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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21 No.4 pp.767-800
DOI : https://doi.org/10.13049/kfwa.2016.21.4.8

Collaborative Auto-ethnography on the Recovery of Defective Self

Su-An Kim, Myeung-Chan Kim
Department of Counselling Psychotherapy, Inje University, Kimhae 50834, Korea
Department of Counselling Psychotherapy, Inje University, Kimhae 50834, Korea
Corresponding Author: Myeung-Chan Kim, Department of Counselling Psychotherapy, Inje University (vitachan0@gmail.com)

Abstract

This study is aiming at figuring out how the defective self caused by the attachment trauma distorts and fragmentizes the identity of an individual and which curative factors contribute to self-recovery. To fulfill this study purpose, memory data, interview data, and autobiographical memoir were collected. The collected data were constantly examined and analyzed in collaboration with co-researchers, main categories were drawn, and the stages of conflict and recovery were described through interpretations about the results and analysis process.

The perception of oneself as unacceptable and “terrible and shameful” was actually created by a defense mechanism to cope with the pain resulting from feeling frustration; in this situation the person blamed himself or herself for the frustration and believed doing so is the best thing he or she could do. The absence of a person who can provide comfort and support regarding the loss and pain made him or her feel self-pity, which led to a defective self-perception.

It is can be expected that this study will contribute to the process of understanding the dynamic psychological status of people who have difficulty because of attachment trauma caused by the absence of maternal fostering as a secure base.


결손된 자기의 회복에 대한 협력적 자문화기술지

김 수안, 김 명찬
인제 대학교 심리 치료과, 김해 50834
인제 대학교 심리 치료과, 김해 50834

초록


    I.서론

    생애 초기 주 양육자와의 애착관계는 개인의 인생 전반에 걸쳐 대인관계, 사회적응력, 성격패턴 에 영향을 준다[4]. 그리고 가족 환경은 가치관 정립, 성격형성, 자아개념 형성 및 행동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가족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그 개인의 심리적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48]. 유아 초기 주 애착대상이었던 아버지의 상실과 복잡한 가족관계로 인해 나는 나 자신을 오랫동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내 자신이 끔찍하고 부끄러웠으며 벗어버릴 수 있다면 나의 모 든 것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이런 내 존재에 대한 부정은 내 삶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져 내 자 신이 아주 부족하고 잘못된 존재로 마치 동화 속의 흉측한 몰골을 한 야수처럼 느껴졌으며 세상으로 부터 아주 멀리 격리 당한 듯한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결손감으로 나는 늘 자신을 타인과 비교 하였으며 항상 내 자신이 타인에 비해 더 초라하고 못났으며 무지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특 히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 주장이나 작은 단서에조차 나는 내 존재가 거부당한 듯 심한 소외와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리고 나를 향한 애정 어린 가족들의 관심조차 잘못 인식함으로써 관계 를 악화시켰으며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이와 같이 결손감은 나의 삶 전반에 걸쳐 부정 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이를 회복하는 것은 한 개인의 자기실현은 물론 소외와 고립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주 양육자와의 관계 외상과 전통적인 가족관 에 수용되지 않는 복잡한 가족관계 속에 놓여 있는 ‘자기’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나의 뿌리 깊은 자기 결손감은 절대적인 사랑을 제공하였던 아버지의 상실에서 기인하였다. 자기 심리학에서는 정상적인 자기 발달이 실패하여 자기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함을 뜻하는, 자기의 결손 (defective)을 정신 병리의 핵심으로 보았으며 어린 시절 자기-자기대상 관계에서의 문제에서 비롯 된다고 하였다. Kohut[25]은 아기의 심리적 자기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자기애적 욕구를 가진 아기의 필요와 소망에 맞춘 자기대상으로서 엄마의 공감적이고 적절한 반응이 필요하다고 하 였다. 여기에 유아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좌절을 거쳐 자기 대상의 기능이 자기의 내면으로 변형 내재화 될 때 건강한 심리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유아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성장이 멈춰지거나 왜곡되고 결손된 상태를 보이게 된다[8]. 생애 초기 유별났던 아버 지의 사랑으로 충족 되었던 나의 자기애적 욕구는 오이디푸스기인 4세 때 아버지의 상실이라는 감 당할 수 없는 경험으로 좌절되었다. 이는 초자아의 이상화 실패로 이어져 평생 권위자와 타인의 인 정에 목마르게 하였으며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게 하였다.

    어린 유아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상실은 불안과 두려움을 진정시켜주는 안전기지의 박탈과 개인이 가진 자신과 타인에 대한 정신적 표상인 내적작동모델의 결손을 가져왔으며 자기 대상과의 더 없이 행복했던 상태에 고착된 불안정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하였다. 애착 관계란 인간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생물학적인 동인에 의해 시작된 유아와 양육자의 상호작용의 결과다. Ainsworth는 애착 유형 을 안정, 회피, 양가적 그리고 혼란된 애착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유아기에 형성된 애착 패턴이 이후 아동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기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많은 연구에서 보여주 고 있다[43, 44 / 47 재인용]. 유년기 아버지의 상실과 상실로 인한 애도과정의 부재는 생애 초기 아버지와 행복했던 기억에 집착된 양가적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하였다. 이러한 나의 자기-자기 대상관계 형 성의 실패는 자신을 늘 타인과의 비교에서 가치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하였으며 나와 같이 버림받은 어머니와 형제들 또한 무력하고 가치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하였다. 결국 가족을 있는 그대로의 실 존적 존재로서 만날 수 없는 것은 물론 내 자신을 가족과 세상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으로부터 소 외시키고 고립시켰다.

    나의 세상으로부터의 소외와 고립감은 혈연 중심의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가족관의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아버지의 두 집 살림과 복잡한 형제관계를 가진 나의 가족관계는 교과서나 매체를 통해 나타나는 가족의 형태와는 많이 달랐다. 이러한 경험은 나의 가족 이 비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고 아울러 내 자신이 타인에 비해 결손이 있는 존재임을 확인 받는 듯하였다. 이러한 전통적 가족관에서 벗어나는 가족형태는 사회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이 혼과 재혼, 국제결혼, 미혼모, 무자녀 가족 등 우리 사회의 가족 구성과 기능이 다양화 되고 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관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고정관념 등으로 인해 긍정적이기보다 는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어[13] 전통적인 가족의 범주에 벗어나는 다양한 가족은 소외되기 쉽다.

    이와 같은 나의 소외와 고립감은 지도교수와의 협력적 자문화기술지 작업을 통해 이상화 부모 이 마고의 자기애적 욕구의 충족과 정서적으로 조율되고 안정된 안전기지를 경험하게 됨으로써 조금씩 회복되어졌다. 지도교수는 나의 공감 받지 못한 자기애적 욕구로 드러나는 자기대상 전이를 공감적 자기대상으로서의 이해와 해석으로 다루어 주었다. 이러한 관계는 발달이 정지되었던 순간을 안전 하게 재 경험 할 수 있게 하였으며 아동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변형 내재화가 시작될 수 있는 안아 주는 환경이 되었다[23]. 이것은 애착 이론의 안전기지와 유사한 개념으로 진정되고 조율되는 경험을 제공하였으며 과거 경험으로 인해 고정 불변할 것만 같았던 표상적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력을 주었다. 또한 나와 가족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신화를 가능하게 하였 다. 정신화는 개인의 욕망, 감정, 신념과 같은 주관적인 심리상태를 기초로 하여 어떤 일을 심리내적 사건으로 볼 수 있는 표상능력이자 의미 있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체험하는 정서 경험의 의미를 관계 적 맥락에서 의식화 할 수 있는 일종의 상위 정서조절 능력이다[30]. 즉, 나는 자기대상 상실이라는 결 손된 심리구조를 보완하기 급급했던 대상관계 대신 가족과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상호주관적인 대상관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세상에서 늘 객체로 머물렀던 나를 능동적 주체로 돌려놓음으로써 소외와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다. 아울러 나와 가족을 인습과 제도 밖으로 초대하여 결손된 존재가 아닌 시공간의 제약 속에서도 생의 의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투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하였다.

    애착 외상과 전통적인 가족관에 수용되지 못하는 복잡한 가족관계는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 대사회는 높은 이혼율과 재혼률 그리고 한부모 가족 등 결혼관계의 위기에 놓여있으나[20] 그로인한 한 개인의 ‘자기의 결손’에 미치는 영향과 회복에 기여하는 치료적 함의를 다룬 국내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가족 위기 후 양부모로 구성되지 않은 가족형태를 ‘결손가정’으 로 다루어졌을 뿐 가족관계 변화로 인한 애착 외상을 ‘자기의 결손’의 관점에서 다룬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다만 자기의 회복에 관한 몇 편의 연구를 살펴보자면, 문헌연구로는 자기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인간의 내면적 갈등문제와 왜곡된 관계에서의 자기회복 그리고 목회 방향과 목회 상담에 새 로운 이해를 시도한 연구가 있다[32, 49]. 또한 자기 심리학의 자기 개념을 목회상담에 적용하여 목회 현장에서 목회자가 내담자의 자기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 문헌연구와 더불어 자기 심리학의 목회상담학적 접근 방법을 통해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겪는 그리스도인의 회복집단프로그 램을 개발한 연구가 있다[2].

