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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25 No.1 pp.89-116
DOI : https://doi.org/10.13049/kfwa.2020.25.1.5

A Study on the Child Education Experiences of Highly Educated Joseonjok in Korea

Woon-Sun Choi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Childwelfare, Namseoul University, Cheonan 31020, Korea

Corresponding Author: Woon-Sun Choi, Dept. of childwelfare, Namseoul University (E-mail : woonsunchoi@nsu.ac.kr
February 11, 2020 ; March 1, 2020 ; March 10, 2020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child education experiences of highly educated Joseonjok living in South Korea with a focus on the parents’ values toward childhood education and their parenting style, their plans and strategies concerning school education, and identity formation education. To achieve this goal, data is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with six highly educated Joseonjok in Korea and analyzed using case study research methods. The analysis showed that the highly educated Joseonjok had distinctive values and preferred to have a child-centered approach to parenting, and used active strategies in choosing their children’s schools and when preparing for their children’s college entrance. This study also found that while they acknowledged the necessity of bilingual education, but they did not actively provide their children with bilingual education. In regards to identity formation education, they were divided into two groups on the issue of identity. One group emphasized that the Joseonjok are a part of the Korean diaspora, and stressed that they were closer to being “Koreans”. The other group emphasized their dual identities. The highly educated Joseonjok parents further argued that the mainstream prejudices and discriminations against them in the host society affected their children in terms of forming their identities. Based on these findings, practical and policy guidelines to be considered for supporting the children of highly educated Joseonjok in Korea are proposed.



재한 고학력 조선족의 자녀교육 경험에 관한 연구*

최 운선

초록


    Namseoul University

    Ⅰ. 서 론

    1992년 한·중수교 이래 중국 조선족의 국내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30년에 가까운 ‘역 이동(return migration)’의 이주역사 흐름 속에서 국내에는 약 71만 명[12]에 가까운 조선족들이 거주 하고 있다. 이들은 초기에 중국산 한약재와 농산물 보따리상으로 활동하며 체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산업연수생제도와 방문취업제도 도입 이후에는 3D 업종의 종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14]. 한·중 양국 간 경제·문화교류가 확대되면서 2000년을 기점으로 국내에 조선족 유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였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석·박사학위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 발전을 도모하는가 하면, 상당수는 한국에 남아 대기업이나 전문직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비록 소수이지만 새로운 범주의 조선족 동포들이 등장하는 현상을 학계에서는 재한 조선족사회의 ‘계층화’라기 보다 하나의 ‘경 향성’으로 파악하여 ‘지위분화’로 보고 있다[10].

    이들은 대부분 ‘문화대혁명’ 이후 70년대 후반에 태어나 가정과 학교에서 민족언어와 민족문화 교육 을 받고 자랐으며,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을 거쳐 중국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마치고 가장 초기에 한국 유 학의 길을 선택한 세대이다. 동시에 ‘개혁개방’이라는 시대적 물결이 중국사회에 미친 커다란 변화를 직 접 경험하였으며, 누구보다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한국에서 중국동포,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 신 분으로 고생하는 부모세대의 희생을 지켜보며 자란 세대이다[19]. 한편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재외동포 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국내 대학에서 재외동포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지급하는 다양한 장학금 혜 택을 받으며 대학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졸업 후 고학력자로서의 사회적·문화적 자본으로 이들은 국내 대학과 연구소, 대기업이나 금융·언론·법률 등 다양한 전문분야에 취직하여 새로운 ‘엘리트· 지식인 집단’으로서 한국에 안정된 가족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국내에 노동자로 유입된 2세대1) 조선족과 달리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의 기회를 갖게 된 고학력 조 선족들은 자신의 사회·문화적 자본을 토대로 정착사회와 출신국을 자유롭게 오가며 초국가적인 사회 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9]. 한편 가족을 단위로 한 한국사회 체류가 갈수록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가족 생활 특히 다음세대를 위한 자녀교육에 갈수록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며, 기존의 국내체류 조선족 근로자 와 국제결혼 이주자와는 다른 맥락에서 자녀교육을 기획하고 실천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재한 고 학력 조선족은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어떠한 신념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 이들은 자녀교육을 어떻게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자신이 갖고 있는 사회문화적 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그리 고 ‘국민과 민족 간의 미묘한 경계선상에서 살아가는’[23] 이들은 자녀의 정체성 교육을 어떻게 실시하는 지에 대해서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유학을 목적으로 한국에 와서 석·박사 학위를 마친 후 한국사회에 정착한 재한 고 학력 조선족의 자녀교육 경험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로 자녀교육 가치관과 양육방식, 학교교육에 대한 기획과 전략, 그리고 정체성 교육을 중심으로 이들의 자녀교육 경험을 파악함으로써 중국 조선족 동포 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새롭게 넓히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인적 자원 유치라는 관점에서 동포가족지원정책에 시사점과 적용방안을 모색하는데 있다.

    Ⅱ. 선행연구 고찰

    1. 재한 고학력 조선족의 한국사회 정착경험

    현재까지 재한 고학력 조선족의 한국사회 정착과정과 삶의 실태를 직접 다룬 선행연구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며, 주로 이들의 초국가적 이주 특성과 사회적 관계의 양상, 한국사회 정착과정에 가족생 활과 사회생활 경험, 그리고 ‘외국인’과 ‘동포’ 사이의 성원권, 국가와 민족 정체성에 관한 연구들이 주 를 이루고 있다.

    우선, Lee[9]는 고학력 전문직 화이트칼라 조선족의 초국가적 이주의 특성을 경제, 사회, 종교 3가지 초국가적 사회적 장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경제적 영역에서 고학력 화이트칼라의 경 우, 취업 초기에는 출신국으로의 송금이 많은 반면 정착지에서 생활이 안정되어 가면서 저금을 하거나 한국에서의 추후 생활 등에 투자하였다. 사회적 영역에서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한국생활이 점차 안정 됨에 따라 부모님을 한국에 모시거나 한국에 나와 있는 친척들끼리 모임을 가졌다. 대부분 젊은 연령대 의 미혼자가 많았는데, 이들은 대체로 조선족 간의 결혼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였으며, 결혼식은 중국에서 피로연은 한국에서 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한편 이들은 중국 출신지역과의 사회적 관계와 대 학 진학 시에 가졌던 사회적 네트워크를 한국에서도 유지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출신국가와 정착지 에 양방향의 강한 소속감을 갖고 초국가적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한편 Lee[10]는 재한 조선족동포를 엘리트·지식인 범주, 중소자영업 범주, 영세자영업 범주, 3D 업 종 종사자 등 4개의 지위범주로 유형화하여 이들의 지위분화 요인, 사회적 지위에 따른 커뮤니티의 구 성과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성원권 획득을 위한 전략의 차이에 대해 비교분석하였다. 연구에서 엘리트·지식인층은 ‘사회적 명예’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유학의 길을 선택하였고, ‘조선족유학생 네트워 크’, ‘유학생 직장인 모임’과 같은 나머지 세 집단과 성격이 다른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활동하고 있었으 며, 안정적인 조건에서 한국에 정착하고 있지만, ‘중국전문가’로 고용된 상황에서 대부분 국적을 바꾸 기보다 중국조선족 신분으로 양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또한 유학생 신분으 로 대학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조선족에 대한 차별이나 배타성을 직접 느끼지 못했던 반면에, 직장 생활에서 배타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외국인’과 ‘동포’ 사이의 성원권 획득에서 ‘중국 조 선족 사회에서 형성된 문화적 특성을 중국이나 한국의 국민국가 틀로 가둘 것이 아니라, 그 차이 자체 를 ‘조선족주의’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동안 재한 조선족에 관한 선행연구들 중에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주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민 족과 국민 정체성을 다룬 연구들[4, 16, 17, 18, 23]이며, 최근에는 재한 고학력 조선족의 민족 정체성 형성과 정과 그 과정에 수반된 여러 고민들 및 대처전략을 다룬 Kim과 Kim[7]의 연구가 주목을 끈다. 이 연구 에 의하면 고학력 조선족의 정체성은 중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선호하는 사례들과 한민족 뿌리를 지녔다는 민족 정체성을 선호하는 사례들로 나뉘었다. 전자의 경우, 대체로 자신의 민족적 입장을 간접 적으로 드러내면서 개인의 성취나 노력을 강조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민족성을 강조하며 한국과의 연 결고리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부류와 한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제3의 민족, 조선족으로의 정체성을 표현한 부류로 나뉘었다. 특히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경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국 에 기여하는 위치와 역할을 고민하면서 제3의 초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고학력 조선족들 가운데 중국에서부터 확고한 민족적 개념을 가져왔던 참가자도 있었지만, 다수의 참 가자들은 한국에서 조선족으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따라 민족개념에 대한 고민을 달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의 생활과 주변인들로 인한 경험이 개인의 성향과 함께 재한 고학력 조선족의 민족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지적하였다.

