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한국의 돌봄 정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왔으나 여전히 돌봄에 대한 상당한 책임은 가족에게 부여 되고 있으며, 누가 가족 돌봄을 하고 있고, 돌봄의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함선유, 2023). 특히, 청소년 및 청년의 가족돌봄에 따른 기회비용은 삶의 전 영역에 지속적이고, 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관련 사회적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다(함선유, 2023). 국내에서는 이들의 가족 돌봄을 효(孝), 가족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해왔고(허민숙, 2022), 이들은 사회적 관심과 학술적 논의의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숨겨져 왔던(hidden) 집단이었다(최윤진, 김고은, 2022; Leu & Becker, 2017). 이를 반영하듯, Leu와 동료들(2023)이 제시한 국가 차원의 가좀돌봄 청년(young carer, 영케어러) 인식 수준 유형에 따르면, 한국은 ‘무반응 국가’에 해당한다는 논의도 이루어진 바 있다(허민숙, 2022)1).
최근 들어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제고되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족돌봄청년의 삶 속 경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국내에서 부족한 실정이다. 가족돌봄을 하는 자녀의 삶은 그 동년배가 가지는 삶 속 기회들과 동일하지 않을 수 있어 (Frank, 2002), 삶 속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일찍이 Frank(2002)는 가족돌봄을 하는 자녀에 대한 논의들을 검토한 뒤, 가족돌봄을 하는 자녀의 생활 속에도 긍정적 경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돌봄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측면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가족돌봄청년은 높은 수준의 우울을 보이는 등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어왔다(Alfonzo et al., 2022;Lacey, Xue, & McMunn, 2022; Robinson, Inglis, & EGan, 2020). 영국의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을 대상으로 한 Becker와 Sempik(2019)의 연구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최근 국내에서 이루어진 관련 실태 조사에서도 가족돌봄청년의 우울감은 일반 청년 대비 7배나 높았다(보건복지부, 2023). 이는 가족돌 봄청년의 우울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최근 영케어러와 관련된 사회적 관심이 제고된 것은 사실이나, 특히, 장애인 가족구성원 내 자녀의 경험에 초점을 둔 연구는 제한적인 실정이다(김미희, 2003). 장애인과 그 가족구성원과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장애인 당사자, 장애 자녀를 둔 부모/보호자,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자매에게 초점을 두어왔다(예: 문산희, 정희경, 2020;부경희, 공현주, 박성준, 2021;양지형, 전상신, 2020;조수민, 한경임, 2020)2).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들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한 숨겨진 현상(a curiously hidden phenomena) (Newman, 2005; 김소진, 2012에서 재인용)으로, 한국에서도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집단이며, 여전히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김소진, 2022). 제한적이지만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의 경험을 살펴본 연구들에 따르면, 부모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자녀의 우울 수준이 더 높았고(김소진, 김사현, 2013), ‘마음이 멍들어감’, ‘외로움’, ‘혼자 삭혀야 함’(김미희, 2003)과 같은 부정적 경험들이 보고되었다. 전술한 비장애 자녀의 우울 관련 선행논의들과 가족돌봄청년의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의 심각성이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의 우울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의 우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돌봄부담에 주목하였다. 국내외 선행연구들(부경희 외, 2021;이민경, 2019; Rhee et al., 2008; Townsend, Noelker, Deimling, & Bass, 1989)은 돌봄이 필요한 가족구성원을 돌보는 개인이 느끼는 돌봄부담이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해왔다. 그러나, 돌봄을 수행하는 가족구성원 가운데서도 청소년 및 청년 자녀의 돌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정이었다. Sahoo와 Suar(2009)는 영케어러의 가족 돌봄의 결과로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꼽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가족돌봄청년의 돌봄 경험을 탐색하려는 질적인 차원의 시도들이 이루어진 바 있는 데, 해당 연구들에서는 ‘막막함’, ‘외로움’, ‘혼자 삭힘’, ‘번아웃’, ‘무기력’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경험함이 공통적으로 보고되었다(김미희, 2003;김아롱, 정익중, 2023;최윤진, 김고은, 2022). 가족 돌봄 부담이 야기한 우울로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했다(김아롱, 정익중, 2023;최윤진, 김고은, 2022). 전술한 논의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장애 부모를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의 우울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돌봄 부담에 주목하고자 한다.
