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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26 No.2 pp.323-343
DOI : https://doi.org/10.13049/kfwa.2021.26.2.5

A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Identity of Korean-Chinese Adolescents with Migrant Backgrounds

Woon-Sun Choi, Won-Shin Lim

* Funding for this paper was provided by Namseoul University in 2020.


Corresponding Author: Won-Shin Lim, Dept. of Childwelfare, Namseoul University(E-mail:
wslim@nsu.ac.kr)

May 3, 2021 ; May 21, 2021 ; June 10, 2021

Abstract

Objective:

This study examined the identity of Korean-Chinese adolescents with migrant backgrounds living in South Korea.


Methods:

To achieve this goal, data was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of four Korean-Chinese adolescents with migrant backgrounds and analyzed using a case study research method.


Results:

The analysis showed that soon after migration, Korean-Chinese adolescents experienced difficulties and conflicts in language, academic and career choices, peer relations. Second, parents, peers, and teachers were included as contextual factors that influence the formation of an adolescent’s identity. Third, bilingualism, nationality, and attitude toward their backgrounds emerged as important identity-related issues. Finally, the participants identified themselves as closer to Koreans or Korean-Chinese, and the more they adapted to Korean society, the more they perceived themselves as being closer to Koreans from Korean-Chinese.


Conclusion:

Based on these findings, practical and policy guidelines to be considered for supporting Korean-Chinese adolescents with migrant backgrounds are proposed.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정체성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

최 운선, 임 원신

초록


    Ⅰ. 서 론

    글로벌 이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 간 인구이동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체류 중국 동포의 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2,014,433명 가운데 중국동포 의 비율이 32.5%로 654,944명에 달한다(법무부 출입국통계, 2021). 이들의 국내 체류는 이제 단순한 친척방문이나 방문취업을 넘어 자녀와 배우자가 함께 입국하는 가족동반 이주 및 정주화 추세로 갈수 록 나아가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중국동포 자녀들은 주로 부모의 귀환이주로 인한 한국 체류로 동반 거주하거나 부모의 한국인과의 혼인으로 중도입국하여 한국에 거주하게 된 경우, 본인이 유학생 신분 으로 이주하거나 재외동포 비자의 형태로 들어오게 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박신규, 2020).

    하지만 지금까지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따로 분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의 외국인주민 통계에 따라 추산해 볼 수밖에 없다. 2019년 11월 기준 외국인주민 미성년 자녀의 수는 264,626명으로 조사되며, 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내출생 외국인주민 자녀수를 제외 하면, 국내에서 출생하지 않은 외국인 주민 귀화 및 외국국적 자녀수는 12,660명(4.8%)인 것으로 나타 났다(행정안전부, 2020). 여기에 미등록 신분이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주배경 청소년들까지 감안한 다면 이 수치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주로 다문화가족 자녀와 중도입국 청소 년 및 외국인근로자 자녀에 집중되어 왔으며, 이들이 정착사회에서 성장하는 과정에 경험하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소통의 어려움, 학업/진로문제와 학교 부적응, 사회적 차별과 편견, 정체성 갈등과 혼란을 비롯한 여러 문제와 적응상의 어려움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금명자 외, 2006;성상환 외, 2010;신 현옥 외, 2012;양계민 외, 2018;양계민, 조혜영, 2011;오성배, 2009;이혜원 외, 2010;조혜영, 2012;조혜영 외, 2007). 반면에 이주배경을 갖고 있는 재외동포 자녀들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논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특히 조선족 동포가정 청소년의 국내체류 실태, 정착과정과 이주경험 등을 직접 다룬 연구들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다문화가정 자녀와 중도입국 청소년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조선족 출신 재외동포들의 후손으로서 주로 4세대 이후 자녀들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에서 태어나 귀환이주한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중국 에서 태어나 일정한 성장기를 거친 후 한국으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중도입국 청소년과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민족이라는 종족적 연결성으로 인해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도 한국에서 재외동포 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중국 공민이라는 국민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주배경 청소년들과 차이를 보인다.

    한국이주 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귀환이주 중국동포들의 세대 간 이주경험과 고국에 대한 인식, 귀속 감 및 정체성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특히 한민족 혈통을 지닌 중국동포 4세대 이후 청소년 들이 한국사회 정착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하며, 이러한 정체성을 토대 로 미래의 삶을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바가 없기 때문에 본 연구는 이주배경 중국 동포 청소년의 이주경험을 통해 이들의 정체성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로 정체성 형성의 맥락 적 요인, 정체성 관련 이슈, 정체성 변화 과정 및 미래의 삶 선택에 대해 분석함으로써 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재한 중국동포 청소년·가족지원정책에 시사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는데 있다.

    본 연구는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이주경험을 통해 살펴보고자 하는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연구문제 1.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의 맥락적 요인은 무엇인가?

    • 연구문제 2.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정체성 관련 이슈는 무엇인가?

    • 연구문제 3.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정체성 변화 과정은 어떠한가?

    • 연구문제 4. 이주배경 중국 동포 청소년의 미래의 삶 선택은 정체성과 연관이 있는가?

    Ⅱ. 선행연구 고찰

    1. 이주배경 청소년의 정체성

    그동안 이주배경 청소년의 정체성을 다룬 국내 선행연구들은 주로 다문화가족 및 중도입국 청소년의 국민 정체성과 민족 정체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주로 정체성의 구성요소, 판단기준, 영향 요인, 형성 상태, 역동적인 변화과정, 갈등 유형 및 대응전략 등 다양한 정체성 관련 이슈들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서 민족 정체성과 국민 정체성은 일종의 집단 정체성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혈연, 언어, 종교, 역사, 관습 등을 중심으로 스스로 어느 민족에 속한다고 의식하거나 믿는 태도를 민족 정체성이 라고 한다면, 국민 정체성은 특정 국민에 소속되는 정체성을 의미하며,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이 국민 됨에 대하여 생각하고 느끼는 소속감과 신념 및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송원일, 유진이, 2020).

