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청소년 미혼모는 한부모 가족법과 청소년 기본법에 의거하여 9세 이상에서 24세 이하의 청소년 중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을 일컫는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질병관 리본부가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2019년 4월에 실시한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 과에 따르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관계가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관계를 경험한 학생 의 피임 실천율이 평균 58.7%(남학생 58.4%, 여학생 59.4%)로 나타났다. 해마다 청소년들의 피임 실 천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피임을 실천하지 않아 임신으로 이어지는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른 나이에 성경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요구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기에 임신과 출산을 하고, 양육자 역할을 수행하는 청소년 미혼모 또한 꾸준한 비율을 차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국내 미혼모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은 2015년에 비해 청소년 미혼모 수가 증가하였으나 그 이후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통계청 인구총조사, 2020년 8월 28일 갱신자료). 그러나 청소년 미혼모의 비율은 2015년부터 꾸준히 전체 미혼모의 약 8~10%를 차지하며, 사회문화적으로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은 생애주기 상 청소년기에 요구되는 과업의 실패로 이어지거나 청소년 미혼모라는 낙인과 편견을 수반하는 등 여전히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노경란, 김숙이, 2018;Jones, Whitfield, Seymour, & Hayter, 2019).
다른 연령대의 미혼모와 달리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이들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시기가 청소년 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으로 정체감 형성, 성적인 성숙, 이성 및 동성과 의 관계 발달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과업은 발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이루어진다(Teti & Lamb, 1989). 즉, 청소년이 자신의 발달과업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하고, 성 숙과 성장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미혼모는 청소년과 미혼모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김은지 외, 2013), 이는 청소년 미혼모가 성인으로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기에 놓인 동시에 양육자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 미혼모는 아직 독립적으로 사회경제적 생활을 하기 어려우면서도 양육의 책임을 맡고 있어, 발달과업의 불일치와 부 담으로 인해 적응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의 부모됨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청소년기에 놓인 점에 초점을 두고, 양육자로서 경험하는 바와 청소년으로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또래 및 가족관계에서 경험하는 점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들은 주로 미혼모의 실태 및 발생 원인에 초점을 두었으나(김성이, 김만지, 2002;배영미, 2001) 점차 임신과 출산 및 양육 경험에 초점을 둔 연구들로 이어지고 있다(김 영미, 이화명, 2018;남미애, 홍봉선, 2011). 또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정책 지원방안(김정희, 김향 미, 2018;김희주, 장연진, 2020;홍봉선, 남미애, 2011)과 미혼모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인들을 탐색하는 연구로도 확장되고 있다(박윤아, 이영호, 2017).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미혼모 중에서도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으나 청소년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상대 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청소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의 흐름 또한 기존의 미혼모 연구 동향 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10대 미혼모가 증가함에 따라 청소년의 임신 및 출산 경험, 심리적 어려 움과 관련된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으며(김만지, 2001;서정애, 2009;윤미현, 이재연, 2002), 이후에 는 청소년 미혼모의 학업 복귀, 사회구조적 인식 개선 및 지원방안을 살펴본 연구들로 확장되며 꾸준히 수행되고 있다(노경란, 김숙이, 2018;박현미, 최한나, 2016;이현주, 송진아, 2011). 또한 출산과 양 육을 선택하는 청소년 미혼모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탐색하고, 이 들의 양육 경험을 살펴보는 연구들도 나타나고 있다(김만지, 2004;김성이, 김만지, 2002;이종화, 2005;최수정, 김지연, 2015;홍봉선, 2013;Macutkiewicz & MacBeth, 2017;Mollborn, 2017).
청소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주로 이들의 임신과 출산 및 양육 경험의 본질을 체계론적으 로 탐색하기 위해 청소년 미혼모 본인과 주변 관계를 함께 고려하여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수행되어왔 다. 특히, 청소년 미혼모 연구의 주제는 크게 임신 및 출산 경험(배희분, 이혜정, 2020;Jones et al., 2019), 학업 중단과 복귀(김현경, 2010;박현미, 최한나, 2016;성정현, 김지혜, 신원우, 2011), 양육 경험(김혜영, 2010; 남미애, 홍봉선, 2012; Seamark & Lings, 2004)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청소년 미혼모의 임신 및 출산 경험과 관련하여, 청소년 미혼모의 출산과 낙태 간 갈등, 입양과 직접 양 육 간의 갈등을 의미하는 임신 갈등의 경험을 살펴본 연구(배희분, 이혜정, 2020)에서 여성 청소년은 가족으로부터 인공임신중절을 강요받는 등의 스트레스 상황뿐만 아니라 극도로 악화된 가족 갈등을 경 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이러한 상황을 중재해줄 수 있는 사회적 체계도 부족하다고 보고하 며, 상대 남성 파트너(아이의 아버지)가 보이는 무책임한 태도 또한 임신 갈등을 경험하는 여성 청소년 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미혼모는 임신,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해 아이의 친부, 원가족, 친구들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주변으로부터 미혼 모 가족의 존재를 정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미혼모의 모성 자체 또한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미경, 김승용, 2020).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청소년 미혼모 가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제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 떠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자원은 무엇인지, 어려움 속에서도 어떠한 긍정적 측면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청소년 미혼모의 학업 중단 및 복귀와 관련하여, 청소년 미혼모가 지각한 학업복귀의 장애 요인을 살펴본 연구(박현미, 최한나, 2016)에 따르면, 이들은 빈약한 가족의 지지체계,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의 어려움, 낮은 학업효능감, 학교 복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학업 복귀에 방해가 된 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중 단할 것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교육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성정현 외, 2011). 이러한 청소년의 학업 중단은 이후 사회 참여에 방해요인이 되어 장 기적으로 이들의 경제적 자립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허남순, 노충래, 2005). 