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은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의 권리 보호를 명시하며 영유 아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영유아의 발달적 특성으 로 인해 자신의 권익이나 권리 침해 문제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영유아를 둘러 싼 성인, 특히 영유아의 옹호자 또는 의무 이행자라 할 수 있는 부모와 교사는 영유아에게 그들이 가진 권리를 가르치고 실천해야 할 책임이 있다(Reardon, 1995). 특히 영유아의 일상에서 긴 시간을 함께 하는 교사의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과 실천은 영유아의 지속적인 발달과 행복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교사의 인식 증진과 실천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제도적 변화(보건복지 부, 2015: 이송이, 정희정, 2019)가 있었고, 권리존중 교육이 제공(김영은, 이희선a, 2016;김영은, 이희선b, 2016;양명자, 2015;이미선, 김한나, 2015;이용주, 조숙영, 2023;이지은, 임희수, 2024) 되어왔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교사들은 여전히 비슷한 도전과 딜레마를 직면하고 있다. 다음의 사례 는 본 연구를 위한 교사 면담 내용과 2010년 발표된 논문 속의 면담 내용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A : 아이의 요구와 교사의 요구가 충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어느 정도 조절을 해야될지…, 식습관을 지도할 때 어린아이들은 영양을 균형 있게 먹어야 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 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먹는 경우가 있는데 지도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한테 균형 있는 식습관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 싫어하는 것도 먹어야 된다고 요구하게 돼요. 이때 먹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서 먹지 말아야 되는지, 아니면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교사가 강요를 해야 하는 게 맞는지….
<서영숙(2010). 아동권리와 보육교사의 전문성에서 발췌>
B : … 반찬이 자기 좋아하는 거 없어서 한 숟가락 먹고는 밥을 안 먹고 싶다고 얘기를 하는데…, 자기 가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면 밥을 한 번 더 먹어보자고 말을 안 해도 자기 스스로 다 먹는데, 이렇게 자기가 먹고 싶은 반찬이 없을 때는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먹고 안 먹겠다 할 때…, 사실 어른들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반찬들은 안 드시잖아요(웃음). 억지로 먹지는 않는데 그럴 때 고민이 되는 거예요. 이 친구가 안 먹고 싶다고 할 때 안 먹이는 게 맞는지. 실질적으로 사실 먹어야 하는 게 맞지만….
<교사 5, 1차 면담, 2023. 10. 12>
A의 면담과 B의 면담 내용은 13년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영유아의 요구와 교사의 지도 사이에서 교사가 강요와 존중 사이의 공통된 딜레마를 속에서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A : 기다려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그런 경우가 있어요. 아동권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유아도 성인과 똑같이 한 인격체로써 존중하는 그런 말이 먼저 떠오르거든 요. 근데 실제적으로 아이들하고 같이 생활을 할 때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솔직히 있어요.
<서영숙(2010). 아동권리와 보육교사의 전문성에서 발췌>
B : … 어떨 때는 ‘내가 과연 이 아이들하고 눈을 마주쳐서 몇 번을 공감해 주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왜냐하면 아침에 와서 너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이 아이들하고 정말로 그냥 “이거 해주세요”, “어~” 이러고…, 그런 기본적인 건 해주지만 ‘과연 내가 이 아이의 눈빛을 보면서 얼마나 얘기를 하고 서로 소통 했는가…?’라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해 봐요. 그때는 저도 하~ 어떤 애들은 조금 더 안 기는 애가 있는 반면에 자기 혼자서 잘 노는 애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잘 노는 애들은 손이 덜 가는 편이고, 계속 나만 봐달라 하는 애들도 있는데… 그때는 너무 정신없 이 있으니까 잘 모르는데, 이제 애들이 다 가고 난 다음에 이렇게 앉아 있으면 ‘내가 얼마나 애들 한테 얼마나 마음의 소통을 했는가?’
<교사 3, 1차 면담, 2023. 10. 12>
A와 B의 사례가 제시하는 것은 긴 시간의 흐름 동안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권리 존중과 실천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김영은, 이희선a, 2016;김영은, 이희선b, 2016;양명자, 2015;이미선, 김한나, 2015;이용주, 조숙영, 2023;이지은, 임희수, 2024) 제도의 변화(보건복지부, 2015)가 있었 음에도 현장의 교사들은 여전히 비슷한 도전에 직면하고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간에 파문을 불러온 2015년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1)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면서 아동권 리에 대한 강조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리고 지속해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례에 대해 미디어는 문제의 원인을 교사의 개인 자질이나 인성의 문제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오지은 외, 2019;정의철, 이창 호, 2017). 보육 현장에서 아동 권리 존중을 위한 교사의 역할이 강조됨에 따라 학계에서는 아동학대의 원인에 대한 연구들이(강영욱, 채신영, 2021;김은영, 2017;박정은 외, 2021;이미훈, 2014) 이루어 졌고, 연구 결과 보육교사의 인성과 직무스트레스와 같은 개인적 요인을 아동학대의 주원인으로 보고 하였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는 교사들에게 아동 권리 인식 증진을 위한 다양한 권리교육 프로그램들(김영은, 이희선a, 2016;김영은, 이희선b, 2016;양명자, 2015;이미선, 김한나, 2015;이용주, 조숙영, 2023;이지은, 임희수, 2024)을 제공하고, 교사 개인의 인성과 자질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기관 차원에서 어린이집은 인성교육과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또한 우려 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의무설치(보건복지부, 2015)가 도입되었다. 보육교사 를 양성하는 기관 차원에서는 2016년부터 예비유아교사의 인성 강화를 위해 보육교사(인성)론 강좌를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였다(이송이, 정희정, 2019).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동학대를 예방 하고 아동권리를 존중하기 위한 초점이 보육교사에 맞춰지고, 교사에 대한 사회적 감독 체제가 강화되 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교사에 초점을 맞춘 아동권리 존중 인식과 실천을 위한 제도적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제시된 교사 면담 사례는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의 교사들은 여전히 비슷한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의 인식 변화와 자질 향상을 목표로 외부에서 제도와 정책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교사들이 겪는 어려 움이 과거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현장 내부에서 실제 경험하는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현장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아동권리 존중을 실천에 있어 어떤 구체적 인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동권리 존중 실천에 있어,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다양한 요 인들(강현구, 2014;김채연, 유서구, 2024;정효정, 2021;홍경자, 안영혜, 홍순옥, 2015)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교사의 딜레마와 그들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본 연구는 포토보이스 방법을 활용하여, 그동안 아동권리 존중의 주된 비판 대상이자 관리 감독의 대상이고, 아동권리 존중 프로그램과 교육의 주된 대상이었던 교사들이 능동적인 연구의 참여자 입장 이 되어, 주제와 관련 있는 사진을 촬영하고, 그 사진에 대한 해석을 연구자와 공유하였다. 연구 참여자 가 선택하고 해석하는 사진 자료를 활용한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은 참여자의 경험과 관점을 더욱 진정 성 있게 담아내기에 적합하며(Latz, 2017/2018), 연구 참여자로 하여금 공동체 삶에 관한 문제를 인 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Wang & Burris, 1994). 이와 같이 포토보이스 연구는 연구 참여자가 제한적 역할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 방법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오영범, 2023a;.2023b; Latz, 2017; Wang, Cash, & Power, 2000).
몇몇 교사의 경험이 단지 ‘특정’ 또는 ‘특수한’ 상황의 문제가 아니며, 개별 교사의 문제가 아님을 13년의 세월 차를 둔 교사들의 공통된 토로에서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차를 두고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교사의 어려움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것을 요청한다. 이에 본 연구는 아동권 리 존중 딜레마를 단순한 구조적 문제로 보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교사의 자율성과 실천적 지혜를 중심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일상에서 겪는 아동의 권리 존중 경험과 딜레마를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연구자들은 교사들의 목소리와 관점을 공유 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교사의 실천 경험은 어떠한지 탐구하고자 하였다.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교사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아동권리 존중의 경험은 어떠한가?
