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대학생 시기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능동적, 주도적인 생활을 시작하고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때다. 또한 이전과는 다른 심리 · 사회 · 경제적 요구에 직면하게 되는 시기로 스트레스와 우울,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Hamdan-Mansour, Dardas, Nawafleh & Abu-Asba, 2012). 아울러, 대학생 시기에 해당하는 20대는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더 높 은 수준의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조선일보, 2015) 최근에는 COVID-19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심화됨에 따라 대학생들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한층 가중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학생의 분노는 학업과 인간관계, 행복감에 영향을 미쳐(이미련, 2020;차남현, 서은주, 2012) 진로 와 취업, 인적 지지체계 형성 및 정신건강에 지장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성인기 이후의 삶 전반에 막 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의 분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과정을 탐색하 여 분노 감소 및 조절을 돕는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분노는 자신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표현이며 타인에 의해 자존감이 위협받거나 기본적인 욕구가 무시 될 때 표현되는 감정이다(Carter, 1993). 분노는 가벼운 수준의 짜증이나 성가심에서부터 강렬한 격노 나 격분까지 다양한 강도로 표출된다(Spielberger, Jacobs, Rusell & Crane, 1983). 가벼운 수준의 분노는 우리 자신을 지키고 어떤 일에 대비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분 노는 개인의 안정, 성취와 부정적인 관련이 있다. 선행연구들을 보면, 분노는 타인 비난과 보복, 무력 감, 우울과 정적 상관이 있고 삶의 의미, 감사 성향과는 부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노 는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공격성, 자해행동, 심리적 스트레스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 사되었다(박영례, 위휘, 2013;이정원, 2015;Chida & Steptoe, 2009;Giegling et al., 2009). 한 편, 우리나라에서 화,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 폭행이나 살인을 저지르는 분노 범죄 비율이 한 해 발생 한 폭력 범죄의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법무연수원, 2017). 이는 분노가 개인의 신체적 · 심리 적 안녕뿐 아니라 사회 안정과 유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임을 뜻하며 분노 수준이 높은 대상에 대한 관심이 요구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다양한 요인들이 분노의 발생과 심화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간 연구자들은 아동기 학대 경험이 분노 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왔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유기와 방임으로 구분되며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행해지는 경우는 중복 학대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전문기관(2020)이 발표한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총 30,045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하였다. 이 중 단일 학대로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정서적 학대였 다. 정서적 학대는 원망, 거부, 적대, 경멸적인 언어폭력, 잠을 재우지 않는 것, 옷을 벗겨 내쫓는 행위 와 형제 및 친구와 비교하는 행위, 미성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소에 데려가는 것, 다른 아동 을 학대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게 강요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유영재, 김나리, 2019). 정서적 학대는 우리나라에서 2019년 한 해에만 7,622건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25.4%에 달한다(보건복지부, 중앙아동전문기관, 2020). 이처럼 정서적 학대는 빈번하게,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그 영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관심이 요구된다(White, English, Thompson & Roberts. 2016).
