 중심현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연구자는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참여자들의 정서적 상태와 성격적 특징들을 심리내적 조건에 상정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경험에서 위축이라는 현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심리내적 조건을 '미안함'과 '노심초사'로 상정하였다.

① 미안함

 연구자는 지체장애 여성들의 자녀 양육경험 중 주요한 심리내적 조건으로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상정할 수 있었다. 실제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에 대한 미안함이 크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것은 잘못된 행위로 인한 미안함이 아닌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자랄 수밖에 없는 자녀의 현실에 대한 것이었다. 예컨대, 부모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녀가 겪게 되는 아픔에 대한 미안함과 부모의 장애로 인해 주변인들로부터 편견을 받게 됨에 따른 미안함이었다. 뿐만 아니라 연구 참여자들은 이러한 아픔 속에서 일찍 철이 들어버리는 자녀를 보면서 자녀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늘 미안하다는 생각이죠. 한번은 ‘엄마도 다른 엄마들하고 다르잖아요.’ 하면서 얘가 뛰쳐나갔는 데 엄마가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엄마가 너무 우니까. ‘엄마, 죄송해요.’ 하고 문자가 왔어요. ‘아니다. 엄마가 미안하다. 정말로 건강한 엄마 밑에서 태어났으면 니가 맘고생 안했을 텐데...’”(참여자1)

② 노심초사

 노심초사는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우는 상태로 개념화 할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애로 자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받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자녀와 외출해야 하거나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상황들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드리고 있었으며 특히 자녀가 결혼하게 될 가족과의 상견례에서 자신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가오지도 않은 먼 미래에 대해서도 애를 태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가 부모의 장애를 받아드리는 과정에서 오는 맘고생에 대한 염려도 함께 갖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 참여자들의 노심초사는 위축이라는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는 정서적 상태로써 심리내적 조건에 상정하였다

“나 때문에 기죽을까봐. 비오고 그래도 우산을 가지고 못가요. 다른 엄마들도 와 있을거고, 친구들도 있을거고 아 쟤한테 저런 엄마가? 이 소리가 우리 얘한테 짐이 될 수 있잖아요...”(참여자10)

“남자친구 있다고 하니까...덜컹 겁나는게...나중에 걔하고 잘되면...지네둘이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부모가 장애가 있으니까 그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요. 나중에...그게 걸림돌이 되면............하....모르겠어요...그것 참...그게 제일 걱정이에요”(참여자6)

4) 환경적 조건

 환경적 조건은 현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심리내적 조건에 의해 변용된 상태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으로써 작용/상호작용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장애에 대한 편견’, ‘경제적 상황’, 그리고 ‘지지체계’를 환경적 조건으로 상정하였다.

① 장애에 대한 편견

 사회에 존재하는 장애에 대한 편견은 더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환경적 조건이다. 본 연구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자녀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그 중 하나는 지체장애여성 본인이 경험하는 배제의 문제였다. 연구 참여자들에 의하면, 지체장애여성들이 장애로 인해 학교행사나 학부모 모임으로부터 종종 배제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느낄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자녀교육에 필요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거나 교육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고립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자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놀림 받음으로부터 비롯되는 갈등이다.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놀림의 대상이 된 자녀는 장애 부모와 심각한 갈등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의해 자녀가 받는 고통은 부모입장에서 더 큰 고통으로 작용하였고 이것은 위축의 현상을 강화시키는 조건이 되고 있었다.

“ ‘너 네 엄마 이상해. 너네 엄마 왜 그렇게 걸어? 막 쩔뚝거리면서 걸어.’ 이렇게 하면은 애들이 더 엄마랑 말을 안 하게 되는 거예요. 말을 하면 대답도 잘 안하고 짜증내고...” (참여자7)

“ ‘청소 못 하실 거 같아서 연락 안 드렸어요.’ 이렇게 하고 나니까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저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어요. 뛰어다니거나 무거운 거 드는 것만 못하지 저 할 수 있어요.’ 그랬더니 ‘아휴,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드실 텐데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뭐 천천히 하면 되죠 뭐.’ 그랬더니 (중략) 마음의 준비는 됐는데... 또 안 불러 주더라고요.”(참여자 1)

