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1990년대 중반 청소년의 자살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에 알려진 이래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과 관련된 실태조사[55]에서는 학교폭력이 해마다 감소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폭력의 행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지적과 함께 학교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면서 학교폭력의 위험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법률(2004)을 제정하였으나, 동 법은 사법처리 절차가 사실상 구속력을 갖지 못하고 있고, 징계조치가 가해학생의 개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법의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45] 학교폭력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반향으로 개인과 가정환경 그리고 학교환경 등을 중심으로, 이들과 학교폭력 간 관계성을 탐색하는 연구가 다각적으로 진행되었고[49, 58], 가정환경이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27, 28, 52]. 특히 아동이 부모로부터 직접적인 학대를 경험하거나 부모 간 갈등이나 폭력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가정폭력 상황에 노출될 경우 학교폭력 가해행동의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가정 내 폭력경험과 학교폭력 간 직・간접적인 관계성을 입증시켜 주었다[38]. 이들은 공통으로 가정폭력에 반복적이고 지속해서 노출된 청소년들은 폭력에 대한 허용도가 높아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28, 29]. 특히 부모에 의한 직접적인 폭력과 함께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폭력허용도를 높여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강화시킨다는 주장은 학교폭력 문제를 접근하는 데 있어 간접적인 폭력 경험을 탐색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될 것은 부모 간 갈등이 단순히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부모 간 갈등이 청소년들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부모 간 갈등이 장기간 지속할 경우 부모역할에 대한 가용자원이 소멸되기 때문에 자녀에 대해 학대 혹은 방임적 양육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 간 갈등은 부모-자녀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아동의 공격성 및 폭력과 같은 행동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17]. 때문에 부모 간 갈등은 자녀의 공격성과 같은 외현화 문제[18]와 또래관계 적응과 같은 사회적 능력[41]에 영향을 주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부모의 갈등 및 양육행동이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기존 연구들은 단편적으로 살펴보았을 뿐 부모 간 갈등과 부모양육행동을 하나의 연구 안에서 분석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부모 간 갈등 혹은 부모양육행동이 각각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제시하였지만, 부모 간 갈등이 자녀에 대한 부모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학교폭력 가해행동 간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살펴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양육행동을 살펴본 연구들은 있지만, 부모 간 갈등이 아버지의 양육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아버지 양육행동으로 말미암은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살펴본 연구는 찾기 어렵다.
최근 우리사회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정 내 역할평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여성 중심의 육아휴직 정책이 아버지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는 것은 가정 내 아버지 역할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부모 간 갈등이 자녀에 대한 아버지 양육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부모 간 갈등이 자녀에 대한 아버지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이러한 아버지 양육행동이 자녀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아 청소년들의 문제행동과 아버지 양육행동 간 관계성을 밝혀냄으로써 아버지를 위한 부모교육 및 학교폭력 가해행동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 및 실천적 개입의 근거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 양육행동 및 폭력 허용도와 학교폭력 가해행동 간 관계는 어떠한가?
둘째,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 양육행동 및 폭력허용도가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은 어떠한가?
Ⅱ. 이론적 배경
1. 학교폭력 가해행동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54], 신체적인 상해를 가하는 행동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30, 40].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사회에서 학교폭력은 늘 관심의 중심에 있었고 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 그 결과 개인의 심리사회적 요인[24]이나 가정환경 요인[7, 20, 31, 58]이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되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가정 내 문제는 청소년 개인의 공격성이나 충동성과 같은 내면의 문제를 강화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유도한다고 보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정의 건강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일각에서는 학교 내 또래관계와 교사와의 관계가 부정적일수록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학교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49]. 이 외에도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탐색하는 연구[9]와 학교폭력 예방 및 개입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32, 34], 폭력에 대한 대처방식[2], 또래관계의 중재적 역할[4] 등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예방의 중요성과 함께 학교폭력을 중재할 수 있는 변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52]는 주장은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대한 접근이 더욱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이 연구는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정 내 요인을 중심으로 개인의 폭력 허용도에 미치는 영향과 학교폭력 가해행동과 인과관계를 밝혀내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2. 부모 간 갈등과 학교폭력
가정환경요인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예측한다는 주장은 많은 학자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특히 부모로부터 신체적 체벌이나 학대, 방임 등과 같은 부정적 양육행동 뿐만 아니라 부모 간 갈등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간접적 폭력 경험이 학교폭력 가해행동의 주요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26, 27, 36, 59].