정서적 학대는 피학대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분노 야기, 분노 수준의 증가, 분노 조 절의 어려움 등 분노 관련 문제를 촉발, 악화시킨다(유영재, 김나리, 2019;Browne & Finkelhor, 1986). 성인 여성 49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아동기 정서적 학대 경험과 성인기 분노 수준 간에 유의한 정적 상관이 있고 정서적 학대 경험은 성인기 분노 수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 다(Feinson & Hornik-Lurie, 2016). Allen(2011)은 대학생 26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동기 심리적 학대가 대학생의 분노 및 분노 조절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고 Loos와 Alexander(1997)는 대학 생 40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언어적 학대가 대학생 시기의 분노 상승 예측 요인이라고 하 였다. 즉, 부모에 의한 정서적 학대는 대학생의 분노 수준에 유의한 영향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정서적 학대는 피학대자의 자기(self) 손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서적 학대는 자기 정의와 자기조절 형성에 결정적 시기인 아동기에 주로 발생하며 인간은 자기를 변화시켜서라도 정서적 학대와 같은 심 리적 외상에 적응하고자 애쓰는 경향이 있다(Courtois & Ford, 2009;Herman, 1992). 즉, 어린 시 절의 학대는 피학대자의 자기를 훼손시키는데 Harter(1999)는 이를 자기체계(self-system) 손상이 라 명명하였다. Harter(1999)에 따르면, 자기체계의 손상은 주체적 자기 손상(I-self), 대상적 자기 (Me-self) 손상, 부정적인 자의식적 정서(negative self-affects), 자기처벌적 행동(self-punitive behavior), 거짓자기 행동(false-self behavior)으로 구분된다. 이 요인들은 피학대자의 내면, 욕구, 생각,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손상시키고 통제력 상실, 자기 비난, 수치심과 죄의식, 자기 탈피 를 위한 자해나 자살시도, 참된 자기 상실, 자신에 대한 분노 등을 일으킨다(Harter, 1999). 부모의 학 대적 언행에도 불구하고 피학대자는 부모와 애착을 유지하기 위해 학대의 원인과 책임을 자신의 탓으 로 돌린다. 또 피학대자는 정서적 학대에 따른 무력감에서 벗어나 자기통제감을 갖기 위해 타인의 요구 에 부합하는 거짓자기를 형성한다(Harter, 1999).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서적 학대는 피학대자의 자기 체계를 손상시킨다. 장진이와 안현의(2011)는 Harter(1999), Allen(2005) 등의 연구를 바탕으로 정 서적 학대를 포함한 외상의 후유증으로서 외상화된 자기체계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외상화된 자기체 계는 주체적 자기(I-self) 손상, 대상적 자기(Me-self) 손상, 자기조절(self-regulation) 손상, 관계 적 자기(relational self) 손상으로 구분된다. 주체적 자기 손상은 정서적 학대 등 외상으로 인한 자기 지속성, 자기 반성, 자기 자각, 자기 주도성, 자기 통합성의 손상을 뜻하며 대상적 자기 손상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자기감, 죄책감, 수치심을 뜻한다. 자기조절 손상은 외상으로 인한 과잉 자기조절, 과소 자 기조절, 자기파괴적 행동을 말하며 관계적 손상은 타인에 대한 불신, 타인에게 가해 행위를 할 가능성, 혼란된 애착 등과 관련된다(장진이, 2010).
선행연구를 보면, 학대 경험과 자기체계 과정의 종단 궤적을 살핀 연구에서는 정서적 학대가 자기체 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 Cicchetti, 2006). 청소년 52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서는 정서적 학대와 자기체계 손상 총점 그리고 정서적 학대와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인 주체적, 대 상적, 자기조절, 관계적 자기 손상 간에 정적인 상관이 있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아동기 정서적 학대 가 자기체계 손상의 모든 하위요인들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추경진, 최종옥, 2015). 성인 여성 15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의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복합외상 경험이 자기 체계 손상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송순자, 변상해, 2020) 대학생 26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리적 학대가 자기감(identity) 손상과 유의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Allen, 2011). 이처럼 정 서적 학대 경험은 자기체계 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정서적 학대는 대학생의 자기체계 손상에 영 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아동기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초기 외상으로 만성적인 분노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취약한 자기 (self)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Ornstein, 1999) 알려져 있다. 또한 자기체계의 손상은 자기 지각 및 자 기 통합성을 훼손하는데 이는 자기 증오와 자기 비난 등 부정적 자기감을 유발한다(Allen, 2001). 이런 경로로 발생한 부정적 자기감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일으키며 이는 분노의 원인이 된다(Lewis, 1971;Tangney & Dearing, 2002). 이러한 사실은 자기체계 손상과 분노 간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선행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어 왔다. 