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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20 No.4 pp.587-612
DOI : https://doi.org/10.13049/kfwa.2015.20.4.587

A Study on Grandmothers’ Childcare Support Pattern using FGI

Eun-Bi Kwon1, Jeong-Hwa Lee2, Seon-Mi Kim3
1Research Institute of Human Ecology, Chonnam National University, Gwangju 61186, Korea
2Department of Family Environment & Welfare, Chonnam National University, Gwangju 61186, Korea
3Department of Family Welfare, Gwangju University, Gwangju 61743, Korea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NRF-2014S1A3A2044594).

Corresponding Author: Seon-Mi Kim, Department of Family Welfare, Gwangju University(E-mail: yupy1005@hanmail.net)

Abstract


FGI를 활용한 조모의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 유형화 연구*

권은비1, 이정화2, 김선미3

초록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grandmothers’ childcare support patterns by conducting a focus group interview. The data for this study came from 20 grandmothers in transition of 5 focus groups (each consisting of 4 persons) interviews. Nine of them were pre-grandmothers who did not yet have any grandchildren, and 11 were grandmothers who had grandchildren.

The patterns of the grandmothers' intentions of supporting childcare were classified. The patterns were categorized by the grandmothers' intentions of providing childcare support for their grandchildren according to the participants' thoughts and attitudes, after which the patterns according to the categories were analyzed as characteristics. This study is a significant endeavor in examining grandmothers and grandmothers-to-be who are being on their life's transition period through their own perspectiv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NRF-2014S1A3A2044594

    Ⅰ.서론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생애과정이 길어지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롭고 낯선 ‘연장된 인생후기’가 생겨났는데 이 길어진 시기에 이들의 역할에 대한 각본 혹은 모델이 희소하다는 점이 이 연구의 출발점이 다. 은퇴 개념 자체가 없었던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인생후기는 사회적 역할의 상실과 축소가 주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중년이후 사회적 역할축소의 시기에 획득가능하며 상당 기간 지속되 는 새로운 역할로서 ‘조부모 역할’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중노년기에 조부모역할을 취하는, 즉 손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조부모가 두드러지게 많아지고 있다. 손자녀를 돌보다 생기는 신체적 어려움을 뜻하는 ‘손주병’에 대한 보도나 일부 지자체에서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등장하는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는 2014년도부터 『세 살 마을 부모교육』사업을 통해 영유아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 교육을 실시하였다.

    우리나라의 조부모역할과 관련한 의식조사결과, 조모들의 양육지원이 조부에 비해 현저하여 손자녀양육지원의 젠더화 특성이 두드러진다. 양육자로서 엄마 부재 시 조모의 손자녀 양육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조모가 모의 기능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11]는 점은 계속 이어지는 통계자료 를 보아도 확실하다. 2012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 양육지원서비스 제공자 실태를 파악한 결과, 1세 미 만의 경우 82.6%, 1-2세 미만은 74.2%가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19]. 전국보육실태조사[12]에서도 자녀 연령별 양육지원서비스를 부모 이외에 누구로부터 제공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 에 자녀의 연령이 어릴수록 조모의 손자녀 양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23]의 ‘2013년 맞 벌이 가구현황’을 보면 유배우가구의 42.9%에 해당하는 맞벌이가구(505만 5천 가구) 중 절반(250만 가 구)에서 조부모가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손자녀양육을 선호하는 조모들의 자발적 선택 인지 불가피한 외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조모들의 손자녀 돌봄 선택이 가족의 안녕과 절대성을 우선시하는 가족주의적 문화의 지배적 영향으로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능동적으로 이루진다는 연구결과[19]가 있는데, 그 선택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전통적인 성역할 분업과 관련해 특이한 점은 외조모에게 손자녀 양육을 의 존하는 취업모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한국의 친족관계가 양계적 특성을 보이는 것이라 해석[24]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손자녀 양육지원을 위해 외조모와의 교류가 증가하는 방식으로 처계와 의 상호작용이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현대 한국가족의 친족관계가 진정한 의미의 양계적 속성을 갖는다 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17]도 있다. Han과 Yoon[2]은 가족영역에서 비대칭적 성격의 양계화 경향이 라는 말로 이를 지적하였는데, 한국가족이 부계친족 및 상호작용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부계 를 중심으로는 규범화된 친족유대의 경향이 유지되면서 동시에 실제적 필요에 의한 아내의 친족망 활 용정도가 높아진데서 기인한 결과이며, 한국사회 전반의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족영역에서의 변화 는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모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주로 손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조모에게 손자녀 양육이 미치는 신체적,정신적 측면의 부정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춰왔을 뿐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과정에 관한 심층적인 접근은 부족했다. 즉 조모들은 손자녀 양육지원을 왜 하게 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관한 상세한 분석과 그 의미의 해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내부자시각을 드러내주고 연구 내용에서 보다 포괄적인 범위를 가지는 총체적 연구에 유용한 질적 방법을 사용하여 손자녀를 기다리 고 있는 예비조모와 실제 손자녀가 있는 조모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이야기하는 경험과 자연 언어를 바 탕으로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과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유형을 밝히고자 한 다. 이러한 연구는 여성노인의 후기인생, 자녀의 양육을 부탁해야하는 그 여성노인의 성인자녀들 그리 고 영유아의 삶의 중요한 특성들을 규명하고 손자녀 양육지원의 특수한 문화현상을 해석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Ⅱ.선행연구 고찰

    중년기 이후 영유아를 돌보는 것은 이들의 발달단계상 때에 맞지 않는(off-time) 역할 수행이며, 이시기는 양육을 수행할 신체적 에너지와 물질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손자녀 양육이 조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 보육에 대한 낮은 신뢰도, 혈연중심의 가족주의 가치관 등으로 인하여 자녀 양육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맞벌이 부부인 성인자녀의 주요 한 양육전략은 (노)부모에게 손자녀 양육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되고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손자녀를 전담양육하게 된 조모들은 그로 인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모들은 신체적 부담, 우울이나 양육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정서적 문제, 개인적인 시간의 부족, 다른 손자녀도 돌봐주어야 한다는 부담감, 배우자 및 자녀와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는 것 으로 알려졌다[4, 6, 7, 15, 16]. 맞벌이 가정에서 영유아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모의 삶의 만족도는 성인 자녀의 이혼, 재혼 혹은 자녀양육을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손자녀를 전담 양육하는 조손가족 조모보 다는 높지만, 비양육 조모들보다는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며, 양육스트레스는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1, 5, 27]을 미친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손자녀 양육이 조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평가함 으로써 손자녀 양육이 조부모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님을 밝히고 있다[12]. 또 손자녀 양 육이 조부모의 심리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도 많이 보고되었다. 손자녀 돌봄 으로 인해 조부모가 얻게 되는 이점에는 손자녀를 돌보면서 받는 젊어지는 느낌, 생의 영속성 등이 있 었으며, 자신의 자녀를 양육할 때 잘하지 못했던 점들을 수정하여 손자녀를 돌봄으로써 기쁨과 만족감 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14], ([13]에서 재인용). 이러한 손자녀 양육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조부 모로 하여금 손자녀 양육을 스트레스 보다는 노년에 보람을 주는 새로운 역할로 수용하게 하는 것으로 서 손자녀 양육자에 대한 부정적 결과나 부담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조모역할에 대한 확장된 시각의개입을 가능케 한다.

    한편 손자녀 양육이라는 상황이 단순히 조부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 영향이 긍정적인가부정적인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부모가 손자녀를 키우는 사회문화적, 상황적 맥락과 현상 에 대한 개인의 해석이다. 자신의 손자녀를 돌보는 일이라 하더라도 조부모역할이 조부모에게 항상 만 족이나 기쁨을 주는 것은 아니며, 부담과 압박이 될 수 있다. 같은 손자녀 양육 상황이라 할지라도 성 인자녀의 가사까지 도맡아하는 경우 조모의 심리적 부담감은 크게 나타났으나[13], 손자녀 양육에 대한 개인의 인식을 의미하는 ‘양육지각’이 높은 사람의 심리적 복지감은 높게 나타났다[3].