한편,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한 Alfonzo, Singh, Disney, Ervin과 King(2022)은 관련 연구영역에서 가족돌봄의 경험이 어떻게 정신건강과 관련을 맺게 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후속적 논의가 필요함을 제기한 바 있다. 비록 장애부모를 돌보는 비장애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돌봄부담과 우울 간 관계에서 부모의 장애로 인한 삶의 부정적 변화 인식의 매개적 역할을 살펴본 연구는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지만, 본 연구는 다음의 선행논의(김서영, 2023; 김아롱, 정익중, 2023; 선정은 외, 2022; Sahoo & Suar, 2009; Kavanaugh, 2014; Lakdawala & Bharadwaj, 2022)들을 미루어 이들 간 관계를 유추하고자 하였다.
가족 돌봄의 역할과 그에 따른 부담으로 가족돌봄청년은 동년배가 보내는 청년의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부정적 경험을 하기도 한다. Sahoo와 Suar(2009)는 가족돌봄청년의 돌봄 경험은 이들의 삶 속 신체적 차원, 정신적 차원, 사회적 차원과 같이 삶의 다면적 차원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제시하였다. 우선, 가족돌봄 청년의 일상생활 속 행동반경은 집 주변으로 좁아지게 되며 자유롭지 못하다(선정은 외, 2022). 이는 돌봄이 이들의 일과에 우선순위가 됨(김아롱, 정익중, 2023)을 시사한다. 영케어러에 대한 영국의 한 보고서(Becker & Becker, 2008)에서는, 대부분의 영케어러는 더 많이 외출(go out)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으나, 이는 점점 더 커지는 돌봄 책임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로 인해 제한되었음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이는 가족돌봄청년의 일상생활 속 행동반경 및 활동에 제한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가족돌봄의 수행은 청년의 학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Kavanaugh, 2014; Sahoo & Suar, 2009). 장애부모를 둔 자녀들은 학교생활(schooling activities)의 시간을 부모를 돌보는 데에 할애 하기도 한다(Lakdawala & Bharadwaj, 2022) 가족돌봄의 역할은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뿐 아니라, 학업 성취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한 조사에서는 관련 문항에 응답한 영케어러 가운데 절반 이상은 돌봄 역할이 아니었다면 더 좋은 학업 성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 응답한 바 있다(Sempik & Becker, 2014). 그뿐만 아니라 관련 문항에 응답한 영케어러의 약 30%가 돌봄 역할로 인해 학업(대학)을 중단한 경험을 보고하였다(Sempik & Becker, 2014). 이와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발견되는데, 가족돌봄자의 역할 수행의 과정에서 학업을 뒷전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김아롱, 정익중, 2023;선미정, 장정은, 김진영, 2022).
가족돌봄의 경험은 학업뿐 아니라, 취업, 연애, 결혼 등 청년 시기에 대표적으로 겪는 생애사건에 방해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김서영, 2023). 우선, 가족돌봄의 경험은 학업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 혹은 직장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일하는 시간을 가족돌봄에 할애하거나 (Lakdawala & Bharadwaj, 2022), 가족돌봄으로 인해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게 되기도 하고, 결근하게 되기도 한다(Sempik & Becker, 2014).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봄의 부담으로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힘들어지고(김아롱, 정익중, 2023;선미정 외, 2022), 가족돌봄이 직업 선정(위치, 시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Sempik & Becker, 2014).
또한, 가족돌봄 청년은 대인관계 형성과 유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Blake-Holmes, 2020). 만성질환을 앓는 가족구성원을 돌보는 개인에 대한 Lackey와 Gates(2001)의 연구에서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돌봄으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영역 가운데 하나였다. 더 나아가, 연애와 결혼은 청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특징적인 생애사건일 수 있는데, 가족돌봄은 연애와 결혼 영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서영, 2023;Blake-Holmes, 2020). 김서영(2023)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 참여자들은 가족돌봄으로 인해 연애하기 어려움을 보고하였다. 결혼을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못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존재함이 논의되기도 하였다(김소진, 2012). 이는 가족돌봄 청년에게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과 부모 돌봄과 관련된 고민은 불가분한 관계에 있음을 가리킨다(김소진, 2012).