② 경제적 상황

 자녀의 양육에서 제기되는 문제들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역시 경제적 문제였다. 특히, 교육 등의 양육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감당의 능력 여부에 따라 지체장애여성들이 위축되는 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자녀의 진로선택을 가정의 경제적 상황 측면에서만 고려되어진다던지, 혹은 학원비나 과외 등을 해주지 못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녀들이 사소하게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주지 못할 경우 연구 참여자들은 자책하며 더욱 위축됨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경제적 문제는 비장애 여성들의 양육경험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될 수 있는 것이기에, 지체장애여성들만 고유하게 경험하는 문제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가 장애 여성에게 더 큰 심리적 위축을 가져오게 한다는 사실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신체적 장애로 양육의 한계를 경험한 연구 참여자들은 또다시 경제적 문제로 채워줄 수 없게 됨에 따라 위축이라는 현상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즉, 신체적 장애로 자녀의 어린 시절부터 채워줄 수 없음을 경험해야 했던 연구 참여자들은 동일한 수준의 경제적 어려움이라 할지라도 비장애부모가 느끼는 심리적 위축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안쓰러워서 나갔다 오는 길에 엄마가 이거 사줄까? 그러니까 아니래요 우리는 돈이 없으니까 안 먹어도 된데요. 그래서 정말로 한 번도 안 사줬어요. 근데 생전 싫다던 아이가 옥수수가 막 쪄가지고 파는걸 보더니 그걸 사달래요 사 달래서 돈을 보니깐 딱 집에 올 차비 밖에 없어요. (중략) 많이 울었어요. 저도 울고 애들도 울고 그러면서 왔어요. 지금까지도 그게... 가슴이 제일 아파서...” (참여자9)

“제일 안타까운 게 진로문제...제가 선택을 잘못해줘가지고 걔가 많이 힘든것 같아요.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걔를 이제 인문계를 안보냈어요.. 무조건 기술을 배워라 나는 이제 그런식으로 해가지고. 근데 애가 적성이 안맞은거에요.(중략) 그러니까 지가 원하는걸 해서 걔 의견을 좀 들어줬으면 싶었는데 걔 의견을 들어줄 생각을 안하고...” (참여자5)

③ 지지체계

 심리내적 조건에 의해 변용된 위축 현상은 연구 참여자들의 지지체계 정도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참여자들의 지지체계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는데 한 가지는 주변인들의 도움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양육과정에서 신체적 불편함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를 자녀의 영유아기로 꼽았다. 예컨대, 부모로서 자녀를 업어주지 못하거나 우유를 먹이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주변인(이웃, 부모 등)들의 도움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지지체계로는 장애 단체에서의 도움이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장애단체라는 지지체계는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했으며 자녀를 위해 새로운 것을 도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기에 매우 중요했다.

 “그때의 심정은 막 찢어지죠. 얘를 유급시켜 놓고 나서...(중략) 근데 두드림 보내놓고, 그때부터 마음의 여유가 조금 그게 편안함, 안도감이 오더라구요. 큰애도 중학교 1학년때 내가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중략)연대 단체에서 위로도 받고, 조언도 받고...“(참여자11)

5) 작용/상호작용

 작용/상호작용 전략(action/interaction)은 현상을 대처하거나 이를 다루기 위해 취해지는 의도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이다. 본 연구에서는 ‘채워주기 위한 노력’, ‘긍정적 상호작용 강화’, ‘장애수용을 위한 인식제고(提高)’가 작용/상호작용 전략으로 나타났다.

① 채워주기 위한 노력

 심리내적 조건에서 상정된 연구 참여자들의 자녀에 대한 미안함은 위축이란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는데, 그 중 하나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 즉, 자녀들이 자신의 장애로 주변인들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받고 힘겨워 하는 것들을 경험하면서 더 이상 창피한 부모의 모습이 아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장애로 인해 다소 버겁다 하더라도,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어떤 부모보다 잘 해주고자 노력함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비 장애 여성들도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부끄럼 없고 자애한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여성에게 이러한 노력들은 좀 더 특별했다. 왜냐하면, 노력의 근원이 변화될 수 없는 장애에 대한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함이기에 그것은 절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이 이러니까...첫째는 업어줄 수도 없고..밖에 데리고 나갈수도 없고....하니까 그런거 못한...거에 비에서..제가 할 수 있는거 제가 노력해서 할 수 있는거 그런거는 힘들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참여자9)

“엄마가 정말로 열심히 사는구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서 정말로 무지무지 노력한다는 거 보여주기 위한 거예요. 다른 엄마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라는거...사실 훈련하고 오면 땀범벅이예요. 열심히 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거죠.”(참여자1)