    Paik [18]은 중장년 기혼 여성의 손자녀 양육 경험에 관한 연구에서 조모들이 손자녀 돌봄을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능동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이를 가족의 안녕과 절대성을 우선시하는 가족주의적 문화의 지배적 영향으로 해석하였다. 또 조모들의 이중적인 행위양식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역할 과 관련해서는 전통적인 성별 분업관을 적용시키고, 딸에게는 보다 양성평등적인 의식을 교육하고 실 천한다고 하였다. 즉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손자녀 양육을 수용하는 조모들은 딸의 양성평등한 삶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손자녀 양육조모의 양육스트레스와 삶의 만족도는 강한 부적상관을 가지지만 성인자녀와의 관계가 이를 매개하는 효과를 가진다[5]고 한다. 조모들은 손자녀를 돌보며 성인자녀 와의 연대감을 경험하고 세대 간 연결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며[26], 성인자녀와의 원활한 관계는 양육 으로 인한 조모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삶의 만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 부모에게 성인자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은 손자녀 양육 조모에 관한 연구에서 손자녀 양육을 통 해 일어나는 이들 3세대 가족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를 의미한다.

    조모가 손자녀 양육 및 가사노동을 돕는 등의 도구적 지원을 하는 이유는 취업한 성인자녀 부부가경제활동에 안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10]. 성인자녀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조모가 손자녀 양육을 지원하기로 선택하는 동기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결과[9]에서는 외조모는 성인 딸의 양육담당자 역할을, 친조모는 성인 아들의 부양담당자 역할을 지원, 보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모의 손자녀 양육지원의 이면에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10], 이는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성에 따라 분업화된 역할이 조모에게까지 확 장되어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성인 아들의 엄마와 성인 딸의 엄마에게 부여되는 책임 감은 그 종류가 사뭇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에서는 조부모전환기의 조모, 예비조모가 손자녀 양육지원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이러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 인들이 어떠한지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양육지원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실제 행동에 있어서 어떠한 유형화가 가능한지에 대하여 질적 연구, 특히 FGI를 통해 접근하고자 한다.

    Ⅲ.연구방법

    1.포커스 그룹 인터뷰

    본 연구의 목적은 손자녀를 기다리는 예비조모와 실제 손자녀가 있는 조모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경험과 자연 언어를 바탕으로 하여 가족 내 역동과 조부모기의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그 경험의 의미와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질적ㅡ연구방법을 활용하기로 하고 포커스 그룹 인 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내용분석방법으로 그 자료를 분석하였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특정 주제에 대한 참여자들의 상호작용, 참여자들의 의견과 경험에서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8] 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포커스 그룹은 너무 익 숙하거나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연구의 주제를 다룰 때 장점이 될 수 있다. 조부모가 되는 것 은 부모가 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28]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일상적인 통과의례로 받 아들이기 쉬우며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자연스러운 답변이 바로 나오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 여 소그룹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서 나눌 수 있는 FGI를 선택하였다.

    포커스그룹 인터뷰는 논문의 저자 중 두 명이 주요 진행자(moderator)와 보조진행자(mentor)가 되어실행하였다. 이를 통해 집약적인 인터뷰를 실시하고, 인터뷰 종료 후 비평을 주고받음으로써 인터뷰 자 료의 요약과 정리 및 분석을 강화할 수 있었다. 분석에 대한 기술을 가진 주요 진행자와 보조진행자가 FGI에 직접 참여한 경우 최선의 분석자가 된다[21].

    2.연구절차, 자료수집 및 연구윤리

    포커스 그룹인터뷰는 2014년 2월 7일부터 7월 7일까지 총 다섯 번에 거쳐 이루어졌는데, 인터뷰와인터뷰 중간에 전사자료를 분석하여 다음 그룹 구성원 설정과 진행방식에 반영하였다. 연구자는 스노 우볼 샘플링 방식으로 확보된 연구 참여 대상자들과 미리 전화통화로 연구의 취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 명하며 연구참여의사를 확인했고, 그룹인터뷰 날짜와 장소를 정하여 공지하였으며, 인터뷰 전에 연구 의 목적과 인터뷰 내용의 녹취과정, 자료의 이용, 비밀유지, 폐기에 대해 설명한 후 연구참여동의서를 받았다. 미리 준비한 비구조화된 개방형 질문을 사용하여 진행하였지만 주로 그룹 내 역동이 활발히 일어나 자연스럽게 주제이동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토론 초반이나 그룹 내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은 때에는 진행자가 원활한 진행을 위한 개입을 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 과정에서는 한 명의 연구자와 한 명의 진행자가 총 다섯 번의 그룹인터뷰를 일관되게 진행하였다. 그룹인터뷰는 1시간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고장이나 오류에대비하여 2개 이상의 보이스레코더를 사용하여 녹음하고 전사하여 녹취록을 작성하였다. 분석자료로 사용한 것은 인터뷰 당시 작성한 필드노트와 인터뷰 직후 작성한 인터뷰스케치, 그리고 전사자료이다.

    질적 연구에는 엄격한 윤리적 이슈가 있는데, 고지된 동의, 자발적 참여, 연구참여로 인한 피해, 비밀보장 등의 이슈이다. 연구자는 연구참여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연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으 며, 자발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대상자만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본명, 지명, 회사이름 등 개인의 신분이 밝혀질 만한 정보는 가명처리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 연구참여에 의한 연 구참여자의 심리사회적 피해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1)

    3.분석방법

    질적연구의 진실성 확보를 위하여 연구자와 진행자가 작성한 각자의 필드노트와 인터뷰스케치, 전사자료를 서로 교차확인하며 다각적으로 검증하였다. 면접 내용, 면접에 대한 인상, 면접 중에 받아 적은 메모를 면접 후 24시간 이내에 작성하고 분석한 인터뷰스케치는 인터뷰현장에서의 생생함이 느껴지는 자료이며 이를 최대 72시간 이내에 연구자와 진행자가 다시 만나 토론하여 정리함으로서 면접에서 각 자가 받은 인상과 주요 주제들의 비중에 대한 동의점과 차이점을 확인하였다. 분석과정의 세그멘팅 및 코딩에서도 연구자가 작성한 코딩내용을 진행자가 확인하는 동료검증을 실시하였으며, 분야의 전문가 에게 확인을 받아 오류나 비약이 없는지를 확인하였다. 분석과정에서 선행연구와 비교 논의함으로써 잠정적인 오류의 발생가능성을 낮추고자 하였다.

    자료분석은 내용분석 방법을 따라 수행하였다. 녹취자료를 반복적으로 청취하고, 전사자료들을 여러번 정독하고 의미 있는 구절이나 문장을 찾아 표시하면서 자료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을 찾고 개념을 추출하였다. 추출된 개념들을 재검토하고 전사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하여 연구문제를 중심으 로 핵심 주제의 개념들을 찾아나갔다. 이렇게 의미 있는 단위로 자료를 나누는 세그멘팅 작업을 시작 으로, 그 안에서 다시 의미 있는 진술들을 뽑아 본문 그대로의 코딩을 실시한 후, 범주화하였다. 세그멘 팅과 코딩을 통해 인터뷰 자료를 감환(reduction)한 후, 객관적인 연구참여자의 특성을 연관 지어 분석 함으로써 손자녀 양육에 대한 조모들의 태도와 그러한 태도를 갖게 된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손 자녀 양육을 둘러싼 조부모전환기 가족의 역동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다.

    4.연구참여자

    포커스그룹은 연구주제와 관련 있는 공통점을 가진 동종의 그룹으로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20].