    한편 고학력 조선족 국제결혼 여성의 한국생활과 정체성 변화를 살펴본 연구[3]는 기존의 국제결혼 이 주여성들과 달리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에서 부부가 서로 존중하면서 상의하거나 자신이 배우자보다 더 많은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부부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댁 식구와 는 분가해서 살기에 직접적인 갈등은 적은 편이며, 의견차이와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할 때 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였다. 친정식구와는 자주 연락을 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며, 대부분 한국에서 함께 생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학력 조선족 국제결혼 여성들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전공에 맞는 직장생활에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정체성은 확 립과 혼란, 무관심 세 가지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정체성의 변화는 한국국적 취득여부, 친정 식구의 한 국 거주여부, 개인의 인식과 큰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재한 조선족의 자녀교육과 양육경험

    재한 조선족의 자녀교육과 양육에 관한 선행연구는 많지 않으며, 주로 국내 거주 중국동포 근로자가 정의 자녀양육 실태와 중도입국자녀의 초기적응, 그리고 조선족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자녀양육 경험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거주 중국동포 자녀양육 지원 방안 연구[20]에 따르면, 중국동포의 대부분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월 가구소득은 100∼200만원대에 불과하며, 이들의 87%는 한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였다. 영유아기 자녀의 84.5%는 중국국적이며, 14.0%는 부모의 불법체류 신분으로 인해 무국 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자녀양육 시 어려운 점으로 ‘양육비와 병원비의 부담, 자녀와 함 께하는 시간 부족, 아이의 장래에 대한 불안’ 등을 언급하였는데, 실제로 동포가족은 외국인이라는 이 유로 무상보육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NGO 단체, 정부, 관련기관 등을 통한 자녀양육지원의 수혜율은 4.2% 수준으로 미미하며, 영유아의 건강보험 미가입 비율도 3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 은 자녀들이 성장하여 학교에서 ‘중국동포라는 사실, 언어 사용의 차이, 불법 체류 상태’ 등을 이유로 문 제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호소하였다. 한편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 랐으며, 한국어를 제1의 모국어로 사용하고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서와 정체성이 형성되었기 때문 에 ‘중국인’이라는 의식보다는 ‘한국인’에 가까운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따라서 자녀가 한 국에 적응하여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습득과 학습에 더욱 큰 필요성을 느끼며, 86.7% 의 부모들이 자녀의 국적취득이 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게 하고 싶으며, 13.3%에 해당되는 일 부만이 돈을 벌거나 학업을 마치게 되면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응답하였다.

    한편 국내체류 중국동포 현황 조사[14]에서 자녀교육을 위한 희망학교 유형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중 국동포들은 중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가르치는 이중언어 학교(47.0%), 한국어로 가르치는 일반 한국학 교(24.5%),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학교(9.8%), 중국어로 가르치는 화교학교(5.4%) 순으로 선호하였으 며, 미성년 자녀를 위한 초·중·고 이중언어 학교 확대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 에서 중국어로 가르치는 화교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자녀가 한국어 학습에 소홀해질까봐 우려하는 마음, 대만계 학교이기 때문에 중국식 한자와 중국에 대한 내용으로 교육하지 않고, 대만식 한자와 대만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는 교육내용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거리낌이 작용한 것 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다수의 중국동포들은 자녀가 중국에서 사용하던 중국어를 잊지 않고,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중언어 구사자로 성장하기를 원하였다. 한·중 교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양국을 매개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도 중국동포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은 바림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한·중 이중언어 학교는 한국어를 모른 채 한국에 온 중국동포 자녀 가 중국어를 사용하면서 서서히 한국학교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도 중국에서 사용하던 언어를 잊지 않고 오히려 고급언어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중언어로 교육하는 학교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서 중국 동포교육에 적합한 이중언어 학교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한편 고학력 조선족 국제결혼가정의 경우[3], 조선족 어머니들은 자녀가 정체성과 관련하여 질문할 때, 특히 자녀와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가 나오거나 말투가 이상하다고 할 때 당 황스럽고, 외가친척들이 왜 중국에 살고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볼 때 난감하다 고 하였다. 또한 중국식 교육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이 한국식 교육방법을 따라하는 데 많은 부족함 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비록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국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교육방식을 적응 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들은 나중에 자녀의 학교생활을 많이 걱정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나 타내기도 하였는데, 이는 주로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낙인 찍히고 왕따 당하는 것, 공부를 따라 가지 못해 좋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부분과 자녀의 안전에 대한 걱정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한편 이중언어 교육에 대하여 자녀의 언어(한국어) 발달지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차별, 그리고 가족 구성 원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자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로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에 장애요인으로 자신의 중국어 발음과 실력문제, 어려운 경제적 형편, 사회적 지지기반의 빈약함을 꼽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중국으로 유학 보내고 외할머니 를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방학에 친정과 친척방문을 하는 등 모국을 활용한 이중언어 교육전략을 실시 하였다[15].

    최근에 이슈가 되는 중도입국청소년의 초기 적응과정을 문화차이와 언어소통, 학업과 진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 정체성 범주로 구분하여 조선족 부모의 입장에서 살펴본 연구[13]에 의하면, 자녀들이 가 정 내 한국인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형성에 필요한 언어 그리고 생활예절과 문화를 새롭게 학습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가족 간 갈등과 문화충돌, 그리고 심리·정서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지 만, 중간자 역할을 하는 조선족 부모는 이를 도와줄 수 없어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하였다. 한편 이들은 중도입국 자녀의 한국 학교 편입학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와 서류준비로 인한 어려움에 불만을 나타내 었으며, 두 국가 간 교육과정 차이로 인해 한국학교 교육을 따라가기 어렵고 학습내용도 이해가 힘든 상황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빠른 시간 내 한국어를 습득하고 학교에 진입하여 학업 을 마치면 이중언어 구사능력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한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그리고 일반 한국인의 우월적 태도와 인식, 차별과 편견은 자신과 자녀들의 한국사회 정착과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으며,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빨리 정착하여 군 대도 가고 대학도 가서 전형적인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여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이 사회에 소속 되길 바랐다. 하지만 자녀들은 본국에서 형성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과 가치관과는 다른 사회에서 재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체성 갈등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Ⅲ.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선정 및 자료수집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첫째,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유학 와서 대학원(석사 혹은 박사)을 마친 후 한국사회에 10년 이상 정착한 조선족, 둘째, 조선족 출신인 배우자와 초·중·고 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조선족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고학력 조선족 국제결혼 이주자는 본 연 구의 대상자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한국인 배우자와의 자녀교육 경험이 고학력 조선족 부부 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19년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약 3개월 간 진행되었으며, 심층면접은 1∼2회 에 걸쳐 가정과 커피숍에서 이루어졌으며, 1회당 약 1∼2시간이 소요되었다. 우선, 연구 참여자들의 성 장배경, 한국에서의 유학생활과 전반적인 정착과정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였다. 다음, 반구조화 된 설 문지를 통해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동기와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자녀양육 경험은 어떠한 가?’, ‘자녀양육에 대한 신념은 무엇인가?’, ‘자녀교육에 대한 계획은 어떠한가?’, ‘자녀에게 이중언어 교 육을 실시하는가?’, ‘중국 조선족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하는가?’, ‘자녀들은 자신을 어느 나라사람이고 생각하는가?’ 등에 대해 자세히 질문하였다. 그리고 고학력 조선족의 자녀교육 실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통해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을 직접 관찰하였으며, 더 나아가 연구 참여자들 의 국내 조선족 유학생 동문모임에도 참석하여 한국에서 이들의 삶에 관한 정보들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눈덩이 표집을 통해 최종 6명의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였으며, 이들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 <Table 1>과 같다.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40대 초·중반에 해당되며, 중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2000년을 전후로 한국에 유학을 목적으로 왔으며, 조선족이 집거하는 동북 3성 출신들이다. 이들은 한 국에서 석사 혹은 석·박사과정을 마친 후 대기업, 대학교, 병원, 법률사무소, 출판사 등 다양한 전문직 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족단위로 10∼21년간 거주하고 있다. 연구 참여자의 국적과 한국 내 체류자격을 살펴보면, 귀화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한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중국 국적을 유지 한 상태에서 영주(F-5)와 재외동포(F-4) 비자로 한국에 장기체류하고 있었다. 이들의 배우자도 대부 분 고학력이었으며, 목사, 교수, 자영업 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한국 국적을 취 득한 1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영주와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갖고 있었다.

