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18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를 포함한 모자가족 또는 부자가족은 한부모가 족으로 정의된다[3]. 배우자와의 사별 및 이혼, 배우자의 유기, 배우자의 정신이나 신체장애로 인한 장 기간 노동능력 상실, 미혼 등으로 인한 경우가 모두 포함되며, 이에 해당하는 한부모가구의 수는 2017 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유자녀가구 수(543만 2천 가구)의 7.8% 수준에 해당하는 42만 5천 가구에 달 하였다[31]. 특히 미래사회에는 가족형태 및 혼인관계의 다양화로 인해 한부모가족의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11], 한부모가족은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활동과 자녀양육의 이중부담을 안고 있 어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대상으로 평가된다[35]. 따라서 한부모가족의 특성을 이해하고 효율적 지원체 계를 마련하기 위한 학문적,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부모가족에 초점을 둔 국내연구들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선행연구들은 몇 가지 측면 에서 연구주제 및 연구대상이 세분화 될 필요성을 보여준다. 우선 한부모가족 대상 연구들 중 다수는 한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자립경험[57], 사회정서적 특성[24], 한부모가족 자녀들의 적응[26] 및 한부모가 족 개입방안[37]에 주로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한부모의 부모로서의 역할경험에 초점을 둔 연구들은 상 대적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이다. 특히, 한부모가족 어머니에게 있어 부모로서의 삶은 개인의 삶보다 우 선순위를 차지하며, 효과적인 한부모가족 대상 정책수립을 위해서는 부모로서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 수적이라는 제안[21]을 고려하였을 때,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을 고찰하는 것은 반드시 필 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한부모가족의 월평균 소득수준은 일반가족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을 받고 있는 경우는 전체 한부모가족의 13.5%, 법정 한부모 또는 차상위 계층으로서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는 28.0%에 해당하여, 전체 한부모가족 중 상당비율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31]. 현대사회에서 부모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자녀교육비 및 양육비 부담, 소득 및 고용 불안정 등의 이유로 매우 부담스러운 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43], 양육의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낮은 소득수준 및 한부모 가족구조 특성[3]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저소득층 한부모에게 주목하여 이들의 부모 역할 경험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본 연구는 국민기초생 활보장 수급계층 및 차상위계층을 저소득층으로 간주하며, 한부모가족 아버지에 비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한부모가족 어머니[32]의 부모역할 경험을 살펴보고자 한다. 단,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를 고 찰함에 있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한부모가족 어머니를 살펴본 선행연구의 수가 국 내외에 아직 많지 않고,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에 대한 연구 또한 소수의 질적 연구들을 통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고자 한다. 따라서 선행연구 고찰을 위해서는 비저소득층에 해당하는 한부 모가족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포함한 한부모 대상 연구들을 포괄하며, 부모역할과 밀접하게 관련된 다고 볼 수 있는 양육행동 및 부모-자녀관계를 살펴본 양적 연구들을 포함시키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역할과 관련하여 자녀 생산, 보호, 양육, 교육 등 자녀를 위한 다양한 의무가 강조되 어 온 바 있다[4]. 그러나 부모역할 수행은 비할 바 없는 행복감과 삶의 의미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는 동 시에 부모역할 감당에 따른 부담과 스트레스 또한 부여하며 부모에게 매우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으로 보고된다[50]. 특히 복잡한 인지, 행동, 정서적 체계를 지닌 한 개인으로서의 부모에 주목해 보았을 때, 부모역할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육신념을 비롯한 부모의 인지적 측면, 양육행동과 같은 행동 적 측면, 행복감과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서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제안됨에 따라[19] 본 연구에서도 부모의 인지적, 행동적, 정서적 경험을 모두 포괄한 부모역할 경험을 살피고자 한다. 질 적 접근을 통해 한부모의 부모역할 경험을 살펴본 선행연구들은 주로 한부모가 부모역할과 관련한 다 양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는 가운데, 자녀양육 과정에서 다양한 강점들을 발휘하기 도 하며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부모역할의 어려 움과 관련하여, 경제적 부담 및 신체적 부담을 포함한 양육부담이 보통 수준 이상으로 높으며[51], 양부 모가족 부모에 비해서는 양육 만족도와 양육의 즐거움, 긍정적 양육행동 수준이 낮고 양육 스트레스 수 준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이 생계유지와 자녀양육을 동시에 해야하는 부담 때 문에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자녀를 돌보지 못하거나[56], 자녀에게 언어적,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 는 경우가 보고되었다[39]. 또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자녀의 결핍을 우려하며 높은 스트레스와 양육의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였다[12]. 그러나 자녀를 위한 좋은 모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60], 자녀의 문제 행동을 예방하고자 부모-자녀 간 유대감을 위한 시간과 활동을 마련하며[13], 자녀와 집안의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상호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자녀의 독립심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등[12] 부모의 긍정 적인 역할이 보고된 경우도 있었다. 자녀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경우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은 보람을 느끼며 자녀를 기쁨과 희망으로 여기기도 하였다[39].
양적 접근을 통한 선행연구들 또한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양육행동 및 부모-자녀관계에 대한 부정 적, 긍정적 측면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족구조적 측면에서 한부모가족의 한계에 주목한 연구 들은 한부모가족 어머니가 배우자 없이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담을 갖고 있어, 자녀를 권위를 가지고 감독하며 자녀의 삶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보고하였다[9, 61]. 국내연구에 의하 면, 한부모가족 어머니는 양부모가족 어머니보다 자녀에 대한 돌봄 수준이 낮았으며[38], 양육비와 교육 비 부담, 양육 및 교육관련 정보 부족 등의 양육을 위한 자원 부족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31, 51]. 그럼 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가 긍정적인 양육을 할 경우에는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가 자녀와 긍정적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자녀의 인지적 발달, 동기 수준은 높고 문제행동 수준은 낮았다[14]. 또한 자녀에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의사소통, 상호성 등의 가 족기능을 잘 유지할 때 자녀 또한 성취동기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45].
이와 같은 경험적 선행연구들의 토대 위에, 본 연구에서는 생물생태학적 체계이론(bioecological systems theory)[8]에 근거하여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을 이해하고자 한다. 생 물생태학적 체계이론은 인간의 발달을 설명하기 위해 환경과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할 것을 제안 하였다. 특히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경험과 인식,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 등에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발달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조되었다 [58]. 또한, 환경과 개인 간 상호작용을 이해함에 있어, 가족, 이웃을 비롯한 인접환경에서부터 문화, 법 률 등의 거시환경에 이르는 다양한 환경적 특성 뿐 아니라, 성격, 능력 등 개인적 특성이 미치는 영향력 을 고려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물생태학적 체계이론에 근거하여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 을 살펴보는데 있어 이들의 환경적, 개인적 특성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제기된다. 우선 환경적 특성 중 하나로,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인접환경에 위치하며 어머니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자녀의 특성에 대해 고려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녀의 발달단계는 부모역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강조되어 왔다[22]. 특히 신체적, 인지적, 사회·정서적 발달 측면에서 성인기로의 전 환과정에 있는 청소년기에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발달하면서 부모-자녀관계도 보다 수평적으로 변화하 는 가운데 부모의 적응이 요구되며 성장한 자녀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전 시기보다 크기 때문에, 청소년 자녀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볼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18]. 부모가 자녀에게 권한과 책임감을 이전보다 많이 부여하는 가운데 반응적이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일 필요성이 강조되지만 양 육행동의 변화가 유연하게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 부모-자녀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15], 청소년 자 녀가 발달단계에 비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거나 문제행동을 나타내는 경우, 부모의 양육에 부정적 영 향을 미칠 수 있다[55].