    본 연구에서도 손자녀의 출생전후에 있는 조부모기 전환기에 있는 조모를 의도적으로 표집하되, 그안에서 예비조모와 조모의 경험을 대조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다섯 개 그룹을 색다르게 구성하였다. 전 체가 예비조모인 그룹과 전체가 조모인 그룹 그리고 예비조모와 조모를 섞어서 세 그룹을 차례로 구성 하였다. 세 그룹의 성격은 친손자인가 외손자인가 혹은 조모가 현재 취업중인가 아닌가 등 다양한 조 건을 고려하여 형성하였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다섯 그룹의 성격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실시한 인터뷰 결과를 보고 추후에 그 다음 그룹을 형성함으로서 질적 연구의 유동적 과정이 반영되었다.

    다섯 그룹에 속한 연구의 참여자들은 자녀 중 한 명 이상을 결혼시키고 아직 손자녀가 출생하지 않은, 현재 손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조모와, 이미 손자녀를 본 조모로 이루어져 있다. 총 20명의 연구 참여자 중 아직 손자녀가 없는 예비조모는 9명이며 이 중 3명은 연구 참여시점에서 며느리가 임신 중 인 상태였다. 나머지 11명의 조모에게는 한 명 이상의 손자녀가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손자녀 양육 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표 1> 참조)

    Ⅳ.연구결과

    인터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모의 양육지원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가치관과 상황이 있고 이러한 특성들로 인하여 이들은 각기 다른 양육지원 유형에 속하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 었다. 분석은 여러 가지 영향요인 중 연구참여자들의 토론이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주제를 찾는 것 부터 시작되었다. 연구자들이 ‘토론격전지’라고 부른 두 주제는 ‘이인소득모델로의 전환에 대한 수용’과 ‘아동의 주양육자에 대한 가치관’이다.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두 주제를 기준으로 한 양육지원 유 형화가 가능함을 발견하였다.

    발견된 조모의 손자녀 양육지원 유형화의 결정요인은 크게 ‘이인소득모델로의 전환에 대한 수용’,‘아동의 주양육자에 대한 가치관’, ‘아동 및 조모의 상황적 특성’이라는 세 종류로 범주화할 수 있다. 이 중 앞의 두 주제는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 유형화를 구분하는 가장 큰 두 축이 되고, ‘아동 및 조모 의 상황적 특성’은 실제 양육지원의 횟수, 정도, 방식이 달라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1.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 유형화의 결정요인

    1)이인소득모델로의 전환에 대한 수용

    이 주제에 대한 범주는 크게 두 가지로, 맞벌이를 반대하고 엄마의 전담양육을 찬성하는 것, 맞벌이를 찬성하며 전업주부를 반대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많은 일과 양육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에관한 개인의 주장에 있어 자신의 과거 생애경험을 바탕으로 거의 대부분 본인의 경험과 일치된 주장을 하였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연구참여자들(#1-A, #2-A, #4-A, #5-A)은 자녀양육이 최우선의 과제 라 주장하며, 엄마가 키우는 것이 최고의 양육이기 때문에 할머니인 자신의 역할은 배제시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 자녀가 영유아일 때 아이를 키우다가 나중에 직업을 갖고 일한 경험이 있어 일-가정 의 순차적 양립(먼저 애 키워놓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자기계발하기)을 지지했던 연구참여자들 (#1-C, #1-D, #3-A가 대표적)은 어느 정도 아이를 봐주겠다는 의견을 내비침으로서 과거 자신이 경험 한 일과 양육방식이 세대를 건너서까지 적용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맞벌이 반대; 전담양육 찬성

    맞벌이, 즉 2인 소득모델로의 전환을 수용하지 않고 엄마의 전담양육을 찬성하는 입장의 범주는 다시 ‘자녀양육과 교육이 최우선’, ‘고소득 전문직만 아니면 전담양육 해야 함’이라는 하위범주로 나누어 진다. 직장에 나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보다 가정을 반듯하게 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여자들의 ‘일’ 이며 우선적으로 부여된 과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양육경험 자체를 소중히 생각하며, 직업경 력을 포기하고 자녀를 양육했던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맞벌이를 반대하고 전담양육을 찬성한 연구참여자들의 발언은 공통적으로 ‘돈보다 귀한 자녀양육’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여 맞벌이를 경제적 수단, 특히 부족한 경제력을 채우려는 것으로 한정짓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맞벌이를 허용하는 조건 역시 ‘벌어야 살림이 꾸려질 정도’ 로 가난한 상황을 상정함으로써 맞벌이, 여성의 일을 가난극복의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맞벌이 반 대-전담양육 찬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일’은 고소득 전문직 정도 되어야 유지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그 정도 위상이 아닌 직업은 자녀양육보다 덜 가치 있는 것으로 한정짓는 경향도 볼 수 있다.

    - 직장을 가는 것 보다 가정을 반듯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A)

    - 절대 애들은 그때 놓치면 돈보다 더 귀하다는거야.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버는데, 그 아이들 교육할 때는 엄마의 손길이 없어서 그 아이를 망치면 안 된다고(#2-A)

    -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우리 며느리나 딸이 더 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돈보다도.(#3-D)

    - 저는 넷을 다 내가 키웠거든요. 직장을 버리긴 했지만, 근데 그거 잘못했다는 생각 안 들어요.(#4-A)

    - 그렇게 꼭 연연해서 돈을 벌어야 살림이 꾸려질 정도가 아니라면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게 옳다.’라는 거죠. (#1-A)

    - 아이가 만약에 전문직의 공부를 했다면 버리기가 아깝죠. 그렇지 않다면 그것(직장생활 유지하는것)은 좀 아닌 것 같고...... (#1-A)

    맞벌이 찬성; 전업주부 반대

    맞벌이를 찬성하고 전업주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입장의 범주는 다시 세 개의 하위범주‘취업이 여성개인의 삶에 중요함’, ‘부부관계나 아이에게도 엄마의 취업이 유리함’, ‘가계경제사정에 맞 벌이가 유리함’ 으로 구성된다.

    ‘취업이 여성개인의 삶에 중요함’이라는 범주는 다시 취업의 적극적 의미와 소극적 의미의 하위범주로 구성되는데, 취업의 적극적 의미는 개인생활의 확보, 활기와 보람, 경험과 발전에 있다. 여성은 일을 통해 가정생활과는 분리된 개인생활영역을 확보할 수 있고, 직종에 관계없이 일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 운 일임을 강조하며, 사회생활을 통해 개인의 성격도 좋은 쪽으로 개선된다고 보고 있다. 이 관점을 가 진 연구참여자들은 여성의 일을 단순히 경제적인 수단으로 보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모 습을 보였다.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꿈’으로, 여성의 일을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자기완성의 도구로 인지하고 있었다. 취업의 소극적 의미는 취업을 했을 때의 이로운 점이 아닌, 취업을 하지 않았을 때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전업주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 고 있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나 육아의 가치를 ‘집에만 있는 것’이라 일축하며, 무료하고 그러다 보 니 ‘헛생각, 잡생각’이 많아져 외도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다소 비약적인 비판의식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은 취업이 부부관계나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일을 하니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해결을 하는 등 자립심이 길러지고, 엄마 자신은 바깥에서 일을 하는 남편의 마음을 자연 스럽게 헤아리게 되어 부부사이에 갈등이 줄어들었다고 하여 여성이 일이 그 가족들에게 미치는 긍정 적인 영향을 역설했다.

    세 번째 하위범주인 가계의 경제사정에 맞벌이가 유리하다는 것은 일의 의미를 경제적 수단으로 축소시켰던 맞벌이 반대의견의 연구참여자들과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여기서는 조금 더 확장된 의미의 경제수단임을 강조하였다. 즉 맞벌이를 반대했던 참여자들은 여성의 일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 으로 보았다고 한다면, 이들은 일하지 않는 것은 곧 낭비라며 개인의 생산성을 제고했다는 의의가 있 다. 또 혼자서 생계를 부양하는, 일인소득모델에서의 남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소비표준의 상승 과 지출 증가로 늘어난 돈벌이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써 여성의 일을 표현했다.