돌봄의 과정에서 가족돌봄청년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Lacey, Xue, & McMunn, 2022).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Robison, Inglis와 Egan(2020)의 연구에서 가족돌봄청소년은 가족돌봄을 하지 않는 집단과 비교하였을 때 더 낮은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보였다. 장애를 가진 가족 구성원을 들거나 돌보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자신감, 자아존중 감을 상실하거나, 내재화된 문제들을 경험하기도 한다(Sahoo & Suar, 2009). 그뿐만 아니라, 돌봄에 들이는 시간 및 에너지로 소진을 경험하며,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할 기회 또한 충분히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김서영, 2023). 이는 장애부모를 둔 가족돌봄청년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및 성격과 가치관 형성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장애 부모에 대한 돌봄이 자녀의 생활 속에 미친 영향은 자녀의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장애 및 질환이 있는 부모를 돌보는 자녀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국외의 연구(Pakenham, Bursnall, Chiu, Cannon, & Okochi, 2006)는 부모의 장애 및 질환으로 인한 돌봄이 미친 영향은 자녀의 우울과 더불어 불안, 스트레스 및 신체화(somatization)와 관련성을 지님을 보고하였다. 예를 들어, 장애 및 질환이 있는 부모를 돌보는 과정에서 경험한 활동의 제약 및 고립과 같은 부정적 영향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신체화 증상과 정적 관련성을 맺었다(Pakenham et al., 2006). 국내 가족돌봄 청년의 돌봄 실태에 대한 노혜진, 박나리(2023)의 연구에서는 가족돌봄청년이 돌봄으로 인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받았다고 지각을 할 때, 더 높은 수준의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경험하였다. 이는 가족돌 봄청년이 지각한 돌봄부담의 정도가 높을수록,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영향의 정도를 높게 지각할 수 있고, 이는 차례로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나, 가족돌봄자의 정신건강에 주목하였던 국내의 임정기와 노혜진(2021) 의 연구 또한 가족 돌봄이 미친 부정적 영향이 돌봄자의 우울을 이끎을 짐작게 한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자가 돌봄으로 인해 자신의 건강과 지지체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인식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고하였다(임정기, 노혜진, 2021). 이는 부모의 장애가 자기 삶의 영역에 미친 영향을 부정적으로 인식할수록 우울의 정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본 연구는 그간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가족돌봄청년의 삶에 주목하여, 가족돌 봄청년의 주관적 돌봄부담이 어떻게 우울을 야기하게 되는지, 그 관계를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두 변수 간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요인으로서 부모의 장애로 인한 삶의 부정적 변화 인식에 주목하였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는 아래와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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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1. 장애 부모를 둔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돌봄부담과 우울 간 관계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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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문제 2. 장애 부모를 둔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돌봄부담과 우울 간 관계에서 부모의 장애로 인한 삶의 부정적 변화 인식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Ⅱ. 연구방법
1. 분석자료
본 연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삶 패널조사 3차수 데이터(2020년 조사)를 활용하였으며, 비장애 가족돌봄청년 212개의 사례를 추출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15년 1월 부터 2017년 12월 사이 장애등록을 마친 등록장애인과 가구원을 목표 모집단으로 하고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장애인삶 패널조사는 장애인 당사자의 장애등록 이후 삶 속 경험과 변화들뿐 아니라, 그 가구원의 삶 속 경험이 모두 조사되었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 적합한 자료라 판단된다.
본 연구의 분석사례에 대한 인구사회학적 특성 등은 다음과 같다. 남자는 97명으로 45.8%, 여자는 115명으로 54.2%를 차지하였다. 20대는 96명(45.3%), 30대는 116명(54.7%)이었다. 최종학력의 경우, 고졸 이하는 88명(41.5%), 대졸 이상은 124명(58.5%)이었다. 분석자료 가운데 일자리를 가지지 않은 청년은 69명으로 전체의 약 33%였고, 일자리가 있는 청년은 143명으로 전체의 약 68%였다. 배우자가 없는 청년은 193명으로 전체의 약 91%였고, 배우자가 있는 청년은 약 19명으로 9%에 불과 하였다.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건강상태의 평균은 2.95점, 표준편차는 .448이었다. 로그 월평균 가구소득의 평균은 2.46점, 표준편차는 .278이었다. 부모와의 관계 평균은 3.28점, 표준편차는 .555였다.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정도의 평균은 3.00점, 표준편차는 .657이었다. 부모의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를 살펴보면, 부모 장애 유형이 신체 외부장애인 경우는 146명(68.9%), 신체내부장애 및 정신장애인 경우는 66명(31.1%)이었고, 부모 장애의 정도가 경증인 경우는 94명(44.3%), 중증인 경우는 118명(55.7%)이었다. 덧붙여, 부모가 장애인복지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 편인 경우는 107명(50.5%), 만족하는 편인 경우는 105명(19.5%)이었다. 분석사례에 대한 일반적 특성은 <표 1>에 제시된 것과 같다.
2. 측정 도구
1) 주관적 돌봄부담
가족돌봄청년의 돌봄 부담에 있어, 본 연구는 주관적 돌봄부담 관련 문항을 사용하였다. 장애인 부모(패널3))에게 도움(돌봄 등)을 제공하는 데에 있어 느끼는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묻는 문항 1개를 활용 하였다. 응답범주는 ‘1=전혀 부담되지 않음’ ~ ‘4=매우 부담됨’과 같으며 값이 클수록 돌봄 제공에 느끼는 부담의 정도가 큼을 가리킨다.
