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에는 행동양식, 정서적 성향, 자극 반응성 등의 영유아 기질부터 부모양육행동까지 많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아동은 그에 맞는 접근과 반응양식을 조금씩 조절해나가는데, 이러한 행동 양식의 개인차를 일차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기질이라 할 수 있다 (Rothbart, 2005). 기질이 전반적으로 발달단계나 상황에 상관없이 다소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심리생물학적 기반을 갖는다는 것은 기질연구자들 간 이견 없이 수용되는 전제이지만, 부모와의 상호작용, 다양한 생활사건과 이에 따른 생태학적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와 차이를 온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기질이란 여러 생물학적 영향을 수용하는 단순히 체질적인(constitutional) 것이 아니라 유전학적 유전(genetic inheritance)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Bates et al., 2012), 시간에 따른 상당한 안정성을 가짐을 주장하는 Buss & Plomin(2014)과 달리, Rothbart 등(2006)은 기질이 발달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발현된다는 점을 주목한다. 즉 인성(personality)의 인지적 측면이 많은 부분이 발달하기 전 존재하는 개인차인 기질은, 행동, 사고, 정서에 대한 주의반응성(attentional reactivity) 과 통제 뿐 아니라 긍정정서와 접근, 두려움, 좌절, 슬픔, 불편함에 대한 가변성(variability)을 포함한다 는 것이다(Rothbart, 2005).
많은 현장 연구들을 통해 경험적으로 차원을 도출한 Rothbart & Putnam(2002)의 기질 모델에서는 기질을 2개의 반응요인(기민성(Surgency)·활동성(Extraversion)/부정정서(Negative Affectivity)) 과 1개의 조절 요인(의도적 통제(Effortful control))로 구성한다. 이들은 유아기 기질을 반응성 (reactivity)과 자기조절(self-regulation)의 두 차원으로 구분하여 보다가, 타당화 연구를 통해 영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발달적 연속성 안에서 생물학적 성숙과 신경학적 구조 발달에 따라 기질의 차원과 개념이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는 것을 고려해 IBQ-R, ECBQ, CBQ, EATQ-R 등 연령단계별 기질척도를 세분화하였다(Bates et al., 2012;Putnam et al., 2001). 이를테면 기민성/외향성, 부정 정서는 영아기부터 안정적으로 지속되지만 의도적 통제는 이 두 차원보다 비교적 늦게 나타나 걸음마기부터 측정가능하다. Rothbart 등의 기질 모델은 감정표현을 포함한 반응성과 감정조절 사이의 관계를 핵심적으로 다루는 만큼, 아동의 문제행동과 유능성을 조율할 수 있는 환경변인으로서 부모양육행동의 효과를 가정할 수 있다.
초기 기질에 대한 연구는 대개 기질과 행동 문제 등 발달결과 간의 관계, 기질이 다른 성격특성이나 초기 경험과 이후 심리사회적 적응 간 관계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초점을 두어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Farkas & Vallotton, 2016). 다수 연구들에서 검증된 바 높은 부정정서와 낮은 의도적 통제는 아동 행동문제의 일관적인 예측인자이며(Jessee et al., 2012), 특히 부정 정서는 외현화 행동문제를 예측하는 감정조절 장애를 만드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Rothbart et al., 2001;Sanson et al., 2004). 부정 정서가 많은 아동은 쉽게 좌절하고 분노, 짜증, 공격성이 나타나기 쉽지만, 의도적 통제 수준이 높은 아동은 행동을 조절하고 충동적 반응을 억제하며 사회적 유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다.
그런데 발달상 적응여부나 부정적 발달을 탐색하고 이에 대한 개입방안을 모색하는 기질 관련 연구들의 주요 흐름에서, 긍정적 정서 반응성으로 개념화되는 기민성은 큰 관심을 받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1) 기민성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접근/위축 성향, 에너지 활성화 및 사교성과 관련된 것으로 (Rothbart & Bates, 2006), 환경 자극에 대한 반응적인 정서적, 행동적 성향의 개인차를 반영하면서 높은 활동 수준, 높은 강도의 쾌락 추구, 낮은 수줍음, 충동성으로 특징지워진다(Berdan et al., 2008;Chen et al., 2014).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민성은 내재화/외현화 문제와 모두 연결되어 있어, 높은 기민성은 외현화 문제를 예측하고(Rothbart et al., 2001), 낮은 기민성은 내재화 문제의 큰 위험요인으로 나타난다(Gartstein et al., 2012). 기민성이 낮은 아동은 새로운 사람과 사건을 두려워하고 그런 상황에서 불안을 경험하기 쉽고,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매우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며(Kagan, 1997;Kagan et al., 1998), 기민성이 높은 아동은 새로운 것에 잘 접근하고(Putnam & Stifter, 2005), 규칙과 행동 규제를 상대적으로 무시하고 매우 활동적이며 지속적으로 환경을 탐색하고 사교적인 것으로 나타난다(Berdan et al., 2008). 영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기민성이 높은 영아는 웃음과 미소가 많고 활동 수준이 높았고(Putnam et al., 2008;Rothbart & Hwang, 2005), 목표물이 차단될 때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Rothbart et al., 2000).