이와 같이 부모로서의 경험은 자녀의 발달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고려하여 저소득층 한부모가 족 어머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자녀의 특정 발달단계에 초점을 둔 국외연구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10, 20, 28, 46]. 그러나 국내에서는 주로 다양한 발달단계의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 어머니를 연구대 상으로 포함하거나[28, 56] 자녀의 연령 또는 발달단계를 명시하지는 않은 경우[39, 51]가 많은 편이다. 따라 서 청소년기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를 중심으로 부모역할 경험을 살펴본 연구는 찾아 보기 어려우며, 연구대상 중 청소년기 자녀를 둔 어머니가 일부 포함된 경우들[12, 13]을 볼 수 있다. 해당 연구들에서는 이전보다 성장한 청소년기 자녀의 문제행동을 발견하는 경우가 보고되었으며[13], 저소득 층인 경우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을 최우선으로 두고 성적과 대학진학에 주의를 기울인 다고 하였다[12]. 이와 같이 청소년 자녀가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력이 단편적으로 보 고되고 있는 가운데, 본 연구에서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를 둔 경우에 주목하여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자녀의 발달단계와 관련한 부모로서의 경험을 보다 심층적으 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행연구들은 주변의 사회적 지지 및 정책적 지원과 같은 가족 외 환경적 특성에도 주목할 필요 성을 제기한다. 사회적 지지는 사회적 유대감 및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환경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을 의 미하는데[62],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경우 확대가족과의 빈약한 관계[13] 및 친구, 이웃 등과 어울리는 것 에 대한 부담감[39]으로 인해 자녀양육을 위한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자녀와 관련 한 문제를 의논할 사람을 찾기 힘들며[37], 우울감을 느낄 때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해결하며 주변사람이 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32]. 그러나 지역사회 내 비영리단체 및 종교기관과 연결되어 지원금을 수혜받고[28], 복지관, 한부모협회, 교회,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형성된 자조모임 을 통해 다른 한부모들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복지서비스 정보를 공유하는 것[52, 57]은 자녀양육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였다. 한부모가족 어머니가 지각한 사회적 지지 수준이 높을수록 청소년 자녀에 대한 온정적 양육행동 및 감독 수준은 높으며[10], 의지할 수 있는 주변의 도움이 존재한다고 지각할수록 심리적 기능 수준이 높고[54], 심리적 기능 수준이 높은 것은 긍정적 양육행동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 다는 점[49]에 유의하여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생물생태학적체계이론이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특성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였듯[8], 선 행연구들은 어머니의 정서적, 신념적 특성 등을 부모역할 경험과 관련지어 이해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다수의 연구들이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높은 우울 수준에 주목하였는데, 예를 들어 원가족 내에서 경험한 부모-자녀관계 또는 과거 배우자와의 관계가 부정적일수록[23, 42], 자녀의 학업이나 생활 을 지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할수록[54]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우울 수준은 높았다. 한부모가족 어머 니의 우울 수준이 높을수록 양육스트레스 수준은 높았으며[23], 자녀에 대한 높은 처벌적 양육수준[48] 및 낮은 관심 및 지지 수준[29]을 보였다.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들의 우울증상 경험률은 우 리나라의 일반적 성인에 비해 두 배 가량 높고, 한부모가족 어머니는 한부모가족 아버지보다 우울감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32]. 따라서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정서적 특성과 부모역할 경험 간의 관련성에 유 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신념적 특성은 정서적 특성에 비해서는 많이 보고되고 있지 않다. 소수의 선행연구에 의하면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이 자녀의 발달과 부모-자녀관계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것은 자녀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본인의 욕구를 희생하고 자녀를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행동 과 연결되었다[21]. 또한 ‘엄부자모’와 같은 성역할 신념을 가짐으로써 한부모가족 어머니는 자녀에게 부 재한 아버지 대신 엄격한 양육행동을 보일 뿐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양육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고 하였다[12]. 특히 한부모를 이해하는 데 있어 부모로서 의 역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28], 일반적으로 책임감, 자기절제, 돌봄 등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갖는 것은 개인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여[2], 부 모역할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다양한 신념적 특성을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 요도 있을 것이다.
종합해보면,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에게 초점을 둔 국내연구를 거의 찾아보 기 어려운 가운데, 본 연구는 생물생태학적 체계이론[8]에 근거하여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 가족 어머니의 개인적 특성 및 환경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며 부모역할 경험을 이해하고자 하였 다. 이와 같은 연구의 목적은 연구 참여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실재(reality)에 주목하고 상황과 관련된 요인들을 확인하며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질적 연구의 취지[17]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 이 질적 접근을 통해 부모역할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한부모로서의 자신과 환경에 대한 인식, 상황에 대한 대처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 머니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의 부모역할 경험은 어떠한가?
Ⅱ.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서울특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초기 청소년기(만 11세-14세)에 해당되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9명의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이다. 연구 참여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연 령 범위는 33-51세로, 평균 연령은 43.78세(SD = 6.28)이었다. 교육수준은 중학교를 졸업한 경우가 1명,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가 5명, 2년제 이상 대학교를 졸업한 경우는 3명이었다. 두 명의 연구 참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취업모였으며, 취업모 중 2명은 전일제, 5명은 반일제로 근무하고 있었다. 5명 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계층에 속하고 4명은 차상위계층에 속하였으며, 이혼이나 별거로 인해 한부 모가 된 연구 참여자 중 2명은 자녀의 아버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고 있었다. 한부모가 된 배경과 관 련해서는 사별을 통해 한부모가 된 2명의 연구 참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혼 또는 별거로 인해 한부 모가 되었으며, 한부모가 된 기간은 최소 3년부터 최대 14년까지였다. 연구 참여자 중 1명만 2명의 초 기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8명은 1명의 초기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초기 청소년기 자녀 중 남아와 여아는 각각 4명과 5명이었으며, 출생순위를 살펴보면 둘째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첫째와 셋째가 각각 2명씩이며 외동인 경우는 1명이었다.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인 특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2. 자료수집 및 조사절차
본 연구의 자료수집을 위해 서울특별시에 위치한 A 지역 복지관과 B 지역 복지관, C 지역아동센터 를 통해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동의한 어머니들을 1차적으로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으며, 이 들을 통해 눈덩이표집법을 사용하여 추가적으로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2019년 1월과 2월에 걸쳐 연구 참여자 당 총 2회에 걸친 심층 개별면접(individual in-depth interview)을 실시하였다. 심층 개별면접을 위해 연구진들은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의 다양한 측면들(예: 부모역할 신념, 양육행동, 부모역할 관련 정서, 청소년 자녀와의 관계, 사회적 지지, 양육의 세대전이)을 충분히 포함하기 위한 면접지 구성을 논의하였으며, 2개월에 걸쳐 총 5차례 이상의 면접지 수정과정을 거쳤다. 개별면접은 반구조화 면접(semi-structured interview)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아동학을 전공한 1명의 박사급 연구원과 3명의 박사과정생, 1명의 석사과정생에 의해 실시되었다. 본 면접에 앞서 적절한 면접방식을 숙지하기 위해 면접자 대상 사전훈련이 진행되었다. 연구의 목적, 면접 지 내용, 반구조화식 면접방법 및 면접 시 주의점을 숙지한 후, 역할 훈련을 실시하였다.
1차 개별면접은 2019년 1월 중에 실시되었고, 참여자 별로 총 90-120분 가량의 면접이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와의 사전연락을 통해 면접시간을 정하였으며 연구 참여자 자택 주변의 조용한 카페 등, 연 구 참여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면접장소로 이용하였다. 1차 개별면접에서는 연구 참여자의 배경정보에 대한 질문과 부모역할에 대한 신념(예: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양육행 동(예: “일반적으로 양육태도는 권위주의적, 허용적, 민주적, 방임적 유형으로 구분되는데요. 어머니 자신의 양육태도는 어떤 유형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세요?”), 부모역할 관련 정서(예: “자녀를 키우는 과 정에서 행복감을 어느 정도로 느끼세요?”), 사회적 지지(“예: 어머니의 자녀양육을 도와주는 가족이 있 나요? 어떻게 도와주나요?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나요?”) 등의 일반적인 부모역할 경험 및 청소 년기 자녀의 발달에 대한 지식과 신념(예: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이 되면서 느껴지는 발 달의 변화가 있나요?”) 및 부모-자녀관계 특성(예: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이 되기 전과 비교하였을 때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에도 혹시 변화가 있나요? 있다면 어떠한 변화인가요?”) 등과 관 련된 부모역할 경험 질문이 포함되었다. 면접자는 면접 후 연구 참여자의 비언어적 행동과 면접자와의 상호작용 특성, 면접자의 통찰 및 특기사항을 포함한 현장일지를 작성하였다. 2차 개별면접은 1차 개별 면접 후 약 1개월 뒤인 2019년 2월 중에 모두 실시되었고, 면접자와 연구 참여자 간 총 30-60분 가량 의 전화통화를 통해 시행하였다. 2차 개별면접에서는 부모역할 경험과 관련될 수 있는 추가적 배경정 보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였고, 1차 개별면접 이후의 부모-자녀관계, 부모역할 관련 정서 및 양육행 동에 대해 질문하였다. 반구조화된 면접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두 차례의 개별면접에서는 면접지에 포 함된 질문 외에도 연구 참여자의 이야기 맥락에 따라 심층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추가적 질문들 을 포함하였다. 두 차례의 개별면접은 연구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된 후 모두 전사되었으며, 전사자료 는 A4 용지 총 310쪽의 분량이었다.
3.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Braun과 Clarke[7]가 제시한 주제분석법(thematic analysis)을 사용 하였다. 주제분석법은 질적 자료의 주제(theme) 및 경향(pattern)을 분석하기에 유용한 접근방법으로 서, 연구문제와 관련한 주제를 체계적인 질적 자료 분류를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7]. Braun과 Clarke[6]는 주제분석법이 많은 질적 연구들에서 사용되어왔으나 체계적이거나 정교화된 방 법으로 적용되지는 못하였음을 지적하고 6단계의 구체적 주제분석 절차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적 용된 6단계의 주제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1단계는 자료에 친숙해지는 단계로, 연구자들은 수집 된 자료의 전사본을 반복하여 읽고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 중에 면접자들이 작성해 둔 현장일지를 참고하였으며, 현장일지는 관찰 및 면접내용을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 었다. 2단계는 처음으로 코드를 부여하는 단계로, 이 단계에서 연구자들은 심층면접 자료에 대한 주요 코드를 부여하고, 각 코드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정리하였다. 주요 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이후의 분석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결과 분석을 담당한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코드 부여 작업을 진행 한 후, 주요 코드에 대한 논의과정을 거쳤다. 3단계에서는 생성된 코드를 가능한 주제별로 분류하는 작 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각 대주제에 따른 하위주제 및 의미단위들이 분류되었다. 4단계는 주제 를 검토하는 단계로, 각 하위주제를 결합하거나 분해하고 대주제별 내용을 검토하면서 각 대주제와 하 위주제 및 의미단위들이 잘 연결되고 대주제들 역시 체계적으로 조직되어있는지 검증하였다. 5단계는 주제를 가다듬는 단계로, 각 대주제와 하위주제의 내용에 일관성이 있으며 대주제명 및 하위주제명이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지 점검하였다. 마지막 6단계에서는 이전 단계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토대 로 간결성, 일관성, 논리성 등을 점검하며 서술하였다. 총 두 명의 연구자들이 분석과정에 참여하였으 며, 해당 연구자들은 의미고찰, 코드부여, 주제 검토, 가다듬기 및 서술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 환하였다. 자료분석 단계에서 질적 자료 분석 프로그램인 MAXQDA 12 software(VERBI GmbH, Berlin, Germany)를 사용하였다.