Ⅱ. 연구방법
1. 포토보이스
포토보이스(photovoice)는 사진을 의미하는 ‘photo’와 목소리를 의미하는 ‘voice’가 결합한 단 어로서 연구 참여자들이 촬영한 사진과 그 사진에 관한 연구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연구 방법이다. Wang과 Burris(1997)는 연구 참여자가 사진을 통해 공동체의 특징과 의미를 드러내고, 공동체가 발 전할 방법을 제시하는 과정이라 밝히고 있다. 이처럼 포토보이스는 수동적 대상 피험자로 취급되던 기존의 연구모델과 달리 참여자들이 연구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며 공동-연구자로서의 위상을 지 니는 참여적 행동 연구이다(Latz, 2017/2018). 사회 문제에 대한 공동체 중심의 이해를 강조하는 참 여적 행동 연구는 공동체 중심의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체 행동을 지향하며 연구 참여자가 연구에 대해 소유권을 공유하는 특징을 지니며(Kemmis & McTaggart, 2005),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노력으 로 나온 연구 결과가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지향한다.
아동권리의 주요 침해 사례인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이 교사 개인이라는 미디어 보도 양상(조형숙, 고선, 2020)과 교사의 인성과 직무스트레스가 아동학대의 요인(채신영, 2020, 최현주 외, 2022)이라 는 선행연구들은 현장의 외부 관점에서 나온 의견이라 할 수 있다. 연구 참여자인 교사들이 아동권리 존중을 실행해야 하는 현장의 내부 당사자로서 포토보이스 방법에 참여하여 실제 자신들이 경험하는 일상과 인식을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표면적 관찰이나 외부적 분석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포 착할 가능성을 열어준다(김경민, 이현진, 2024).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은 아동권리 존중에 대한 경험 을 공유하면서 재인식할 기회가 될 수 있고, 이런 내부적 관점의 의견을 통해서 아동권리 존중 교육이나 정책 개발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아동권리와 유아교육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전문가 들로 연구자 1(1 저자)과 연구자 2(2 저자)는 아동권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아동권리 존중과 아동의 권리 실현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연구자 3(3 저자)은 아동권리 존중 보육을 실제 현장 에서 실천하고 있는 보육 전문가로 아동권리를 존중하는 보육 방법론을 적용하며 아동의 발달과 권리 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스터디 모임에서 아동권리를 주제로 논의를 진행하 는 과정에서 아동권리 존중 보육의 실천적 어려움과 교사들이 겪는 딜레마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 게 되었고, 이러한 어려움이 보육 현장에서 아동권리 존중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어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포토보이스 연구에 적합한 연구 참여자 수는 학자들마다 견해의 차이가 나타나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Polkinghorne(1989)는 5~25명의 개인과 면담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Baker & Wang(2006) 은 7~10명을 이상적인 연구 참여자 수로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바탕으 로, 의도적 표본 수집 방법을 통해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Y 시에서 P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연구자 3(3 저자)은 교사들에게 연구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고,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를 희망하는 교사 7명 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P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연구자 3(3 저자)와 교사들은 평소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을 위해 아동권리 관련 교사 연수 및 교육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2023년 9월 13일 연구 참여자로 선정된 P 어린이집 교사 7명을 대상으로 오리엔테 이션을 진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면담 내용은 녹음되며, 녹음된 내용은 가명으로 처리되어 발언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처리하고 내용 분석할 것임을 밝혔다. 이 설명을 듣고 교사들은 연구 참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오리엔테이션 진행 후 1명의 교사가 연구 불참 의사를 밝혀 최종 6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들과의 신뢰 형성을 위해 사전 오리엔테이션 단계에서부터 라포 형성(rapport building)에 집중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도록, 직장 상사인 연구자 3(3 저자)의 면담 참여를 배제하여 참여자들이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 면담은 연구자 1과 2가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자 3(3 저자)은 분석 과정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하였지 만, 참여 교사들의 발언이 모두 가명으로 처리된 상태의 전자 자료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첫 번째 면담에서 일부 참여자는 아동권리 존중에 관한 자기 경험과 생각이 왜곡되거나, 자신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면담이 진행됨에 따라 참여자들 간의 의견이 공유되고 상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면담 마무리 단계에서는 “이야기하고 나니 뭔가 해소 된 느낌이다”라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두 번째 면담에서는 참여자들이 첫 번째 면담보다 연구자들에 게 더 친숙하게 반응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면담이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그들의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 연구 절차
포토보이스의 실행 과정은 연구 주제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 Latz(2018)는 포토보이스 연구실행 과정을 파악, 모집, 교육, 기록, 서술, 관념화, 발표, 확증의 8단계로 나눠 제시하였으며, Wang(2006) 은 정책 입안자와 지역사회에서 힘이 있는 지도자를 염두에 두어 9단계로 제시하였다. Hergenrather et al.(2009)는 선행 연구 31편을 분석하여 10단계로 제시하였다. 포토보이스 연구는 포보토이스의 실행 과정이 연구 주제와 상황에 따라 연구 절차가 상이한 점 고려하여 연구자는 Wang(1999)이 제시 한 준비, 조사, 분석, 공유, 실천의 5단계로 연구를 실행하였다.
1단계 준비 단계에서는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에 따라 연구를 계획하고 연구 과정을 파악한 후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연구 참여자의 역할 안내, 연구 참여 동의서 및 사진 공개 동의서 작성, 사진 촬영 시 주의 사항 안내, 사진 제목과 설명문 작성 양식 등을 안내하기 위해 연구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다. 2단계 조사 단계는 총 2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연구자는 연구 참여 자에게 주제를 안내하고, 연구 참여자는 주제에 따라 사진을 촬영하고 사진 설명문을 작성하였다. 조사 기간은 회당 2주 정도 소요되었다. 조사 자료는 온라인 공간에 연구 카페를 개설하여 공유하였다. 3단 계 분석 단계에서는 매회 조사가 마무리되면 연구 참여자와 연구자는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연구 참여 자가 생성한 사진 자료와 사진 설명문, 면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은 연구자 간 3차의 협의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으며, 연구 참여자와 공유하여 분석 결과를 확인받았다. 4단계 공유 단계는 연구 결과를 외부에 보고하는 단계로 본 연구의 공유는 학회 발표와 지역 어린이집 원장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5단계는 연구 결과를 영상으로 제작하여 관련 기관, 어린이집 연합회에 배포하 여 교사들의 의견이 긍정적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다. 구체적인 연구 절차 및 연구 시기는 <표 2>와 같다.
4. 자료 수집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조사와 분석 단계에서 이루어졌다. 총 2회에 걸쳐 진행된 조사에서는 연구 참여자에게 ‘아동 권리와 관련된 상황 및 에피소드’, ‘아동권리 존중의 어려움과 혼란’이란 주제를 제시 한 후 사진 촬영과 사진 설명문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교사들은 회당 5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사진 설명 문을 작성하였으며 총 59장의 사진과 설명문(A4 59장)이 수집되었다. 분석 단계에서는 2회에 걸쳐 교사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면담 내용은 녹음 후 전사를 진행하여 연구 자료로 활용하였다. 총 5시간의 면담이 진행되었으며, 면담에서 A4 99장(1차:39장, 2차: 60장)의 전사 자료가 수집되었다. 자료 수집 단계 및 자료는 <표 3>과 같다.
조사 단계에서 수집된 사진에 대한 설명은 SHOWeD 질문에 기반하여 작성하도록 안내하였다. SHOWeD 질문은 See(이 사진에서 무엇이 보입니까?), Happening(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Our(우리의 삶과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Why & exist(왜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Do(이 상황에 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의 다섯 가지다(Wang, 1999;Wang, 2006). 연구 참여자가 작성한 사진 설명문이 SHOWeD 질문에 기반하지 않은 경우 사진 공유와 면담 단계에서 질문을 통해 설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분석 단계에서는 반구조화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은 총 5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필요시 추가로 1:1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연구자는 면담을 주도하거나 연구 의도를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반구조화 면담의 질문 구성은 <표 4>와 같다.