    다음, 연구 참여자들은 대체로 1∼2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 3년에 재 학 중이었다. 부모를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4명의 자녀를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은 중국 국적이었으 며, 영주 비자, 재외동포 비자, 동반비자로 체류하고 있었다. 총 10명 가운데 6명은 한국에서 출생하여 자랐으며, 여행이나 친척방문을 제외하고 중국 거주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4명은 중국에서 출생하여 5∼10년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동반 이주하였다. 자녀들이 재학 중인 학교유형을 살 펴보면, 1명이 국제학교, 2명이 화교학교에 재학 중이며, 나머지 7명은 한국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2. 자료 분석 및 연구의 질 검증

    연구 참여자에 대한 심층면접, 가정방문을 통한 관찰, 문서 검토 등 다각적인 경로를 통해 수집한 자 료를 분석하기 위해 질적 연구방법 중 사례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사례연구는 개별적 사례를 대상으 로 심층적 분석 및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사고를 가능하도록 이끄는 연구방법으로서, 사회적 현상 가운데 비교적 적은 경험으로 인하여 학문적 정립이 안 되어 있는 분야에 대해 통찰력을 자극한다[21]. 따라서 재한 고학력 조선족의 자녀교육 경험을 통해 이들의 한국사회 정착과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본 연구의 목적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사례연구방법은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으로 이루어진다[2]. 우선, 사례 내 분석에서는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을 개별사례로 설정하여 이들이 자녀교육 과정에 경험하는 이슈들을 파악하고자 하였으 며,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자는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된 원자료 녹취록을 여러 번 들 으며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각 사례별로 요약과 기술을 작성하였다. 둘째, 각 사례별로 자녀교육 관련 이슈들을 찾고자 하였으며, 해당 사례 자체에 집중하여 분석하면서도 앞서 분석된 사례들과 비교 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이슈들을 찾고자 하였다.

    다음 사례 간 분석에서는 첫째, 사례 내 분석결과를 토대로 고학력 조선족의 자녀교육 전반에 나타나 는 이슈들을 나열하고 유사한 이슈들을 묶어서 주제로 전환하였다. 둘째, 각 주제 안에서 사례들의 공 통경험과 서로 다른 경험들을 비교하거나 대조하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 해 7개 하위주제와 3개의 상위주제를 도출하였으며, 구체적으로 다음 <Table 3>과 같다.

    한편 연구자는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료의 삼각화 검증을 사용하였다. 먼저 자료수집, 연구 분석과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 연구자와 참여자 간에 지속적인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보완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참여자에게 여러 차례 추가 질문과 확인 작업을 통해 정확성을 확보하 였다. 또한 심층면접 자료와 기록물, 기사, 서적 등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검토함으로써 자료 간에 모순 이 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였다.

    3. 연구 윤리성

    질적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윤리적 이슈는 연구에 대해 밝히기, 고지된 동의, 자발적 참여, 연구참여 로 인한 피해,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 비밀보장 등이 있다. 연구자는 이와 같은 윤리적 이슈들을 충분히 다루고자 노력하였다. 우선, 연구자는 심층면접에 앞서 연구의 목적, 내용, 비밀보장에 관한 사항에 대 해 참여자에게 자세히 설명하였으며, 연구참여 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후 면접을 실시하였다. 면접이 끝 난 후 일부 참여자들은 그동안 자녀교육에 대해 혼자 고민하고 있었던 내용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 안들을 깨닫게 되어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 참여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익명으로 기재 할 것과 연구 이외의 다른 용도로 수집된 자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연구 참여자 들에게는 면접을 마친 후 일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경제적인 보상을 하였다.

    Ⅳ. 연구결과

    1. 사례 내 분석

    1) 사례 A

    사례 A는 중국에서 4년제 사범대를 졸업하고 조선족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가 고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2000년에 한국으로 함께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후 그녀는 중 국어예배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남편을 내조하는 동시에 국제학교와 출판사에 선후로 취직하여 중국어 교사 및 중국파트 편집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가 정에서 전업주부로 두 아이를 돌보고 있다. A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똑같이 세금을 내지만 자녀 교 육비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선택할 때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서 자녀들 도 학교에서 이와 같은 차별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2015년에 자신과 두 자녀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 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이러한 국적 변경에 대하여 현재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딸은 한국 국 적인 것이 좋다고 말하는 반면에, 아들은 ‘본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부모가 국적을 마음대로 바꾼 것’에 대하여 불만을 표하였으며, 가끔은 중국 국적으로 다시 바꾸고 싶다고 하였다. 사례 A는 아들이 18세 (성인)가 되어서도 중국 국적을 원한다면 다시 변경하게 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그녀는 ‘아이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고, ‘엄마, 아빠 나라의 언어(중국어)를 배야 한다’는 생각에 자녀 둘을 화교초등학교에 보냈다. 현재 두 아이가 한국어와 중국어, 즉 이중언어 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그녀는 만족해하고 있다. 하지만 국적이 한국이라 나중에 외국 인특별전형2)으로 국내 대학을 갈 수 없고 일반 한국아이들과 대학입시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나 중에 외국에서 대학을 다닐 것이라면 중국어보다 영어가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첫째 자녀는 4학년 때 영어국제학교로 전학시켰으며, 둘째도 1년 후에 전학시킬 예정이다. 그녀는 두 자녀가 영어국제학 교를 졸업하면 정부 장학금을 신청하여 해외대학으로 유학 보낼 계획이다.

    사례 A에서 드러난 자녀교육 경험에 관한 이슈를 살펴보면, 첫째, 화교학교를 선택한 부모의 의도는 자녀가 중국문화와 언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이중언어를 구사하고 더 나아가 부모-자녀 간 문화적 친밀감 형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화교학교에서 국제학교로 전학 보낸 이유는 한국 국적을 갖고 대학입시에서 한국 아이들과 경 쟁하는 것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감하게 자녀의 진로를 영미문화권에 속하는 해외 대학으로 바꾸었으며, 해외 대학으로 이어지는 방법 중 하나로서 국제학교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예 측된다. 둘째,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귀속의식과 정체성 선호에 따라 국적 변경에 대해 서로 다 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한민족 정체성을 선호하는 자녀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인식하기 때문 에 국적 변경에 대해 부모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중국 국민정체성 혹은 이중정체성을 선호하는 자녀의 경우, 자신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동일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할지라도 자녀마다 자신을 서로 다르게 정의할 수 있으며, 부모가 정해준 정 체성을 반드시 따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 사례 B

    사례 B는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의 자매결연 대학으로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한국 유학생활 중에 두 살 연하인 대학교 후배와 결혼하여 현재 10살인 아들을 두고 있다. 그녀 는 석사졸업 후 통신네크워크회사에서 엔지니어로 8년간 근무하다가 직업의 특성상 야간근무가 많아 서 자녀양육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상담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현재 상담심리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녀는 상담심리 공부를 시작하면서 부모로부터 방 임되고 자존감이 낮았던 자신의 유년시절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신앙을 기본으로 하는 인성교육의 중요 성을 인식하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이 결국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울 힘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따라서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도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민주적인 대화를 통해 함께 해결하는 바 람직한 훈육방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자녀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강조한 그녀는 부모-자녀 관계가 좋은 아이는 외부에 나가서 사람을 만날 때 자신감이 있고,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결국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세계관,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 지 않은 자녀들이 사회에 나가서 성문제, 폭력, 비행 등 건강하지 않은 것들을 처음 접했을 때를 대비하 여 부모는 미리 아이에게 이해하기 쉬운 적절한 사례를 통해 이것을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을 세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B씨는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국적이 중국이고 앞으로 중국으 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화교초등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중·고 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아이들이 시험을 보지 않고도 대학교에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하 는 분위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인 자녀를 기독교 국제학교로 전학 보내기로 결 심하였다. 그녀는 지금 국제학교의 비싼 등록금과 자녀가 전학 가서 영어로 수업하는데 따라갈 수 있을 지에 대해 내심 걱정하고 있다.