또한 청소년 미혼 모의 학업 중단과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결과적으로 자녀 양육의 문제로도 이어지고, 이러한 문제는 다시 자녀의 건강한 발달을 저해하는 등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 움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미혼모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박탈된 학습권을 다시 회복해나가는 과 정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김현경, 2010)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청소년 미혼모들은 학업 과 출산을 병행하기를 희망했으나 강제로 학습권이 박탈되면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 경험이 있었 지만, 상처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권 차원에서 배움의 권리와 기회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학습권을 회복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경험을 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한편, 양육 경험과 관련된 연구들에서는 청소년 미혼모의 삶에 어려움과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성장을 경험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보고되고 있다. 구 체적으로, 청소년 미혼모 중 일부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에 겁이 나고 걱정이 되면서도 자신의 몸 안 에 생명이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김혜영, 2010). 이러한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 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청소년이 임신을 지속하게 하는 주요 동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배희 분, 이혜정, 2020). 그리고 양육을 선택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자녀로 인해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며, 책임감이 강해지고, 삶의 목표가 뚜렷해지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 는 것으로 보고하였다(김영신, 2011;김현경, 이민영, 2008). 이와 유사하게 청소년 미혼모의 부모됨 의 경험과 의미를 현상학적으로 살펴본 연구(남미애, 홍봉선, 2011)에 따르면, 청소년 미혼모는 자신 이 부모가 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자기 내면의 힘을 발견하였으며, 부모됨 자체가 자신을 치유하고 독 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 외에도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녀를 통해 새롭게 사랑을 경험하고, 말투나 성격에 변화가 생기거나(김혜영, 2010), 사 회적 약자를 인식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변화도 보고되었다(은주희, 임 고운, 2020). 이처럼 청소년기의 부모됨이 반드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돌봄 을 제공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기능하여 청소년 미혼모의 회복과 안정감을 유지 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다(Clarke, 2015;Dalla & Gamble, 2000;Seamark & Lings, 2004). 이에 근거했을 때,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보다 확장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미혼모가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부정적 측면뿐 아니라 어떠한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리해보면, 최근에는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이 더 이상 생소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청소년 미혼모 의 삶을 이해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들이 꾸준히 수행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 미혼모는 청소년으로서의 발달과업과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므로 이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 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청소년 미혼모는 여전히 학업 중단과 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원가족과의 갈등 및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 미혼모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비교적 최근 연구에서는 청소년 미혼모의 삶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이들의 삶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에 관심을 두고, 이들의 삶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 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 미혼모의 삶을 조명하고, 이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파악하여 사회적 지원체계 를 마련해 나간다는 점에서 청소년 미혼모 연구는 의미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러나 다른 연령대의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비해 청소년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는 상 대적으로 미흡하고, 이들의 발달과업을 반영한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사회적 제도가 무엇인지 살펴본 연구들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미혼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청소년 여성을 대 상으로 이들의 부모됨 경험을 파악하고 그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즉, 청소년 미혼모가 임 신과 출산을 결정하고 자녀를 양육하기까지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미혼부와 원 가족 및 자녀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부모 역할수행에 있어 자신이 청소년이라는 발달적 특성으로 인해 어떠한 변화를 경험하는지, 도움을 받거나 여전히 필요한 사회적 제도 및 체계는 무엇인지, 어떠한 측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는지를 중심으로 질적 접근을 통해 청소년 미혼모의 삶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하였다. 또한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복합적인 사회적 지원망을 파악하기 위해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청소년 미혼모와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청소년 미혼모 모두를 포함하여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체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청소년 미혼모들은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Ⅱ.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 참여자들은 서울지역에 거주하면서 10대에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는 청소 년 미혼모 7명이다. 연구 참여자는 사전에 청소년 미혼모 거주시설의 관계자에게 본 연구에 대해 소개 한 후 참여하기를 원하는 대상의 연락처를 전달받거나 연구 참여자가 인터뷰를 한 후에 시설에서 알게 된 지인을 소개하여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였다.
이에 본 연구 참여자들의 사회 인구학적 특징은 <table 1>과 같다. 연구 참여자들의 연령은 20~22 세이며, 1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고 자녀의 연령은 1년 1개월~4년 4개월이고 성별은 3명이 남아, 4 명이 여아였다. 이들은 모두 청소년 시기에 자녀를 임신하여 출산하였고 최종학력은 모두 고졸이며 3 명을 제외하고 모두 직업이 없었다. 연구 참여자 중 4명은 미혼모 보호시설에 거주 중이며 2명은 자녀 와, 1명은 자녀와 친정모와 함께 자택에서 거주 중이었다. 또한 자녀의 양육은 4명은 미혼모 보호시설 안에 있는 보육시설에서, 자택에 거주 중인 3명은 지역사회의 어린이집과 함께 친정모와 동생의 양육 지원을 받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 중 3명은 자녀의 친부와 관계를 유지하였고 4명은 단절한 상태였다.