    타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한국으로 유입되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하나 이상의 민족국가와 연관 되는 이주배경을 갖게 되며, 아직 정체성 형성기인 청소년기에 입국하게 됨으로써 국민 정체성과 민족 정체성을 비롯한 정체성의 갈등과 혼란을 경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Mark(2013)는 이주배경 청소년 이 소속성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음으로써 ‘정상성’으로부터 찢겨 나오는 원초적 경험을 하는 경 우가 허다하며,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혼성적 정체성 위상에 대한 이와 같은 불인정 경 험은 정체성 형성의 딜레마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최대희, 2014, 재인용).

    실제로 다문화가정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공통적으로 이와 같은 정체성의 위기에 처해있으며, 청소년 기 자아정체성의 형성이라는 발달적 과제와 함께 사회화의 주요 기관인 학교생활에서 절망감과 갈등을 경험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강한 편이지만, 입국 시기가 얼마 되지 않는 비교적 나이 어린 학생들은 아직도 출신 국가에 더욱 애정 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진석, 2014).

    특히 민족 정체성 탐색과 형성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혼성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규명되었는데 (김기현 외, 2013),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규정함에 있어서 생물학적, 신체적, 행동적 측면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민족 정체성에 대한 개인의 정서적 경험은 긍정, 부정 및 양가적 감정으로 구분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이들의 정체성 형성 상태는 자신의 민족 정체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확산 상 태가 가장 많고, 별다른 고민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해버리는 경우와 정체성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 에 있는 유예 상태 및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이해하고 결정한 상태인 성취단계에 있는 참여자들도 일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송원일, 유진이, 2020),

    이주배경 귀화청소년들은 국민 정체성과 관련해서 한국출생, 혈통, 언어, 한국문화, 국적소지, 제도 -법 존중, 소속감, 민족적 자긍심을 통해 한국인임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송원일, 유진이, 2020). 이들의 한국인 정체성은 통합, 동화, 분리, 주변화의 변화과정을 겪게 되는데, 구체적으로 출신국의 정 체성을 가지고 있던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국적취득을 통해 유입국의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출신국과 유입국의 정체성이 공존하는 통합 상태가 된다. 이와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국적취득을 했다고 알리 는 행동 또는 스스로의 성취감에 의해 유입국 정체성이 강해지는 동화 상태로 변화되는 과정을 경험한 다. 그러나 유입국의 차별과 갈등을 통해 유입국 정체성이 약해지면서 본인은 유입국 사람이 될 수 없 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출신국 정체성만 남게 되면서 분리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 적으로 유입국에 살아가게 되면서 출신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되며, 국적이 유입국으로 변화 되었기 때문에 출신국 또는 출신국 사람들로부터 변화된 대우를 받게 되며, 결국 출신국과 유입국 정체 성 모두 낮아지는 주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들의 한국인 정체성 관련 갈등 경험과 극복전략들을 살펴보면, 주로 개인적 기준과 사회 적 기준의 간극에서 오는 갈등, 포함과 배제에서 오는 갈등, 한국국적 취득으로 인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현실 직면, 회피, 지지적 관계 형성 등 다양한 대응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송원일, 유진이, 2020).

    2.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이주경험과 정체성

    지금까지 중국동포 청소년의 이주경험과 정체성을 직접 다룬 연구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 다문화가정 자녀와 중도입국 청소년의 일부로 편입되어 적응지원 방안들을 모색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동포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이주 초기 적응과정에 가정 내 한국인 가족 구성원들과의 갈등과 문 화충돌, 심리・정서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한국학교 편입학 과정 의 복잡한 서류준비 절차, 두 국가 간 교육과정 차이로 인해 한국학교 교육을 따라가기 어렵고, 학습내 용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남부현, 김경준, 2018).

    만약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재외동포 비자가 아닌 단기체류 비자로 입국하게 될 경우, 체류자격이 불 안정하기 때문에 정규학교 재학이나 온전한 취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중국에서 출생 하여 중국 공교육 체계에서 성장한 후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한 국의 공교육 체계에서 이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함으로 교육기회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 및 민족 정체성의 형성 시기에 적절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19~24세 연령 대의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중국동포 차세대들이 적절한 적응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많은 사회적 문제 점을 초래할 수 있다(이진영, 곽재석, 2017).

    정체성과 관련하여 선행연구에서는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본국에서 형성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 및 가치관과는 다른 사회에서 재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체성 갈등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 고하고 있다(남부현, 김경준, 2018). 이들은 귀환이주자로서 재외동포 그룹 내부와 외부에서 자신들만 의 리그와 구별짓기를 통해 사회적응을 실현하고 있었으며, 한국사회에서 열심히 본인의 삶을 꾸려나 가지만, 들어갈 수 있는 한국사회의 위치와 사회적 연결망은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 선족이라는 종족정체성에 연연하기보다는 ‘개인’이라는 ‘나’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유목하는 노마드의 정체성으로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박신규, 2020). 다른 국가 출신의 재외동포 청소년들에 비해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한민족의 후손임과 한민족에 대한 소속감, 한민족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김경준, 김태기, 2015).