    질적 연구로는 결함 있는 자기의 발달적 잠재력을 활성화시키는 임상과정에 관한 연구로 자기심 리학을 중심으로 한 정신분석학의 문헌연구를 포함한 임상사례연구[17]가 있다. 그리고 미술심리치료 통한 불안과 강박 성향을 가진 중년남성의 자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연구[15]가 있다. 또 한 복합외상경험자들의 자기 회복과정과 전략에 대한 치료적 접근으로, 신체적·정서적 학대 및 폭 력을 경험한 복합외상경험자들이 자신의 외상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수용해 나감으로써 신체 적, 정서적, 인지적 통합을 통해 자기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근거이론을 통하여 심도 깊게 묘사한 연 구가 있다[38].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 가족관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족 위기 및 해체가 가 져오는 애착 외상 및 가족형태의 변화로 인한 자기 결손감의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문화 적 환경이 어떻게 한 개인과 가족의 안녕을 저해해 나가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개인의 건강한 심리구조 회복과 소외 극복에 있어서 필요한 심리적·사회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내밀한 심리적 역동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룬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연구자의 생애경험을 통해 애착 대상의 상실이라는 개인적 경험과 복잡한 가족관계를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한 개인의 ‘자기’의 결손을 어떻게 구성해 나가며 무엇으로 회복되는지를 이해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자의 내밀 한 경험과 가족의 역사를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또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의 개인의 경험을 다루는 질적 연구 방법인 자문화기술지가 적합한 연구방법 될 것이다[42].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지도교수와의 협력적 자문화기술지 작업을 통해 한 개인의 애착 외상 경험과 복잡한 가족관계가 어떻게 ‘결손된 자기’를 구성해 나가며 그로 인해 중단되었던 나의 ‘자기 발달’이 어떻게 재활성화되고 회복되어 나가는지를 탐색하는데 있다. 이러한 연구자 자신의 애착 외 상에서의 내밀한 경험과 협력적 자문화기술지 작업에서의 복잡한 정서적 갈등과 수용의 과정은 애 착외상과 복잡한 가족관계로 인해 자기 소외와 고립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를 이해할 수 있는 상담 자의 성장적 자원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급변하는 가족의 다양성을 이해해 야 하는 현 시점에서 교육적·사회적 지향점에 함의를 제공할 것이다.

    II.연구방법

    나는 개인으로서, 상담자로서의 성찰적 자기와 정신화 능력의 함양을 위해 자기대상과의 외상적 경험에 관한 정신적 표상을 자문화기술지를 통해 고찰하고 ‘재해석’해보고자 한다. 자기 연구의 한 분야인 자문화기술지는 자기(self)와 타자(other) 간의 공유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자기의 경험을 중심으로 밝혀내는 방식을 취한다[7]. 개별적 존재로서의 자기의 경험이 사회과학 연구에 속할 수 있 는 근거는 자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문화적 전수를 받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개인은 자기의 취약 성을 극복하기 위해 상호의존적 관계를 선택함으로써 자기(self) 구성의 과정에서 공동체의 영향을 받게 되고, 개인의 경험과 인식은 공동체의 일부를 반영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10]. 따라서 특정한 경험을 하고 있는 개인의 내러티브(self-narrative)를 연구하는 것은 그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문화 를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과학적 연구에 적용하는 질적 연구방법의 하나가 된다[7]. 즉, 개인의 주관적 경험은 단지 개별적인 경험과 성찰이 아닌, 집단의 경험과 성찰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나 의 자기대상과의 외상적 경험 안에 담겨있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함의점을 밝혀내는데 적합한 연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25]. Nash는 자문화기술지를 통해서 저자 자신이 주요한 연구 참여자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19]. 연구 방법론으로서 객관성이 중심이 되지만 자 문화기술지만의 특성으로 연구대상이 연구자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데 반대하는 대신 자아와 가 장 깊숙한 곳에 있는 생각들과 개인적인 정보, 그리고 다른 조사 방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 놓여 있 는 주제들을 분석할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둔다.[7].

    자문화기술지의 유형은 특정 집단 내부의 소수자 관점에서 기록된 소수자 문화기술지(minority ethnography), 연구과정에서의 성찰이 초점이 되는 성찰적 문화기술지(reflective ethnography),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자서전적 문화기술지 (auto-biographic ethnography)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29]. 이 중에서 나의 글은 상담자로서의 자기 분석 과정에서 발생한 자기반성적인 성찰에 초점을 둔 성찰적 문화기술지(reflective ethnography)로 외상적 경험을 재해석하는 정신화 과정에 적합한 연구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로 정신화 능력을 발휘하려면 고통스러운 느낌을 실제로 느끼고 있는 동안 그 느낌을 다루어야 하며 정신화의 핵심적인 특징인 고통스러운 경험에 언어가 영향을 주도록 함으로써 그것이 신경계에 주 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고통스러운 신체적 경험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통해 단순히 그 경험과 동일시하고 그것에 의해 압도되기보다 그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성 찰적 자문화기술지를 통해 나의 외상적 경험을 직면하고 그것에 낱낱이 재해석함으로써 정신화 능 력을 제고하려는 나의 의도에 부합된다[47].

    또한 본 연구는 공동 연구자(지도교수)와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자문화기술지를 둘 이상의 연구자가 협력적으로 기술하는 협력적 자문화기술지로 공동 연구자들 사이에 합의된 경험과 현상에 대한 그들 자신만의 자서전적 자료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역시 자서전적이다. 협력적 자문화 기술지는 협력의 방식에 따라서 주제 선정과 자료 수집 및 기술까지 함께 해나가는 ‘완전협력(full collaboration)’과 2인이 수행하는 ‘부분협력(partial collaboration)’로 구분된다[40]. 본 연구는 ‘부분 협력(partial collaboration)’ 모델로서 일차 자료로 나의 경험을 수집하였고, 주제 선정, 자료 분석, 결과 기술 등의 과정은 저자들이 함께 협력하여 진행하였다.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사용된 자료는 다음과 같다. 먼저, 주된 분석 자료는 주저자인 ‘나’의 초기 기억에서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외상적 경험에 관한 기억 자료를 기반으로 하였다. 정신화 과정인 외 상적 경험의 해석에는 ‘기억 자료’, ‘메모’, ‘가족 및 친지와의 면담자료’, ‘아버지의 회고록’ 등이 사 용되었다. 외상적 경험에 관한 재해석을 위해 공동 연구자(지도교수)와의 상호주관적 면담 자료 및 면담 후기 자료가 활용되었다. 공동 연구자와의 상호주관적 면담은 2016년 7월부터 2016년 10월 까 지 1~2주 간격으로 진행되었으며 매회 시간은 최소 10분~60분 정도 소요 되었다. 면담 내용은 녹 음한 후 전사하였으며 자기분석에 활용 되었다. 가능한 다양한 출처원으로부터 자료를 수집, 분석하 여 연구 결과의 왜곡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연구 자료들의 수집과 분석은 동시에 진행되었고, 구 체적인 코딩의 방법은 장기코딩(longitudinal coding)을 실시하였다[43]. 장기코딩이란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수집하고 비교하는 질적 자료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기(self), 양육자와 형제들, 외상적 경험에 대한 나의 정신적 표상이 어떠한 양상으로 변화되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본 연구의 설계를 도식화하면 아래의 <Figure 1>과 같다.

    자문화기술지의 타당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공명을 불러일으키고, 대화를 촉진하는 촉매로서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18]. 따라서 나는 촉매타당도 확보를 위해 다음의 여섯 가지 평가 준거를 적 용하였다[11, 24]. 첫째, 나는 연구 범위를 외상적 경험에 관련된 나의 개인적 경험과 가족들, 주변인 으로 제한하였다. 둘째, 연구주제와 관련된 가족들에게 본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그 유용성을 확인 받았으며, 사실과 다르거나 다른 견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연구에 반영하였다. 셋째, 연구의 초고 에 대해서 자문화기술지 연구 경험이 풍부한 교육학 교수 1인과 상담학 및 교육학 박사 과정생 9인 의 전문적인 검토를 받았다. 넷째, 나의 경험이 공유되는 문화적 특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관련 문헌을 분석하였다. 다섯째, 다양한 자료에 기반을 둔 내러티브 작성을 통해 외상적 경험이 나 의 자기에게 의미하는 바를 논의하였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개인 심리이론, 가족 체계이론, 사회체계이론 등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나 자신의 이야기를 타자와 사회에 연결시키고자 하였다.

    III.연구결과

    1.끔찍하고 부끄러운 나

    1)복잡한 가족구조 : 세상 어디에도 끼이지 못 하는 나

    #1. 첫 번째 외상 기억

    “어서 와라”

    “......”