2) 우울
장애인삶 패널조사는 우울 측정에 The Center for Epidemiologic Studies Depression Sclae(CES-D) 척도(Kohout, Berkman, Evans, & Cornomi-Huntley, 1993) 문항을 활용한 바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상당히 우울했다’,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다’를 포함하는 9개 문항을 분석에 활용하였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응답범주는 4점 리커트 척도이며(‘1=극히 드물다(일주일에 1인 미만)’ ~ ‘4=대부분 그랬다(일주일에 5일 이상)’), 값이 클수록 우울의 정도가 높음을 가리킨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본 우울 척도의 신뢰도 계수는 Cronbach’sα=.927이다.
3) 부모의 장애가 삶에 미친 부정적 변화 인식
부모의 장애가 가족돌봄청년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변화 인식은 장애인삶 패널 연구진이 작성한 ‘장애가 당사자와 주변인에 미친 영향’을 측정하는 문항을 통해 측정되었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생활방식, 건강, 교육/학업, 직업/구직, 결혼/연애 등 삶 속 8개의 영역 각각에 대해 장애가 삶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묻는 8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본 척도는 ‘1=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10=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와 같이 10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되어, 점수가 낮을수록 장애가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본 연구에서는 점수가 높을수록 장애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하기 위하여 문항들을 역코딩하여 분석에 투입하였다. 본 척도의 신뢰도 계수는 Cronbach’sα=.953이다.
4) 통제변수
인구사회학적 변인들과 본 연구의 연구주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고 논의되어 온 변수들을 통제하였다. 우선, 장애부모를 둔 청년의 특성인 성별, 연령, 학력, 일자리 유무, 혼인상태, 건강상태를 통제하였다. 성별의 통제는 가족돌봄으로 인한 결과 및 제약, 우울에 있어 성별 차이가 존재했다는 선행연구의 논의를 고려하기 위함이다(노혜진, 박나리, 2023). 성별의 응답범주는 ‘1=남성’, ‘2=여성’과 같았는데, 남성을 기준범주로 더미 변수화하여 분석에 투입하였다(0=남자, 1=여자). 연령의 경우, 연령대(10대, 20대 등)와 같이 기준으로 응답범주가 구성되어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20~30대 청년을 추출하여 분석하였기에 20대를 기준범주로 더미변수 처리하여 활용하였다(0=20대, 1=30대). 학력의 경우, 응답범주는 ‘1=미취학’, ‘2=초등학교’, ‘3=중학교’, ‘4=중학교’, ‘5=전문대’, ‘6=대학교’, ‘7=대학원 석사’, ‘8=대학원 박사’, ‘9=무학’과 같았는데, ‘0=고등학교 졸업 이하’, ‘1=대학교 졸업 이상’과 같이 재코딩한 뒤 더미변수화하여 분석에 투입하였다. 일자리 유무 변수의 경우, ‘1=있음’, ‘2=없음’과 같이 코딩되어 있었는데, ‘일자리 없음’을 기준범주로 하여 더미분석 처리한 뒤 분석에 활용하였다. 결혼 상태 변수의 경우, 혼인 상태를 묻는 문항을 활용하였으며, 응답범주는 ‘1=배우자 없음’, ‘2=배우자 있음’과 같았다. 본 연구에서는 ‘배우자 없음’을 기준범주로 하여 분석에 투입하였다. 청년의 건강상태 또한 통제변수로서 고려하였는데, 지난 6개월 동안의 건강상태를 묻는 문항 1개가 활용되었다. 값이 클수록 지난 6개월 동안의 건강상태가 좋았음을 가리킨다(1=매우 나쁘다 ~ 4=매우 좋다).