Rothbart 등(2006)이 논하는 기민성은 사회적 상황과 관계에서 아동의 접근/회피성향을 내포하고 사회화 행동에 대한 민감성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아동의 사회정서적 적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기민성이 교사-유아 상호작용에 갖는 영향을 탐색한 연구(Rudasill & Rimm-Kaufman, 2009)에서 기민성이 낮은 유아는 기민성이 높은 유아에 비해 교사와 상호작용을 더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민성이 높은 유아는 관찰보다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즐기는 반면 기민성이 낮은 유아는 상호작용보다는 다른 유아와 교사행동을 관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아동이 교사와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더라도 교사와 또래의 상호작용을 관찰함으로써 정서적 규범과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입장(Denham & Bassett, 2019)과 맥을 같이 하여, 기민성과 관련해 유아의 사회화를 주관하는 부모나 교사와의 관계를 고려하게끔 한다.
모든 기질이 가치중립성을 갖지만 특히 기민성은 그 수준의 높고 낮음, 그리고 발달 시기에 따라 발달의 보호요인과 위험요인으로 각각 발휘되고, 하위요소들의 중립적 특성으로 인해 의도적 통제나 부정 정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발달에서 일관적 효과를 보여주지 않으며 따라서 판단과 해석에서 주의를 요한다. 이를테면 기민성이 높은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또래와의 집단활동에 더 빈번히 참여 하고(Kochanska & Radke-Yarrow, 1992), 사교적으로 행동하지만 외현화 문제행동을 나타내기 쉽다는 것은(Berdan et al., 2008), 일견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기질 특성이 부적응을 초래하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아의 정서조절의 중재역할과 더불어 유아의 기질적 기민성과 사회적 행동 간 관계를 종단적으로 검증한 Dollar & Stifter(2012)의 연구에서는 기민성이 낮은 유아는 경계심을 발달시키는 반면, 기민성이 높은 유아는 또래에게 부정적 행동을 발달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 몇몇 연구에서 기민성이 내재화 증상의 보호적 요인이고 외현화 문제의 위험요소로 확인되었지만 (Gartstein et al., 2012), 한 연구에서는 유아의 의도적 통제, 부정정서와 달리 외현화/내재화 문제를 포함 아동 후기 정신건강을 유의하게 예측하지 못했다(Kozlova, Slobodskaya, Gartstein, 2020). Buss와 Plomin의 EAS 모델에서도 활동성(Activity)과 사회성(Sociability) 기질은 대개 긍정적 특성으로 해석되지만(Coleman & Karraker, 2003), 기민성 차원과 유사한 속성을 가지면서 신체적 움직임이 많은 활동성 기질이 높으면 자극추구나 위험성향이 높아 공격성, 과잉행동, 주의산만 등의 문제행 동으로 발현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Berdan et al., 2008). 국내연구에서도 정서성(Emotionality)이 유아의 심리사회적 적응, 부적응적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당히 일관되게 입증 되는 반면, 활동성 기질과 외현화 문제행동 간 유의미한 관련성은 연구들마다 상이한 결과를 보여준다. 정서조절과 관련하여 부정정서, 기민성의 반응 요인은 어린 유아에게, 의도적 통제의 조절 요인은 연령이 높은 유아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국내연구(김정민, 이순형, 2014) 등의 결과는 기민성 효과 분석 시 아동의 세분화된 발달단계와 함께 정상과 이상범주 간 발달적 스펙트럼을 고려하면서 기민성이 아동의 발달과 적응에 갖는 영향을 단선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함을 보여준다.