    눈치를 살피며 반가움을 내비치는 아빠의 등 뒤로 여자는 팔짱을 끼고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다. 더 이상 어색할 수 없는 부녀의 대면에 이어 마실 거라도 내어오라며 당당하지 못한 명령을 하는 아빠의 메아리가 힘없이 멈춘다. 여자는 음료수를 차갑게 내려놓고 많은 불만을 흔들리 는 치맛자락 사이로 거칠게 털어내며 돌아선다. 나는 곧 엄마의 낡은 몸뻬를 반사적으로 떠올린다. “OO야 나와서 누나한테 인사 안하고 뭐하냐!” 아빠는 내가 한 번도 말을 섞은 적이 없는 아빠의 아들을 향해 소리쳤지만 어김없이 소리는 닫힌 방문 앞에서 끊어져 버린다. 이윽고 아빠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소리 없는 눈짓으로 노란 봉투를 내게 내밀고 나는 빈약한 봉투를 무거운 침 묵과 함께 책가방 속에 집어넣는다. 저녁을 먹고 가라며 자신 없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아빠와 마지 못해 거실에 나와 있는 여자의 차가운 시선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니는 인사할 줄도 모르 나!”라는 여자의 가시 돋친 한 마디가 내 등에 꽂힌다. “이기... 그만해라” 아빠의 무겁고 힘없는 비난이 이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김없이 소용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이번에도 가지 않겠다고 얼마나 악을 쓰며 발악을 했던가. 아빠는 내가 4살 때 집을 나간 후 생활비를 준 적이 없 었다. 전처 자식 셋을 숨긴 채 처녀였던 엄마와 결혼 한 뒤 전처 자식들과 나를 엄마에게 남긴 채 또 다른 가정을 꾸렸다. 나는 본처의 자식이지만 생활비가 아닌 제사 비용을 받으러 일 년에 몇 번 씩 이 비참함을 견뎌야 했었다. 내가 이 치욕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는 아빠가 지독하게 사랑하는 자 식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지독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가정을 버렸고 나를 버렸 다. 나는 사랑이 믿을 수 없는 것임을 또한 매우 잔인한 것임을 그렇게 배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 몇 푼 되지 않는 제사비용을 위해 지옥으로 딸을 내몬 무력한 엄마에 대한 원망과 이런 지옥을 일찌감치 선사한 신에 대한 저주로 채워졌다.

    첫 번째 표상

    나는 계모의 자식이면서 본처의 자식이다. 나는 생모를 잃은 이복형제들에게서 아버지의 사랑 마저 뺏어간 계모의 자식이지만 첩에게 남편을 뺏긴 본처의 자식이기도 하다. 이런 나의 정체성은 나를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마치 심각한 장애를 가져 타인들과는 어울릴 수 없는 그런 존재 같았다. 나는 자라면서 주위의 다양한 가족들을 경험하였지만 나와 유사한 가족을 접해보 지 못했다. 그들은 간단했고 나는 복잡하고 구질구질했다. 친구들이 부모나 형제들에 대해 얘기를 할 때 그들과는 다른 내 얘기는 늘 부적절하게 여겨졌다. 나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은 곤란하고 매 우 힘든 일이어서 나는 아주 일찌감치 나를 설명하는 것을 포기했고 말이 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2)아버지의 상실 : 무참하게 버려진 나

    #2.두 번째 외상 기억

    “쌍노무 새끼들! 다 필요 없다! 필요 없어! 개노무 새끼들!”

    심각한 고관절 문제로 이미 두 번에 걸친 수술을 받은 아빠가 다시 장시간의 수술에 들어갔다 는 연락을 받았지만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달래며 겨우 병실에 들어서자 내 얼굴을 확인한 아빠가 악을 쓰기 시작한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가족은 평생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대학병원 1인실과 간 호를 하는 상황에서도 잘 차려 입은 여자의 매무새가 아빠의 악다구니보다 더 날카롭게 꽂힌다.

    “애비가 이렇게 대수술을 몇 번이나 받았는데도 수술비는커녕 코빼기도 안 비치는 놈들이 자식 새끼들이야? 에이 호랑말코 같은 새끼들! 개노무 새끼들!”

    순간적으로 여태껏 아무리 아파도 병원은커녕 집에서 알약으로 버텨냈던 가족들의 영상이 머릿 속을 마구 비집어 든다. ‘자식들은 돈이 없어 병원 근처에도 가기 힘들었다는 걸 당신이 알아?’ 뜨거 운 덩어리가 목구멍에 차고 오른다. ‘가족들이 너무 아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했을 때 병원 가라는 말만 던진 채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던 게 바로 당신이야!’ ‘수술비? 자식들이 지금 어떻게 사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당신에게 일찍이 버림받은 탓에 아직도 겨우 하 루를 죽지 못해 살아내기에도 벅차하는 자식들의 심정을 당신이 알기나 해?’ 병실에 들어선 채 쏟아 지는 악다구니를 견디고 있는 나를 향해 마침내 정당성을 찾은 듯이 여자의 거친 말소리가 날아든다.

    “너거 오빠들은 뭐하고 니만 오노? 아무리 바빠도 그렇제, 그래도 부몬데 어찌 이랄 수가 있노!” .

    “쌍노무 새끼들 이제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고 전해라! 에이 빌어먹을 놈들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 개노무 새끼들!”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평생 1인실 이외에는 병실을 써본 적 이 없다는 아빠와 팔짱을 낀 채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은 여자가 결코 닳을 수 없는 거리로 멀어 진다. 한 걸음도 아빠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그대로 돌아서 병실을 나서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마구 쏟아진다.

    두 번째 표상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다던 아버지가 나를 버렸다. 아버지는 나를 버렸음에도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결국에 나는 버림받았다.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4세의 유아에게 절대 적인 사랑을 주었던 아버지의 부재는 어떠했을까? 아버지에게 또 다른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내게 선명해 졌을 때 나는 슬픈 분노로 곧 폭발하기 직전에 놓여 있었다. 나는 사랑과 버림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혼돈과 미혹의 감옥 속에 갇히게 되었고 불안한 혼돈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게는 설명과 이유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잘못한 것이라고 엄마가 아버지를 비난하든가 아버지가 우리에게 미안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는 한결같이 아버지 앞에서 말이 없었고 한두 달 만에 들르는 아버지는 당당함을 넘어서 자신이 있어선 안 되는, 거지 소굴에 있는 양 투덜거렸다. 이러한 반복된 관계 패턴은 아버지가 함께 하기엔 우리가 너무 무가치 해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끼게 조차 만들었다.

    3)어머니의 희생 : 분노와 잔인함으로 뒤엉켜 있는 나

    #3. 세 번째 외상 기억

    “도리야 너거 엄마 손가락 잘맀단다. 우짜노...”

    “야?”

    “그것도 한 개가 아니고 두 개나 잘맀단다. 괜찮아야 할긴데... 하필 너거 엄마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는가 참말로 모르겠다.”

    “엄마는 요?”

    “요 밑에 삼거리에 있는 OO병원 알제? 얼릉 가보레이”

    병원으로 뛰어가는 내내 쿵쾅거리는 심장과 달리 머릿속은 텅텅 비워지는 것 같다. 어지럽다. 뛰어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아무데나 앉아서 쉬고 싶다는 욕구가 난데없이 끼어든다. ‘왜 이러지?’ 물음을 억지로 삼키고 병원에 도착하자 한산한 응급실 한 켠에 먼지 가득한 작업복을 입은 채 담담 한 표정으로 고통을 삼키며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가 보인다. 나를 발견한 엄마의 눈빛에 살을 에는 고통이 난폭하게 뒤엉켜 있다.

    “......왔나?”

    “으흐흑 엄마... 우짜노 으흑흑”

    이해되지 않는 언니의 통곡과 눈물은커녕 아무 말 조차 나오지 않는 내 모습이 나를 어쩔 줄 모 르게 만든다. ‘이게 뭐지?’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으로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다. 늘 엄마에게 날 을 세우며 불평만을 해대던 언니의 지치지 않는 울음이 너무 슬퍼서 혼란스럽고 막상 언니보다 더 슬퍼해야 하는 나의 어디에서고 슬픔을 발견하지 못해 당혹스럽다. ‘슬퍼해야 하는데...’ 뭔지 모르지 만 슬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으로 나는 더욱 다급하게 슬픔을 찾아보지만 내 몸 속 어 디에서고 슬픔을 찾지 못한다. 대신 온몸이 뻣뻣해진 채로 엄마 곁에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 번째 표상

    그 순간 나는 아픈 엄마를 바라보며 슬픔이 아닌 분노를 느끼는 나를 발견하였다. 사기 결혼으 로 애 셋 딸린 남자에게 시집을 왔으나 전처의 자식들과 더불어 애 다섯을 위해 거친 일을 하다 손 가락이 잘린 엄마 앞에서 나는 슬픔은커녕 분노를 느꼈다. 평생을 낡은 몸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 며 자신의 삶을 망쳐버린 남편 앞에서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낮은 자세로 모든 걸 감내하는 엄마가 미치도록 싫었고 미웠다. 남 앞에서 당당하기 보다는 늘 양보하고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는 엄마가 바보 천치 같았다.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언니를 보면서도 나를 보호해주기는커녕 한 마디도 못하 는 엄마가 원망스러웠고 어리석은 선택으로 나를 이 지옥에 빠뜨린 엄마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모든 불행은 엄마가 선택한 것이다. 나는 엄마가 억울해하고 분노하길 바랐다. 세상을 향해 그리고 자신 의 어리석음을 향해 분노하길 원했었다. 난 내가 아니라 엄마의 눈물을 보고 싶었다. 후회의 눈물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고, 이런 환경 속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 해주길 바랐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힘든지 말할 수 있길 바랐으며 내 원망을 다 받 아주길 바랐었다. 하지만 엄마는 울지 않았다. 나는 고통 속에서도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견디 고 있는 엄마의 눈길을 외면했다. 그 순간 나는 이제는 불구가 될 엄마의 손가락이 아니라 엄마의 고통을 볼수록 더 냉정해지는 나를 세상이 알아챌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4)형제들의 아픔 : 부담감에 짓눌린 나.

    #4. 네 번째 외상 기억

    “동생하고 수영장 가자”

    수영장이라니! 바닷가가 아니라 수영장엘 데려간다는 아빠의 말에 동생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신난 표정이다. 수영장이란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뭔가 대단하고 황홀한 경험이 기다리는 듯했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기는 엄마의 손길에 더욱 마음이 들뜬다.