4. 연구의 타당도 및 윤리적 고려
본 연구에서는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Creswell과 Miller[17]가 제시한 전략들 중 동료 검토(peer review)와 연구 참여자 확인(member checks)을 시행하였다. 연구자들 외에 질적 연구경험 이 풍부한 교수 1인이 동료검토에 참여하였고, 본 연구의 연구방법과 주제 분류, 해석에 대해 함께 논의 하는 과정을 가졌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자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고려하고 주제 분류를 정교 화하며 해석적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 중 2인에게 분석결과를 살펴보고 연구 참 여자의 경험이 적절히 반영되었는지, 연구자들의 분석이 적절한지 검토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외부자 인 연구자들이 도출한 연구결과가 내부자인 연구 참여자의 실재를 최대한 근접하게 반영하도록 하였다.
한편 연구 참여자 선정 및 자료수집, 자료분석의 모든 과정에서 연구윤리를 고려하였다. 연구 참여자 를 모집하기 전, 주저자가 소속된 대학의 생명윤리위원회(IRB)를 통해 연구계획심의를 신청하여 연구 계획서의 타당성, 연구 참여자 모집절차 및 개인보호 대책 등을 검토받고 승인을 획득하였다. 연구 참 여자 설명문에 연구목적, 절차, 자료의 활용, 비밀보장, 동의 철회 등의 내용을 명시하여 제공하였고 1 차 개별면접 실시 전 이에 대해 연구 참여자에게 구두로 설명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동의가 있은 후, 연 구자와 연구 참여자의 서명을 포함한 연구 참여 동의서를 면접자와 연구 참여자가 각각 1부씩 보관하도 록 하였다. 전사자들 역시 전사 작업 전, 인터뷰 내용이나 연구 참여자의 개인정보 등을 외부로 유출하 지 않을 것임을 명시한 서약서를 작성하였다. 자료분석 과정에서는 연구 참여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 각자에게 고유 대체 번호를 부여하였다.
Ⅲ. 연구결과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을 살펴보기 위해 6단계의 주제분석 법[6]을 적용하여 두 차례의 심층 개별면접 결과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7개의 대주제와 14개의 하위주 제, 50개의 의미단위를 도출하였으며(<Table 2>), 이를 토대로 각 대주제 및 하위주제의 내용을 종합 적으로 서술하였다.
1. 나는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
한 명 이상의 초기 청소년기 자녀를 둔 연구 참여자들은 30대 어머니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40대 또는 50대의 중년기 어머니들이다. 연구 참여자들 중 반 수 이상의 어머니들(ID 1, 5, 6, 7, 8, 9)은 남 편의 도박, 알콜중독, 가정폭력, 경제적 무능력, 가출 등의 이유로 이혼 또는 별거한 이후 홀로 자녀를 양육해왔으며, 남편과의 사별을 통해 한부모가 된 어머니들(ID 3, 4)도 있었다. 20대에 미혼모로서 자 녀를 출산한 어머니들(ID 1, 2)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대에 한부모가 되었고 현재 청소년기인 자녀들은 당시 대부분 영유아기에 해당하는 어린 나이였다. 특히 이혼이나 별거를 통해 한부모가 된 어머니들은 당시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했지만 자녀들만큼은 양육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자녀의 아버 지보다 본인이 키우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양육해왔다. 어머니들은 이혼이나 별거, 사 별 전에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만큼의 소득을 보장하는 직 업 없이 자녀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가 되면서 저소득층의 삶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거가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덧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를 보며 이제는 시간이 흘러 자녀가 이전에 비해 많이 성장하였다고 느낀다.
(전남편이) 폭력도 있었지만 술을 너무 먹어서 도저히 안돼서. 처음에는 양육권을 포기 안하더라고. 그래서 얘기했어. 자기가 뭐로 키울 거냐고. 직업도 없고. 그래서 내가 애들은 보여줄테니까 양육권, 친권은 나 달라고 했어...(이혼 후) 어린이집을 보내야 되고 그러니까 일을 해야 되잖아요. 집세를 이 제 어떻게 제가 일하면서 이제 간간이 겨우 살았어요. 그때도 돈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봤자 8-90 만원 안팎. 그거로 진짜 힘들더라고.(1차 대면면접, ID 6)
어떻게 키웠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2차 전화 면접, ID 8)
이제 뭐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얘기하고. 엄마 힘드신 거 알아요. 이러면서 편지도 쓰고 하더 라고요.(1차 대면면접, ID 9)
2. 청소년 자녀의 변화에 맞닥뜨림
1)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자녀
자녀를 혼자 양육해온 지금, 어머니들은 자녀가 이전에 비해 어른스럽게 이야기하거나 사회적 이슈 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며 자녀가 많이 성숙하고 변화하였음을 지각한다. 특히 어머니들은 자녀가 자신의 의견과 요구를 이전보다 강하게 표현한다고 느끼게 되었는데, 이전에 자녀를 존중하는 부모-자녀관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ID 5 어머니 및 자녀와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지 각하는 ID 9 어머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더 이상 어머니의 의견만을 관철하거나 자녀의 행동을 제재하기 어려우며 자녀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러한 자녀에 대한 어머니들 의 반응은 변화에 대한 수용과 거부의 태도로 나뉘었다. 일부 어머니들은 자녀의 의견을 이전보다 존중 하는 방식을 수용하며 자녀와의 관계의 변화를 택하였으나(ID 2, 6, 7), 그 외의 어머니들은 자녀를 이 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으며 자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고 규제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화를 거 부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험을 하였다.
조금 어른스럽게 말을 하더라고. 말이 초등학교 때하고 달라졌어요. ‘아, 그런 면이 있었구나.’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하더라고.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덜했는데, 중학교 들어가더니 자기가 이제 자기주 장을 확실하게 내세우고.(1차 대면면접, ID 6)
처음에는 제 의견이었어요. 이거 하면 좋을 것 같아. 엄마 입장에서는 체구가 작고 마르고 하다 보 니까 체육 위주로 많이 정했던 시기였어요. 축구라든지 뭐 이런 거. 그런데 이제 크다 보니까 가끔 OO이가 이런 말 할 때 있어요. “어머니,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어머니 마음대로 하고.” 그렇다고 안하지는 않거든요. 궁시렁대면서. 어느 순간 이제 얘한테 물어보죠.(1차 대면면접, ID 2)
원래는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요즘 들어 또 방학하고 하니까. 친구들이 친구 집에서 파자마파티 한다고 아주 어렵게 한번 허락을 했는데. 또 다른 친구네 집에서 자고오고 싶다면서 처음에 허락할 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또 요구를 해서 안된다고 하면 이해를 못하 겠다고 해서... 어제도 대판 싸워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1차 대면면접, ID 3)
2) 자녀의 감정기복과 문제행동
또한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청소년기에 이른 자녀가 혼자 있고 싶어하는 모습에 걱정이 될 때가 있으 며, 자녀가 감정기복이 심해졌다고 인식하였다. 그렇지만 어머니들은 대부분 자녀의 감정기복에 대해 화를 내기 보다는 자녀를 이해하려는 모습이었다. 대화 중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자녀가 갑자기 화를 내고 어머니에게 심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사춘기임을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으며, 자녀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들은 자녀가 어린 시절 겪었던 힘든 가족 내 경험과 아버지가 부재한 현재의 가정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서 자녀의 감정 기복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였다. 집안 형편으로 자녀의 양육에 신경쓰지 못하던 시절 어린 자녀 가 우울하였음을 떠올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자녀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 하며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감정기복에 대한 이해심을 가졌다.
