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왔으며, 이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을 부추겨왔다. 가정 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학업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업성취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특히 학업성취는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행복감 등에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이경은, 이주리, 2009;전영상, 최영신, 2017), 불안과 우울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도 유발한다는 점(서미정, 2008)에서 청소년기에 중요한 변인으로 알려져있다. 아울러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백수진, 박현정, 신중휘, 2023), 중학교 1학년의 경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교급이 바뀌면서 학업에 대한 성취압력이나 학업스트레스 등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학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 요인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지능과 같은 인지적인 요소보다는 태도나 동기 같은 비인지적 요소가 더욱 가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교육이나 환경적 개입을 통해 보다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Thaler & Koval, 2015), 학업성취와 관련하여 개인의 비인지적 요소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행복이라는 점에서 심리학계에서는 개인의 문제보다는 개인의 긍정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는 긍정심리가 대두되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Duckworth 교수에 의해 제안된 그릿(Grit)이라는 비인지적 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2010년 중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이나 학업과 관련하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릿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열정과 관심을 유지하고, 어려운 상황이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도전 하고 노력하는 특성을 말한다. 그릿의 하위요인으로는 장기간에 걸쳐 목표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는 ‘흥미유지’와, 목표달성을 위해 어려움과 장애물을 극복하는 ‘노력지속’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있는데(Duckworth, Peterson, Matthews, & Kelly, 2007), 학생들에게 있어 학업성취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목표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릿과 학업성취 간의 관계를 가정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선행연구들은 그릿이 높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한바 있으나(김이영, 전지은, 박미란, 어윤경, 2021;서미옥, 2019)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왔고(서은희, 김은영, 2018;임효진, 2018) 청소년 대상, 특히 중학생의 그릿을 학업 성취와 관련지어 살펴본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신체적⋅심리적으로 급격한 발달의 변화를 경험함과 동시에 이전에 비해 많은 학습과목을 오랜 시간 공부해야하는 초기 청소년기의 특성상, 이러한 그릿은 더더욱 중요한 시기라 볼 수 있으므로(김진아, 2020) 초기 청소년기를 대상으로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한편, 학업과 관련된 비인지적 요소 가운데 학업열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학업열의(academic engagement)란 학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의미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학업에 집중하게 하는 높은 수준의 에너지와 정신적 회복력을 의미하며(Schaufeli, Martez, Marques, Salanova, & Bakker, 2002), 몰입(flow)과 유사하나 학업열의는 학업이라는 분야에서 보다 지속적으로 몰두하는 정신상태라는 점에서 몰입과 구분될 수 있다(Hallberg & Schaufeli, 2006;Schaufeli, Baker, & Salanova, 2006). 학업열의가 높은 경우 학업에 집중하고 학업으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회복력이 높다는 측면에서 학업성취도와의 관계를 가정할 수 있는데, 특히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이미라, 전향신, 2020)에서, 그릿보다 학업열의가 학업성취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교급간 차이를 볼 때 중학생에게는 그릿은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학업열의는 학업성취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에 근거해볼 때,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를 연구함에 있어 학업열의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비인지적 요소인 자기주도학습 또한 21세기에 직면하는 여러 가지 도전들에 대해 준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모든 학생들이 갖춰야할 주요한 덕목(Tan, Divaharan, Tan, & Cheah, 2011)으로서 주목받아왔다.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란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학습 수준을 분석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며, 적절한 학습전략을 택하고, 학습을 조절해나가면서 학습의 전 과정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학습의 주도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Knowles, 1975). 이렇게 능동적으로 학습목표를 선정, 전략을 가지고 학습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을 오랜 시간동안 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학업성취도는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고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혜, 2010)에서 자기주도학습과 학업성취도 간의 정적관계를 밝힌바 있으며, 초⋅중⋅고등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 연구(안도희, 김유리, 2014)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 학업성 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자기주도학습을 많이 할수록 학업성취도가 높았다. 반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과 학업성취도 간의 관계를 자기회귀 교치자연 모델을 통해 분석한 종단연구(오희정, 김갑성, 2020)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 오히려 다음 해의 학업성취도에 미미하지만 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앞의 연구결과들과 구분된다. 이러한 결과는 연구의 대상이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효과적인 학습목표 수립 및 수행을 하는데 있어 덜 효율적일 수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재탐색해볼 필요성이 있다.