성인 여성 15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자기체계 손상이 분노 수준 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송순자, 변상해, 2020) 대학생 598명에 대한 연구에서는 자 기개념 명확성이 높을수록 분노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경희, 김남희, 2016). 자기개념 명확 성은 자기 도식의 명확성과 안정성, 일관성을 뜻하는 개념으로 자기체계 손상을 구성하는 주체적 자기 손상과 관련된 개념이다(Allen, 2005). 즉, 이 연구는 자기체계 손상 특히, 주체적 자기 손상 수준이 낮 은 대학생은 분노 수준도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Ornstein(1999)은 분노는 낮은 자기존중감에 대한 방어표현이라고 하였다. 자기존중감은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영역 중 대상적 자기를 구성하는 개 념 중 하나로 자기체계 손상 특히, 대상적 자기 손상과 관련이 있다(장진이, 2010). 청소년 419명을 대 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자기존중감이 분노 수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이은철, 남 선우, 2016) 이는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영역인 대상적 자기 손상이 분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이다. 또한 자기조절 손상의 구성요인인 조절 능력과 분노(권효정, 2006;안지현, 2013), 관 계적 자기 손상의 구성요인인 불안정 애착과 분노(김용희, 2017;Bowlby, 1980) 간 관련성 및 영향에 관한 결과들도 보고되었다. 이런 결과들은 대학생의 자기조절 손상과 관계적 자기 손상이 분노에 유의 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대학생의 정서적 학대 경험과 자기체계 손상, 분노 수준 간에 정적 상관 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에서 자기체계 손상이 매개역할을 할 가능성 (송순자, 변상해, 2020;추경진, 최종옥, 2015;Feinson & Hornik-Lurie, 2016;Kim & Cicchetti, 2006)이 제기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의 정서적 학대 경험이 분노에 영향을 미치 는 과정에서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들인 주체적 자기 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기조절 손상 및 관 계적 자기 손상이 다중병렬매개효과를 나타내는지 알아볼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대학생의 정서적 학 대와 분노, 자기체계 손상 간 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정서적 학대가 분노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이면의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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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1. 대학생의 정서적 학대 경험, 자기체계 손상과 분노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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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2. 대학생의 정서적 학대 경험과 분노 간 관계를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들이 다중병렬매개하는가?
Ⅱ. 연구방법
1. 연구대상
전국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296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2019년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 있는 3, 4년제 대학교 세 곳의 학생 173명에게 조사를 실시하였고 불성실하게 응답한 8명을 연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2019년 12월 온라인 설문조사 사이트를 개설하고 대학교 연합 동아리를 통해 3, 4년제 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137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중 불성실하게 응답한 6명을 제외 하고 최종적으로 온 · 오프라인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296명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대상은 남성 81명(27.4%), 여성 215명(72.6%)이었고 연령 평균은 21.22(SD=2.13)세, 연령 범위는 18세부 터 27세까지였다. 3학년이 131명(44.3%)으로 가장 많았고 1학년 74명(25.0%), 2학년 47명(15.9%), 4학년 41명(13.8%), 무응답 3명(1.0%)이었다. 3년제 대학생이 99명(33.4%)이었고 4년제 대학생이 197명(66.6%) 이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268명(90.6%)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7명 (5.8%), 충청이 7명(2.4%)이었으며 인천, 경북, 전남, 전북이 각 1명(0.3%)씩으로 나타났다.
2. 연구도구
1) 정서적 학대
고성혜(1992)가 개발한 아동학대 척도의 정서적 학대 하위 척도를 사용하였다. 정서적 학대 척도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거부적 언어 학대, 심리적 상처, 모욕적 행동, 적대적 언어, 감정적 태도를 묻는 26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자주 있었다’ 4점까지의 리커트 척도에 답하게 되 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간주한다. 본 연구 에서 Cronbachʼs α는 .84였다.
