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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4713(Print)
ISSN : 2288-1638(Online)
Korean Journal of family welfare Vol.29 No.2 pp.357-382
DOI : https://doi.org/10.13049/kfwa.2024.29.2.7

A Phenomenological Study of Loss of Trust among the Wives of Gambling Addicts

Seongeun Kim
Adjunct Professor, Department of Social Welfare,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Korea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2021S1A5B5A17050719)


Corresponding Author: Seongeun Kim, Adjunct Professor, Department of Social Welfare, Sungkyunkwan University (E-mail: renewingmind@naver.com)

May 7, 2024 ; June 6, 2024 ; June 17, 2024

Abstract

Objective: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experience of loss of trust among the wives of gambling addicts and the lived meanings.


Methods:

Participants were the wives of gambling addicts who had gambling problems for more than five years. Data were gather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with one or two interviews with each participant conducted from September 2021 to May 2022. Data were analyzed according to hermeneutic phenomenology proposed by van Manen(2014).


Results:

The findings from the study were organized into 69 central meanings, 25 themes, and 10 essential themes, and they were reorganized into van Manen’s four fundamental existential themes including lived body, lived relations, lived time, and lived space.


Conclusion:

The experience of loss of trust among the wives of gambling addicts is not just negative, but complex, constructed, and reconstructed as they become proactive and take ownership of their lives. Implications for social services for the wives of gambling addicts experiencing the loss of trust are discussed.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김성은

초록


    Ⅰ. 서 론

    도박중독은 도박으로 인해 본인, 가족 혹은 직업 영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지만, 스스로 도박행위를 통제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도박에 몰두하는 상태를 의미한다(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2024). 도박중독자는 도박으로 인해 내성, 금단현상, 도박에의 집착, 거짓말, 통제력 상실 등의 증상을 경험하는데, 이 중 거짓말은 모든 도박중독자에게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이다(김한우, 2013;신영철 외, 2020;Dickson-Swift et al., 2005;Ponti et al., 2021). 거짓말은 DSM-5 도박장애의 진단 기준으로, 중독자의 일상에서 반사적이고 습관적으로 나타난다(최삼욱, 2017). 도박자 대부분은 도박 사실을 장기간 숨겨오다가 경제적 손실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게 될 때 도박과 재정 문제에 대해 아내에게 알리는 경향이 있다(신영철 외, 2020). 또한 도박자는 배우자에게 도박행위를 숨기거나 부인하고, 도박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도박자금을 조달하며, 도박 빚의 상환 등을 위해 거짓말을 지속하는데,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면서 중독자들은 가족에게 점차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김한우, 2013;신영철 외 2020). 남편의 지속적인 거짓말과 속임으로 아내는 남편에 대한 큰 배신감과 충격을 느끼고, 이는 트라우마로 경험되기도 한다(McComb et al., 2009).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은 아내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경험으로(신영철 외, 2020;Burckhardt & Blaszczynski, 2017;Dickson-Swift et al., 2005;Jarvinen–Tassopoulos, 2020;Lee, 2002;Patford, 2009;Tepperman et al., 2006), 남편의 단도박 이후에도 지속된다(이근무, 이혁구, 2019). 도박중독자의 아내는 도박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남편이 말하는 도박의 심각성, 빚의 크기, 재정적 손실, 치료 참여, 단도박에 대한 약속 등을 믿기 어렵게 되고, 남편에 대한 불신과 단도박에 대한 희망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김한우, 2013;Patford, 2009;Tepperman et al.,2006). 이 과정에서 도박중독자의 아내는 부부관계 향상에 대한 소망을 갖기 어렵게 되고, 별거나 이혼을 고려하기도 한다 (Corney & Davis, 2010;Patford, 2009).

    한편, 서구 연구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신뢰는 성공적인 관계를 위한 핵심 요소이자, 관계 만족, 관계 고통 및 관계 안정성을 강력하게 예측하는 변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Simpson, 2007). 신뢰는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와 갈망에 대해 상대방이 일관적으로 반응할 것인지에 관한 확신 수준으로, 상대방과의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한다(Barden et al., 2020;Larzelere & Houston, 1980;Holmes & Rempel, 1989). 과거의 상호 만족스러운 상호작용과 긍정적 경험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의지할 수 있고, 믿을 수 있으며, 기대된 보상을 제공할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게 한다(Holmes & Rempel, 1989). 신뢰는 자신을 상대방에게 개방하게 하고,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게 하며, 상대방의 약속을 믿고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보상을 희생하게 한다(Holmes & Rempel, 1989). 상대방에 대해 신뢰가 높은 배우자는 관계 만족도가 높고, 비난하기보다 협력하여 갈등을 해결하고, 갈등 후에도 친밀감을 느끼며, 상대방의 관계에 대한 의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낙관적 기대를 한다 (Anderson & Emmers-Sommers, 2006;Barden et al., 2020).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신뢰가 낮은 배우자는 관계 만족도가 낮고, 상대방의 거절에 민감하고(Barden et al., 2020), 관계 갈등을 지속하는 부정적 귀인들을 만든다(Camper et al., 1988). 거짓말이나 속임으로 인한 신뢰 손상이나 상실은 관계 안전감을 위협하고, 파트너의 관계에 대한 신념을 재고하게 하고, 회피나 유리와 같은 행동적 반응과 정서적 단절, 별거 혹은 이혼 등으로 이어진다(Imber-Black, 1999;Jang, 2008;Zitzman & Butler, 2009).

    특히 지속적 속임은 파트너에게 PTSD와 유사한 배신 외상(betrayal trauma)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Jang, 2008). 배신 외상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의지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해를 가하거나 명시적, 묵시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적 합의를 위반할 때 경험하는 외상으로(Freyd, 2001), 신뢰 위반으로 인한 배신 외상이 대표적인 예이다(Freyd et al., 2005). 그런데 커플·부부관계에서는 욕구 충족을 위해 서로 상호 의지하기 때문에, 배신을 당한 사람은 관계를 바로 단절하거나 배신한 사람에게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 쉽지 않아, 신뢰 위반을 무시하거나 암묵적으로 수용하고, 미래에도 신뢰 위반이 일어날 수 있는 위치에 머물게 된다(Freyd, 2001;Freyd et al. 2005). 배신 외상이 일어나면 인지적 기제가 손상되어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지고, 또 다른 속임에 취약하게 되며, 현재와 미래의 신뢰 회복 능력, 상대방과 세상에 대한 신념, 자아 개념, 관계 만족도 등이 손상된다 (Freyd, 2001;Freyd et al., 2005;North et al., 2018).