    사례 B에서 제기된 자녀교육 이슈로는 첫째, 새로운 분야인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그녀는 바람직 한 부모-자녀 관계와 부모의 역할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자녀교육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 을 구체적인 양육방식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화교학교에서 자녀가 배 우고 얻은 것이 많지만, 앞으로 계속 진학했을 때 언어를 제외하고 자녀에게 유익한 것이 별로 많지 않 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국제학교로 전학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례 A와 마찬가지로 사례 B에게도 화교학교는 자녀가 어렸을 때 중국어를 학교체제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녀의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에 전학한 것으로 분석된다.

    3) 사례 C

    사례 C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마침 장학금을 받고 유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1999년에 한 국으로 오게 되었다. 대학원 졸업 후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자신과 같이 한국에 유학 온 조선족 남편과 결혼하여 현재 두 자녀를 키우면서 직장생활하고 있다. 시부모님이 두 아이를 대신 키워준다고 중국으 로 보내라고 하셨지만 ‘아이는 내 손으로 직접 키우고, 자라는 과정을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부모님 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그녀는 자녀교육에서 나만 잘 되고 1등하는 것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 우는 것,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한편 자녀가 성장하면서 학업 과 진로, 성교육, 학교생활 면에서 부모역할도 함께 업그레이드 되어야 함을 인지하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일과 자녀양육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하였다. 남편이 박사공부 할 때 귀화를 해서 현재 두 자녀는 모두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엄마, 아빠가 중국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제외하고, 그동안 자녀들에게 중국적인 것을 별로 심어준 것이 없기 때문에 그녀는 자녀들이 한국사람이라고 생 각하며,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자녀가 조선족에 대해 질문할 때 그녀는 할아 버지 시절부터 시작해서 중국으로 이주한 역사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또한 ‘앞으로 선택지를 넓히기 위 해’ 그녀는 역으로 자녀를 중국에 있는 대학에 보낼 계획이며, 이를 위해 설득 중에 있다.

    사례 C에서 나타난 자녀교육 이슈들을 살펴보면 첫째, 자녀는 부모가 직접 키우고, 자라는 과정을 지 켜봐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부모와 자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자녀교육에 적절하지 않다는 양육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자녀를 모국의 친척집에 맡기는 경우와 달리 본 연구 에서 고학력 조선족들은 자녀와의 동반이주를 선택하였으며, 심지어 아이들과 한국에 함께 올 수 없다 면 유학을 포기하려 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 귀화한 아빠를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두 자녀의 진 로선택에서 사례 C는 한국아이들과 경쟁하기보다 중국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여 역으로 중국 대학에 유학 보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지금이라도 자녀에게 중국어 공부를 시키려 하고 있다. 셋 째, 그녀는 조선족의 이주역사를 통해 부모의 정체성을 자녀에게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뿌리가 한국이 기 때문에 한국인에 가깝다고 설명함으로써 한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4) 사례 D

    2002년에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초청이 되어 10일 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된 사 례 D씨는 글로벌마인드를 갖추려면 반드시 해외로 나가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4년에 재 외동포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한국 대학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아내와 동반 유학을 온 그는 박사 졸업 후 국내 대학에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현재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녀교육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자신감, 감성과 의지력 등을 중요한 가치로 간주하 였으며, 자녀에게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와 넓은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가능한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D씨는 자녀가 한국아이들 속에서 기 죽지 않고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한국학교에서 전학하지 않고 안정적으 로 다니고, 고등학교는 자신의 특성을 깨닫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국제학교로 보낼 계획이다. 그는 아들에게 중국어 공부를 시키고 싶었지만,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중국인임을 티내기 싫어하는’ 아 들이 거절하자 강요하지는 않았다. ‘나는 한국사람인데 왜 국적이 중국이냐’라는 자녀의 질문에 D씨는 ‘네가 한국에서 태어났고 너의 감정이 그렇다면 18세가 된 후에 국적을 바꾸라’고 하였다.

    사례 D의 자녀교육 경험에서 제기된 이슈는 첫째, 무엇보다 자녀가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을 중 요하게 생각하고, 대학입시에 외국인 특혜를 받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는 D씨의 입장은 자녀가 한국사 회에서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경쟁하여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존의 많은 사례에 서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과는 다른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지나치 게 자녀의 인생에 관여하고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 결정해주는 것보다 자녀가 자기주장을 갖고 본인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며, 그 과정에 뒤에서 지지해주고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고 보았다. 셋째, 자녀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D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 다 국적 선택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자녀에게 맡기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5) 사례 E

    사례 E는 중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2008년에 남편과 함께 두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유 학을 오게 되었으며, 한국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대학교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그녀는 오랜 기간 교육 분야에 종사하면서 자녀교육에 대해 늘 고민해 왔으며, 자녀가 성적보다 인성을 갖춘 사람, 즉 자신이 갖고 있는 자질을 최대한 개발하여 타인에게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 기를 바랐다. 또한 그녀는 자녀의 자립심을 강조하였는데,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는 자녀가 대출을 받아 서 스스로 해결하거나 부모가 먼저 빌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이 유를 잘 모르겠다는 자녀에게 스스로 그 답을 찾고 나서 동기부여가 된 후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도 괜찮 다고 알려주었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의 철학과 방식대로 지금까지 두 자녀를 교육해왔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잘 자라 주어서 감사하다고 하였다. 자녀들이 중국에서 유치원까지 다니고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자신이 중국인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나와서 중국사람이라고 밝 혔지만, 한국아이들이 무시하고 놀려서 처음에는 많이 싸우기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친구과 어울려 지내다보니 정서나 사고방식이 한국아이들과 똑같아졌으며, 지 금은 중국에 가서 살라고 하면 더 힘들 것 같다고 하였다.

    사례 E에서 드러난 자녀교육 경험에 관한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부 잘하고 높은 성적이 세 상의 기준이라면, E씨는 자신의 기준은 세상과 다르다고 하였다. 성적이 좀 떨어지고 공부를 못한다 하 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는 삶이 훨씬 가치가 있으며, 자녀들도 이러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둘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떠나서 조선족 자녀들은 또래친구들로부터 부모 혹은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자녀세대의 정체성 발달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적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6) 사례 F

    사례 F는 한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5년간 근무하다가 전문지식을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2002년에 한국으로 남편과 동반유학을 왔으며, 본인은 간호학을, 남편은 신학을 전공하였 다.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과 자녀양육을 병행해야 했던 그녀는 배우자와 서로 수업시간을 조정해가며 수업을 듣거나 심지어 번갈아 휴학까지 해가며 학부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그녀는 귀국하여 중국 여러 곳을 다니며 목회하는 남편을 내조하면서 야간에는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다. 2014년에 F씨는 가족 과 다시 한국에 입국하여 간호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전공을 살려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자녀교육에서 신앙을 기반으로 한 인성교육을 강조하였으며, 독서와 책을 좋아하는 두 자 녀가 앞으로 자신의 적성을 찾아 전문직에 종사하기를 바랐다. 사례 F의 첫째 자녀는 초등학교 5학년 까지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도 입국한 경우로, 초기 적응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에서 자기 네끼리 똘똘 뭉쳐 다니면서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친구들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으며, 심 지어 학교를 하루 안 간적도 있었다. 지금은 적응을 잘 하고 있으며, 대학입시를 앞두고 외국인특별전 형으로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였다. F씨는 자녀의 정체성 교육에서 ‘우리는 중국인’ 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중국 국적을 가졌다’라고 하며,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살았고, 우리가 그쪽에 가 서 잠깐 살았을 뿐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피는 우리 한국인’과 같고 ‘중국에 사는 조선족’이라고 자녀에 게 알려주었다.