다음으로 장애부모 및 가구의 특성을 통제하였다. 부모의 기능적 손상(functional impairment) 정도와 질환 및 장애의 유형 등이 영케어러가 지각한 돌봄의 부정적 영향과 관련성을 가진다는 논의 (Pakenham, Bursnall, Chiu, Cannon, & Okochi, 2006)를 토대로, 부모의 장애 유형 및 장애 정도를 통제하고자 하였다. 우선 부모의 장애 유형의 경우, 15개 장애 유형에 대한 빈도분석을 진행한 뒤, 장애 유형별 응답 빈도를 고려해 ‘신체 외부장애’와 ‘신체 내부장애 및 정신적 장애’로 재코딩하였다. 신체외부장애를 기준범주로 한 뒤, 더미변수로 하여 분석에 투입하였다(0=신체외부장애, 1=신체내부 장애 및 정신장애). 부모의 장애 정도 또한 통제하였다. 해당 변수의 응답범주는 ‘1=중증’, ‘2=경증’과 같았는데, 더미변수 처리하여 분석에 투입하였다(0=경증, 1=중증). 부모의 일상생활 도움 필요 정도 또한 통제변수로 고려하였는데, 이는 장애부모의 일상생활 도움 필요 정도가 낮을수록 자녀의 삶의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는 선행 논의(김은지, 김한솔, 2023)를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패널, 즉 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생활 도움 필요 정도를 묻는 1개 문항을 활용하였는데, 값이 클수록 부모가 일상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정도가 큼을 가리킨다(1=전혀 필요 없다 ~ 4=매우 필요하다).
또한, 장애부모와 청년 자녀의 관계를 통제변수로 투입하였다. 패널과의 관계 정도를 묻는 문항 1개가 사용되었는데, 값이 클수록 청년이 인식하는 부모와의 관계가 긍정적임을 의미한다(1=매우 나쁘다 ~ 4=매우 좋다). 부모의 장애와 관련하여, 장애인복지 서비스 만족도 또한 통제하였는데, 이는 부모의 장애 관련 공적 지지와 자녀의 삶의 만족과의 관련성을 보고한 선행 논의(김은지, 김한솔, 2023)를 고려하기 위함이었다. 장애인복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패널 즉 장애인 당사자가 인식한 장애인복 지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문항으로 조사되었다. 값이 클수록 장애인복지서비스에 대해 만족하는 정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1=매우 불만족 ~ 4=매우 만족). 마지막으로,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가 경험하는 어려움으로 경제적 차원의 어려움이 논의되어왔고(강승원, 2016;김소진, 2012), 월평균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의 삶의 만족 수준이 높다(김은지, 김한솔, 2020)는 점을 고려해 월평균 가구소득을 통제하였다. 장애인삶 패널조사는 작년 한 해 동안 패널 가구에서 발생한 소득을 측정하였는데, 근로소득, 사업⋅부업소득, 개인 재산⋅금융⋅연금소득, 사적이전소득, 공적이전소득, 비경상소득을 포함하여 월평균 가구소득이 계산된다. 해당 변수는 연속형과 범주형으로 응답을 받고 있는데, 범주형으로 응답을 조사하는 이유는 무응답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이렇게 범주형으로 응답된 것은 소득의 총계를 산출할 때, 범주형 응답의 중간값으로 대체하여 계산에 활용된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월평균 가구소득 변수의 왜도와 첨도를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상용로그를 취한 뒤 분석에 활용하였다.
3. 분석 방법
본 연구는 다음의 절차를 통해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인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돌봄부담이 우울에 미치는 경로를 분석하였다. 우선, 분석자료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탐색하고, 변수 간 관계의 방향성 을 살펴보기 위한 빈도분석과 기술통계, 상관관계 분석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변수 간 구조적인 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델링(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을 활용하였다. 측정모형 및 구조 모형의 적합도 판단은 χ2, CFI, RMSEA, SRMR을 살펴보았다. 이들 네 가지 적합도 지수들은 각기 다른 배경에서 탄생한 모형적합도 평가 방법 중에서 대표되는 지수들로 평가되어 이들을 종합적으로 보고할 것이 권장되고 있다(김수영, 2016). 여기에 상대적으로 표본 크기에 영향을 덜 받는 TLI를 추가적으로 살펴보았으며, 구조방정식 모형적합도 평가는 Hu와 Bentler(1999), 그리고 Kline(2006)의 기준을 참조하였다. 간접효과의 유의성 검증에는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법을 활용하였다.
Ⅲ. 연구결과
1. 기술통계 및 상관분석 결과
본 연구의 주요 변수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표 2>에 제시된 것 같다. 주요 변수들의 경향성을 살펴 보면, 독립변수인 주관적 돌봄부담의 평균은 2.25점, 표준편차는 .721이었다. 매개변수인 부모의 장 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 인식의 평균은 49.06점이었고, 표준편차는 11.315이었다. 마지막으로, 종속 변수인 우울의 평균은 11.68점, 표준편차는 5.116였다.
변수 간 관계성과 다중공선성 문제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하여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표 3>과 같다. 주요 변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종속변수인 우울은 독립변수인 주관적 돌봄부담(r=.23, p<.05) 과 매개변수인 부모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 인식(r=.35, p<.05)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 독립변수인 주관적 돌봄부담과 매개변수인 부모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 인식은 또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r=.27, p<.05).