    실내와 실외 모두 하늘색 풀장이 펼쳐진 수영장의 야외 마당에 집에서 가져온 먹을 것들이 여 기저기 한가득 펼쳐진 광경은 마치 신세계 속에 내가 있는 듯 신기하고 설렌다. 그리고 곧 시작 될 물놀이에 대한 기대로 동생과 나는 한껏 들뜬다.

    “여기서 짐 잘 지키고 있어라!”

    햇빛 한 올 가려주지 못하는 정원수 옆에 가져온 짐을 내려놓은 아빠가 내 손을 잡은 채 동생을 돌아보며 날카롭게 내 뱉는다. 순간 나를 매혹시킨 다채로운 빛들과 경쾌한 선율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멍한 채로 서있는 5살 동생만이 살이 타들어 갈 것 같은 뜨거운 햇살과 복잡하고 시 끄러운 소음 속에 흔들리며 드러난다. 제발 아빠가 저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애가 겨우 5살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 끔찍한 상황이 아빠의 순간적인 착각이었음을 알아차리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내 손을 당기는 아빠의 손길을 버텨본다.

    “OO는?”

    “그럼 짐은 누가 지켜? 가자!”

    수영을 가르치려 애쓰는 아빠의 말소리는 연신 물에 빠져버리는 내 귓가에서 방향을 잃어버리 고 수영장 물을 마셔서인지 매운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울컥울컥 토해진다. 물에 빠지는 나를 보며 답답해하면서도 재밌어하는 아빠의 표정과 뜨거운 햇살아래 짐꾸러미 옆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어린 동생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거칠게 뒤섞인다.

    네 번째 표상

    부모에게 버림받은 형제들은 늘 목구멍에 걸린 가시였다. 버림받은 형제들이 옆에 있는 한 아 버지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도 나에게는 떳떳하지 못한 것이 되었다. 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 나의 자리는 언제나 아버지의 무릎 위였고 1년 에 몇 번 올라오는 고기국은 아버지의 손길에 의해 거의 내 차지가 되었다. 형제들은 멀건 국에 얼 굴을 박고 말없이 밥을 먹었고 나는 그 맛난 고깃국을 눈치를 보며 먹느라 말이 없었다. 상위권의 성적을 놓치지 않았지만 회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밥 먹듯이 겪어야만 했던 형제 들에 비해 나는 언제나 1등으로 회비를 납부했다.

    아버지의 잔인한 편애는 격리된 두 개의 실험실에 갇힌 채 내가 살기 위해 산소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형제들은 그 만큼 주입된 독가스로 죽어가는 장면을 눈앞에서 봐야만 하는 고문 같았다. 즉, 내가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것은 곧 오빠들에게는 비참함을, 언니에게는 억울함과 분노를, 동생에게 는 서러움을, 나에게는 지옥을 안겨 주는 것이었다. 나는 지옥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고 꿈이기를 바랐다. 형제들에게 나는 늘 빚진 채무자가 되어있었고 내 어깨에는 감당하기 힘든 바위가 얹혀 진 느낌이었다. 나는 이 무거움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5)가난의 고통 : 초라하고 비참한 나

    #5. 다섯 번째 외상 기억

    “다른 학부모는 다 한 번씩 오시는데 너거 부모님은 왜 안 오시노?”

    몇 번의 학부모 면담 요구에도 뻔한 핑계를 대며 피해 다니는 나를 바라보는 담임의 일그러진 표정을 알아채며 지금껏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핑계를 찾느라 머리가 무거워지자 속에서 슬며시 화 가 올라온다.

    “...... 일이 있으셔서...”

    “그라믄 이번 소풍 도시락이라도 니가 사온나”

    ‘도시락?’ 생각지도 않은 펀치를 맞은 듯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소풍 때마다 멀리서 엿보았던 친구 엄마들의 화려한 치장과 그에 어울리는 화려한 도시락과 당당한 왁자지껄함은 처음부터 나와 는 상관없는 세계였다. 늘 쪽잠을 이루며 일에 매달려도 매 끼니를 걱정해야했던 엄마는 소풍은커녕 운동회나 입학식, 졸업식에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난 늘 김밥 도시락만으로도 감사해 했고 부모가 오지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함으로써 나의 가난함과 외로움의 보편성을 확인하며 위로를 받아왔다. 더욱이 집에는 도시락에 채워 넣을 음식은커녕 도시락 통을 살 돈조차 없다는 사실에 촌지보다 더 큰 당혹감이 밀려든다.

    “너거 부모님만 바쁘신 기 아니다. 다들 바쁘시다... 참나, 그러니까 그냥 도시락이라도사온 나. 내 혼자 묵을 기 아니고 다른 선생님들 하고 묵그로”

    “........”

    담임의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묻어있다는 긴장감보다 도시락 통조차 살 돈이 없는 내 가난을 내 입으로 말을 해야만 하는 이 상황이 지랄 같다. 목구멍에서 서늘함과 욕지기가 넘어오는 것을 간 신히 삼키자 답답해진 담임이 재차 혼을 내듯 묻는다.

    “와 말이 없노?”

    “......어머니는 병이 들어 늘 누워계시고 아버지는 너무 바쁘셔서 몇 달에 한 번 정도만 집 에 오세요. 도시락 쌀 사람이 없어요.”

    “어데 편찮으신데?”

    “........”

    다섯 번째 표상

    그렇게 우리 집은 너무나 가난했다. 나는 나의 가난조차 있는 그대로 설명 할 수 없었다. 아버 지가 가정을 버린 탓에 어머니가 24시간을 일해도 겨우 끼니만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지독한 나 의 가난은 가난 중에서도 부끄러운 가난으로 질병과 무능력에 의한 가난보다 더 나쁜 가난인 것 같 았다. 언니의 괴롭힘으로 집에 있기 힘들었던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여유 있는 친구들의 집을 전 전하면서 나의 가난의 심각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엄마가 장을 보고 오는 날에는 파와 감자처럼 씹 을 수 없는 것을 제외한 모든 재료는 메뚜기 떼가 휩쓴 것처럼 시장바구니 안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우리 집과 달리 식탁이나 밥상에 먹을거리가 놓여 있는데도 먹지 않는 다른 집의 풍경은 내 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던 시절, 친구들 집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음식에 온 신경이 집중된 채로 먹어도 된다는 주인의 허락을 기다리는 개처럼 음식을 먹어치우 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과 친구들과 같은 속도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내게는 고역이었다. 또한 여섯 명의 가족이 단칸방에서 고단한 삶을 전전하던 우리 집과 달리 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책상이 놓여있는 친구들의 집을 드나들면서 나는 빈곤과 여유의 차이를 온몸으로 체험하였다.

    나는 나보다 더 가난한 친구를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나의 가난을 친구들과 나누기에는 너무나 가난해서 나는 내 가난을 불평하거나 입에 올릴 수조차 없었다. 이렇듯 나의 지독한 가난은 내 자신 을 친구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초라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였다.

    2.그게 최선이었던 나

    도망가고 싶다...... 이 불쾌한 만남으로부터.

    (2016년 7월 초 자문화기술지를 쓰면서)

    1)아픈 나

    자문화기술지는 자신의 상실과 절망 그리고 두려움에 대해 한 번도 다루어 본적이 없었던 나로 하여금 자신의 끔찍함과 부끄러움에 직면하게 하는 무겁고 아픈 작업이었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상 처를 돌볼 수 없을 정도로 아팠으며 누구와도 위로와 애도를 나누어 보지 못했다. 애도는 사별뿐만 아니라, 인간이 경험하는 아프고 고통스런 모든 상실에 존재한다. 일차적인 유대와 내재화의 붕괴는 자기통합과 분리개별화에 장애물 역할을 하며 인간이라면 당연히 경험해야 할 모든 발달적 대상관 계를 맺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애초기에 경험된 치명적인 좌절 경험은 분열과 해리를 통해 나쁜 내 적 대상이라는 구성물을 자기 안에 채워 넣게 된다[24].

    지도교수 : 선생님 살아오신 게 참 많이 힘들었네요.

    나 : 힘들었어요.

    지도교수 : 얼마나 많이 힘드셨어요?

    나 : 힘들었다고 했잖아요! 네 아주 많이 힘들었다구요!

    (2016년 6월 자문화기술지 연구모임에서)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 자문화기술지를 연구하는 연구원들 앞에서 나의 부끄럽고 초 라한 모습을 내보이는 상황은 고역이었다. 나는 수치심을 견뎌내는 것이 매우 힘들다.

    (2016년 6월 자문화기술지 연구모임 후기)

    자문화기술지 연구모임에서 내 논문의 주요자료가 될 기억 삽화를 발표 한 후 모든 연구원들의 집중을 받고 있는 상황을 겨우 견디고 있었던 나는 지도교수의 위로에 마지막으로 걸치고 있던 속옷 까지 벗겨내지는 것 같은 수치심을 느꼈다. 나의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모습이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타인들에 의해서 조롱되어지고 비웃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은 지도교수와 연구원들을 향한 격 노로 나타났다. 무의식적 평가를 통해서 형성된 수치심이 인간관계에서 일상적으로 경험되는 감정 은 수치심이 아니라 수치심으로 인해서 전이된 감정들로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면 화를 내거 나 불안해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데 분노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5]. 이처럼 나의 자기 결손감은 나의 삶의 전 영역에서 제어하기 힘든 수치심을 유발하였고 관계 안에서 나를 드러내지 않게 되는 심리기제로 작동하였다.