2. 연구절차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3명의 연구자가 참여자를 나누어 반구조화된 질문 을 가지고 개별인터뷰를 1시간 30분씩 실시하였다. 개별인터뷰는 아동학을 전공한 박사 2인과 석사과 정생 1인이 실시하였고 연구자가 연구 참여자와 사전에 연락하여 인터뷰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연구 참 여자가 거주하는 시설 근처의 카페나 자택으로 방문하여 실시하였다. 연구자들은 사전에 연구 참여자 들로부터 상담내용은 모두 녹취되고 연구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에 서면으로 동의 를 받았다. 인터뷰 질문은 첫째,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자녀를 현재 어디서 키우고 양육을 도와주는 사 람이 있는지, 앞으로 자녀를 어떻게 양육을 할 계획인지, 자녀를 양육하는 데 만족감과 어려움은 어떠 한지, 자신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어떠한 것을 노력하고 있는지 등이다. 둘째 질문은 언제 어떻게 임신 사실을 알았고 자신과 주변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친부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어 떻게 결정했는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어떠한 계획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이다. 본 연구의 자료는 7 명의 아동학 석사과정생이 인터뷰 내용을 녹취한 음성파일을 전사한 것과 인터뷰를 실시한 연구자의 소감을 포함하였다.
3.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 미혼모의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험과 행위에 대한 인식을 탐색하기 위해 서 Moustakas(1994)가 제안한 심리학적 현상학 접근을 적용하였다. Moustakas(1994)의 초월론적 또는 심리학적 현상학은 연구의 자료를 분석하는 데 있어 연구자의 해석보다는 연구 참가자의 경험에 대한 기술에 더 초점을 두며 연구자의 판단중지에 집중한다. Moustakas는 판단중지(epoche)에 초점 을 두는데, 여기에서 연구자는 연구 중인 현상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갖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이 자신의 경험을 가둔다(Creswell, 2015). 여기서 ‘초월론적’이라는 표현은 “모든 것이 마치 처음인 것처럼 신선 하게 인지되는” 것을 의미한다(Moustakas, 1994). 이러한 접근은 본 연구에서 밝히려는 청소년 미혼 모가 경험하는 현상에 대해 연구자 자신의 경험을 기술하고 관점들을 일차적으로 괄호치기 하여 연구 참가자들의 경험을 보다 본질적으로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고 보았다. 특히 연구자들은 사회적으로 ‘청 소년 미혼모’라는 편견이나 부정적인 사회적 담론에 치우치지 않고 청소년 미혼모인 연구 참여자가 경 험하는 자신과 주변의 체계론적인 관계에서 경험하는 현상을 본질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졌다. 첫째, ‘수평화(Horizontalization)’로 연구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전사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검토하면서 연구 참가자들이 현상을 어떻게 경험하는 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진술문’이나 문장과 인용문을 추출하여 의미 단위(meaning unit)를 추출하였다. 둘째, 연구자는 이러한 의미 있는 진술들로부터 나온 의미 단위들을 주제(topic) 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의미 있는 진술들과 주제들은 연구 참가자들이 경험한 것에 대한 조직적 기술을 작성하는 데 사용된다. 이는 연구 참가자들이 현상을 어떻게 경험하는가에 영향을 미친 맥락이나 상황 에 대한 기술, 상상적 변형 또는 구조적 기술을 작성하는 데 사용된다(Creswell, 2015). 마지막으로, 연구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경험에 초점을 두어 구조적, 조직적 기술로부터 현상의 ‘본질’을 제시하는 복 합적 기술을 작성하기 위해 범주(category)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의미 있 는 진술을 27개의 의미 단위로 구분하고 이를 토대로 공통적인 9개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 참여자들의 공통적인 경험을 근거로 자료에서 도출한 본질을 파악하여 이를 공통적인 3개의 범주 로 통합하였다.
4. 연구의 타당도와 윤리적 고려
본 연구에서는 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Creswell과 Miller(2000)가 제시한 전략들 중 동 료 검토(peer review)를 시행하였다. 동료 검토를 위해 질적 연구경험이 풍부한 공동연구자인 아동학 전공 박사 3인과 본 연구의 연구방법과 의미, 해석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외 에 아동학 전공 박사수료자 2인이 본 연구의 연구자들이 1차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읽으면서 의미와 주 제가 적절하게 이어졌는지 검토하고 그 의미를 확인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이름은 모두 사례번호로 익 명화하였고, 전사자들은 전사 작업 전에 녹음 파일과 전사 작업의 내용이나 참가자의 정보 등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면접을 실시하기 전 연구자가 연구의 목적, 자료의 비밀보장과 연구 참여와 철회에 대한 자발성 등에 대한 정보를 안내한 뒤 연구 참여 동의 를 서면으로 받았다.