2. 구조모형 분석 결과
구조모형 분석에 앞서 측정모형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측정모형 적합도를 분석한 결과, χ2= 277.780(df=118, p<.001)4), CFI=.945, TLI=.936, RMSEA=.080(90% C.I.=.068 ~ .092), SRMR= .052로, 수용할 만한 수준의 적합도를 보였다. 표준화요인부하량 또한 .649~.918로 나타나,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통제변수를 포함한 구조모형을 설정한 뒤, 적합도를 살펴본 결과, χ2=444.155(df=313, p<.001), CFI=.959, TLI=.943, RMSEA= .045(90% C.I.=.035~.054), SRMR=.039로 양호한 수준의 적합도를 보였다. 이상의 구조모형 적합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변수 간 개별 경로의 효과를 살펴본 결과는 아래와 같다.
가족돌봄청년의 우울에 대해, 주관적 돌봄부담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 인식 정도는 우울에 정적 영향을 미쳤다(B=.081, p<.01). 이는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을수록 가족돌봄청년의 우울을 증가시킴을 가리킨다.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인식에는 주관적 돌봄부담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정적 영향을 미쳤다(B=.269, p<.05). 이는 가족돌봄청년이 지각하는 돌봄부담의 정도가 높을수록 부모의 장애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는 정도가 더 높음을 가리킨다.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돌봄부담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에 대한 인식의 간접효과가 유의한지 살펴보기 위하여 부트스트래핑 방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총효과는 .090(95% C.I.=.009~.202)으로 95% 신뢰구간의 상한과 하한에 0을 포함하지 않아 유의하였으나, 직접효과는 95% 신뢰구간의 상한과 하한에 0을 포함하여 유의하지 않았다. 간접효과는 .022(95% C.I.=.002~.066)로, 95% 신뢰구간의 하한과 상한 사이에 0을 포함하지 않아 유의하였다. 이는 가족 돌봄청년이 지각하는 돌봄부담의 정도는 우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를 더 크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우울을 증가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이상과 같은 분석 결과의 자세한 사항은 <표 4>와 <그림 1>에 제시한 것과 같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장애부모를 돌보는 청년, 즉 가족돌봄청년이 경험하는 돌봄부담이 어떻게 우울을 증가시키는지를 탐구하고자 하였고, 특히 그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 인식의 매개 역할에 주목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본 연구에서 가족돌봄청년이 지각하는 주관적 돌봄 부담과 우울의 관계는 직접적 영향이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기존의 논의들은 가족돌봄청년이 우울 등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을 다수 경험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Alfonzo et al., 2022;Lacey et al., 2022;Becker & Sempik, 2019). 이에 최근 국내에서는 주로 탐색적인 질적 연구(김아롱, 정익중, 2023;최윤진, 김고은, 2022)로 돌봄 부담 과 우울 간 관계를 논의하였다. 가족돌봄청년들은 고되고 만성화되는 돌봄 제공과 부담 속에서 자기 자신과 진로, 자기돌봄 등을 잃어버려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탈되는 삶을 홀로 버티다 우울한 생애 주기를 보낼 수 있다(김아롱, 정익중, 2023;최윤진, 김고은, 2022). 이처럼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돌봄 부담은 그들의 일과와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자신보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집중되는 생활과 관련됨으로써 소진과 우울 등을 이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가족돌봄청년의 주관적 돌봄 부담과 우울 간 관계는 직접적인 영향보다 다른 요인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 관계를 지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주관적 돌봄부담과 우울 간 관계에서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에 대한 인식의 매개적 역할에 주목하였다. 분석 결과, 주관적 돌봄부담은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변화에 대한 인식을 경유하여 우울에 간접적인 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는 장애부모를 둔 청년 자녀가 경험하는 주관적 돌봄 부담은 부모의 장애로 인한 삶의 부정적 변화를 더 높은 수준으로 인지하게 만들고, 이는 차례로 우울을 증가시킴을 가리킨다. 가족돌봄청년이 자신의 부모를 돌보는 과정에서 경험한 활동의 제약 및 고립과 같은 부정적 변화 및 영향은 우울과 같은 부정적 정서와 관련이 있었다는 논의(노혜진, 박나리, 2023;Pakenham et al., 2006)와 상통한 지점이 있다.