    위 기술을 토대로 사례 F에서 제기된 이슈들을 살펴보면 첫째,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초기 적응과정 에 경험하는 어려움들을 본 사례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자녀들의 한국사회 정착과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사례 F의 첫째 자녀도 현재 외국인특별전형으로 대학입 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과 전공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해 부모는 다양한 자원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셋째, 자녀의 정체성 교육에서 사례 F도 자녀에게 한민족 정체 감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인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2. 사례 간 분석

    1) 자녀교육 가치관과 양육방식

    (1) 인성교육이 우선

    자녀교육 신념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이들은 하나같이 인성교육을 강조하였으며 공부가 전부가 아니 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였다. 주로 개인이 살아오며 터득한 삶의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성경적인 자녀양 육관이 반영되었는데, 구체적으로 신앙, 배려, 감성, 자존감, 의지력, 자율성, 책임감 등을 인성교육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성공과 자신이 추구하는 자녀의 성공 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자녀가 좋은 학벌과 사회적 인정을 받는 직업보다는 본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 신앙적으로 쓰임 받는 삶을 살아가기 원하였다.

    "인간성이죠. 나만 잘 되고 내가 1등하고 이런 것 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자 이것이 첫 번째이고, 자존감이 높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아이가 무엇을 하든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있으 면 걱정이 안 될 것 같아요. ... 적어도 대학은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석·박사 이런 것 보다 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가고 실력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사례 C)

    “자녀의 학업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세상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공 부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바라보는 성공과 하나님이 생각하는 성공 은 다르다고 봐요. 우리는 학업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에요. 신앙적으로 하나님을 더 알아가는 게 중요하죠.”(사례 A)

    “자신이 공부할 수 있는 능력, 애착을 갖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는 감성, 무엇인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력 이 세 가지만 키워주면 되죠. ...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고 해서 좋은 직업이 아니 에요. 본인이 좋아하면 다 좋은 직업이에요.” (사례 D)

    (2) 글로벌 인재로 양성

    재한 고학력 조선족들은 초국가적 교육이주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해당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함과 동 시에 자유와 민주, 불평등, 민족관, 소수자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더욱 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다[19]. 부모들의 이러한 경험은 자녀들도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한국을 넘어 글로벌한 세상에서 자율적인 사고, 폭넓은 안목과 열린 마음을 갖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살기를 바랐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 의 사회·문화적 자원을 동원하여 자녀에게 가능한 많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해주고자 노력하였는데, 안식년에 자녀를 미국에 데려가 교육을 받게 하거나 방학을 이용하여 해외여행, 영어, 중국어캠프 등에 적극적으로 보냈으며, 일부는 자녀의 해외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5년 안식년으로 온 가족이 미국 켈리포니아주에 1년 있었어요. 정규수업 외에 after school 보 내고, 도서관에서 책도 많이 빌려주었어요. 우리가 처음 이민 왔다고 대학생을 가정에 파견하여 일 대일 영어 티칭을 해주어서 반년 후부터는 아들이 핵심영어들을 많이 배웠어요. 피아노 선생님도 좋 은 분 만나서 실력이 많이 늘어서 왔어요. 그러니까 애들한테 엄청 좋지요. 나는 방문학자로 대학교 에 있고, 시간 날 때 아들 데리고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사례 D)

    “지난여름 방학에 외국인학교 영어캠프에 한번 보내봤는데, 유치원부터 고등학생들까지 같이 하는 캠프였어요. 기숙사생활을 시켰는데, 거기 형들한테 유난히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서 캠프가 끝난 다음에도 카톡으로 잘 지내냐고 연락을 주고받고 하더라고요. 3주 정도 캠프를 갖다 와서 영어가 조 금 늘어서 왔어요.”(사례 B)

    “엄마는 너희들을 그냥 한국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인재로 키우고 싶으니까 이런 사람들하고 같은 수준에서 하자’ 이렇게 교육을 해서 아이들이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해요.”(사례 E)

    (3) 자녀중심의 양육방식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앞에서 이끌어주는 사람’보다 아이가 자신에게 중 요한 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따라 서 학업과 진로, 나아가 인생에 대해 가능한 부모의 개입을 줄이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였다. 동시에 아이들이 성장과정에 혼란을 경험할 수 있는 문제와 상황에 대해 민주적인 대화를 통해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하였으며, 필요한 경우 가치와 윤리적 판단의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 해주었다. 이렇게 자녀양육에서 고학력 조선족은 부모중심의 양육보다 자녀중심의 양육방식을 선호하 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스스로 발견해서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아이 인생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싶지 않아요. ... 초등학교 졸업했으니까 자기 판단력이 있어요. 자기 주장도 있고 본인 인생은 본인이 책임져라. 이 번에 중학교 선택하는 것도 본인이 알아서 선택했어요. 애들끼리 정보가 다 교환되는가 봐요."(사례 D)

    “아이를 키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성, 폭력 등 건강하지 않은 것을 처음 접하면 그것이 맞는 것인 줄 알더라고요. 미리 설명 없이 그것을 접하면 왜곡된 가치관이 형성 되기 때문에 저는 그런 것을 최대한 먼저 설명을 해줘요. ... 이렇게 (부모를 통해) 먼저 건강한 것을 들으면 안 좋은 것을 (밖에서) 들었을 때 ‘아, 이것이 틀린 것이네’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더 라고요. 저는 어떤 분야든지 생각날 때마다 미리미리 다 얘기해줘요. 그리고 그것을 강압적으로 주 입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재미있는 사례를 들거나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저랑 이야기하 는 것을 좋아해요”. (사례 B)

    한편 이들은 한국 엄마들의 자녀에 대한 극성스러움과 지나친 ‘치맛바람’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었 으며, 특히 비싼 학원비와 과외비를 내고 조기교육에 앞장서며, 전문코치나 매니저처럼 자녀의 진로를 미리 설계하고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자녀양육 방식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따라서 성적과 학벌지상주의, 출세지상주의를 중요시하는 한국 엄마들과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 교제모임에 적극적으 로 참석하여 어울리기보다 거리감을 두고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엄마들은 정말 코치나 매니저처럼 그렇게 애들한테 다 해주더라고요. 우리아이 친구들 엄마 보면 놀이터에서 무엇이든지 다해주더라고요. 이거는 아닌데 싶더라고요. ... 애들이 이 학원 갔다가 끝나면 바로 다음 학원을 데려다 줘야 하는데 차안에서 먹이고 해야 되니까 대신 해줄 수밖에 없는 거겠죠.” (사례 C)

    “여기 초등학교는 중국어도 가르치고 ‘이 학교가 좋다더라’ 해서 돈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이를 보내 거든요. 그런 한국 엄마들과 저는 공감대 형성이 안돼요. 그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과 내가 추구하는 것이 완전 다르잖아요. 그 엄마들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좋은 집, 좋은 차 이런 것을 생각하는 사 람들이니까 이게 안 맞아요. ... 나 자체도 그런데 끼어들기 싫고 해서 거의 교제를 안해요.” (사례 F)

    2) 자녀의 학교교육 기획과 전략

    (1) 자녀교육을 위한 학교선택

    인성교육과 글로벌 교육을 중요시하는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이러 한 교육관에 부합하는 학교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여러 학교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였다. 대체 로 학교선택에서 부모들은 학교와의 교육이념 일치 여부, 자녀의 학업과 진로와의 적합성, 경제적 부담 능력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사례 A와 B는 한국의 경쟁적인 학교 교육에 대한 반감, 중국어 교육의 필요성, 향후 자녀의 중국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현재 국내에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가르치는 이중언어 학교가 부재한 상황에서 화교학교를 선택하였다. 한편 사 례 A는 화교학교에 다니던 첫째 자녀를 5학년 때 영어국제학교로 전학시켰는데, 그 이유로 기독교적 인성교육, 글로벌 교육시스템, 민주적인 교육방식 등을 들고 있다.

