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이 연구의 목적은 입양아동의 입양 관련 활동 참여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입양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질적 연 구접근 중 하나인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통해 분석하였다. 연구자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을 중심으로 연구의 실천적, 이론적 필요성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실천적 필요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5년 입양특례법 일부개정 이후 입양분야에서는 입 양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후서비스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즉, 입양특례법 제3조 4항에서 는 ‘입양아동 및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과 함께 ‘입양 후 원만한 적응을 위한 상담 및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제25조 1항에서는 입양이 성립된 후 1년 동안 ‘양친과 양자의 상호적응상태에 관한 관찰 및 이에 필요한 서비스, 입양가정에서의 아동양육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 입양가정이 수시로 상담할 수 있는 창구의 개설 및 상담요원의 배치’ 등 양친과 양자의 상호적응을 위 하여 사후관리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에 따라 각 입양기관의 실무자들은 입양아동과 입양가 정에 대한 사후서비스를 개발하여 수행하고 있고, 한국입양홍보회 등 입양관련단체들과 중앙입양원 도 사후서비스 차원의 프로그램들을 수행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 입양아동과 입양가정을 위한 지원이 양육수당이나 의료급여, 입양수수료 지원 등의 경제적 지원과 자조모임 운영이나 특별한 욕구를 가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담과 치료 서 비스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황은 매우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즉, 현재 입양기관과 입양단체들이 제공하 고 있는 사후서비스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되고 있으며, 각 사후서비스들이 입양아동과 입양가 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본 연구에서는 입양아동들이 이미 입양기관과 입양단체 등을 통해 사후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 활동들에 참여하면서 주관적으로 어 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이론적인 필요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입양에 대한 연구들은 입양아동의 발달 이나 입양부모와 가족의 적응수준을 측정하고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규명하는 양적 연구들[1, 4, 5, 6, 7, 10, 11, 16]과 입양아동이나 입양부모의 주관적 경험을 탐색하는 질적 연구[2, 7, 8, 15, 17, 18, 19, 20, 21], 입양 실무자의 실천경험에 대한 연구[22], 입양 법률과 정책, 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 구[13] 등으로 이루어져 왔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 중에서 일부는 종단연구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대표 적인 것이 그동안 한국입양홍보회(MPAK)와 중앙입양원에서 지원한 <입양아동발달에 관한 종단연 구>이다[1, 3, 4, 5, 7, 11, 16].
이들 연구는 위에 언급한 실천현장의 이슈들과 질문들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러나 동시에 몇 가지 한계들도 가지고 있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양기관과 단체들의 사후서비 스와 각종 활동들에 대한 평가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본격적으로 사후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이러한 사후서비스를 평가하기 위한 틀과 방법들도 체계적으로 고안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사후서비스가 얼마나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으며, 그 효과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실천적 필요성과 이론적 필요성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입양아동들의 입양 관련 활동 참여 경험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입양 관련 활동’이란 입양기관과 단체들이 입양아동의 적응을 위해 사후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하는 전국단위 입양가족캠프, 지역단위 자조모임, 집단 프로그 램, 예체능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입양아동의 관점에서 포착하는 것이며, 그 활동에 참여한 경험과 주관적인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 과 같다. “입양아동의 입양관련 활동 참여경험은 어떠한가?”
Ⅱ 문헌검토
1 입양아동이 경험할 수 있는 이슈들
입양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며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외국 선행연구들에서 발달 영역별로 살펴보면, 자아정체성과 학업성취, 사회성은 입양아동과 비입양아동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문제행동과 적응문제에서는 입양아동이 비입양아동보다 문제행동과 적응문 제의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1]. 그리고 국내 연구결과도 외국의 연구결과와 비슷하게 입양아동은 비 입양아동과 비교하여 발달영역에 따라 발달결과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하면서 자아발달 은 비입양아동과 입양아동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지발달은 일관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성 발달은 유아기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입양아동이 비입양아동보다 긍정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반면에, 문제행동 수준은 성장하면서 입양아동이 비입양아동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외 선행연구 모두 입양아동이 비입양아동과 비교하여 자아발달, 학업성 취, 사회성 발달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문제행동과 적응문제는 약간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1].
이와 같이 입양아동이 비입양아동보다 문제행동과 적응문제가 약간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입양으로 인해 다양한 이슈를 경험하기 때문으로 보이며, 그러한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9]
첫 번째로 친생부모와 분리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영아기에 입양된 아동들을 포함하여 모든 입양 아동은 상실과 깊은 슬픔을 경험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왜 입양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친생부모로부터 포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실에 대해 애도하는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 러한 과정은 인생의 전 과정에 걸쳐서 진행된다.