5. 자료 분석
자료 분석은 자료가 생성되는 조사 단계부터 시작되었으며, 자료 수집이 끝난 후 Braun과 Clarke (2006)가 제안한 6단계 주제 분석법에 기초하여 연구자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되었다. Braun과 Clarke (2006)의 6단계 주제 분석법의 단계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료와 친숙해지기 단계에서는 수집된 자 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정리하며, 코딩하기 단계에서는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주제와 관련한 내용 을 선택하고 유목화한다. 주제 찾기 단계에서는 코딩된 주제들의 개념화 내용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주제 재검토화 단계에서는 주제를 최소화한 범주와 하위범주로 나눠 자료를 재검토한다. 주제 명명하 기 단계에서는 선정된 주제를 반복적으로 비교⸳분석⸳검토하고 주제의 명확성, 일관성, 독립성을 확인 한다. 마지막으로 보고서 작성하기 단계에서는 생성된 주제가 의미하는 내용을 인용하여 연구 결과를 진술한다.
초기 자료 분석에서는 특정한 이론적 프레임 없이 원자료를 정독하는 과정을 거쳤고, 반복되는 자료 의 정독 과정에서 참여자의 목소리를 이론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이론적 틀로 푸코의 통치성과 신자유 주의 이론을 찾게 되었다. 푸코의 통치성은 권력의 미시적 작동 방식과 자기 규율 과정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며, 신자유주의는 개인화된 책임과 제도적 압박이 교사의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틀을 제공한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수집된 자료를 읽고 주제를 찾기 위해 3차에 걸쳐 협의를 진행하였 다. 연구자들은 1차 협의를 통해 아동권리 존중과 교육, 교사의 정체성 혼란, 교사의 소진, 타인의 시선, 교사 권리 등으로 자료를 범주화하였으며, 2차 협의를 통해 자료를 해석하기 위한 이론으로 푸코의 통치성과 신자유주의 이론을 도출하였다. 3차 협의에서는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 내용을 검토한 후 변 화된 인식, 변하지 않는 고민(보육 활동과 통치성), 부모 요구 맞춤 보육(신자유주의 영향 하의 보육), 흔들리는 보육(신자유주의 교사로서 정체성 혼란)으로 주제를 명명화하였다. Braun과 Clarke(2006) 의 6단계 주제 분석법과 연구자 간 협의 과정은 <표 5>와 같다.
3차에 걸친 협의 과정 이후 연구자들은 주제, 사진 자료, 대화 내용에 대한 해석을 반복적으로 읽고 재검 토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이 분석한 내용은 유아교육 전문가 및 아동 권리 전문가 3인(유아교육학과 교수, 유아교육학 박사, 아동권리 전문가)을 통해 자료 분석의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Ⅲ. 연구결과
푸코의 통치성은 권력이 사회를 관리하고 규제하는 방식과 개인의 자율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설 명하는데 유용한 개념(권정현, 2017;김종훈, 2017;한형근, 2015;Foucault, 2011)으로, 아동권리 교육과 보육 정책의 맥락에서 교사들이 경험하는 구조적 제약과 규제 메커니즘을 분석하는데 하나의 관점을 제공한다. 푸코에 따르면, 통치성은 통치자 또는 지배 권력이 억압적, 강제적으로 개인들을 권 력에 복종시키는 전통적인 의미의 권력과 달리, 미세한 일상적 실천과 지식의 형태로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를 유도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에 의해 자발적, 적 극적으로 통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한다(이주호, 2023). 이와 같은 통치성의 개념은 보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행동과 실천을 분석하는 데 적용해 볼 수 있다. 교사들이 어떤 규범과 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과 실천에 적용하는지를 탐색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자유화, 시장 중심의 정책, 그리고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사상 의 흐름이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신자유주의는 교육을 포함한 공공 서비스 영역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시장 원리와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교육 및 보육 현장에서 부모 의 요구와 경제적 논리에 따른 변화와 압박을 초래한다(박상은, 2020). 이런 변화는 교사들의 교육적 신념과 실천에 혼란을 야기하며(권정현, 2017;권미경, 2015),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김소영, 2011;김천기, 2012;윤선진, 2010, 이규빈 외, 2023). 따라서 이론적 틀로서 푸코의 통치성과 신자유주의 이론은 교사들이 직면하는 복합적 딜레마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중 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1. “어떡하지? 교실에 서 좀 더 놀이를 하다가 나가야 되는데” : 변화된 인식, 변하지 않는 고민
참여 교사들이 촬영한 사진과 설명문을 보면, “손잡아 주세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휴식 이 필요해요” 등과 같이 사진 제목의 화자가 유아로 설정된 비율이 높았다. 1차 면담 30장 중 24장, 2차 면담 29장 중 18장의 사진 제목이 유아를 화자로 설정하였다. 연구자가 사진 제목과 설명문 작성에 대해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에 연구자는 주목하였다. Berger & Mohr(1993)는 어떤 사진 앞에서건 관찰자는 자기 속의 무언가를 거기다 투사한다고 하였다. 교사들 은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지만 유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유아의 목소리로 투사하여 말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유아가 화자로 설정된 제목들은 참여한 교사들이 평소에 견지하고 있는 아동의 관점을 나타 내는 것이라 짐작되며, 현상을 아동의 관점에서 보고자 하는 교사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예로 보인다.
그동안의 연구들은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다양한 노력들(김은설, 박수연, 2010)이 영유 아를 미성숙하고 수동적 존재로 바라보던 교사의 인식을 변화시켜 왔음을 나타내고 있다(고영숙, 이대 균, 2018). 그리고 이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표준보육과정 운영으로 이어졌다(박고은, 장명희, 2019). 표준보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는 아동권리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영아의 건강한 성장⸳발 달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을 위한 내적 원리나 규범을 가지고 노력 하지만, 어린이집 평가제와 기관 운영 시스템은 교사가 지향하는 아동권리 존중 보육과 상충하는 보육 을 파생시키고 있었다.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 과정에서 나타난 교사의 어려움은 <그림 1>, <그림 2>, <그림 3>, <그림 4>와 같다.
표준보육과정에서는 영아의 놀이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교사는 1시간의 지속적인 실내 놀이 운영이 란 평가 기준으로 인해 영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었다. 그리고 일괄적 낮잠 시간, 영아의 영양을 고려한 급식 및 영아 관리를 위한 기본생활지도 등은 어린이집 운영 시스템으로 인해 영아의 개별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양상을 보였다.
… 근데 교사 입장에서는 교실에서 실내 자유 놀이를 해야 하는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유도를 해보지만, 막무가내로 울며 떼쓰고 밖에 나가자고…, 그래서 일단은 평가제에서 요구하는 시간 을 맞출 수가 없어서 그냥 나갑니다. 아이들 요구를 먼저 받아 주기 위해서 나가서 신나게 놀다가 또 교실로 들어와서 놀다가 또 나가다가 이걸 반복하고 있어요. 그 0세 아이들한테 이 평가제에서 요구하 는 하루 일과, 실내 자유 놀이 1시간 이상 유지하기, 이건 참 어렵더라고요…. 이 상황이 오면 ‘어, 어떡 하지? 조금 더 교실 안에서 놀이하다가 나가야 하는데…, 계속 저기 문 앞에 나가자고 이야기하네’ 이렇 게 제가 계속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면서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더라고요. (중략) 실내 놀이는 교실 공간에서 실내 공간에서 한 시간 이상, 무조건 한 시간 안에는(동안은) 그게(놀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야 해요. 그리고 바깥 놀이 같은 경우에는 연령대별로 달라요. 30분 1시간 막 이렇게 바깥 놀이도 반드 시 해야 하고요.