    Ⅲ.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선정 및 자료수집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배경 중국동포가정의 만 18세 이상 청 소년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그 이유는 정체성에 관한 이슈를 심도 있게 탐색하기 위해서는 청 소년 후기에 해당되는 대상자들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되었으며, 재한 중국동포 청소년 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심층면접은 1∼2회에 걸쳐 가정방문과 화상 인터뷰 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1회당 약 1∼2시간이 소요되었다. 우선, 연구 참여자들의 성장배경, 가족생활 과 학교생활 및 교우관계, 학업과 진로 등 삶의 전반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였다. 다음, 반구조화 된 질문지를 통해 ‘귀하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성화하는가?’ ‘부모님은 귀하의 정체성 형성에 어떠한 영 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또래친구들은 귀하의 정체성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가?’ ‘학교 선생님은 귀하의 정체감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귀하는 조선족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귀하는 향후 국적을 바꿀 계획이 있는가?’ ‘한국에서 살면서 정체성에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있다면?’ ‘귀하는 미래의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등을 자세히 질문하였다.

    연구자는 눈덩이 표집을 통해 최종 연구 참여자 4명을 선정하였으며, 이들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 <Table 1>과 같다. 연구 참여자들 가운데 1명은 한국에서, 나머지 3명은 중국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모두 중국 국적을 소지하고, 재외동포(F-4) 혹은 방문동거(F-1) 비자로 가족과 함께 체류 중이다. 이 들의 한국 체류 기간은 3년에서 13년까지 다양하며, 모두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한국 대학을 입학하여, 현재 대학교 1,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부모님은 모두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었으며, 한국에서 목 사, 대학교수, 간호사, 보험설계사 등 직업이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2. 자료 분석 및 연구의 질 검증

    본 연구는 참여자에 대한 심층면접, 관찰 및 수시로 기록한 메모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사례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Stake(2000)는 사례연구를 단일 사례의 독특성과 복잡성에 대한 연 구이며, 중요한 상황들 속에서 사례가 전개되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철학 적 배경에는 “지식은 발견되는 게 아니라 구성된다”고 보는 구성주의와 “지식과 그 해석의 가치는 그 독 특성과 유용성에 따라 결정되는 상대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상대주의가 깔려있다. 그는 사례연구 를 목적에 따라 본질적, 도구적, 집합적 사례연구로 분류하였는데, 본 연구에서는 도구적 사례연구로, 해당 사례의 이슈를 예증하기 위해 도구적으로 사용하였으며, 전반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관심을 도모 하고 설명하기 위해 특정 사례를 하나의 정보원으로 선정하였다.

    Stake(2000)가 제시한 자료분석 방법에 따라 먼저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된 원자료 녹취록을 여러 번 들으며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기록했던 메모와 문헌자료에 나타난 사례 등을 반복적으로 살펴보 면서 각 사례별 요약과 기술을 작성하였다. 둘째, 범주적 집합단계에서는 녹취자료와 연구노트를 살펴 보면서 이슈와 관련된 사례들을 찾아보았다. 셋째, 직접 해석단계에서는 각각의 사례를 보면서 의미를 추출하였다. 위 과정에서 연구자는 서로 연관되는 내용이나 반복되는 현상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영역으 로 설정하였으며, 각 영역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파악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영역들 을 구분하여 소주제 영역을 설정하고, 관련 있는 소주제 영역끼리 연결하여 상위주제를 도출하였다.

    한편 연구자들은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료의 삼각화 검증을 사용하였다. 먼 저 자료원에 대한 삼각측정을 위해 연구자들이 관심 갖는 사항에 대해 참여자가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였다. 다음, 구성원 검토를 통해 자료수집, 연구 분석과 결론 도출 에 이르기까지 연구자와 참여자 간에 지속적인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참여자에게 자신의 말이나 행동 이 묘사된 초고를 읽게 한 후 수정 및 보완을 요청함으로써 정확성을 확보하였다. 더 나아가 심층면접 자료, 관찰 및 수시로 기록한 메모 등 자료들을 연구자들이 함께 검토함으로써 자료 간에 모순이 된 부 분이 없는지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장기간에 걸친 관계형성은 연구대상의 반응성과 연구자의 편견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1년 전부터 가정방문 및 개별 만남을 통해 연구 참여자 및 그 부모와 친분을 쌓고 신뢰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였다.

    3. 윤리적 고려

    연구자들은 연구과정에 윤리적 이슈들을 충분히 다루고자 노력하였다. 우선, 연구자는 심층면접에 앞서 연구의 목적, 내용, 비밀보장에 관한 사항에 대해 참여자에게 자세히 설명하였으며, 연구참여 동 의서에 서명을 받은 후 면접을 실시하였다. 면접이 끝난 후 일부 참여자들은 지금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정체성과 관련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 참여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익명으로 기재할 것과 연구 이외의 다른 용도로 수집된 자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 하였다. 그리고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면접을 마친 후 일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 였다.