두 번째로 입양아동들은 친생부모와 분리를 경험하면서 친생부모와 형성한 애착이 단절된 경험을 하였거나 입양 전에 학대, 방임, 시설보호를 경험한 경우에는 입양부모를 포함한 타인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입양된 시기와 관련 없이 입양아동과 청소년들은 생물학적 부모와 입양부모 사이에서 ‘나 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네 번째로 입양아동은 입양 후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입양가족에 새 가족구성원으로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입양부모가 입양아동이 건강하게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양 육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입양부모 중에는 입양 후 우울증을 경험하 는 경우도 있으며, 새로운 부모역할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입양부모도 있을 수 있고, 난임인 입양부모의 경우는 자신들이 원했던 생물학적 자녀에 대한 상실과 슬픔의 감정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힘든 과정에 있을 수도 있다.
다섯 번째로 입양아동은 성장해 가면서, 친생부모와 가족에 대한 정보를 원하게 되고, 최근에는 인 터넷을 통해 과거보다 쉽고 빠르게 친생부모와 가족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 정에서 입양아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힘든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입양아동 중에는 성장하면서 건강과 발달지체, 학교적응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 우도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 2007년에 전국적으로 입양부모를 대상으로 5세에서 17세 입양아동 1,722 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아의 경우 위탁가정에서 입양된 아동의 52.4%, 민간 입양기관에서 국내 입양된 아동의 41.0%, 국제 입양된 아동의 40.1%, 여아의 경우는 각 각 36.3%, 24.8%, 30.9%가 정신 건강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24].
2 입양 사후서비스와 입양아동의 활동
입양아동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적지 않게 이루어져 왔지만, 입양아동의 입장에서 입양관련 활동들 을 분석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양아동의 입양관련 활동은 대체로 입양단체나 입양기관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입양 사후서비스에 대한 문헌들을 검토하였다. 입양아 동을 위한 사후서비스를 살펴보면, 지지집단, 캠프 및 문화행사, 치료 및 상담, 일시보호 및 휴식서비 스, 교육 및 정보제공 서비스, 친생부모 및 가족 찾기 등의 서비스가 있으며,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제 공되는 사후서비스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9, 14, 23].
먼저 입양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또래 지지집단 또는 나이든 청소년이 어린 아동의 멘토가 되는 지지집단 모임은 입양아동이 처음으로 다른 입양된 아동과 청소년을 만나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 를 제공하고, 특히 친생부모와 입양가족과 관련한 걱정과 두려움에 대해 나누면서, 입양에 대한 자신 의 생각과 감정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 하면서,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활용한 온라인 지지집단 프로그램도 활성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 우는 한국입양홍보회와 각 입양기관의 지역별 입양가족 자조모임을 통해 입양아동들이 다른 입양아동 들을 만나고 있다.
두 번째로 캠프와 문화행사가 있는데, 1박2일 또는 주말이나 일주일을 함께 보내는 등 다양한 기간 동안 제공되며, 소풍, 레크레이션과 같은 일반적인 캠프활동과 더불어 국제입양된 아동이 있는 경우 모국의 기념일이나 문화 행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된 입양아동들 사이 의 깊은 우정은 캠프 후에도 지속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입양홍보회가 매년 여름에 진행하는 입 양가족 캠프와 가을에 제공하는 입양가족 대동제, 대한사회복지회가 매년 여름에 제공하는 입양청소 년 캠프 프로그램, 독립적인 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입양합창단과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입양합창단 프로그램 등이 있다.
세 번째로 입양아동에게 애착문제, 정서적 문제 및 행동적 문제가 있거나 입양이 기대와는 다르다 고 느끼는 입양가족을 위한 치료 및 상담서비스가 제공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탁아동과 입양아동을 위한 심리치료 서비스, 초기입양가족 적응을 위한 사후서비스, 고위험 입양가족 사례관리 서비스 프 로그램을 통해 치료 및 상담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네 번째로 입양부모가 입양자녀의 양육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하는 경우, 입양부모와 입양아동 간 의 갈등이 심각한 위기 상황인 경우는 입양아동에게 일시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시보 호 및 휴식서비스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양아동과 가족만을 위한 일시보호 및 휴식 서비스는 없고, 위기 입양아동과 가족들이 지역사회 기관에서 제공하는 일시보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고위험 입 양아동 사례관리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다섯 번째로 책, 잡지, 웹사이트를 통하거나 워크숍, 세미나, 컨퍼런스를 통해 입양아동에게 다양한 교육 및 정보제공서비스가 제공된다. 교육 및 정보제공 서비스의 내용은 왜 입양되었는지, 각자의 입 양 스토리를 이야기 하도록 하고, 입양이슈를 다루기 등의 주제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입 양원, 한국입양홍보회, 건강한 입양가족 모임 등의 홈페이지에서 입양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 하고 있지만, 입양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 및 정보제공 프로그램이 없다.