    전술한 친밀한 관계에서 신뢰 및 속임에 관한 선행연구는 신뢰 혹은 신뢰 위반이나 상실이 친밀감, 헌신, 관계 만족, 갈등 등의 가족 과정과 개인의 발달 등에 영향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도박중독자의 아내를 대상으로 남편에 대한 신뢰 혹은 신뢰 상실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한 연구는 전무하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에 관한 국내외 연구는 주로 도박중독의 경제적, 심리적, 정서적, 관계적 폐해 등을 탐색하였고, 신뢰 상실도 도박 문제의 부정적 결과 혹은 폐해로 제한적으로 이해되었다. 이로 인해 신뢰 상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고, 신뢰 상실 경험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학문적 이해가 부족하다.

    도박중독자의 배우자의 회복과 변화를 탐색한 소수의 연구는 이들의 경험이 전적으로 부정적이지 않고, 자기변형을 포함하는 매우 복합적인 과정임을 보고하고 있다. 비록 도박중독자의 배우자는 도박 문제로 심각한 폐해를 겪지만, 자기 이해와 재평가, 도박 문제의 재정의, 도박 문제에의 저항, 사회적 지원망의 형성과 활용, 도박 문제와의 경계 설정, 자신의 미해결 과제와 욕구를 인식하는 등 변화와 성장도 경험하였다(김성은 2021;박철형, 2015;이근무 외, 2020). 이러한 연구결과는 도박중독자의 배우자의 신뢰 상실 경험을 도박 문제의 부정적 결과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배우자의 시각에서 이들이 신뢰 상실을 어떻게 정의하고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하는지 등을 탐색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도박 중독자에게 단도박보다 더 어려운 한 가지는 거짓말 습관을 고쳐 가족으로부터 상실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고(신영철 외, 2020), 단도박 이후 가족원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이 가족관계 안정성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이근무, 이혁구, 2019)는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나 신뢰 상실이 이들의 결혼과 가족 과정을 이해하는데 갖는 중요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로, 이들의 신뢰 상실 경험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 현상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그 의미를 연구참여자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질적 연구가 본 연구에 적합하고, 아내가 도박중독 남편에 대해 신뢰를 상실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이고, 신뢰 상실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탐색하기 위해 해석학적 현상학 방법론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해석학적 현상학은 전반성적 경험에 관한 반성적 탐구이다(van Manen, 2017). 해석학적 현상학에서는 인간이 추상화, 개념화, 범주화 등을 통해 이해하는 반성하는 대로의 세계가 아닌, 반성 이전에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순간의 세계에 관심을 둔다(van Manen, 2014). 해석 학적 현상학에서 탐구하는 경험은 체험(lived experience) 즉 인간이 반성하기 이전의 순간들에서의 경험으로, 이러한 경험은 눈에 띄지 않고 의심도 하지 않고 당연시 여겨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다(van Manen, 2014). 해석학적 현상학은 이처럼 인간이 생활세계에서 당연시하여 주목받지 못하거나 기술되지 못했던 현상의 측면들을 드러내고, 핵심적이지만 잊힌 체험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그것의 본질을 밝힌다(van Manen, 2017). 해석학적 현상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본 연구는 신뢰 상실이 경험되는 순간과 그 순간의 의미에 주목함으로써 도박중독자의 아내가 신뢰 상실을 경험한 대로 드러내고, 잊힌 세계에서 이들이 존재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알 수 있게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신뢰 상실 경험과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기초하여 도박중독자의 아내를 위한 개입과 치료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연구문제 1.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은 어떤 경험인가?

    • 연구문제 2.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Ⅱ. 연구방법

    1. 반 매넌의 해석학적 현상학

    van Manen(2014)의 해석학적 현상학은 인간의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의 경험에 주목하고, 그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한다. 해석학적 현상학에서 본질은 현상이 그것이 되게 하는 것으로 그것이 없이는 그것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van Manen, 2014). 해석학적 현상학은 인간의 일상적 체험에 주목하여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체험이 체험이게 만드는 본질적인 구성요소를 기술하고 체험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김영천, 2013, p. 90).

    van Manen(2014)은 인간이 경험하는 생활세계의 체험을 신체성(lived body), 관계성(lived relations), 공간성(lived space), 시간성(lived time)의 네 가지 실존체로 설명한다. 신체성은 신체가 연구 현상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관한 것으로, 감각 등 몸을 통해 형성되는 의미를 포함한다. 관계성은 관계에서 연구 현상이 어떻게 경험되는지에 관한 것으로, 개인들 간의 관계 형성, 단절, 충돌, 확장 등을 통해서 형성되는 의미를 포함한다. 공간성은 연구 현상이 공간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에 관한 것이고, 시간성은 연구 현상이 시간 차원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에 관한 것으로, 물리적, 주관적 시간을 포함한다. 네 가지 실존체는 인간의 삶에서 상호작용하면서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실존체 체험구조는 체험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van Manen(2014)은 체험에 접근하고 그것의 본질을 기술하기 위해서 판단중지 혹은 괄호치기 및 환원을 강조하였다. 판단중지 혹은 괄호치기는 현상의 본질적 구조를 탐구하기 위해 연구자가 세계의 실재에 대한 갖는 여러 믿음을 일시적으로 보류하는 행위이다(van Manen, 2014). 이는 현상에의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는 방해물로부터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되고 현상에 대해 개방성을 갖는 것이다(van Manen, 2014). 판단중지 혹은 괄호치기는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현상 관련 지식을 제거하는 것이라기 보다 연구 현상에 대한 연구자의 기존 생각, 이론, 가정, 지식 등을 지속해서 드러내는 과정이다. 또한 환원은 주어진 대로 현상의 고유함을 드러내기 위해 현상학적 반성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van Manen, 2014). van Manen(2014)은 여러 유형의 환원을 제시하였는데, 이 중 직관적 환원과 존재론 적 환원이 핵심이다. 직관적 환원은 그 현상에서 가장 고유한 것은 무엇이고 유사한 다른 현상과 구별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반성하는 과정이다(van Manen, 2014). 그리고 존재론적 환원은 그 현상과 관련해서 참여자가 세계에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는가를 반성하는 것이다(van Manen, 2014).

    2. 자료수집

    연구자는 본 연구의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전국의 단도박 모임, 단도박 가족 모임, 중독활동가, 지인을 접촉하였다. 구체적으로 연구자는 인터넷에서 한국 단도박 모임과 단도박 가족 모임을 검색하여, 모임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표 연락처와 각 시도의 지역 연락처로 전화하여 연구를 소개하고 잠재적 연구참여자를 소개받았다. 또한 연구자는 중독활동가와 지인을 접촉하였고, 면접이 진행된 이후에는 연구참여자 모집을 위해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본 연구는 대부분 지역의 단도박 모임과 단도박 가족 모임이 코로나19의 창궐로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에 수행되어 참여자 모집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고, 약 9개월 동안 총 7명이 모집되었다.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연구 참여 결정 당시 결혼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남편의 도박 문제가 5년 이상 지속 되며, 도박 문제로 심리적,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다. 연구참여자의 특성은 <표 1>에 제시하였다.