한편, 그릿은 학업성취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반면(이정림, 권대훈, 2016;한소희, 임효진, 2019) 유의한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Bazelais, Lemay, & Doleck, 2016). 이는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관여하는 여러 변인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앞서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 학업열의나 자기주도학습시간과 같은 비인지적 요인들이 그릿과도 관련이 있다는 선행연구에 근거할 때,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탁하연, 조규판, 2021)에서는 그릿과 학업성취도 간의 관계에서 학업열의의 매개변인을 고려하자 직접적 영향력이 낮아지는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간접적 경로와 관련하여, 장기적인 목표를 꾸준히 유지하고 노력을 지속하는 특성인 그릿은, 학업과 관련하여 열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학업열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선행연구들에서는 그릿은 중학생의 학업열의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권은경, 2021;한미라, 김광수, 2023), 그릿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은 지역아동센터 아동의 학업열의 향상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경우도 있었다(김현숙, 2023). 다만, 학업열의가 그릿에 영향을 미치는 반대의 경로를 가정한 연구(정혜원, 김예림, 박소영, 2020)도 있는데, 그릿은 개인의 기질⋅성격적 특성인 반면, 학업열의는 상태적 특성이라는 점에서(정혜원, 전현정, 김아름, 2021), 본 연구에서는 그릿이 학업열의에 미치는 경로를 가정하였다.
이와 더불어 그릿은 자기주도학습시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는 측면에서, 오랜기간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노력하는 특성인 그릿을 필요로 할 것이다. 실제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그릿은 자기주도적학습능력에 정적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경민, 2023). 또한 자기주도적학습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으나, 영재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고학년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그릿과 자기조절학습능력 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주영주, 김동심, 2016)에서도 그릿에 해당되는 꾸준한 노력과 지속적 관심은 모두 자기조절학습능력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 간의 관계도 선행연구에서 다루어왔는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부정적 심리성향과 학업열의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선행연구(안민정 등, 2019)에서는 학업열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에 정적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정적 심리 성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당 연구 이외에는 국내연구에서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과 관련지어 연구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국외연구에서 또한 학업열의 그 자체를 연구하기보다는 학생참여(student engagement)라는 용어로 자기주도학습과의 관계를 연구한 경우가 일부 발견되는데, 학생참여는 심리적 에너지를 투입하고 행동⋅인지⋅ 정서적인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학업열의와 유사한 용어로 볼 수 있다(Alrashidi, Phan, & Ngu, 2016). 그러나 학생참여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의 선행변인이 아닌 결과변인으로서 주로 다루어 짐으로써, 국내의 연구와는 반대의 경로를 가정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자기주도학습능력 그 자체보다는 자기주도학습을 한 ‘시간’에 대한 변인을 다루고자 하므로, 학업열의의 결과변인으로서 자기주도 학습시간을 살펴보고자 한다.
위와 같은 각 변인들 간의 관계를 가정하여, 일부 연구들(이혜금, 서수균, 2021;탁하연, 조규판, 2021)에서는 중학생의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에서 학업열의의 매개효과를 살펴본 바 있다. 또한 초등학생의 그릿과 학업성취 간의 관계에서 자기조절학습의 매개효과를 살펴본 연구도 존재한다(황매향, 하혜숙, 김명섭, 2017). 자기조절학습은 자신의 학업성취를 위해 스스로 학습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여러 전략을 사용하여 효율적인 학습을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Zimmerman, 1989),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개념과 매우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가능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학업열의가 자기조절학습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가정할 수 있음에도 해당 경로까지를 고려하여 살펴본 연구는 발견하기 어렵다.
종합하면, 그릿, 학업성취, 학업열의, 자기주도학습시간은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들이 일부 변인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으며,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학습 관련 요인들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살펴본 연구는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중학교 1학년 청소년의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한편, 각 변인들과 관계있는 것으로 확인된 청소년 학습관련 요인인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의 순차적 매개효과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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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1. 청소년의 그릿은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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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2. 청소년의 그릿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서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은 순차적 매개효과를 보이는가?
Ⅱ.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2018(Korean Children and Youth Panel Survey 2018 [KCYPS 2018])의 중학교 1학년 패널 1차년도 자료를 사용하였다. KCYPS 2018은 2018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중학교 1학년 청소년을 모집단으로 다단층 화집락표집 방식으로 추출된 2,590명을 대상으로 수집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불성실한 응답을 한 122명을 제외한 2,468명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중학교 1학년 청소년은 학교급이 바뀌면서 보다 학업 성취가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학업과 관련된 그릿, 학업열의, 학습시간 등의 영향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배경을 살펴보면(<표 1>), 청소년의 성별은 남자 1,335명(54.1%), 여자 1,133명(45.9%)이었으며, 월 평균 가구소득은 3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이 1,372명(55.6%)으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다. 청소년의 아버지는 4년제 대학졸업이 877명(35.5%)로 가장 많았고, 청소년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졸업이 847명(34.3%)로 가장 많았다.