들어줄 거는 억지 부리는 거 아니어서 받아주려고 하고, 사춘기는 한번 오는 거니까. “엄마가 너가 예민하고 할 때는 마음 받아줄게.”(2차 전화면접, ID 1)
어제 같은 경우는 월, 화는 기분이 되게 좋았는데 어제(수) 갑자기 저한테 문자가 왔어요. 태권도를 안가겠다는 거예요. “왜?” 그랬더니 자기가 기분이 안 좋대요. “왜?” 그랬더니 그냥 기분이 안 좋대 요. 그래서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니?” 라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마음이 좀 슬프고 우울 하고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그거에 대해서 처음에는 예전에는 “왜 그러지?” 이렇게 꼬치꼬치 물었어 요.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구나.” 그냥 그렇게.(1차 대면면접, ID 4)
혼자 그렇다고 아빠 역할도 할 수 없으니까. OO이가 이제 그게 심적으로 이제 자기가 남자지만, 남 자한테 할 얘기가 있고 엄마한테 할 얘기가 있는데 그거를 못 하니까 폭발한 거 같아요. 어릴 때 기 억도 있고.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2차 전화면접, ID 6)
한편, 몇몇 어머니들은 그동안의 가족 내 경험으로 인해 자녀에게 정서적, 행동적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자녀가 우울, 충동성 등의 문제로 인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거나 우울로 인한 심리상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남자 청소년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 중에는 형제간의 말 다툼 중 자녀가 과격해지는 것을 목격한 경우도 있었는데(ID 5, 6),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자녀에게 화 가 나기도 하지만 자녀가 어린 시절 겪은 마음의 고통이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되기 도 하고, 폭력적이었던 전남편을 자녀가 어린 시절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갑자기 화가 나서) 셋째가 걔를 죽이겠다고 했어요. 말만... 걔가 셋째가 그랬더니 진짜 자기 방에서 커터 칼을 가져와서 착 핀 거예요. 제가 너무 놀랬죠. 그래서 제가 죽이라고. 화도 나고. 그랬더니 얘가 뭐 죽이겠어요? 자기도 무섭죠. 자기 상황이 무섭고. 자기도 너무 화가 나니깐 그렇게 한거고. 자기 속에 있는 고통이나 아픔이 나타난 건데, 그래서 제가 눈물이 그냥 뚝뚝 떨어졌어요. 뚝뚝 떨 어지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1차 대면면접, ID 5)
3) 의지의 대상이 되는 자녀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감정기복과 문제행동을 나타내고 어머니와 갈등이 있을 때도 있지만, 대다수의 어머니들은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이전보다 대화를 잘 할 수 있게 되고 어머니를 도와주려는 모습도 발견하며 기쁨을 느꼈다. 비록 우울한 자녀가 지금보다 활기차게 생활하고 어머니와 사이좋게 지낼 것을 원하며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ID 8)도 있었지만, 그 외의 어머니들은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장한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외로울 때 마음의 의지가 되며, 이제는 자녀가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였다. 청소년기에 이른 자녀는 가사 일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어머니가 퇴근하기 전 어린 동생 을 돌보아주기도 하고, 다른 자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자녀가 어머니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들은 자녀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의지 의 대상이 됨을 발견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계속 쏟아 붓기만 했었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는. 지금이 더 나아요. 사춘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이 통하잖아요. 어렸을 때는 말도 안통하고 그러니까.(1차 대면면 접, ID 4)
얘가 이제 남자가 되는구나. 그러니까 뭐를 시키면 이게 이제 뭐 초등학교 때도 했지만. 중학교 들 어가서. 이제 김장하러 갔는데 많이 도와줬는데. 그래도 남자가 있으니까 뭐 할 때 도와주니까.(1차 대면면접, ID 6)
4) 친부를 찾는 자녀
이혼이나 별거로 한부모가 된 어머니들은 대부분 전남편의 문제사유로 헤어진 이후, 이제는 연락하 지 않고 있으며 연락할 의사 또한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어머니들은 어린시절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의사를 표현하지 않거나 어머니의 제재에 따르던 자녀가 이제는 아버지와 연락하기 원하며, 더 이 상 자녀를 막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남편이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두려워 동사무소에 주소열람금지를 신청한 ID 1 어머니의 경우 자녀를 학대하였던 전남편이 자녀들을 만나는 것은 ‘화가 나는’ 일이지만, 커가는 자녀가 아버지를 찾는 일을 막을 수 없다. ID 7 어머니에게 있어 집을 무작정 나 간 전남편에게 자녀들과의 만남을 허락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우울해하며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만남을 허락한다. 전남편의 도박문제로 이혼한 ID 9 어머니의 경우 양 육비를 매월 받으며 전남편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비록 자녀가 아버지와 연락하는 것은 싫지만 아버지 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자녀를 발견하고 ‘속이 깊어졌다’고 여겼다.
가끔 큰 애가 아빠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해요. 근데 예전에는 그 말만 들어도 화가 났거든요. 근데 지금 은 막을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큰애가 가고 싶다고 하면 몇 번 보낸 적이 있었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있고 아빠가 또 나이가 많으니까 불쌍하다고 느껴지는 거 같아요.(1차 대면면접, ID 1)
애 아빠가 아들하고 둘이 카톡한 거를 캡처해서 보냈는데. 애가 막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이러면 서 뭐 “돈 버느라 힘드시죠.” 막 이러면서. “아빠 이제 40이네요. 제가 가더라도 힘내시고.” 뭐 “또 올게요.” 이러면서 해놓은 거예요. 그래서 그거 보고 조금. 하... 관계 끊기가 힘들겠구나. 그런 것도 있는 반면에 애가 좀 속이 깊어진 거 같아서...(1차 대면면접, ID 9)
3. 청소년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노력
1) 과거와 현재에 맞서 책임감 있게 양육하기
어머니들은 본인의 원가족 경험 및 자녀가 이전에 경험한 부정적인 가족 내 경험이 자녀의 발달에 영 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하며, 부모로서 책임감 있게 양육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어머니들이 생 각하는 자녀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달랐으나, 걱정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녀를 보호하며 잘 양육하고자 하는 노력은 동일하였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들의 원가족 경험과 관련하여,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이 현재 긍정적 양육을 할 수 있게 돕는 중요한 자원임을 밝힌 소수의 어머니들이 있었으나, 대다수의 어머니들은 원가족 내에서 경 험한 권위적이거나 폭력적인 양육 또는 방임을 떠올리며 자녀에게는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하였다. 본인의 부모와는 달리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자녀를 더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매를 때리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녀를 학대하던 전남편에게는 절대로 자녀를 보 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ID 2). 생계를 위해 가정에 자녀들을 방치했던 아버지를 떠 올리며, 자녀에게 도움이 될만한 체험학습 기회를 찾아보고 본인에게도 익숙치 않은 여행을 계획하기 도 하였다(ID 9).
나도 엄마한테 맞고 그런 게 있어서 웬만하면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받은 적이 없으니까. 그 런데 이제는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막 엉덩이도 이렇게 토닥토닥 해주고요. 이러면 “엄마 변 태예요?” 막 이러고 이래요. 저는 이게 어설플 때가 많아요. 어색할 때도 많고. (중략) “OO아 사랑 해.” 이럴 때가 있어요. 그게 저는 손발이 오그라들 때가 있어요.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1차 대면 면접, ID 2)
아빠는 집에 없는 사람이었고 어쩌다 이제 보면 앉아서 이렇게 치킨 뜯으면서 대화 조금 하고 그래 도 이제 심적으로 이렇게 잘 보듬어 주시고 했는데, 뭐 다른 서포트를 잘 못 해주시는 거죠. 제가 그게 좀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아빠한테 뭔가 그런 부분, 부족했던 부분을 나는 잘해줘야지.(1차 대 면면접, ID 9)
한편, 한부모가 되기 전, 자녀의 가족 내 경험이 지속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ID 5의 경우, 집안에서 음란물을 시청하는 등 성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전남편이 자녀에 게 미쳤을 영향력을 우려하여 청소년기에 이른 자녀들이 성에 있어 절제하도록 단호하게 교육하고 있 었고, ID 6의 경우, 외박을 잘하던 전남편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녀가 친구의 집에서 자는 것을 삼가도 록 하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에) 아이가 생겼어. 중학교, 고등학교 때. 그러면 그 아이는 어떻게 할거야? (중략) 엄 마는 못 키워. 입양 보내야 해. 그러면 얼마나 슬퍼? 애기도 슬프고 엄마, 아빠도 슬프고.” 계속 세뇌 해요. 아들들이잖아요. 아빠처럼 될까봐. 그게 제일 컸어요. 그래서 이혼도 결심하게 되고.(1차 대면 면접, ID 5)
2) 청소년 자녀와 사이좋게 지내기
일부 어머니들은 청소년이 된 자녀와의 관계가 평소에는 긍정적이지만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감정을 조절하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자녀에게 화를 내는 것이 좋 지 않다는 것을 본인의 마음이 괴롭고 건강이 나빠지거나, 화내는 모습을 자녀가 재현하는 것을 통해 깨 닫게 되었고, 화를 내지 않고 자녀와 대화하려고 노력하였다. ID 4 어머니의 경우 남편과 사별한 이후 자녀가 어머니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분노를 느꼈지만 이제는 자녀와의 갈등상황이 있 을 때 감정을 가라앉힌 후 대화내용을 미리 생각해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ID 5 어머니의 경우는 전남 편과의 관계가 힘들 때에는 자녀에게 화를 많이 냈지만, 이제는 자녀에게 사과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과 정을 거치고 있었다. 그러나 자녀와의 관계는 단번에 회복되지는 않는다. 어머니들은 자녀와의 관계에 서 실수하였다고 생각될 때마다 사과하고 자녀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보다 나은 부모-자 녀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경우, 첫째 자녀를 양육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청소년기에 이른 둘째 자녀에게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몇 번을 생각해요. 쟤하고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그리고 내 감정을 추스리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해요.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울어요. 막 쏟아내고 나면 근데 처음에는 그거를 이야기를 할 때, 이 아이의 눈빛이 반항의 눈빛이 역력하게 ‘또 잔소리 시작한다.’ 이런 걸로 하는데, 근데 제가 제 마음을 다 쏟아서 막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는 레이저가 싹 다 빠지고 미안하다고 하고...(1차 대면면접, ID 4)