<교사 1, 2차 면담, 2023. 10. 26>
교사1: (평가제 기준은 있지만) 현장에 있는 교사가 그 기준은 있지만 현장에 있는 교사가 융통성 있게 하면… (돼요.)
연구자1: 그래도 평가제 평가인증 하시는 분이 오시면….
교사1: 오시면 (평가제 기준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죠.
<교사 1, 2차 면담, 2023. 10. 26>
안 자고 싶은 친구도 있고 또 한 번 자면 못 일어나는 친구도 있고, 하원 시간 때문에 깨워서 오후 간식도 먹어야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깨워 야 하는 상황이고 (중략) 그리고 (못 일어나는 아이) 어머니가 많이 재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몇 시까지 (낮잠 시간 보다 길게) 재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학기 초부터 말씀하셔서. 그 시간에 충분히 자줘야지 다음 활동이 이루어지잖아요. 그런데 꼭 보면 “사탕이나 과자를 먹이지 마세요.”하는 애들이 더 많이 먹고, “우리 아이들 이렇게 하지 마세요.”하는 어머님들의 아이들이 뜻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교사 4, 1차 면담, 2023. 10. 12>
이처럼 교사는 하루에도 여러 번 교육적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하고, 교사의 판단은 유아 최선의 이익 을 위한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교사의 판단은 영유아의 교육뿐만 아니라 권리의 보장으로 도 이어지기 때문이다(김호현, 장희선, 2017). 위의 상황은 영아의 개별적 특성의 고려와 표준보육과 정의 규정 사이에서 혼란함이다.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이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다.
형님들이 특별활동하는 소리가…, 유희실에서 형님들이 특별활동을 하거든요. 그럼 0세 같은 경우 는 특별활동 할 수가 없어요, 18개월 미만은. 근데 너~무, 너~무 관심 있어 해요. 저기 가고 싶다, 저기 가고 싶다 이래서 유모차를 쭉 타고 그냥 있으면 방해가 되잖아요. 그래서 유모차를 타고 한 바퀴 빙 돌면서 형님들이 하는 거를 탐색하고 같이 관심 있게 보고 이렇게 하는데, 평가인증제에선 이것도 하지 말라 하거든요.
(중략) 그러니깐 이렇게 일상생활과 그거랑(평가인증제) 한 번씩 이렇게 부딪힐 때 갈등이 생길 때가 (있어요)….
(중략) 저번에 제가 그런 건 아니고 같은 동료 교사가 알림장에 적었었어요. “오늘은 형님반이 하는 영어 수업에서 아이들 누구, 누구가 잠깐 봤을 때 너무 재밌어했습니다.”(라고 적었어요). (그랬더니) 관찰자가 불러서, “선생님, 아이가 참관 했습니까?” “아니요, 참관한 건 아니고 지나가다가 너무 소리가 크고 재밌어서 잠깐 봤습니다.” “아~ 예.” 이렇게 해서 넘어갔거든요. 근데 그 관찰자 입장에서는 항상 이거, 이거는 하면 안 되는 건데 왜 하지? 그 확인을 해요.
(중략)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지만, 저는 아이들의 욕구, 관심사 이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 관찰자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날만 안 하면 되는 거지, 뭐. (선생님들 웃음)
<교사 1, 2차 면담, 2023. 10. 26>
보육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관리 기제로 기능해야 하는 평가인증제도(보건복지부, 한국보육진흥 원, 2018)와 어린이집 운영 시스템이 오히려 아동권리 존중 보육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은 앞에서 언급된 서영숙(2010)의 연구와 비교해 보아도 아동권리 존중 보육에 대한 교사의 고민은 13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는 아동권리를 반영한 표준보육과정을 교사들에게 제시하고, 보육 과정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교사의 능력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교사는 국가가 목표로 한 보육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계발해 왔다. 하지만 국가는 아동권리 존중 보육 과정에서 나타난 모호한 딜레마 상황을 보육 정책이나 보육 시스템의 측면에서 고려하거나 반영하지 못하고, 결정을 교사 개인에게 남겨두고 있어 종종 교사들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라고 갈팡질팡 혼란을 겪으면서, 그 책임 또한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참여 교사들에게 ‘아동 권리’라는 말을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 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교사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교사 3: 상호작용?
교사 1: 나는 사랑, 믿음, 신뢰,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의무
교사 3: 또 반드시 지켜야 할 그 의무도 있고….
교사들: 없어서 안 되는 보호
교사 4: 안전
몇몇 교사들: 숙명, 선생님들의 숙명.
교사들: 어 맞다 숙명. 숙명 같은….(웃음)
<교사들, 1차 면담, 2023. 10. 26>
여러 반응 중에서 특히 의무, 숙명이라는 표현에 많이 동조하는 모습에서 교사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이 어느 하나를 선택함에 큰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는 성공적인 보육은 교사 개인의 능력에 기반하고 있고, 실패하면 그 책임은 교사 자기 능력 부족에 의한 것이며 모든 책임 은 교사 개인에게 있음을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 두 번째 온 아이 막 정리하고 있는데, 첫 번째 등원했던 아이가 양말 신고 있다가 뺑글뺑글 돌다가 넘어져 버린 거예요. 그러면서 사고가, 안전사고가 한 번 났어요. 그 이후로는 (영아가) 양말 신으면 불안해요. ‘어 저거 또 넘어지면 어떡하지?’ 이렇게 되는 거예요.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는 거죠.(중략) 아동권리 존중에 조금…, 아 이걸… 권리를 존중을 해 줘야 하는데… 아, 이건 아니다. 제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유아가) 싫어해도 설명은 하고, 이야기는 하고 (양말을) 벗겨요.
<교사 1, 1차 면담, 2023. 10. 12>
저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더 교사로서의 조금 걱정?, 두려움과 자존감이 많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안전사고가 한 번 일어나면 추락하는 기분도 들고, 뭔가 ‘정말 그만둬야 하나?’. 뭐 어쨌든 제 교실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하면 안 그러신 부모님들도 계시는데, 일단 다친 게 먼저 부각이 되기 때문에 그 부분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이거든요.