    연구자는 면접을 위해 참여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장소와 공간 및 시간을 선택하였다. 연구자는 사무실, 카페, 교회, Zoom을 통한 비대면 공간 등에서 참여자당 1~2회 면접을 수행하였고, 반구조화된 면접방식을 사용하였다. 면접에서 연구자는 먼저 도박 문제의 시작과 발달 과정 등에 관해 질문하였고, 이후 참여자의 체험을 구체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언제-무엇이-일어났는가’에 관한 질문(van Manen, 2017)을 하였다. 구체적으로 연구자는 참여자가 처음으로 남편을 신뢰하는 것이 어려웠을 때, 이후에도 남편을 신뢰하는 것이 어려웠을 때, 남편을 전혀 신뢰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탐색하였고, 다음의 질문들도 함께하였다. 남편을 처음으로 신뢰하는 것이 어려웠을 때는 언제였는가,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가, 그때의 반응은 무엇이었는가, 남편을 더는 신뢰할 수 없었을 때는 언제 였는가,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몸이 어떻게 느껴졌는가, 집(혹은 자조 모임 사무실)에 있는 것은 어떠했는가, 시간 감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자녀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본인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가, 신뢰 상실 고통이 느껴질 때 어떻게 했는가 등이다. 면접 시간은 회당 평균적으로 약 100분 이었고, 모든 면접은 녹음되었다.

    3. 자료분석

    van Manen(2014)의 해석학적 현상학은 다른 질적 연구방법론과 달리 현상의 탐구와 해석을 위해 규정된 단계별 연구 절차를 제시하기보다, 참여자의 의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사유를 촉진하는 실존체 반성, 주제 분석, 개념 분석, 글쓰기 등의 방식을 제시한다. 연구자는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탐구하기 위해 주제 분석과 실존체 분석을 하였고, 이 과정에서 반성적 방법과 글쓰기를 사용하였다(van Manen, 2014). 먼저 연구자는 주제 분석을 위해 전사 자료를 전체적으로 세분(line-by-line)하여 의미를 분석하였다. 자료수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는 코딩을 지속하였고, 발견된 의미 단위들의 일관성과 유사성을 점검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지속적으로 자료를 분석, 통합하면서 하위 주제들과 주제들을 재조직화하였고, 주제에 대한 해석학적 의미들에 대한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좀 더 심층적인 반성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이 주제들이 모든 인간의 생활세계에 스며있는 네 가지 실존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반성하고 글쓰기를 지속하였다(van Manen, 2014). 연구자는 도출된 주제들을 신체성, 공간성, 시간성, 관계성의 차원으로 나누어 도박중독자의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을 기술하였다. 먼저 신체성은 신뢰 상실이 어떻게 몸으로 인지되고(고통이나 어려움 등) 느껴지는지, 몸은 객체 혹은 주제로 경험되는지 등을 포함한다. 관계성은 신뢰 상실이 관계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에 관한 것으로, 신뢰 상실이 부부나 부모자녀 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험되는지(단절, 충돌, 확장 등)를 포함한다. 시간성은 신뢰 상실이 시간 차원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에 관한 것으로, 시간이 빠르게, 더디게 지나가는지 등과 같은 시간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포함한다. 공간성은 집, 방, 거실, 자조 모임 사무실 등에서 신뢰 상실이 어떻게 서로 다르게 경험되는지를 포함한다.

    연구자는 주제 분석과 실존체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의 기존 생각, 이론, 가정, 지식을 적으면서 괄호치기를 하였다. 연구자는 “신뢰 상실은 남편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바로 시작될 것이다.”, “신뢰 상실은 부부관계의 단절을 수반할 것이다.”, “신뢰 상실은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신뢰 상실, 불신 및 의심은 배타적인 경험일 것이다.”, “신뢰 상실은 남편에 대한 미움을 수반할 것이다.”, “신뢰 상실은 아내를 불행하게 할 것이다.” “신뢰 상실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일 것이다.” “신뢰 상실은 여성들이 이혼을 결심하게 할 것이다.” 등의 가정이 있었음을 인식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주어진 대로의 현상의 고유함을 드러내기 위해 현상학적 반성적 태도를 취하는 환원의 과정을 거쳤다(van Manen, 2014). 연구자는 신뢰 상실, 의심, 불신 등과 같은 현상들의 차이를 탐색하고, 이에 대해 반성하였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이야기에서 신뢰를 상실한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이에 대해 반성하였다.

    4. 윤리적 고려

    연구자는 연구의 전 기간에 연구를 윤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구자는 소속기관에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교육을 이수하였고, 소속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연구 승인을 받은 후 연구참여자 모집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연구자는 잠재적 참여자를 면접하기 전에 연구와 연구 윤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였다. 잠재적 연구참여자에게 연구 목적, 필요성 및 내용, 연구참여자 보호, 비밀 보장, 연구 참여로 인한 사례, 자발적 참여, 언제든 연구 참여를 거부할 권리, 응답 수준을 결정할 권리 등을 상세히 안내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연구 참여에 동의한 참여자들에게 연구참여 동의서를 읽고 설명하였고, 동의서 내용에 최종적으로 동의한 참여자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면접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참여자들의 면접 녹음 파일, 전사 자료, 참여자 정보를 저장하고 식별하기 위해 번호를 사용하였고, 이 자료를 암호로 보호된 컴퓨터에 보관하여 연구자만이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Ⅲ. 연구결과

    본 절에서는 도박중독자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 속에서 나타난 4가지 실존체 즉 신체성, 관계성, 시간성, 공간성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

    1.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신체성

    1) 탈도박 소망의 붕괴

    (1) 절대적 불신에 봉착

    참여자들은 남편의 도박 사실을 안 이후 그 어떤 것보다 남편의 도박행위 통제와 단도박에 온 신경을 쓰고 이에 몰두하였다. 이들은 늘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였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남편에게 온 신경을 쓰며 조바심 내면서 생활하였으며, 도박 빚을 갚고 남편의 단도박을 위해 애를 썼다. 이들은 남편의 도박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가계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자신의 건강에도 큰 손상이 왔어도, 탈도박에 대한 기대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고, 도박 문제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참여자들은 남편과 남편의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믿고 싶었고, 믿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들은 남편의 일상적인 거짓말에 몸서리쳐졌고, 배신감에 고통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참여자들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남편의 약속도 지켜질 기미가 없었고, 이들은 결국 심각한 소진상태에 이르렀다. 참여자들은 남편에 대해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고, 남편을 더는 믿을 수 없다는 절대적 불신에 봉착하였다.