    수치심은 타인의 존재가 가정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35]와 관련된 사회적 정서다. 늘 타인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된다는 느낌은 결손된 내 자신을 확인하게 되는 불쾌한 경험으로 일반적인 상황에서조차 내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였다. Freud는 수치심 자 체를 ‘노출본능에 대한 반동형성’이라고 언급하였는데 이처럼 수치심은 자기개방과 자기표현을 꺼리 게 하는 일종의 방어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33].

    나의 내면 깊이에는 타인으로부터 놀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와 내 가족이 결함이 있거 나 비정상적으로 여겨질 것 같은 불안이 뿌리박혀 있었다. 이러한 두려움으로 나는 아주 어린 시절 부터 우리 가족의 복잡한 가족구조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말이 없는 아이 로 성장하였다.

    나 : 나와 같이 버림받은 가족이 창피했어요.

    지도교수 : 가족에 대해 창피함을 느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겠어요. 누구라도 복 잡한 가족구조와 아버지의 부재, 무력한 어머니, 사랑받지 못한 형제들을 자랑스러워하긴 어렵죠. 선생님은 외상적 경험을 선생님 자체로 여기고 있 어요. 선생님은 비참했네요.

    나 : 아니요. 그건 너무 가벼워요. 참담했어요.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나의 경험은 나에게 패전의 전쟁터를 떠올린다. 비참은 너무 가볍다. 나의 고통에 적 합하지 않은 단어는 나의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지도교수 : 선생님은 나와 우리 가족이 가치가 없어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그건 선생님이 해석한 거잖아요. 아빠가 우리가족을 떠났다고 생각을 하면 여전히 아빠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 너무 슬퍼서 차라 리 내가 무가치해서 아빠가 버렸다고 이유를 찾는 것이 덜 고통스러웠나 봐요.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교수님과의 첫 면담으로 멍해질 정도로 혼란스러워 졌다. 여태 1%라도 아버지가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라 ‘떠났다’고 생각해보지 못하였으며 더구나 내가 나를 버린 아버지를 그 리워하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또 다른 나와 마주치는 것 같 은 충격이었다. 나는 어떻게 ‘내가 무가치해서 아버지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을까? 아 버지를 상실한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정보를 끌어들였을 것이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미묘한 정서, 느낌들, 친척들의 부주의한 잡담과 지 극히 단편적인 판단들 등 내 환경의 언저리에서 부유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자료들 속에 서 나는 원망과 분노를 찾아 낸 것일까?

    (2016년 7월 28일 면담후기)

    미움을 걷어내고 사랑을 발견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교수님의 말씀처럼 ‘내가 무 가치해서 아버지가 나를 버렸다’라는 명제를 포기하는 것은 나를 다시금 자기대상의 상실의 고통과 깊은 혼란 속으로 돌려놓았다. 나는 나의 상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Freud는 애도를 상실의 아픔과 비탄 경험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건강한 애도와 상실의 현실을 항구적으로 방어하는 자기-경멸, 자기-평가절가 그리고 자기-공격이 결합한 결과로서의 병리적인 애도로 나누 어 설명한다. 상실한 대상에 대한 이상화를 보존하기 위해 공격성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이상화 방어 는 상실한 대상과 가졌던 실제 경험이 박탈과 실망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은 것을 가졌 다는 느낌을 보존하게 한다. 즉 자기 학대적인 공격을 통해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골몰함으로써 상 실한 대상에게 향하는 증오를 자신에게로 전치시킨다[24].

    어이없게도 상실을 견디기 위해 나에게 돌렸던 공격성은 통제되지 않은 폭력성을 지닌 채 어머 니에게로 향해지곤 했다. 인간의 존재 조건을 기반으로 수치심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는 Nussbaum[37]은 자기가 불충분하다고 인식하는 자아는 이러한 조건을 비난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 는데 유아의 경우 자기가 강력하고 너무나 완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맡은 바 ‘일’을 다하지 않는 돌봄 제공자가 그 대상이 된다. 그리고 유아의 의존성과 취약성에 대한 양육자의 태도, 즉 아기와의 상호작용의 질에 따라 수치심의 병리성 여부가 결정된다고 함으로써 원초적 나르시시즘이 우울증과 분노에 강한 관련성이 있음을 시사 하였다.

    나 : 바보, 병신 같았어요!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내가 엄마에게 느낀 정서는 ‘무력함’이었다. 나는 무력한 엄마가 창피스러웠고 당당하지 못한 엄마가 창피스러웠다. 특히 아빠 앞에서의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 무력했고 비굴했다. 그 모습만으로도 엄마가 아빠에게 버림받은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너무나 무력해 서 나를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었고 언니의 괴롭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래 서인지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미웠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그리고 더욱 더 화가 난 것은 내 화를 마구 분출하기에는 엄마가 너무 무력하다는 사실이 었다. 무력한 엄마는 나를 아프게 하였고 아픈 엄마를 봐야하는 나는 고통스러웠다. 더 화 가 난다.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어린 유아에게 엄마는 세상 그 자체이다. Daniel Stern[45]은 아기들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 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엄마에게 의지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참조(social referencing)는 주의의 초 점을 공유를 통해 감정을 공명함으로써 자신의 정서 조율을 획득하게 된다고 하였다. 즉, 아기가 자 신의 내적 상태에 엄마가 조율되어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기의 정서를 모방하는 것만으 로는 부족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아기의 행동에 대해 두 감각을 통합하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 만약 아기의 정서에 대한 부모의 반영이 ‘티가 나지’ 않으면, 아기는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그저 부모에 게 똑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결과 자신의 고통이 갖는 전염성에 의 해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47]. 자신에게 무거운 짐과 고통을 준 남편에게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는 엄마의 무력한 태도는 미숙하고 취약한 유아였던 나에게 외상적 경험을 곧 나의 결손으로 연 결시키는 심리적 등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고 자신의 결손이 결코 해결 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을 심어주었다. 즉 나는 내가 경험한 외상을 실제보다 더욱더 심각하고 두려운 것으로 인식하 게 되었고 이런 두려움은 외상적 경험에 대해 질문하거나 생각해 보는 경험의 부재로 이어졌다. 또 한 아빠 앞에서 무력한 엄마의 초상은 그나마 몇 번 보지도 못하는 아빠를 아예 영영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상실로 인한 내 슬픔과 원망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내 모습이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엄마에게 화가 났다. 엄마의 무력함은 나를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었으며 언니의 유일한 사랑인 아빠를 뺏어버린 나쁜 아이로 태어나게 하였다. 자연스러운 부모의 사랑이 내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나의 출생은 언니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아버지의 사랑을 잃게 하였으며 나머지 형제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을 초라한 애정의 한 조각마저도 뺏은 사건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집에서도, 늘 전전하던 친구들의 집에서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 나의 기분 좋은 상태는 상실의 고통과 분노로 힘겨워한 언니의 질시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던 기억이 내게는 깊숙이 박혀 있다.

    지도교수 : 그렇게 힘드셨어요? 얼마나 삶이 치열하고 쉴 틈이 없었으면, 얼마나 늘 긴 장 속에 살아왔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편안함조차 낯설고 힘드시냐는 거 예요. 얼마나 안 된 일이에요, 그러니까 5살짜리가 칼을 들고 했겠죠. 선생 님이 적개심을 느꼈다는 게 너무 이해가 되죠.

    (2016. 08. 22. 지도교수와의 면담)

    나는 편안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난 언니의 세상에서 유일한 자기대상을 뺏어 버린 것이다. 그것은 엄마를 잃어 절망 속에 빠져 있는 언니에게서 마지막 하나 남은 기쁨을, 모든 행복을 뺏은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래서 내 존재는 잘못된 것으로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2016. 08. 22.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언니가 그랬다. 내가 5살 때 언니에게 식칼로 덤볐다고. 5살에게 식칼은 너무 위협적이다. 도구 의 위험성의 정도는 자신이 느낀 위협감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을까. 초등학교 6학년 추석 날 아침, 명절 특유의 들뜸에 취해 있던 나를 향한 언니의 습관적인 공격으로 집을 뛰쳐나가려하자 만류하기 벅찼던 엄마는 내가 몰랐던 가족관계의 진실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 순간 난 언니의 분노 전부를 이 해했다. 난생 처음 자신의 안락한 성을 벗어난 순간, 삶의 일체개고(一切皆苦)를 깨달은 석가모니처 럼 삶의 실체를 알아버린 듯 했다. 이전까지 언니에 대해 그나마 꿈틀거렸던 미약한 반항은 점차 사 라져 갔고 나는 내가 잘못된 존재로 편안해선 안 된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즉, 진실을 알기 전에는 ‘괴로움’에서 달아나고 싶었지만 결코 달아날 수 없었고 진실을 알고 난 후에는 ‘괴로움’ 속에서 스 스로 움직이는 것을 포기했다. 버림받은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버림받았으나 아버지의 지독 한 편애는 평생 형제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듯 죄책감을 지니게 하였다. Gilbert[12]는 진화론 적 맥락에서 죄책감을 친밀한 관계에 있는 대상보다 자신이 더 힘이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자기가 대상에게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인식, 즉 자신의 도덕적 행위나 보살핌 행동을 판단한 결과 이것이 부정적으로 판단될 때 경험하는 감정으로 설명하였다. 타인의 칭찬이나 처벌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 심의 목소리라는 내적인 규제에 의해 조절되는 죄책감은 자신이 스스로의 내면화된 기준을 위반하 였기 때문에 자신이 나쁘다고 느끼는 경향[1, 3]이다. 내가 형제들의 불행의 원인이 된다는 내적인 비 난은 형제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공명의 이해에서 철수하게 하였으며 공동의 운명으로 써의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다. 상실의 고통에 더한 나의 내적 비난은 나의 고통을 배가시켰 고 세상으로부터 나를 고립 시켰다.