Ⅲ. 연구결과
본 연구의 자료를 심리학적 현상학 접근으로 분석한 결과, <Table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27개의 의 미 단위를 9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최종적으로 3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1. 임신과 출산의 위기와 변화
1)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임신
연구 참여자 모두가 계획되지 않은 상태에서 10대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 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출생한 이후부터가 아니라 자녀를 임신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와 계획을 하였 는지부터 시작된다. 청소년 미혼모들은 내 안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자라고 있다는 낯선 상황을 감격적으 로 느끼기 이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보고하였다. 임신으로 인해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많 은 신체적인 변화와 행동의 제한이 따르고(도현심, 2012) 계획된 임신처럼 가족과 배우자와 함께 임신 을 축하하고 안정을 취하며 태교에 힘쓰는 경험을 하지 못하였다. 연구 참여자가 대부분 고등학교 생활 을 하던 중에 사귀던 이성친구 혹은 졸업을 한 경우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교제한 이성관계에서 임 신을 하였다. 결혼이나 자녀 양육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청소년 시기의 이성관계에서 임신을 하게 되다 보니 연구 참여자 A를 제외하고는 임신 중반 이후에 뒤늦게 우연히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인과 가 족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이들은 이성 교제를 할 때 피임이나 임신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기에 임신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변화하는 것도 인식을 잘 하지 못했다. 연구 참여자 C는 자신이 임신한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과 청소년 미혼모가 생기게 되는 현상을 실제로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주의 깊게 참여하지 않고 형식적인 참여를 했던 경험과 연관지어 언급하였다. 학교의 교육과정에 성교육과 함께 구체적인 출산 과정이나 양육기술에 대한 부모교육이 이루어지기를 제안하였다.
그때가 12월달? 12월달이었는데. 그때도 병원 갔을 때 이미 태반이 100퍼센트 노화가 됐다고. 애 기가 나올 때가 거의 됐다고. 9개월쯤(연구 참여자 C)
기본적인 출산 과정들, 출산 후의 과정들. 보니까 저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애기 겉싸개 하 는 걸 알긴 했거든요. 속싸개 하는 거. 저는 한 번에 딱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모르는 엄마들이 꽤 많더라고요. 30대 엄마들인데도 불구하고 되게 모르더라고요. 그런 것도 좀 알 필요는 있 지 않나. 애기 키우는 과정 같은 거?(연구 참여자 C)
2) 모성이데올로기의 딜레마
연구 참여자들은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었기에 임신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앞으로 어떠한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부모에 대한 정체성이 부재한 상태였다. 대부분은 자녀를 출산하기 전에는 자녀를 본인이 양육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입양을 보내려는 마음이 컸다. 대부분 연구 참여자들 은 부모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이고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 하면서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연결된다고 하였다. 모성(母性)이란 일차적으로는 여성의 임 신·출산·수유와 같은 생물학적 특성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시대에 여성의 이 러한 생물학적 자질은 여성을 아이 양육자라는 가정 내적인 존재로 규정짓도록 작용하였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싶은 페미니스트들에게 모성은 떨쳐버려야 할 굴레로 간주되었 다(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멈추거나 포기 하고 갑자기 맡게 된 부모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양육적인 성향이 생기지 않는 경우, 자신을 자책하거나 힘든 과정을 겪고 있었다.
저는 원래 출산을 해서 입양을 보내려고 했어요. 왜냐면 어디 병원에 가도 7개월은 지워주는 데가 없다고 해서 출산을 하고 입양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 해서 원래는 그래서 출산을 했어요. 그런데 낳 았는데 얼굴 보고 입양 보내기 힘든 것 같아요. 원래 얼굴을 보면 안 되는데, 제가 본다고 괜히… 그랬는데 보자마자 이건 얼굴 보면 안 되더라고요. 태어나는 날에 원래 1주일 간 애기를 데리고 있 어야 한다고. 그렇게 하잖아요, 입양을 보낸다고 하면. 그래서 그냥 1주일 동안 연장을 하고 입양을 하려고 했는데 딱 2박 3일 끝날 즈음에 엄마한테 이야기했죠. 그런데 엄마도 애기 얼굴 보더니 우리 가 키우자고, 입양은 아닌 것 같다고.(연구 참여자 G)
저는 애기를 낳아서 키우고 있지만 그.. 엄청난 모성애를 아직 느껴보지 못했어요. 보고만 있어도 좋 은 건 맞는데 그것도 그거지만..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일 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아서.. 애기를 잘 안 돌보는 것 같아요. 엄마가 많이 돌봐주고.. 그래서..(연 구 참여자 F)
네. 다른 여자애들은 치마도 입고 다니고 머리도 기르는데 저희 아빠가 좀 많이 보수적이셔가지고 그것도 못하게 하시고 그래서 저는 이쁨 받는다는 걸 잘 모르고 솔직히 가족이란 거 그그런 것도 잘 몰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 앞에서 얘를 칭찬한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한다는 게 되게 쑥 스러운 거에요. 그런 거 말하면 사람들은 그게 왜 쑥스럽냐 이해를 못 하는 거죠.(연구 참여자 D)
3) 자녀를 양육하면서 익숙해지는 부모 역할
연구 참여자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기본적으로 부모로서 해야 하는 역할에 적응하고 양육에 대한 효능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자녀를 먹이고 재우고 돌보는 양육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자녀와 놀이하고 상호작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처음에는 많이 막막하고 힘들었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정보를 얻거나 주변의 지인이나 보호시설의 선생님이나 미혼모를 관찰하고 문의 하면서 조금씩 대처능력이 생기고 양육기술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자녀를 양육 하면서 자신도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생기고 부모 역할과 함께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 하고 있었다.