    Ⅳ. 연구결과

    1. 사례 개요

    1) 사례 A

    사례 A는 중국 L시에서 태어나 7살 되던 2007년에 아빠가 먼저 한국으로 유학 오시고, 반년 후인 2008년 2월에 엄마, 여동생과 함께 한국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그는 입국 초기 낯선 환경에서 한국어 를 전혀 못하였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학교에서는 받아쓰기와 읽기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 2학년부터는 말이 좀 트이고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기 A는 한국어가 서툴고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 며 놀리는 또래친구들과 자주 싸우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의 교회 사역지가 바뀌면서 서 울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수원 와서 만났던 친구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게 되 면서 많이 친해졌으며,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한다. 1년 전 A는 대학에 입학하여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있으며, 올해는 학생회장으로 선출되어 학교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대학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2) 사례 B

    사례 B는 2002년 중국 H시에서 태어나 6살까지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유학 온 아빠를 따라 가족 동반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한 살 위인 오빠 A처럼 입국 초기 ‘친구들이 자신의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 고, 또 친구가 하는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유치원 가기 싫다고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어를 스스로 공부하려고 동화책도 읽고 부모님께 한 글자씩 물어가며 동화책도 열심히 읽 으려고 노력한 결과,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즘 한국말을 제법 잘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말을 잘하게 되고 나서도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 겉도는 느낌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에서 수원 으로 이사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현재 사례 B는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말하지 않은 이상 친구들이 거의 모를 정도로 한국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수원에서의 중학교 생활은 같은 초등학교 출신 친구들과 친하게 다녔기 때문에 가장 재미있 게 보냈던 시기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로 올라온 후 진로가 바뀌면서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고, 새 로운 환경에서 또래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올해 3월에 그녀는 대학에 입학하여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졸업 후 대학원 진학도 생각 중에 있다.

    3) 사례 C

    사례 C는 2002년 부모님이 그녀를 임신한 상태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나 3살까지 살다가 졸업한 부모님 따라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중국에서 아빠의 직장으로 인해 중국 여러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으며, 2014년에는 대학원 공부를 위해 다시 한국행을 선택한 부모님을 따라 재입국하게 되었다. 사례 C는 중국과 학기제가 달라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를 건너뛰 고 6학년으로 편입하였으며, 한국학교의 복잡한 수행평가체제와 배타적인 소그룹 또래문화로 인해 중 학교 초반까지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적응이 안되고 공부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고 한다. 중2가 되어서야 좋아하는 친구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졌고 또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적게 받게 되면서 한국생활이 훨 씬 편하게 느껴졌다. 중3 즘 되었을 때 사례 C는 부모님을 통해 대학교를 특별전형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평시에 책 읽기를 좋아하고 고등학교에서 도서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문헌정 보학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현재 사례 C는 문헌정보를 전공하는 대학교 1학년생이며, 졸업 후 한국에서 취직하여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갈 계획이다.

    4) 사례 D

    사례 D는 2001년 중국 D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가 아버님의 직장 근무지 변경으 로 Y시와 C시 사이를 오가며 중학교 3학년을 마친 후 2017년에 부모님보다 먼저 한국으로 조기유학을 오게 되었다. 그녀가 한국으로 유학을 선택한 계기는 2012년 여름방학에 한국에서 진행하는 3박 4일의 종교수련회활동에 참석하면서 한국에 미션스쿨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신앙을 지키 기 위해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한국에 입국하여 친척집에 거주하면서 고등학교 입학 전에 중 학교 교과과정을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인근대학의 도서관에서 책도 보며 적응 기간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례 D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1년간 학업과 또래관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한국 의 입시제도를 처음 접하는 그녀는 내신과 수능, 정시와 수시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혼자 헤매 기도 하였고,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과 영어 성적이 낮아서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먼저 다가가지 못하였기에 학급에서 한국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조선족 출신 친구와 같이 다니고, 한 살 위인 한국인 선배 언니의 도움으로 동아리 활동도 참여하면서 조금씩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6개월 동안 친척집에 거주하면서 상담심리학 박사공부를 하는 큰어머니의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그때 심오한 심리 학에 매력을 느껴서 대학에서 전공을 심리학으로 선택하였다. 그녀는 졸업 후 더 공부할 필요를 느낀다 면 대학원을 진학하게 될 것이고, 아니면 한국에서 취직할 계획이다.

    2. 정체성 형성의 맥락적 요인

    청소년들의 정체성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맥락적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부모의 생각이나 태도이다 (김기현 외, 2013). 본 연구에서 중국동포 부모들은 ‘언어를 하나 더 습득하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으 니’ 중국어를 잊지 말라고 하지만, 자녀에게 중국관련 문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전수하거나 실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국에서 정착 기간이 장기화 되고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 해지면서 자녀에게 한국 국적으로 바꿀 것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부모의 이와 같은 태도는 ‘완전한 한 국인’이 되기 위해 자녀가 정착사회의 지배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중국과 관련하여 강조를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중국어는 잊지는 말라. 언어를 하나 더 습득하는 것은 너한테 큰 우점이 될 것이다. 중국어는 어느 정도 좀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참여자 D)

    “부모님은 한국 국적으로 바꿀수 있으면 바꾸라고 하는 편이에요.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확률이 그 렇게 많지 않고 한국에 살면 한국 국적이 더 편할테니까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세 요.”(참여자 C)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에 또 하나의 중요한 맥락적 요인은 바로 또래관계이다. 보 통 출신배경에 대한 주류사회의 부정적 인식, 비하적 시선은 자신의 모국문화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게 한다(조혜영, 2012). 이는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또래관계에서 자신의 또 다른 문화적 특성을 드러내는 것을 힘들게 하며, 조선족에 대해 갖고 있는 한국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결국 이들의 초기적응을 더욱 힘들게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이 집을 가던 친구가 한명 있었어요. 제가 그 친구한테 ‘사실 나 중국인’이라 고 말했더니 그 애가 되게 충격을 먹은 거에요. 그 애가 너무 충격을 먹으니까 ‘이게 뭐지? 내가 잘 못 말했나?’ 그냥 너 알고 있으라고 했는데, 다음날 갑자기 소문이 난거에요. 애들이 저한테 와서 물 어보는 거에요. ‘너 중국인이냐고?’ 그래서 맞다고 했는데, 놀라는 애들도 있고 그냥 그런 반응들이 부담스러웠고 그게 첫 번째 사건이었어요.”(참여자 B)