걸음마기로 일컬어지는 18∼36개월 영유아기는 신체운동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그리고 언어적, 인 지적 발달이 촉진되고 자아인식이 보다 두드러지고 주변 환경과의 직·간접적 상호작용이 확장되면서 본격적으로 아동의 사회정서적 유능성을 확인하게 되는 시기이다. 신체적 자율성과 성공적인 배변훈련을 거쳐 유아는 신체활동과 신체기능에 대한 자기조절을 넘어 주변 환경에 대한 자기통제력을 경험하고 발전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이상발달과 정상발달의 스펙트럼 속에서 발달적 편차가 조금씩 드러나 는 18∼36개월 영유아 발달에 대한 탐색적 차원에서 개인 내·외적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아의 발달과 적응, 외현화 및 내재화 행동, 사회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내적 요인으로 많은 연구 들에서 확인된 기질 차원은 대게 부정 정서, 의도적 통제 등이며 이와 달리 기민성은 큰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이에 발달시기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기질적 기민성을 탐색하고 이에 따른 발달적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사회정서적 적응은 결국 정서조절이나 자신에 대한 적절한 통제성으로부터 시작되고, 특히 고연령 유아나 아동과 달리 저연령 유아의 발달에서 유능한 정서조절은 감각기능의 숙달과 신체조절 등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신체적 유능성이 곧 사회적 유능성으로 전이되기에, 사회정서적 행동과 유능성의 탐색에는 감각기능과 신체조절적 측면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 3세 이하의 영유아들은 감각예민성에 따라 관찰, 모방, 언어습득, 사회성 등의 과업의 습득 정도에 차이를 보이는데(강지연, 이경숙, 2013), 기질은 이러한 감각 특성을 반영하여 발달에서의 개인차를 만들어내는 주요 변인이므로 기질적 기민성과 감각특성을 반영한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특성을 살펴봄직 하다.
이와 더불어 기질과 함께 중요한 외적 요인으로 부모의 양육행동이 유아의 사회정서적 유능성과 적응에 갖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사회정서적 유능성과 관련해 사회화를 주도하는 인물의 정서 관련 반응과 행동이 아동의 사회정서적 유능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정서사회화 관점은(emotion socialization perspective)(Denham, Bassett, & Wyatt, 2014), 부모와 교사 등 주요 인물이 유아의 기질적 특성에 따른 적절한 정서적 표현과 행동으로 반응하고 지원할수록 유아의 사회정서발달을 촉진함을 주목한다. 아동의 정서사회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관련 행동 중 부모의 온정성, 통제 등은 아동의 이러한 발달을 좌우하는 주요 변인으로 밝혀졌다(Baumrind, 1971), 기질적 차원이 행동문제나 적응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아동의 발달결과는 양육행동을 포함 사회적 영향을 같이 받고 부모는 아동의 발달과 심리적 적응에 중요한 사회화의 힘을 발휘한다(Bornstein, 2012). 걸음마기의 발달과업과 특성상, 부모의 훈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부모는 온정성 못지않게 통제적 태도를 보이기 쉬울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영유아의 유능성과 적응에 부모양육행동이 미치는 영향 에 대한 연구는 주로 어머니에게 집중되어 왔고 아버지 변인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어머니 변인보다 작은 것으로 간주되기 쉬우나, 아버지의 양육참여가 여러 경로로 확장되고 있는 현재, 아버지 양육행동 은 그 자체로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과 깊은 연관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게 부모 양육유형과 영유아 발달 간에는 잠재적 일관성이 나타나 특히 권위 있는 양육은 부모성별에 상관없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권위주의적, 온정적, 허용적 양육 차원에서는 부모 성별에 따른 아동의 외현화/내재화 문제행동이 각기 달라지는 양상을 나타내(Wittig & Rodriguez, 2019),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동의 사회 정서적 기능에 구별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내· 외적 요인으로 기질적 기민성과 부모양육행동을 전제하고, 이 두 요인이 유아의 사회정서적 유능성과 문제행동 등 영유아기 사회정서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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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1.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은 유능성에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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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2.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은 외현화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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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3.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은 내재화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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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4.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은 역기능적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가?
Ⅱ. 연구 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의 11개 어린이집에 재원중인 18∼36개월 영유아(남아 52 명 58.4%, 여아 37명 41.6%) 및 그들의 부모 89명이다. 대상 영유아의 연령은 평균 30개월(범위: 18 개월-36개월)이었으며 그 중 남아는 52명(58.4%), 여아는 37명(41.6%)이었다. 영유아 아버지의 평균 연령은 37세, 어머니가 평균 35세였으며, 교육수준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대졸이 49명(55.1%), 42명(47.2%)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의 직업은 아버지의 경우 사무직이 36명(40.4%)으로 가장 많았으며, 어머니의 경우 전업주부가 53명(59.6%)으로 가장 많았다. 가계의 월 평균 수입은 301만원-400만 원 미만이 27명(30.3%)으로 가장 많았다.
2. 연구도구
1) 기질적 기민성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은 Putnam 등(2006)이 개발한 Early Childhood Behavior Questionnare: ECBQ Very Short form를 번역한 임지영 외(2017)의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18∼36개월 시기의 유아의 기질을 측정하는 도구로 기민성, 부정적 정서성, 의도적 통제 각 1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중 기민성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각 문항은 평소 영아가 보인 행동을 근거로, ‘전혀 그렇지 않다’ [1점] 부터 ‘대단히 그렇다’ [7점]까지의 7점 척도로 평정하도록 되어 있 다. 하위영역별 가능한 총점의 범위는 7점∼84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기민성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 다. 본 연구에서는 어머니 평정으로 유아의 기민성을 측정하였으며,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 α는 .69이었다.