원래는 이제 저도 애기를 너무 처음 키우다 보니까 진짜 잘 못봤어요. 근데 이제 지나다 보니까 언 니들 하는 것도 보고 선생님들도 여러 가지 도와주시고 그래가지고 많이 배운 것 같고 여기서 프로 그램 같은 걸로 아이 놀아주는 방법이나 그런 것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거기서도 많이 배웠던 것 같고 이유식도 만드는 방법도 거기서 알려줘가지고…(연구 참여자 E)
같이 놀아줄 때,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놀아주고 자연스럽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요. 아이랑 잘 맞게 놀아주는 것. 어떻게 보면 친구라고, 아이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를 친구 같은 엄마라고 생각하는…(연구 참여자 A)
4) 자녀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연구 참여자들은 부모 역할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는데 받는 스트레스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받고 있 었다. 특히 자신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 주변의 시선이 양육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있었다. 자녀가 걸음마기에서 유아기로 점차 커가면서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거나 문제행동을 보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양육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주 변의 또래들과 비교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고 잠깐씩이라도 자녀의 양육에서 벗어나 지인이나 또래 를 만나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이나 지역사회에서 양육을 보조적으로 지원받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였다. 평상시에는 자녀를 재우고 난 후 혼자만의 시간 을 가지면서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나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하 고 있었다.
이 나이에 남들처럼 못 노는 거나, 시선? 뭐 뒤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쟤 애 엄마잖아.” 이런 뒷이야 기도 그렇고, 그거랑 이제 애가 크면서 또 말을 엄청 안 듣잖아요.(연구 참여자 G)
온라인 게임도 하고 모바일도 하는데 온라인은 할 수가 없으니까 모바일로 하는데 애기 없을 때 거 의 하는 편이에요. 그거 아니면 노래 듣는 거 좋아해서 노래 듣고. 애기 재울 때 요즘 자장가를 불러 주는데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고…나름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연구 참 여자 E)
2. 사회적 지원망의 활용
1) 자녀의 친부와의 관계와 부모 역할
청소년 미혼모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자녀의 친부와의 관계가 어떤 상태였는지, 자녀의 출산과 양 육과정에서 친부가 어떤 부분을 기여했고 양육자 역할에 대해 갖는 기대치가 현재 친부와의 관계와 부 모 역할에 있어 매우 큰 차이가 드러났다. 연구 참여자 대부분(B, C, D, E, G)이 자녀의 친부와 짧은 연 애 기간에 임신했지만 헤어진 이후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임신한 사실을 친부에게 알리지 않았거나 친부에게 알렸어도 자신의 자녀인 것에 대해 의심을 하거나 자녀를 출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등 책임을 회피하였다. 친부가 부정적인 태도로 반응하는 경우, 미혼모들은 임신에 대해 이야기 를 한 것을 후회하고 이후에 부모로서 협력해줄 기대를 단념하게 되었다. 친부와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친부의 존재를 자녀에게 알리거나 부모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연구 참여자 A, F는 친부와 연락을 하고 양육비를 지원받고 있었고 연구 참여자 E는 양육비이행관리 원을 통해 양육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친부와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는 자녀와 정 기적, 비정기적으로 만나거나 양육비 지원을 하면서 양육에 있어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지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미혼모들은 친부와 함께 지내거나 혼인은 고려하지 않지만 자녀가 친부를 만나면 좋아하고 자녀를 위해 협력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네. 다른 사람들하고 비슷한 레파토리인데. 자기 애기인 줄 어떻게 아냐. 이제 와서 연락하는 이유가 뭐냐하고 자기한테 피해 안 오게 해라. 이렇게도 이야기하고…(연구 참여자 D)
한편으로는 정말 만나고 싶진 않은데 아이 때문이라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10%라도 들고.. 근데 또 아이 미래를 생각하면 그게 또 맞는 것 같은데. 차라리 혼자 키워서 혼자 힘들게 키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드니까.. 너무 자주 싸우고 욕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양육하고 싶진 않아요.(연구 참여자 A)
원래는 생각이 없었는데 어쨌든 애기 키울라면 돈도 필요하고 애기를 키우는데 굳이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걸 신청 안 하면 제 손해인 거 같아서…(연구 참여자 E)
2) 원가족이 지지적인 관계로 변화함
연구 참여자들이 청소년 시기에 겪게 된 자녀의 임신과 출산은 그들의 원가족에게도 상당한 충격과 위기였다. 평소에 원가족과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에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초기 과정에서 원가족 과 단절된 상태에서 지내기도 하였다. 점차 자녀가 커가면서 이들은 가족과 연락을 시도하였고 막상 자 녀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와 가족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다. 미혼모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연구 참여자 C, D, E 경우에 한 달에 일정 기간 외부에서 지내게 되어 있어 그 시간에 자신의 원가족과 지내 면서 지속적으로 자녀와 유대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특히 자택에 거주하는 연구 참여자들은 친정어 머니나 동생이 보조적인 양육자로서 지지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알리긴 했죠. 그러고 저가 9월 달에 처음 알리고 아빠가 별로 좋게 반응이 없으셨어요. 그러다가 이 번 설에 오라고 하셔가지고 지금 동생도 군대에 있는데 오라고 해서 왔었고, 근데 너무 좋아하시더 라고요.(연구 참여자 D)