    “저희 부부가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방식을 싫어하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 아요. ... 아빠가 중국사람(국적)이니까 아이들도 중국어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처음에 화교학 교를 보냈어요. ...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열린 마인드와 생각으로 글로벌한 세계에서 살 아야 한다고 봐요. 현재 다니는 국제학교는 기독교학교이고, 이것이 아이의 사고방식과 세계관 형성 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사례 A)

    “한국교육체제에서 아이들 공부를 너무 치열하게 시키는 것에 대해 반감이 조금 있었고, 다른 하나 는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어쨌든 국적이 중국이고, 앞으로 중국으로 진출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또 반이 있었어요.”(사례 B)

    반면에 자녀를 한국학교로 보내는 부모들은 대체로 비싼 등록금과 학력인증 문제 등으로 국제학교나 화교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경우와 초등학교는 배우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디를 보내느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집과 가장 가까운 학교에 보내는 경우로 나눈다. 후자의 경 우, 초등학교는 전학하지 않고 한 학교를 꾸준히 다니는 것이 자녀의 심리적 안정과 또래관계의 지속성에 도움이 되며, 이러한 안정된 심리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자녀교육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국제학교를 못 보낸 것은 비용 때문이에요. ... 아이가 하나면 둘이 어떻게 벌어서 한사람 연봉을 뚝 떼어서 허리띠 졸라매고 해서라도 할 수가 있는데, 둘이니까 '우리는 어떻게 생활을 하지?' 이런 생 각도 들고요. 그다음에 화교학교를 가보았는데, 거기는 대만학제라서 중국에 갔을 때는 물론이고 한 국에서도 학력인정이 안 되는 거에요.” (사례 C)

    “초등학교는(어디를 보내느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배우는 것 많지도 않고 애들이 다 따라 가요.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학교에 가면 되요. 중학교는 좀 괜찮은 학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 등학교는 국제학교를 보낼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애들이 안정적으로 한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게 좋아요. 전학을 하게 되면 친구가 다 없어지고 심리적 안정성이 떨어질꺼에요. 그런 부분이 교육 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례 D)

    (2) 대학입시 전략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한국의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 속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입시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일부 부모들은 한국의 대학입시제도 중 수능시험을 보지 않고도 원하는 대학 을 상대적으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인 외국인특별전형을 선택하였다. 이들은 ‘부모와 자녀 모두 반드 시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지원자격에 맞추기 위해 한국에서 영주 혹은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중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본 연구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가 외 국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미리 이름 표기방식을 영문으로 수정하거나 입시전문 컨설팅회사와 대학에 직접 전화하여 외국인특별전형 절차와 지원자격, 제출서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등 적극적인 모 습을 보였다.

    "중학교부터 원클릭인가 학부모 조회하는데 들어가서 아이들 이름을 영문으로 다 바꾸어버렸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대학 들어갈 때 모든 서류에 (외국인이라는 것이) 입증이 되잖아요. ... 외국인 전형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또 내가 대학교에서 근무하니까 여기는 교직원 자녀 등록금 지원이 되거든요. 큰 애가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서울대, 고대도 지원을 했어요." (사례 E)

    “국적을 바꾸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애들 대학교를 보내야 하니까요. 외국인특별전형이 훨씬 쉽잖아요. ...외국인특별전형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여러 대학에 전화를 해봤더니 자기소개서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컨설팅에도 전화를 해봤더니 자기소개서, 선생님 추천서 2개가 필요하데요. 만약 정원이 30명이 라고 하면 10%를 외국인전형을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지원자가) 많이 모이면 성적을 보겠죠.”(사례 F)

    하지만 부모 중 한 분이 귀화를 하면서 자녀의 국적도 한국으로 바꾼 경우에는 국내 외국인특별전형 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한국인과 똑같이 경쟁이 치열한 대학입학시험전형을 거쳐 한국대학 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녀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사례 A의 경우, 애 초에 한국학교에 보내지 않고 화교초등학교에 보냈으며, 자녀의 중국어 실력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 자 국내가 아닌 해외대학으로 유학을 보내기 위해 화교학교에서 다시 국제학교로 과감하게 두 자녀의 전학을 결정하였다. 이들은 앞으로 자녀를 국제고등학교까지 보낸 후 해외정부장학금을 신청하여 미 국, 유럽, 싱가포르, 호주 등 국가로 유학 보낼 계획이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 국적으로 바꾸어서 (한국 내 좋은 대학을 가려면 일반 한국 아이들과 경쟁을 해야 되기 때문에) 쉽지 않고, 어차피 나중에 외국에서 대학을 다닐 것이라면 중국어보다 영어가 조 금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 현재 영어국제학교에서 고3까지 다닌 후 미국 정부장학금을 받 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든지, 아니면 홍콩, 싱가포르로 유학을 보낼 예정이에요.”(사례 A)

    한편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자녀를 위해 역으로 중국에서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중국대학 입학을 계 획 중인 부모들도 있었다. 중국대학의 외국인특별전형도 한국처럼 대학입학시험(高考) 성적을 요구하 지 않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중국어능력시험(HSK) 5급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반드시 중국어 능력 시험 공부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사례 C의 경우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 즘 되었을 때 중국으로 데려가 3년간 현지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후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중국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고자 계획 중에 있으며, 이를 위해 자녀를 설득하고 있었다.

    “애들이 조금 더 크면 역으로 중국에 보낼 생각은 했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선택지를 넓히려면 여기에 서 있으면 아무런 경쟁력이 없잖아요. 거꾸로 생각하면 이제 중국으로 보내야 할 판이에요. 우리 아이 들이 지금 나가기 싫어해요. 우리가 계속 물밑작업을 하는데 고1즘이면 중국에 내가 따라서 같이 가 든지, 거기서 그때부터라도 중국어를 배워서 중국에서 외국인 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거죠.” (사례 C)

    3) 자녀의 정체성 교육

    (1) 이중언어 교육

    성장배경과 교육환경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고학력 조선족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기본으로 하는 이중 언어 구사자로서 이들이 갖고 있는 언어자본은 정착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을 어떻게 실시하고 있는가? 이들은 대체로 이중언어를 사회·문화적 자본으로 인식하고, ‘엄마, 아빠 나라(중국)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로 이중언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부모는 많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 모든 자녀들은 한국어를 모 국어로 하고 있었으며,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 일상대화는 한국어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편 자녀의 중국어 실력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화교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다닌 경험이 있는 사례 A 의 두 자녀와 사례 B의 한 자녀,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중도 입국한 사례 F의 첫째 자녀만이 중국어 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자녀에 대해 부모들은 ‘중국 내 한족 아이 들만큼은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듣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화교학교에 보낸 소기의 목 적을 달성했고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이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만, 기존의 민족문화에 기반을 둔 생활 및 언어습관, 정착사회 주류문화 교육환경 속에서 자란 자녀의 거부 등을 이유로 일부만이 이중언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화교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중국인으로서 엄마, 아빠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고 생각하고, 최소한 중국어를 알아들을 순 있어야 한다고 봐요. 물론 한국 국적으로 바꾸긴 했지만 엄마, 아빠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절반은 중국인이라고 봐요. 그래서 꼭 중국어를 알아야 한다고 봐 요.” (사례 A)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는 ‘엄마, 아빠’ 밖에 중국어로 못했거든요. 2개월 지나니까 아이가 중국어 로 말을 하는 거에요. 지금 5학년까지 했으니까 한자를 굉장히 많이 배웠고 다 알아듣고. 이제 여기 를 다니지 않아도 쓰는 것은 까먹을 수 있지만 듣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참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대신 중국 내 한족아이들만큼은 못해요.”(사례 B)"

    “언어에 대해서 꼭 압력이 있는 건 아닌데 다음에 연구년을 가면 중국을 갈까 생각해요. (아이에게) 중 국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야 자녀가 상처 안 받고, 그렇게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어 중심으로 하게 되고, 우리도 편하게 한국어로 대화해요. ... 한국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잖아요. 영향을 받으니까 중국어를 안배우려고 하죠. ” (사례 D)