② 가족 간의 긍정적 상호작용

 연구자는 양육과정에서 나타난 위축이라는 현상을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연구 참여자들이 가족 간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가족 간의 긍정적 상호작용의 전략은 본 연구에서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첫째는 본인과 가족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며, 둘째는 중재자 혹은 촉매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먼저 연구 참여자들은 남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양육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노력했을 뿐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허심탄회한 대화와 스킨쉽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한편, 촉매자의 역할은 남편과 자녀간의 관계를 개선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들에게 끊임없이 아버지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각인시켰고, 동시에 남편과 자녀 간에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의사소통이라는게 있잖아요. 애들한테 통하는 의사소통 그게 안되니까 단절되니까 그래서 큰애가 나한테 말을 하기가 이게 점점점 단절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그래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참여자11)

③ 장애수용을 위한 인식제고

 자녀교육에서는 지식습득에 필요한 교육뿐만 아니라, 정서함양에 필요한 교육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기란 어렵다. 예컨대 독립심이나 협동심,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과 같은 것들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그 자체로 갈등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지체장애여성들 역시 자녀양육과정에서 이러한 교육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연구 참여자들은 장애 문제와 관련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는 한편으로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세워주고, 다른 한편으로 부모의 장애를 수용하도록 일깨워줌으로써 부모의 장애를 수용하는데 있어 고통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사실 장애로 인한 불편은 장애 그 자체에서 오는 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문제들도 포함한다. 더욱이 양육과정에서 자녀와 겪는 갈등에는 바로 이러한 장애 그 자체에 대한 자녀의 인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갈등해소에는 자녀인식의 전환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으며, 지체장애여성들은 자녀들에게 장애를 수용하도록 교육함으로써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이 데리고 다녔어요. 아주 아기 때부터 사람 많은데, 일부러 데리고 다니고. 그러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아빠 친구들 보면 불편한 사람들 많이 보잖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냥 또 지는 학교가서 또 불편한 사람 아닌 사람들하고도 접하잖아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그냥 이렇게 지가 그 안에서 조율이 되더라구요”(참여자6)

6) 결과

 결과(consequence)란 작용/상호작용 전략에 따른 직접적 산물로써 본 연구에서는 ‘승화된 장애’와 ‘해소되지 않은 굴레’로 상정하였다.

① 승화된 장애

 양육 과정에서 한계를 경험한 연구 참여자들은 위축되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들을 시도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자녀에게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한 도전으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이기만 했던 자신의 장애가 긍정적으로 받아드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예컨대, 힘겨운 양육 과정이었지만 잘 자라준 자녀를 보았을 때의 만족과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 피드백, 그리고 자녀를 위한 도전의 성과들이 연구 참여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연구 참여자들에게 자녀양육은 단순한 자녀의 성장만이 아닌 승화된 장애에 의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었는 데, 이것이 결코 장애의 극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신체적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생활의 불편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의 극복 차원은 아니지만 부정적이기만 했던 장애가 연구 참여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고 있음은 인지할 수 있었다.

“장애가 없었으면 제가 이렇게 올바른 삶을 안 살았을 것 같아.”(참여자 6)

“그게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솔직히 저 하나만 봐서는 그 내세울게 없어요. 내세울게 없는데 우리 이제 아들이 둘이 다 컸지. 또 신랑이 뒤에서 많이 보필을 해주지. 그래서 제가 밝게 활동을 하는거 같아요. 세 남자가 제 뒤에서 버텨주잖아요. 하하“ (참여자 5)

② 해소되지 않는 굴레

 연구 참여자 중에는 가족 간의 상호작용과 지지체계의 부재 등으로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게 됨에 따라 위축이라는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위축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도전도 시도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포기한 연구 참여자들은 장애를 한탄하며 자신을 받아드리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 참여자들은 여전히 장애라는 것이 자신의 삶을 붙잡고 있다는 굴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위축이라는 현상 속에서 무력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에 컴컴하니 나 혼자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죠. (중략)나는 거울을 본적이 없어요. 거울을요. 화장할 때도 조그마한 손거울 있죠? 얼굴만 보이는 몸이 안 보이는...”(참여자10)

“내가 미련했구나 아직도 힘들고 (중략)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여자7)