동생들이 엄청 이뻐해서. 이것도 다 자기 용돈 아껴서 사오고. 남동생이 두 명인데 지금 둘 다 고등 학생. 고1, 고3 됐어요. 네. 똥 싸도 다 치워주고 쉬도 다 치워주고 목욕도 같이하고 세수도 해주고. (연구 참여자 C)
3) 가족외부의 사회적 지원망의 활용
현재 미혼모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연구 참여자들은 주간에 시설 안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자원봉사자 들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고 자신의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혼모 보호시설 안에 있는 어린이집의 경우는 미혼모들이 비용을 지급하고 간식과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을 조건으로 맡기는 실정이었다. 지 역사회에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활용하여 연구 참여자와 신뢰 관계를 가지면서 힘든 점을 의논하거 나 자녀 양육을 안전하게 맡기면서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거기 안에 어린이집 시설이 있어가지고.. 이제 지금 제가 다음 달에 시험 때문에 이제 그거를 합격하면 간호조무사를 취득하는 건데. 학원 다니면서 그때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그러거든요.(연구 참여자 D)
이 외에도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 중에 가족 외의 지역사회의 사회복지기관의 관 련자들, 자격증 학원의 원장님 등 다양한 사회적 지원망의 지원을 활용하면서 실제적이고 정서적인 안 정을 찾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양육과 취업 준비를 병행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무기력과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겪은 참여자 D의 경우에는 거주하는 미혼모 시설의 동료를 보면서 지지를 얻거나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험을 하였다.
지금은 안하고 있기는 한데 시간이 조금 부족해가지고. 그래도 하면서 저도 그나마 저가 속마음을 잘 안해요. 저는 좀 꽁쳐두는 스타일인데 그거를 좀 선생님들한테 이야기를 하면서 좀 풀어지고 그 랬던거 같아요.(연구 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이 자립을 위해 경제적인 자립과 함께 자녀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한 문제였다. 미혼모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연구 참여자들의 경우에 일반적으로 최대 2년까지 거주 할 수 있고 이후에 미혼모와 같은 한부모가족 주거지원인 전세임대주택 지원을 받아서 자녀와 함께 지 낼 예정이었다. 주거를 위한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알게 되면서 막막했던 상 황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어떻게 자녀와 살아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맞아요. 그 전세 임대가 최대 1년 2천까지 지원을 해주시고, 저희가 들어갈 때는 5프로씩, 전세의 5프로만 내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연구 참여자 D)
3. 갑작스럽게 진입한 성인기의 진로발달
1) 자녀를 통해 책임감을 가지며 성장하기
연구 참여자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갑자기 바뀌게 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부모 역할 에서 벗어나 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원래의 청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점차 나 혼자가 아닌 자녀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계획을 구상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 을 찾고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나 혼자가 아니라 자녀를 책임지는 부모 역할을 받아 들이면서 자녀에게 당당한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를 원했다. 자신이 나이가 어린 엄마이고 혼자서 자녀를 키운다는 점에서 주변 시선 때문에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모처럼 건강하게 양육자로서 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예전에는 노력 자체를 안 했는데 요즘은 노력 할려고 하고, 그래도 예전에는 밖에 나가고 싶다 생각 이 강했어요. 애기 맡기면 되지, 요즘은 얘도 커가고 얼른 날이 괜찮아져서 같이 놀러가고 싶다 이 런 생각?(연구 참여자 D)
나중에 컸을 때 애가 어디 가서 젊은 엄마라서 쪽팔린다고 생각은 절대 못하게 해야지. 막 이런 것? 잘 늙어야지 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것. 어딜 가도 나중에 초등학교에 가도 막 이렇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그렇게 키워야지, 당당하게. 그런 것들을 느꼈던 것 같아 요.(연구 참여자 G)
2) 현실적인 진로 결정과 실천
연구 참여자들은 이전에 우유부단하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결정을 하지 못하였거나 자립을 미루며 진로를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미혼모 보호시설에 거주하게 되면서 시설에서 퇴소 한 이후에 자립을 위해 취업에 유리한 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다른 미혼모들이 동일하게 자격증 취득을 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상황에서 정보를 얻게 되고 실제로도 취업률이 높다 는 점에서 미혼모들은 간호조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연구 참여자 중 일부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다른 직업으로 전환을 받아들이는 태 도를 가졌다.