    “(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요. 갈려지죠. 표정에서 다 드러나거든요. 저희 나이 또래는 표정을 숨기는 것이 안되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그런 면에서 특별히 좀 예민한 편이기 때문에 저에 대해 관심이 없는 애들은 저도 말을 안 걸고, 관심이 있고 저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같이 놀고 얘기를 하 는 편이에요.” (참여자 D)

    그러나 연구참여자들이 한국생활에 갈수록 익숙해지고 한국문화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중국인이 라는 사실을 잊고 지낼 만큼 친구들은 이들을 한국사람으로 생각한다. 본 연구에서 이주시기가 가장 늦은 연구 참여자 D가 ‘친구들이 자신을 외국인 반 한국인 반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것을 제외하고, 나 머지 모든 연구 참여자들은 친구들이 자신을 한국인으로 보는 편이라고 응답하였다. 청소년기에 또래 로부터 받게 되는 수용과 인정은 정체감 형성에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대부분 이 시기를 기 점으로 정체성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친구들은 일단 제가 중국사람인 것을 잊고 지낼만큼 한국사람으로 생각하고요, 그냥 애들이 좀 자 각하게 될 때는 제가 대학교 입시를 외국인 전형으로 썼다든가 이럴 때 ‘아, 쟤가 외국인이었지’ 이 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참여자 B)

    “지금 친구들은 저를 거의 한국인으로 보는 편이에요. ‘도대체 너는 왜 중국인이지?’라는 식이죠. (저를) 한국인과 똑같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참여자 C)

    “(한국) 친구들은 외국인 반 한국인 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들이) 중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어요.”(참여자 D)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들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부모와 또래친구 외에도 교사를 포함 한 의미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이다. 입국초기 외국출신 전학생에 대해 교사들은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거나 챙겨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선생님도 이들을 외국인으로 보기 보다는 다른 한국친구들처럼 똑같이 대한다고 한다. 참여자 B의 경우, 교사가 한국에서 계속 살 것이라면 국적을 취 득하거나 한국인과 결혼하라는 ‘조언’까지 해주었다.

    “처음에는 저를 외국인으로 보는 선생님들이 꽤 많았죠. ... 제가 생각하기에는 처음에 왔을 때는 당 연히 외국인으로 봤을 것이고, 나중에는 친구들도 거의 저를 한국인으로 보기 때문에 선생님도 그러 시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참여자 D)

    “초등학교 때는 담임선생님이 살짝 신경을 써주셨던 것 같아요. 국적이랑 상관없이 전학생 챙겨주듯 이 친구를 붙여준다거나 그러셨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에 와서는 선생님들이 거의 신경을 안 쓰 셨던 것 같아요. 반에 애들도 많으니까 그런 부분에 신경 써 줄 여력도 없으신 것 같고.”(참여자 C)

    “고등학교 때 윤리선생님이 저를 좀 아끼시는 것도 있는데, 처음에는 ‘한국에 계속 있을꺼냐고’ 물어보 셔서, ‘네 그럴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러면 너는 중국 국적으로 살거냐고’ 해서 ‘저도 잘 모르겠다’ 고 하니 한국 국적 가지라고 그러시더라고요. ‘한국남자랑 꼭 결혼하라고’ 막 이러시고. 처음에는 저는 그냥 장난인 줄 알았거든요. ... 사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좀 옳지는 않은 것 같아요.”(참여자 B)

    3. 정체성 이슈

    1) 중국어 못하는 중국인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의 한국어 실력은 또래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에 중국어 실력은 입국시기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입국한 참여자 A와 참여자 B는 현재 간단한 문장들만 알아들을 수 있을 뿐 중국어를 거의 구사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입국한 참여자 C의 경우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한자(漢字)를 조금씩 잊 어버리고 있으며,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참여자 D는 중국에서 중학교 3학년을 마치 고 입국하였기 때문에 이중언어 구사자에 가장 가까웠으며, 중국에 있는 친구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중국어로 말하면 문맥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은 못하고요.” (참여자 A)

    “지금은 (중국어) 거의 못해요. 조금 간단한 문장들만 알아들어요. 말하는 것은 아예 안되요. ... 그냥 언어 하나 더 아는게 경쟁력이 되니까. 고등학교때부터 언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중 국어를 놓치 않고 계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참여자 B)

    “예전에는 가끔 중국어로 얘기를 했었는데 요새는 거의 안한 것 같아요. 한국어가 훨씬 편하기도 하고 많이 까먹기도 했고 (중국어를) 쓰지 않으니까. ... 말하고 듣는 것은 상관없는데 쓰는 것을 되게 못해요. 한자를 잊어버린거에요. 지금 초등학교 5학년 정도에 머물러 있어요. 언어라는 것은 어차피 어렸을 때 배웠으니까 만약 조금만 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편이에요.” (참여자 C)