    지도교수 :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미워하는 힘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죠. 얼마나 아프면 어떻게 해보려고 할까요. 알아주는 것만으로는 아픔이 줄어들지 않 을 정도로 힘들었군요......

    나 : 엄마 아빠를 돌려주세요.

    (2016. 9. 8. 지도교수와의 면담)

    어쩌면 내게는 원망할 대상보다 나를 진정시켜주고 조절해 줄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는 혼란스럽고 불안했으며 고통을 견디느라 힘들었기에 자기대상으로서 어머니가 유아의 타고난 잠재 력에 깊이 반응해주는 더 없이 행복한 초기 상태의 유아[27]처럼 이러한 고통과 아픔이 있기 전인 ‘가 장 완벽했던 자기’와 ‘가장 이상적이었던 엄마’를 다시 회복하길 바랐다. 그래서 결손 많은 ‘나’가 아 닌 괜찮은 ‘나’가 되길 바랐다. 나는 퇴행을 해서라도 나의 불안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나의 결손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얼마나 절망적이었나?’, ‘얼마나 아팠느냐?’라는 질문보다 ‘그걸 어떻게 견디었냐?’,

    ‘정말 견딘다고 힘들었겠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정신화보다 더 필요한 것은 충분한 위 로와 애도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의 상실과 아픔에 위로와 애도를 바라고 있는 나의 발견이 대견하고 감사하다.

    (2016. 9. 8. 지도교수와의 면담후기)

    수용하기 힘든 나의 결손은 신체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실존적 조건에 의해서 더욱 깊어졌다. 가족에 게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끊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하여 엄마는 힘든 공장 직공 일로 생계를 꾸려나갔지만 엄마의 수입은 한창 커나가는 다섯 자녀들을 먹이는 데에 턱없이 부족했다. 차려진 음식을 두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엄마의 얘기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난 의심 없이 재빠르게 받아들였으며 자주 올라오던 수제비의 정체가 경제적 빈곤을 의미하는 줄을 언제나 허기졌던 그때는 몰랐었다. 부모의 빈곤은 자녀의 교육 기회를 제한하고, 적절한 관심의 부재를 양상 시켜 빈곤의 악순환을 가져온다[41]. 아울러 빈곤가구의 경제적인 요인은 우울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빈곤이 심각할수록 정신건강 이 좋지 못하고, 정신건강이 빈곤 경험, 지속, 탈출율과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동기의 빈곤경험은 전반적인 발달에 매우 넓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4].

    나 : 남아 있는 먹을거리, 두 칸 이상의 방, 한 가족만 사용하는 화장실 등 모든 것이 내게는 충격이었어요. 친구들의 여유로움에는 어김없이 아버지가 있었 고 그 아버지에게는 제가 근접할 수 없는 안정된 권위 같은 것이 있었어요. 나는 가난이 창피하다는 것을 그렇게 배웠어요.

    지도교수 : 가난이 자랑스러운 경험은 아니죠.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경험이죠. 그럼에 도 나의 잘못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아픈 거죠. 그냥 힘든 거지 선생님 인생이 잘못 된 건 아니죠.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나의 가난은 좁은 단칸방을 채우는 여섯 식구의 고단한 숨소리로, 육성회비를 제대로 못내 늘 쫓겨 다닌 형제들의 메마른 눈물자국으로, 공부는 제일 못하는 내가 육성회비를 1등으로 내는 것이 부끄러워 늘 구석에 쳐 박혀 있었던 빈약한 내 책가방으로, 밥을 얻어 먹을 수 있는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길러진 예의바른 나의 몸짓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 다. 나는 나의 가난을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임홍빈[33]은 수치심의 감정을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 관련하는 인지 활동을 수반한다고 설명하면서 인간적 감정이 개인 심리의 차원을 넘어서 한 사회와 문화권의 집단적 자기 해석의 방식 에 의해서도 이해되어야 하며 개인적 심리 활동의 작동 방식에 이미 항상 개입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관념들이 실재한다고 하여 개인의 심리 형성에 기여하는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였다. 서로 다른 색깔 들이 각자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듯 나의 가난은 좋은 환경에 사는 친구들의 삶을 통해서 더욱 분명 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가난은 감추고 싶었던 나의 결손감을 타인들의 삶을 통해 명백히 확인시켜 주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부재로 인해 회복할 가능성을 잃어버린 지독한 가난은 나를 사회적 관계로 부터, 어쩌면 무한할 수도 있는 미래의 가능성으로부터 일찌감치 철수하게 하였다.

    2)회복되어가는 나

    ‘나의 문제는 외상을 겪은 불행에 있지 않다. 외상을 다루지 못한 불행이 나의 문제이다.’

    (10월 초 자문화기술지를 쓰면서)

    애도를 통한 내면화 과정을 이루어야만 새로운 자기표상 형성을 통해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 며[16] 상실에 대한 고통스런 깊은 애도는 상실 감정의 원천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고, 그 결과 최초 의 상실을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24, 36].

    지도교수 : 가족에 대해 미움이나 적개심 같은 경멸의 형태로 자신을 조절해 보려 했던 모습이 지금 와서 돌아보니 부끄럽고 창피하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환경에 서는 선생님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고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행동이었잖아요. 그건 인정해줘야죠.

    나 : (눈물이 마구 올라왔다) 손 한 번 잡아주시면 안돼요? 진짜 감사드려요. 지금까 지 평생 찾아 헤맨 게 위로였구나... ‘니가 힘들어서 그랬던 거야.’라는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 위로를 찾아다녔구나..... 이제 알았어요. 고맙습니다.

    (2016년 7월 29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가평 가는 버스 안에서 교수님의 피드백은 온 몸을 휘감아 오르는 낯선 느낌을 일으켰 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처리할 수 없어 손을 잡아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이후 점차 진정이 되었다.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아니 안도감이 더 적합하 다. 안도감이란 ‘불안한 마음이 가시고 걱정이 없이 편안한 느낌’이고 편안함이란 ‘몸이나 마음이 걱정 없이 편하고 좋음’으로 유사하지만 다르다. 분명 나는 안도감을 느꼈고 또한 편안해졌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나의 안도감이 신체적 접촉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안도감은 신체적 접촉으로 내게서 확실히 경험되어졌다. 이건 왜지?

    (2016년 7월 29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엄마 : 우찌 그래 안 떨어질라카던지... 하루 종일 업혀 있었는 기라....

    (기억 자료)

    외상의 압도적인 성질 때문에 의식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치명적인 외상 경험인 ‘사고되지 않은 앎’은 개인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지만 사랑 안에서 자기직면으로 과거의 상처와 강박적인 반 복 사이의 연결을 깨달을 수 있으며, 이 연결이 과거의 애착과 관련된 비극들을 직면할 수 있게 해 준다[24]. 교수님을 통해 느끼게 된 위로가 주는 안도감은 엄마의 등 이외에서는 늘 불안했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얼마 되지 않은 유년기의 기억 중에 늘 엄마 등에 업혀 있었던 장면 이 선명하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까지 업혀 다녔던 기억은 내게 유일한 편안함을 불러일으키는 추억 이었지만 나는 왜 내가 그토록 징글맞게 매달려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못했었다. Bowlby[4] 는 애착을 양육자와 물리적인 근접성을 유지하려는 유아의 절대적인 필요에 기초한 것으로 생존과 재생산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진화에 의해 고안된 애착 행동 체계(attachment behavioral system)라고 하였다. 즉 위협과 불안정의 상황에서 유아는 애착 대상과의 근접성을 유지함으로써 안전한 느낌(felt security)을 확보하며 안전기지(secure base)와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로서 애착 대상을 활용하는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으로 자신의 생존을 확보한다. 특히 위협이 극심할 수록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는 더 강하며, 글자 그대로 피부끼리 접촉하는 근접성을 통한 연결을 원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신체적 친밀함은 유아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로 이것은 좀 더 연령이 높은 아동과 성인에게도 감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흔히 경험될 수 있다[47].

    어리광을 부리듯 업혀있던 ‘철없는 나’가 ‘안타깝고 측은한 나’로 바뀌어 가면서 지금까 지의 삶에서 줄곧 ‘편안함’을 찾아 헤맨 기억이 아프게 딸려왔다. 나의 삶은 그렇게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나? 지옥문의 입구까지 나를 데려다 놓은 바보 병신 같았던 엄마가 나의 유일한 안식처였다는 뻔한 사실이 먹먹한 진실로 다가왔다. 평생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았 으며 그 고단한 삶의 무게에 더하여 덩치 큰 자식을 내치지 않고 끝까지 업어 준,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거세지는 딸의 분노를 꾹 참고 다 받아내 주었던 엄마가 정말로 바보 병신 같다. 엄마는 왜 나에게 화를 내지 않았을까? 나는 엄마에 대한 내 아픈 분노를 걷어 내고 싶다.

    (2016년 8월 초 메모)

    외삼촌 : 아버지는 진주 천석군이었고 어머니는 선생 딸이었는기라. 외할아버지가 일 본에서 유명한 선생이었다더라. 어머니가 교육을 너무 엄하게 받아가지고 공 부도 많이 했고 자기 먹을 것도 굶는 사람 보면 주고... 지금도 고향에 가면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그라고보이 어머님하고 누님하고 선한 거는 참 많이 닮았네.