네. 제가 해봐서 알잖아요. 스케줄 조정도 어렵고 워낙 오락가락 하니까. 아기 키우기에는 적성이 아 니다 싶어서 다른 걸 찾다가 시설 언니들도 간호조무사도 많이 했고 아무래도 스케줄 조정도 쉽고, 일반 병동은 정시간도 괜찮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괜찮겠다 싶어서.(연구 참여자 D)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을 진학했지만 자녀 출산과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못다한 학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현재 청소년 한부모에게 아동 양육비, 검정고시 학습비, 고교생 교육비와 자립지원촉진수당이 지급되는데 청소년기 이후 시기에는 지원이 되지 않는 점을 아쉬워하였다. 실제적으로 청소년 한부모가 자녀 양육으로 초기 성인기까지 진 학이 미루어지는 경우에 학업에 대한 지원이 연계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지금 주민센터 같은 데서는 한부모 청소년에게 검정고시 같은거만 지원을 해주잖아요. 일반 한 부모 같은 경우도 더 공부를 하고 싶을 수 있잖아요.(연구 참여자 D)
Ⅳ. 결론 및 논의
본 연구는 청소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심리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그들이 경험하는 부모 역 할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통해 ‘임신과 출산의 위기와 변화’, ‘사회적 지원망의 활 용’, ‘갑작스럽게 진입한 성인기의 진로발달’ 등의 의미 있는 경험들이 발견되었다. 본 연구를 토대로 논 의를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임신 사실을 안 후에 당황해 하 였으며, 대부분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는 뜻밖의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충격과 걱정, 두 려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혼자 어떻게 해결해야 나갈지 혼란을 겪었다는 연구결과(김혜영, 2010)와 일치한다. 청소년의 예기치 못한 임신은 어린 십대들이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큰 사건이기 때 문에 심리적 불안감, 수치심 등의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도현심 외, 2011). 이러한 심리적 어려 움으로 인해 청소년 미혼모들은 ‘실패 신드롬’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임신에 따라 동반된 정신적 스트 레스에 의해 강화된다. 심리적 ‘실패 신드롬’은 가족 불안과 사회 문제를 야기하며 그로 인한 좌절과 분 노는 다시 아동학대나 방임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 심지어 자살을 유도하기 도 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피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줄 수 있는 실 제적인 성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은 성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을 다루고 있거나 일방적인 전달방식으로 형식적인 교육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보기 매우 어렵다. 따라 서 앞으로는 청소년의 요구에 맞는 교육내용과 방법 등 청소년의 입장과 상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성교육이 요구된다. 또한 청소년이 초기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상황에 당황해하거나 어려 움을 겪지 않고 임신 과정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도록 사회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임신 전 부모로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입양계획을 세우 거나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모성이데올로기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자녀를 출 산하여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모성애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원가족으로부터 애정과 지지적 경험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자녀에게 애정적 표현을 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청소년 미혼모 들의 경우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의 경험으로 인해 자녀를 양육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본 연구 참여자의 경우 심리상담을 통해 정서적 지원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모성애를 갖는 데 도움이 되어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들이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갖고 자녀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이들의 정서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상담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편,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연스럽게 모 성애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모성 민감성이 강화되면 서 엄마로서의 책임감이 증진되고 자녀와의 애착이 형성되면서(이명희, 2007) 현실적인 부담감 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정당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 으로 해석된다.
또한 본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를 양육하면서 점차 부모 역할에 익숙해졌고 자녀 양육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자녀를 위해 간식이나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자녀와 놀이해주는 경험을 시도해보면서 점차 양육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게 되었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자녀를 양육하 는 과정에서 양육 스트레스로 인한 어려움보다는 자녀를 양육하겠다는 동기와 자녀 양육과 관련된 문 제나 어려움을 스스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육효능감은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양육효능감은 자신이 지각하고 있는 신념체계로 외부의 지지체계보다는 자신의 정서와 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문정숙, 김영희, 2014)를 볼 때, 지역사회나 각 지자체의 미혼모지 원사업 수행기관에서 미혼모가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소외감을 감소시키고 개인 내적 요인 을 강화시킬 수 있는 심리상담이나 자녀 양육에 필요한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을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자녀를 홀로 키우면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또래 친구들과 부정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였다.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거 나 자녀가 잠든 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 는 사건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양육 스트레스와 불안을 통제하고 조절하게 된다는 연구 (Locke, 1997)로 이해해볼 수 있다. 대체로 청소년 미혼모들은 양육 자체에서 오는 부담이나 홀로 부 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양육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 기존 연구(오은 정, 김혜영, 2018)와는 달리 본 연구 참가자들이 스스로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를 해나간 연구결과 는 의미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홀로 부모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청소년 미혼모들의 스트레스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줄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심리․정서적 전문 상담 및 치료를 지원하고, 미혼모들의 자조모 임과 같은 사회적 지원체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 해줄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의 친부와 헤어진 이후에 임신과 출산을 하였고 출산 이후에 친부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으며 아버지의 역할 또한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출산에 대한 부담감으로 떠 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인해 더 이상 함께 살기 원하지 않았으나 일부 참여자들은 친부와 연락하면서 양육비를 지원받거나 비정기적으로 자녀와 만나도록 하였다. 미성년자인 친부의 지속 적인 양육비 지원은 어려움은 있지만 아버지 역할수행은 자녀의 긍정적 정서나 자기통제력에 영 향을 미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박잎새, 남은영, 2015)에 근거할 때, 자녀와 아버지 간 의 친밀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는 친부에게 자녀 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보내어 친부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녀와 친부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아버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본 연구 참여자인 청소년 미혼모들의 원가족은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충격을 받았으며 평소 원가족 과 관계가 좋지 않은 청소년 미혼모들은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초기 과정에서 원가족과 단절되었 다. 원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심리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하였으나, 청소년 미혼모의 자녀가 점차 커가면서 자녀를 중심으로 원가족과 친밀해졌고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데 중요 한 지지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원가족으로부터의 자녀 양육 및 경제적 지원은 청소년 미혼모들 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게 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원가족의 지원은 매우 중요한 지지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rikson에 의하면, 부모가 되 는 과업은 성인기의 삶에서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청소년으로서 부모됨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은 어 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체계의 지지에 비해 원가족의 지원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에 (이용우, 양호정, 2019), 청소년 미혼모들이 원가족의 지지와 인정을 받게 되면 부모됨 과정에 잘 적응 하고 성숙하게 된다(송지나, 강혜현, 조윤희, 이순형, 2014).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와 원가족과의 긍정 적 관계 정립을 통해 가족으로부터의 지원과 지지를 유도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원가족이 청소년 자녀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받았을 상처와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정서적 회복 지원이 병행되 어야 할 것이다.