    위가 다 멈추고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빚 갚느라 죽도로 고생했어요. 그런데 그대로예요. 이 사람이 도박을 끊을 거라고 더는 절대로 생각을 못 하겠어요. 이젠 무엇을 하더라도 모든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실 이 사람이 화장실을 가도 화장실을 간 것 같지 않은 거예요. 친구를 만나러 가도.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도 믿을 수 없죠. 관속에 들어가도 저 저거 안 봐도 뻔할 거야. 관속에 들어가도 얘기할 개미만 있어도 도박할 거 같은 생각이 드는 거죠. 그 안에 벌레가 있어도 그 벌레 붙잡고 도박을 할 사람들인 거예요. 남편을 정말 믿을 수 없게 되었어요(연구참여자 6:2022.5.16.).

    (2) 현실에 대한 이성적 판단

    남편에 대한 절대적 불신은 참여자들에게 남편을 더는 의지할 수 없고, 홀로 자신과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각성을 수반하였다. 남편의 심각한 도박 문제에도 남편을 믿어보려고 했던 참여자들에게, 결혼생활의 어떤 난관에도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위기감이 엄습하였다. 참여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옳다고 여겼던 본인의 생각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이성적 판단이 들어왔다. 이들은 도박 문제와 문제 해결에 관한 판단과 사고와 행동에 변화가 필요함을 자각하였다.

    그때 다 날리고 술에 절어서 정말로 죽고 싶다고. 정말 저 사람이 죽고 싶었을 거라는 게 믿어졌고, 그런 고비를 넘기고 와서 정말 나 한 번만 믿어줘라. 나 지켜봐 줘라. 애들이 있으니까 열심히 해보자고 해서 넘어갔는데. 그런데 그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 사람이 다시는 안 할 것 같은 사람이 좀 지나서 또 [도박을] 하는 거예요. 그랬을 때 가족의 마음이 정말 죽음의 고비까지 갔다 온 사람이 저렇게 또 못 믿을 짓을 하면 정말 믿을 곳이 없어지는 거예요. 남편에 대해서 정말 냉철해지는 거예요. 마음이 확실히 정리되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어요. 예전하고 다르게 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어요(연구참여자 4:2022.5.9.).

    (3) 도박 통제에 대한 절대적 신념의 붕괴

    참여자들은 믿었던 것은 남편의 탈도박에 대한 확신이 아닌, 자신들이 남편의 도박 행동을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중독 통제가 탈도박으로 이어지리라는 신념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들은 도박에 집착한 남편이 문제이고 자신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겼으나, 자신 또한 남편의 중독 통제에 심각하게 집착 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중독행위의 통제에 몰입했지만, 중독은 오히려 더 심해졌고, 중독 행위의 통제와 탈도박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불가능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4) 도박 문제에 끌려다녔음을 자각

    참여자들은 남편과 가족을 위해 도박 문제 해결에 몰두하고, 그로 인해 삶이 고되다고 여겼으나, 스스로가 도박 문제 해결이라는 덫에 자신을 가두었고, 그것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했음을 자각하였다. 참여자들에게 삶의 동인은 도박 문제였고, 목표는 도박 통제였다. 자신과 자신의 삶은 온데간데없고, 도박 문제에 지배만 당하는 삶만 있었다는 공허함과 후회가 밀려들었다.

    2) 내 몸의 요구를 따르기

    (1) 상처받기를 거부

    참여자들은 남편의 탈도박을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남편의 거짓말이나 속임으로 인한 상처는 가족과 도박 문제 해결을 위해 필연적이라고 여기며 감내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더는 몸이 보내는 신호와 욕구를 무시하지 않고 이에 주의를 기울였고, 남편으로부터 상처받는 것을 거부하였다. 이들은 남편이 하는 맹세나 약속에 대해 자신이 판단하기에 증거가 충분한 것만 믿기로 하거나, 남편에 대한 불신과 신뢰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는 것을 멈추고자 하였고, 도박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몸이 통증을 겪는 것도 거부하였다.

    남편은 시간 약속은 지켜요. 그리고 남편이 빚을 갚아야 해서 월급은 가지고 와요. 앞으로도 월급은 가져올 것 같아요. 근데 ‘이 사람이 내가 힘들 때 날 위로해 줄 사람이다. 내가 이 사람을 다른 면에 서 신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연구참여자 1:2021.10.10.).

    같이 살기 위해서 안 믿는 거다. 내가 믿는 순간 그것이 거짓이 되면 엄청난 상처가 오기 때문에. 그러니까 믿지 않는 쪽을 선택한 거예요. ‘네가 무슨 사고를 쳐도 상처받지 않을 거야.’ (연구참여자 7:2022.5.16.).

    (2)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충족

    참여자들은 도박 문제 해결에 대한 집착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없었던 자신의 욕구를 찾고 그것을 충족시키며 살아가고자 하였다. 자신의 욕구가 무엇이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낯설지만, 이제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자신의 욕구를 찾고, 알고, 충족하는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였다.

    이제 예를 들어 지금 하는 게 수영이라 그랬잖아요. 제가 수영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수영장에 가면 오직 내가 그래, 수영에만 집중하자. 내 자세, 뭐 지금 수영 배우는 거. 이런 그거에만 한 번 집중을 하고 싶다. 그러니까 그때는 제가 그런 걸 몰랐어요. 어, 옛날에는 제가 나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살았다면 지금은 내가 그렇게 못했구나. 그래서 지금은 나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살아서 그게 쉽게 잘 안되기도 해요(연구참여자 1:2021.10.10.).

    (3) 의심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참여자들은 남편의 언행을 여전히 의심하지만, 의심에 휘말리거나 압도되는 상태에까지 자신을 몰고 가지 않고 의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하였다. 이들은 도박 문제로 인해 남편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의심의 원인을 남편에게 돌리기보다, 의심은 자신의 선택임을 깨달으면서 의심을 통제하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의심이 들 때 상황을 객관화하여 바라거나, 지지체계에 의지하거나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등 의심으로 인해 몸에 통증을 느끼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하였다.

    어. 이 사람이 [지방 직장에서 집에] 토요일, 그 사람이 금요일에 안 오고 어쨌든 토요일 주일에 안 왔잖아요. 근데, 음. 무슨 생각을 하냐면 제 머릿속에는 어, 이 사람이 예약해서라도 경륜, 도박하러 갈 수 있어. 그리고 또 무슨 돈으로 갔을까. 돈이 있을까? 어떻게 구했을까? 뭐, 그냥. 그러면서 제가 막 소설을 막 이게 계속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근데 조금 나아진 게 있다면, 옛날에는 그런 것들 때문에 답답하고 힘들었고 그 의심과 불안에 눌렸는데. 지금은 거기 간 것도 그 사람 삶이고, 만약 게임을 밤새 한 것도 그 사람이 삶이고, 어, 그것도 내가 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연구참여자 1:2021.10.10.).