2) 부모의 양육행동
부모의 양육행동은 조복희 외(1999)의 문항을 참고하여 한국아동패널연구진이 수정한 도구를 활용 하였다. 이 척도는 5점 리커르트 척도로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하위영역의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원 척도는 온정적 양육 6문항, 통제 적 양육 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통제적 양육의 경우 본 연구에서는 현대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18∼36개월 영유아 대상의 양육행동으로 적절치 않다고 연구자들이 판단한 3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3문항으로 측정하였다2). 온정적 양육에는 아이와 친밀한 시간을 갖는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등을 포함하며, 통제적 양육에는 나는 가정교육을 위해 아이의 행동을 제한한다, 나는 지켜야 할 규칙, 규율을 세우고 아이가 지키도록 한다, 나는 아이가 어려도 엄격하게 예절을 가르친다가 포함된다. 가능한 점수 범위는 온정적 양육 6점∼30점이며, 통제적 양육 3점∼15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의 양육행동이 온정적이고 통제적임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어머니 평정과 아버지 평정의 부모양육행동을 모두 측정하였으며, 어머니의 온정적 양육의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 α 는 .72이었으며, 통제적 양육은 .60이었다. 아버지의 온정적 양육의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 α는 .87이었으며, 통제적 양육은 .73이었다.
3) 18∼36개월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
18∼36개월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은 ITSEA(Infant-Toddler Social and Emotional Assessment)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유능성(Competence Domain) 척도는 순응 (Compliance) 8문항, 주의(Attention) 5문항, 숙달 동기(Mastery Motivation) 6문항, 모방/놀이(Imitation/Play) 6문항, 공감(Empathy) 7문항, 친사회성/또래관계(Prosocial/Peer Relations)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현화 문제행동(Externalizing Domain) 척도는 활동성/충동성(Activity/Impulsivity) 6문항, 공격성/반항(Aggression/Defiance) 12문항, 또래 공격성(Peer Aggression)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재화 문제행동(Internalizing Domain) 척도는 우울/위축(Depression/Withdrawal) 9문항, 일반적 불안(General Anxiety) 9문항, 분리불안(Separation Distress) 6문항, 새로움에 대한 억제(Inhibition to Novelty)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역기능적 조절(Dysregulation Domain) 척도는 부정적 정서성(Negative Emotionality) 13문항, 수면(Sleep) 5문항, 식이(Eating) 9문항, 감각 민감성 (Sensory Sensitivity) 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척도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0], ‘가끔 그렇거나 그런 편이다’[1], ‘자주 그런 일이 있거나 많이 그렇다’[2]의 3점 리커르트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모든 문항을 더한 총점으로 18∼36개월 영유아의 유능성, 외현화 문제행동, 내재화 문제행동, 역기능적 조절을 측정하였다. 따라서 가능한 점수범위는 유능성 37문항 0점∼74점, 외현화 문제행동 17문항 0점∼34점, 내재화 문제행동 29문항 0점∼ 38점, 역기능적 조절 34문항 0점∼ 68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유능성, 외현화 문제행동, 내재화 문제행동, 역기능적 조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어머니 평정으로 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을 측정하였으며, 18∼36개월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에 대한 신뢰도 계수 Cronbach’ ɑ는 유능성 .87, 외현화 문제행동 .70, 내재화 문제행동 .72, 역기능적 조절 .81였다.