큰 애 때 한번 겪었으니까. 아이한테 많은 걸 원하지 않고 그냥 계속 메시지로 “너를 사랑한다. 공부하 지 못해도 뭐 대학 안가도 된다.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하는 메시지를 계속 주니깐.(1차 대면면접, ID 7)
한편, 청소년기에 이른 자녀의 문제행동을 보면서 그 동안의 부모-자녀관계 문제를 깨닫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껏 자녀를 대하던 방식을 바꾸어 자녀의 감정표현을 돕고 의견을 수용하면서 실제로 부모-자녀관계의 변화를 관찰하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오래 지속된 부모- 자녀관계 문제로 관계회복이 힘들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었다. 한부모로서 장애를 가진 첫째 자녀를 오 랜 기간 돌보았던 ID 8 어머니는 ‘착한’ 둘째 자녀에게 화를 내며 스트레스를 풀어왔으며 첫째 자녀에 비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하였다. 첫째 자녀를 보호시설에 보낸 이제, 청소년기에 이른 둘째 자녀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싶지만, 어머니와 대화를 하려 하지 않자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퇴근 후의 피곤과 우울증 때문에 ‘몸 하나 움직이는 것 도 힘든’ 상황이지만 저녁식사를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이제 노력하는 거는 OO이 식사문제 있잖아요...이제 제가 자기가 먹고 싶어하는 거를 해달라면 해주니까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중략) 그냥 엄마가 해주는 게 맛있다고. 이모가 한 것보다 엄마가 해준 게 훨씬 더 맛있다고.(2차 전화면접, ID 8)
3) 경제적 어려움에 맞서 학습과 진로 지원하기
(1) 학습에 대한 관심과 지원
자녀의 정서적 문제에 우선 주의할 필요를 느끼는 ID 7 어머니와 자녀에게 학습적 재능은 없다고 생 각하며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ID 8 어머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청소년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자녀의 교육에 높은 관심을 갖는 것[27]과 마찬가지로 청소 년기에 이른 자녀의 학습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자녀에게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자녀의 학습을 위한 부모의 행동에는 차이가 있었다. 방과 후 자녀가 공부하지 않지만 학습시간을 가지도록 실제로 개입하지는 않는 경우(ID 5, 6) 및 자녀의 학습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 하나 본인도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보지 않아 도와주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ID 9)가 있었고, 그 외의 어 머니들은 적극적으로 자녀의 학습을 돕기 위해 노력하였다. 무료로 방과후 교습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방과후 수업 스케줄을 꼼꼼히 체크하였다. 어머니들은 모두 복지혜택을 통해 자 녀의 방과후 학습 비용을 무료지원 받거나 할인받고 있었는데, 대부분 복지관이나 학교의 방과후 교실, 사설학원,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등을 이용하였고, 자발적인 선의로 과외를 제공해주는 이웃의 도 움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이 자녀의 학습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자녀가 공부에 대한 열의 를 가지고 과제도 적극적으로 해가는 모습은 어머니들에게 보람과 기쁨이 된다.
“이제 중학교 올라가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라고 말해요)...”성적표가 1학기 보다는 좋게 평가가 나왔어요. 공부를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중학교땐 더 어려워서...(2차 전화면접, ID 2)
저희 큰 애가 OO구에서 학원 그런 학습비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어요. 지역 내에 있는 학원에서 이 제 아이들을 받아서 무료로 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일정 개인부담을 하고 하기도 하는데 큰애가 그 걸 했었어요. 원래는 6개월 지원을 해주시는 건데 3년을 지원을 해주셨어요. 중3까지. 그래서 저희 가 너무 적은 돈을 가지고 열심히 잘 공부를 했죠. 그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동사무소에 신 청을 해놨어요. 이런 게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그래서 작년 여름방학쯤에 연락이 왔는데 (중략) 그 거를 다녀와서는 “엄마, 일반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거예요.(1차 대면 면접, ID 4)
(2) 진로 준비
모든 어머니들은, 자녀가 가진 독특한 재능이나 흥미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녀의 진로 를 준비하는 태도는 저마다 달랐다. 자녀의 진로 준비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와 매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경우로 나뉘었다.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이야기한 어머 니들의 경우, 자녀의 재능이나 흥미를 알고는 있지만 진로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본 적은 없다고 하거 나, 자녀가 먼저 적극적으로 학원이나 진학할 학교를 스스로 알아보고 이를 허용해주었다고 하였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어머니들의 경우 자녀의 재능을 발견하거나 더욱 개발하기 위해 교육자료 나 교육기회를 다방면으로 찾아보았다. ID 4 어머니의 경우, 교회의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 습하도록 하던 중 자녀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였을 뿐 아니라 복지관에서 제공한 대학생 멘토링 프 로그램에 자녀를 참여하도록 하도록 하였다. ID 1 및 ID 2 어머니의 경우, 한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재미술 교육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어 토요일마다 미술에 대한 흥미를 보이는 자녀를 지도받 게 하였다.
멘토 언니가 1년 가까이 멘토를 했거든요. 그거 하면서 언니가 많이 도전이 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줘서 이 아이가 그런 쪽으로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는 앞으로 어떤 대학을 갈 것이고, 그러 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는...(1차 대면면접, ID 4)
미술에 관련된 책도 보고 동영상들도 보고... (중략) 아이가 그림보다 만드는 거에 대한 관심이 많아 서 물건 사다주거나 그렇게 하고 있어요.(1차 대면면접, ID 1)
4. 자녀양육을 위한 도움
1) 가족의 도움
본인의 어머니와 자주 접촉하며 가사 및 자녀양육 도움을 받고 있는 ID 5 어머니를 제외하고, 대부 분의 어머니들은 부모가 돌아가시거나 거주지역이 멀고, 바빠서 부모와 자주 교류하지 못하거나 부모 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등의 이유로 자녀양육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 중년기 성인의 다수가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돌보는 샌드위치 세대로 묘사되듯[5], 한부모인 어머 니들 역시 부모와 접촉이 활발하지 않더라도 고령이 된 자신의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를 돕고는 싶지만 경제적 상황과 물리적 거리 등의 이유로 돕는 것이 여의치 않아 답답하 기도 하고, 자녀양육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부모님이 부담스럽게 여겨지기 도 한다.
엄마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식은땀을 막 흘리고 계시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엄마가 약간 공 황장애처럼.... (중략) 제가 또 너무 가까이 살고 있지만 아이들 양육 때문에 가지 못하고 그런 모습 을 보면 또 답답해요.(1차 대면면접, ID 1)
잘해드리고 싶은데 잘 안돼요. 근처에 사시는데... 좀... 제가 경제적으로 어렵긴 한데... 저한테 많이 의지를 하세요. 상의할 거 있거나 하면 맨날 오시니까 저도 맨날 피곤하고... 애들 때문에도 피곤하 고 아버지 때문에도 피곤하고.(1차 대면면접, ID 3)
형제로부터의 도움을 지각한 어머니들은 소수였고, 언니와 서로 자녀를 번갈아 돌봐주는 것이 큰 도 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경우(ID 9) 외에는 형제로부터의 도움이 크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형제가 자녀양육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경우, 이는 고마운 일이지만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ID 5 어머니의 경우, 동생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았던 상황을 회상하며, 누나로서 동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 고 피해를 주어 ‘치욕’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냥 뭐 언니나 여동생한테 힘든 거 이야기 하면 들어주고 뭐 그런 거가 전부인 것 같아요.(1차 대면 면접, ID 3)
죽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내 자아가... 왜냐하면 ‘누나가 되어가지고 내가 왜 얘네한테 이런 피해를 주지?’ 이런 생각이. 물론 걔네는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지만. (중략)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거는 그냥 고맙게 받으면 된다고. 고맙게 받고 나중에 분명히 네가 도움이 될 때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어요. 너무, 음... 너무 미안했어요.(1차 대면면접, ID 5)
2) 가족 외 주변 사람들 및 복지제도의 도움
다수의 어머니들은 본인과 자녀가 자주 접촉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녀양육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고 이야기하였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들은 경제적 상황을 비롯한 가족문제를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복지관 직원들을 의지할 대상으로 생각하였으며, 그들을 통해 복지제도에 대해서 알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였다. 그 외에도, 자녀가 뒤쳐진 부분을 따로 학습시켜주시 는 학교 선생님, 무료로 과외를 해주는 이웃 및 수강료를 받지 않는 학원 선생님 등은 모두 어머니들의 감사의 대상이었다. 교회 공동체 및 한부모 자조모임 구성원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정서적 지지를 경 험하고, 자녀양육을 위한 조언을 얻을 뿐 아니라, 이들을 통해 알게 된 정보로 복지혜택에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음을 밝힌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자녀양육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양육이 힘들다고 이야기한 어머니도 있었으며(ID 1),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녀가 차별을 당하였음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호소하기도 하였다(ID 2). 즉, 어머니들이 지 각하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 정도에 따라 어머니들은 저마다 다른 양육경험을 하고 있었다.