부모 간 갈등은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이 동반된 갈등강도와 갈등의 횟수와 관련된 빈도 그리고 해결정도 및 갈등의 내용 등에 따라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부모 간 갈등의 강도와 빈도 그리고 갈등의 해결정도는 아동의 공격성이나 충동성 및 비행행동 등 외현화 문제행동과 관계가 있다[15]. 이는 가정 내에서 부모가 지속해서 갈등상황을 연출하거나 언어 및 신체적 폭력과 관련된 갈등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에서 갈등해결의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56]. 다시 말해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하는 경우 청소년들의 폭력허용도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공격성을 내면화하게 되어[11] 학교폭력의 상황에도 둔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듯 부모 간 갈등과 같은 부부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공격성이 높고[16], 부모의 양육행동을 통제한 후에도 부모 간 갈등은 청소년들의 내면화와 외현화 행동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14]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더 촉진하게 된다.
이에 이 연구는 부모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강도와 빈도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간접경험과 학교폭력 간 관계성을 검증하고자 한다.
3.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 양육행동 및 학교폭력
부부갈등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정서는 자녀에 대한 양육행동 패턴에도 영향을 주어 부모-자녀 간 긍정적 상호작용을 방해하게 된다[3, 33]. 가정 내에서 경험된 스트레스나 긴장과 같은 부정적 정서는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그 중심에 부부관계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42]. 이는 부모 간 갈등에 지속해서 노출된 부부는 자녀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원(emotional availability)이 결여되어 자녀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어렵다. 즉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10]. 때문에 부모 간 갈등에 지속해서 노출된 청소년들은 부모의 부정적 양육행동을 매개하여 외현화 행동문제를 더 많이 보이게 된다[6, 21].
더욱이 부모의 행동과 학교폭력 간 관계성을 살펴본 연구들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거부적이고 비일관적인 행동과 자녀에 대한 낮은 감독이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13].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감독이 낮을수록[37], 부모-자녀 간 애착이 낮고 자녀에 대해 신체 및 언어적 폭력을 동반한 학대적 행동이 높을수록 자녀의 학교폭력 경험이 높다는 연구[51]들은 공통으로 학교폭력이 부모행동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산업화 이후 보편화되고 있는 핵가족 구조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는 가정 내 자녀 양육에 있어서 어머니 못지않게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아버지의 애정적 행동은 자녀의 문제행동을 낮추는 반면, 방임이나 학대와 같은 부정적 행동은 자녀의 외현적 행동문제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2].
이에 부모 간 갈등이 자녀에 대한 아버지 양육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아 학교폭력 가해행동 간 관계성을 밝히는 것은 청소년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 양육행동, 폭력허용도 및 학교폭력
폭력허용도는 폭력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수용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폭력을 사용했을 때 이에 대한 거부감이 낮고 때로는 폭력을 허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폭력허용도는 청소년들의 가해행동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47]. 부모 간 갈등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은 다양한 폭력이나 공격행동을 보인다는 Wolfe와 Jaffe(1991)의 주장과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 등과 같은 가족해체보다 부모 간 갈등을 목격하는 것에 따라 폭력행태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들[12, 44, 46]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청소년들의 문제행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청소년기 가정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들[39, 43, 44, 48]은 역기능적 가정환경이 청소년들의 폭력허용도 및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변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또래를 따돌림하거나 또래에게 공격적 성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23]. 즉 부모 간 갈등이나 폭력은 자녀에 대한 온정적 양육행동보다는 방임이나 학대적 양육행동을 더 유도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갈등상황에서 공격성이나 충동성 등과 같은 부정적 내적작동모델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갈등 해결의 대안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허용적일 수 있기 때문에 부모 간 갈등이 부모 자신들의 문제를 벗어나 청소년의 외현화 문제행동을 유도하여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유발하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가정환경 특히 부모 간 갈등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경험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예측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다[26, 27, 36, 59]. 또한, 부모 자신의 문제에서 파생된 부정적 양육행동에 대해 많은 부모는 자녀가 부정적인 인식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1, 8, 19, 47], 가정 내 폭력을 목격한 청소년들이 갈등 상황에서 폭력에 허용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연구[44]는 가정 내 폭력 목격 경험이 청소년들의 폭력허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당위성을 높이고 있다. 즉 폭력에 대해 더 수용적일 경우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들은[5, 25, 31, 35, 44, 50, 53] 폭력허용도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추론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28, 44].
이상의 연구들을 통해, 부모 간 갈등과 같은 부정적 사건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 발생 원인을 확인하는 데 있어 아동의 가정환경을 반드시 파악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부모 간 갈등 목격 경험이 아버지의 행동과 폭력허용도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증가시키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 양육행동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증가시키는 데 있어 폭력허용도가 매개할 것으로 추론하여 탐색해 보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이 연구는 충남과 경기 그리고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재학 중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조사 시기는 2015년 11월 24일부터 12월 11일까지 유의표집하였다. 설문지는 총 600부가 배부되었고, 그 중 550부가 회수되었으며 불성실하게 작성되어 분석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자료를 제외한 495부가 최종 분석에 사용되었다.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 <Table 1>에 제시하였다.