    “중국어를 읽고 쓰고 듣는데 거의 문제가 없어요. 모르는 한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찾아서 이 해하는데 문제가 없어요.” (참여자 D)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화교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상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 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많지 않다. 부모세 대와 달리 이들 가운데 일부만이 이중언어 구사능력을 갖고 있으며,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유년기에 가 족동반으로 입국한 경우 중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참여자들은 어렸을 때는 별다른 인식을 못하고 있다가 중·고등학교에 가서야 이러한 언어자본을 놓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2) 가변적인 국적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현재 모두 중국 국적을 갖고 한국에서 재외동포 비자(F-4) 혹은 방문동거 (F-1)로 체류 중에 있었다. 주기적으로 비자를 연장해야 하고 정부의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하며 여러 서류신청 절차 등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한국 학생들과 입시경쟁을 치루기보다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들도 있기 때문에 당장 한국 국적을 신청할 계 획은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한국 친구들과 똑같이 취업하는 과정에 중국 국적이 불리하거나 차별과 배제가 존재한다면 이들은 국적을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국적 취득(귀 화)을 ‘생존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국적 소유 여부는 정체성과 높은 관련성을 갖고 있으며, 한 개인의 국민 정체성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 소년들에게 국적의 의미는 생존전략과 수단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적취득으로 인한 득과 실 을 따져봤을 때 사회참여와 신분상승, 체류안정 등 현실적 이득이 더 클 때 귀화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한국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크게 불편함이 없는 것 같아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국적이 중국이기 때문에 군대를 안가도 되죠. 내가 군대 안가도 된다고 하면 친구들이 부럽다고 해 요. 나중에 직장이나 필요에 의해서 바꾸어야 한다면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참여자 A)

    “만약에 취업할 때 한국 국적이 필요하다면 저도 국적을 바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중국 국적으로 살아봤을 때 좋은 점이 없는 것 같아서요. 특별전형으로 대학 들어온 것은 좋은 데 3년마 다 계속 연장하러 가야 된다거나 저희 재난지원금도 잘 못 받고, 그냥 학교에서 뭐 신청할 때마다 외국인전형은 계속 교무실로 불려가야 되고, 외국인들이 무엇을 신청하는 것에 있어서도 달라서 불 편하니까 바꿀 것 같아요.” (참여자 C)

    “(중국 국적은) 약간 제약이 많을 것 같아요. 취업하는 것도 그렇고, 조선족이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막노동 이런 것은 찾기 쉬울 수 있겠지만, 저는 한국 애들처럼 똑같이 취업을 하고 싶은 데 취업을 하기에는 외국인을 뽑는 경우가 많지 안잖아요. ... 상황에 따라서 국적을 바꿀 수 있겠 죠.”(사례 D)

    3) 내가 생각하는 조선족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한국사회가 조선족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 선입견이 라 생각하고 있었으며,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뉴스들이 상당히 편향적이라고 보았다. 또한 국내에 체류 하는 조선족들이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하였고, 조선족 집거지역의 생활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인식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선족의 처지에 대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주눅 들거나’ ‘쪽 팔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같은 조선족 출신으로서 연민의 정서를 느끼지만, 조선족 집 단 내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이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냥 좀 안타까운 것 같아요. 약간 솔직히 조선족들이 교육을 좀 많이 못 받았잖아요. 저희 부모님 도 얘기를 하시는데, 그분들이 교육을 많이 못 받았데요. 그래서 자꾸 일이 생기고 일반화가 되니까 사람들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그게 좀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게 제 잘못이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아 요. 내가 주눅 들고 그러지는 않아요.” (참여자 B)

    “뉴스가 약간 편향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있고 선입견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일어나는 범죄 는 비율로 따지자면 한국인이 훨씬 많은데 외국인이나 중국인 이런 쪽으로 보도를 많이 하다 보니 까 약간 선입견이 있는 부분이 있고요. 조선족이 많이 사는 안산, 제기동이라든가 거기에 치안이 안 좋다 이런 인식도 사실상 갖고 있기는 해요.”(참여자 C)

    “한국에서 사는 조선족들에 대한 안 좋은 뉴스에 대해 질문을 하면 부모님은 ‘어느 나라에 어느 민 족이든 그런 사람은 꼭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 때문에 너의 정체성에 대해 쪽 팔릴 필요도 없고, 그런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디든 범죄 자가 있고, 비중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중국 조선족 중에서도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있고 다양하잖 아요. 굳이 그런 것에 대해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D)

    참여자 D의 경우 정체성이 어느 정도 형성된 시점에 한국으로 입국하였기 때문에 자신을 조선족으로 정체화하고 있었으며, 현재의 조선족과 한국인은 많이 다르다고 보았다. 혈통이라는 관점에서 같은 종 족이라 볼 수 있지만, 중국에서의 오랜 정착생활은 조선족을 ‘중국화’ 시켰기 때문에 후세 조선족들은 한국인과 다르다고 보았다.

    “조선족이나 한국인이나 피는 다 같으니까 같은 종족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중국 조 선족 같은 경우는 한국인들과 많이 달라졌잖아요. 옛날 (한반도로부터) 넘어온 분들은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내려온 분(후세)들이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도 그 렇고, 중국의 영향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은 아닐 수도 있죠. 문화가 좀 다를 수 도 있고요.” (참여자 D)