    - 요즘은 옛날 안 같고 생활은 다 풍요롭잖아. 그래도 직장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죠. 자기가 꿈을 위해서 직장 나가는 사람도 있고...... (#1-B)

    - 돈이고 경제적인 건 두 번째고, 여자도 직장이 있고 일이 있어야 된다고. 내 일을 했을 때가 더사람이 활기차고 좋았던 것 같아. 보람도 있고, 경험도 있고, 성격도 훨씬 좋아지고. (#1-C)

    - 요즘 주부들 애인 없으면 뭐라 그러더라, 6급 장애라던가, 그런 것처럼, 집에가 있다 보면 헛생각,잡생각이 있고, 자기 일을 하면 그런 시간들이 없고(#1-D)

    - 나는 일은 할 수 있으면 계속 해야 된다고 봐요. 집에 있으면 뭐 하냐고 집에서. 너무 무료하고..(#3-B)

    -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우리 둘째가. 그리고 큰 애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가 그랬을 때 했는데, 우리 애기들이 첫째는 자립심이 강해지더라고. (#1-D)

    - 내가 일을 함으로써 (남편만 기다리는 스트레스) 그게 없어요. 그러면서(바깥에서 성과를 내고 일을 하면서) 내가 남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 (#1-D)

    - 4, 5, 6학년 키워놓고 돈 벌어야 될 것 같애. 젊은 애들이 왜 놀아요, 그지? (#3-C)

    - (딸이 출산 후 6개월동안 쉬면서)눈치를 보고 그러더라고. 사위가 눈치를 줘서 그러는 게 아니라자기 자신이 그렇게... (#5-C)

    - 혼자 벌어서는 힘든께 맞벌이를 할라고 하드만. 우리 사위도 처음에는 아니라고 그랬거든요. 근디 벌기를 바라더라고.(#5-C)

    - 근데 요즘에 젊은 사람(남자)들 은근히 (아내가) 돈 벌기를 원하드만.(#5-D)

    - 지금 시대가 인제 혼자 벌어서는 조금 어려우니까(#2-B)

    - 지금 애들한테 너무 많이 들어가니까... 여자도 돈을 벌어야 함(#5-D)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연구참여자들(#3의 참여자들이 대표적)은 ‘젊은 사람이 왜 놀아’라고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으나 주목할 점은 이들조차도 무작정 일을 우선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딸이나 며느리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였지만, 전체 적으로 볼 때 일을 못하게 말리고 양육을 권장하는 조모는 있었지만, 양육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모는 찾기 힘들었다.

    혼자 벌기는 힘든 세상이기 때문에 같이 버는 게 맞는 일이라고 하며 이인소득모델로의 전환을 자연스럽고 완전하게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 이면에는 명백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적인 공부를 마치고 전문직에 종사할 경우 직업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재취업을 하는 방식을 선호함으로써 여성의 일은 조건적으로 허용되거나 2차적인 것으로 간 주되는 경향을 여전히 찾아볼 수 있었다. 여성의 일을 2차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출산과 양육 후의 재취 업 시 겪게 되는 경력단절과 하위직종으로의 이동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성의 일을 보조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한계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연구참여자들이가진 아동의 주양육자에 대한 가치관이 그 답을 알려준다.

    2)아동의 주양육자에 대한 가치관

    연구참여자들 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동에게 있어 최고의 주양육자는 엄마”라는 문장에는 모든참여자가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이 문장이 대전제처럼 머릿속에 자리 잡음으로써, 사회적 분위 기 상 이인소득모델로의 전환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우리 가족, 내 며느리, 내 딸에게 완전하게 적용시 키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엄마의 자녀양육전담에 관한 범주는 ‘최선책으로서의 엄 마 전담양육’ 과 ‘차선책으로서의 할머니 양육’으로 구성된다.

    최선책으로서의 엄마전담양육

    최선책으로서의 엄마전담양육의 하위범주는 아이에게 가장 좋고, 엄마에게도 좋으며, 할머니에게도좋은 선택이라는 점이다. 아동양육기에는 아동의 장래를 위해서 엄마의 전담양육이 필요하다는 시각으 로 할머니가 키운 아이와 엄마가 키운 아이가 다르고 엄마가 키운 아이가 더 올바르게 큰다고 믿고 있 다. 엄마의 전담양육은 엄마에게도 좋은데, 과거 어린 자녀를 키울 때는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 지만 지나고 보니 애를 키웠던 일이 제일 좋았다는 것과 엄마가 되는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회고 적 입장으로 엄마전담양육을 지지한다. 엄마의 전담양육은 할머니에게도 좋은데, 긴 세월 본인의 자녀 들을 뒷바라지하며 길러내 결혼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할머니들에게 또 손자 녀 양육을 바란다는 것은 그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자녀들이 손을 내밀면 힘들 어도 거절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키우게 되는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엄마전담양육이 중요 하다는 것이 최선책으로서의 엄마전담양육의 개념 중 하나이다.

    - 어렸을 때는, 유아기 때는 엄마가 키우는 게 맞다고 봐요. (중략) 엄마 손길이 있어야 돼. 중학교때까지도. (#1-D)

    - 나는 우리 아이(손자녀)는 되도록이면 그 키울 기간에는 엄마가 키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그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2-A)

    - 우리 애가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쳐 보니까 아이들이 정말 대책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아이들 대부분 할머니가 키운 아이들이고, 엄마가 키운 아이들은 버릇이 훨씬 좋았다. 자기 생각 에. 그러니까 할머니나 남의 손에 키운 애들은 버릇이 없었다는 거죠. (#1-A)

    - 할머니가 키우는 거 하고 엄마 손을 타고 키우는 거 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4-A)

    - 엄마가 키운 것이 옳다고 봐, 애기는. 진짜 할머니가 키워서는 안 돼. (#5-D)

    - (며느리에게) 딱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나는 “내가 살아보니까 그게 최고더라. 나도 애 키울 때 직장 다니는 애들 보면 너무 부럽고 했는데, 살아보니까 집에서 애 키운 게 좋더라.”(#2-A)

    - 나는 애들을 키우면서 애들이 진짜 나를 키운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애들 하나를 키워내는 과정에서 나를 계속 내가 키워가는, 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4-A)

    - 거기서(놀이터에서) 하다 보면(애 보다보면) 사람들(할머니들) 우울증 걸려 있어. (#2-D)

    - 당신들이 정말 많은 자녀들을 낳아서 몇 십 년 뒷바라지하고, 또 할머니 되면 (자녀들) 애기 다키워주고...... 그게 뭐예요. 할머니들이 너무 힘드니까. 그렇게 힘들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키우 잖아요. (#4-A)

    차선책으로서의 할머니 양육

    차선책으로서의 할머니 양육은 아이에게 문제가 없는 정도로서 할머니양육을 용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동이 주양육자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영유아기 때의 한시적 양육이나 엄마의 전담양육이 불가능 할 때 타협하는 정도에서 할머니 양육을 지지하고 있었다. 많은 참여자들이 엄마의 전담양육이 필요한시기를 유아기, 최소한 4살, 적어도 초등학교, 길면 중학교까지로 상정한 반면, 참여자 #5-D는 아동이 엄마에 대한 구분이나 인지가 없는 영유아기에 할머니 양육이 가능하고 오히려 ‘누가 엄마인지 아는 때’에 엄마 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 (아이가) 오히려 좀 어느 정도 커야 부모, 엄마가 필요하지. 갓난이, 서너 살 이런 때는 어려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별 교육도 필요치 않다. 그때는 할머니가 키워줘도 된다. 더 커서 부모가 좀 안고 감싸고 생활해야 한다(#5-D)

    - 엄마가 키우는 게 원칙, 엄마가 못 키울 상황이라면 대신 키우는 사람이 진짜 중요함(#4-B)

    엄마가 키우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하는 조모들은 자녀의 발달에 있어 어머니가 결정적인 역할을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주된 양육자는 어머니라고 여기는 것 역시 모성이데올로기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모성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한 조모들은 최상의 아동 주양육자를 어머니로 상정하며, 적어도 아이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은 없는 할머니는 대리모성을 수행할 차선의 양육자가 된다.