(자조모임)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이고. 딸 아이 세 살 때부터 다녔으니깐 8, 9년 됐나. 한부모들은 내가 한부모라는 걸, 이별했고 사별했다는 걸 직장이나 사람들한테 얘기를 못하더라고요. 힘들었던 얘기, 가난해서 힘들고 한부모라서 힘들고. 아이들 키우는 거, 경제적인 거, 어려운 거 그런 것들 거 기서는 나눌 수 있죠.(1차 대면면접, ID 7)
일반 아이들이 이사를 간 거지. 영구 아이들하고 이제 섞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좀 아픈 사 연들이 엄마들이 참 많아요. 초등학교도 없어졌는데 중학교까지 또 없어져버리니까. 그걸 또 두 번 겪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참 그렇다. 같은 초등학교라도 중학교 가면 만나는데.’ 엄마들이 참 너무 유난스럽기도 하고. 저쪽 엄마들이 그러니까 우리 엄마들도 싫은 거예요. 우리도 세금 내고 다 내는데.(1차 대면면접, ID 2)
한편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는 어머니(ID 4)를 제외하고 모든 어머니들은 전세자금대출 및 임대아파 트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하였고, 지역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또는 지역교회 등에서 생필품지원 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목돈마련 제도, 취업을 위한 자격증 교육, 어머니 또 는 자녀를 위한 상담 서비스 등의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어머니들도 대다수였다. 복지혜택으로 인해 처 음 한부모가 되었을 때에 비해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자녀교육을 위한 도움도 받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 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제공받는 혜택의 종류와 양에는 어머니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ID 8 어 머니의 경우는 복지관을 통한 생필품 지원이 유일하다고 하였지만, 그 외의 어머니들은 지역사회 내 다 양한 복지혜택을 스스로 찾아보고 있었다. 지역 복지관이나 NGO기관, 교회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및 부모상담,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 자녀를 참여하도 록 한 것이 자녀양육에 중요한 도움이 되었다고 밝힌 어머니들도 다수였다. ID 7 어머니의 경우 복지관 및 다양한 NGO 기관들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및 부모상담에 참여하여 양육지식도 생기고, 본인의 장 점에 대한 격려를 받으면서 부모로서 자신감이 생겼음을 밝혔다. ID 5 어머니도 교회에서 자녀를 존중 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양육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여겼다.
심리치료 선생님이랑 (자녀의) 정서적인 문제 상의하고 어떻게 캐치해야 될지 이야기하고. 무지개 마을이라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예요. 방문상담센터예요. (중략) (어머니 대상 상담도 도움이) 많이 되죠. 혼자 사는 데 시시콜콜 그거를 가족들한테 이야기하는 것도 가족들이 걱정되잖아요. 내 가 사회성 많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 지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계속 누군가 나를 지원해주고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 것인지 대화 나누는 사람이 필요해요.(1차 대면면 접, ID 7)
3) 도움의 한계
(1) 여전히 지속되는 어려움
그러나 다수의 어머니들은 비록 주변의 도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있음을 호소하였다. 자녀 양육문제 및 자녀와의 관계 문제, 경제적 책임으로 인한 압박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풀기는 힘들며, 믿고 의지하며 이야기할 의논상대가 없음을 이야기하였다. 교회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 지만, 한부모가 아닌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모두 이해받기에는 한계를 느낀다. 때로는 한부모에 대한 주 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서 위축감을 느끼기도 한다. 주변의 한부모가족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상대방도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꺼려질 때도 있 다. 이러한 주변 도움에 대한 한계 인식은 한부모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 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정말. 진짜 힘들어요. 그리고 내 주변에 엄마들한테 하는 말이 “이래서 너무 힘들어.” 이런 말을 하 고 싶은데 내 주변에도 다 이런 엄마들 밖에 없거든요. 얘기할 데가 없어요. 가끔 혼자 벽보고 얘기 할 때 있어요.(1차 대면면접, ID 2)
특히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 그런 것들에 대한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위주 말고 그 부모님들의 마음을 좀 알아주고 얘기할 수 있고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나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1차 대면면접, ID 1)
(2) 복지제도의 한계
어머니들은 현재 한부모로서 지원받고 있는 복지혜택에 대한 아쉬움 또한 드러내었다. 특히 자녀의 학습과 관련하여 비저소득층 자녀들이 일반적으로 학교공부를 위한 선행학습을 함을 생각하였을 때 어 머니들은 마음이 급해지고 거주지역 내에서 예체능 무료학습만 제공해주는 경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습의 중요성을 더 지각하게 되는데 지역아 동센터는 자녀를 돌봐준다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학습지도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정해진 금액 이외에는 본인부담을 해야하는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제도 및 단기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구청 및 복지 관의 학원비 지원에 불만이 쌓이기도 한다. 소수의 어머니들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국민기 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였는데,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서 지원받는 금액으 로는 두 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생활하는 데 부족하지만, 자활근로를 하는 것 외의 추가소득이 있을 시 지원이 끊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미 다른 엄마들은 이 학원 보내고. 애들이요 선생님. 아침에 학교 갔다가 저녁 10시에 와 요. 지금 애들이 그래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하지를 못 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5학년 까지 예체능만 가르치고 있었으니. 마음이 다급한 거죠. OO구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요. 무료로 뭘 가르치고 그런 것도 없고.(1차 대면면접, ID 2)
어떤 분이 복지사 분이 오셔서 그걸로 충분하지 않냐고 하셨을 때 저는 사실 당황스러웠어요... 의료 비, 교육비는 조금 풍부했으면 좋겠어요. 지원도 지금 충분히 받고 있지만 학교에서 지원을 받고 있 지만, 학교 방과후에서 “2, 3개만 더 이거 더 하고 싶어요.” 이러면 예산이 모자라서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아니면 제 돈을 내야하거나.(1차 대면면접, ID 1)
5. 한부모로서의 중년기 삶
1) 자아실현의 소망과 생계에 대한 책임감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돌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ID 2, 8), 자녀에게 집안 일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ID 3)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성장한 자녀 에게 어머니의 손길이 이전보다 덜 필요하다고 인식하며 그동안 원했던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ID 4, 5 어머니들은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 입 학하였고, ID 7 어머니는 본인과 자녀의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심리학 공부에 관심이 생겨 10년간의 독 학 끝에 최근 대학원 상담심리학과 1차 시험에 합격하였다. 비록 최종합격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에게 는 인생의 큰 성취로 상징되었다.
작년에는 사회복지자격증 따고... 그래서 거기서 (사회복지관) 일을 좀 하다가 시간제로 1시부터 6시 까지 이렇게 하다가 그게 마무리가 됐고, 사회복지사로 정식 취직하려고. 운전 연수도 그래서 도움 을 받은 거예요.(1차 대면면접, ID 5)
같이 그룹으로 한 사람 중에 유일하게 내가 1차 합격했는데 다들 부러워하더라고요. 그것도 대단하 다고.(1차 대면면접, ID 7)
어머니들의 새로운 직업을 위한 부단한 노력은 온전히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 및 본인의 생계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기도 하다. 지속적 으로 경제활동을 하여, 이후 성인이 될 자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자립해서 능력을 발휘하고 도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희망도 있다.
양육비가 끊기더라도 자립을 제가 스스로 해놔야된다는 그 압박감 때문에 사회에서... (계속 일을 하 는 것) 그렇죠. 그리고 자리를 잡아야 되고. 이게 이렇게 동시에 다 있는 거죠.(1차 대면면접, ID 9)
지금은 일을 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고, 아이들과 상관없이 내 자신이 뭔가 하고 싶은, 도전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생기고 그런 거를 아이들한테도 좀 보여주고 싶어요. 너희들이 봤을 때 는 엄마가 이런 엄마지만 엄마가 나가서 이렇게, 이렇게 했을 때 이런 성과를 내는 이런 사람이 되 고 싶다...(1차 대면면접, ID 4)
2) 복합적인 감정과 성숙
한편 어머니들은 지난 삶의 경험으로 인한 다양한 감정들이 있음을 토로하였다. 어머니들 중 다수는 한부모가 되는 과정 및 자녀양육 과정에서 우울을 경험하여, 심리치료를 받거나 현재도 우울증 약을 복 용하였다. 과거의 가족관계도 현재의 어머니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ID 5 어머니의 경우, 본인 과 아이들을 생각하였을 때 폭력과 중독 등의 문제가 있는 전남편과 더 이상 함께 살 수는 없지만 전남 편에 대해 떠올렸을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 ID 8 어머니는 한부모로서 장애가 있는 첫째자녀를 오랜 기 간 돌본 후 이제는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내버려 둘 수 없는 둘째 자녀의 정서적, 행동적 문 제를 목격하게 되어 답답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뭐 스스로 언젠가 직업을 가지고 나갈 건데, 내가 건강이. 우울증 생기면서 체력이 안 좋 아졌어요. 자율신경계가 안좋아졌대요.(1차 대면면접, ID 7)
안타까워요. 많이 안타까워요. 안타깝고 물론 애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그 한 사람을 참고. 몰라요.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너무. 그리고 그 사람이 끊어질 수가 없는 게 애들이 넷의 아빠잖아요. 그리 고 이혼하고 일 년 있다가 나타나서 한 번만 기회 달라고...(1차 대면면접, ID 5)
그러나 한부모가 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지금, 이전에 비해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인격적으로 성숙하였다고 느끼는 어머니들도 다수였다. 경제적 어려움 및 자녀양육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자리를 찾고 복지혜택을 받으며 걱정했던 문제들이 해결되어 가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어려웠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심이 커졌으며, 결과적으로 배려할 수 있 는 능력이 커졌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내가 경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벌어들여서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는 자체가 항상 너무 기적같 은 것 있잖아요.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닌 상태에서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제적인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체가 그냥 감사한 거죠.(1차 대면면 접, ID 4).