마지막으로 입양아동과 청소년이 친생부모 및 가족 찾기를 원할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어떻게 진행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한 이슈와 감정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 하며, 실제로 입양아동이 친생부모 및 가족 찾기를 시도하도록 준비작업을 지원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입양원과 민간 입양기관에서 친생부모 및 가족찾기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다.
Ⅲ 연구방법
1 연구접근: 질적 사례연구
이 연구의 목적은 입양아동의 입양관련 활동 참여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질적 연구방법, 그 중에서도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활용하였다. 질적 사례 연구 접근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가진 체계,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을 통한 이슈 발견 등의 특성 을 가지고 있다[12]. 따라서 입양현장의 구체적인 공간적 경계와 입양관련 활동기간이라는 시간적 경계 를 가지고 있고, 입양아동들이 참여하는 입양관련 활동들에 대한 사례 내 분석과 전체 사례들을 통합하 는 사례 간 분석을 통해 입양관련 활동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파악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 연구 에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2 연구사례와 연구참여자
이 연구의 사례는 입양아동들이 참여한 입양 관련 활동들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입양 관련 활동’이 란 입양특례법 개정에 의해 의무사항이 된 사후서비스 제공을 위해 입양기관들이 입양아동의 적응을 위해 실시하는 집단프로그램과 캠프, 자조모임 등과 함께 입양단체나 관련 서비스기관들이 개최하거 나 운영하고 있는 집단프로그램, 캠프, 자조모임, 예체능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의미한다. 이 연구 에서는 이 중에서 전국단위 입양가족캠프, 지역단위 자조모임, 구조화된 집단프로그램, 예체능활동 등 네 가지 활동에 초점을 두고 탐색하였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위에서 기술한 입양 관련 활동들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8세부터 18세까지 입양아동 30명이다. 네 가지 활동(사례)별로 각 5명 이상의 아동을 선정하여 자료 를 수집하였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는 개별 입양아동들이 다양한 입양 관련 활동들에 노출되거나 참여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모집한 입양 관련 활동에 초점을 두어 자료를 수집한 뒤에 다른 활동에 대한 참 여경험들로 확대하여 탐색하였다. 결과적으로, 활동 사례별로 경험을 진술한 연구참여 아동의 수는 전 국단위 입양가족캠프가 26명, 지역단위 자조모임이 13명, 집단프로그램이 5명, 예체능활동(입양합창 단)이 7명이었다.
3 자료수집 방법
이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수집 방법은 심층면접이다. 연구자들은 4개 사례(입양 관련 활동)별로 각 5 명 이상, 총 30명의 연구참여자들(입양아동)을 직접 만나서 일대일로, 1명당 1-2회, 각 회기당 1-2시 간 정도의 면접을 진행하였다. 모든 면접은 연구참여자들과 그 부모의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으며, 가 능한 한 녹음 직후 녹취록으로 작성하고 분석을 시작하였다.
면접에서 가장 먼저 연구참여자들에게 제시한 질문은 “그동안 입양과 관련하여 입양기관이나 단체 에서 운영한 활동들에 참여한 경험이 있나요?”였다. 이 질문에 이어서 “그 활동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그 활동에 참여한 이후에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 관계 등에 변화된 것이 있나요?”, “그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등의 질문들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기본 질 문들을 던진 뒤에 연구에 참여한 입양아동들의 답변을 듣고, 그에 대해 더 구체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탐색을 진행하였다.
4 자료분석 방법
이 연구에서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에서 주로 활용하는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을 수행하였다. 사례 내 분석에서는 입양아동들이 참여한 네 가지 활동별로 자료를 분류하고, 범주화 접근을 통해 분 석하였다. 즉, 전국단위 입양아동캠프, 지역단위 자조모임, 집단 프로그램, 입양합창단별로 각 활동에 참여한 입양아동들의 진술을 모은 뒤에, 활동별로 입양아동의 관점에서 의미단위-개념-하위범주-범 주로 이어지는 범주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로 네 가지 활동별로 입양아동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입양관련 활동경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례 간 분석에서는 입양관련 활동의 유형을 넘어서, 입 양아동들이 입양관련 활동에 참여하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과 변화, 의미 등을 주제로 뽑아내고, 각 주제를 기술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하였다.