3. 연구절차
연구자의 재직대학과 산학 협약을 맺고 있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연구 협조를 구하였으며, 본 연구의 대상 월령이 속한 반의 부모를 대상으로 연구에 대한 목적과 시행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본 연구에 동의한 부모에게 설문지를 배부하였다. 총 150부를 배부하였으며, 이 중 127개의 설문지를 수거하였고, 설문지를 제출하였으나 본 연구의 대상인 18∼36개월의 월령 범위를 벗어난 영유아들을 제외하고 부모 중 1인만 응답한 설문지들을 제외한 총 89명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4. 자료분석
SPSS 18.0(IBM Co.)과 Process Macro 3.4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본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 하였다. 먼저 연구대상자와 가정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기술통계분석을 실시하였으며, Cronbach’s α 계수를 산출하였다. 기질적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 사회정서적 행동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률상관계수를 확인하였으며, 기질적 기질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18∼36개월 영유아의 사회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때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님의 양육행동이 사회정서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사회정서적 행동의 하위요인인 유능성, 외현화 문제행동, 내재화 문제행동, 역기능적 조절의 하위요인별로 상관관계에서 유의하게 나온 변인을 중심으로 회귀분석을 여러번 반복하여 실시함으로서 영유아의 기민성과 어머니, 아버지의 온정적, 통제적 양육행동의 어떠한 변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변인들의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자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인구통계학적 배경의 영향을 배재하기 위해 1 단계에서 인구통계학적 배경을 통제한 2단계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주요 변인들의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본 연구에서는 주요 분석에 앞서 부모의 배경변인과 18∼36개월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이 관련 성이 나타나는지를 검증하고, 차이가 날 경우 통제하고자 하였다. 이때 부모의 배경변인으로는 가정의 월수입, 아버지와 어머니의 학력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령을 포함하였다. 또한 주요 변인들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자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가정의 월수입(r=.25, p<.05), 아버지의 학력(r=.27, p<.05), 어머니의 학력(r=.29, p<.05)과 18∼36개월 영유아의 유능성과의 유의한 관계가 나타났다. 외현화 문제행동, 내재화 문제행동, 역기능적 조절과는 유의한 관련이 나타나지 않았다.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기질적 기민성과 유능성(r=.31, p<.01)과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났으며, 어머니의 온정성과 유능성과 유의미한 관계(r=.41, p<.001)가 나타났다. 어머니의 통제성, 아버지의 온정성, 통제성과 기질적 기민성, 유능성 간에는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질적 기민성과 외현화 문제행동과의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온정성(r=-.32, p<.01)과 외현화 문제행동과 유의한 관련성이 나타났다. 그리고 기질적 기민성과 내재화 문제행동(r=-.37, p<.001) 및 어머니의 온정성(r=-.26, p<.05), 아버지의 통제성(r=-.27, p<.05)과 내재화 문제행동과 유의한 관련성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기질적 기민성(r=-.23, p<.05)과 역기능적 조절, 아버지의 통제성(r=-.23, p<.05)과 역기능적 조절과 유의한 관련성이 나타났다.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는 최대 .41로 지나치게 높지 않아 추정치에 오차가 발생될 수 있는 다중공선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사회정서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
1)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유능성에 미치는 영향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님의 양육행동이 유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중다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회귀가정의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각 변인간의 다중공선성을 살펴 보기 위해 VIF 지수를 산출한 결과 모두 10이하(1.03∼1.42)이고, Durbin-Watson 계수를 산출한 결과 1.911로 2에 근접하고 있었으므로 잔차 간에 자기 상관이 없어 회귀 모형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상관분석 결과 18∼36개월 영유아의 유능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어머니의 학력, 아버지의 학력과 월소득을 1단계 회귀식에 투입하여 이들의 영향력을 통제한 후 상관관계에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난 어머니의 온정성과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을 2단계에 투입하여 어머니의 온정성과 기민성의 총합적 효과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표 4>와 같다. <표 4>에 나타난 바와 같이 모형 1에 투입한 아버지 학력, 어머니 학력, 월소득은 유의하지 않았다. 모형 2에 어머니의 온정 성과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을 투입한 결과 어머니의 온정성(β=.32, p<.01)과 유아의 기민성(β =.23, p<.05)이 유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으며 2단계에서 증가한 설명력은 15%였다. 