    3)아동 및 조모의 상황적 특성

    도움 요청 여부

    성인자녀가 조모의 손자녀 양육지원을 요청하면 조모는 이를 거절하기가 어렵다. 딸이건 며느리건,그들이 직업이 있건, 없건 간에 도움을 요청하는 자녀에 대한 거부는 곧 부모됨을 거부하는 것처럼 인 식하는 조모들은 성인자녀의 도움 요청 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장년 기혼 여성의 손자녀 양육 경험에 관한 연구[17]에서는 조모들이 손자녀 돌봄을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능동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이를 가족의 안녕과 절대성을 우선시하는 가족주의적 문화 의 지배적 영향으로 해석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이를 ‘손 넣어주기’라고 표현함으로서 양육에 대한 원 조, 도움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자녀에 대한 도움은 당위적이고 자연스러운 것,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녀와의 독립적인 생활을 가장 강하게 역설했던 참여자(#1-A)조차도 자녀가 요 청한 도움에 대한 대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성인자녀의 직업적 성공을 지원하는 가족주의적 동기보다는 양육에 대해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전업주부가 되기를 지지하는 조모도 많다. 그들이 말하는 이유는 영유아시절부터 적어도 초등학교, 길게는 중ㆍ고등학교 때까지 아이의 성장에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자녀의 직업적인 성공보다 손자녀의 바른 성장과 사회화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자녀세대를 지나 손자녀세대까 지 아우르는 범세대적인 가족주의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조모가 손자녀 양육지원을 진심으로 원한다 하더라도(실제로 강하게 손자녀 전담양육을 원하는 예비조모 참여자가 2명 있었음) 성인자녀가 이를 사양한다면 양육지원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또한 성인자녀 자신이 커온 양육경험의 영향에서 비롯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로 맞벌이가족에서 자란성인자녀들은 자신의 외로웠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이나 자신의 배우자가 주양육자가 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손자녀를 돌보다가 고생할 친정엄마를 염려하거나, 자신의 부모와 함께 있는 것 이 배우자에게 불편함을 줄까 염려되어 원조받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 아이들이 손을 벌리면 손을 벌렸으니까 그것에 대한 내가 대처는 해줄 수 있지 (#1-A)

    - 딸이 힘들다 하니까 딸만 보이는 거예요. 딸이 힘들다는데... 엄만데... 그게 안 된다니까요. “아니다” 이게 안 된다니까. (중략) 애들이 엄마 손이 좀 필요하면 그거 그냥 거절 안 해요. 애들이 손 을 벌리면 당연히 하는 거예요. (#4-D)

    - 우리 딸은 엄마한테 안 맡긴대. 엄마가 고생하고 몸도 아프고 그러니까. 내가 갑상선 수술해놔서.(#1-B)

    - 우리 딸은 나한테 맡기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자기가 키워야 된다는 생각을 해. 왜 그러냐면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다 놔두고 키웠거든요. (#1-D)

    - “엄마, 나는 정말 학교 갔다가 왔을 때 엄마 집에 없는 게 제일로 싫었다.”면서, 그게 자기 신랑도그랬대. 자기 신랑도 그러면서 우리 애 초등학교 들어가면 자기는 집에서 애 보고, 살림만 하고 그렇게 하자고 계획을 그렇게 잡았대. (#2-B)

    주양육자 직업의 고소득ㆍ전문직여부

    본 연구참여자들 중 상당수가 여성의 일을 ‘고소득 전문직’과 ‘그렇지 않은 일’로 차등화하는 모습을보여주었으며, ‘고소득 전문직’일 경우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고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손자 녀의 주양육자인 딸이나 며느리가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할 경우 손자녀 양육지원의 가능성은 높아진 다. 반면 여성의 일 중 고소득ㆍ전문직을 제외한 나머지 일은 자녀양육보다 덜 가치 있는 일이라는 입 장에서 알 수 있듯이 고소득ㆍ전문직이 아닐 경우 엄마가 전담양육 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양육지원 을 저지한다.

    - 아이가 만약에 전문직의 공부를 했다면 버리기가 아깝죠. 그것은 어떻게 살려봐야 되는 게 맞는다 생각하는데, 우리 딸들이 그렇게 전문적인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그런지 적절한 조율을 했으 면 좋겠더라고요. (#1-A)

    - 전문직이라면 내가 그만 못 두게 하지, 전문직이라면. 일반회사원인데 돈 조금 벌겠다고 애 그 중요한 때를 놓치면 나는 절대 안 된다고 봐요. (중략) 전문직이라는 것은 교사나 뭐 의사나. 그런 전문직이어야 되지. (#2-A)

    손자녀에 대한 끌림

    조모들이 손자녀 양육지원에서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손을 내미는 성인자녀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지원인 동시에 손자녀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사랑, 그 것이었다. 체력이 달리고 몸이 아파도 거부할 수없는, 나를 웃게 해주는 손자녀에 대한 조모들의 사랑은 힘든 것조차 이기게 하는 힘을 가진, ‘무조건’ 적인 것이었다.

    - 그냥 아무 조건 없는 사랑. 아주 정신없이 좋은... 우리 언니가 그러대요. 뭔 정신없이 (손자녀가)좋다고. (#4-B)

    - (손녀를) 볼 수밖에 없어요. 이쁜 짓 하고, 또 그렇게 매력 있어. 아주 그냥. 우리가 애 기를 때는그것을 몰랐는데, (중략) 그러니까 오면 막 다리가 아파도 온 몸이 아파도 그 웃게 해주는 그 엔 돌핀으로 그때 당시에는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그냥 있는 힘을 해서 봉사를 다 해주고 가고 나면 이틀 동안 끙끙 앓는 거지. (#2-D)

    자신의 지원수혜정도

    조모들의 손자녀 양육지원 경험이나 계획은 자신의 양육경험과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과거 자신의 자녀양육과정에서 친정엄마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지원을 자녀들에게 갚는다는 마음으로 손자녀 양육지원을 하고 있었다. 이는 양육지원방식에서 세대간 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내가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도움도 많이 주고 반찬도 많이... 옛날 우리 친정엄마가 했던 것처럼많이 나르고...... (#4-C)

    - 우리 엄마가 나한테 해준 거에 나는 애들한테 10분의 1만 해주면... 그러니까 항상 짐이에요. 엄마한테 받은 것을 나도 애들한테 베풀어야 한다는 그게... 그걸 갖고 있어요. (#4-D)

    - 나는 엄마의 도움을 받기보다 내가 오히려 많이 하고 살았죠. 그래서 그런지 애들도 ‘알아서 잘키우겠지’ 하지 내가 막 해줘야 된다는 생각이 막 별로 없어요. 솔직히. (#1-A)

    - 나는 우리 엄마가 아프셨잖아. 계속 젊을 때부터 아프시고, 큰딸이었는데 자라면서도 엄마 일을많이 돕고 자랐고...... 그게 있는 것 같애. 엄마가 아파서 몸조리를 안 해줬기 때문에 그게 좀 더 더 그런 것 같애. 애는 내가 키워야 된다는 의식이 더 강한 것 같애. 내가 키웠기 때문에. 그래 서... (#4-A)

    양육자신감

    아동양육에 자신감이 있는 조모들은 손자녀 양육지원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구체적인양육 구상을 가지고 시행착오 없이 다시 한 번 해보고자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대로 본인의 아 주 힘들었던 자녀양육 경험은 손자녀 양육지원을 꺼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아들만 둘을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참여자 #2-A는 인터뷰 초반 “나는 절대 못해” 라고 24시간 전담하는 손자녀 양육지원을 일축하기도 했다.