3. 핵심범주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한 노력 속에서 승화된 장애”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경험 과정과 관련된 모든 범주를 통합할 수 있는 핵심범주(core category)에 대해 본 연구에서는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한 노력 속에서 승화된 장애”로 상정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출산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 양육과정 속에서 한계들을 경험하게 된다. 양육과정에서의 한계는 어린자녀가 넘어지거나 위험한 곳에 가려 할 때 바로 도움 줄 수 없는 개인적 한계도 있었지만, 억울함을 당한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드러낸 자신의 장애모습이 편견들로 인해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한 사회적 한계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에 의해 연구 참여자들은 위축되어 타인들과 벽을 쌓고 더 이상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으며 자녀의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모두 자신을 탓하는 현상을 보였다.

 양육과정에서 경험한 한계로 인해 위축된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에 대한 끝없는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신체적 장애로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아닌 장애를 가진 “힘든 부모(참여자6)”를 만나게 했다는 근원적인 미안함이었다. 그러나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자신의 장애로 인해 겪게 될 아픔들을 늘 노심초사해 하며 더욱 위축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노심초사로 인한 염려들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났는데 그 중에서 연구 참여자들이 가장 힘겨워 한 것은 자녀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장애에 대한 편견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이다. 연구 참여자들의 자녀들은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배제와 놀림을 경험해야 했으며 이것은 연구 참여자들을 더욱 위축되게 할 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장애수용이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가족 특히 자녀들이 부모의 장애를 수용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업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아직 부모의 장애가 수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에 의한 부정적 경험은 장애 부모와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구 참여자들은 근본적으로 채워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자신을 한탄하게 되는데 이 때 가정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은 연구 참여자들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컨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녀의 진로가 포기되었을 때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에게 채워주지 못한 또 다른 한계를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몰입되어 계속 위축되어있기 보다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조금이나마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한 노력들을 시도했다. 연구 참여자들이 자녀에게 채워주고 싶은 것은 그 무엇보다 부모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힘겨워 하는 자녀에게 창피한 엄마가 아닌 ‘장애가 있지만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참여자1)’ 으로 거듭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연구 참여자들은 새로운 분야(학업, 취업, 운동 등)에 도전하고 피나는 노력들을 통해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들의 장애수용을 위한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것은 자신의 장애로 인해 자녀들이 겪게 될 아픔에 대한 연구 참여자들의 노심초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녀가 부모의 장애를 잘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간절함에서 나온 인성 중심의 교육이었다.

 하지만, 양육과정에서 오는 위축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체장애 여성만의 노력이 아닌 가족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게 작용해야만 했다. 가족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은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났는데 그것은 남편과의 의사소통, 자녀와의 의사소통, 그리고 남편과 자녀와의 의사소통이었다. 특히 연구 참여자들은 남편과 자녀가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자 역할이 성공적 양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중시하고 있었다.

 한편, 현상을 대처하기 위한 작용/상호작용 전략(가족 간의 상호작용, 채워주기 위한 노력, 장애수용을 위한 인식 제고)들은 연구 참여자들의 지지체계 정도에 크게 영향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컨대 장애단체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을 시도한 연구 참여자들은 성취감을 만끽하게 됨에 따라 부정적이기만 했던 자신의 장애가 승화됨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육에서의 한계를 경험하고 위축된 채 타인과 벽을 쌓으며 지낸 참여자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굴레 속에서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가슴앓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체 장애 여성들의 양육 과정에서의 노력은 단순히 자녀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자녀에게 미안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도전으로 시작된 변화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된 것이다. 이것은 한 연구 참여자가 자녀를 “아끼는 액세서리(참여자2)”로 표현한 어구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자녀는 자신이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대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빛깔도 무늬도 없었던 (참여자10)”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빛내줄 수 있는 액세서리와 같은 대상이었던 것이다.