    외숙모 : 니를 임신해서 할 수 없이 형님이 너거 아버지하고 결혼 하신기 아니다. 너거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절대 결혼 전에 그런 행동할 사람도 아니고 애들이 불 쌍해서 살아야겠다고 하더라. 엄마도 없는 애들이 셋이나 있는 집에 누가 와 서 살겠냐고. 니 임신하기 전에 돈 벌어가지고 애들하고 사는데 돈 보탰다이 가. 그라고 너거 아버지 여자 생겼을 때 형님이 그라시데, ‘그래 좋은 사람이 못된다. 그 여자한테도 그리 잘 못 할기다. 애가 생겼다는데 어짤끼고 내가 가라고 했다.’고. 아버지가 간 기 아니고 너거 엄마가 아버지 보냈다더라. 그 러니까 너거 아버지가 명절 때 처갓집에 꼭 오고 너거 집에도 발길을 안 끊었 다이가.

    (2016년 9월 9일 친척들과의 인터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무력함’으로 각인되었던 엄마의 초상이 마구 헝클어 졌다. 엄마가 아빠를 보냈다는 사실은 내 기억상자를 마구 흔들어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내가 아는 무력하고 바보 병신 같은 엄마는 옅어지고 내게는 너무 낯선 엄마 앞에서는 나 는 어쩌지 못한 채 무장해제의 상태가 되어간다. 나의 심장을 태우던 분노의 불길이 차츰 힘을 잃어가고 여전히 초취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다 간 당당하고 고집스런 낯선 존재가 내 앞에서 웃고 있다. 어쩌지...

    (2016년 9월 초 메모)

    지도교수 : 아버지가 자식을 버린 게 아니라 그럴만한 아버지만의 입장이 있지 않았을 까요? 자식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 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겠죠. 안 그래도 아픈데 아픈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요. 그러니까 고통이지.

    나 : 그 정도로 제 고통을 설명할 수 없어요. 심장이 염산에 타들어가는 느낌이 맞을 것 같아요. 딱 정확한 표현이에요.

    (2016년 8월 31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심장이 염산에 타들어가는 느낌’은 나의 고통을 명확하게 표현한 문구이다. 교수님의 공감이 흡족하지 않아 내게 납득되는 표현을 주장 했을 때 교수님으로부터 온전히 수용 받 았던 경험은 내장이 뻥 뚫리는 신체 증상으로 전달되었다.

    (2016년 8월 31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나의 적절한 공감에의 요구에 대한 지도교수의 무조건적 존중과 일치된 공감은 신체적·정서적 치유의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마치 시원한 바람이 막혀있던 내장을 휙 하고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 고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Kohut[26]은 과대자기는 거울 전이(mirroring transference)에서 활 성화되고 경험된다고 보았으며 거울 전이의 핵심은 유아가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거울처럼 반 영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대상의 적절하고 공감적인 반응은 응집되고 건강한 자기 를 성취할 수 있게 한다고 하였다. 더불어 지도교수는 ‘버림받음’으로 인한 ‘슬픔’이라는 나의 부정적 인 정서에 티가 나는 반영과 나의 ‘버림받음’을 ‘상실에 의한 그리움’이라는 긍정적인 정서로 대체시 켜줬다. 그리고 지도교수의 감정적으로 조율된 반영은 직면하기 힘들었던 나의 정서를 스스로 감당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나의 마음이 내 자신의 것임을 자각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 : 어릴 때 아빠한테 안기면 그렇게 울었데요. 아마 아빠에게서 안정감을 못 얻 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아빠는 양육자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었을까요? 거꾸로 얘기하면 아빠는 누구한테도 공감을 못 받았나?

    지도교수 : 아버지가 돌봄이나 수용을 받아 봤을까요? 자신의 취약함이나 연약함에 대 해서 인정받아 본 경험이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여요. 동생과 수영장에서 있 었던 일만 봐도 아버지가 얼마나 돌볼 줄 모르는 사람인 가요? 도대체 어떻 게 살아 왔길래?

    (2016. 9. 13. 지도교수와의 면담)

    도대체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난생 처음 가져보는 의문이다. 지금까지의 아빠는 내 삶을 처참하게 망쳐버린 나쁜 사람이고 철저한 가해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북에 남겨 놓은 부모와 형제들 그리고 처자식을 많이 그리워했다는 사실이 슬픔의 색채를 담고 떠오른다. 그 또한 자신의 삶에 중요한 누군가를 상실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혼란 스럽다.

    (2016. 9. 13.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지도교수의 이해되는 공감과 설명은 나에게 아버지를 하나의 객체가 아닌 한 사람의 주체일수 있음을 인식시켰고 상실의 경험을 온전히 ‘나’ 자체로 인식하던 심리적 등가성의 심리 경험 양식에 서 조금씩 빠져 나오게 하였다. 가해자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던 아버지가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삶을 가진 한 인간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형 밑으로 연달아 딸만 둘씩이나 태어난 직후라 나의 출생은 온 집안의 경사였단다. 그 런데 그 기쁨도 잠시 애가 통 먹지를 않고 울기만 했단다. 온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맨 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줄 창 울어대니까 온 집안이 진저리를 냈다. <중략> 동생이 생기고 부터는 엄마 품은 동생에게 뺏기고 할머니 방에서 잠을 자다가도 엄마한테 갈려고 발버둥 치면 할머니는 나를 달래느라고 잠도 못자고 애를 먹었단다. <중략> 어머니도 제삿날 이 면 지짐을 지질 때 우선 나부터 배불리 먹여 내보내는 것이 순서처럼 되어 있었다. 원체 내 울음이 유명한지라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온 집안이 시끄러울 것이니 일찍 배불리 먹여 놀러 보내는 것이 상책이었으리라.’

    (1989. 7. 25. 아버지의 회고록)

    아버지는 오래 기다린 아들로 ‘극진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진저리나게 할 만큼 ‘질기에 우는 아기’였다. 아버지의 아름다운 회상 속에서 나는 ‘질기게 우는 아기’ 를 도려내어 이기적이고 혼란스러운 삶을 살다간 아버지의 초상 위에 올려놓았다. 비로소 아버지는 무언가 두렵고 불안했던 초기경험을 가진 유아가 되었으며 원하지 않은 전쟁에 의 동원되어 가족과 고향을 잃고 생사를 오갔던 전후의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시공에 홀로 놓인 존재가 되었다.

    (2016년 9월 중순 메모)

    ‘질기게 우는 아기’는 양육자로부터 자신의 정서를 조절 받지 못하였고 스스로의 조율 또한 실 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애 초기 부모-자녀관계에서 자녀는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정서적 돌봄과 훈육으로 정의되는 초기 부모-자녀관계는 정서조절 능력이 내재화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31].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초기 대상관계는 자기 마음상태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타인의 마음상태를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성찰적 기능인 정신화(mentalizing)가 발달하는 맥락이 된다[36]. 아버지의 안정적 애착 형성의 실패는 이후 전쟁과 분단이라는 강력한 외상적 사건에 더해져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적 태도를 갖게 하는 정신화의 실패 로 이어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뇌 스캔 결과, 정신화와 마음챙김의 기능에 참여하는 내 측 전전두엽의 활성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공포의 기억이나 나약함과 취약함을 맞닥뜨려 야 했던 수치심을 안고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려면 실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끔찍한 감각을 차단하기 위해 차라리 삶을 온전하게 느끼며 사는 기능마저 없애 버린 것을 설명하고 있다 [46]. 안정 애착 형성의 실패와 전쟁과 분단이라는 외상으로 인한 아버지의 정신화의 실패는 자녀와의 애착의 형성의 실패와 자녀의 정신화 발달에 장애를 초래했다. 압도적인 크기의 가해자로 내 인생에 존재했던 아버지는 점점 작아졌으며 자신 이외에 누구도 돌볼 수 없는 취약한 존재가 되었다. 아버 지의 취약함에 대한 발견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나와 내 가족 또한 아버지와 많이 다르지 않은 취 약함을 지닌 실존적 존재로 바꾸어 놓았다.

    나 : 그리고 너무나 불안정하게 사는 형제들이 창피했고 날 미워하고 괴롭히는 언니가 너무 밉고 무서웠어요. 엄마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는 언니에 대한 원망도 많았는데 지금은 참 대견하고 치열하게 살아왔구나 싶어요. 그 언니 의 심리상태에서 자식을 버리지 않고 책임졌다는 것이 나라면 가능했을까. 저 같았으면 아마 죽었을 것 같거든요. 그 부분에서 언니는 누구한테도 한 번도 칭찬을 받지 못했겠구나 <중략>. 오빠들도 동생도 얼마나 힘들었을 까... 견뎌오고 버텨왔다는 사실에 대해 오빠들의 입장에서 동생의 입장에 서 다시 생각이 들어요.

    지도교수 : 그때는 선생님도 아파서 잘 몰랐겠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과 미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준 게 고맙기도 하고 그런 맘이 있으시군요. 그 모든 고통과 그 모든 괴로움 속에서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나. 선생님만 그러고 있냐는 거예요. 형제들 마음 은 어떨까요?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무력하고 버림받은 엄마를 지켜보는 것이 내게 고통이었듯이 형제들의 힘듦과 고통을 지켜보는 것 또한 내게는 아픔이어서 힘들다. 우리가 서로를 돌보지 못한 것은 어쩌면 자 신의 형제들이 겪는 고통을 담담히 지켜보기엔 너무나 취약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언니에게 지난날의 서운함을 아무 거리낌 없이 쏟아낼 수 있도록 언니가 넉넉하고 행복했 으면 좋겠다. 나도 힘들고 외롭다고 관심을 보여 달라고 투정 부릴 수 있을 정도로 형제들 이 든든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2016년 7월 28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후기)

    나 : 누군가 저를 정말 안전하게 보호해주기를 원했어요. 그리고 기대고 싶고 위 로 받고 싶어요.