5 윤리적 고려
이 연구는 질적 연구로서 고유하게 발생하는 윤리적 고려사항들을 다루기 위해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절차들을 진행하였다. 먼저 연구가 진행되기 이전에 공동연구진 전체가 연구윤리에 관한 공식적인 교 육을 받았으며, 연구자가 속한 OO대학교의 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연구윤리에 대한 심사를 받았 다(1044396-201612-HR-102-01). 또한 이후 연구윤리 심사에서 통과된 규정에 따라 고지된 동의, 자발적 참여, 연구참여로 인한 피해,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 비밀보장 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Ⅳ 연구결과
연구결과는 입양아동들이 경험한 네 가지 입양 관련 활동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것과 통합분석 결 과로 구성하였다. 네 가지 활동에는 전국 단위의 입양가족캠프(별캠프), 지역단위 자조모임, 집단 개 입(통스쿨과 닮은꼴캠프), 예체능활동(합창단)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분석의 차원은 프로그램 평가에 서 주로 활용되는 논리모델의 틀에 따라 투입, 과정, 성과(변화와 의미), 제안 등을 기본요소로 구성하 였으며, 각 활동별로 인터뷰에서 나타난 내용을 분석한 것이므로, 기본 요소 네 가지가 모두 포함되지 않는 활동도 있다.
1 전국단위 입양가족캠프
여기에서 분석한 전국단위 입양가족캠프는 입양가족단체인 ‘한국입양홍보회’가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를 의미한다. 이 캠프는 여름 방학/휴가 기간에 가족단위로 모집하며, 전체 일정은 2박3일 동안 진행되고, 가족 전체가 모여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입양부모와 입양아동들이 따로 모이는 프로그램 들로 구성된다. 입양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학령과 연령을 기준으로 구분된 집단별로 진행 되며, 개별 프로그램은 입양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족단위로 모 집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입양아동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별캠프’라고 부른다. 이전에는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된 적도 있지만, 최근 수년간은 입양부모들과 동일한 공간에 서 진행되어 왔다. 연구참여자들에게는 가장 최근에 참여한 입양가족캠프에 대해 생각해보고 진술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입양아동의 입장에서 바라본 입양가족캠프 경험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투입요소에 대해서 는 개최장소와 시간, 인력, 참여자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과정평가에는 참여동기, 프로그램 만족, 강의내용, 불만족 요소 등이 포함되었다. 입양아동들이 기억하고 있는 인상 깊은 프로그램은 매우 다 양하게 제시되었는데, 세부적인 사항들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논 것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는 캠프에 참여할 때마다 질문을 통해 궁금한 점을 해결할 수 있고, 생 각이 더 넓어지며, 역할극을 통해 생각이 달라진다는 진술이 있었다. 불만족 요소로는 강의 위주의 프 로그램, 매년 동일한 내용이 반복됨,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함 등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사 항들은 향후 매년 입양아동캠프를 기획하면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캠프에 참여하면서 본인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는데, 대부분의 진술은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냄’으로 수 렴되었다. 입양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고 재미있게 놀 수 있으며, 학교 친구들보다 더 친하고 편하게 느 껴진다고 하였다.