2) 자기체계 손상
장진이와 안현의(2011)가 개발한 외상화된 자기체계척도(Traumatized Self-System Scare: TSSS)을 사용해 대학생의 자기체계 손상 정도를 측정하였다. 주체적 자기 손상 24문항(자기지속성 손 상, 자기자각 손상, 자기반성 손상, 자기주도성 손상, 자기통합성 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15문항(부정 적 자기, 죄책감, 수치심), 자기조절 손상 15문항(과소 자기조절, 과잉 자기조절, 자기파괴적 행동), 관 계적 자기 손상 4문항으로 구분되며 총 5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0점에서 ‘매우 그렇다’ 4점까지의 리커트 척도 상에 답하도록 되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자기체계 손상 정도가 큰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하위 척도 별 Cronbachʼs α는 주체적 자기 손상 .85, 대상적 자기 손상 .88, 자기조절 손상 .79, 관계적 자기 손상 .75이었으며 전체 척도는 .85였다.
3) 분노
Kellner(1987)가 개발한 증상 질문지(Symptom Questionnaire: SQ)의 분노-적대감 증상 하위 척도를 본 연구자들이 번역하고 아동 · 가족 전공 교수 2인과 정신과 의사 1인의 검토를 거쳐 사용하 였다. 분노-적대감 증상 척도는 분노-적대감에 관한 17문항으로 구성되며 분노-적대감 증상 문항에 대해 ‘네’라고 답하면 1점, ‘아니오’라고 답하면 0점을 부여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분노 수준이 높은 것 을 의미하며 본 연구에서 Cronbachʼs α는 .89였다.
3. 자료분석
SPSS 24.0(IBM Co., Armonk, NY)과 SPSS PROCESS macro 3.5(Hayes, 2013)로 자료를 분 석하였다. 연구대상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변인들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알아보기 위해 기술통계를 실 시하였고 연구도구의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해 Cronbach’s α를 산출하였다. 변인 간 상관관계를 알아 보기 위해서는 Pearson’s r을 산출하였다.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에서 자기체계 손상 하위요인들 의 매개효과를 살펴보고자 SPSS PROCESS macro의 model 4를 사용해 다중병렬매개분석을 실시하 였다. 결과는 비표준화 계수(B)로 제시하였고(Hayes, 2013) 연구모형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 위 해 부트스트레핑 표본 수를 5,000으로 설정해 분석하였다. 95% 신뢰구간의 하한값과 상한값 사이에 0 이 포함되지 않아야 매개효과가 유의하다는 기준을 따라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확인하였다(Shrout & Bolger, 2002).
Ⅲ. 연구결과
1. 정서적 학대와 자기체계 손상, 분노 간의 관계
상관분석에 앞서 왜도와 첨도를 확인한 결과, 왜도의 절대값은 3이하, 첨도의 절대값은 7이하로 나 타나 자료의 정규성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부모의 정서적 학대, 대학생의 자기체계 손상과 분노 간 관 계를 알아보고자 Pearson’s 상관계수를 산출해 <Table 1>에 제시하였다.
정서적 학대는 분노(r = .346, p < .001)와 유의한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학대 는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인 주체적 자기 손상(r = .425, p < .001), 대상적 자기 손상(r = .492, p < .001), 자기조절 손상(r = .460, p < .001), 관계적 자기 손상(r = .413, p < .001)과 정적 상관이 있 었다. 주체적 자기 손상(r = .441, p < .001), 대상적 자기 손상(r = .488, p < .001), 자기조절 손상(r = .474, p < .001), 관계적 자기 손상(r = .373, p < .001)은 분노와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이는 정서적 학대, 자기체계 손상, 분노 간에 관련이 있음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으로, 정서적 학대가 높은 것과 분노가 높은 것 간에 관련이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정서적 학대가 높은 것과 자기체계손상 의 하위요인인 주체적 자기 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기조절 손상, 관계적 자기 손상이 높은 것, 자기 체계 손상의 하위요인들 수준이 높은 것과 분노가 높은 것 간에 관련이 있음을 의미하는 결과이다.