    지도교수 : 그건 좋은 맘이에요. 그게 건강한 마음이죠.

    나 : 기대고 싶은 것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건강한 것 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2016년 8월 31일 지도교수와의 면담)

    나의 상실과 아픔이라는 내적 상태에 공명하며 그것에 대해 성찰하고 표현해 준 지도교수의 감 정적으로 조율된 티가 나는 반영은 나를 잘 담아내는 안전기지의 역할을 하였으며 미움과 원망으로 자기대상의 상실을 버텨온 나의 와해된 인식을 복구함으로써 나의 외상적 경험을 감당할 수 있는 최 적의 좌절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상호주관성에 기반한 애착 관계의 경험은 타인들을 그들의 관점에 서 이해할 수 있는 ‘나-너(I-Thou)’관계[6]로 인식할 수 있게 하여 나와 내 가족들을 객체뿐만 아니 라 주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나의 자기애적 욕구의 좌절로 수용하기 힘들었던 부정적 인 자기표상에 대한 지도교수의 자기대상으로서의 공감적 이해를 기반으로 한 해석은 발달과정에서 방해받은 성장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에너지로 변형내재화 되어갔다. 이는 내 자신의 정서를 차츰 내 것으로 인정하게 하였으며 직면하기 힘들었던 외상적 사건에 대한 재경험의 시점을 현재에서 과 거로 이동시켜 외상적 정서에 압도 되지 않고 성찰할 수 있는 내적 경험으로 이끌었다.

    IV.결론 및 함의

    어린 유아로서 겪었던 나의 애착 외상으로 인한 고통은 경험 그 자체가 주는 실질적인 상실의 영 향에 더하여 나의 상실을 공감적으로 이해해주며 설명해주는 부모의 성찰적 기능의 부재와 전통적 인 가족관을 벗어나는 가족형태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적·문화적 환경에 의해 더욱 가중되어 나의 결손감을 뿌리 깊게 하였다. 그러나 협력적 자문화기술지 작업과정에서의 공동연구자인 지도교수의 공감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해석과 상호주관성에 기반 한 안전기지 경험은 결손된 나에게 새로운 자기대상과 안정애착 형성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외상적 경험 자체에 대한 탐색보다 치유에 초점을 맞춘 작업과정은 비언어적이고 정서적인 경험에 대해 알아차리는 정신화의 바탕이 되는 성 찰적 태도를 갖게 하여 늘 현실처럼 느껴졌던 외상적 경험에 매몰되지 않고, 경험과 현실의 차이와 표상의 다양성 및 변화 가능성을 인식시킴으로써 나의 외상적 경험에 대해 다중적인 관점을 갖도록 하였다.

    이상의 협력적 자문화기술지 작업과정을 통해 얻게 된 결론과 상담적·교육적 함의를 제시함으로 써 외상적 경험으로 인한 결손된 자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내담자들과 이들을 돕고자 하는 상담자들 을 위해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결손된 자기’에 대한 협력적 자문화기술지는 애착 외상과 부모의 정신화 능력 그리고 사회 적·문화적 환경이 어떻게 ‘자기의 결손’을 구성해 나가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자료를 제공하였다.

    아버지의 상실과 사회․문화적으로 수용되지 못한 복잡한 가족관계를 이해 할 수 없었던 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 돌리고 내 자신을 ‘결손된 자기’로 인식함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 시켰다. 그러나 지도교수와의 면담 및 고백적 글쓰기로 진행 된 자문화기술지의 작업과정은 미처 발 견하지 못했던 고통의 이면에 대한 고찰과 새로운 해석으로 내 자신이 ‘결손된 자기’가 아닌 ‘아팠던 자기’임을 알게 해주었다. 이러한 연구자 자신의 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자기분석의 과정은 나와 가 족 그리고 사회적·문화적 환경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회복되어가는 자기’를 만 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나는 나의 외상적 경험이 자기의 결손으로 고착되는 데에 있어 부모의 정 신화 능력의 부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애착대상의 상실은 유아에게 자신을 ‘결손된 자기’로 인식하게 할 만큼 충격적인 외상적 경험이 된다. 그러나 유아가 겪는 고통의 기저가 되는 정신 과정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아이의 정서적 신호들을 해석해 줄 수 있는 부모의 정신화 능력은 아이의 심리적 안전기지가 되어 유아의 불안과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안정 애착 형성 을 촉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계 경험은 아이가 ‘정신적인 주체적 행위자(mental agents)’가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며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의해 압도되거나 그것으로부터 차단되기 보다, 그 경험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심리적 등가성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해준다[47]. 하지만 나의 부모 또한 애착 관계와 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 속에서 불가항력의 외상을 겪음으로써 부모 자 신은 물론 자녀들의 정서적 신호를 해석할 여지를 가질 수 없었다.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 놓여 있었 던 부모의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은 강력했던 나의 자기 대상을 유한한 시공 속에 놓여진 유약한 실 존적 존재로 바꾸어 놓았다. 이로서 나는 사회·문화적으로 수용되지 못했던 나의 복잡한 가족관계를 ‘부끄러움’이 아닌 ‘어쩔 수 없음’의 안타까움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한 개인의 ‘건강한 자기’의 성장에 있어 애착과 부모의 정신화 능력, 사회적·문화적 환 경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자기의 결손’을 구성해 나가는지에 대한 질적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나의 협력적 자문화기술지는 급변하는 사회구조로 인해 갈수록 다양해지는 가족의 변화 속에서 애착 외상과 진정시켜주고 조율시켜주는 대상의 부재, 그리 고 사회적·문화적 소외로 힘들어하고 있는 내담자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또한 그들을 사회 속으로 끌어들여 함께 성장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자면, 가족 상담과 자녀 상담에 있어서 부모의 정신화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다 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적·사회적 지지체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부모의 정신화 능력 제고를 위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며 다양한 가족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급변하는 가족의 다양성을 수용하고자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13, 16, 21, 22 ,28, 34] 주로 유 아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대상이 한정되어 있어 그 범위와 영역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협력적 자문화기술지 작업과정에서 새롭게 경험된 상호주관성에 기반 한 자기-자기대상 관 계는 안정애착을 경험하게 하고 성찰적 태도인 정신화로 안내함으로써 자기의 회복에 기여하였다.

    나의 상실에 대한 지도교수의 상호주관성에 기반한 공감적 이해와 온정어린 해석은 나의 외상적 경험에 대해 무조건적 존중과 같은 깊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감당하기 힘들었던 좌절을 스 스로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좌절로 변형시켜 안전한 환경 안에서 충분히 애도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상호주관성은 ‘나-그것(I-It)’의 관계[6]가 아닌 두 개의 주관성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이다. 이는 사건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을 인식하게 하고, 가능한 통합을 통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낸다. 이러한 관계는 결코 회복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던 나의 외상적 경험, 즉 아버 지의 상실과 복잡한 가족구조 그리고 지독한 가난에 대해 파편화된 나로서는 알 수 없었던 전혀 다 른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였다. 이것은 지금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로만 경직되게 정의했던 가족들을 각자의 삶을 가진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시킴으로써 나의 대상들을 생생한 실존적 존재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결손된 나’를 ‘아픈 나’로 바라볼 수 있게 하였고 직면하기 힘들었던 부정적인 정 서들에 압도되지 않고 나의 것으로 온전히 수용할 수 있게 하였다. 이와 같은 상호주관성에 기반한 새로운 안정애착 경험은 자신의 경험을 심리내적 사건으로 볼 수 있는 표상능력이자 의미 있는 타인 과의 관계에서 체험하는 정서적 경험의 의미를 관계적 맥락에서 의식화 할 수 있는 일종의 상위 정 서조절 능력인 정신화[31]로 이끄는 성찰적 태도를 갖추는 바탕이 되었다.

    셋째, 협력적 자문화기술지의 글쓰기 과정은 결손된 나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신 화 능력을 제고 하였으며 자기 회복에 기여하였다. 글을 쓰는 행위는 정적 평형 상태로 심리적 균형 을 이루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과거의 일을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 는 간격을 보유할 수 있다. 즉, 쓴 글은 과거를 기억하게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에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된다[39]. 나의 외상적 경 험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은 산산이 해체 시켜버리고 싶었던 나의 상실과 고통을 꼼짝 못한 채 온전 히 직면해야 하는 고통을 가져왔다. 그러나 온정을 잃지 않은 지도교수의 공감적 이해는 나의 안전 기지가 되어 두려움으로 외면하고 싶었던 내면의 정서를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 도전하게 하였으 며 이해되는 해석은 그동안 돌보지 않아 버려졌던 결손된 자기를 따뜻한 손길로 다시 돌보는 작업이 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내적 경험을 체계적인 글쓰기로 정리해나가는 자문화기술지의 작업과정은 마치 힘든 좌절의 상황에서의 유아가 자신을 진정시켜주고 안정시켜 주는 부모와 그 태도를 변형 내 재화[9]하는 것처럼 외상적 경험에서의 고통이 조금씩 감소되고 성찰적 힘이 차츰 증진되는 점진적인 중성화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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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plan of study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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