상기의 분석 결과를 미루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우선, 본 연구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두되어 범정부적 차원의 실태조사 및 지원사업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에, 가족돌봄청년 이슈에 대한 경험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가족돌 봄청(소)년 관련 기존 논의들은 주로 질적인 연구 방법론을 통해 이루어져, 양적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제기되어 왔다(King, Shields, O’Flaherty, Kavanagh, & Spittal, 2023). 이와 같은 맥락에서 Alfonzo, Singh, Disney, Ervin과 King(2022) 또한, 가족돌봄청년이 가족 돌봄을 수행하지 않는 또래 집단에 비해 더 낮은 수준의 정신건강을 보임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논의되었으나, 방법론적으로 양적인 차원의 근거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한계를 짚었다. 본 연구는 양적 연구 디자인을 통해 장애부모를 둔 가족돌봄청년의 돌봄부담과 우울이라는 정신건강 간 관계를 밝힘으로써, Alfonzo와 동료들(2022)이 제시하였던 선행연구들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Alfonzo와 동료들(2022)은 가족돌봄청(소)년 관련 연구들이 지니는 방법론적인 한계점을 짚음과 더불어, 가족돌봄의 경험이 어떻게 정신건강과 관련성을 지니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에 후속 연구들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제기하였다. 본 연구는 가족돌봄청년의 돌봄이 우울과 청년의 삶에 부정적 변화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경로를 밝힘으로써, 앞서 논의되었던 연구 공백(research gap)을 다루는 데에 기여하였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그동안 가족돌 봄청년에 대한 논의가 사례 중심적이고 질적인 차원의 탐색적 논의에 집중되었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돌봄부담과 우울에 대한 메커니즘을 부모의 장애로 인한 삶의 부정적 변화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론적 논의를 확장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 대상과 관련하여 본 연구는 장애부모를 돌보는 청년 집단에 주목하였다. 그간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는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집단으로 논의되었으며(김소진, 2012), 관련 학술적 논의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장애부모를 둔 자녀의 97%가 비장애인이었다는 관련 실태조사 결과(김성희 외, 2022)를 미루어보았을 때,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의 삶 속 경험에 대해 논의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필요성에 근거하여 장애부모를 돌보는 비장애 가족돌봄청년에 주목함으로써, 장애부모를 둔 자녀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관련 논의를 확장하는 데에 기여하였다고 사료된다.
전술한 연구의 의의와 더불어, 본 연구는 가족돌봄청년의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정책적⋅실천적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가족돌봄청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 가족돌봄청년은, 돌봄으로 인해 일상 속 행동반경이 집 주변으로 좁아지는 경우가 많고(선정은 외, 2022), 돌봄이 일과의 우선순위가 되어(김아롱, 정익중, 2023)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기에,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는 찾아가는 서비스 방식을 활발히 적용⋅강화할 필요가 있다(선정은 외, 2022).
둘째, 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 부모를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이 경험하는 주관적 돌봄부담의 수준 이 더 높을수록 부모의 장애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더 높게 인식하여, 궁극적으로 우울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족돌봄청년의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돌봄부담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돌봄⋅가사, 병원 동행 심리적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일상돌봄서비스를 가족돌봄청년에게 제공하여 일상 속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였으며(보건복지부, 2024b), ‘2024년 新 취약청년 전담지원 시범사업’ 관련하여 지자체 선정 공모하는 등, 가족돌봄청년의 돌봄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여러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24a). 이와 더불어 범정부적 차원에서, 또 지역사회 차원에서 가족돌봄청년의 돌봄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들이 적극적으로 활발히 논의될 필요가 있겠다.