<교사 4, 1차 면담, 2023. 10. 12>
이는 공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여 개별 학교 및 교사에게 책무성을 부여하는 신자유주의적 관점 (이규빈 외, 2023)의 영향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하의 공교육은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일종의 서비 스업으로 격하되는 양상을 보인다(김소영, 2011). 이런 교육계 전반적 흐름이 영유아 보육에도 영향을 미쳐, 보육을 하나의 보육 서비스 상품으로 규정하고, 교사는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해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의 질에 대한 책임을 교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개별화된 존재가 된 것이다(김기홍, 2019;김정아, 2018). 즉 교사의 지위는 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질에 좌우되며, 유아, 학부모로부터 존중받던 교사의 권위는 상실되는 것이다(박은주, 2018). 교사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서동진, 2009)에 따라 자기 능력과 자질의 계발에 몰두하며 스스로에 대해 책임지는 주체로 변화했다(김천기, 2012). 푸코에 따르면 통치성이란 인간이 어떤 특정한 행위 방식을 취하도록 인도하는 통치술을 말한 다(권정현, 2017). 신자유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교사는 상품화된 서비스와 같은 보육 현장에서 서비스 의 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것이 실패하면 자기 능력 부족 탓이며 그래서 모든 책임은 교사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도록 인도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2. “집에서는 돼도 어린이집에선 안 되는 거지” : 부모 요구 맞춤 보육
교사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보육을 수행함과 동시에 부모가 권리로 생각하는 요구를 수용하는 보육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권력은 일방적이기보다는 주체와 주체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권력 관계망이 형성되며, 그 권력으로 고정되거나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고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통치 의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푸코는 말하고 있다(Foucault, 1994). 이를 교사와 부모 간의 관계에 적용해 보면 교사는 전통적으로 교육과정에 주된 권력 주체라고 인식되었다. 그러나 부모의 어린이집 선택 여부가 수많은 경쟁 속에 있는 어린이집 운영에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부모가 보육 과정에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된다. 다시 말해, 부모가 기관의 운영과 교육에 대해 더 높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서 푸코가 말한 통치성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즉 권력이 다양한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고 볼 때, 영유아를 사이에 두고 부모와 교사 사이엔 새로운 권력관계가 형성되었으며(한형근, 2013), 부모의 권력은 교사로 하여금 유아 중심 보육이 아닌 ‘부모 요구 맞춤 보육’을 수행하도록 하는 통치성 의 양상이 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5>, <그림 6>, <그림 7>, <그림 8>은 교사와 부모 사이에 형성된 권력관계로 인한 교사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자녀를 수월하게 등원시키기 위해 들려 보낸 장난감으로 인한 다툼, 안전사고 위험 가능성이 있는 옷차림, 부모의 요구에 맞춰진 낮잠 시간 등은 오히려 영아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 <그림 6>, <그림 7>, <그림 8>과 같이 교사는 부모 요구 맞춤 보육으로 인해 발생할 사고에 대해 높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교사들은 누구보다도 영유아들의 발달적 특성과 발달의 권리를 잘 알고 있기에 그것에 반하는 부모의 개별적인 요구 사항을 쉽게 수용하기 어렵지만, 부모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딜레마 상황 속에 있게 된다. 보육 현장을 고려하지 못한 부모들의 개별적 요구 로 인해 아동권리 존중 보육을 실천하는 교사의 의사결정에 혼란과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침에 등원할 때 어머님들께서 아이들이 좀 가기 싫어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자기가 가지 고 놀고 싶어 하는 놀잇감을 가지고 손에 들고 등원시킬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이 아이는 그걸 가지 고 기분 좋게 등원하는데. 다른 친구가 등원해서 이걸 하고 싶어 해요. 그러면 이 아이는 절대 자기 거라 고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다른 친구하고 다툼이 종종 생겨요. (중략) 동기부여에 대한 책임은 저한테 없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한테 있어요.
<교사 1, 2차 면담, 2023. 10. 26>
부모님이 오셔서 애가 크록스하고 운동화 중에 크록스를 신고 싶다고 해서 애랑 실랑이를 하기 싫어 서 애가 원하는 걸 신겨서 보내겠다고 하셨었어요. (중략) 교사이기 때문에 아무리 아이를 잘 봐도 한 번 다치면 그때부터는 교사가 완전히 죄인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충분히 이야기하고 “운동화를 신겨주세요”라고 했는데 이 엄마는 그게 하기 싫은 거예요.
<교사 2, 2차 면담, 2023. 10. 26>
부모의 어린이집 선택이 기관 운영의 주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어린이집 입장에서 부모 요구 맞춤 보육을 수행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는 영아와 부모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교사의 권위보다 는 부모가 원하는 서비스를 얼마나 만족스럽게 제공하는가에 의해 교사의 능력이 결정되는 것으로 나 타난다(박은주, 2018). 교사의 무너진 권위와 부모와 교사 사이에 형성된 권력관계는 참여자 면담에서 도 드러났다.
어제 같은 경우는 저희 반 어머님이 목걸이를 잃어버렸는데 목걸이를 봤냐고, 아기가 어린이집 쓰레 기통에 버렸다고 하는데 혹시 보셨냐고 하셨어요. 제가 아침에 나들이(바깥 놀이) 갈 때도 계속 거기에 너무 신경이 쓰이고, 어머님은 어린이집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니깐, (어린이집에서는) 3살짜리 그 친구보고 계속 물었죠. (중략) 낮잠 시간에 어머니가 (연락하셔서) “선생님 한번 잘 찾아봐 주세요.”(라 고 하셨어요) 저도 아침에 교구장까지 찾아봤어요. 그리고 2시 넘어서 카톡이 왔어요. “선생님! 목걸이 찾았어요. 우리 집 쓰레기통에서 찾았어요.” 진짜 극한 직업이다. 감정이 그렇죠. 제 생각은 ‘이를 계기 로 어머님께서 뭔가 좀 더 다른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교사 4, 2차 면담, 2023. 10. 26>
부모님이 그렇게 잘 받아 주시면 별문제가 안 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교사 3, 2차 면담, 2023. 10. 26>
신자유주의 보육체계 속에서 부모는 스스로를 보육 서비스 수요자로 역할을 설정하고, 보육 기관은 서비스 사용자인 부모의 가치관과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으로 내몰리게 되었 다. 학교와 달리 보육 기관의 선택권은 부모에게 있기에 부모는 보육 기관에서 1순위로 고려되는 수요 자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육 기관이 생존의 압박과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의 하나는 부모의 요구를 수용하고(김영주, 이경화, 2015), 부모와의 갈등 상황을 조성하지 않는 것이었다(서석원, 2015). 즉, 보육 기관은 부모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모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수요자 중심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수요자 중심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자신의 전문적 판단을 유보하고, 영유아 최선의 이익과도 상반될 수도 있는 부모의 개별적 요구 사항들 사이에서 휘청이는 교사의 어려움과 혼란은 면담에서도 드러났다.
영아가 교사에게 공을 던지거나 교사의 머리를 당기는 행동에 대한 대처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 고 있다.
연구자 1: 그러면 선생님 입장에선 고통을 받는 거잖아요. 그걸 선생님이 그냥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 세요?
교사 6: (말을 망설이며) 네, 좀 반반인 것 같아요. 선생님이니까. (선생님으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중략) 어디 선까지가 이 아이의 마음이나 권리를 존중해줘야 하는지 모르겠 고, 그다음에 어떤 부분까지 제가 교사로서(교육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교사로서 이야기한다 해도 요즘 부모님들 입장도 그렇고, 아니면 원장님의 교육적인 철학이 나 견해 이런 것도 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구자 1: (아이 보육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선생님은 부모의 결정을 따르시겠다는 얘기인가요?
교사 6: 음⸳⸳⸳.
연구자 1: 아니면?
교사 6: 그건 좀⸳⸳⸳ 아직 생각을 해보지⸳⸳⸳.
연구자 1: 교실에서 이 아이의 저기(요구)를 어디까지 받아 수용해 줄 것. 교사로서 수용해 줄 것인가 가 부모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맞다?
교사 6: 어⸳⸳⸳. 그게 한 6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연구자 1: 아, 부모님에 그것(요구)⸳⸳⸳ 교사는 40 정도?
교사 6: 네. 40 안에서 교사가 목소리를 크게 낼 수는 없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교사가 교육적 인 부분이나 이런 거에 있어서 이렇게(교육) 해주는 게 옳다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건 알고 있지 만,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서 이제 부모님하고도 최대한 이야기를 해서⸳⸳⸳ 근데 부모님이 만약에 ‘저는 이렇게 하고 싶어요.’라고 하면 그런 부분은 어느 정도 수용을 해야 할(지도)⸳⸳⸳
<교사 6, 2차 면담, 2023. 10. 26>
연구자와 교사 6의 면담과 같이 교사가 자신의 역할을 혼란스러워하거나 결정짓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의 기대와 부모에게 의존하여 운영되는 기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모든 유형의 보육 기관은 부모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구조이며, 교사 또한 보육 기관과 부모 사이의 권력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내면화하고 있었다. 교사는 부모의 요구와 교사의 역할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결정하지 못한 채 보육 활동에서의 혼란과 갈등을 감내하고 있었다. 교사와 부모 관계는 보육전문가와 부모의 관계라기보다 서비스 공급자와 서비스 수용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적 맥락 차원에서 이는 교육과 보육이 곧 서비스로 인식되는 양상으로 교육과 보육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영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교사 6: 저희 반에 유독 한 명이 잠을 자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어요. (중략) 어머니 아버님께서는 유모 차에 재우는 거는 또 싫어하세요. 얘가 처음에 유모차에 재우면, 눕혀 놓으면 자기는 하거든 요. 근데 또 매일매일 (어머님이) 물어보신단 말이에요. 어머님이 (아이가) 유모차에서 혹시 잤는지. 그래서 유모차에서 재우면 빠르기는 한데, 부모님께서 싫어하시니깐 그걸 매일 반 복할 수는 없어요.