2. 측정도구
1) 학교폭력 가해행동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중학교 2학년 1차 청소년패널 설문조사의 설문문항을 활용하였다. 이 척도는 ‘친구들을 심하게 때리기’, ‘돈이나 물건을 뺏기’, ‘심하게 놀리거나 조롱하기’, ‘협박하기, 집단 따돌림 시키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었고, 이 연구에서 Cronbach’s α는 .88로 나타났다.
2) 부모 간 갈등
부모 간 갈등을 측정하기 위해 Grych와 Fincham(1990)이 개발한 CPIC(Children’s Perception of Interparental Conflict Scale)를 권영옥과 이정석(1997)이 한국사회에 맞게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고 오정아와 김영희(2015)가 수정・보완한 것을 사용하였다. CPIC 척도는 갈등 빈도, 강도, 해결정도 및 내용과 지각된 위협, 대처효율성, 자기비난, 삼각관계, 안정성 등 9개 하위척도로 총 49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타당도 검증 과정에서 갈등 빈도와 강도를 제외한 변인들이 요인공통성이 낮거나 척도의 신뢰도가 낮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부모 간 갈등의 빈도와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8문항을 사용하였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의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었고 점수가 높을수록 갈등빈도와 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의 Cronbach’s α 는 갈등빈도와 강도 모두 .89로 나타났다.
3) 아버지 양육행동
아버지 양육행동은 허묘연(2004)이 개발한 부모양육행동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이 척도는 감독, 합리적설명, 비일관성, 과잉기대, 과잉간섭, 학대, 방임, 애정의 8개 영역 총 3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요인분석 후 감독, 과잉기대 및 간섭, 학대, 애정 5개 영역으로 분류되었고, 이 요인들의 신뢰도를 검증한 결과 신뢰도가 낮은 과잉기대 및 간섭을 제외한 감독과 애정 그리고 학대로 아버지 양육행동을 측정하였다. 이 척도의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었고, Cronbach’s α 는 각각 .85와 .88로 나타났다.
4) 폭력허용도
아동의 폭력허용도를 측정하기 위해 Rigby와 Slee(1993)에 의해 개발되고, Perry와 동료들(1986)이 번안한 척도를 최희영(2011)이 한국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또래폭력에 대한 허용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괴롭힘을 많이 당하는 것은 그 자신이 당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다른 학생을 괴롭힌다면 다른 학생들이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 할 것이다.’등 총 14문항으로,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폭력에 대해 허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척도의 Cronbach’s α 는 .77로 나타났다.
3.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는 SPSS 23.0 Program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방법은 조사대상자들의 일반적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빈도와 백분율을 구하였고, 척도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요인분석과 Cronbach’s α 내적합치도 계수를 산출하였다. 또한, 각 변인 간의 예측된 방향과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Pearson의 적률상관관계를 구하였다. 본 연구의 이론적 모형을 검증하기 위하여 AMOS 23.0 Program으로 경로분석을 하였다. 변인 간의 간접효과의 통계적 유의도를 더욱 엄격히 검증하기 위해서 ‘Bootstrapping methods’를 활용하였다.
Ⅳ. 연구결과
1. 관련 변인 간 상관관계
청소년의 학교폭력 가해행동, 부모 간 갈등빈도 및 갈등강도, 아버지감독, 아버지애정, 아버지의 학대, 폭력허용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으며 그 결과는 <Table 2>와 같다. 각 변인의 유의한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481에서 .673으로 나타났고, 관련 변인 간 상관관계는 유의(p<.01, p<.001)한 것으로 나타났다.
2.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 행동 및 폭력허용도가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미치는 영향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행동 및 폭력허용도가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경로분석을 시행한 결과 <Table 3>과 같이 모형 적합도가 산출되었다. 경모모형의 적합도는 χ2=23.08(p<.05, df=8)로 Normed χ 2 수치는 2.87로 나타났으며, 적합도 지수인 GFI=.987, TLI=.959, CFI=.985이며 RMSEA=.060로 분석에 적합한 모형으로 판별되었다. 아울러 Normed χ2 수치는 3이하인 경우 일반적으로 수용할 만한 수치로 판단하므로[57], 본 연구의 모형 적합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행동이 폭력행동과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는 <Figure 1>과 <Table 4>에 나타난 바와 같으며, 그에 대한 직・간접효과와 총 효과는 <Table 5>와와 같다. 부모 간 갈등빈도는 아버지애정(β=-.16)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에 반해, 부모 간 갈등강도는 학교폭력 가해행동(β=.11) 외에도 관련 변인인 아버지감독(β=-.28), 아버지애정(β=-.37), 아버지 학대(β=.50), 아버지폭력허용도(β=.24)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감독은(β=-.09)은 폭력허용도에, 아버지의 애정은 학교폭력 가해행동(β=-.13)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학대는 폭력허용도(β=.14)와 학교폭력 가해행동(β=14)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즉 청소년의 폭력허용도가 높아질수록 학교폭력 가해행동 또한 높아졌다.