    - 00이(지인의 아이 대리양육 경험)를 키우면서 내가 조금 생각한 게...... ‘내가 키운다면 이렇게 어느 정도 구상에 맞게 애를 좀 잘 키울 수 있겠다.’ 이런 그런 감을... 거기서 자신감이랄까 뭐 그런 거 조금 얻었어. 걔 키울 때. 그래서 얘가 만일에 애를 낳아서 내가 키우게 되면 그런 좀 이렇게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2-B)

    - 내가 사회복지관에서 산모... 여기 하는 것을 내가 그때 4주 동안 했잖아요, 교육을. 그래서 마사지도 해주고 수유라든지 어떤 그런 면에 있어서 그것을 내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겠더라고요, 그게. 그렇게 해주고, 체계적으로 둘째 때는... 체계적으로 해줄 수 있고, (#2-D)

    - 얼마나 나는 아들 둘 키우면서 힘들었는지...... 나는 아들 둘만 낳아서 애라면 아주...... (#2-A)

    조모의 건강상태

    “나는 100% 볼라고 해”라며 강하게 딸의 아이를 전담 양육할 계획을 이야기했던 #1-B 참여자가 덧붙인 단서는 ‘건강’이었다. #1-C 참여자의 경우 손자녀 양육지원을 ‘안할 수 없는 상황’ 중 한 가지가 양 육 지원이 당연하다는 주변의 반응 때문이었는데, 주변의 강요와도 같은 권유는 참여자가 ‘건강’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조모의 좋지 않은 건강은 손자녀 양육지원을 저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 라 손자녀 양육지원 때문에 조모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경우 양육지원 정도를 점차 줄여나가게 된다.

    - 지금 같이 건강이 따라주면 그럴 수(양육지원 해줄 수) 있는데, (#1-B)

    - 물론 저도 마음 준비를 조금 하기는 했는데, 거의 강제적이여. 옆에서 모두 다 “너 몸 건강하니까니가 봐야 되것다.” 친구들이 다... (#1-C)

    - (친구들 보니)체력이 안 따르고 병이 생겨버리더라고. 나는 전적으로는 못 봐요. 체력이 너무 약하고. (#2-A)

    - 이제 나이가 60이라 이제 체력이 안 따라줄 것 같애. (#2-B)

    - 아침에 출근할 때 우리 집에 놓아뒀다가 저녁에 퇴근해서 데려가고 또 데려오고 그렇게 하다가내가 너무 힘들어서 아줌마를 구했어요. (#2-D)

    - 진짜 체력이 안 받쳐줘. 해주고 싶어도. 맘은 해주고 싶은데. 나는 애들 키울 힘이 안 돼.(#4-A)

    - 체력이 달려요. 애 키우는 게. 애기 키우는 게 다 체력마다 틀리겠지만,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가 어쩐가는 모른디...... 맨날 축 쳐져. (#5-C)

    보육시절에 대한 불신감

    보육시설에 아이를 함부로 보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보육의 질에 대한 불신, 보육시설의 양적 부족, 보육교사의 질적 수준 등에서 비롯된 불안감이었다. 보육시설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아이의 엄 마나 할머니만큼 아이에게 잘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참여자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는 데, 이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양육자는 엄마이며, 엄마가 어려울 경우 차선책으로서 할머니 양육이 가 능하다는 모성이데올로기, 유사모성이데올로기가 적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우리 애들이 아이를 낳는다면 나는 ‘최소 어릴 때는 부모 손에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해요. 한 4살까지... 그래도 두 돌... 최소 두 돌까지라도. (#3-A)

    - 지가(며느리가) 어린이집에서 근무했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5살 넘어서 보내지 이전에는 보내기싫다고. (#5-A)

    - 옛날에 5층에서 살았는데, 내가 퇴근해 가지고 1층에서 애 울음소리가 들리더라고. 나는 우리 딸인지를 몰랐어. 계속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데 계속 들리더라고. 5층에 딱 가니까 우리 집 딸이더 라고. 그것도 참 맘 안 좋아. 남한테 기를 때의 이야기. (#4-C)

    - 아줌마를 들여놓고 내가 가끔 들여다보는 거지. 근데 이제 우리 사위가 자꾸 그 아줌마... 그때 한참 무슨 뭐 아줌마들이 뭐... 애기 뭐 약을 먹이고... 그래 가지고 항상 불안해하는 거야, 사위가. 그래 가지고 CCTV를 다니, 뭐 어쩌니 막 이렇게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자주 올라갔지. (#4-D)

    보육시설의 양적부족문제와 질적부족문제는 아이를 맡기고 싶어도 맡길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양적으로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요구하는 조모들의 목소리 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들어가려고 하면 이게 한참을 신청해놓고 기다려야 돼. 우리 손녀를 갖다가 너무 힘들어서 어린이집에 보낼라 했더니 자리가 없는 거야(#2-D)

    - 제가 많이 느낀 게 뭐냐면 의정부를 보면은, 경기도 의정부를 보면은 포화상태에요. 어린이집이.(#3-A)

    - 교육자로서 손색없는 그런 면이 있는지 좀 그런 것도 강화해서 내줬으면 좋겠어요. 교육만 1년받으면 자격증 주잖아요. 그러면 어린이집 내는 거고... 이거는 아니단 얘기죠. 진짜로 그거는 잘 못된 것 같애요, 저는. 그러고서 하다가 못하면 프리미엄 오천씩 1억씩...(받고 팔고) 그거를 정말 사명감을 갖고 하는 사람으로 발굴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3-A)

    - 어린이집 조그만 데 보니까 CCTV도 없고, 조그마한 아파트... 조그마한 공간에 한 방에 6명씩 있다고 하고, 그러다가 감기라도 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건강문제 생각하더라고. 그러더니 안 보 냈어요. (#3-D)

    - 애기를 어린이집을 보내놓으면 다쳐 가지고 오는 것이 일반이고, 손톱에 긁혀 가지고 오는 애기도 많고 막 그래. (#5-C)

    시간제 양육지원 여부과 나만의 시간과 공간 확보가능성

    연구참여자들은 주변의 간접경험을 통해 24시간 전담양육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으나 비정기적, 시간제 양육지원에는 오히려 자청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잠깐씩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제 형태의 손자녀 양육지원이라면 조모들이 기꺼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가끔은 지가 일이 많으면 내가 가서 손을 넣어줘야 되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 즈그들(손자녀)봐주는 시간을 파트타임으로 해주고 싶어요. 시간제로. (#1-D)

    - 잠깐은 봐줄 생각은 있는데, 일주일에 몇 번 정도는 그것은 해주면 좋죠. (#2-A)

    - 특별한 때... 잠깐 파마하러 갈 때나 뭐 하러 갈 때 그때는 당연히 진짜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하죠.(#4-A)

    조모들은 ‘올인’하지 않는 것, ‘무리’하지 않는 것을 중요한 선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 같이살지 않기, 특히 나의 공간에 들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조모들에게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보기만 해도 좋은 내 손주’를 자발적으로 장기간 양육지원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되고 있다.