연구자 1: 부모님이 그걸 싫어하시는 이유는 뭐예요?
교사 6: 아무래도 유모차에서 자면… .친구들(영아들)이 한창 클 나이고, 뼈랑 이런 것도 그럴(유연 한) 나이다 보니깐, 유모차가 아무리 눕힌다고 해도 허리가 틀어질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이 “유모차에서 자면 아무래도 허리나 이런 부분이 휘어지지 않냐.” 이런 말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연구자 2: 그런데 집에서는 유모차를 안타요?
교사 6: 근데 등원할 때는 유모차. (웃음) (중략)
교사 5: 원래 집에서는 돼도 어린이집에서는 안 되는 거지. 그런 거 정~말 많아요. 집에서는 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안 되는 거.
<교사 6, 1차 면담, 2023. 10. 12>
면담의 사례는 외형적으로는 부모의 의견이 보육 활동에 반영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부모 의 뜻’이나 ‘부모가 원하는 대로’라는 것이 가정과 기관이 연계한 일관된 보육 활동이라기보다 부모가 가정에서 자신들은 실천하지 않거나 못하는 양육 방법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교사에게 부과하는 양상으로 부모의 합리적이고 교육적인 의도보다, 양육에 대한 개별 취향이나 선호를 교사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 운영에 있어서 교육과정 참여자로서 부모의 교육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위의 면담 사례의 경우에서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기보다 오히려 아동권리를존중하지 않거나, 교실 내의 다른 영유아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학 급 운영에 방해되거나, 기관 내 규율을 인정하지 않는 형태의 요구들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요구하 는 부모 자신조차 가정에서 실행하지 않는 사항들을 교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양상의 부모 요구 맞춤 보육에서 교사는 자율성을 가진 보육 운영 주체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로 존재하였으며, 교사로서 의 정체성 갈등과 보육 활동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 그래서 이게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자기의 아이를 돌보는 보모? 이렇게 생각하고 약 발라줘라, 뭐 해줘라, 뭐 해줘라. 집에서 해야 하는 문제를 다 갖고 와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근데 왜 (그것에 대해) 말을 못 하냐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겠다.” 하고 “할 수 없는 건 안 됩니다.”라고 해야 하는 것을 원아 모집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교사들이 할말 못 하고, 또 본인들(부모)이 해야 할 일까지 떠맡아 가면서 그렇게 해 줘야 하는 게 교사는 아니라고요. (교사들이) 다 대학 과정까지 다 밟고, 심지어 다른 공부까지 다 하신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입을 막고, 귀를 막고, 다 눈을 막고…
<교사 2, 2차 면담, 2023. 10. 26>
보육 과정 운영에 있어 교사에게 부여된 자율성은 아동권리 존중 보육을 수행함과 동시에 부모의 요구를 문제없이 수용하고 수행함을 전제로 부여되는 자율성이자, 부모에게 더 나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아동권리는 부모가 내세우는 권력의 수단이자 교사가 부모 요구 맞춤 보육체계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도록 하는 규율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어떻게 해줘야 될지 모르겠는 부분이 있어요.” : 흔들리는 보육
보육교사에게 아동권리인식은 아동의 발달적 특성을 존중하고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 는 데 있어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권리에 대한 표피적 이해와 접근은 아동권리 존중 보육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보육 현장에서 아동권리는 질 높은 보육 활동을 위한 안전장치 인 동시에 아동권리 존중 보육을 변질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그림 9>, <그림 10>, <그림 11>, <그림 12>에서도 나타났다.
<그림 9>, <그림 10>, <그림 11>은 영아의 개별적 요구 수용을 아동권리로 인식한 교사들의 고민과 혼란을, <그림 12>는 영아의 개별적 요구가 고려되지 못한 평가제 지침 대한 교사들의 어려움을 보여준 다. 아동권리가 표피적으로만 해석될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아동권리 존중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성문화하여 기본지침으로만 제공해 왔다. 하지만 국가는 영아 보육 활동의 특수성과 보육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충되는 의무나 책임 또는 판단을 내리기엔 모호한 상황들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은 채 이상적인 보육 활동 매뉴얼과 목표를 기본지침으로 제공해 왔다. 그로 인해 교사는 부모와 영아의 요구와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교사 4: 교육도 좀 많이…. 좀 그런 교육적 지원도 더 많이 해줬으면…
연구자 1: 어떤 교육?
교사 4: 교사가 이제… 좀 많이 알아두면 좋은 (웃음) 그런, 교육 같은 거.
교사 3: 근데 교육이 필요한데, 시간을… 있잖아요, (시간을) 좀 주면… (웃음)
교사 1: (교육이) 주말 아니면, 저녁 시간, 아니면… 진짜 우리는 그러면 언제 사생활(즐기고), 언제 집안일하고. (웃음). 교육이 정말 듣고 싶어요. 듣고 싶어서 보면 (교육이) 2시에서 3시. 그 럼, 어떻게 해요. 휴가를 내야 돼요. 내가 이 교육을 정말 듣고 싶다 그러면 휴가를 내야 돼요. 휴가를 내면 또 다른 사람이 힘들어져요. 주변의 교사들이 그러면 교육을 어떻게 받아요.
연구자 1: 근데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으시고 싶으세요? 아동권리 존중과 관련하여...
교사1: 제가 이번에 받은 교육 중에 제일 간단한 거 “MZ 부모 세대의 이해” 이런걸 하니깐…, MZ 부모 세대들이 (육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내 아이에 대한 교육을 (기대)하고 보육을 (원)하는 구나.…. 이걸 알게 되니깐 우리 시대하고 또 다르다. 아, 그러면 나도 MZ 세대와 맞춰서, 지금 세대가 그러니까, 이렇게 맞춰서 아이를 보육시키고 교육하는 것도 좋겠네. 이게 그때 팍! 뭐가 뜨였어요. 아, 또 머리 한 대 탁! 맞은 것처럼. 아, 이게 이거였구나, MZ 세대들이 요구하는 게. 그런 교육이 실생활에 탁 와닿더라고요.
<교사들, 2차 면담, 2023. 10. 26>
아동권리가 질 높은 보육의 안전장치로서 작동하려면 영유아들의 권익을 위해 교사가 올바른 결정 을 내릴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동권리는 교사에게 윤리적 행위에 대한 책임만을 강조할 뿐 실제 일상에서 올바른 판단의 근거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교사들의 면담에서도 드러났다.
교육관은 있는데, 이걸 실행 못 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왜 실행을 못 할까요? 왜인지 아세요? 악을 쓰고 울잖아요? 그럼,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 저희는 아파트 단지라(아파트 단지 내 위치) 말이 에요. 그 상황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영아의 감정이 해소되고 진정되기를 교사가 기다리고 있음을) 전혀 모르잖아요. 우는 소리만 듣고 저 어린이집 애들은 왜 저렇게 울지?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또 악을 쓰면서 막 울고 있는데 교사는 다른 아이와 (상호작용)하고 있으면 CCTV에서는 학대가 돼요.