V.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지체장애여성들의 양육경험과정을 근거이론 방법을 활용하여 살펴보았다. 그 결과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 경험이 “미안함을 채워주기 위한 노력 속에서 승화된 장애”과정으로 드러남을 알 수 있었으며 이러한 연구결과가 어떤 의의를 갖는지 기존 선행 연구와 함께 논의해보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여성 장애인들의 양육경험을 살펴보는데 있어 장애유형을 구분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장애는 그 유형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제약이 다르기 때문에 양육에서의 경험 또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존 선행연구(김경화, 2003; 김정우, 이미옥, 2000; 오순옥, 2011; 이정선, 2007; 유명화, 엄미선, 2007; 유봉례, 2002; 윤동주, 2010; 홍승아, 이영미, 2009)에서는 장애유형의 구분 없이 통합적 관점에서 여성장애인의 양육경험을 다루고 있어 장애 특성에 따른 양육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에 따른 사회 복지적 접근 방안을 모색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신체적 손상으로 이동에 제약을 경험하는 지체장애여성들만의 양육경험을 살펴봄으로써 지체장애여성들의 양육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들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둘째, 지체장애 여성들의 양육경험을 살펴보는데 있어 양육경험의 시기를 확장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여성 장애인들의 양육경험을 살펴본 대부분의 선행연구(유명화, 엄미선, 2007; 윤동주, 2010; 홍승아, 이영미, 2009)에서는 양육 경험의 시기가 영유아기 또는 아동기인 어린 자녀양육에만 국한시키고 있어 그 이후의 자녀 양육 경험에 대해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성인 자녀가 있는 연구 참여자를 포함시킴으로써 포괄적인 양육과정과 경험의 지평을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지체장애 여성들이 양육경험에서 오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 역동성을 고려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기존 선행연구(유명화, 엄미선, 2007; 유봉례, 2002; 윤동주, 2010; 홍승아, 이영미, 2009)들은 여성장애인들이 양육과정에서 경험하는 위기, 갈등, 딜레마 등을 단편적으로 기술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본 연구에서는 근거 이론적 접근을 통해 지체 장애 여성들의 양육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심리적, 환경적, 작용 상호작용 등의 역동성을 분석함으로써 보다 더 실질적인 사회복지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본 연구의 결과와 의의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사회복지적 접근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여성 장애인의 양육자 역할에 대한 왜곡된 사회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들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 지체장애여성들이 양육과정에서 위축을 경험하는 핵심 요인은 신체적 불편함보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의해 자녀들이 감내하게 될 불이익, 고통, 아픔 등에 관한 노심초사였다. 이것은 지체장애여성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줄 수 없는 것으로써 본 연구에서의 주요 현상인 위축을 유발하는 주요인이었다.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이상적인 어머니상에 대한 기준은 다르겠지만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나름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한 노력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여성장애인들의 부모역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어 당사자들은 양육과정에서 많은 힘겨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둘째, 지체장애 여성들의 다양한 지지체계를 활성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양육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계는 당사자들만의 노력으로 극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다양한 지지체계들의 헌신적인 배려와 지지가 필수적이다. 본 연구에서도 공식적 지지와 비공식적 지지 모두가 연구 참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컨대, 배우자나 친인척 그리고 이웃이 가사지원 및 육아정보를 줌으로써 자녀양육에 큰 도움이 되었고 장애단체나 기관을 통해서도 경제적 도움과 부모-자녀 의사소통 교육을 받음으로 인해 양육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자녀의 나이를 고려한 생애주기 양육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민감하게 고려한 구체적인 양육기술과 지원이 요구된다. 먼저, 영․유아기에는 신체적 돌봄이 주가 되기 때문에 육아와 가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양육 위기를 경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자녀가 어릴 때에 필요로 했던 신체적, 정서적 돌봄의 한계와는 달리 자녀들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고, 교육과 진학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자녀지도에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에 자녀가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교육비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과 학습 및 진로정보제공 그리고 자녀와의 소통을 위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자녀가 성장하여 결혼을 생각하는 시기에는 부모의 장애가 자녀들의 결혼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커 이에 대한 심리적 접근이 필요로 했다. 결국 여성장애인의 양육 과정은 연속적인 위기와 갈등의 과정이므로 자녀의 특정 발달 단계에서 도출되는 양육 문제를 개입하는 단편적 접근이 아닌 생애주기적 양육 지원 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넷째, 지체장애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역량강화프로그램들이 현장에 개발되어야 한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양육과정 속에서 어머니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운동, 학업, 취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결실을 맺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얻어진 성취는 결과적으로 장애를 승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따라서 여성지체장애인들이 여성, 부모, 그리고 배우자로써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역량강화프로그램들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속 연구를 제언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지체장애여성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지만 향후에는 타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들의 양육경험도 고찰해볼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후속연구들이 선행되었을 때 비로소 장애 특성 간의 상이한 양육경험들을 비교분석하여 보다 체계적인 양육 지원방안들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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