    - 데리고 와서 자기 집에서 본 것보다 딸집에서 봐준 것이 더 편하다고 하더라고. (#1-B)

    - '무리'는 말고...... 출퇴근을 해버려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 살림을 다 해줘야하니까. (#1-C)

    - (자녀의 집으로) 출퇴근을 안 하고 내 집에 있으면 저녁까지도 다 봐줘야 되고. 또 사위 오면 밥차려줘야 하고 하니까. 먼저 한 친구들이 “이건 완전히 식모여야.”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러니 까 항상 하는 말이 뭐냐하면 “절대 내 집으로 애기도 데리고 오지 말고, 그쪽으로 가서 봐주고, 딸이든지 사위가 퇴근할 때쯤에 우리는 집에 오는 게, 그래야 저녁에라도 내 시간이 있다.” (#1-D)

    자녀와의 물리적 거리

    자녀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접촉의 빈도가 잦아지고 비정기적인 손자녀 양육이라도 그가능성이 훨씬 높아짐을 의미한다. 참여자 #3-D의 경우 바로 옆 아파트들에 아들과 딸이 모두 살면서 수시로 참여자의 집에 들락거리는 것 때문에 힘든 점을 토로했다. 이와 같은 경우 위에서 언급한 조모 의 사적인 공간과 시간의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손자녀 양육지원을 하게 된 조모가 힘들어한다는 점에서 앞서의 촉진요소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 우리 딸은 무조건 엄마가 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또 집도 우리 집 가까운 데다 얻었다니까요. (1-C)

    - 나는 봐줄 요량으로 반찬도 해주고 할 요량으로 “(자녀의 신혼집을)우리 집 근처에 얻어라.”고 했는데... (#1-D)

    - 이렇게 길을 두고요. 우리는 A아파트 살면 얘(아들)는 B아파트 살고, 딸은 C아파트 살어. 그냥 걸어서 다닐 수 있어. 우리 딸 같은 경우도 그냥 걸어서 지네 집에 갈 수 있으니까 아침먹이고 해가 지고 우리 집으로 오는 거야.(#3-D)

    조모가 먼 거리를 극복하고 잦은 왕래를 할 수밖에 없는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물리적거리는 가장 확실한 손자녀 양육지원 저지요소 중 하나이다. 성인자녀와의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자녀세대와의 전체적인 역동과 함께 갈등상황도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이를 특별히 선호하는 조모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스스로 ‘이기적인’ 소망이라 간주하면서 가족주의적이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차원 이 아니라 부정적 평가가 더해진 이기주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나는 자식들하고 좀 멀리 살았으면 좋겠어. 가까이 있으면... 난 좀 이기주의인가봐. (#2-A)

    - (손자녀 안 봐주려면) 멀리 사는 게 좋아요.(#2-C)

    - 가까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서 내가 막 키워줘야겠다’ 이런 자신도 없고, (#4-A)

    - 광주에 살면은 지 스스로 힘으로 키우더라도 내가 가끔 들여다봐주면서 도와주고 싶은데, (중략)엄마한테서 받을 수가 없다는 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4-C)

    2.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 유형

    딸 또는 며느리의 취업에 대한 찬/반 여부와 주 양육자로 아이엄마를 고수하는가 아니면 조모의 양육을 용인하는가하는 조모의 생각에 따라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 유형이 달라진다. 이 두 가지 기 준을 축으로 하여 조모들의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방식을 나누어보면 <표 2>과 같이 네 가지 유형 이 가능하며 각 유형별로 거부형, 보조형, 자율형, 지원형으로 명명할 수 있다. 각각의 유형에 따라 해 당하는 조모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에 대해 <표 3>에 정리하였다.

    첫 번째 손자녀양육을 거부하는 유형은 주양육자를 엄마로 고수하며 딸/며느리가 일하기를 바라지않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특징은 주로 예비조모이며,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소 높은 편이고 본인의 직 업경력이 단절되었거나 전업주부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점이다. #1-A와 #4-A는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참여자이다. 실제로 거부형 조모의 딸이나 며느리는 현재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유형은 손자녀양육을 보조하는 유형이다. 보조형은 주양육자는 엄마로 하고, 보조자로서 양육을 지원하겠다는 태도를 지닌 조모유형이다. 보조형 조모는 과거 일 한 경험이 있는 연구참여자 (#1-C, #5-B)와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연구참여자(#1-D, #3-A, #3-D, #3-B, #3-C)를 포함한다. 일 경험 이 전혀 없는 연구참여자도 보조형에 포함되었는데, #3-B, #5-D는 ‘며느리가 일 하기를 원한다면’이라 는 단서를 달아 며느리의 취업의사를 존중하고 보조양육자가 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보조형 연구참여자(#1-D, #3-C)의 딸들이 프리랜서(서체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비슷한 직업유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딸이 주양육자의 역할을 하며(하길 바라며), 딸에게 일이 몰려서 많은 작업을 해야 할 때에만 보조적으로 양육을 지원하였다. 그런데 #3-C의 경우 프리랜서로 일하는 딸에게는 보조 형의 모습을 보이는 반면 전업주부인 며느리에게는 거부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모의 손자녀양육 지원이 아이엄마의 취업여부에 따라 같은 조모라도 다른 유형을 보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3-C의 예는 경제적 기여도가 크지 않은 직업이라 할지라도 주양육자가 일을 할 때에는 조모의 지원이 가시화 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러한 유형분석은 전술한 바와 같이 손자녀양육지원에 대해 소극적인 태 도를 보이다가도 현실적 이유가 발생하면 가담의 정도를 달리하는 유동성을 보여준다.

    또한 보조형 #5-B은 아들 내외와 동거하고 있으며 며느리는 전업주부인데, 어린이집 등하원 전후로도 지속적 돌봄이 필요한 4세 아이의 양육 때문에 아이의 엄마와 조모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보조하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손자녀양육을 적극 지원하는 유형이다. 지원형은 딸/며느리의 취업을 적극 지지하며,주양육자로서 자신이 양육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힌 예비조모 2명, 이미 조모가 된 3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친정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딸들은 모두 취업해 있으며, 거주 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 조모의 양육지원이 친정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보다 빈번한 문화를 반영하 는 것으로, 경력지속을 통해 직업적 정체성을 확보하게 하려는 딸에 대한 지원과 유사모성으로서 조모 가 대신 양육하는 성역할분업의 확장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예비조모 2명의 공통점은 손자녀가 태어날 경우, 딸을 위해 손자녀양육지원에 헌신할 각오가 되어있고 아동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참여자 #1-B는 엄마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양육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2-B 역시 딸이 어렸을 때부터 손자녀를 봐주겠다는 얘기를 해왔던 경우이다. 이와 같이 두명의 참여자 모두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를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1-B의 경우 딸이 언제든 재취업이 용이한 간호 사이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근무환경이 월등히 좋은 산업체 간호사로 현재 일하고 있기 때문이 다. 이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간호사로 재취업을 하게 되면 3교대를 하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딸로 하여 금 현재의 직장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양육지원을 하려고 한다. #2-B는 현대사회에서 혼자 벌어서 는 살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딸이 계속 일하는 것과 그로 인한 자신의 양육지원을 당연하게 생 각하고 있다.

    세 유형의 특징을 살펴볼 때, 보조형과 지원형은 모두 일-가정 양립을 지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보조형의 경우 일-가정 양립의 동시성보다 순차적 양립을 지지하는 반면, 지원형은 일-가정의 동 시적 양립을 지지한다. 순차적 양립이란 여성의 생애 전체를 생각했을 때의 일-가정 양립이며, 먼저 자 녀양육을 하고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때(이 시기에 대한 의견은 또 다시 세분화됨)까지는 자녀를 돌보는 것이 여성에게 주어진 최우선과제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즉 ‘여성의 일’을 적극 지지하는 조모일지라도 일보다 양육이 먼저라는 대전제는 쉽게 포기하지 않아, 어느 정도의 경력단절과 그로 인해 전보다 낮은 직업지위의 재취업을 하더라도 ‘자녀양육’이 우선과제라고 생각하 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자율형으로 명명한 유형에 실제 해당하는 참여자는 본 연구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조모가 대리양육을 해준다는 상황의 논리적 모순 때문인 것으로 파 악된다. 그러나 조모에게 지워진 양육지원의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 조모 본인의 자발 성에 근거한 양육지원이 가능해진 사회라면 이 같은 유형을 자율형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을 분류한 유형화작업은 조모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와 생각으로 나눈 유형으로서 실제 양육지원 행동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아들 둘을 직접 양육했던 참여자 #4-D의 경우 유형 상으로는 거부형에 속하지만, 큰 손자녀가 아파서 전문직 경력을 단절한 딸을 위해 정기적 양육 지원을 하고 있었다. 이 예는 동일한 조모가 딸이나 며느리의 취업지위에 따라 유형을 달리하는 것과함께 유형간 유동성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조모들이 노화해가는 신체적 조건이나 개인적인 생활이 전제 된 ‘이상적 노년기’에 관한 각자의 주관이나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 직면하면 손자녀양육지원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조건들이 발생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Ⅴ.결론 및 논의

    본 연구는 현재 조모와 예비조모를 대상으로 FGI를 통해 손자녀양육지원의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였다. 먼저 현재 조모의 실제지원여부와 예비조모의 지원계획을 통해 손자녀 양육지원 영향요인들을 도출, 분류하였다. 다음으로 가장 토론이 활발했던 주제 두 가지에 대한 참여자들의 가치관과 태도를 기준으로 손자녀 양육지원의 의사결정 유형을 나누었으며 유형에 따른 특징을 분석하였다. 이에 세 가 지 유형이 확인되었는데, 거부형, 지원형, 그리고 보조형으로 나누어졌다.