2. 정서적 학대와 분노 간 관계에서 자기체계 손상 하위요인들의 다중병렬매개효과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에서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인 주체적 자기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 기조절 손상, 관계적 자기 손상의 다중병렬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Hayes(2013)가 제안한 SPSS Process Macro의 model 4를 이용해 부트스트레핑한 결과를 [Figure 1]에 제시하였다.
[Figure 1]과 같이, 정서적 학대가 분노에 미치는 정적 영향(B = .093, p < .001)은 통계적으로 유 의하였고 주체적 자기 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기조절 손상, 관계적 자기 손상이 추가되자 정서적 학 대가 분노에 미치는 영향(B = .029, ns)은 더 이상 유의하지 않았다. 경로 별로 살펴보면, 정서적 학대 는 주체적 자기 손상(B = .543, p < .001), 대상적 자기 손상(B = .471, p < .001), 자기조절 손상(B = .358, p < .001), 관계적 자기 손상(B = .127, p < .001)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대상 적 자기 손상(B = .081, p < .01)과 자기조절 손상(B = .086, p < .01)이 분노에 미치는 정적 영향이 유의하였다. 그러나 주체적 자기 손상(B = .001, ns)과 관계적 자기 손상(B = -.039, ns)은 분노에 유 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는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에 의 해 매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여 아래 <Table 2>에 제시하였다.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분석한 결과, 총매개효과 B는 .064였으며 95% 신뢰구간의 하한값이 .040, 상 한값이 .093으로 0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단순매개효과 검증 결과, 자기체 계 손상의 하위요인인 주체적 자기 손상의 B값은 .001, 95% 신뢰구간의 하한값이 -.021, 상한값은 .022로 0을 포함하고 있어 매개효과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적 자기 손상의 B값은 .038, 신뢰구간의 하한값은 .011, 상한값은 .073이었고 자기조절 손상의 B값은 .030, 신뢰구간의 하 한값은 .006, 상한값은 .055로 신뢰구간에 0을 포함하지 않아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의 매 개효과가 유의하였다. 관계적 자기 손상의 B값은 -.005, 신뢰구간의 하한값은 -.026, 상한값은 .013 으로 신뢰구간에 0이 존재하여 매개효과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부트스트레핑 결과를 활용해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의 매개효과 간 차이를 비 교해 보았다. 앞서 살폈듯이 대상적 자기 손상의 매개효과(B = .038)가 자기조절 손상의 매개효과(B = .030)보다 컸으나 <Table 3>에 제시한 바와 같이,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의 매개효과 간 차이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B = .007, 95% CI = -.030~.052).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부모에 의한 정서적 학대 경험과 대학생의 분노 수준, 자기체계 손상 간에 어떠한 관 계가 있는지, 정서적 학대와 분노 수준 간 관계에서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들이 다중병렬매개효과 를 갖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연구변인들 간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결과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생의 정서적 학대 경험과 분노 간에는 유의미한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 한 결과는 정서적 학대와 분노 간 정적 상관, 분노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정적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Carson, Butcher & Mineka, 2000;Feinson & Hornik-Lurie, 2016). 부모의 감 정적, 무반응적, 비일관적인 양육 태도는 자녀의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에 영향을 미쳐 분노를 강렬 하게 느끼고 표출하게 만든다(Carson et al., 2000). 또한 아동기 정서적 학대 경험은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내면화하게 만들어, 성인기 분노 수준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김은정, 김진숙, 2008;Feinson & Hornik-Lurie, 2016). 아동기에 겪은 부모의 정서적 학대와 대학생 시기의 분노 수준 간 정적 상관은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통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기에 겪은 정서적 학대는 대학생 시기의 자기체계 손상과 정적 상관이 있었다. 이는 부모의 정서 적 학대 등 외상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경우, 피학대자는 자기 보호를 위해 자기체계를 변화 · 손상시 키고 정서적 학대는 자기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유사한 맥락이다(안현의, 장진이, 조하나, 2009;Harter, 1999;Kim, & Cicchetti, 2006). 본 연구에서 정서적 학대 경험은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인 주체적 자기 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기조절 손상, 관계적 자기 손상과 모두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는 정서적 학대와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들이 모두 정적 상관관계에 있다는 선 행연구 결과(추경진, 최종옥, 2015)와 일치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반복하고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면 자녀는 자신에 관한 부정적 신념체계를 형성한다. 또한 부모의 이런 양육 태도는 자녀가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게 만들고 부모를 포함해 타인을 불신하도록 만들며 자기통제 및 조절 능력의 발달을 방해한다(장진이, 2010;Bowlby, 1980). 즉, 정서적 학대는 주체적 자기 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기조절 손상, 관계적 자기 손상과 관련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신념체계, 자신에 대한 무가 치감, 타인에 대한 불신, 자기조절 실패를 야기하는데(장진이, 2010), 이로 인해 정서적 학대와 자기체 계 손상 간 정적 상관이 나타난 것으로 사료된다.