입양가족캠프를 통해 나타난 변화로는 입양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태도가 변화되었다으며, 성숙 해졌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입양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입양이 쉽지 않 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으며, 일반화할 수 있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 들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거나 공유할 수 있었고, 생모나 일반 사회구성원들의 입장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입양에 대해 당당해져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동생들에게 조언해 주 고 싶다는 태도의 변화도 나타났다. 캠프 이후 의미 있는 변화로는 성숙을 들었으며, 효과가 없다는 진 술도 있었다. 성숙에는 화를 참을 수 있게 됨, 성적도 오르고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가 좋아짐, 가족에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음 등이 포함되었다. 개선을 위한 제안으로는 지속적인 캠프 운영, 또래모임 유 지, 해외입양인 만남, 활동적인 프로그램, 겨울 프로그램, 일반인 대상 강의 등이 제시되었다. Table 1
2 지역단위 자조모임
여기에서 분석한 자조모임도 입양가족단체인 한국입양홍보회가 전국적으로 조직화한 지역모임들 을 말한다. 다만 입양기관들도 대부분 자체적으로 자조모임을 운영하기도 하기 때문에 자료수집 과정 에서는 다른 자조모임에 참여한 경험을 진술하기도 하였다. 한국입양홍보회에는 국내에 총 27개의 지 역모임이 있으며, 미국에서는 미주 지역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이들 지역모임은 한국입양홍보회의 지 원을 받고 공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자체 합의에 의해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모임은 분기별로 해당 지역의 입양가족들이 모두 참여하는 모임을 진행하며, 매달 입양 부모들만 모이기도 하며, 전업주부와 직장여성 여부에 따라 모이는 시간을 달리 하기도 한다. 일부 지 역은 입양아동들만 따로 모이는 또래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모임의 역량과 입양기관과 관계에 따라 민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일회성 또는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Table 2
입양아동의 입장에서 지역단위 자조모임 참여경험은 다음과 같다. 어떤 아동은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참여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조모임을 하게 되면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리며, 아동들은 프로그램 없이 자기들끼리 놀고, 같이 밥 먹는 시간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이들이 진술한, 자조모임을 통한 변화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알고 싶어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입 양친구들과 관계가 깊어짐이었다. 지역단위 자조모임에 계속 참여하다보면 입양에 대해 궁금해지고, 가족이 되는 방법을 더 알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이들끼리 유대감이 생기고, 모임에 서 만난 또래들과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으며, 조언을 듣기도 하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동 질감 또는 일반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단위 모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또래 아동들의 참 여를 확대했으면 한다는 것과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다른 성향의 아이들이 함께 놀고 어울릴 수 있도 록 했으면 한다고 제안하였다.Table 3
3 집단 개입
여기에서 분석한 집단 개입은 입양기관이 주최한 집단 프로그램인 통스쿨과 닮은꼴 캠프다. 통스쿨 은 국내입양청소년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입양청소년들이 가족 간, 또래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올바른 자기표현 방법 및 감정표현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며, 4월부터 12월 까지 매월 첫째, 셋째주 토요일마다 입양기관에 모여서 입양아동들과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한다. 사 업내용은 집단상담과 자조모임, 연말발표회 등으로 구성되며, 자조모임과 연말발표회는 뮤지컬, 밴 드, 사진 등 참가자 욕구에 따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지만, 최근에는 뮤지컬을 주 활동으로 진행하였 다. 닮은꼴캠프는 국내입양청소년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국내입양청소년들의 또래 지지체계 강 화와 지지적인 멘토 제공을 통한 긍정적 자아상 형성 및 정체성 확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6월-12월 사이에 4박5일 캠프와 매월 1회 정기멘토링을 실시한다. 또래 간 친목도모와 지지체계 강화 를 위해 대학생 봉사자들과 국내입양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캠프를 실시한 뒤에 캠프 후 대학생 자원봉 사자들이 캠프에 참여하였던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매월 1회 주제별 정기모임을 진행한다. 이 두 프로 그램은 캠프의 성격을 띠기도 하고, 이벤트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목적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 으며 정기적으로 집단 만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동시에 다른 활동들과 차별화된다.Table 4
집단 프로그램들을 경험한 입양아동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투입요소로서 시간과 공간(통스 쿨)에 대해서는 격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것이 귀찮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거리가 멀고 이동 시간이 길었다는 점, 너무 멀어서 다니기 힘들고 안 다니고 싶다는 진술들이 있었다. 참여동기도 아동 의 자발적인 동기라기보다는 입양모와 친한 엄마들이 추천해서 함께 하게 된 사례들이 많았다.
과정평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만족에 대해서는 집단 프로그램별로 구분하였다. 통스쿨의 경우 뮤 지컬이 주된 활동이었는데, 춤과 노래 연습을 즐기며 배우는 것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다른 일부는 연기나 발표의 형식이라 부담스러웠고,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할 생각이 없다거나 학원 과 비슷하여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도 하였다. 닮은꼴 캠프는 매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 만났 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면서 즐거웠으나 입양에 대해 배우거나 얻는 것은 없다 는 진술이 있었다. 매년 가도 재미있고 좋다는 진술에 근거하면, 아동들은 활동 자체보다 친구들을 만 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이 낯설었다는 진술들도 있었 다. 제일 막내여서 기분이 이상했고, 신기하고 익숙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고 하였다.
집단 프로그램을 통한 변화는 프로그램의 영향과 변화 없음으로 구분하였다. 통스쿨의 경우 변화를 느끼지는 않지만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있고, 입양아동들만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생각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뮤지컬 연습과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아 진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아동 도 있었다. 닮은꼴 캠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입양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혼자 따로 있는 느낌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진술도 있었다. 또한 집단 프 로그램을 통해서는 변화를 느끼지 못했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아동도 있었다.