즉, 어머니가 온정성을 보일수록, 유아의 기민성이 높을수록 유능성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님의 양육행동이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 하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회귀가정의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각 변인간의 다중공선성을 살펴보기 위해 VIF 지수를 산출한 결과 모두 10이하(1.01∼1.03)이고, Durbin-Watson 계수를 산출한 결과 2.34로 2에 근접하고 있었으므로 잔차 간에 자기 상관이 없어 회귀 모형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학력, 직업 및 월수입과 외현화 문제행동 간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아 통제하지 않았으며, 외현화 문제행동과 기질적 기민성, 부모의 양육행동 중 관련 변인들 간 상관관계에서 유일하게 유의한 것으로 나타난 어머니의 온정성을 회귀식에 투입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표 5>에 나타난 바와 같이 어머니의 온정성(β=-.32, p<.01)이 외현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으며 설명력은 10%이었다. 즉, 어머니가 온정성을 보일수록 외현화 문제행동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 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회귀가정의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각 변인간의 다중공선성을 살펴보기 위해 VIF 지수를 산출한 결과 모두 10이하(1.01~1.03)이고, Durbin-Watson 계수를 산출한 결과 1.94로 2에 근접하고 있었으므로 잔차 간에 자기 상관이 없어 회귀 모형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학력, 직업 및 월수입과 외현화 문제행동 간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아 통 제하지 않았으며, 상관분석 결과 18∼36개월 영유아의 내재화 문제행동과 관련이 나타난 기질적 기민성과 어머니의 온정성, 아버지의 통제성을 회귀식에 투입한 결과는 <표 6>와 같다. <표 6>에 나타난 바 와 같이 어머니의 온정성(β=-.19, NS)은 유의하지 않았지만 유아의 기민성(β=-.33, p<.001), 아버지의 통제성(β=-.23, p<.05)이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으며 설명력은 23%이었다. 즉, 아버지가 통제성을 보일수록, 영유아의 기민성이 높을수록 내재화 문제행동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역기능적 조절에 미치는 영향
18∼36개월 영유아의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역기능적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회귀가정의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각 변인간의 다중공선성을 살펴보기 위해 VIF 지수를 산출한 결과 모두 10이하(1.00∼1.00)이고, Durbin-Watson 계수를 산출 한 결과 2.34로 2에 근접하고 있었으므로 잔차 간에 자기 상관이 없어 회귀 모형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학력, 직업 및 월수입과 외현화 문제행동 간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아 통제하지 않았으며, 상관분석 결과 18∼36개월 영유아의 역기능적 조절과 관련이 나타난 기질적 기민성과 아버지의 통제성을 회귀식에 투입한 결과는 <표 7>와 같다. <표 7>에 나타난 바와 같이 어머니의 온정성 (β=-.19, NS)는 유의하지 않았지만 유아의 기민성(β=-.22, p<.05), 아버지의 통제성(β=-.22, p<.05)이 역기능적 조절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으며 설명력은 8%이었다. 즉, 아버지가 통제성을 보일수록, 유아의 기민성이 높을수록 역기능적 조절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유아의 기질적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이 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이와 관련해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18∼36개월 영유아의 기질적 기민성과 부모의 양육행동은 유아의 유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으로 나타났다. 기질적 기민성이 높을수록, 어머니가 온정성을 보일수록 유아의 유능성이 증가하였고, 기민성과 유능성과의 정적 관계성은 기존 선행연구들의 결과와도 유사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민성이 높을수록 유아는 주의를 잘 기울이고, 순응적이며 공감수준이 높고 또래관계에서 친사회성을 나타내고 모방, 놀이 행동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 중 기민성과 24개월 유아의 친사회적 행동 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차민정 외, 2015)에서 특히 기민성의 하위 요인인 즉흥성과 강한 자극 선호성의 수준이 높은 유아들이 낮은 수준의 유아들보다 더 친사회적 행동을 많이 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본 연 구 결과는 이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도움행동과 나눔행동으로 구성된 친사회적 행동을 많이 보인다는 것은 이 시기 유아가 또래를 포함한 사회적 관계에서 보다 민감하고 공감적이며 사회정서적으로 유능함을 보이는 것으로 추론된다. 그런데 이와 달리 3세, 5세 유아를 대상으로 의도적 통제, 부정 정서, 기민성 기질이 정서조절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한 연구(김정민, 이순형, 2014)에 서는 기민성이 가정 상황에서 유아의 정서조절에 부적 영향을 미쳐, 부정 정서와 기민성 수준이 낮을수록 정서조절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36개월 영유아의 경우 기민성이 유능성에 영향을 미치나 그 방향이 상반된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의 기민성의 영향력과 그 방향성은 유아기 연구대상의 크기와 세분화된 연령범주를 충분히 고려하여 연구를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부모의 양육행동 중 어머니의 온정성만이 유능성에 영향을 미친 결과는 여전히 유아의 발달과 적응에 어머니가 중요한 변인으로, 어머니의 애정적 온정적 반응적 양육태도와 행동이 유아가 사회적 관계 안에서 적응하고 유능성을 획득하는 주요 메커니즘이라는 일반론적 전제를 확인시켜준다. 