대학생의 자기체계 손상과 분노 간에도 정적 상관이 나타났다. 이는 자기체계 손상이 분노 수준에 유 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들과(송순자, 변상해, 2020;이경희, 김남희, 2016) 맥을 같이 한다.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 별로 살펴보면 보면, 주체적 자기 손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기 조절 손상, 관계적 자기 손상 모두 분노와 정적인 상관을 나타냈다. 이는 자기체계 손상을 구성하는 요 인인 자기개념 명확성, 자기존중감, 조절능력, 불안정 애착이 분노와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는 선행연구 의 결과들(권효정, 2006;김용희, 2017;안지현, 2013;이은철, 남선우, 2016;장진이, 2010;Allen, 2005;Bowlby, 1980;Ornstein, 1999)과 일치하는 것이다. Williams(2006)에 따르면, 자기 체계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자기 인식에 오류를 나타낼 뿐 아니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러한 어려움은 자기감의 상실, 대인관계 불만족에 따른 고통을 야기하고 결국 분노를 일으키는데(서수 균, 권석만, 2005;Williams, 2006) 이러한 역동으로 인해 자기체계 손상과 분노가 정적 상관을 나타 낸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부모의 정서적 학대와 대학생의 분노 간 관계에서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인인 주체적 자기 손 상, 대상적 자기 손상, 자기조절 손상, 관계적 자기 손상의 매개효과를 다중병렬매개 모형을 통해 추정 해 보았다. 그 결과, 정서적 학대는 분노 수준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자기체계 손상의 하위요 인들이 투입되자 정서적 학대의 분노에 대한 직접 효과가 더 이상 유의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자기 체계 손상의 하위요인인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이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를 매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동기에 경험한 정서적 학대 그 자체보다는 정서적 학대로 인한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의 손상이 분노에 더 큰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아울러, 정서적 학대가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의 손상을 거쳐 분노에 영향을 미침을 뜻하며 대학생의 자기체계를 강화, 회복시키는 것은 아동기 정서적 학대에 따른 분노를 개선하는데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한편, 대학생의 정 서적 학대 경험과 분노 사이에서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이 매개역할을 한다는 본 결과와 일 치하는 선행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정서적 학대가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추경진, 최종옥, 2015)가 본 연구와 일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 자책, 자포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 좌절, 이해받지 못함 같은 대상적 자기 손상 관련 요인과 계획대 로 일을 진행하지 못함, 강요받음 같은 자기조절 손상 관련 요인이 대학생의 분노를 일으킨다는 연구결 과(전원희, 최은정, 조은주, 2018)가 본 연구와 일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의 매개효과는 다음의 과정으로 발생한 결과라고 사료된다. 아동 기의 정서적 학대 경험은 부정적 자기(무가치감, 자기존중감 부족, 자기비난 등), 죄책감과 수치심의 상 승 즉, 대상적 자기의 손상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자기조절 능력의 손상과 자기파괴적 행동 즉, 자기조절 의 손상을 초래한다(장진이, 2010;장진이, 안현의, 2011). 또한 정서적 학대가 주로 발생하는 시기인 아동기에는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아동은 학대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기 쉽다. 그 결과,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신념을 형성하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낄 뿐 아니라 자기조절 기능 발달 지연을 경험하게 된다(안지현, 2013;Harter, 1999;Kent & Waller, 2000). 정서적 학대로 인한 수치심은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절하를 일으켜 무가 치감, 자기존중감 감소를 유발하고 피학대자의 분노를 자극한다(황은수, 성영혜, 2006;Lewis, 1971). 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경험은 타인의 자신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 민감하게 지각하게 만들어 자기조절 손상을 초래하고 분노를 자극한다(장진이, 2010;Lewis, 1971). 