4 예체능 활동
이 연구에서 분석한 입양아동들의 예체능활동은 ‘(사)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이다. 2006년에 시작 된 이 합창단은 원래 입양가족단체인 한국입양홍보회의 사업으로 구성되었다가 규모가 커지고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2010년부터 독립적인 단체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합창단원인 입양아동들은 신청 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되며, 매주 합창연습을 하고 있고, 음악회나 연주회를 주최하거나 참여하며, 방 송이나 각종 행사에 초대받아 공연을 하고 있고, 합창제에 참여하거나 해외공연 등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단독 앨범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입양아동의 입장에서 입양합창단 활동은 과정평가와 성과평가로 구성하였다. 먼저 과정평가는 참 여동기와 합창연습에 대한 평가, 대회/공연에 대한 평가, 관계의 영향, 추천 여부, 입양이라는 타이틀, 양가감정, 입양을 당당히 홍보함, 서로 마음이 통함 등으로 구분되었다. 참여동기는 친구들을 포함한 다른 입양아동들을 따라서, 엄마에 손에 이끌려, 엄마 친구의 추천 또는 설득으로, 그냥 다니다가 정 들어서 계속 다님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합창 연습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반복되는 연습이 힘들게 느껴지지만 그것보다는 친한 사람들과 떠드는 것, 또는 반대로 말 안 듣는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활동에 대한 만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으로 보인다. 대회에 참여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듣기가 어려웠다. 입양어린이합 창단이다 보니까 입양과 관련된 노래를 주로 하게 되고, 방송에 나가기도 하는데, 그것이 불편함이나 부담으로 느껴진다. 또한 공연 일정이 갑자기 바뀌거나 대회 시간이 지루하게 길어질 때도 불만을 갖 게 된다.
합창단 내 아동들 간 관계와 지휘자와의 관계도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합창단을 그만두고 싶지만 지휘자 때문에 머물러 있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나 동생들을 신경써야 하며, 합창단에서 중요한 역할 을 떠맡게 된 상황 등이 그러하다. 이런 마음을 가진 연구참여자들은 당연히 다른 입양아동들에게 합 창단 활동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또한 입양만을 강조하고, 입양의 의미를 과대포장하며, 입 양과 관련된 노래만 계속하다 보니 싫증이 나기도 하고, 입양합창단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도 느껴진 다고 하였다. 일부 아동은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친구들을 만나서 좋기도 하기 때문 에 여러 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느낀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입양합창단으로 활동하면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들은 크게 입양을 당당히 홍보함 과 서로 마음이 통함으로 구분되었다. 전자의 경우 합창단을 하면서 입양을 홍보하는 것 자체, 그리고 새로운 아이들이 올 때 홍보한 보람을 느낌, 노래 가사를 통해 입양의 의미를 되새김, 입양을 당당히 홍보하고 있는 것, 가족이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 등이 포함되었다. 후자의 경우 합창단 언 니들, 친구들과 터놓고 얘기하는 것, 서로 소통이 되고 통함, 마음을 잘 알아줌, 입양 비밀을 털어놓고 애기해서 마음 편히 지냄, 입양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음 등이 제시되었다.
입양 관련 변화로는 입양을 생각하게 됨이 있었고, 영향이 없다는 경우들도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아동들의 경우 입양합창단 활동을 하기 전에는 입양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매일 입양이라는 단 어가 떠올라 답답한 마음도 있었고, 생모를 찾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하였다. 또한 입양해도 행복하 게 사니까 일반 가정과 같다는 생각, 일반 사람들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떤 아동은 주위에 입양된 친구들이 있으니까 부담된다는 경험을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와는 달리 합창단 친구들 과 입양 이야기를 깊게 하지는 않기 때문에 영향을 느끼지 못하며, 들었던 얘기 중에 기억나는 게 없다 는 진술도 있었다. 이밖에 합창단 활동을 통한 의미 있는 변화로 자존감이 높아졌고, 합창단 활동을 자 랑하게 되었다는 경우가 있었다.