내가 아프다 보니깐 아픈 사람들이 잘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픈 사람들을 헤아리는 섬세한 부분들 이 많이 보완됐어요.(1차 대면면접, ID 7)
6. 청소년 자녀에 대한 복합적인 마음
1) 늘 미안함
모든 어머니들은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어머니들은 ‘미안하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며 자 녀에게 더 잘해주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운 모정을 표현하였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들은 한 부모가족의 가장으로서 자녀에게 충분히 신경써줄 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음이 미안하다고 이야 기하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 족하고, 자녀의 생활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 한 마음은 현재 부모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낮은 자신감과도 연관되었다.
항상 바쁘다 보니까 아이들한테 챙겨줘야 하는 마음은 있는데 바쁘다 보니까 가끔 까먹기도 하고, 특히 큰 애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이랑 트러블 생기고 뭐 이런 것들도 해결을 막상 해주려고 하니까 워낙 일이 바쁘다 보니까 놓치는 때도 있고. 그런 게 조금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런 부분을 신경을 못써준 것 같아서 미안하고.(1차 대면면접, ID 1)
이제 제가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으니까 시간을 많이 못내주는 부분이... 제 딴에는 한다고 하는 데, 워낙에 잘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한테 비교를 하면 너무 부족하죠. 한없이.(1차 대 면면접, ID 4)
또한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자녀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 함이 있다. 물론 어머니를 배려하며 비싼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소년기에 접어 든 자녀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자신도 가지기 원한다. 가족의 경제적 상황 을 고려하지 못하고 친구들의 소비경향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자녀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 었지만,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유행하는 휴대전화나 패딩점퍼 등의 물건들을 사주지 못할 때 부모역할 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나아가, 자녀가 사설학원에 다니고 싶어하지만 복지혜택을 받아 학 습하고 있는 과목 외의 다른 과목을 공부하도록 하기에는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원해주지 못하 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아무래도 핸드폰을 좀 바꾸고 싶고 뭐 아니면 옷 같은 것도 갖고 싶고 이런데 아무래도 제가 한번 화를 낸 적이 있어요. 그만 좀 엄마 괴롭히라고. (중략) 그때 큰 애가 일주일 동안 얘기를 안하더라 고요. 미안함. 미안하다고 얘기했죠. “엄마가 다 해주고 싶은데 안된다." 그랬더니 아이가 또 그거에 대해서 그 체념한다는 모습이 아팠어요. 울었어요. 해주고 싶은 건 당연한데 해주지 못하는 것들...(1 차 대면면접, ID 1)
이혼이나 별거로 한부모의 삶을 사는 어머니들 중에는 아버지가 있는 단란한 가족을 자녀에게 만들 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비록 폭력, 중독 등으로 본인과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전남편과 더이상 함께 살지 않는 것을 안전하게 느끼며 이혼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 기도 하지만, 자녀들이 아버지를 원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에는 친구들과 달리 아버지가 없는 자녀에 대 한 미안함을 느꼈다.
작은 애가 “우리도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그런 얘기할 때. “옛날 아빠 말고, 좋은 아빠가 있었 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 아이는 그렇다고 엄마가 부족하다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친구들 볼 때마다 오늘은 가끔 친구 차 타고 왔을 때, “친구 아빠가 운전해줬어.” 이런 것들. 아무래도 그런 어려움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답답하고 미안하고...(1차 대면면접, ID 6)
한편, 일부 어머니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가 이전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고 인식하였는데 그런 자녀가 고맙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든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자녀가 경제적인 사정을 염려하여 비싼 물건을 사 지 않으려고 하거나, 어머니를 배려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일 때 어머니들은 자녀의 행동을 ‘어른스러움’ 과 ‘조숙함’으로 표현하며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였다.
너무 일찍 알아버렸어. 내가 항상 뭐를 사려고 그러면 “어머니 이건 좀 비싼데요.” 막, “어머니 이건 괜찮을까요?” 이러고. “제가 좀 용돈을 보탤까요?” 이러고.(1차 대면면접, ID 2)
되게 어른스러워요. 그 표현이 되게 깜짝 깜짝 놀라요. 뭐랄까. 상처가 있으니까 상처난 것들을 타인 의 상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정상적인 그런 가정이었으면 그거를 캐치하지 못했을 텐 데. 아니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1차 대면면접, ID 4)
2) 기쁨과 염려의 근원
어머니들은 한부모가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와 함께 생활하며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자녀와 맛있게 식사를 하는 등 일상의 즐거 움을 함께 느끼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 자녀가 어머니를 좋아하는 것,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 학교에 서 상을 타는 등 성취하는 모습을 보는 것 등으로 인해 기쁘고 행복을 느낀다고 하였다. 그들은 자녀가 정서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이전보다 성장한 자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며, 어머니와 대화를 잘 나누지 않고 활동적으로 지내지 않는 자녀가 답답하지만 ‘보기만 해도 이쁜’ 마음이 생긴다고 하였다.
저는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껴요. 같이 셋이 포근한 이불에 누워서 그렇게 뒹굴거리고 있을 때, 햇살 이 들어올 때? (중략) 그리고 이렇게 뭐 같이 떡볶이 먹으면서 맛있다 너 먹어라 막 이런 거 일상적 인 거 할 때 저는 그때가 제일 행복하더라고요.(1차 대면면접, ID 9)
요 며칠 전에는 정신과를 혼자 가보라고 했었어요. 항상 엄마 아니면 언니 이렇게 갔었는데, 혼자 가야하는데 두려움도 있고 무섭기도 하고 그런거였나봐요. 혼자 갔다, 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 가지고 뭐.” 이렇게 하는데, 전 되게 행복했어요. 우리 애가 혼자 할 수 있구나.(1차 대면면접, ID 1)
물론 과거의 가족 내 경험으로 인해 자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 걱정되고 속상함을 느낀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자녀의 변화를 희망하고, 나아가 자녀가 변화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ID 4 어머니의 경우, 자녀가 우울한 모습을 볼 때 공감이 되기도 하지만 자녀가 스스 로 자신의 문제를 감당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다잡고 있었다.
(아이가) 약간 자기 연민에 빠져가지고 막... 그럴 때 두 가지 마음이 있어요. 충분히 그 아이가 ‘힘들겠구 나.’ 라는 마음도 있는데 한 가지는 ‘내가 이렇게 그냥 밑으로 내려갈수록 내버려두면 안된다.’는 마음이 더 많은 거예요. 그래서 ‘괜찮아. 괜찮아.’ 저한테도 그렇고 아이들한테도 그렇고. ‘나는 나대로 내 상처를 내 스스로 치유해야하고, 너희들은 너희들에게 감당되어야 할 상처는 너희가 치유해야 한다. 누군가가 이렇게 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나 내가 이렇게 해 줄 수가 없으니까.’(1차 대면면접, ID 4)
7.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
어머니들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였을 때 모두 어느 정도 두렵거나 걱정되는 마음이 있다고 하였다. 본 인의 경제적 능력, 건강, 자녀 양육비 등을 생각했을 때 끝까지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자녀를 돌보는 것이 귀찮고 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없다고 한 경우 (ID 8)를 제외하고, 자녀가 청소년기에 이른 지금까지 양육과정에서 발휘한 어머니 본인의 강점과 어려 운 삶의 과정들을 거쳐 온 경험들은 끝까지 자녀를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비록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책임감, 긍정적인 태도와 노력, 자녀에 대한 공감능력, 탄 력성, 신앙생활로 인한 믿음, 사랑, 열심 등에 힘입어 지금까지 자녀양육을 해왔다고 인식하였으며, 자 녀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어머니 본인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녀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노력해왔듯이 자녀의 미래가 긍정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어머니들은 미래에 자녀가 성인으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소망하였 다. 자녀가 자립해서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좋은 인성을 가지고 정직하게 살며, 어머니의 사 랑을 기억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길 소원하였다. 무엇보다 지금껏 받은 도움을 기억하며 다른 사람들 을 돕고 사랑하며 살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저의 긍정적인 성향을 애들이 닮아서 “뭐, 별거 있어?” 그러면서 쿨하게 잘 또 살아갈 것 같아요.(1 차 대면면접, ID 9)
애들한테 얘기를 계속 해요.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지만 나중에 우리가 이 사랑 그대로, 우 리 같은 사람한테 다 전달을 해야 된다. 교회 청년 선생님이 자전거 타고 가서 라면 사주고 시간을 너희한테 내주고 캠핑도 같이 가주고 너희를 해준 만큼 너희도 나중에 청년 선생님이 되어야 하고 (중략) 엄마는 나중에 김치 많이 해서 나눠줘야 하고.”(1차 대면면접, ID 5)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서울특별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 자녀를 둔 9명의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을 대 상으로, 이들의 부모역할 경험을 질적 접근을 통해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는 양육신념을 비롯한 인지 적 측면, 양육행동과 같은 행동적 측면, 행복감과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서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부모 역할 경험을 살펴보았으며, 이와 동시에 생물생태학적 체계이론에 근거하여 부모역할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적 특성 및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여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역할 경험을 고찰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부모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편이었던 청소년기 이전과 달리, 이제는 새로운 부모-자녀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녀가 성장한 만큼 의 견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기도 하였고, 성장한 자녀와 이전보다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자녀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기도 하였다. 또한,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힘들었던 시간을 잘 버텨온 자녀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청소년 자녀의 감정기복과 문제행동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발달의 여러 영역 에서 변화를 경험하는 자녀를 양육하면서 힘겨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전보다 성숙하고 자율성이 발 달해가는 자녀와 수평적인 관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함을 보고한 연구[30]와 유사한 결과이다. 특히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힘겨웠던 가정환경에서도 잘 성장해준 자녀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자녀와의 문제를 이전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청소년기는 개인의 발달적 변화뿐만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로, 특히 저소 득층 가정의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행동문제나 우울증, 낮은 자존감 등의 문제를 더 많이 보일 수 있다고 보고된다[47]. 본 연구의 참여자들도 청소년기 자녀와의 관계에서 자녀의 정서적, 행동적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들이 자녀가 경험한 가족 내 환경에 의한 것이라 보고 자녀를 더 이해하고 수용하는 계기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해와 수용이 적절 하고 바람직한 경우도 있지만, 자녀의 문제행동 및 부모-자녀관계를 위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경우 도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본 연구결과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마음으로 인해 어머니로서 지나친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녀에게 지나치 게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양육적 모델 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결과, 어머니 본인의 원가족 경험 및 자녀가 이전에 경험한 부정적 가족 내 경험은 어머니의 양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비록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머니가 의식적, 행동적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긍정적이나, 과거의 경험이 자녀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 및 어머니의 지나친 통제적 양육문제를 다룰 필요도 있을 것이다[41]. 청 소년기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를 대상으로 한 정서적 지원과 더불어, 바람직한 부모역할을 위한 교 육기회 제공이 요구된다.