2. 연구도구
본 연구에서 사용한 연구도구는 모두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2018의 1차년도 자료이다.
1) 그릿
그릿 척도는 김희명과 황매향(2015)의 한국판 아동용 끈기(Grit) 8문항을 사용하였다. 응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4점)’까지 4점 Likert 척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역채점을 통해 점수가 높을수록 그릿이 높도록 하였다. 문항의 예로는 “나는 시작하면 무조건 끝낸다.”, “나는 무엇을 하다가 다른 생각이 나면 집중하기가 어렵다.” 등이 있으며, 내적합치도는 .712이었다.
2) 학업열의
청소년의 학업열의는 이자영과 이상민(2012)의 한국형 학업열의척도 16문항을 사용하였다. 하위요인 은 공부에 대해 중요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정도인 헌신(dedication), 공부에 향한 개인의 에너지인 활기(vigour), 공부를 잘 한다고 인식하는 정도인 효능감(efficacy), 집중을 잘하는 정도인 몰두(absorption)로 이루어져있다. 청소년의 응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4점)’까지 4점 Likert 척도로 이루어져 있어, 점수가 높을수록 학업열의가 높음을 의미한다. 문항의 예로는 “공부를 시작하면 푹 빠진다.”, “공부할 때 힘이 나고 활기가 생긴다.” 등이 있으며, 전체 문항의 내적합치도는 .929 이었다.
3) 자기주도학습시간
자기주도학습시간은 배상률, 김형주와 성은모(2013)의 문항들을 수정보완하여 주말과 평일에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시간을 청소년이 응답한 문항을 사용하였다. 응답은 ‘전혀 안함(1점)’ 부터 ‘30분 미만(2점)’, ‘30분~1시간 미만(3점)’, ‘1시간~2시간 미만(4점)’, ‘2시간~3시간 미만(5점)’, ‘3시간~4시간 미 만(6점)’, ‘4시간 이상~(7점)’으로 이루어져있어 점수가 높을수록 자기주도학습시간이 높음을 의미한다. 주말의 스스로 공부한 시간과 평일의 스스로 공부한 시간 간 상관은 .662(p < .001)로 높게 나타났다.
4) 학업성취
학업성취는 전 교과 성취도의 주관적 평가로 지난 학기 전 과목 성적 수준을 기준으로 청소년이 응답한 문항을 사용하였다. 응답은 ‘매우 못함(1점)’ 부터 ‘매우 잘함(5점)’까지 5점 Likert 척도로 되어 있어, 점수가 높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3. 자료분석
본 연구는 SPSS 21.0 (IBM Co., Armonk, NY)와 SPSS Macro Process v.3.4 (Hayes, 2018)를 이용 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주요 변인들의 평균, 표준편차 및 정규성과 연구모형을 구성하는 주요 변인들 간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기술 통계와 Persons 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Process Macro 6 모형을 이용하여 이중매개효과모델(double mediator model)을 검증하였다. 이때,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방법을 사용하였으며, 부트스트래핑의 추출수는 5,000개로 설정하고 신뢰구간 95% 내에 0이 포함되지 않으면 유의한 것으로 검증하였다(Hayes, 2017).
Ⅲ. 연구결과
1. 예비분석
주요변인들의 왜도는 -190 ∼ .380, 첨도는 -.242 ∼ .421로, 왜도의 절대값이 3 이하, 첨도의 절대 값이 10 이하라는 정규성 가정의 기준을 충족하였다(Kline, 2015). 또한, 청소년의 성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는데, 그릿(t = 5.61, p < .001)과 학습열의(t = 3.96, p < .001), 성취수준(t = 3.75, p < .001)은 남자가 높게 나타났으나 자기주도학습시간(t = -3.72, p < .001)은 여자가 높게 나타났다.
한편, 주요변인들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표 2>), 모든 변인들 간 상관이 유의하였다. 구체적으로, 학업성취는 그릿과 학업열의 및 자기주도학습시간과 정적인 상관이 나타났고(rs = .278 ~ .523, p < .001), 그릿은 학업열의(r = .494, p < .001)와 자기주도학습시간(r = .228, p < .001)과 정적인 상관이 나타났다.