유아가 자기주장적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외적 통제와의 마찰과 갈등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걸음마기에 부모의 통제적 태도는 일견 자연스러운 양육행동이지만, 18∼36개월 영유아가 사회적 관계에서 친사회적 태도와 공감능력을 발달시키고 그 시기에 필요한 적절한 놀이행동과 모방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에는 무엇보다 어머니의 온정적 태도와 행동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온정성 만큼 때로 단호한 훈육이 요구되는 걸음마기에서 부모의 통제적 양육행동은 유아의 적응을 예측하고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온정적 태도와 행동의 교육적 가치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유아의 외현화 문제행동과 관련해 기민성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어머니의 온정성은 영향을 미쳐, 어머니가 온정적 양육행동을 할수록 유아의 외현화 문제행동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 연구들에서 기민성은 외현화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쳐 특히 기민성이 높을수록 외현화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사항을 지지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 기민성이 외현화 문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18∼36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조심스럽게 추론해볼 수 있다. 연령대가 높은 아동과 달리 영아 대상 연구에서 기민성이 높은 영아는 웃음과 미소가 많았다는 연구(Putnam et al., 2008)에서 짐작되듯이, 기민성이 높은 18∼36개월 영 유아는 양육자와의 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방의 우호적 태도와 긍정 정서를 유발하기 쉽고 이에 욕구충족이 좌절되거나 결핍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 과도한 자기주장적 모습을 보이거나 거칠게 행동할 소지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민성 혹은 이와 비슷한 기질의 활동성 수준이 높으면 자극추구를 비롯해 과잉행동, 공격성 등의 문제행동이 발현되었던 기존 연구들 (Berdan et al., 2008)이 대체로 유아 후기 아동 대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본 연구 대상인 18∼ 36개월 영유아는 높은 기민성이 외현화 문제로 발현되기 보다는 활발하고 긍정 정서가 많은 건강한 걸 음마기의 발달특성을 드러내는 수준이며, 따라서 위에서 논의했듯이 문제행동 측면보다는 사회정서적 유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18∼36개월 영유아는 공격성이 아직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시기이며 신체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양육자와 분리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키는 과정에서 종종 나타나는 고집 피우기와 ‘아니야’, ‘싫어’라고 말하는 등의 부정주의적 태도는 자연스러운 정상범주의 발달로서, 구성개념상 높은 수용성과 활동성, 반응적 태도 등을 내포하는 기민성은 타 인에 대한 거부와 공격적 행동으로 곧바로 전이되지는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의 온정성이 높을수록 외현화 문제행동이 감소한 본 연구결과는 부모양육행동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것과 관련해 기존 선행연구들(e.g. Wittig & Rodriguez, 2019)의 통상적인 결과를 지지한다. 특히 주양육자로서 어머니의 온정적 태도와 행동은 유아가 과도한 공격성과 반항이 출현하는 것을 예 방하고 유아가 또래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을 방지한다. 어머니가 유아의 부정 정서나 공격성, 감각기능과 신체조절의 어려움과 관련해 공감과 수용적 태도를 갖출수록 유아가 자기조절을 잘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유능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기민성과 부모 양육행동은 유아의 내재화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쳤는데, 구체적으로 기민성과 아버지의 통제성만 유의한 영향을 미쳐 유아의 기민성이 높고 아버지가 통제적 양육행동을 할수록 내재화 문제행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낮은 기민성이 내재화 문제의 위험요인으로 나타난다는 기존 연구결과(Gartstein et al., 2012)를 지지하며, 기민성이 낮은 아동일수록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불안을 경험하고 낯선 상황과 사람을 두려워한다는 연구들(Kagan, 1997)과 맥을 같이 한다. 기민성이 낮은 아동은 활력 수준이 낮고 어떤 상황과 사람에 대한 반응이 천천히 나타나며 위험한 행동과 자극에의 관심이 적고 외부 자극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그러므로 통상적으로 사회적 관 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려우며 타인의 시선과 제재에 위축되고 불안감을 보이기 쉽고, 이러한 기질적 특성으로 인해 불안과 우울 등의 내재화 문제를 드러낼 소지가 다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 긍정적 정서 반응성으로 범주화되는 기민성이지만 높은 활동 수준과 쾌락 추구, 충동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Berdan et al., 2008), 고연령의 유아나 아동에게서 종종 발달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고 부정적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본 연구처럼 걸음마기를 포함 저연령 유아에게 높은 기민성은 그 자 체로 활발한 움직임과 몰입, 적절한 활력과 긍정적 반응성 등으로 나타나고 이는 내재화 행동이나 적응 상의 어려움을 상쇄시켜주는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아버지가 통제적 양육행동을 할수록 내재화 문제행동이 감소한 것은, 대개 부모의 온정성이 문제행동을 감소시키고 통제적 태도와 문제행동이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 기존 연구들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18∼36개월 영유아는 고연령 유아와 비교해 공격성이나 문제행동이 전면에 부각되지 않으며 따라서 아버지 스스로 유아를 강압적이거나 처벌적으로 훈육하고 양육한다고 인식하는 수준은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아가 사회적 관계에서 적절한 태도와 규범을 수용하게 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단호한 태도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특히 유아가 생각이나 의사표현을 보다 적극 적이고 활발하게 개진하도록 독려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버지는 언어발달이 미숙한 이 시기 유아가 더욱 주체적이고 개방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할 것이므로 아버지의 통제성은 오히려 유아가 내재화 행동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차단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기민성과 부모 양육행동은 유아의 역기능적 조절에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아의 기민성이 높고 아버지가 통제적 양육행동을 할수록 부정적 정서성이 줄어들고 수면과 식이의 조절 어려움과 감각 민감성도 낮아졌다. 