    이상과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두 가지 차원에서의 결론과 함의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참여자 조모들은 이인소득모델, 즉 맞벌이를 적극 찬성하는 경우에도 한편으로는 여전히“아동의 주 양육자는 엄마여야 한다”는 대전제를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조모 들은 이인소득모델, 즉 맞벌이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과 경제적 상황 등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하였다. 즉 맞벌이를 반대하는 조모들은 여성에게 있어 자녀양육과 교육이 최우선적인 일이며, 여 성의 일이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라면 전담양육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고소득 전문직인 경우 에도 그만두기가 아까워서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라 표현하며 일이 가진 자아실현이나 경제적 수단 이 상의 가치에 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맞벌이는 자녀전담양육과 대치되는 지점에 있 는 것으로 보며, 자녀전담양육이라는 ‘엄마의 역할’을 가장 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맞벌이를 찬성하는 의견을 가진 조모들은 취업이 여성 개인의 삶에 중요하며, 부부관계나 자녀에게도 장점을 가 진다는 것과 경제적인 이득을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파악했을 때 조모들은 이인소득모델로의 전환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여성의 경력유지를 조건적으로 허용(고소득 전문직을 경우) 하거나 아이를 키우고 남는 여유시간에 하는 것으로 한정시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설정하는 배경에는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 모성 이데올로기가자리 잡고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엄마전담양육을 최선책으로, 할머니의 양육지원은 아이에게 문제가 없는 선에서 한정적이고 차선책으로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중년기인 연구참여자들의 출생코호 트는 큰 범위에서 베이비부머 세대2)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더 젊은 세대에 비해 남성은 생계부양 자의 역할을 여성은 가족보살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22]. 보수적인 가족가치관과 모성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는 조부모전환기 조모들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범주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인소득모델을 지지하여 맞벌이를 찬성하면서도 ‘아동의 주 양육자는 엄마여야 한다’는모성 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한 조모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변형된 가정중심성 이데올로기(mutated version of domestic ideology)’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Williams [25]가 저서인 『Unbending Gender』 에서 지적한 것으로 여성의 취업은 당연한 일로 광범위하게 수용하면서도 가정영역의 일과 책임 역시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성의 노동참여가 여성의 삶에 새로운 기회가 되 는 것이 아닌, 가사와 양육담당자로서의 일차적인 역할에 노동책임까지 더하여 불평등한 상황을 만드 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혼취업여성들은 자녀양육지원을 중심으로 친족유대, 특히 모계적 성 격이 두드러지는 친족유대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족주의적 가치관, 모성 이데올로기라는 기존의 역사ㆍ문화적 전제들과 과중한 노동강도,남성중심적 기업문화, 부족한 가족정책 및 가족친화제도, 그리고 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의 증가 등 다양한 사회ㆍ문화적 요인들이 두루 작용했다고 본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해 핵가족 내 양육공백이 생겼다면, 그동안 어머니인 여성에게만 부여 되었던 돌봄역할을 아버지인 남성이 공유하는 것이 순차적이고 논리적인 단계이지만,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키기에 용이하지 않은 사회ㆍ문 화적 요인들에 의해 핵가족 내 젠더질서의 변화보다 먼저 친족적 세대관계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조모들은 자녀양육 역할에서 벗어나 꿈꾸어왔던 자유로운 인생후반기를 맞아, 다시 반복되는 손자녀양육자로서의 삶은 예측하기 힘들었던 것이며 체력적으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조모들은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 에서 여성인 자신들의 투입을 당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리모성으로서 이를 수행한다. 즉 가족주 의 가치관, 모성이데올로기, 변형된 가족중심성 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한 조모들은 손자녀 양육지원 상 황을 당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거부하는 조모들도 상당수 발견되지만 이들은 손자녀 양육지 원을 거부하는 자기 스스로를 ‘이기적’으로 인식하는, 부정적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조모의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결정은 조모의 생각과 태도, 그 외 여러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며,실제로 나타나는 손자녀 양육지원 의사유형-거부형, 보조형, 지원형-은 실제 지원형태와 반드시 일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조모의 인생후반의 삶의 질 확보를 위해 가족돌봄과 개인생활의 조화 를 이룰 수 있는 조모의 선택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비슷한 연령과 조부모전환기로 규정되는 서로 같은 인생구조의 전환기에 있는여성들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진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손자녀 양육지원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조모집단의 경우 본인 인생후반의 주요 의미와 무게를 긍정적 부부관계의 지속과 인생후기의 자아실현에 두고 있다. 이에 반해 과거 24시간 손자녀 양육지원 경험이 있는 집단의 경우 앞으로의 자신의 인생을 조망하면서 “집 안의 울타리 내에서 지지고 볶고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하는 노후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여성은 가족 내에서 있을 때 긍정적인 의미의 평범함 을 지니며, 가족을 벗어난 개인생활은 ‘별 것’이 되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양극단에 있는 조모와 그 가운데 있는 조모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생각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은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들이 가진 생각은 그들의 전 생애를 거치며 구축된 것으로 오랜 역사와 수많은 변인(variation)에 의해 형성되어 온 것이다. 자녀 뒷 바라지에 매몰되지 않은 부부관계중심의 자아실현적 인생후기와 남편과 자녀들, 그리고 손자녀들이 모 두 함께 하는 인생후기 중 무엇이 더 성공적인 노화인지는 이를 선택한 개개인의 만족감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문제는 개인의 판단에 의해 본인이 선호하고 조망했던 방식의 인생후기가 제대로 선택되어 만들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자녀 양육지원 유형에 거부형으로 답했던 예비조모가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손자녀 양육지원에 참여하게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모에게 억압적으로 작용하는, 아동 돌봄을 여성의 일로만 여기는 모성이데올로기,여기에 엄마의 빈자리를 할머니가 채우는 대리모성 이데올로기가 내재된 한국의 가족문화가 개선되어 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성인자녀와 부모와의 관계가 억압적이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한국의 조모 들은 자녀가 강력하게 요청했을 때 이를 뿌리치지 못한다. 자녀의 ‘손 내밀기’로 상징되는 도움요청에 대해 거부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도움요청에 대해 완전한 거부는 못한다 할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의 경계를 밝히는 것, 자기한계를 인식하고 한계를 설정하여 배우자, 성인자녀들과 합의해가는 과정은 조모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부모 양 성평등의 육아참여가 가능한 사회적 여건 조성과 양적ㆍ질적 측면에서 공적 양육지원 시스템의 완성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궁극적 조건일 것이다.

    Figure

    Table

    Research Participants

    *anonymous to protect personal information
    **pre-grandma has not grandchild yet, but has married children

    Grandmother's Intention of Supporting Child Care

    Grandmother's intention and participants

    *This table couldn't present the type of self-regulating grandchild care, because it didn't appear in this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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