5 통합 분석
지금까지 전국단위 입양가족캠프와 지역단위 자조모임, 집단 프로그램, 예체능활동 등 네 가지 입 양관련 활동들에 대한 입양아동들의 경험을 입양부모와 입양아동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경 험들을 통합하여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입양에 대한 생각 자극하기’다. 입양 관련 활동들은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입양아동들 에게 입양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러한 생각들은 크게 ‘입양의 일반화/보편화(입양이 특별한 것 이 아니며, 나만 입양된 것이 아니다)’, ‘입양의 의미 형성하기(입양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 를 갖고 있고, 나에게는 이러한 의미를 갖고 있다)’, ‘입양과 관련된 정보 습득하기’ 등을 포함한다. 네 가지 활동 중에서 이러한 생각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은 입양가족캠프인 것으로 보이며, 지역단위 자조모임과 집단 프로그램, 예체능활동 등도 부분적으로 또는 종종 이러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 다. 다만 입양어린이합창단으로 대표되는 예체능활동은 입양의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오히 려 여기에 참여하는 입양아동들에게는 부담을 주거나 심각할 경우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입양아동 관계망 형성하기’다. 입양 관련 활동들은 입양아동들 사이의 관계망이 형성되도록 촉진하는 장을 제공한다. 여기에도 전국단위 입양가족캠프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활동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망을 형성해 주고 있다. 다만 지역단위 자조모임과 예체능활동의 경우 더 자주 만나고 있고 입양부모들 사이에는 친밀감이 더 높아지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아동의 수도 적다보니 아동들이 또래를 만나기가 어렵고, 따라서 관계망도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언니 나 동생들과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관계의 양과 질은 동반 약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개별 개입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집단 프로그램의 경우 목적에 따 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계망 형성을 위해 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입 양부모들이 제안하는 대안은 지역이나 권역별 또래모임의 활성화다. 어릴 때부터 입양아동들이 또래 들을 중심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입양아동으로서 정체감 형성하기’다. 이것은 앞서 제시된 ‘입양에 대한 생각’에서 발전되는 것이다. 입양에 대한 생각은 입양에 대한 태도로 발전되고, 그것은 다시 입양과 관련된 행동의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입양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입양아동은 자신을 독특하지만 ‘이상하지 않 은’ 존재로 개념화하게 되고, 자신을 존중할 수 있게 되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당당하게 표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입양아동캠프와 집단 프로그램에서 이루어지는 의도적인 개입을 통 해 발전될 수 있으며, 입양아동들이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입양아동들 이 집단 프로그램과 같은 의도적인 만남과 개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과 지역 범위가 넓을 경우 접 근성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놀이 형식으로 진행하되, 주요 이슈들을 던져주 고, 생각을 자극하며 자연스럽게 연습을 시키는 방식의 활동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넷째, ‘성장과 성숙’ 효과다. 입양아동들은 캠프에 참가하면서, 자조모임에 참여하면서, 집단 프로 그램의 활동들을 수행하면서,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경험하며, 사람 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이 향상되고, 배려를 배우며, 여러 가지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해 가면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성숙해가고 있었다. 각 활동들이 의도하고 있는 목적과 목표, 세부 활동들이 있 기는 하지만, 이들 모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낳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각 활동들이 이러한 결과를 균형 있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의도가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개입이 이루 어지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일상에 점 찍기: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쉼’이다. 입양아동들에게 특정 활동이 어땠냐고 물 어봤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돌아오는 답변은 ‘재미있었어요’였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 한 의미는 재미와 즐거움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분주한 일상은 쉼을 필요로 한다. 캠프도 자 조모임도, 집단 프로그램도, 예체능활동도 반복되는 일상에 점을 하나 찍듯이 쉼과 재미, 즐거움을 주 는 것 자체를 하나의 목적으로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Ⅴ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의 목적은 입양아동의 입양 관련 활동 참여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8~18세 입양아동 3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입양아동들의 입양관련 활동경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질적 연구접근 중 하나인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통해 분석 하였다. 자료 분석은 네 가지 입양관련 활동들을 사례로 규정하여 각 활동별로 입양아동의 입장에서 분 석하는 사례 내 분석과 각 활동의 범위를 넘어서 입양관련 활동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들과 차이점들을 분석하는 사례 간 분석으로 이루어졌다. 사례 간 분석을 통해 나타난 주제들은 ‘입양에 대한 생각 자극하기’, ‘입양아동 관계망 형성하기’, ‘입양아동으로서 정체감 형성하기’, ‘성장과 성숙’, ‘일상에 점찍기: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쉼’ 등이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입양아동들이 입양 후 경험하게 되는 친생부모와 관련된 이슈들, 자아정체감 형성과 관련된 이슈들과 입양 후 입양가족과 학교 적응과 관련 된 이슈들 등 다양한 입양과 관련된 이슈들[9]을 입양 관련 활동과정에서 또래 입양아동들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에서 입양아동이 참여하였다고 나타난 네 가 지 활동은 입양가족캠프, 자조모임, 집단개입, 합창단인데, 합창단을 제외하고 미국의 입양 관련 활 동과 동일하게 나타났다[9, 23].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입양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활동들을 기획할 때 고려해야 할 지침들 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관계가 우선’이다. 