    4. 정체성의 변화과정

    1) 자기 정체화 하기

    현재를 기준으로 중국동포 청소년들의 자기 정체화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3명이 한국인에 더 가깝 고, 1명이 중국 조선족에 더 가까운 것으로 인식하였다. 자신을 한국인에 더 가깝다고 인식하는 3명은 중국 조선족과 한국인의 비율을 30:70 혹은 20:80으로 한국인 정체성에 보다 많이 치우쳤으며, 자신 을 조선족에 더 가깝다고 인식하는 1명은 70:30으로 중국 조선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자신을 100% 한국인 혹은 100% 중국 조선족으로 정체화하는 사례는 발견할 수 없 었다. 이와 같은 자기 정체화의 차이는 이들의 한국거주 기간과 밀접한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한국거주 기간이 7년~13년에 해당되는 3명의 참여자는 자신을 한국인에 더 가깝다고 규 정하는 반면, 국내 거주기간이 3년에 불과하는 나머지 한 참여자는 스스로 중국 조선족에 더 가깝다고 인식하였다. 중국동포 청소년들의 자기 정체화는 이주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중국 조선족에서 한국인으 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국적이지만 한국사람이라고 할 것 같아요. 중국 조선족과 한국인의 비율이 30% 대 70% 정도 될 것 같아요. 30%는 그래도 제가 거기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중국에서 지냈던 기억들이 있으니까.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고 기억들이 더 강하긴 한데 그래도 둘다 있으니까.”(참여자 A)

    “사실 중국하면 국적만 중국이라는 것 빼고 제가 중국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소속감 같은 것 드는 건 없는 것 같아요. ... 평소에 중국 음식을 좋아해서 자주 먹고 이럴 때 조금 자극 되는 부 분이 있고 또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중국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어! 나한테도 중국과 관련된 부분이 있지’ 싶어요.” (참여자 B)

    “서류상으로 그렇게(조선족으로) 되어 있는 것이고, 저는 이 부분을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조선족이 30%, 한국인이 70%라고 생각해요. ”(참여자 C)

    “저는 자신을 중국 조선족이라고 생각해요. ... 일단 국적이 중국이고, 조선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조선족이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한국인은 아닌거잖아요. 현재 중국 조선족이 70%, 한국이 30% 정 도 차지한다고 봐요. 현재 인생의 70% 정도를 중국에서 보냈으니까요.” (참여자 D)

    2) 유동적 정체성

    정체성은 불변적이고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유동적이며, 사회적 타자와의 관계에 의해 변화되며 재 구성되는데, 실제로 연구 참여자 4명 모두 이러한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참여자 A는 어릴 적 한국에 금방 왔을 때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중국에서 왔다고 밝히 면서 자신을 무시하고 놀리는 한국 친구들과 맞서 싸우기도 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힘든 초기적응 과정 을 거치고 한국생활에 갈수록 익숙해지면서 이들의 정체성에 점차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어느 순간 자신을 한국사람에 더 가깝다고 지각하게 된다. 참여자 C의 경우에도 정착초기인 초등 6학년~중 학교 1학년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면, 중학교 2학년부터 친구들과 친해지고 학교행사에도 적극 참 여하면서 정체성이 한국인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참여자 D는 비록 중국 조선족으로 본인을 정체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게 되면 정체성이 변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정체성은 중학교 1학년즘부터 (중국 조선족보다)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한국 에서 지금까지 오래 지냈으까 언어 같은 것도 한국어가 더 편하고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도 한 국인들이니까 이게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참여자 A)

    “초등학교 6학년 때는 금방 한국으로 전학 왔기에 힘들었고, 중학교 1학년은 학교환경이 바뀌면서 또 힘들었고, 중학교 2학년즘 되니까 수확여행도 가고 학교행사에도 많이 참여하게 되면서 친구들 을 많이 사귀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한국생활에 적응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정체성에 있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요. 중국 조선족보다는 한국인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요.”(참여자 C)

    “앞으로 계속 한국에 살면 정체성이 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참여자 D)

    5. 정체성과 미래의 삶

    연구 참여자들은 그동안 축적해 온 개인적 자본들이 대부분 한국에 있고, 대학졸업 후 안정된 직업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삶의 토대와 기반을 중국보다는 한국에 두는 것을 더 선호하였 다. 반면에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경우, 언어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참여자 A는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몇년간 경력을 쌓은 뒤 한국에서 창업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참여자 B는 국내 대학원 진학 혹은 해외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 다. 참여자 C는 취업하기 쉽고 돈도 더 많이 벌수 있는 한국에서 미래의 삶을 개척할 계획이며, 참여자 D 역시 향후 중국보다는 한국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연구 참여자들의 자기 정체화가 중 국 조선족에서 한국인으로 유동해가는 과정에 미래의 삶의 기반 역시 중국에서 한국으로 바뀌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저희 학과 졸업하고 나서 기본으로 하는 게 어느 회사에 가서 3년 정도 일을 배우고 나서 그 뒤로 부터 시작하는 것이 기본 루트에요. 3년 정도 취직해서 일을 배운 다음에 스타트업 같은 것 하기도 좋으니까 회사를 차려서 앱 개발을 한다든지,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든다든지 그러한 것도 많이 하고, 3년 일한 회사에서 쭉 가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대기업에 경력직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해요.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앱 개발쪽에 하고 싶어서 배우고 나서 (한국에서) 한번 창업 같은 것도 해보 고 싶고 그래요.” (참여자 A)

    “일단 한국에서 많이 살다보니까 중국어도 많이 까먹기도 했고, 그러면 돌아가려면 다시 중국어를 시작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 부분이 살짝 리스크가 있는 것 같고, 문헌정보학을 공부해서 중국으로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여기에서는 제가 훨씬 아는 것도 많고 취업하기도 낫고 돈도 많이 벌고, 아는 사람도 많고요.” (참여자 C)