셋째, 노혜진과 박나리(2023)는 가족돌봄청년 지원사업 운영에 있어, 청년들이 돌봄자 역할에만 고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돌봄부담은 부모장애로 인한 삶의 부정적 변화 인식과 정적 관계에 있다. 그리고 차례로 부모의 장애가 자신의 건강, 사회적 관계, 학업 및 직업 등 삶에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인식의 정도가 높을수록, 가족돌봄청년의 삶에 대한 우울 또한 증가하였다. 이는 가족돌봄청년의 돌봄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정책들의 추진과 더불어, 그들의 건강, 직업 등 청년의 삶에 대한 다면적 차원의 개입이 요구됨을 가리킨다. 특히, 청년기는 자신의 정체감을 찾고, 미래 삶의 방향을 탐색하며 확대된 인간관계와 사회 생활을 할 뿐 아니라, 가정을 꾸리는 등 삶 속 경험의 지평이 확대되는 시기이다. 그러한 시기 속 가족돌 봄청년이 그들의 일상생활, 학업, 취업, 결혼, 대인관계 등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려움은 다양하게 나타난다(김서영, 2023;김아롱, 정익중, 2023; 선정은 외, 2022; Sahoo & Suar, 2009; Kavanaugh, 2014; Lakdawala & Bharadwaj, 2022). 따라서 청년의 역할을 돌봄자 역할에 고정하는 지원보다, 이 시기 청년들의 발달적 과업 및 특성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편, 이상과 같은 논의에서 상기할 점은 장애부모 또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대한 고려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으며, 연구 결과를 왜곡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해석이 요구된다. 본 연구의 결과는 장애부모가 지닌 장애 그 자체가 가족돌봄을 수행하는 청년의 삶의 부정적 변화 또는 우울을 초래하는가를 논하는 것이 아닌 돌봄부담과 삶의 부정적 변화 인식을 중점으로 살펴보았다. 이에 대한 기저에는 가족돌봄이 더는 가족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정책과 지원이 부족함에 기인함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가 지니는 의의와 함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 또한 지닌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가족돌봄청년의 돌봄을 논의하는 데에 있어, 주관적인 돌봄부담을 다루었다. 한편, 돌봄은 다차원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 가령, 집안일 및 가정일, 재정적 차원과 정서적 차원의 돌봄, 특히 부모를 돌보는 경우 형제자매까지 돌보아야 하는 형제돌봄 등 그 내용은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노혜진, 박나리, 2023). 후속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다차원적인 돌봄내용과 청년이 지각하는 주관적인 돌봄부담을 다룰 필요가 있다.
둘째, 가족돌봄을 수행하는 자녀가 겪는 긍정적인 경험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돌봄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측면을 뛰어넘기에(Frank, 2002;Sahoo & Suar, 2009), 본 연구에서는 가족돌봄청년이 경험하는 돌봄의 부담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가족돌봄청년들 가운데서도 가족돌봄 수행 과정에서 높은 삶의 만족도를 경험하거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준비하고 성장하는 등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경우가 존재하기도 한다(김서영, 2023;Frank, 2002;Sahoo & Suar, 2009). 이는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에도 긍정적으로 적응하는 자녀 집단을 탐구하고,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탐색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됨을 가리킨다. 국외에서는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의 적응적인 대처 전략(Skovdal, Ogutu, Aoro, & Campbell, 2009) 및 이점 발견(benefit finding)(Wepf, Joseph, & Leu, 2021), 가족돌봄의 긍정적 측면(Thomas et al., 2003)과 같은 적응적 경험을 살펴보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져 온 바 있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가족 돌봄청년이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한 논의를 통해 관련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실천적⋅정책적 함의를 제언함과 더불어, 가족돌봄청년의 긍정적 적응과 어려움의 극복을 함께 다룸으로써 가족돌봄청년에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겠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가족돌봄청년의 돌봄부담이 부모장애로 인한 삶의 부정적 변화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차례로 우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돌봄 경험에 대해 보다 확장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돌봄부담에 대한 주관적 차원의 인식뿐 아니라 돌봄을 수행하는 시간의 양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관적인 돌봄부담과 돌봄시간 간 관계를 고려하여 분석을 재현하는 후속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넷째, 본 연구에서는 장애부모를 돌보는 20~30대의 청년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후속연구에서는 연령대별로 나타날 수 있는 삶의 경험들을 구체적으로 포착하여 다룰 필요가 있겠다. 국내에서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연령의 기준이 상이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지자체별 가족 돌봄청년지원 조례에서도 지원 연령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특별시 가족돌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2023)에서는 9세 이상 34세 이하의 사람을 가족돌봄청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9세 에서 24세까지 적용하거나, 9세에서 39세까지를 적용하고 있는 지자체도 존재하는 등 연령 기준이 다양하다(임윤희, 2023). 덧붙여, 가족돌봄청년, 돌봄이 필요한 청⋅중장년의 일상생활 속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에서는 최근 가족돌봄청년의 연령을 확대하여 만 13세에서 39세까지로 간주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24). 그러나 10대의 삶의 경험, 20대 초반의 삶의 경험과 30대 중반에 경험할 수 있는 삶 속 경험들은 상이할 수 있기에 후속연구에서는 연령대별로 장애부모를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의 경험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등에 대하여 탐구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그간 가족돌봄청(소)년 집단은 사회 내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집단이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청소년 또는 청년 집단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King et al., 2023). 따라서 King과 동료들(2023)은 부모의 장애를 추적하는 것은 가족돌봄청(소)년들을 발견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King et al., 2023). 후속연구에서는 부모의 장애 발달 궤적(trajectories)을 추적함으로써 어떤 유형에서의 청소년 및 청년이 가족돌봄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가족돌봄청(소)년의 발굴과 관련된 학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