<교사 1, 2차 면담, 2023. 10. 26>
진짜 시선이 얼마나 무섭냐면, 저희가 이렇게 그냥 가다가 자전거가 와서 섰어요. 기다리고 있었어 요, 그 자전거가 가는데 애들이 움직이면 다치니까. 서 있는데, 그 자전거가 지나가고 그걸 어떤 사람이 봤어요. 근데 그 사람이 저한테 왜 땡볕에 애들 세워 놓냐고. 이 정도로 주변 시선이 (무서워요). 그런데 제가 진짜 벌주고 싶어서 세워둔 게 아니라 진짜 다칠까 봐 피한다고 잠시 있었는데 이걸로 뭐라 하더라 고요. 그러니까 주변 시선이 이 정도로 무섭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 안 할 수 없어요)
<교사 5, 2차 면담, 2023. 10. 26>
교사 1의 면담 내용과 같이 교사들은 공동생활의 기본을 해치는 영아들의 행동에 대한 교육적 기준 을 가지고 있지만, 훈육의 과정이 아동학대로 오해받을 수 있음을 우려하여 교육적 판단에 따른 보육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교사들은 보육 과정에서 직면하는 권리적 딜레마를 대비할 기준과 정보가 없어 자신의 교육적 판단을 유보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교사 의 주변 또는 지역사회에서 보고 있다는 외부의 시선을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어 더더욱 자신의 전문적 인 견해에 따른 의사결정을 꺼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놉티콘 감옥에서 간수의 감시를 의식하는 죄수 가 스스로 감시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규율을 따르는 것(Foucault, 1994)과 같이 보육 현장의 교사들 또한 항상 자신들을 둘러싼 감시의 눈초리를 의식하고 있고, 자신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교사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림을 느끼고, 자기 능력과 자질을 의심하며 혼란스러워하였다.
교사를 둘러싼 주변과 지역사회의 시선뿐 아니라 CCTV 또한 교사들이 항상 의식하는 또 다른 시선 이다. 김종훈(2017)은 푸코의 관점을 근거로 CCTV에 대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하였다. 아동학대 장면을 담아내는 CCTV는 학대가 발생한 이후 사후 조치의 기능을 하는 것이지 예방의 기능을 할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CCTV를 의식하는 교사가 스스로 자기 행동을 규제하 고 억압하도록 함으로써 교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권정현(2017)은 푸코의 통치성 개념에 기초하여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영향으로 파생되는 교사상을 언급하면서, 그것은 교직 본연의 교사상과 갈등함으로써 교직 정체성의 혼미가 초래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보육교사들 또한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동권리 존중 보육을 실천하는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교사의 인성과 도덕적 자기 무장만이 아닌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에 대한 윤리적 판단과 교육적 지원을 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하지만 아동권리 존중 보육에 대한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남겨두는 현재의 보육 시스템은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발휘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박상완, 2015). 그래서 교사들은 보육 활동에서 직면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리기보단 최소 한의 기계적 보육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었다. 아동권리 존중 보육에 대한 교사들의 견해와 생각은 면담에서도 나타났다.
그런(교사에게 공을 던지고 노는) 애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도 일종의 그 친구한테는 놀이고 그런 데, 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실 저는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하는 마음이 있으니깐 이제 요런 거를 존중해 주어야 할지 아니면 딱 잘라서 “이런, 이런 부분은 선생님이 싫으니까 안 해주었으면 좋겠어”라 고 얘기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그래요. (중략) 선생님이니까 감수를 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교사 6, 2차 면담, 2023. 10. 26>
MZ 세대 부모님들 대처 방법 교육을 받았을 때도 보육교사는 보육전문가지 발달 전문가나 그런 전 문가 아니라고 어머님들한테 그렇게 말을 못 하게 해요.
<교사 4, 2차 면담, 2023. 10. 26>
발달엔 적절한 시기가 있어, (부모님께) 말을 해주고 싶은데, (부모님이 들으면) 기분이 먼저 나쁜 거예요. 내 아이한테 그렇게(발달이 늦은 편이라) 해서. 이제 저희가 했던 말을 (듣고) 어머님께서는 원장님한테 말씀을 하시죠. 그러면은 이제 원장님은 애가 조금 늦을 수도 있는데 (발달에 대해) 왜 그렇 게 얘기를 했냐고 말씀하세요. (중략) 이젠 부모 면담을 하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얘기 해줘요. 친구와 비교하지 않고, 이 아이가 18개월이면 18개월에 할 수 있는 말은 이거, 이거, 이거지만은 얘는 아직 못 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지금은 얘는 “엄마, 아빠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라고 사실적인 것만 얘기해요. 그러면은 정말 저희가 해줄 수 있는 말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교사 3, 2차 면담, 2023. 10. 26>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적 판단에 신뢰를 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명분과 자신을 얻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적 판단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정체 성을 가지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교육할 권리보다는 서비스 제공자로서 자신을 둘러싼 여러 시선을 더 의식해야 하는 모호한 입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 로 보이며, 이는 보육교사 스스로가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졌지만 교육할 권리는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아 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박지은, 정연아(2023) 의 연구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신자유주의적 분위기에서 보육이 돌봄과 교육이 함께 가는 의미가 아닌, 돌봄 서비스로 여겨지면서 아동권리 또한 교사의 행위 방식을 통치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었다. 교사-부모의 관계가 공급자-소 비자 관계로 변화되면서 전문가로서의 교사보다는 서비스 제공자로 격하되는 과정(김기홍, 2019; 김 정아, 2018)에서의 양상으로 파악된다. 김기홍(2019)에 의하면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교육 전반의 변화뿐 아니라 교사의 정체성 형성과 발전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신자유주의 보육 정책으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 교사들은 스스로가 신자유주의적 교사로 적응해 가고 있었 다. 교사가 신자유주의적 교사로서 신자유주의 행위 방식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아동권리의 의미 또 한 변질되고 있었다. 아동권리에 대한 높은 인식을 가진 교사들은 변질된 보육 활동에 순응하는 과정에 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교사를 주요 대상으로 하여 아동권리 존중에 교육과 프로그램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 고, 현장에서 개별 교사들이 겪는 갈등과 어려움이 여전히 지속되는 이유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 부처의 제도 변화와 교육 제공과 노력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 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포토보이스 방법을 활용하여 현장 교사들의 실제 경험을 통해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 과정에서 드러난 교사들의 경험은 ‘변화된 의식, 변하지 않는 고민’, ‘부모 요구 맞춤 보육’, ‘흔들리는 보육’의 세 가지 주요 주제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 과 같다.
첫째, 예비유아교사 양성기관에서, 기관 차원, 정부 차원의 교육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교사들의 일 반적인 아동권리 인식은 향상되었다. 그러나 실천에 있어 여전히 많은 교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었다.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2017)는 교사 인성 영역 필수과목 을 선정하고, 대면교육과 현장실습을 확대하여 보육교사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였다. 한국보육진흥원 (2020)은 어린이집 평가지표에 ‘영유아 권리존중’에 대한 지표를 필수로 지정하였고 영유아 권리 존중 보육 항목이 포함된 ‘보육 과정 운영을 위한 셀프 모니터링 체크리스트’를 교사에게 제공(한국보육진 흥원, 2021)함으로써 아동권리 존중 보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정부의 다양한 노력은 아동권리 존중 보육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고(임승렬, 이주영, 이민지, 2021), 교사를 주요 대상으로 아동권리 존중을 위해 개인의 자질과 인성, 역량과 향상을 강조하였다. 교사가 겪는 어려움 보다는 교 사와 관련된 정책적 처방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신자유주의화의 영향으로 교사는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서비스의 질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개별화된 존재(김기홍, 2019;김정아, 2018)로 스스로를 규율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동권리 존중과 관련해서 개인이 겪는 혼란과 어려움은 교사로서의 ‘헌신’, ‘사명 감’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하도록(이규빈 외, 2023) 기대되고 있다.
국가가 제공한 평가지표와 표준보육과정 운영 지침은 교사가 매일 직면하는 유아의 개별적 특성과 전체 유아를 위한 보육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일반적인 지침 내용과 예외 사이의 갈등, 권리 침해 여부의 모호성(김호현, 장희선, 2017)과 같은 문제에 있어서 구체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보육은 교사가 아동의 권리와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매우 구체적인 돌봄과 행위로 실천된다. 하지만 많은 지침과 교육 내용은 교사들 이 현장에서 일상적인 직면하는 구체적이면서 모호하고, 때론 다양한 요소들이 충돌하는 상황들을 담 지 않고 있어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딜레마 상황을 겪으면서 교사는 혼란과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보육은 하나의 보육 서비스 상품으로 규정되고, 기관과 교사는 서비스 제공자로 존재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된 보육 정책과 프로그램의 효율적 평가와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수요자, 제공자, 평가자의 구도 속에서 교사는 부담과 책임을 안고, 모호한 딜레마 상황에서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는 보육이라기보다는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보육을 실행하고 있었다. 아동권리는 개인의 능력과 희생을 기반으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지원을 담당하는 정부와 현장에서 보육을 실천하는 교사, 그리고 부모가 상호 협력하며 역할을 수행할 때 실현될 수 있다.