둘째,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본인이나 자녀가 경험한 가족 내의 부정적 경험이 자녀에게 이어 지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양육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어머니의 원가족과의 경험이나 전남편과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학대적 요소들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자녀와의 갈등이 있을 때에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자녀의 학습과 진로에 도움이 될 만한 체험학습의 기회를 적극 찾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기 자녀를 둔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빈곤으로 인해 부모의 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됨에 따라 자녀의 정서 및 행동에 민감하지 못한 양육을 하게 됨을 보고한 연구[56] 및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의 낮은 경제수준이 부모의 양 육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 결국 자녀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을 보고한 연구[25]와 는 다소 상반된다. 한부모가족이라 하더라도 자녀가 잘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39], 양육자 의 온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훈육을 통해 자녀의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1]과 그 맥 을 같이 한다. 즉, 한부모가족 어머니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양육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경우 부모 -자녀관계 및 자녀의 발달 역시 긍정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본 연구 에 참가한 어머니들 중에서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함으로써 부모역할을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부모역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와의 대화 및 소통능력이 향상되고 부모-자녀관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 타났다는 연구결과[36] 또한 고려하건대,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의 부모-자녀관계 및 청소년 자녀 발달을 돕기 위한 교육기회 증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비록 건강가정지원센터,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등 지역사회 기관들을 통해 저소득층 한부모를 위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기 는 하지만 한부모의 부모교육/상담 요구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음[31]을 고려하여, 이들에게 적합한 내용 및 전달방식을 고려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적극적 제공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은 청소년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 를 토로하였는데,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학습과 진로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은 쉽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부모가족 부모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에게 긍정적인 양육을 덜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1]와 유사하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보여지듯,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이 자신과 비슷한 상 황에 놓인 어머니들과의 자조모임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경험한다는 점[57]을 고려할 때, 저소득층 한부 모가족 어머니들이 경험할 수 있는 양육 상의 어려움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조모임이나 부 모 멘토지원 서비스 등을 통한 양육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지자 체의 드림스타트센터 등을 통해서 저소득층 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조모임이나 힐링 프로그램 등이 진 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또한 이들이 스 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가족 공동체 형성과 같은 사회적 지지망을 제공함으로써 가족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자녀양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족 내·외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친정 부모나 형제 등 원가족으로부터 자녀양육의 돌봄을 받는 어머 니는 한 명 정도였고, 그 외 대부분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인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고 보고하였다. 오 히려 이들이 고령이 된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데 대한 부담감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족 외 체계 에서 제공되는 주변 이웃이나 복지제도 등은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지역복지관이나 지역아동 센터, 종교단체 등에서 받고 있는 생필품 지원, 학습 및 상담프로그램 등의 지원은 자녀양육에 큰 도움 이 되고 있었다. 또한, 어머니들은 자녀의 학습과 진로지원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복지혜택 을 적극적으로 찾아 활용하였고, 자녀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낮은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도 어머니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참여와 학업에 대한 기대, 다정하 고 반응적인 양육태도로 자녀의 교육적 성취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연구[34]와도 유사하다. 빈곤가정에 서는 자녀의 사춘기 변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체감하고 있으며, 특히 한부모가족이거나 부모 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가족위기가 두드러져 자녀의 진로지원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지만[44], 본 연 구 참여자들은 자녀의 학습이나 진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나 자원들 을 적극적으로 찾아 자녀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빈곤가정 부모들이 자녀의 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 각되는 프로그램으로 멘토 프로그램을 꼽았는데[34], 멘토 프로그램은 자녀의 학습이나 진로지도 외에 도 정서적 지지나 부모-자녀 간 소통을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부모 또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및 차상위 계층으로서의 복지 및 경제적 지 원은 한계가 있어, 자녀의 학습지도와 관련하여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며 국가 및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비용 외에 지출되는 학원비 등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부모로서의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 및 자녀 양육에 관한 스트레스를 여전히 경험하고 있었 다. 이러한 결과는 저소득 모자가정 편모의 경우 낮은 학력으로 인해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에서의 한계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동반하게 하며[56], 빈곤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는 부모-자녀 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이로 인해 부모는 온정적인 양육보다는 거부적인 양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는 이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더불 어,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의 사회적 지지를 강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취업을 통해 경제적인 자 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민간 혹은 범정부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중년이 된 연구 참여자 어머니들은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이전만큼의 물리적 돌봄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동안 원했던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가지는 등 어머니 자신의 자아 실현을 위한 욕구를 표현하였다. 또한, 이후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지속적 인 경제활동을 통해 자립하여 능력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였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 어 려움은 있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들은 스스로가 성장하고 성숙해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기는 이전 발달단계에 비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기에 [59], 어머니 개인적인 성장을 위한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저소득층 어 머니들을 대상으로 부모역할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어머니 자신의 정서적 안정감과 자존감이 높아 졌으며 세상으로 나가는 힘이 생겼다는 연구[36]를 통해, 다양한 중재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평생학습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중년기 여성을 위한 직업, 스트레스 관리 및 자아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원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중년기의 발달과 업인 생산성을 실현할 수 있으며, 어머니 자신의 건강한 삶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 으로 보인다.
다섯째, 연구 참여자 어머니들은 청소년 자녀에 대한 복합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지금까 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여유와 심리적인 여유가 없어서 자녀의 요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혼, 별거 및 사별 등으로 인한 한부모가족에서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게 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이 경제적 책임 과 함께 자녀양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자녀의 요구에 민감하지 못하다는 연구[56]와 일 치한다. 또한 부의 부재로 오는 심리·정서적인 문제와 생활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양육 스트 레스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점[12]에서 죄책감을 줄이고 양육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한 부모교육 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서비스나 가족기능강화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럼에 도 연구 참여자 어머니들은 자녀는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며, 앞으로 자녀의 미래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자녀가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부모역 할에 대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경험한다는 연구[30] 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이들이 자녀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지속될 수 있도록 부모교육 외에도 멘토나 자조모임 등의 사회적 지원 체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현실적 어려 움을 경험하고 있지만,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양육자로서의 책임감이 매우 높았고, 자녀에 게 할 수 있는 양육적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하려고 노력하였다. 어머니들은 미래를 생각하면 자신의 경 제적 능력과 건강에 관한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도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양육에 대한 노력과 주변 자원에 대한 고마움 등을 생각했을 때 더욱 희망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본 연구는 역경 속에서도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통해 이들에게 실제적 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의 필요성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본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에서 비록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의 부모역할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의 미있는 주제들이 도출되었으나, 2회의 심층개별면접은 다양한 삶의 변화들을 경험하는 가운데 자녀를 양육해 온 연구 참여자들의 부모역할 경험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후속 연구 에서는 다수의 심층개별면접을 수행하거나 연구 참여자들의 저널 및 관련문서와 같은 다원적 자료를 확보하는 등, 보다 풍부한 연구자료를 통한 분석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본 연구는 청소년 자 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추후 연구에서는 자녀인 청소년들을 대 상으로 이들이 경험하는 부모의 양육 또는 부모-자녀관계 경험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부모가 지각하는 부모역할 경험과 자녀인 청소년의 경험은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청소년 자 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대상자 접근이 쉽지 않은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 족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부모역할 경험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이들의 양육신념, 양육행동, 부모역할 관련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인지적, 행동적, 정 서적 측면에서 부모역할 경험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한편, 어머니의 개인적 특성 뿐 아니라 청소년 자 녀의 특성 및 사회적 지지체계의 특성을 포함한 환경적 특성이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며 부모역할 경 험을 심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가 청소년 자녀를 둔 저소득층 한부모가족 어머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 개입을 마련 하는 데 기초적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