    (2) 민족과 국가 정체성 교육

    중국 조선족들은 일반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동시에, 또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는 복잡한 상황’ 에서 ‘경계인적 정체성을 형성해간다’고 말해진다[4]. 즉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과 중국 공민이라는 국민 정체성을 동시에 소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한 고학력 조선족의 정체성도 대체로 중국 국민 정 체성 선호, 한민족 정체성 선호, 제3의 정체성 선호로 귀결되며[7], 이러한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자녀의 정체성 교육을 어떻게 실시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6사례 가운 데 4사례(사례 C, D, E, F)는 자녀교육에서 한민족 정체성을 선호하는 반면에, 2사례(사례 A, B)는 민 족 정체성과 국민 정체성 양쪽 모두를 소유한 이중정체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자녀들이 ‘조선족이 무엇인가요? 왜 조선족이라고 부르죠?’, 즉 조선족의 민족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부모들은 ‘우리말을 하고’, ‘(한국인과) 같은 뿌리와 조상’을 가진 ‘피와 혈통이 같은 한민 족’임을 자녀에게 강조하였는데, 이는 자녀로 하여금 한국인과 민족적 동질감 및 유대감을 느끼고, 심 리적 거리감을 좁혀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할아버지는 한국에 살았고 우리가 그쪽에 가서 잠깐 살았을 뿐이다. ‘피는 우리 한국 사람이다’ 이 렇게 얘기를 하는 거죠. ” (사례 F)

    “제가 ‘엄마는 조선족이다’라고 얘기한 적은 있어요. 아이들이 ‘조선족이 뭐에요?’ ‘왜 조선족이라고 해요?’ 이렇게 물어봐요. 그래서 그때 할아버지시절 얘기부터 시작해서 쭉 이야기를 해주어요. ‘할아 버지는 한국에서 태어나셔 살기 힘들어서 중국으로 가셨는데 거기가 살기 좋아서 정착하게 되고, 엄 마, 아빠랑 거기에서 태어나서 엄마는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다니고, 아빠는 중국어를 배우는 학교를 다니면서 자랐다. 그래서 거기에 살고 있는 우리말을 하는 사람들을 조선족이라고 한다. 중 국에는 여러 민족이 있어서 우리는 조선족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줘요." (사례 C)

    이와 같이 한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는 부모들은 비록 자녀가 중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중국 적인 것을 별로 심어준 것’이 없어서 자녀를 ‘중국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 나 자랐거나 대부분의 성장기를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감정과 정서, 그리고 사고방식이 ‘한국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국인’이라는 표현보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 ‘중국 국적을 가졌다’라는 표 현을 선호함을 알 수 있다. 부모들은 자녀가 중국 국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중에 한국 국적으로 바 꾸어도 괜찮다는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였으며, 국민 정체성은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문 제로 간주하였다.

    “나는 ‘우리가 중국인이다’ 이렇게 얘기는 안 해요. ‘중국 국적을 가졌다’라고 얘기를 해요. ‘중국에 사는 조선족’이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사례 F)

    “아이들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아이들한테 중국적인 것을 심 어준 것이 별로 없어요. 엄마, 아빠가 중국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빼고요. 우리는 사실 뿌리가 다 한국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요. 애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사례 C)

    "내가 보기에는 우리 아이들은 껍질(국적)만 중국인이지 소프트웨어는 한국 사람인거죠. 한국 애들이 랑 어울려서 사니까 생각이나 사고나 한국아이들과 똑같은 거죠. 아이들더러 중국에 가서 살라고 하 면 더 힘들 것 같아요." (사례 E)

    “아들이 저에게 국적이 무엇이냐고 묻길래 중국이라고 했더니, ‘그럼 나는 한국 사람인데 중국 국적 이야?’ ‘너는 커서 국적을 바꾸어’. 아들이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네가 한국에서 태어났고 너의 감정이고, 나랑은 달라. 나는 중국에서 태어났고 중국 국적을 가질 거야. 너는 나에 대해 간섭하지 말고, 네가 국적을 바꾸고 싶으면 18세가 된 후에 바꾸면 된다’고 얘기했어요. (사례 D)

    반면에 자녀의 정체성 교육에서 이중정체성, 즉 ‘한민족 정체성과 중국 국민 정체성 둘 다’를 강조하는 부모들의 경우, ‘한국을 어머니 나라, 중국을 아버지 나라’로 지칭하였으며, 자녀도 자신처럼 ‘둘 다’를 좋 아하는 마음을 갖기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었다. 실제로 자녀에게 이중정체성 교육전략을 실천하는 부모들 은 자녀가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중언어 교육을 위해 화교 학교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자녀와 이중언어(한국어와 중국어)를 자연 스럽게 사용하였으며, 향후 자녀의 진로와 관련하여 중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이들이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긴 했지만 엄마, 아빠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절반은 중국인이라 고 봐요. 그래서 꼭 중국어를 알아야 한다고 봐요. ... 교회(중국어 예배)나 신도들과 같이 있을 때, 숙 제를 지도할 때 자녀와 중국어를 많이 사용해요. 그 외 대부분의 생활용어는 한국어에요.” (사례 A)

    “예전에 대학교 때 들었던 특강이 '이게 내 마음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미국에 가서 사신 한국분인데 상원의원에 도전을 했데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는 한국사람이냐, 미국사람이냐 질 문을 했을 때 ‘한국은 내 어머니 나라이고, 미국은 내 아버지 나라인데, 엄마, 아빠가 싸우길 원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겠냐고’ 이게 제 마음이 딱 그랬어요. 한국이 나라가 작다고 중국한테 치이는 것도 싫고 한국에서 중국을 싫어하는 것도 싫고 둘 다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사례 B)

    이와 같이 가정에서의 정체성 교육이 자녀의 주관적 자기귀속 의식과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착사회에서 부모 혹은 자녀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주류집단으로부터 받은 편견과 차별 경 험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일부 자녀들은 어렸을 때 부모가 물려 준 정체성을 그대로 받아 들여 ‘중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밝히지만, 학교에서 또래친구들의 놀림이나 ‘중국 조선족’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을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 신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였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사회경험은 자녀들로 하여금 ‘한국 말 잘 하고, 한국사람 되라’는 동화적인 한국 학교교육 시스템 속에서 ‘완전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정착사회 의 지배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 혹은 내면화하거나 반대로 한국인과의 동일시를 거부하고 ‘중국인’이라 는 국민 정체성을 재인식 및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랑 갈등이 생겼는데 그 애가 우리 아이를 자극할게 없으니까 ‘너네 엄마 중국 사람이라며!’ 막 그러는 거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아이가 확 돌아가지고 ‘그런데 왜?’ 하면서 둘이서 때리기 박치기를 한거죠. 선생님한테 연락이 와서 어떻게 된 상황이었는지 저한테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나 중에 지나서 제가 ‘너 엄마 중국 사람이라고 해서 창피한 적 있어?’ 라고 물어봤어요. 왜냐하면 아직 도 한국사회가 조금 그렇잖아요.” (사례 C)

    “(아이가)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한국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잖아요. 영향을 많 이 받으니까 중국어를 안배우려고 하죠. 어디 갈 때 저에게 ‘절대로 중국말 하지 말라.’ ‘꼭 옷도 좀 잘 입고 다니고’ 계속 저에게 잔소리하는 거에요. ...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것이 탄로 날까봐 걱정하 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사례 D)

    특히 사례 E와 F의 자녀들처럼 중국에서 출생하고 한국에 유학하러 온 부모를 따라 동반 입국한 경 우, 유년기 혹은 아동기를 중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한국사회 정착과정에 언어차이(조선어와 한국어의 차이), 학업, 또래관계, 정체성, 진로, 심리사회적 적응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와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 다. 본 연구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와 동반 입국한 사례 F의 첫째 자녀는 한국 입국 초기 사춘기라 는 발달시기와 갑작스러운 생활환경의 변화, 그리고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친구들로 인해 많이 힘 들어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자녀의 부정적 경험은 결국 ‘한국인’에 대한 태도와 감정에 영향을 미치며,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릴 적 한국에 금방 왔을 때는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었어요. 당당하게 나와서 ‘나는 중국 사람이에요’ 이랬는데 한국애들은 중국 사람이라고 하면 무시하고 놀리고 그러잖 아요. 그때는 한국아이들과 싸우고 그러더라고요.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되니 애들이랑 적응하고 한국말 잘하고 하니 점차 정체성이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례 E)

    “중국에서 5학년 1학기를 마친 애를 한국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에 넣었어요. 그리니까 애가 적응에 어려웠어요. 누구도 자기한테 관심을 안주고 사춘기 애들이라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쳐 다니며, 투명 인간 취급 한다는 거에요. 친구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하루는 학교에 안가겠다고 그래서 하루 안 보 낸 적도 있어요. ... 딸에게 한국인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한국인은 편향적이다’라고 얘기하더라 고요. 그리고 차별경험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더라고요. ... 첫째는 자신을 중국 조선 족으로 생각해요.” (사례 F)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유학을 목적으로 한국에 와서 석·박사 학위를 마친 후 한국사회에 정착한 재한 고학력 조 선족 부모들의 자녀교육 경험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로 자녀교육 가치관과 양육방식, 학교교육에 대한 기획과 전략, 그리고 정체성 교육을 중심으로 이들의 자녀교육 경험을 파악함으로써 중국 조선족 동포 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새롭게 넓히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인적 자원 유치라는 관점에서 동포가족의 자녀지원정책에 시사점과 적용방안을 모색하는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한 고학력 조선족 6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사례연구 방법으로 자료를 분석 하였다.