부모 간 갈등빈도는 아버지애정을 통해 학교폭력 가해행동(β=.02)에 간접적인 효과를 보였고, 부모 간 갈등강도는 아버지감독과 아버지애정을 통해 폭력허용도(β=.09)와 학교폭력 가해행동(β=.25)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감독과 아버지학대는 폭력허용도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행동(β=-.03, β=.05)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폭력허용도에 부모 간 갈등강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부모 간 갈등강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아버지학대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에는 폭력허용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폭력허용도는 부모 간 갈등빈도 및 갈등강도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인과관계를 보여주었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행동이 청소년의 폭력허용도와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청소년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감소시키고 부모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여 궁극적으로 청소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정책 및 실천적 대안 마련에 기초자료를 제시할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 간 갈등과 아버지 양육행동 및 폭력허용도와 학교폭력 가해행동 간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부모 간 갈등과 폭력허용도가 학교폭력 가해행동 간 관련이 있다는 문지혜와 정혜정(2015)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부모 양육행동이 폭력허용도와 학교폭력 가해행동 간 관계가 있다는 이복실(2007)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다.
둘째, 부모 간 갈등빈도와 강도는 아버지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간 갈등빈도가 높을수록 아버지의 애정은 감소하고, 부모 간 갈등강도가 강할수록 아버지감독과 아버지애정은 감소하며 아버지학대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 간 갈등 빈도 및 강도가 높을수록 부모-자녀 간 긍정적 상호작용을 감소시키고 부정적 행동을 더 강화시킨다는 기존 연구들[3, 33]과 부분적으로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부모 간 갈등이 지속할수록 자녀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감소한다는 Cox와 그의 동료들(2001)의 주장을 지지하는 바이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부모 간 갈등이 자녀에 대한 긍정적 아버지 양육행동을 방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향후 부모교육 프로그램 개발에서 부모상담 및 부모 간 갈등 해결방안에 대한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부모 간 갈등의 강도가 높을수록 자녀의 폭력허용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정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또래집단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들[26, 44]과 부모 간 갈등이 청소년들의 공격성과 같은 외현화 문제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Fincham과 그의 동료들(1994)의 주장과 부분적으로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부모 간 폭력의 강도가 높을수록 폭력에 대해 둔감해 지고 내면의 공격성이 높아져 폭력에 대해 허용적 태도를 보인다[23]는 것을 입증함과 동시에 부모 간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제공될 필요성을 시사하는 바이다.
넷째, 아버지행동은 청소년의 폭력허용도와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버지의 감독이 낮고, 아버지학대가 증가할수록, 폭력허용도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부정적 양육행동이 청소년의 공격성과 같은 외현화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6, 21] 학대와 같은 부적절한 양육태도가 청소년들의 폭력허용도와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준다[35]는 연구결과를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의 폭력허용도는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의 폭력에 대한 허용도가 높을수록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보이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결과는 부모 간 갈등이 아버지행동과 폭력허용도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들[28, 44]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본 연구결과는 부모 간 갈등빈도 및 갈등강도가 아버지 양육행동인 감독, 애정, 학대와 폭력허용도에 영향을 미치며, 아버지 양육행동 변인과 폭력허용도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증명하였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것은 부모 간 갈등이 청소년들의 폭력허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아버지의 양육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부모 간 갈등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는 자녀에 대한 감독이나 애정을 감소시키고 학대적 양육행동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폭력에 대해 둔감하고 이를 허용하는 태도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 간 갈등과 같은 역기능적 가족환경은 아버지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곧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가족환경의 질을 높이는 것이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질을 향상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었으며, 역기능적 가족환경을 변환시켜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 및 실천적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부모 간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를 위한 멘토링 서비스가 정책적으로 제도화 될 필요가 있다. 부모 간 갈등과 같은 문제는 자녀에 대한 양육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준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부모가 자신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녀양육의 어려움 등과 관련하여 정보를 얻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바이다.
둘째, 청소년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맞춤형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하는 청소년 상당수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은 가정 내 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학대적 양육행동을 하는 부모들 상당수가 과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자녀 양육뿐만 아니라 부모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해야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유아기 부터 단계에 맞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유치원 및 학교 그리고 직장 등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버지 양육행동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지 못하고, 학교폭력 가해행동의 하위변인을 더 구체적으로 탐색하지 못한 점은 이 연구의 한계이다. 이에 후속연구를 통해 성별차이 및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에 관해 심층적 분석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