이는 8∼30개월 영유아의 경우 기민성이 부정정서와 정적 상관을 보인 Putnam 등(2001)의 연구와 다른 결과로, 앞에서도 논의했듯이 이 시기 유아의 경우 기민성이 긍정적 정서 반응성 차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즉 기민성이 높을수록 유아는 부정 정서를 덜 표출하고 음식섭취와 수면에서 기능상 어려움이 적고 더 잘 적응하며 감각적으로도 보다 민감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유아는 자신의 신체기능 조절에 대한 자기통제력이 크고 더 나아가 신체뿐 아니라 사회정서적으로도 적절한 자기조절과 숙달을 이루어낼 것이다. 아버지의 통제성이 유아의 역기능적 조절에 갖는 영향은 위에서 논의했듯이 이 시기 아버지의 통제적 양육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분석한 논의 사항들을 바탕으로 본 연구의 시사점과 추후 연구를 위한 제안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유아기, 학령기를 대상으로 한 다수 연구들과 달리 신체, 사회정서발달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18∼36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내적 변인과 개인 외적 환경 변인을 전제하고 유아의 기질적 기민성과 부모 양육행동, 그리고 사회정서적 행동을 탐색함으로써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과 적응을 살펴본 것에 의의가 있다. 특히 그 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기질의 하위요소인 기민성을 독립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저연령 영유아 발달을 탐색했다는 시사점을 갖는다. 또한 기민성을 비롯해 걸음마기 유아의 사회정서적 특성 평가 척도로 ITSEA를 활용한 것은 영유아의 사회정 서적 행동과 정신건강 탐색을 위한 기초 연구로서의 가치와 함께, 발달상 경계선 범주에 있는 영유아가 점점 증가하고 이에 대한 개입과 중재가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사회적 정책적 전략 도모를 위한 시사성 을 보여준다.
한편, 기질의 다른 요소와 달리 기민성은 연구대상과 관련 변인에 따라 효과의 방향이 달라지고 다차원적으로 해석되기에, 이러한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한 연구 설계가 요구된다. 추후에는 이러한 영유아 정신건강과 발달의 탐색을 넘어 유효한 개입과 중재를 모색하는 전략적 연구가 필요하다. 의도적 통제처럼 자기조절적 측면의 기질 특성이 보다 일관성 있게 발현되는 유아기와 달리, 걸음마기는 신체적 자율성과 심리적 개별화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아직은 사회정서적 발달이나 신체기능, 감각처리 기능이 미성숙하다. 이는 우선적으로 생물학적 기질 차원에서 비롯되는데 신체기능에서 조절의 어려움을 갖고 있는 영유아의 경우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에서의 편안한 적응이 쉽지 않을 뿐더러 이후 다양한 상황에서 정서조절 기능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곧 미숙한 사회정서적 기능으로 전이됨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본 연구에서 사용한 ITSEA가 임상군을 대상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정상과 이상발달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반영하는 영유아기를 염두에 둘 때, 일반 정상 범주의 영유아들뿐만 아니라 발달상의 지체를 보이거나 경계선 범주에 있는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연구 대상을 확장시켜 봄직하다. 십여 년 전 ITSEA 척도를 가지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유아 192명의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한 연구에서 조사대상의 40%가 우울, 위축, 또래 관계 문제, 주의력 문제 등 사회성과 정서적 장애로 범주화되는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듯이(메디칼트리뷴, 2014), 영유아 발달의 전반적 상태를 확인해보는 작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성차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ITSEA 활용 시, 순응, 공감, 모방놀이, 친사회성 등에서 남아와 여아 간 성차가 유의할 것으로 추측되기에 추후에는 연구 표본수를 늘려 사회정서적 행동의 성차가 나타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 설계에서 더 나아가 영유아의 사회정서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서 기민성과 부모양육행동의 상호작용 효과를 탐색해 볼 수 있다. 기질적 기민성과 별개로 부모 양육행동은 유아의 사회정서적 특성과 적응에 영향을 미치지만, 더 나아가 기민성의 영향력을 조절하고 중재하는 요인이 기도 하다. 기민성이 높은 유아가 경우 모-긍정성 환경에서 문제행동이 덜하고 모-부정성 환경에서 문제행동이 많았던 Chen 등(2014)의 연구나 낯선 상황에서 고조된 불안이 아동으로 하여금 경계하게 만 들고 사회화를 맡는 인물의 행동에 더 반응적으로 이끌었던 연구결과(Kochanska, 1997), 기민성이 부모의 우울 증상이 행동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해서 기민성이 높은 유아는 부모 우울 증상이 낮을 때 문제행동을 덜 보인다는 연구(Jessee et al., 2012) 등을 참조할 때, 추후 연구에서는 양육행동과 기질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모델들을 적용해 양육행동의 조절효과를 검증하여 영유아 발달에서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의 총체적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