한편, 청소년 미혼모들은 가족 외 사회적 지원망을 활용하여 자녀를 양육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었 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주간 양육을 지원받았으며 심리 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에는 심리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장기적인 거주지에 대한 한부모 복지서비스를 활용하여 자녀 양육에 도움을 받고 있었다. 특히 지역사회의 돌봄서비스나 미혼 모 보호시설의 어린이집은 청소년 미혼모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면서 양육을 병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또한 미혼모 보호시설은 청소년 미혼모들이 독립할 수 있도 록 육아와 거주 등의 기본적인 복지지원을 해줌으로써 홀로 자녀를 양육하고 사회로 나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지역사회 지원망은 청소년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자원이 되며 사 회구성원으로 복귀하는데 필수적인 지지 요소이다(김윤아, 이형하, 김혜선, 2008). 입양을 선택한 미 혼모들에게 육아를 위한 거주 지원이나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있음을 보 고한 결과(여성가족부, 2005)를 볼 때,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 참여자들은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자녀와 함께 하는 진로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 하였다. 자녀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자녀에게 당당한 부모가 되려고 했으며 책임감을 갖고 건강한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해 자녀만큼은 원하는 것을 지원해주고 싶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 미혼모들이 양육의 시간을 거치면서 아이를 지키고 책임져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통해 어머니 라는 건강한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이라 해석된다. 또한 자녀와 함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힘을 발견하여 성숙한 어른으로서 다시 세상에 돌아가고자 하는 의미 있는 결과라 볼 수 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자녀를 출산하기 전과는 달리 독립적이고 현실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해결해나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미혼모들은 다른 미혼모들의 영향 을 받아 대부분 간호조무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좀 더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진로에 대한 안내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 미혼모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끝내지 못한 학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 한부모에게 지원되는 교육비나 자립지원 촉진수당 등은 청소년기 이후에는 지원이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스웨덴의 경우 청 소년기 이후의 미혼모들에게 학비를 지원해주거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앞 으로는 중도에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해 대안학교 재입학 또는 검정고시 준비를 지원해주 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학적을 상실한 청소년의 경우 대안학교나 검정고시 취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자원봉사자들로부터 개별 튜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본 연구 참여자들은 한부모로서 살아가기 위해 삶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하게 됨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학습권을 회 복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 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요약해보면,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미혼모들을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당황하여 출산 후에 아이를 입양시키려고 했지만, 막상 아이의 얼굴을 본 후 자녀를 양육하면서 모성애가 생겨났고 부모 역할에 자 신감을 갖게 되었다.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하였지만 친구를 만나거나 혼 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청소년 미혼모들 은 출산과 양육 속에서 친부나 원가족으로부터 단절되고 지지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었 다. 그러나 자녀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원가족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가족 외 사회적 지원망을 활용하 게 되면서 양육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보였고 오히려 자녀 양육을 통해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경험 하게 되었다. 특히, 청소년 미혼모들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학업이나 취업 등 새로운 목표를 갖기를 원하였으며 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였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청소년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였는데, 청소년 미혼모의 부모 역할 경험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기 아버지, 원가족 등 다자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청소년 미혼모의 부모 역할 경험 과정에서 배우자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연구(송지나 외, 2014)를 볼 때, 후속 연구에서는 청소년 미혼모 와 청소년 기혼모의 부모 역할 경험을 비교하여 배우자의 지지가 부모로서의 적응에 어떠한 도움이 되 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의 일대일 심층 면담이 1회로 진행되었다. 이는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제한이 있기에 후속 연구에서는 여 러 번에 걸친 심층 면담을 실시하여 청소년 미혼모들의 일관성과 진실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본 연구는 청소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부모 역할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질적 연구를 시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청소 년 미혼모들이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들과 이에 대한 나름의 극복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청소년 미혼모들 의 부모 역할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또한 청소년 미혼모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부모 역할을 돕기 위해 복지급여 지급 및 시설지원 사업 등과 같은 효율적인 정책적 대안을 모색했다는 데 의의를 지니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청소년 미혼모들에 대한 이해를 도움으로써 향후 필요한 지원과 개입방안을 모 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