2. 그릿, 학업열의, 자기주도학습시간, 학업성취 간 관계
1) 그릿이 학업열의에 미치는 영향
SPSS Macro를 이용한 순차적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1단계로, 그릿이 학업열의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에 대해 검증한 결과는 <표 3>과 같다. 그릿은 학업열의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B = .605, p < .001), 그릿이 높으면 학업성취가 높았다. 이때, 모든 변인에서 성차가 나타난 점을 근거로 청소년의 성별을, 가구소득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들(구인회, 박현선, 정익중, 2006;노지영, 2016)을 근거로 가구소득을 통제하였다.
2) 학업열의가 자기주도학습시간에 미치는 영향
순차적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2단계로, 학업열의가 자기주도학습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표 4>). 그 결과, 학업열의는 자기주도학습시간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B = .789, p < .001), 청소년의 높은 학업열의는 자기주도학습시간을 증가시켰다. 또한 그릿 또한 자기주 도학습시간에 유의한 영향을 미쳐(B = .285, p < .01), 그릿이 높을수록 자기주도학습시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자기주도학습시간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
순차적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3단계로, 자기주도학습시간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표 5>), 자기주도학습시간은 학업성취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B = .062, p < .001), 학업열의도 학업성취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 = .776, p < .001). 즉, 자기주도학습시간이 길수록 학업성취는 높고 학업열의가 높으면 학업성취가 높았다. 또한 그릿은 학업성취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3.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 학엽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의 순차적 매개효과
그릿이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을 통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는 <표 6> 및 <그림 2>와 같다. 먼저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총효과는 유의미하였다(B = .554, p < .001). 간접경로들도 모두 유의하여, 그릿이 학업열의를 통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고, 그릿이 자기주도학 습시간을 통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며, 마지막으로 그릿은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을 통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그릿이 학엽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을 통해 학업성취에 미치는 순차적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랩핑을 실시한 결과, Effect=.030(.006), CI[.018, .043]로 95% 신뢰구간 내 0을 포함하지 않아 순차적 매개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릿이 높으면 학업열의가 높고, 학업열의가 높으면 자기주도학습시간을 더 많이 가지며, 이는 학업성취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청소년의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과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의 순차적 매개효과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청소년의 그릿은 청소년이 지각한 학업성취에 직접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그릿이 학업성취도와 유의한 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들(김선정, 김봉환, 2022;김이영 등, 2021;Duckworth et al., 2011;Duckworth & Quinn, 2009)과는 다른 결과이다.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직접 경로는 유의하지 않았지만 이에 앞서 살펴 본 상관관계에서는 청소년의 그릿이 학업성취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그러나 청소년의 그릿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을 살펴보는데 있어,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는 그릿이 학업성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의 그릿 영향력이 청소년의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에 비해 약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릿이 가치와 인지조절(임효진, 2018), 학업적응(Hwang, Lim, & Ha, 2018), 자기조절학습(문공주, 함은혜, 2016;황매향, 하혜숙, 김명섭, 2017)을 통해 간접적으로 학업성취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들과도 유사하다. 또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탁하연과 조규판(2021)의 연구에서도 그릿과 학업성취도 간의 관계에서 학업열의의 매개변인을 고려하자 직접적 영향력이 낮아지는 연구결과가 나타나 이를 지지한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의 그릿이 학업성취에 직접적인 설명 변수로 작용하기보다는 다른 매개변수를 통하여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영향이 감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그릿을 청소년의 학업성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기보다는, 그릿을 통해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이 형성되고 학업성취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학업성취에 있어 단순히 청소년의 그릿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릿이 학업 성취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에서 고려한 학업열의, 자기주도학습 시간 등과 같이 심리적, 행동적 기제를 포함하는 매개변인을 함께 고려하고 강화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청소년의 그릿과 학업성취의 관계에서 학업열의는 학업성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그릿과 학업성취 간 관계에서 매개역할을 하였다. 이는 청소년이 학업성취를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과 인내를 많이 보일수록 학업열의를 더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높은 학업성취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그릿이 높을수록 학업열의와 학업 성취가 높아지고 그릿이 학업열의와 정적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결과들(임효진, 이소라, 2020;조홍식, 2019;Hodge, Wright, & Bennett, 2018)과 그릿과 학업성취도 간의 관계를 학업열의가 매개한다는 연구결과(O’Neal, Goldthrite, Riley, & Atapattu, 2018)와 맥을 같이 한다. 