정리하면, 정서적 학대 경험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감정 형성, 조절과 통제의 실패 즉, 대상적 자기와 자기조절 손 상을 유발하는데(조현정, 2014;Williams, 2006;Young, 1990) 이로 인해 자신과 타인, 상황에 대 한 분노가 자극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기체계 하위요인인 주체적 자기 손상은 대학생의 정서적 학대 경험과 분노 사이에서 매개효 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주체적 자기 손상은 행위자이자 인식자, 통합된 전체로서의 자기 붕괴를 뜻한 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주체적 자기 손상은 분노, 적대감 같은 심각한 심리적 파괴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Allen, 2001). 그러나 본 연구의 대상은 대학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일반 대학생으로, 이들은 병 리적 수준의 자기 붕괴, 주체적 자기 손상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주체적 자기 손상이 분노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그 결과 주체적 자기 손상의 매개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사 료된다. 관계적 자기 손상도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를 매개하지 않았다. 자기체계 손상 척도를 타 당화 한 장진이와 안현의(2011)는 관계적 자기 손상 척도의 내적합치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척도의 이런 취약점으로 인해 관계적 자기 손상의 매개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구사회 에서는 개인주의 풍조로 인해 긍정적 대인관계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결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정성 경, 2020). 현재의 우리 대학생들도 개인의 독립성과 자유, 개인적 활동에 가치를 두고 중시하는데 이 런 경향으로 인해 관계적 자기 손상이 분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그 결과, 관계적 자기 손상의 매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바탕으로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 는 매개변인들의 효과를 측정하고 비교하기 위해 Process Macro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Process Macro는 잠재변수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측정오차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대학 생의 정서적 학대 경험을 아동기에 대한 회고로 측정하였으나 자기체계 손상과 분노는 현재 시점을 기 준으로 측정하였기 때문에 변인들의 인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모두 발견해 배제하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다. 추후 연구에서는 연구 방법 및 측정의 취약성을 보완한 정교한 종단연구를 실 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둘째, 본 연구는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신체적 학 대나 성학대 등을 함께 경험한 중복학대 사례를 배제하지 못했을 수 있다. 아동학대는 여러 유형의 학 대들이 중복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가 순수하게 정서적 학대에만 의한 것이 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추후 연구에서는 신체적 학대나 성학대와의 중복여부를 통제하고 검증함으로써 정서적 학대가 분노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대학생들의 정서적 학대 경험과 분노, 자기체계 손상에 관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첫째, 부모의 아동기 자녀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자녀의 분노 수준 과 자녀의 주체적 자기, 대상적 자기, 자기조절, 관계적 자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 인하였다. 이는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정서적 학대에 대한 이해와 각성 그리고 정서적 학대의 위험성에 관한 사회적 차원의 교육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또한 정서적 학대가 발생한 경 우, 학대가 자기체계 손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효용성 있는 사례 개입과 대처가 이뤄져야 함 을 시사한다. 둘째, 정서적 학대와 분노의 관계를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이 매개함을 확인 하였다. 이를 통해, 대상적 자기 손상과 자기조절 손상에 개입함으로써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대학생의 분노 수준 조절에 기여할 수 있음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즉, 대학생이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감 정을 가질 수 있게 돕고 대학생들에게 행동, 욕구 조절에 대한 성공 경험을 제공한다면 대학생의 분노 수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 분야 종사 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