    2.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관계성

    1) 남편과 정서적 단절을 선택

    (1) 남편과 정서적 교류의 불가능을 수용

    참여자들은 도박중독 남편을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감각과 감정을 인식하기 어려운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인간으로 바라보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남편이 인지하고, 느끼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용하고, 남편과의 소통에 대한 소망을 버리고, 정서적 교류 자체를 포기 하였다. 참여자들은 남편에게 마음을 닫고, 정서적 의지의 대상에서 남편을 배제하였고, 남편에게 위로나 지지받고 싶은 정서적 욕구를 억압하기로 하였다.

    남편한테 뭘 기대하는 건 정말 없어요. 정서적 교류라던가 전혀 안 되기 때문에. 남편은 어차피 내 말을 안 듣잖아요. 그래서 안 해요. 그런데 남편은 자기가 언제 내 말을 안 듣네요. 난 너한테 내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남편은 아예 소통이 아닌 불통이에요(연구참여자 7:2022.5.16.).

    (2) 남편과 선택적으로 충돌

    참여자들은 남편과의 싸움이나 충돌이 도박 문제나 부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떤 의미도 없고, 오히려 자신들의 건강만 상하게 한다는 마음에 부부싸움을 최대한 피했다. 이들은 부정적 감정에 대한 표현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애썼고, 한계 상황에서만 남편과 충돌하기를 선택하였다. 참여자들은 남편을 정상인의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치유가 어려운 환자로 여기며 남편과의 충돌을 피하였다.

    남편을 100%로 신뢰를 못 하죠. 지금도 자기 하고 싶은 것만…. 그 사람 내가 봤을 땐 그쪽 세계 사람들[도박중독자]은 우리와 머리 생각이 달라요. 자기 위주로만 생각해. 옆에 사람들 배려 그런 건 없다고 봐야 해요. 자기가 즉흥적으로 하고 싶으면 해. 또 여기[자조 모임]에 와서 변한다고 했지만 크게 변한 건 없어요. 내가 변해서 변해 보이는 거지. 내 생각이 변하고 보는 눈이 다른 시각으로 저 사람은 똑같은 거예요. 남편이 타협이 안 돼요. 안 싸우고 그냥 포기하고 살아요(연구참여자 5:2022.5.15).

    하지만 참여자들은 인내가 어려운 특정 상황에서는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남편과 충돌하기를 선택하였다. 참여자들은 남편에게 인격적 모독을 당하거나 도박이 재발하거나 재발이 감지될 때, 남편이 돈을 요구하는 상황 등에서 극도의 불안과 분노를 직접적으로 명확하고 강하게 표출하였다.

    재정적으로는 서로 너무 민감한 거예요. 언젠가 따로 돈이 200만 원이 들어왔는데. 남편이 그것을 자기 통장에 넣어주면 안 되겠냐고 하는 거예요. 자기 계획엔 어디에 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 돼!’라고 소리를 확 질렀어요. 결사적으로 안 된다고. 제가 그 정도로 예민해요(연구참여자 4:2022.5.9.).

    (3) 필연적인 외로움을 견뎌내기

    참여자들은 남편과 정서적 단절을 선택했지만, 남편과 연결되고 싶은 강한 욕구를 여전히 가지고 있 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한, 이들에게 정서적 연결의 부재와 단절은 해결될 수 없는 받아 들이고 견뎌야만 하는 과제였다. 참여자들은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자조 모임, 종교 모임 등의 지지체 계에 의지하거나 자기 계발에 몰두하였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없는 외로움은 이들이 씁쓸함과 분노와 자기연민을 느끼게 하였다.

    너무 외로운 거죠. 저한테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사람이 너무 한마디 한마디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던지고 무관심이고. 지난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갈 무렵에 이웃에서 김장하시더라고요. 그 김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 아이들, 남편 다 같이 해서 남편이 김장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부럽고…. 왜 우리 집은 그런 게 안될까? 저는 그렇게 서로 따뜻하게 배려하고 신뢰하고 서로를 위하는 가정을 꿈꿨었는데 우리는 완전 반대에요. 힘들어요(연구참여자 4:2022.5.9).

    2) 남편과 나의 삶을 분리

    (1) 우리가 아닌 각자

    참여자들은 남편의 탈도박과 도박 문제 해결을 가족 행복의 원천으로 여겼고, 남편의 실패를 자신의 실패로, 남편과 사는 자신을 실패자로 여겼었음을 깨달았다. 이들은 남편의 도박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겼고 그래서 그렇게도 도박 문제 해결에 애를 써왔음을 자각하였다. 하지만 이제 참여자들은 남편의 도박 문제는 남편이 해결해야 하는 남편의 문제로 여기고, 남편과 분리된 삶을 살고자 하였다. 결혼을 유지하는 한 남편과 정서적, 물리적 분리가 불가능하지만, 참여자들은 본인의 삶과 남편의 삶을 별개로 여기고 남편과는 분리된 독립된 인격체로 살고자 하였고, 남편에게 의존했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저 사람이 실패하면 나도 실패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 올인했던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안 했으면, 가정도 빚 때문에 힘들지 않고 이런 배신감도 안 들었을 텐데. 빚을 갚아주면 보상 심리가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왜 못하냐.’ 이렇게 생각했었어요…. 사실 예전에 남편 몰래 이사하 였어요. 짐을 따로 다 싸 놓고 이사 갈 집을 안 알려주었어요. 이사 날짜도 안 알려주고 저 사람이 일하고 밤에 들어와서 봤을 때 이미 짐은 싸져 있고. 이사 전날 통보를 한 거예요. 짐 갖고 나가라, 집도 안 가르쳐 주었어요. 남남이다 싶었어요. 근데 신기한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어요(연구참여자 4:2022.5.9.).

    (2) 결혼에 과도한 헌신을 거부

    참여자들은 남편이 스스로 탈도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탈도박이 가능하지 않음을 깨달았고, 남편의 탈도박을 위해 과도하게 애쓰거나 도박 빚을 갚아주기 위해 희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즉 이들은 남편의 도박 문제 해결사로서 살아가기를 거부하였다. 또한 이들은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남편의 눈치를 보거나 남편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싫어도 남편에게 맞추거나, 갈등 해결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참여자들은 남편의 도박 문제 해결과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본인들의 시간, 건강, 활동을 희생하는 것을 더는 수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남편이 투잡을 해요. 네 돈은 네가 갚으라고 했어요. 계속 자기가 개인회생도 하니까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저한테 빚을 떠넘기려고 여러 번 시도했어요. 근데 제가 거부를 했어요. 대놓고 나 보고 직장 생활을 하래요. 그럼 도와주겠데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우리는 같이 가는 건데…. 속으로 그랬어요. ‘너는 계속 고생하는 거로. 투잡 가는 걸로 해’(연구참여자 6:2022.5.16).