둘째, 신자유주의적 보육 정책과 부모의 요구에 따른 ‘부모 요구 맞춤 보육 서비스’의 변화는 교사들 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였다. 부모들은 보육 서비스의 수요자로서 교사에게 다양한 요구를 하였으며, 이는 종종 기관 운영의 기본 방침이나, 다른 영유아들의 권리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들은 부모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교육적 신념과 실천이 흔들리는 경 험을 하였다.
신자유주의 교육은 교사와 학부모 관계의 변화를 불러왔고, 변화 속에서 교사는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가지지 못해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다. 보육 서비스의 대상은 영유아뿐 아니 라 그들의 부모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기관의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은 영유아이지만, 그 기 관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대상은 영유아의 부모이다. 신자유주의 분위기 속에서 영유아의 부모는 보육 서비스 수요자의 위치에서 부모의 위상은 높아졌고, 부모와 기관 그리고 교사 사이에는 새로운 권력관 계가 형성되었다(한형근, 2013). 교사는 영유아의 권리를 존중하는 보육과 더불어 부모가 권리로 생각 하는 개별 요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권미경(2015)은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학부모와 교사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상호 인정해 주는 관계가 아닌 불평등한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윤선진(2010)은 소비자 권력이 된 학부모가 공급자를 능가한 권력을 형성하여 교육을 주도 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보육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로 설정한 신자유주의 교육은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에 변화를 불러왔다. 그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는 부모 권력의 또 다른 수단이 되었으며, 교사가 부모 요구 맞춤 보육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도록 하는 규율이 되었다.
보육 현장에서 아동권리 존중 보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영유아와 만나는 모든 성인의 권리 감수성 이 향상되어야 한다(진정희, 2019). 또한 아동권리 존중 실현을 위한 구체적 기준과 지표가 교사에게 제공되어야 한다(김혜전, 2020). 이를 위해 정부는 교사, 부모, 기타 영유아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제 사례를 활용한 참여형 권리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교육 결과를 바탕으로 보육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별 구체적 지침과 지표를 제공해야 한다. 교사와 부모, 아동과 만나는 모든 성인이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아동권리 존중 보육을 수행할 때 교사와 학부모는 교육의 주체로서 상호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교사들은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지원과 지침 이 부족해 보였다. 교사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보육 활동을 수행하고자 하나, 체계적인 지원과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여 혼란을 겪고 있었다. 아동권리 존중에 관한 교육은 개념적이고 당위적인 지식 과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동권리 존중 실현에 있어 교사의 윤리와 책무성만 강조해 왔다. 교사가 무엇이 유아에게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인지 판단할 때 다양한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의무와 갈등 사이에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 어렵고,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여러 선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움을 겪게 된다(김호현, 장희선, 2017). 아동권리 존중에 대한 표면적인 이해만으로는 이러한 일상 속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딜레마 속에서 흔들리는 교사들은 교사의 권위를 내려놓고, 소비자인 영유아와 부모의 요구 만족을 우선시하는 쪽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자신의 역할수행 과정에서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서비 스 제공자 역할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미디어의 뉴스 보도 양상은 아동학대의 원인을 교사 개인의 문제로 강조하는 경향은 대중들이 교사에 대한 특정 담론을 형성하도록 영향을 미친다. 교사를 CCTV를 통해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하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구조적 책임을 간과하게 만들면서 잠재적인 아동학대 가해자로 여겨지는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게 한다(오지은 외, 2019). 이런 맥락에서 교사는 “교육관 은 있는데…” 아동학대로 오해받을까 망설이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교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담론을 알고 있기에 교사로서 나름의 교육관이 있다 해도 실행하기를 주저하면서 흔들림을 나타냈다. 정재은 과 김성현(2018)에 따르면, 부정적인 ‘보육교사 범죄자 담론’의 사회적 확산은 다양한 대상과의 관계 에서 심리적 소진을 겪고 있는 교사의 직무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 용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교사 정체성의 흔들림에 더해서 전체적인 부정적인 사회적 관점이 교사로서 의 의사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동권리 존중에 대한 책무를 교사 개인의 문제로 스스로 내면화 하는데 미디어의 보도 양상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동권리 존중 보육을 실천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의 교사 권리교육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교사가 아동학대 프레임(오 지은 외, 2019)에 갇혀 단순히 영유아를 학대하지 않으려는 그래서 가해자로 비난을 피하려는 방어적 인 실천에서 더 나아가 영유아에게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아동권리 존중 보육은 아동권리의 기본원칙이 보장되는 보육이며, 교사와 부모, 기관, 그리고 사회 모두가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하는 보육이다.
본 연구는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는 다양한 도전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진행되었다. 논의에 따른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권리 존중 보육의 실현은 교사 개인의 노력을 넘어 기관과 정부의 변화와 노력 이 필요하다. 교사의 아동권리 존중 실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려면 현장 교사들이 겪는 높은 업무 강 도, 교육 환경의 제약과 같은 어려움을 반영하여 적정 교사 대 아동 비율 확보, 물리적 환경 개선 등과 같은 현장 기반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둘째, 매일의 현장에서 교사들이 아동권리 존중과 침해 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상반된 권리들이 충돌하거나,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지 모호한 윤 리적인 딜레마를 직면하기 때문에 실천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장 중심 의 사례 수집과 분석을 통해 현장 사례 중심의 토론식 방법을 도입하여 교사의 주관과 영유아에 대한 민감성 증진, 타인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돕는 권리교육이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부모와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서 상호협력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 교육의 대상을 보육 교직원에서 부모 까지 확대해서 아동권리 존중에 관한 부모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동권리 존중 보육이 단지 해를 가하지 않는 보육에서 영유아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보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동학 대 프레임으로 교사와 기관을 바라보는 시선을 재점검하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아동권리 존중 딜레마를 심화 분석하여, 교사의 일상적 실천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는 기존의 정책 중심적 접근을 보완하 며, 현장 중심의 실천적 관점을 제공한다. 또한, 아동권리 존중 실현의 책무성을 교사 또는 개별 기관에 만 초점을 맞추어 왔던 기존의 연구와 달리 현장 교사의 실천 과정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반영함으로 써 향후 보육 정책과 보육 시스템에 교사의 관점을 제공했다는 점에 의의를 지닌다. 연구의 의의는 연구 참여자의 관점과 견해를 연구에 반영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연구자는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본 연구의 완성된 초고 논문을 전달하고, 연구의 전반적 내용과 자료 분석에 관한 연구 참여자로서의 의견을 요청하였다. 참여 교사들은 “교사들이 현장에서 고충을 이야기하는 걸로 끝나지 않고 부모, 교 사, 기관, 지역 모두가 힘을 모아 보육 현장에서의 고충들이 조금이나마 해결되고 교사들의 자율성과 권리 또한 존중받을 수 있는 날들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교사 2의 참여 후기)” 또는 “교사 에게만 아동권리 존중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권리 존중 실천을 위해 그에 맞는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주어야 하고, 보육교사라는 직업과 인격을 존중해 주며 다 함께 협력하여 변화를 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 6의 참여 후기)”라는 의견을 전해 주었다. 이같이 교사들은 연구에 참여하고, 논문을 읽으면서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아동권리 존중 보육 실천 방안을 다각적 측면에서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후속 연구에서는 참여관찰을 통해 보육 현장의 어려움을 더 깊이 이해 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볼 것을 제안한다.