    “제가 알기로 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중국에 가서 취직을 한다는 것이 잘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별히 제 전공이 심리학이기 때문에 중국에는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이 좀 생소해요. 제가 중국에 있을 때만 해도 심리상담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중국에 가면 발전 가능 성은 충분할 꺼에요. 예를 들어 내가 중국에 가서 심리상담센터를 하나 차려서 운영한다고 하면요. 중국인들은 아직 상담 받는 것 자체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지 않은 것 같아요.” (참여자 D)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이주경험을 통해 이들의 정체성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 다. 주로 정체성 형성의 맥락적 요인, 정체성 관련 이슈, 정체성 변화 과정 및 미래의 삶 선택에 대해 분 석함으로써 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재한 중국동포 청소년·가족지원정책에 시사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 4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 를 수집하였으며 사례연구 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첫째, 본 연구에서 사례개요를 통해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입국 초기에 언어문제, 학업과 진로, 또래관계 등에서 어려움과 갈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중도입국 청소년과 이주노 동자 자녀를 비롯한 대부분의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정착사회에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 본다. 다만 연구참여자 부모들의 학력 및 직업을 고려했을 때 자녀들의 국내 체류 신분이 안정적이 고, 제도권 교육 진입에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하나같이 초기적응의 어 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초기정착 및 학교적응을 위한 심리·정 서적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학교 내 상담복지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이주배경청소년센터(무지 개청소년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이 주체가 되어 관련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요인을 살펴보면, 우선 부 모요인과 관련하여 연구 참여자들의 부모는 대부분 정착사회의 지배문화를 수용하고 내면화하면서 자 녀가 한국인으로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최운선(2020)의 연구에서는 자녀의 정체성 교육과 관련하여 고학력 조선족 부모의 태도가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조선족도 한민족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녀를 ‘한국인’에 가깝다고 보는 입장과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에 해당하는 이중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 으로 구분되었다. 본 연구에서 사례선정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모의 이와 같은 정체성 교육에서의 차이점이 궁극적으로 자녀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래요인도 중요한 맥락적 요인 중 하나인데, 특히 한국의 배타적인 소그룹 또래문화는 이주 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초기적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의 대부분은 또래관계가 돈독해지고 친구로부터 ‘한국인으로’ 수용과 인정을 받게 되는 시점부터 정체 성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교사를 포함한 주위 의미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 도 간과할 수가 없는데, 한국에 비해 경제 발전이 뒤진 나라에서 왔다는 인식, 주류사회 구성원이 조선 족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은 이들의 적응을 더욱 힘들게 하며 자신의 출신배경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게 한다(조혜영, 2012). 한국인의 이러한 우월적 태도와 인식, 그리고 차별과 편견은 결국 한국인 으로의 정체성 형성에도 방해요인이 될 수 있음으로(남부현, 김경준, 2018),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를 통해 차별과 편견, 상호문화존중 등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이 체계 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셋째, 본 연구에서 이중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참여자는 주로 청소년기에 한국으로 입국한 경우이며, 유년기에 입국한 청소년들은 기존에 획득한 중국어를 다 잊어버리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중국동포가정 부모들은 사회・문화적 자본으로서 이중언어 교육 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중언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운선, 2020). 따라서 이중언어 구사를 할 수 있었던 자녀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어 실력이 감 퇴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언어자본과 다문화적 자원들을 유지하고 개발 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초기적응을 위한 프로그램 실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맥락에서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미래인재 개발전략과 정책들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모두 중국 국적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제도권 교육 진입 및 군대 면제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에 투표권의 부재, 사회참여 제한, 정부지원제도로부터의 배제 등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주민의 경우, 문화적 동화가 되었어 도 바로 귀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문화적으로 동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차별과 배제상태에서 벗 어나고자 하는 생존전략으로 귀화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면(Diehl, 2003), 본 연구의 참여자들의 국 적은 국민 정체성에 대한 상징적 의미보다는 ‘생존전략’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사회에 서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본인의 삶을 꾸려나가지만, 이들이 들어 갈 수 있는 한국사회의 위치와 사회적 연결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박신규, 2003) 삶의 정 착지로 한국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국적취득은 머지않아 필수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 하더라도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편견과 차별로 인해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국민 정체성을 갖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정체성 교육과 함께 한국사회에서 중 국동포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섯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한국인 혹은 중국 조선족에 가깝다는 방식으로 자신을 정체화하고 있 었으며, 100% 어느 한쪽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양쪽이 각각 차지하는 비율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 하였다. 이는 김기현 외(2013)의 연구에서 결혼이주가정 및 중도입국 청소년이 민족 정체감에 대해 스 스로 정체화한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유동적 정체성(혼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의 경우, 한국정착 기 간이 장기화 되면서 자기인식 및 민족과 국민 정체성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대부 분은 한국사회에 적응할수록 자신을 중국 조선족에서 점진적으로 한국인에 더 가깝다고 인식하는 경향 을 나타내었다. 반면에 청소년관련 교육·상담· 복지 현장에서 전문가들(학교 교사, 청소년상담전문 가, 사회복지사)은 중국동포가족 자녀들이 갖고 있는 이와 같은 민족・국민 정체성의 특징을 이해하고 정착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 및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 및 후속연구를 위한 제안을 하자면, 우선, 연구에 포함된 연구 참여자 는 총 4명으로 사례수가 비교적 적은 관계로 이들의 이주경험과 정체성의 다양성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연구결과의 일반화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다음, 연구의 주제를 정체성에 국한시키고, 정 체성의 형성 상태, 역동적인 변화과정에 대해 보다 심도 깊게 탐구하지 못하였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 다. 추후연구에서는 이주배경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정착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 예를 들면, 학업과 진로, 문화갈등, 사회적 관계, 정신건강 등을 주제로 하는 실증적 연구들을 통해 재한 동 포가족 및 청소년 지원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Figures

    Tables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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