    3) 자녀의 나에 대한 선택적 신뢰를 견디기

    (1) 자녀의 나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인정

    참여자들은 도박 통제에 온 정신이 쏠려있었던 과거에 아이들의 건강 상태나 자녀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관심을 두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했었음을 자각하였다. 자녀들이 엄마를 거부하고, 엄마에게 반항했을 때 이들의 마음을 보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난했었음을 인지하였다. 참여자들은 이제는 자녀들이 엄마에게 표현을 억제하거나, 엄마에게 반항하거나, 고민을 털어놓지 않거나, 엄마를 거부하는 행동을 할 때 그 의미를 알려고 애쓰고, 자녀와의 관계에 신경을 좀 더 쓰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자녀들의 삶에 정서적으로 부재했던 긴 세월 속에서 지금 자녀들이 엄마를 의지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멀리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이를 수용하였다.

    애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집에 아이들이 많이 놀러 오긴 했지만, 아이들이 편하게 놀고 가고 했지만, 제가 우리 애들 하고 속 깊게 얘기를 해보고 그런 것은 없었어요. 큰 애가 왕따를 당했었더라고요. 저는 그런 걸 전혀 몰랐죠…. 그래서 애들이 제 방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데 서운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근데 이제 그런 인생을 다시 한번 이렇게 돌아봤는데. 제가 큰 애한테는 미안해서 다가가기가 어렵고 좀 더 말 못 해요(연구참여자 1:2021.10.10.).

    (2) 그래도 엄마 노릇 하기

    참여자들은 지금까지 자녀를 겨우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뒷바라지했던 것을 무척 후회하였고, 특히 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들과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어려운 가족 상황에서도 성장한 자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과거 부족한 엄마 노릇을 보충하기 위해 힘을 내어 최선을 다하고자 하였다.

    3.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시간성

    1) 시간 사용의 주도성을 상실

    (1) 도둑맞은 시간의 결과를 마주함

    참여자들에게 과거 시간은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계획하고 사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남편의 도박 시간표에 좌지우지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버린 도둑맞은 시간의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이들에게 시간은 젊음이 다 빼앗긴, 이혼도 힘든, 싫어도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불안으로 채워질 것 같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저도 변화를 겪는 시기인 거 같아요. 나이는 40대 초반인데 갱년기가 빨리 왔어요. 얼마 전에 산부인과 검진 받고 호르몬제도 처방받고 왔는데 어쨌든 저도 어떤 기준에서 보면 아직 젊을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저한테는 잃어버린 18년 같은 느낌도 있고 25살에 결혼해서 갑자기 44살이 된 거 같은…. 아줌마가 되면 느낄 수 있는. 내 18년의 삶이 아름답지 못하니. 도둑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버틴 것인가? 라는 느낌도 들어요. (연구참여자 7:2022.5.16.).

    (2) 여전히 남편에 의해 좌우되는 나의 시간

    참여자들의 시간 계획과 사용은 여전히 남편의 도박 문제에 좌우되었다. 자녀의 교육 시계만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크고 작은 일상생활, 결혼기념일, 생일, 김장일, 가족 모임 등의 자신과 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남편의 도박 문제에 영향받는 참여자가 통제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어떻게 지내야지 하는지, 미래에 대한 계획 같은 것을 안 세우는 세월이 오래됐죠.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하고자 하는] 꿈을 꾸는 그 순간 어떤 꿈을 꾸면 그 순간 박살 난다는 것을 수없이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잘 되어 가고 있어 하는 순간 박살이 나서.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꿈을 꾸지 않으려고 해요(연구참여자 7:2022.5.16).

    2) 내 시간을 지켜내기

    (1) 시간을 내 시간으로 만들기

    참여자들은 남편의 도박 문제로 인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점령당했어도,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도박 문제에 가능한 한 영향받지 않도록 애썼다. 참여자들은 취미나 종교 생활,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지켜내려고 하였고, 도박 문제가 휘몰아쳐도 자신을 다시 일으키고 자녀와의 시간을 보내는 등 시간 사용에서 주도성을 발휘하고자 하였다.

    [도박] 문제가 너무 계속 생기면 당연히 저도 힘들죠. 남편 옆에서 그거를 다 지켜봐야 하니까. 예전 에는 아이들이 눈에 막 거슬리고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그랬어요. 근데 이제는 힘을 내서 애들을 데리고 정신없이 살려고 해요. 애들을 돌보면서 또 기분이 많이 나아지기도 해요. 아빠의 거대한 문제가 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저렇게 막 일상적으로 막 재잘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 아,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이러면서 많이 털고 일어나게 돼요(연구참여자 2:2021.10.26.).

    (2) 과거 시간과 새롭게 연결됨

    참여자들은 도둑맞은 시간에 대해 뼈아픈 후회가 들지만, 지난 시간을 본인에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연결되고자 하였다. 이들은 과거 시간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하거나, 내가 원하는 바를 찾아가게 하거나 어려울 때 타인과 연결되게 한 소중한 시간 등으로 여기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나간 시간과 긍정적으로 연결되고자 하였다.

    우리 교회는 가정 교회예요. 공유하죠. 서로 아픔을 다 알고. 같이 기도하고, 기도 제목 나누고. 이러다 보니까 서로 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었어요. 남편이 그래서 너무 싫고 힘들었는데 지나 보니까 남편이 그래서 교회 사람들이 의지가 많이 되었어요. 격려도 많이 받고. 위로도 많이 받고. 또 이제 사정도 또 아니까, 그런 저의 사정도 뭐, 집 사정도 또 이렇게 아니까 그때를 이겨내게 했어요(연구참여자 1:2021.10.10.).

    4.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공간성

    1) 황폐한 세계

    (1) 투쟁의 장

    참여자들에게 집은 도박중독 남편의 내면세계가 고스란히 표출되는 공간이자, 도박 욕구를 끊임없이 충족시키려는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도박 문제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공간이었다. 참여자들은 무력화되고, 이들의 심리적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기도 하였다.

    남편이 집에서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괴물처럼 되기도 해요…. 남편이 폭력을 한 게 몇 달 전이였어요. 도박 빚 때문에 난리를 부렸어요. 의자를 들고 난리를 치길래 아, 제가 덤빌까? 그 전에 한참 말싸움도 했는데 지금은…. 폭력에 길든다는 게 이런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편에게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데, 이 상황에서 남편에게 대처한다는 게 귀찮다고 생각한다는 게. 이 상황에서 남편에게 뭘 하는 게 귀찮은 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연구참여자 7:2022.5.16).