    분석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녀교육의 가치관과 관련하여 조선족 고학 력 부모들은 하나같이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자녀가 좋은 학벌과 사회적 인정을 받는 직 업을 갖는 것보다 본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하면서 신앙적으로 쓰임 받는 삶을 살아가기 원하였다. 더 나아가 자율적인 사고방식, 폭넓은 안목과 열린 마음을 가진 글로벌한 인재로 자녀를 키우고자 노력 하였으며, 부모중심의 양육보다 자녀중심의 양육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결혼가정 고학력 조선족 어머니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한국식 교육방식을 따라하는 데 많은 부족함과 스트레스 를 받으면서도, 한국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라 볼 수 있다 [3].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이 정착사회 주류집단의 학력지상주의와 출세지상주의 자녀교육 가치관을 거 부하고 자신의 교육신념과 방식을 지키는 것은 자녀의 성장과정에 경험하는 혼란과 갈등에 나름의 기 준을 갖고 보다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1], 한편으로 이들에게 한국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히 수용하는 탄력적인 태도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한국에서 학교교육 공간으로 초등학교를 선택할 때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여러 학교에 대한 정 보들을 토대로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였다. 비록 학교선택에 대한 부모들의 입 장과 태도는 서로 달랐지만, 대체로 학교와의 교육이념 일치 여부, 자녀의 학업 및 진로와의 적합성, 경제 적 부담능력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학교선택은 한국에서 어떤 경로와 과 정을 통해 자녀를 교육시키고 향후 진로를 기획할 것인지에 대한 지향과 의지를 내포한다는 점[11]에서 고 학력 조선족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 나아가 일부 선행연구에서 상당수의 중국동포들이 자 녀에게 중국어를 잊지 않도록 교육시키기 위해 한·중 이중언어 학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14], 이는 이중언어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국내에서 학력인증이 안 되는 화교학교로 보내는 일부 고학력 조선 족가정의 자녀들에게도 필요한 학교교육 대안으로 사료된다. 한편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자녀를 대학 에 보내기 위해 나름대로 다양한 입시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보 내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국적(중국 혹은 한국 국적)을 자녀의 대학입시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한국 체류 조선족들이 각자의 처한 일과 생활여건에 따라 민족이나 국적이라는 문화적 자본 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22].

    셋째, 성장배경과 교육환경의 영향으로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기본으로 하는 이 중언어 구사자들이다. 이들은 사회·문화적 자본으로서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 제로 이중언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모든 자녀들 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었으며, 가정에서 부모-자녀 간 대화와 역시 한국어 위주로 사용하였다. 기 존 민족문화에 기반을 둔 생활 및 언어습관, 정착사회 주류문화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자란 자녀의 거부 등 으로 인해 일부만이 이중언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적극적인 태도와 노력을 중국 근로자 동포가족과 중국계 결혼이주자 가족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근로자 동포가족 의 부모들은 자녀가 한국에 적응하여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어보다 한국어 습득과 학습에 더욱 큰 의미를 두었으며[20], 결혼이주자 가족의 어머니들은 자녀의 한국어 발달지체, 학교와 지역사회에 서의 차별,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녀와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하였 다[15]. 즉 고학력 조선족 부모들은 이중언어를 사회·문화적 자본으로 인식하고,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의지와 민족문화 중심의 언어습관이 이미 생활화된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합의점 을 찾고자 하지만, 후자는 정착사회의 수용과 인정을 받기 위해 또는 배재와 차별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이면에 깔려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언어교육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정체성 교육과 관련하여 부모들은 조선족도 한민족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녀를 ‘한국인’에 가깝다고 보는 입장과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에 해당하는 이중정체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의 이와 같은 정체성 교육에서의 차이점은 궁극적으로 자녀의 주관적 자기귀속 의식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나아가 정착사회에서 부모 혹은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주류집단으로부터 받게 되는 편견과 차별 경험도 자녀의 정체성 형성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러한 또래친구들의 놀림과 차별경험은 자신의 중국적 배경을 숨기고 ‘완전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노 력하거나 반대로 한국인과의 동일시를 거부하고 ‘중국인’이라는 국민 정체성을 인식하고 강화할 수 있 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의 우월적 태도와 인식, 그리고 차별과 편견이 조선족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한국사회 정착과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의 정체성 형성에도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도 일치하다[13].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 실천적, 정책적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재한 고학력 조선족 가족의 자녀교육을 탐색함으로써 정착사회에서 이들의 삶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새롭게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70만 명이 넘는 재한 중국 조선족 동포의 국내 체 류가 가족을 단위로 장기화되면서 이들 자녀의 국내 체류현황, 학교교육, 귀화와 병역문제3),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정부차원에서 정확한 통계조사와 함께 재외 동포재단에서 실시하는 국내체류 중국동포 현황 조사[14]를 정례화 함으로써 조사결과를 재한 동포가족 정책에 지속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둘째, 재한 고학력 조선족은 해당분야의 전문지식을 지닌 ‘엘리트·지식인 집단’으로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주로 귀화를 통한 국 적 취득, 영주와 재외동포 신분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으며, 고학력 전문인재의 유치 차원에서 정주여 건을 완화하고 이들의 동반자녀 교육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녀의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이 중언어로 교육하는 학교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중국동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 중 국동포교육에 적합한 이중언어 학교가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어서, 학교교육 선택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한·중 이중언어 학교설립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재한 고학력 조선족가정의 한국체류가 장기화되면서 그 자녀들은 개인적 발달특성, 가정배경 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민족과 국민에 대한 자기인식과 정체성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 다. 따라서 국내 아동·가족관련 교육, 상담, 복지 현장의 전문가들은 동포가족 자녀들이 갖고 있는 이 와 같은 민족·국가 정체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전문적인 심리적 지원서비스를 통해 정착사회에 안 정적으로 적응 및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본 연구에서 재한 고학력 조선족가정의 자녀들이 부모 혹은 본인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학교 에서 친구의 놀림이나 왕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서 유년기 혹은 아동기를 보내고 가족 과 동반 입국한 경우 더욱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와 같은 편견과 차별경험은 자 녀들의 한국인에 대한 태도, 한국사회 정착과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가정, 학교 와 지역사회를 통해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 및 후속연구를 위한 제안을 하자면, 우선, 연구에 포함된 연구 참여자 는 총 6명으로 사례수가 비교적 적고, 대상자 선정에서 성별과 출신지역 등을 골고루 고려하지 못하였 다는 한계점이 있음으로 연구결과의 일반화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다음, 연구의 대상과 주제를 고학력 조선족 부모의 자녀교육 경험에 국한시킴으로써 자녀세대가 정착사회에서 경험하는 주요 문제 와 이슈들을 다루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아동의 관점에서 재한 조선족 동포 자 녀의 학업과 진로, 정체성, 문화갈등, 사회적 관계, 정신건강 등에 관한 실증적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고학력 조선족의 자녀교육에 대한 선행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이 를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와 토대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Figures

    Tables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s children

    The categories on child education exper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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