또한 그릿은 다양한 맥락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예측하고 학부 학점 평균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Zimmerman & Brogan, 2015)결과와 그릿이 학업효능감 및 학업성취와 정적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들(임효진, 2018;최정아, 2018;Jiang et al., 2019;Muenks et al., 2018;Wolters et al., 2015)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이는 청소년의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그릿을 강화시키기 위한 지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학업열의를 높이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중1의 그릿이 중1 학업열의와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중3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본 함영난(2023)의 종단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집단 모두 그릿이 높을수록 학업열의가 높아졌으며 그릿이 학업열의 뿐 아니라 중1과 중3 학업성취에 간접효과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학업열의가 장기적으로도 학업 성취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짐작할 수 있어 학업열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셋째, 청소년의 그릿과 학업성취의 관계에서 자기주도학습시간의 매개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여, 이는 학업성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청소년의 그릿과 학업성취 관계에서 매개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청소년이 학업성취를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과 인내를 많이 보일수록 주말과 평일에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시간을 더 많이 가짐으로써 더 높은 학업성취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내재적 동기와 학습흥미가 높은 경우에 학습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더 좋은 학업성취를 보인다는 연구(Singh, Granville, & Dika, 2002)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학업성취의 중요한 예언변수라고 주장하며 자기주 도적 학습능력과 GMAT (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 점수 간에 정적 관계가 있다는 연구(Morris, 1995)와 맥을 함께 한다. 자기주도학습은 크게 시간활용과 스스로 공부를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활동, 즉 자기조절학습이라는 측면이 있는데(신혜숙, 2023), 자기주도학습시간이 사교육보다 중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김희삼, 2011)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고등학생의 학업성취도와 학업자아개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허은정, 이재덕, 2014) 본 연구 결과를 지지해준다. 이렇듯 학업성취에 있어 자기주도학습시간은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데,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스스로 학습의 주도권을 가지고 학습을 실행하고 학습결과에 책임을 지는 능동적 학습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높은 학업성취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학습시간을 스스로 계획하고 확보할 수 있는 능동적 학습자가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학업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고, 노력을 지속시키는 ‘그릿 향상 코칭 프로그램’과 같이 그릿을 증진시키는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의 그릿과 학업성취의 관계에서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을 순차적으로 투입하였을 때 유의한 매개효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청소년이 목표달성을 위한 열정과 인내를 많이 보일 수록 공부에 대해 더 중요하고 가치있게 여길뿐만 아니라 공부를 향한 에너지와 몰두를 더하게 되며, 이렇게 증가된 학업열의는 자기주도학습시간을 더욱 증가시켜 결국 높은 학업성취를 가져오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중학생의 학업열의와 학습시간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연구(권은경, 2022)와 청소년의 그릿이 자기주도학습에 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김은임, 2020), 그리고 중1 그릿이 학업열의에 영향을 주고 그 학업열의가 동일시점인 중1 학업성취와 2년 이후 시점인 중3 학업성취에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함영난, 2023)의 결과와 유사하다. 이는 청소년의 학업성취 증진을 위해서는 단순히 그릿을 향상시키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 그릿을 통해 청소년들이 공부에 흥미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하여 청소년들 스스로 학교 외 시간에 공부하는 주도적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즉 청소년들이 높은 학업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릿뿐만 아니라 높은 학업열의와 많은 자기주도학습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자기주도학습능력뿐만 아니라 자기조절학습능력도 향상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그릿이 성공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변인으로 대두되면서 학업 장면에서도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청소년의 그릿과 학업성취 간의 유의미한 관계를 설명해주는 매개 변인인 학업열의와 자기주도학습시간의 순차적 관계를 검증함으로써 교육장면과 상담장면에서 현실적인 개입방법과 관련 프로그램 개발의 기초자료를 제공해주었다는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이러한 본 연구의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후속연구를 제안 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횡단연구설계를 사용하여, 연구변인들 간 인과관계의 해석은 불가능하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학업성취를 측정하기 위해 학생이 보고한 주관적 평가를 사용하였다. 주관적 학업 성취도는 응답자의 기준이나 솔직함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으며 과목별 학업성취도와 전체 학업성취도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객관적인 학업성취도 지표를 추가하고 과목별 차이를 고려하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중학생만을 연구 대상으로 포함시켜 진행되어 본 연구결과를 우리나라 청소년 전체에 일반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추후 고등학생까지 확대하여 연구를 진행한다면 보다 심도 깊은 연구결과와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