    (2) 도구적 기능으로 채워진 세계

    참여자들에게 집은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였다. 집은 정서적 교류나 적극적 돌봄이 이루어지거나, 따스함이 있는 장소가 아닌, 도박중독 남편과 아내가 결혼과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기능하는 공간이었다. 연결의 부재가 있는 공간은 부부가 각자의 욕구 충족에 집중하며 자녀를 위해 서로 견뎌내는 세계였다.

    (3) 나의 세계가 인지되지 않는 어둠의 세계

    참여자들에게 집은 남편과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남편에게 참여자들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내면세계가 남편에게 전혀 인지되지 않는다고 여겼고, 남편은 참여자들의 건강, 욕구, 고통, 아픔, 감정, 사고, 행동 등 어떤 것도 보지 못하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참여자들이 남편에게 지각되는 유일한 때는 남편이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참여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이다.

    2) 나를 위한 세계를 만들기

    (1) 적극적 자기 보호

    참여자들에게 집은 중독으로부터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과거 이들에게 집은 도박중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했던 중독의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공간 분리를 통해 중독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통제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각방을 씀으로써 참여자들은 중독 남편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남편에게 받은 상처를 남편이 알 아주기보다 스스로 치유하고자 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집안에 확장하여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존재를 좀 더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들은 마루에 취미 생활 공간을 마련하거나, 부엌을 확장하거나, 자신이 마루에서 무언가를 할 때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 등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남편에 대한 통제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각 방 생활한 지. 같이 붙어 있으면 감정의 정리가 안 되잖아요. 각 방 생활을 하면 감정의 정리가 잘 되는 것에요. 그다음부터는 정리하는 게 아주 빨라요. 내가 만약 싸웠잖아요. 각 방으로 흩어지면 안 보고 있으니까 빨리빨리 하고 정리해야지 감정의 정리가 빨리 되고 그다음 날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연구참여자 6:2022.5.16).

    (2) 꿈을 현실로 만들기

    남편과 함께 사는 한 중독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들은 꿈을 꾸고 꿈의 세계에 도달 하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남편의 비합리적 요구에 단호히 거절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고민하고, 계획하고, 추진하고, 이뤄나가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자녀가 도달하고 싶은 꿈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돕고 중독 문제로부터 자녀를 보호하였다.

    3) 협소해진 외부 세계

    (1) 내면세계 노출의 최소화

    참여자들은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지체계 밖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세계에서는 내면 경험을 포장하고, 전혀 문제가 없는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이들은 접촉하는 사람에 따라 내면세계의 노출 정도를 끊임없이 협상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도 남편처럼 거짓말하는 위선자처럼 느껴졌고,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거짓으로 세상을 대하는 자신을 용기 없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이 사람의 실체가 이렇다는 것을 주변에 알릴 용기가 없었어요. 겉으로는 멀쩡한데 실은 집을 팔고 지하 셋방을 갔음에도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거짓말을 하며 살았거든요. 도박한다는 말은 못 하고, 어디다 재테크를 했는데 잘 안되었다고 했어요. 도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부터는 주변에 조금씩 알리게 됐죠. 주변에 알리는 것이 무섭고 두렵고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연구참여자 5:2022.5.15).

    (2) 내 편이 있는 세계

    참여자들은 의지 대상으로서 남편이 상실된 세계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지지체계 사람들과의 접촉에 집중하면서 내면세계를 진솔하게 공유하였다. 이들은 지지체계 사람들로부터 전적으로 수용되고 연결감이 느껴지는 내 편이 있는 세계 속에서 소생하고 결혼을 견딜 힘을 갖게 되었다. 이 세계는 신뢰, 온기, 배려, 위로, 자기 개방이 자연스러운 세계였다.

    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고, 제 얘기를 들어주시고, 저한테 뭐 정말 위로해 주시고, 이런 거를 제가 자꾸 경험하다 보니까 마음의 문이 열리고. 그러다 보니 그 사람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진짜 그 문제가 중요한 건지, 저는 알 수 없잖아요,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각각 고유의 어려움이 수용되고 공감돼요. 그 사람들과 신뢰가 생긴 거죠. 이 힘으로 살아요(연구참여자 2:2021.10.26).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과 경험의 본질을 탐색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7명의 참여자로부터 면접자료를 수집하였고, 이들의 이야기를 현상학적 방법론에 기초하여 분석하였다. 연구자는 원자료를 세분화하여 분석하여 69개의 중심의미를 구성하였고, 이를 다시 25개의 드러난 주제로 선정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드러난 주제를 10개의 본질적 주제로 구성하였고, 이를 van Manen(2014)이 제시한 네 가지 실존체인 신체성, 관계성, 시간성, 공간성 차원으로 나누어 도박 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을 기술하였다. 연구자는 본 연구의 결과에 기초하여 도박중독자의 아내를 위한 치료적 개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에서 신체성은 ‘탈도박 소망의 붕괴’, ‘내 몸의 요구를 따르기’라는 주제로 나타났다. 신체성은 연구참여자들이 느끼고 경험한 자기 몸에 대한 해석이다(양은숙, 이동훈, 2020). 참여자들은 남편에 대한 절대적 불신에 봉착, 현실에 대한 이성적 판단, 도박 통제에 대한 절대적 신념의 붕괴, 도박 문제에 끌려다녔음을 자각하면서 탈도박에 대한 소망이 붕괴하는 경험을 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참여자들이 현실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여 객체로서의 몸을 거부하고, 몸의 주도권을 되찾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배신 외상에 관한 선행연구에서처럼,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웠고, 지속적 속임에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Jang, 2018; North et al., 2018). 하지만 선행연구와 본 연구의 차별성은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배신 외상에도 불구하고, 신뢰 상실이라는 전환점을 통과하면서 오히려 이성적 판단 능력이 점차 회복되고, 도박중독의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전히 남편의 도박 문제로 고통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상처받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돌보고, 의심을 능동적으로 다스리며 자신을 도박 문제에 대항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재구성하였다. 이는 참여자들이 더는 도박중독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맞서거나 이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여 일상을 적극적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은 도박 문제를 중심으로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것을 거부하고, 유지하기로 선택한 결혼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몸의 강력한 소망과 바람을 일상에서 실현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은 도박 문제의 부정적 결과만이 아닌, 이들이 자신을 과거를 성찰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가도록 하는 복합적인 과정이었음이 발견되었다. 즉 본 연구는 신뢰 상실을 도박중독의 폐해(김예진 외, 2020;신영철 외, 2020;Burckhardt & Blaszczynski, 2017;Jarvinen-Tassopoulos, 2020;Lee, 2002;Patford, 2009;Tepperman et al., 2006)로만 바라보지 않고, 참여자들이 또 다른 삶의 단계로 이동하게 하는 자신의 삶을 재구성 하도록 하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더는 속수무책으로 남편의 도박중독에 지배되거나 중독 통제에 집착하지 않고, 중독의 지배에 저항하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둘째, 본 연구에서 관계성은 ‘남편과 정서적 단절을 선택’, ‘남편과 나의 삶을 분리’, ‘자녀의 나에 대한 선택적 신뢰를 견디기’라는 주제로 나타났다. 관계적인 측면에서 신뢰를 상실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참여자들이 정서적으로 남편과 연결될 수 없는 외롭고 차가운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필연적인 외로움을 견뎌내며 부부 갈등이 줄 수 있는 고통과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도박중독자 남편이 아내의 정서나 경험을 인식하거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제한이 있다는 Lee(2002)의 연구결과와 도박중독자 부부가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나, 좌절되고 공동활동보다 각자의 활동을 한다는 Lee와 Rovers(2008)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하지만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남편과 자신의 삶을 별개로 여기고 남편과 결혼에 과도하게 희생하는 것을 거부하였는데, 이는 참여자들이 부부로서 정체성이 가져다주는 무거운 의무감을 내려놓고 남편과 분리된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은 남편에 대한 신뢰 상실을 통해 관 계주의 문화 속에서 부부로서 ‘우리’ 정체성이 가져다주는 도덕적 책무감(Han & Choi, 2011)을 해체하고 가족원으로서의 책무와 의무를 재구성하였다.