집단 프로그램이든, 지역단위 자조모임이든, 전국단위 입양가족캠프든, 예체능활동이든, 입양아동들이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관계’였다. 각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성인 들은 각각 나름의 목적과 목표를 갖고 구조와 세부활동들을 구성하곤 하지만, 아동들은 그런 곳에 아 랑곳하지 않는 듯 관계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관계는 각 활동들의 운영과정과 성과 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선택해야 할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첫째는 ‘관계’를 활동 의 명시적인 목적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이슈다. 둘째는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도적인 개입을 할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의 ‘장’만을 제공해 줄 것인가 하는 이슈다. 이러 한 이슈들은 활동을 기획하는 주체와 상황, 참여자 특성에 따라 고려될 수 있고, 그 조합에 따라 결정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지침을 제시할 수는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아동들은 활동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른 아동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그리고 그 관 계의 양과 질은 저마다 달랐고,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따라서 단순히 관계를 형성할 기회만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일정한 정도의 의도적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집단 프 로그램과 캠프의 경우에는 목적에도 반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예체능활동과 지역단위 자조모임은 상대 적으로 의도적인 개입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들에게도 관계형성에 개입할만한 여력이나 역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입양기관이나 입양단체 들이 자조모임을 할 때나 예체능활동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활동들 을 운영하는 인력을 훈련시키거나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둘째, 입양관련 활동들은 ‘재미있어야 한다’. 아무리 잘 기획되고 구성된 활동이라 하더라도, 재미 가 없으면 효과도 없다. 이 연구에서 입양아동들은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입양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혼자 또는 같이 고민하고, 생각이 바뀌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 양아동캠프와 집단프로그램이 주로 그러한 일들을 경험하는 장이 되었지만 지역단위 자조모임과 예체 능활동을 통해서도 종종 자극을 받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일어난 생각의 변화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양과 관련된 생각들과 그 변화를 언급할 때, 대체로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슬 펐다.’ 등의 감정이 함께 제시되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인지 변화는 감정의 변화와 맞물리기 쉽다. 따라서 입양아동의 생각에 특정한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기쁨 또는 슬픔과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주어진 아이디어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거나 입양 이슈에 대한 생각을 할 때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입양과 관련된 활동들은 입양 이슈들을 중심으로 입양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고, 입양인으로 서 정체성 형성을 도와야 하며, 입양아동의 발달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지점은 신중하게 고 려되고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입양아동의 발달단계별로 다루어야 할 이슈들을 검토하 여 선정하고, 활동을 통해 그것이 정체성에 어떻게 통합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입양단체가 주관 하는 전국단위 입양아동캠프나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집단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과 운 영이 가능하리라 생각되지만, 캠프는 일회성이라는 한계가 있고, 집단 프로그램은 다양한 연령집단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입양되는 아동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사후서비스의 중요 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재 시점과 향후 방향성을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나 중앙입양원을 중심으로 다음 과 같은 개입전략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서울과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등 권역 별로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입양아동캠프와 연령별 자조모임, 연령별 집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 하는 것이다. 또한 입양아동캠프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들이 서로 어울려 놀면서도 이벤트 형식으로 입양 이슈들을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자조모임에서는 관계형성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리더가 될 수 있 는 아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양 이슈와 관련된 서로의 고민들을 털어놓고 공유하며 서로 다른 생각들 을 듣고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집단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입양 이슈들을 다루 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참여아동들이 자연스럽게 자조모임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면 될 것이다.
이 연구는 그동안 선행연구들이 입양아동의 생물심리사회적 발달에만 초점을 두거나 특정 개입의 효과에만 초점을 두어온 경향에서 벗어나 입양아동들이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사례로 선정 하고, 그러한 활동들의 영향과 주관적인 의미들을 포착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연 구결과에 근거한 제언을 통해 입양아동을 위한 더욱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개입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각 활동의 성과와 의미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구체적인 과정과 그 경험에 대 해 파악하고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활동 유형에 따라 참여자의 수에 큰 차이가 있는 것 도 연구결과를 확산하는 데에 어려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후속연구들에서는 각 활동 별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과정과 성과, 의미 등을 파악하려는 시도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