    셋째, 본 연구에서 시간성은 ‘시간 사용의 주도성을 상실’과 ‘내 시간을 지켜내기’라는 주제로 나타났다. 시간적 측면에서 도박중독자의 아내가 신뢰를 상실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도박 문제에 휩쓸려 시간에 대한 주도성을 발휘할 수 없었던 과거의 삶의 결과를 마주하고, 여전히 남편의 도박 문제에 본인의 시간이 좌우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참여자 스스로 시간을 계획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이들의 주도성이 발휘되는 상태이기도 하다. 즉 참여자들의 과거 시간은 자신의 의지와 거의 무관하게 흘러갔지만, 이들은 남편에 의해 또다시 무참히 흘러갈 수 있는 현재와 미래의 시간에 대해 주도권을 발휘하면서 살아가고자 하였다. 또한 이들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시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과거의 시간과 새로운 방식으로 재연결되었다.

    넷째, 본 연구에서 공간성은 ‘황폐한 세계’, ‘나를 위한 세계를 만들기’, ‘협소해진 외부 세계’라는 주제로 나타났다. 공간성은 공간에 대한 주관적 느낌으로 공간에서 신뢰 상실이 어떻게 경험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도박중독 남편에 대해 신뢰를 상실한 참여자들에게 집은 투쟁의 장이자, 도구적 기능 수행으로 채워진, 남편에게 내가 인지되지 않는 어둠의 세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적극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나를 위한 세계가 만들어지는 공간이기도 하였다. 또한 이들은 지지체계 밖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세계에서 내면 경험을 포장하고, 내면 경험의 노출을 최소화하였으나, 지지 체계와 함께하는 세계에서는 자신의 내면 경험을 깊이 공유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치유되고 결혼을 견딜 힘을 갖게 되었다.

    본 연구는 도박중독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 상실은 전적으로 부정적이지 않고, 매우 복합적인 경험임을 보여주었다. 참여자들은 여전히 도박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심각한 도전을 받지만, 도박 문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과거의 고통스러운 삶의 과정을 재해석하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구성하는 주체적인 존재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도박중독자의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의 의미와 경험의 복잡성은 이들을 위한 상담과 치료에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대부분의 국내외 도박중독자 가족에 관한 연구가 도박중독의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본 연구는 이들의 경험을 다각도로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기초한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도박중독자의 아내를 위한 치료적 개입에 있어 이들을 도박 문제의 피해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 신뢰 상실을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상담사는 도박중독자의 아내의 부정적 인식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이 삶에 대해 객체에서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의 성장을 도와야 할 것이다(조진희, 정문경, 2020).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도박중독자의 아내의 신뢰 상실 경험의 독특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들이 재구성하고 펼쳐 나가는 세계를 탐색하여 이들의 성장을 돕는 것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도박 문제가 있는 결혼은 결혼 불안정이 높고, 가족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놓지만(Corney & Davis, 2010,; Dickson-Swift et al., 2007; Patford, 2009), 본 연구의 참여자들처럼 결혼을 유지하고자 하는 여성들도 있다는 점은 이들의 욕구와 삶의 목표와 방향을 탐색하고 이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도박중독 남편에 대해 신뢰를 상실한 아내의 경험을 해석학적 현상학을 활용하여 탐구함으로써, 이들의 경험과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신뢰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바와 달리 상대에 대한 신뢰 수준이나 신뢰 상실이 반드시 관계 해체로 연결되지 않음이 발견되었고, 남편에 대한 신뢰 상실이 도박중독자의 아내가 주체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의 결과를 모든 도박중독 남편을 둔 아내의 경험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본 연구는 이들의 경험을 질적 연구를 통해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다. 첫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주로 단도박 가족모임이나 교회 등의 지지체계에서 오랫동안 도움을 받아온 여성들이었다. 참여자들은 높은 수준의 결혼 불안정성을 경험하였으나, 이들의 지지체계는 결혼 유지와 도박 문제 대처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도박 문제를 경험한 여성들의 신뢰 상실 경험에 제한된다. 둘째, 연구참여자들은 한국 사회의 집합주의적, 관계 중심 세계관과 문화가 강했던 시대에 성장한 4~50대 여성들로, 이들의 신뢰 상실 경험은 가족과 성역할에 관한 전통적 가치와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주의적 세계관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고 성장한 2~30대 도박중독자 배우자의 신뢰 상실 경험은 본 연구의 참여자의 경험과 다를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므로 본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데 있어 중장년 여성들에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후속 연구를 제안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도박중독자의 아내를 도박문제의 피해자로 협소하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이들이 도박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확대 가족, 직업, 양육, 자녀와의 관계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삶을 변형하며 살아가는지를 한층 더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도박중독 남편에 대해 신뢰 상실을 경험했으나 신뢰를 회복한 아내를 대상으로 이들의 신뢰 회복 과정이나 회복 경험을 탐색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연구는 도박중독자 가족의 경험을 다각도로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이들의 성장과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Figures

    Tables

    연구참여자의 특성
    *연구참여자가 인지한 남편의 도박지속연수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신체성에 나타난 본질적 주제와 드러난 주제, 중심의미 목록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관계성에 나타난 본질적 주제와 드러난 주제, 중심의미 목록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시간성에 나타난 본질적 주제와 드러난 주제, 중심의미 목록
    남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아내들의 체험된 공간성에 나타난 본질적 주제와 드러난 주제, 중심의미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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